귀족이 짱 아냐?!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W. Eric Martin

 

마운티드 클라우드 주간 게임 리뷰 IV입니다. 165번째 게임은 루스 차르국의 서구화와 수도 이전을 테마로 한 Saint Petersburg (Second Edition) 상트 페테르부르크 (2판)입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가 된 레닌그라드

루스 차르국의 수도는 모스크바였습니다. 그러나 표트르 대제는 당시 몽골의 영향이 남아 있던 루스 차르국의 서구화를 위해 유럽과 가까운 레닌그라드로 수도를 이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그의 이름을 따서 상트 페테르부르크라고 명명했습니다. (이때에 국호도 러시아 제국으로 바꿉니다.) 표트르 대제는 어린 나이에 차르에 오르지만 이복누이의 쿠데타로 인해 크렘린밖의 외인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됩니다. 이 시기에 그는 여러 기술을 배우게 되는데, 이러한 것들이 상트 페테르부르크 게임 안 (Czar & Carpenter 차르이자 목수 카드)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습니다.


정말 간단한 전략 게임

2004년에 출판된 상트 페테르부르크 (1판)은 간단한 규칙과 깊은 전략, 특유의 그림체로 전세계 게이머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았습니다. 그 게임은 몇 년 전부터 절판 상태가 되어 중고 가격이 폭등하게 되었는데, 상트 페테르부르크 출판 10주년을 기념하듯이 작년 2014년에 크라우딩 펀딩을 통해 2판이 출시되었습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1판)에서, 라운드는 일꾼 - 건물 - 귀족 - 교환 4단계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각 단계는 미리 정해진 시작 플레이어가 따로 존재하고, 그 단계는 시작 플레이어부터 시계 방향 순서대로 하나의 행동을 하는 턴을 가집니다. 자신의 턴에는 4가지 행동 - 풀에 있는 카드 1장을 구입하기, 풀에 있는 카드 1장을 손으로 가져오기, 손에 있는 카드 1장을 구입하기, 패스하기 중 하나만 할 수 있습니다.

각 단계의 시작 시에는 그 단계에 해당하는 카드들이 공개되어 추가되고, (교환 단계를 제외하고) 단계가 끝나면 그 단계와 같은 종류의 카드들 (일꾼 단계 종료 시에는 일꾼 카드들)에 대해서만 정산을 합니다. 라운드가 끝나면 플레이어들은 각자 자신이 가지고 있단 시작 플레이어 마커를 시계 방향으로 넘기면서 다음 라운드가 시작됩니다.

각 카드 종류는 저마다 효과를 가집니다. 일꾼 카드는 주로 루블 (러시아 돈 단위)를, 건물 카드는 승리 점수를 제공하며, 귀족은 루블과 승리 점수 (+ 보너스 점수)를 제공합니다. 플레이어들은 기본적으로 일꾼 카드를 꾸준히 확보하면서 수입을 늘리는 한편, 건물과 귀족의 비율을 조절해서 승리 점수를 얻으러 노력하게 됩니다. 당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 때문인지 몰라도, 상트 패테르부르크 게임에서는 귀족이 건물보다 더 가치가 있었습니다.


시장에 눈을 뜬 상트 페테르부르크

2판으로 넘어오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시장 단계가 추가되어 라운드가 5단계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시장 단계는 일꾼과 건물 단계 사이에 위치하고, 플레이어들이 상품 카드들을 구입하고 그에 따라 루블과 승리 점수를 얻게 되기 때문에 시장 단계는 상트 페테르부르크 2판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시장 단계에서는 노란색 배경의 5가지 상품들 - 곡식, 닭, 과일, 생선, 채소가 나옵니다. 이러한 상품들이 그려진 카드를 얻을 때마다 그 플레이어는 시장에서 그 상품에 대한 영향력을 얻게 됩니다. 시장 단계의 종료 시에 플레이어들은 먼저 상품 카드들로부터 루블을 얻고, 그 다음에 각 상품에 대한 우열을 가리고 1위와 2위는 승리 점수를 얻습니다. 이 승리 점수는 라운드 수에 비례하기 때문에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주어지는 승리 점수도 높아지게 됩니다.


두 번째 변화는 카드의 비용과 보상이 조금씩 수정된 점입니다. 게임에 큰 영향을 주었던 Observatory 천문대의 비용은 6루블에서 7루블로 상승했고, Judge 판사는 16루블에서 17루블로 바뀌었으며, 큰 언니 (?)라 불렸던 Mistress of Ceremonies 의전 여담당자는 18루블에서 20루블로 올랐습니다. 따라서 이 카드들은 더 이상 필승 카드는 아니며, 핸드에 여유가 없어서 가져오더라도 마음에 큰 부담을 안게 됩니다.



기계적인 플레이는 이제 그만!

라운드 단계와 일부 카드 비용의 변화는 게임의 양상을 바꿔놓았습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2판을 처음 접하면 1판과 다르게 느낌이 묵직합니다. 라운드가 4단계가 아니라 5단계이기 때문에 지출의 배분이 빠듯하게 느껴집니다. 또한 필요한 카드도 늘었다는 의미이므로 손에 가져가고 싶은 카드가 많아져서 핸드 관리가 힘들다고 느껴집니다.

첫 번째로, 시장 단계에서 플레이어들이 깊은 고민에 빠집니다. 상품 영향력에 대한 점수 보상은 1위와 2위에게만 주어지는데, 초반에는 점수가 낮아서 무시할 만 합니다. 그러나 그 점수 보상은 점점 올라가는데 포기했다가 나중에 따라잡으려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때때로 5가지 상품 모두를 다 잘 하려고 하는 것보다는 2, 3가지에 집중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로, 건물을 건설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플레이어들은 일꾼 단계에서 번 돈을 시장 단계에서 어느 정도 사용하고 오기 때문에 건물을 구입하는 데에 망설이게 됩니다. 건물에 잘못 지출하면 뒤따르는 귀족과 교환, 다음 라운드의 일꾼 단계에서 경쟁에서 밀리게 되기 때문이죠. 그러나 건물들 중 일부 (Market 시장)에는 상품 아이콘이 있어서 이 건물들은 인기가 있습니다. 돈 쓸 곳이 많아져서 교환 단계에서 돈을 주는 건물의 효용성이 높아졌다는 것도 주목할 만 합니다.


세 번째로, 귀족 구입이 어려워져서 귀족만 가지고 승리하기 어려워졌습니다. 돈이 더 빡빡해져서 배짱을 부리면서 무리해서 귀족을 구입하는 플레이가 훨씬 더 위험해졌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큰 언니 (?)는 비용은 올라가고 능력이 떨어진 것이 그 예입니다. 귀족들은 플레이어들의 핸드를 막는 주 요인이며, 이 때문에 Warehouse 창고가 무척이나 반갑습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2판은 일러스트레이터가 바뀌면서 그림이 실사와 비슷해 보입니다. 일부 귀족은 보드게임 업계의 유명인사들의 얼굴을 그대로 나타내는데 누가 누구인지 찾아보면 재미있을 것입니다.





참고 사이트:
Saint Petersburg (Second Edition) @ boardgamegeek.com
http://boardgamegeek.com/boardgame/156943/saint-petersburg-second-edition

Hans im Glück
http://www.hans-im-glueck.de

Z-Man Games
http://www.zmanga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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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겨울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있습니다. 추운 날씨 때문에 그걸 절실하게 느낍니다. 스타크 가문의 모토 "Winter is Coming 겨울이 오고 있다"보다는 지금 우리에겐 "Winter is around Us 겨울은 우리 주위에 있다"가 더 맞는 것 같습니다. 덜덜덜

종종걸음으로 칼바람을 뚫고 도서관으로 향하자 예슬이가 가장 먼저 저를 반겼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한켠에 있는 난로를 켰죠. 몇 분 기다리니까 소란스러운 목소리와 걸음소리가 들리네요. 역시 한결이. 일단 저까지 세 명이서 진행을 하려고 했는데, 설명 시작하면 재혁이가 올 것 같다는 아이들의 예감이 정확이 맞아 버렸습니다. 설명을 천천히 하길 잘했네요. 휴 =3



2주 전과 마찬가지로 Machi Koro (한국어판 제목: 미니 빌)을 했습니다. 이미 전 수업에서 3번이나 했던 한결이는 시작 전부터 자신만만해 합니다. 기현이의 편의점 러시에 된통 당한 기억이 남아서인지 한결이는 초반부터 편의점만 구입합니다. 다른 아이들은 그냥 착실하게 열심이 돈을 모읍니다. 카드를 구입하지 않고요. 그러다가 저의 카페 ('3'을 굴린 다른 플레이어에게서 돈을 빼앗는 건물)에 재혁이가 탈탈 털립니다. 영혼까지요. ^^ 될 사람은 된다고 했나요? 편의점을 독점하다시피한 한결이가 스스로 '4'를 여러 번 굴린 바람에 게임이 일방적으로 흐르고 맙니다. (한결이가 주사위를 굴리는 것에 약간 문제제기할 만한 게 있어 보였는데 그냥 넘어갔습니다.)


첫 번째 게임을 하는 동안에 진모가 왔습니다. 원래는 진모가 문밖에서 들어올까 말까 간보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예슬이가 먼저 발견했네요. 재혁이가 웃으며
"야, 쟤 들어오지 말아고 해."
"재혁이가 너 들어오지 말래."
예슬이가 문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놓고 재혁이 말을 그대로 옮겨줍니다. 당황한 저는
"왜 진모 못 들어오게 해?"
라며 진화작업을 했고, 재혁이가 장난한 거라고 하면서 잘 마무리가 됐습니다. 둘은 잘 풀어졌는지 또 딱지 얘기를 하더라고요.



게임을 모르는 진모에게 설명하고 두 번째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빠지고 아이들 네 명으로만요. 한결이가 자꾸 자신만만해 하니까 아이들이 한결이가 전 수업에서 먼저 해봤음을 알아버렸습니다. 급기야 한결이를 빼고 해야 한다는 말까지;;; 저는 운이 많이 작용하는 게임이라서 많이 해봤다고 해서 반드시 이기는 건 아니라고 얘길하고 계속 진행시켰습니다. 한결이는 여진히 편의점. 재혁이는 이것저것. 예슬이는 카페. 이번엔 '4'가 많이 안 나왔고, 돈을 필요한 카드에만 사용한 예슬이가 이겼습니다.


시간이 남아서 마지막으로 한 게임. 한결이가 좀 욕심을 냈는지 불필요한 건물들까지 마구마구 구입했습니다. 주사위 1개만 굴릴 거면서 광산을 여러 개 사고;;; 아마도 전 게임에 예슬이가 이겨서 그러지 않았나 싶네요. 결국 또 예슬이가 승리하고, 충격이 컸는지 한결이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웃기만 하면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예슬이 혼자 남아서 제가 게임 정리하는 걸 도와줬습니다. 예슬이가 이런 면에 있어서 마음이 섬세하다는 걸 느끼네요. 여자 아이라서 그런지. (설마 승자의 여유?)


보드게이머 육성 프로젝트, 아이 잼 어른 잼 제18화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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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은데~ 말로 설명할 방법이 없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Mark Johnson

마운티드 클라우드 주간 게임 리뷰 IV의 164번째는 Linko! 링코!에 이어서 climbing 클라이밍 스타일의 새로운 카드 게임들을 소개합니다. 중국인들은 잘 모르지만 중국인들이 즐긴다고 하는 Tichu 티츄입니다.


팀으로 하는 카드 털기 게임

티츄는 마작처럼 정확하게 4명이 하는 카드 게임입니다. 2명이 한 팀을 이루어서 어느 한 팀이 1,000점에 도달할 때까지 진행되는 카드 털기 게임입니다. 카드를 낼 때에는 포커에서 사용하는 카드 조합들의 형태로 낼 수 있는데, 시작 플레이어가 낸 카드 조합과 같은 것으로 내거나 "폭탄"이라 불리는 특별한 조합만 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차례에 조합을 낼 수 없거나 내기 싫으면 "패스"를 외칩니다. 서로가 낸 카드 조합을 밟으면서 나머지 플레이어들 모두가 연속으로 패스를 하게 만들면 쌓아져 있는 카드 더미를 그 플레이어가 가져와서 자신의 점수 더미에 엎어놓고 새로운 시작 플레이어가 되어 자신이 원하는 조합으로 시작하게 됩니다.

한명의 플레이어만 남고 나머지 플레이어들이 자신의 손에 있는 카드들을 다 털면 한 핸드가 끝납니다. 마지막 플레이어는 자신의 점수 더미를 가장 먼저 자신의 손을 다 턴 플레이어에게 주고, 마지막 플레이어의 손에 남은 카드들은 상대 팀의 점수에 들어갑니다. 카드들 중에서 5종류만 점수가 있고 나머지는 점수가 없습니다:
  • "5"는 5점씩
  • "10"은 10점씩
  • "K"는 10점씩
  • 용은 25점
  • 봉황은 -25점

종종 한 팀의 두 플레이어가 상대 플레이어들보다 카드들을 먼저 다 털어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에는 플레이어들은 카드 점수를 계산하지 않고 먼저 털어낸 팀이 200점을 받습니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balint lengyel
두 쪽으로 설명한 티츄의 규칙


카드 교환과 티츄 선언의 재미

티츄의 한 핸드 (플레이어들이 손에 있는 카드들을 다 사용할 때까지의 게임)를 시작할 때에 플레이어들은 한 번에 카드를 받지 않고 두 번에 나눠서 카드를 받게 됩니다. 8장을 먼저 받고, 남은 6장은 그 다음에 받죠. 8장만을 본 상태에서, 자신이 이번 핸드에서 가장 먼저 자신의 카드 14장을 다 털 것 같으면 "그랜드 티츄"를 선언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 플레이어가 가장 먼저 카드를 다 털면 그 팀은 200점의 보너스를 얻고, 실패하면 200점을 잃게 됩니다.

14장의 카드를 다 받은 후부터 자신의 첫 번째 조합을 내기 전까지, 자신이 가장 먼저 자신의 카드 14장을 다 털 것 같으면 "티츄"를 선언할 수 있고, 성공하면 100점의 보너스를, 실패하면 -100점의 페널티를 받습니다.

플레이어들은 카드 14장을 모두 받은 후에 나머지 플레이어 3명과 카드 1장씩 "동시에" 교환해야 합니다. 아무래도 양옆에 앉은 상대 플레이어들에게는 낮은 랭크의 카드를, 마주앉은 팀 동료에게는 높은 랭크나 유용한 카드를 주게 됩니다. 왜냐하면 팀 게임이기 때문이죠. 게다가 동료가 그랜드 티츄/티츄를 불러놓은 상황이라면 그가 성공할 수 있게 정말 좋은 카드를 줘야 합니다. 반대로 상대가 티츄를 선언했다면 훨씬 더 안 좋은 카드를 주려고 할 테죠.


특별한 카드와 폭탄의 쓰임새

티츄의 카드는 그림만 중국풍일 뿐 실제 구성은 플레잉 카드와 똑같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차이는 동물 4종류가 그려진 특별한 카드 4장입니다. "개"와 "참새"는 자신이 시작 플레이어일 때에만 낼 수 있는 카드입니다. 개는 자신의 팀원에게 즉시 시작 플레이어 권한을 넘기는 효과가 있습니다. 참새는 티츄에서 유일한 "1"이며, 핸드의 시작 플레이어를 알리는 카드입니다. 참새에는 특별한 능력이 하나 더 있는데, 2부터 A 사이의 카드를 말할 수 있고 가능하다면 다음 플레이어는 그 호명된 카드를 사용해서 낼 수 있는 조합의 형태로 카드를 내야 합니다. 개는 시작 플레이어일 때에만 낼 수 있는 제한 때문에 상대에게 주고 그 플레이어를 말리게 하거나, 또는 동료가 티츄를 선언했을 때에 그를 돕기 위해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참새는 카드를 강제로 뽑아내는 능력 때문에 티츄를 선언한 상대 플레이어를 막기 위해 사용합니다.

나머지 특별한 카드 2장은 봉황과 용입니다. 봉황은 홀로 사용되면 현재 가장 높은 싱글 카드보다 0.5가 더 높은 카드로 사용될 수 있고 (처음에 나오면 1.5이고 A 다음에 나오면 A.5입니다), 조합에 사용되면 2부터 A 사이의 아무 카드 1장을 대신할 수 있어 유용합니다. 용은 싱글 카드로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제약이 있지만 어떠한 싱글 카드 (심지어 A 다음의 봉황까지)도 이길 수 있는 확실한 승리 카드입니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Carlos Sanz de Madrid
4장의 특별한 카드들, (왼쪽 위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용-봉-개-새

일반적으로 카드를 낼 때에는 자신의 차례에만 낼 수 있습니다만 예외인 상황이 있습니다. 폭탄이라는 강력한 조합은 턴에 상관없이 사용될 수 있습니다. 폭탄은 2가지가 있는데, 같은 랭크의 카드 4장으로 된 폭탄, 그리고 같은 수트이면서 일련의 카드 5장 이상으로 만든 큰 폭탄이 있습니다. 폭탄은 랭크가 더 높은 것에 밟히며, 작은 폭탄은 큰 폭탄에게, 큰 폭탄은 길이가 더 긴 폭탄에 밟힐 수 있습니다. 폭탄은 만들기 어려운 조합인만큼 상대의 결정적인 승리 카드를 밟고 시작 플레이어를 따내거나 상대의 티츄를 실패하기 만들기에 좋은 수입니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matt feldman
작은 폭탄 (왼쪽)과 큰 폭탄 (오른쪽)


티츄는 할 줄 아는 사람에게서 배울 것

티츄의 규칙은 단순한 편입니다만 카드 하나 하나에서 나오는 전략과 그리고 다른 플레이어들에 대한 성향 파악, 진행 중의 상황 판단 등이 합쳐져 매우 복잡적이고 어렵게 느껴집니다. 만약 규칙서만 읽어보고 티츄를 파악한다면 게임의 반도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가급적이면 티츄를 잘 아는 게이머에게서 배울 것을 권합니다.


3주 후에는 클라이밍 스타일 카드 게임들 중
Chimera 키메라를 만나보겠습니다.




참고 사이트:
Tichu @ boardgamegeek.com
http://boardgamegeek.com/boardgame/215/tichu

ABACUSSPIELE
http://www.abacusspiele.de

Z-Man Games
http://www.zmanga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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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일찍 도착했습니다. 할일이 없어서 도서관 한쪽에 꽂혀 있는 "반지의 제왕"을 꺼내 읽었습니다. 제가 "반지의 전쟁" 보드게임을 번역했지만 사실 원작인 "반지의 제왕"을 읽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 번역하는 동안에 필요한 부분만 검색해서 읽어봤을 뿐입니다. 책장에 있던 6권 중에서 톰 봄바딜이 나오는 부분만 찾아서 읽었습니다.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했습니다. 저도
"응, 안녕?"
했죠. 이제 5학년 되는 정웅이였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더 올 때까지 정웅이도 책을 꺼내서 읽었습니다.

한 10여 분 기다리다가
"더 안 올 것 같으니까 우리끼리 하자."
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날 할 게임의 설명이 좀 길 것 같았거든요.



Glen More 글렌 모어는 스코틀랜드에 있는 계곡 이름입니다. 원래는 "Glenmore"라고 붙여야 되는데, 게임 제목에 사용하려고 사이에 공백을 넣은 것 같네요. 아무튼 정웅이에게 설명을 해주는데 넋이 살짝 나간 것처럼 보입니다.
"선생님, 어려워요. 쉬운 게임 좀 가져오세요."
라며 투정을 부립니다.
'이게 그렇게 어렵나?'
싶어서 게임 상자 옆면을 보니 "13+ (만 13세 이상)"이라고 써있긴 하네요. 그래도 이제 5학년 되는 아이에게 불가능할 정도로 어렵다고 판단하지는 않았습니다. 한 게임만에 저를 이기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해보고 모르겠으면 또 해보자는 생각이었죠.

설명 끝나고 시작했습니다. 정웅이는 자신이 없는지
"선생님이 먼저 하세요!"
"그래." 그래서 제가 먼저 하게 됐습니다. 아마도 정웅이는 제가 뭔가를 하면 그대로 똑같이 따라하겠다는 생각이었나 본데, 이 게임이 그게 마음대로 안 됩니다. 자신의 턴에 타일 풀에서 타일을 가져오는 "Draft 드래프트" 방식이라 풀에 똑같은 타일이 남아 있으라는 법도 없도, 설령 똑같이 따라한다 하더라도 "Time Track 시간 트랙" 방식 때문에 풀에서 멀리 있는 타일을 선택하면 한동안 자기 턴이 오지 않게 되죠. 정웅이가 똑같이 할래야 할 수가 없는 게임이라는 겁니다. ^^



정웅이에게 다행스럽게도 게임 도중에 4학년 되는 종혁이가 와서 게임을 다시 설명하고 시작해야 했습니다. 종혁이한테 설명해주고 중간중간에
"이해했어?"
라고 물어보면 고개를 끄덕이긴 하는데 뭐랄까요... 시쳇말로 표정에 "영혼이 없는" 끄덕임. 종혁이가 게임 이해와 센스는 상대적으로 부족해도 다른 고학년반 아이들과 다른 점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게 단점일 거라 생각했는데 고학년반 아이들을 옆에서 지켜봐 오니까 오히려 장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이 나이를 먹을수록 "정답 찾기"에 익숙해져서인지 다른 사람이 하는 걸 따라하려는 경향이 보이는데 어린 아이들은 "때가 덜 타서" 자기 만의 플레이를 하는 것 같네요.

종혁이가, 새로 붙이는 타일 주위에 부족원이 있어야 하고, 마을에 강과 길이 하나씩만 있어야 한다는 타일 붙이는 규칙 때문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습니다. 그러나 종혁이에게 한 가지 놀란 점은, 생산 타일에 이미 자원 3개가 있을 때에 또 그 타일에서 자원을 생산을 해야 할 때에, 생상 직전에 자원 1개를 창고에 판매한 다음에 생산을 할 수 있다는 걸 스스로 깨달았다는 것입니다. 정웅이는 몰랐는데 말이죠. 종혁이가 평소에 약간 멍~한 표정을 보였는데 이 날은 좀 다르게 보였습니다. ㅎㅎ

게임의 결과는 제가 이겼지만 승패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요. 다음에 한 번 더 했을 때에 아이들이 거부하지만 않으면 좋겠네요.


보드게이머 육성 프로젝트, 아이 잼 어른 잼 제17화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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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으로 경제 공황을 극복하는 중국인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Bas Luijten

 

마운티드 클라우드 주간 게임 리뷰 IV의 163번째는 Ra 라에 이어서 alea Big Box 게임들 중 초기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경제 공황을 극복 중인 뉴욕의 거리를 보여주는 협상 게임, Chinatown 차이나타운입니다.


경기도 안 좋은데 부동산에 손을 대볼까?

차이나타운은 총 6번의 라운드 동안 진행되며, 라운드마다 플레이어들은 1단계에서 길거리의 토지 몇 장과 2단계에서 사업 타일 몇 개를 받습니다.

가장 중요한 3단계 거래에서는 플레이어들이 동시에 협상에 들어갑니다. 거래는 어떤 것이든 할 수 있습니다. 게임에서 사용하는 돈이든 토지 카드든 또는 사업 타일이든 가능합니다. 단, 이미 게임 보드에 놓인 사업 타일을 제거하거나 다른 사업 타일로 바꿔줄 수는 없습니다. 플레이어들은 왜 거래를 해야 하는 걸까요?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Kevin Wood
게임에 사용되는 사업 타일들


가게를 확장해서 수입을 늘리자!

4단계에서 플레이어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토지에 자신의 사업 타일을 놓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놓인 사업 타일들은 5단계에서 수입을 가져다 줍니다. 사업 타일에는 숫자 값이 적혀 있는데, 이것은 같은 종류의 사업 타일이 그 개수만큼 연결되었을 때에 완성됨을 나타냅니다. 따라서 수입은 완성과 미완성, 그리고 인접한 사업 타일의 개수에 따라 달라지게 됩니다. 당연히 가게의 크기가 클수록, 미완성보다는 완성이 더 많은 수입을 줍니다.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가게를 확장하고 완성하기 위해서 3단계에서 열띤 협상을 하게 되는 것이죠.

  1칸 2칸 3칸 4칸 5칸 6칸
미완성 1,000 2,000 4,000 6,000 8,000 -
완성 - - 5,000 8,000 11,000 16,000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Jphn Carlton


호갱님 (?)을 잡아라!

게임의 목적은 가장 많은 돈을 모으는 것이기 때문에 큰 가게를 통해 많은 수입을 얻는 것은 게임에서의 승리에 분명히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너무 드러나는 욕망에는 항상 그것을 노리는 사람들이 몰려들기 마련이죠. 자신의 가게를 확장하거나 완성하기 위해서 무리하게 많은 것을 주고 거래를 하면 수입이 자신이 예상한 것에 훨씬 못 미칠 수 있습니다. 게임의 후반에 가까워질수록 간절한 쪽이 더 손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때로는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을 모으는 것보다 남이 정말 필요한 것을 잘 파는 쪽이 더 이득일 수도 있다는 얘기죠. 또한 게임의 초중반에 티나지 않게 작은 이득을 모으다 보면 나중에 꽤 많은 이득을 봤음을 알게 됩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그냥 있는 게 아닙니다.


경제 호황 카드를 돌려다오~

알레아판 차이나타운에는 추가 수입을 주는 경제 호황 카드들이 있었습니다. (신판에는 없다는 얘기입니다.) 5단계에서 경제 호황 카드 덱에서 한 장을 공개해서 해당하는 (완성을 나타내는) 숫자가 있는 가게 주인들이 1,000달러씩 가져가는 것이었는데요. 차이나타운을 전략 게임처럼 진지하게 하는 사람들에게는 빼는 게 당연할 수 있지만 즐거운 협상 게임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이것 또한 큰 재미입니다. 누군가가 이런 눈먼 돈을 번다면 다음 협상 때에 다른 사람들의 협상 태도가 돌변하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죠.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Kevin Wood
토지 카드들 (왼쪽)과 경제 호황 카드들 (오른쪽), 참조 카드들 (아래쪽)


3주 후에는 알레아 빅 박스 게임들 중
Taj Mahal 타지 마할을 만나보겠습니다.




참고 사이트:
Chinatown @ boardgamegeek.com
http://boardgamegeek.com/boardgame/47/chinatown

alea
http://www.aleaspiele.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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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대로라면 저는 쉬고 있어야 했습니다. 유일하게 편히 쉴 수 있는 일요일을 3개월 이상 쉬지 못하고 게임 수업 준비를 하다 보니 몸에 조금씩 이상 신호가 오고 있었습니다. 계속 피곤하고 근육이 자주 뭉치고 그랬죠.

그런데 아이들의 요청이 있어서인지 저에게 연락이 와서 한 달 정도 더 쉬려던 계획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꿀같은 3주 휴식을 끝으로 또 아이들을 만나러 갔습니다.

몇 주만에 해가 바뀌었고, 아이들이나 저나 한 살씩 더 먹었습니다. 12시에 도착했으나 아이들이 아무도 오지 않았고, 저는 도서관에 있는 책을 읽고 있기로 했습니다. 가장 먼저 온 것은 수업에 불규칙적으로 오는 기현이.
"오늘 안 오려고 했는데요. 왔어요."
라며 굳이 안 해도 될 말을... 기현이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지 방 안에서 몸부림을 치며 다른 아이들이 오길 기다렸습니다. 멀리서 누군가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리고 커다란 목소리로 한결이가 도착을 알렸습니다.
"재혁이 형아, 오늘 못 온대요."
그러면 예슬이는 올 것 같아서 아이들에게 좀 더 기다려 달라고 했습니다. 한결이는 책을 꺼내서 읽네요.

40여 분 지났는데도 다른 아이들이 오지 않아서 그냥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저도 기다리기 지겨웠거든요.



이날 수업은 Machi Koro 마치 코로 (한글판 제목: 미니 빌)을 했습니다. 주사위 게임이긴 한데 카드 콤보와 확률을 생각해야 해서 아이들에게 어렵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만 일단 해보는 거죠.

아이들에게 설명을 했는데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부분들을 몇 개 찾았습니다. 먼저, 주사위 결과와 자신이 구입할 수 있는 카드의 숫자를 연결해서 생각하더군요.
"선생님! 저 3이었으니까 3 카드 사면 되는 거죠?"
이렇게요.

두 번째로, 어른들한테는 별거 아니지만 용어를 어려워 합니다. '한 턴 더 한다', '획득'이라는 말은 초등학교 저학년이 이해하기 쉬운 말은 아니니까요. 차라리 '차례를 한 번 더 한다', '얻는다'라고 했으면 어땠을까요? 뭐, 이렇게 게임을 통해서 새로운 말을 배우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도움이 되겠죠.

첫 번째 게임은 제가 몇몇 카드를 독점하고 10원이 넘는 큰 돈을 여러 번 얻어서 쉽게 끝나버렸습니다. 기현이가 뭔가 해보려고 했는데 끝나버리니까 아쉬워했습니다. 기현이가 저는 빼고 한결이와 둘이서만 하겠다고 했는데 한결이가 반대해서 다시 3인 게임을 했습니다.

두 번째 게임에서는 기현이가 편의점을 독점하다시피 했는데 편의점 대박이 몇 번 터져서 거의 한 턴 차이로 기현이가 승리를 했습니다.


마지막 게임은 한결이와 기현이 둘이서 진행을 했습니다. 한결이는 첫 턴에 기차역을 만들더니 두 번째 턴부터 주사위를 두 개 굴리는 이상한 플레이를 했습니다. 저와 기현이는 놀라서
"왜 두 개 굴려?!"
라고 물었는데 한결이가 별다른 말이 없네요. 아마도 어려서 경우의 수를 계산하기 어려운 건지 모르겠습니다. 몇 턴 지나고 나서 주사위 2개를 굴리면 6이 넘어가는 큰 수만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됐는지 다시 한 개씩 굴렸습니다. 그 사이에 기현이는 편의점을 사 모으고 있었고, 뒤늦게 한결이가 편의점을 2장 정도 끊었는데 기현이가 보라색 카드 바꾸는 건물을 사서 밀밭을 주고 편의점을 다 빼앗아 갔습니다.

이 이후는 기현이의 일방적인 게임이 됐는데, 기현이가 좀 도발적인 말을 해버렸습니다.
"내가 지금 끝낼 수도 있는데, 봐 줬다."
그러면서 일부러 게임을 끝내지 않고 더 많은 카드들을 사 모았습니다. 한결이는 보라색 카드와 빨간색 카드 때문에 어렵게 모은 돈을 빼앗기고 표정도 어두워졌죠. 한결이가 어렵게 어렵게 3번째 주요 건물을 건설하자 기현이가
"이제 끝내야겠다."
면서 네 번째 주요 건물을 건설하고 게임을 끝냈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마저도 기분이 언짢게 만드는 플레이였습니다. 이건 봐주는 게 아니라 가지고 노는 거였으니까요. 옆에서 기현이에게 빨리 끝내라고 여러 번 얘길 했는데 안 듣더라고요. 어려서 승자로서 우월감을 느끼는 것만 알고 지켜줘야 할 패자의 자존심은 아직 모르나 봅니다.

한결이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선생님, 한 번만 더 해요..."
라고 했는데, 이미 3시가 되어 버렸고, 한 게임 또 해도 한결이가 일방적으로 질 것 같아서
"이 게임은 한결이가 하기에 어려운 것 같아요."
라며 수업을 끝냈습니다. 한결이에게 기현이는 좋은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기현이가 게임을 조금 더 잘해서가 아니라요.


보드게이머 육성 프로젝트, 아이 잼 어른 잼 제16화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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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의 맨얼굴은 아름답지 않다



마운티드 클라우드 주간 게임 리뷰 IV입니다. 162번째 게임은 이름과 달리, 푸르지 않은 얼음의 땅, Greenland 그린란드입니다.


여기, 사람이 산다

덴마크령에 속했다가 2009년에 독립한 그린란드는 캐나다에 가까운 섬입니다. 10세기 말에 무법자 붉은 에릭이 많은 노르만족이 이곳으로 이주하길 바라며 실제와 달리 "녹색의 땅"이라고 명명한 이후에 일부 노르만족이 그린란드로 왔으나 기원전부터 이곳에 정착하고 적응해 온 이누이트족과 잦은 충돌이 있었습니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들은 각자 노르만족 (바이킹족)과 툴레족 (이누이트족), 투니트족 (도르세트족)이 되어 자기 부족의 생존을 위해 경쟁합니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Chris Currie


영원한 겨울나기

각 라운드는 6단계로 진행됩니다. 첫 단계에서 사건 (환경 변화)가 일어나는데, 장로나 남은 사냥꾼들이 전염병이나 성병으로 갑자기 죽고 지구한랭화가 발생해 땅이 얼어붙고 동물들이 이주를 합니다. 이러한 사건들은 라운드마다 공개되고 바로 해결되는 사건 카드가 지시합니다. 사건은 외부에서 수입되어 들어오는 철을 제외하고는 항상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자연이 주는 예측할 수 없는 시련 쯤으로 여기는 게 좋습니다.

사건이 해결되면 살아남은 부족원들은 우두머리를 따라 일을 합니다. 그들은 식량이나 자원을 위해 사냥을 떠나기도 하고, 평범한 사냥꾼에서 특별한 능력을 지닌 장로로 진급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장군 장로의 지휘 하에 다른 종족의 가축이나 여자를 훔치러 가기도 합니다. 우두머리는 크고 강력하게 생겼습니다. 특히 우두머리는 사냥 굴림에서 자동으로 "1"을 굴리기 때문에 사냥에서 서너 사람 몫을 합니다.

한 카드 (가축이나 여자, 생물군계 등)에 서로 다른 종족이 놓이면 그들은 협상을 할 수 있습니다. 한쪽이 자원이나 가축, 발명품, 여자 등을 받으며 평화적으로 떠날 수도 있지만 협상이 제대로 성사되지 않으면 혈투가 일어납니다.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사냥

사냥과 약탈은 주사위로 해결됩니다. 배정된 사냥꾼들 개수만큼 주사위를 굴리고 (우두머리는 자동으로 "1"이어서 주사위를 굴리지 않습니다) 해당 카드에 지시된 만큼의 명중을 얻으면 그 사냥/약탈은 성공합니다. 이 굴림의 결과로 플레이어는 자원과 아기를 얻습니다 (식량을 얻어서 아기를 낳는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힘들지만 때때로 사냥 굴림의 결과가 그 카드가 요구하는 더블이나 트리플, 쿼드러플 형태가 되면 노획물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냥은 매우 위험합니다. 맹수들이 많아서 주사위를 잘못 굴리면 사냥에 뛰어든 사냥꾼들이 죽기도 하니까요.

잡아온 동물 중에서 길들일 수 있는 녀석들은 가축이 되기도 합니다. 가축이 된 동물들은 추가 비용을 요구하기 때문에 도륙당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축은 추가 식량을 주기 때문에 살려놓으면 아기들이 더 태어납니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Jason


장로와 여자, 발명품의 능력

게임 시작 시에 각 플레이어는 6종류의 장로와, 두세 장의 딸 카드를 가지고 시작합니다. 장로는 서열에 따라 (몰살을 막아주거나 가축화, 도구 제작, 약탈 등) 고유의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사건 해결 단계에서 죽기도 하지만 에너지가 있다면 평범한 사냥꾼들이 장로가 되어 보충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딸들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만약 상대 딸의 능력을 갖고 싶다면 그 여자를 약탈을 해서 남편이 되면 됩니다 (족외혼 풍습이 있습니다). 여자들은 핸드의 크기를 늘려주거나 특정 사냥 시에 다시-굴림을 제공하거나 특정 비용을 줄여줍니다. 하지만 일부일처제라서 새로운 사냥꾼이 어떤 아내를 성공적으로 약탈한다면 원래 남편은 죽습니다.

발명품은 사냥 단계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동물 사냥과 달리 성공하기도 쉽고 위험 요소도 없지만 제약이 있습니다. 사실, 발명품을 구하는 게 아니라 아이디어를 얻어가는 것이어서 (그래서 손으로 가져가야 합니다) 서열 3의 장로의 행동을 통해 테이블에 내려놓고 구현을 해야 그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약탈의 위험도 있고요.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Magnus Percan


그린란드는 3인까지 할 수 있으며, 심지어 1인 게임도 가능합니다. 게임 상자가 작은 편이고 구성물도 많지 않아서 빨리 끝나는 게임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데 실제로는 생각하고 계산해야 할 것들이 있어서 60분 이상 걸립니다. (규칙서의 가독성이 좋지 않아서 규칙이 쉽게 와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규칙서의 뒷부분과 카드에 그린란드의 역사와 생물들이 대한 자세한 내용들도 실려 있어서 읽어본다면 게임에 몰입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린란드는 작년 2014년 출시 이후 꽤 주목을 받은 작품이었는데요. 퍼블리셔인 Sierra Madre Games 시에라 마드레 게임즈는 올해 2015년 10월에 그린란드의 유사한 시스템을 사용하지만 원시인들을 테마로 하는 Neanderthal 네안데르탈을 출시한다고 하니 기대가 됩니다.




참고 사이트:
Greenland @ boardgamegeek.com
http://www.boardgamegeek.com/boardgame/156501/greenland

Sierra Madre Games
http://www.sierra-madre-games.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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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충하면서 털어야 하는 오묘한 카드 게임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Mark Johnson

마운티드 클라우드 주간 게임 리뷰 IV의 161번째부터 climbing 클라이밍 스타일의 새로운 카드 게임들을 소개합니다. 첫 번째 게임은 잘생긴 살쾡이가 그려진 Linko! 링코!입니다.


KK 콤비가 선보이는 오묘한 카드 털기 게임

링코!는 제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두 디자이너, Wolfgang Kramer 볼프강 크라머 씨와 Michael Kiesling 미하엘 키슬링 씨가 함께 만든 카드 게임입니다. 이 게임에서는 1부터 13까지의 숫자가 그려진 카드들을 사용합니다. 숫자가 높을수록 더 강하고, 손에 있는 카드를 모두 털어내면 승리합니다. 그러나 다른 게임들과 다르게 카드를 내고 먹는 규칙이 아주 오묘합니다. 어떻게 다른지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낼 때는 마음대로지만...

각 플레이어는 카드 13장을 받고 시작합니다. 시작 플레이어부터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면서, 각 플레이어는 한 장의 카드, 또는 같은 숫자의 카드들을 여러 장 낼 수 있습니다. 카드(들)은 한 번에 낸 세트 위에 다음 세트를 쌓아올리며 가장 최근에 낸 카드 세트가 보이도록 합니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Steph

만약 다른 플레이어의 맨 위에 있는 세트와 같은 개수이면서 더 높은 숫자인 세트를 낸다면 Snatch 잡아채기를 해야 합니다. 잡아채기를 한 플레이어는 (잡아채기 당한 플레이어가 카드를 보충하며) 잡아채기 당한 카드 세트를 자신의 손으로 가져오거나 잡아채기 당한 플레이어에게 선택권을 줄 수 있습니다. 잡아채기 당한 플레이어가 선택권을 가지면 잡아채기 당한 카드 세트를 그의 손으로 다시 가져오거나 잡아채기 당한 카드 세트를 버리고 버린 만큼의 새로운 카드들을 뽑아야 합니다.

플레이어가 카드를 뽑을 때에는 테이블의 가운데에 진열된 6장의 카드 풀에서 가져오거나 뒤집어져 있는 뽑는 덱에서 가져올 수 있습니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Pongrácz Zsolt


카드를 내고 받을 계획을 세워라

링코!에서는 자신의 카드 13장을 저지당하지 않고 쉽게 털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어떤 세트를 만들어서 낼지 또 어떤 세트를 통해 잡아채기를 당해서 카드를 보충할지를 미리 설계하는 것이 좋습니다.

낮은 숫자이거나 적은 카드 세트는 쉽게 잡아채기 당합니다. 이러한 카드 세트는 카드를 줄이는 것보다는 보충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른 플레이어들이 도저히 만들기 어려운 카드 세트로 손에 있는 카드들을 줄여나가는 것이 더 유리할 것입니다. 이 게임에는 "X"표가 있는 조커가 있는데 카드 세트에서의 카드 개수를 늘리는 데에 사용할 수 있어서 매우 유용합니다.


링코!는 커다란 상을 받지 못했지만 작년 2014년에 Essen 에센 박람회 현장에서 수여되는 Golden Feather Award 황금 깃털상을 받았습니다. 이 상은 규칙서를 잘 만든 게임에 주어지는 것인데요. 실제로 링코!의 규칙서를 읽어보면 적절한 예와 플로우 차트 등이 있어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Henk Rolleman


3주 후에는 클라이밍 스타일 카드 게임들 중
Tichu 티츄를 만나보겠습니다.




참고 사이트:
Linko! @ boardgamegeek.com
http://www.boardgamegeek.com/boardgame/153065/linko

Ravensburger
http://www.ravensburg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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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집트의 신과 인간에 대한 경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Robert Farthing

마운티드 클라우드 주간 게임 리뷰 IV의 160번째부터 alea Big Box 게임들 중 초기 7개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첫 번째 게임은 이집트 배경의 Ra 라 (한국어판 제목 태양신 라)입니다.


신과 인간에 대한 경매

라는 총 3번의 시대 동안 진행되며, 각 시대에서 플레이어들은 여러 타일들을 위해 경매에 참여합니다. 타일들이 항상 이로움을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태양 타일을 현명하게 사용해서 좋은 타일들을 낙찰받아야 합니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차례에 3가지 행동 중 단 하나만 할 수 있습니다:
  1. 주머니에서 타일 1개를 뽑습니다
  2. 신 타일을 원하는 만큼 사용합니다
  3. "라"를 부릅니다


경매와 입찰

라에서는 2가지 방법으로 경매가 발생합니다.
  • 주머니에서 "라" 타일을 뽑습니다
  • 현재 플레이어가 "라"를 부릅니다

위의 행동을 한 플레이어가 경매인이 되고, 경매인의 왼쪽 플레이어부터 자신의 태양 타일을 사용해서 입찰을 할 수 있습니다. 태양 타일에는 1부터 16까지의 숫자 중 하나가 적혀 있으며, 게임의 시작 시에 미리 정해진 태양 타일 조합들 중 하나를 선택해서 가지게 됩니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Ken Lowell

플레이어는 경매 칸에 있는 (0개 이상의) 타일들 모두에 대해 입찰을 합니다. 단, 경매는 Once-around 원스-어라운드 방식이기 때문에 경매인의 왼쪽 플레이어부터 시계 방향 순서대로, 각 플레이어가 최대 1번의 입찰만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장 마지막에 입찰할 수 있는 경매인이 낙찰에 좀 더 유리합니다.

경매에 낙찰받은 플레이어는 경매 타일들 모두를 따게 되고, 대신에 자신이 입찰했던 태양 타일을 게임 보드에 놓여 있던 태양 타일과 맞바꿔서 바꿔온 태양 타일을 뒤집어 놓아야 합니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Don Brandt


시대의 종료와 점수계산

각 시대는 플레이어들 모두가 앞면이 보이는 태양 타일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 또는 어떤 플레이어가 마지막 "라" 타일 칸을 채우면 (그 경매를 하지 않고) 즉시 끝납니다.

이제 그 시대 동안에 플레이어들이 모든 타일들에 대한 점수가 주어집니다. (나쁜 영향을 주는 재앙 타일은 경매로 따는 순간 즉시 처리되어 버려집니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Joe Grundy

신 타일은 2점, 황금 타일은 3점을 줍니다. 파라오는 플레이어 모두가 서로 비교해서 가장 많은 플레이어(들)이 5점씩 받고, 가장 적은 플레이어(들)이 2점씩 잃습니다. 나일강은 그 자체로 아무런 점수가 없지만 범람 타일을 1개라도 가지고 있다면 각 범람 타일과 나일강 타일은 1점씩 줍니다. 사람이 그러진 문명 타일은 한 개도 없다면 5점을 잃어야 하고, 색깔에 따라 3종류를 모으면 5점, 4종류는 10점, 5종류는 15점을 줍니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Dean Rekich
점수 타일들 (좌측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10점, 5점, 1점, 2점)

점수계산이 끝나면 파라오, 나일강, 기념물 타일들을 제외한 나머지 타일들이 게임에서 제거됩니다. 각 플레이어는 자신의 앞에 뒤집어져 있는 태양 타일들을 앞면으로 뒤집고, 가장 높은 숫자의 태양 타일을 가진 플레이어부터 다음 시대를 시작합니다.


전략과 관리에 대한 이해

라는 보드게임 긱에서 10위 정도에 걸쳐 있던 적이 있는 만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었던 작품입니다만 운 요소만 있다고 생각해서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초보자들끼리 라를 시켜보면 자기 턴에 타일을 뽑고, 라 타일이 나오면 경매를 시작하며, 경매는 항상 가장 큰 숫자를 가진 플레이어부터 낙찰을 받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분명 플레이어는 자신의 차례에 3가지 행동 중 하나를 할 수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즉, 주머니에서 타일을 뽑는 행동 이외에 2가지가 더 있다는 것인데요. "라"를 부르면 경매인이 되어 경매가 시작됩니다. 위에서 얘기한 대로 경매인이 되면 가장 마지막에 입찰할 수 있어서 유리합니다. 그리고 경매 타일이 8개가 다 차기 전에 경매가 일어나면 무언가 달리지는 게 있죠.

태양 타일은 (게임 종료 시에 보너스/페널티가 있을 뿐 아니라) 숫자가 낮으면 낮은 대로, 높으면 높은 대로 쓸모가 있습니다 가장 높은 숫자의 타일을 가진 플레이어는 타일 8개 모두를 따기 쉽습니다. 그래서 나머지 플레이어들이 생각없이 계속 타일을 뽑아주면 그 플레이어에게 점점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그가 그 가장 높은 숫자의 타일을 낭비하게 만들면 나머지 플레이어들이 상대적으로 이익을 가져갑니다. 그렇게 하는 방법은 8개가 다 차기 전에 경매를 시작하는 것이죠.

낮은 숫자의 타일로는 경매에 낙찰받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어차피 낙찰받기 어려우니 경매를 부담없이 쉽게 시작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서 신 타일이나 범람 타일이 소수 깔려 있다면 "라"를 불러서 경매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다른 플레이어들은 낮은 숫자를 가진 플레이어에게 양보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그보다 높은 숫자로 (그 몇 개 안 되는 타일들이라도 따기 위해) 입찰하게 됩니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Chris Norwood
"라"를 부를 때에 사용하는 라 피규어

그리고 신 타일도 꽤 쓸만 한데, 플레이어는 자기 턴에 그 신 타일을 버리고 경매 타일 칸에 있는 신이 아닌 아무 타일을 가져올 수 있어서 중요한 순간에 큰 이익을 줄 수 있습니다. 나일강 타일을 여러 개 가지고 있다면 신 타일 1개를 희생해서라도 범람 타일을 가져오는 것이 훨씬 더 큰 이익이고, 3종류 이상의 문명이나 7종류 이상의 기념물을 모아서 보너스를 받고자 한다면 신 타일은 매우 유용할 수 있습니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Joe Grundy
8가지 신 타일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ackmondual
게임 종료 시 보너스 점수를 주는 8가지 기념물들


종종 어떤 플레이어는 경매를 자주 시작해서 다른 플레이어들이 (주어진 낙찰 기회를 다 사용하고) 시대에서 빨리 나가도록 유도하는 훌륭한 전략을 사용합니다. 남은 플레이어는 혼자 게임을 진행하는데, 자신이 원하는 대로 타일을 뽑거나 혼자 입찰해서 타일들을 다 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운을 믿은 나머지 마지막 "라" 타일이 나올 때까지 낙찰받지 못하면 경매없이 그대로 시대가 끝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3주 후에는 알레아 빅 박스 게임들 중
Chinatown 차이나타운을 만나보겠습니다.




참고 사이트:
Ra @ boardgamegeek.com
http://boardgamegeek.com/boardgame/12/ra

alea
http://www.aleaspiele.de

Rio Grande Games
http://www.riograndega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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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의 마지막 일요일이었습니다. 집에서 쉬고 싶은 마음도 크지만 아이들을 만나러 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날씨가 추웠는데도 아이들은 건물 밖에서 제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외쳤습니다.
"선생니~~임!!"
아이들에게 인사를 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죠.

재혁이와 예슬이, 한결이 이렇게 세 명만 있어서 저까지 네 명이서 주사위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카드 게임 버전에 비해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주사위처럼 정육면체 모양의 귀여운 상자가 마음에 드는 Keltis: Das Würfelspiel 켈티스 주사위 게임입니다. 규칙을 설명했는데, 게임 자체가 어렵지 않아서 아이들이 다 이해한 눈치입니다.

아이들은 뭔가 자신의 상상 속에서 만화 속 주인공처럼 주문을 외우고 던지면 주사위 결과가 더 잘 나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평범하게 굴리지 않고 각자 어떤 포즈나 커다란 외침을 하더라고요. 그 때문에 아이들이 손바닥 사이에서 계속 비비느라 주사위에 땀이 묻고, 땅바닥에 데굴데굴 굴러서 먼지도 많이 묻어서 집에 돌아온 후에 물티슈로 박박 닦았다는 건 비밀입니다.


첫 게임이 한창 진행 중인데 한결이 친구 진모가 왔습니다. 아이들이 게임을 하고 있는 걸 중단시키기 좀 그래서 계속 하고 끝나면 네 명이서 같이 하라고 했죠. 그런데 진모가 심심했는지 자기가 가져온 플라스틱 딱지 (?) 같은 걸 꺼내서 자랑을 하더군요. 신기한 게 뒷면에 QR 코드같은 게 있어서 따로 사용하는 용도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재혁이가 진모와 얘기나누는 걸 들어보니 스마트폰에서 그 QR코드를 스캔하면 스마트폰용 앱에서 그 딱지에 그려진 몬스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하네요. 신기했습니다. 아무튼 둘은 이야기가 잘 되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지 않은 진모가 딱지 몇 개를 스캔할 수 있게 해준다고 했죠.

첫 번째 게임이 끝나고 진모한테 게임을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나머지 아이들은 이 몇 분을 못 기다려서 방 안을 뛰어다니거나 한쪽에 있던 기타를 퉁기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꽤 소란스러웠는데 이때 아이들을 자제시켰어야 했나 싶더라고요. 아무튼 진모가 알아들었다고 해서 저를 빼고 아이들 네 명이서 게임을 하라고 시켰습니다. 진모가 먼저 시작했는데 그 특유의 표정으로 저를 뚫어져라 쳐다봤습니다.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는 뜻이죠. 한 게임을 먼저 해본 나머지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면서 친절하게 (?) 잘 알려주었습니다. 그래도 자기 스스로 규칙을 이해하지 못하면 다른 아이들이 가르쳐주는 대로 하는 것을 알아듣지 못해서 게임에 재미를 못 느낄 수 있습니다. 자기가 하는 게임이 아니라 남이 하라는 대로 하는 게임이 되어 버리니까요.

아무튼 진모는 게임을 하는 것보다 남하는 걸 방해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는지 재혁이 차례 때에 비매너 플레이를 했습니다. 재혁이가 주사위를 굴리려고 하자 옆에서
"망해라, 망해라..."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평소에 잘 웃는 재혁이도 도가 지나쳤다고 생각했는지 목소리를 낮추며
"야, 하지마라."
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재혁이 차례에도 진모는 그렇게 하고 보다 못해 제가
"다른 사람할 때에 방해하지 말아요."
라고 중재를 했습니다. 그런데 진모가 재혁이에게 주사위를 넘길 때에 신경질적으로 던져주더군요. 그러면서 둘 사이에 신경전이 더 심해졌습니다. 결국, 진모는
"딱지 안 줄 거야! 절대 안 줄 거야!"
라며 재혁이와의 약속을 깨버렸습니다. 반 분위기가 묘해졌죠.

진모는 한 발 더 나아가 게임을 하는 둥 마는 둥 했습니다. 저도 참던 게 폭발했죠.
"진모, 방에서 나가. 수업 제대로 안 할 거면 집으로 돌아가."
진모는 그 표정으로 저를 뚫어져라 쳐다 봤습니다.
"일이 있어서 수업에 늦게 오는 것까지는 내가 뭐라고 안 하는데, 다른 사람 방해하고, 게임 열심히 안 할 거면 그냥 집에 있는 게 나아. 그러니까 다음 시간부터 수업에 오지 마."

뭔가 제가 마카다미아 급 발언을 해버렸습니다. 아이들이 어리니까 게임을 이해하지 못 할 수도 있고, 어린 마음에 장난이 심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 날은 진모가 도가 지나쳤다고 생각했습니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 나머지 아이들은 게임을 끝냈고 저마다 제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먼저 집에 가도 되냐며 집으로 돌아간 진모를 제외하고요.


보드게이머 육성 프로젝트, 아이 잼 어른 잼 제15화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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