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Mounted Cloud
,
Posted by Mounted Cloud
,
Posted by Mounted Cloud
,
Posted by Mounted Cloud
,
Posted by Mounted Cloud
,
Posted by Mounted Cloud
,
Posted by Mounted Cloud
,
Posted by Mounted Cloud
,
Posted by Mounted Cloud
,
참을 수 없는 "취향"의 가벼움

안녕하세요? skeil입니다.
남부지역 순회방문 프로그램을 벌써 다섯 번째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왜 이걸 하게 되었냐 하면

영화 "어벤져스"에서 닉 퓨리가 했던 대사처럼...

한 아이디어가 있었지... 블라블라블라

꽤 오래 전에 있었던 커뮤니티에서의 설전 때문이었습니다.
지방에 살고 계신 몇몇 분이 댓글로 '지방의 설움... ㅠㅠ'이라는 말을 하셔서
그게 저의 호기심을 자극했죠.
제가 수도권에만 있었기 때문에 비(非)수도권 지역의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그러면 내가 직접 가 봐야겠다!'
라고 마음을 먹게 된 거었고,
"반지 전쟁"이라는 접근성이 좋지 않은 게임을 전파하려는 계획과 합쳐져서
어벤져스...가 아니라 "남부지역 순회방문"이라는 걸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 휴가가 아직 시작된 게 아니어서 이 프로그램의 다섯 번째 시즌을 아직 시작한 건 아닌데요.
다른 이유로 만난 게이머 한 분과의 이야기가 이 프로그램의 취지와 조금은 맞는 것 같아서
애피타이저처럼 이야기해 드리려고 합니다.


약 5개월 전에 상콤한주사위라는 분이 올리신 글이 있습니다. (링크)
도미니언 한글판 제품들을 구할 수 있는 건 다 구입해 놨고,
온라인으로만 여러 번 해 봤는데 아직까지 재미를 모르겠다...
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꽤 여러 사람이 댓글을 달았습니다.
한쪽에서는 취향 문제다, 다른 게임 해라라는 댓글을 썼고,
다른 쪽에서는 도미니언의 전략이나 재미 포인트를 설명하는 댓글을 적었죠.
지금에서야 그 댓글들 중에 정답 (?)이 보이는데,
turnover 님과 늑대늘보 님이 오프라인에서 하는 것과 온라인에서 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고 적어 주셨네요. (크~ 통찰력)

저는 다른 분들과 접근을 조금 다르게 해서, 거리가 멀지 않으면 만나서 같이 해 보자고 댓글을 적었습니다. (남부지역 순회방문으로 단련된 저)
다행스럽게도 제가 사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어서 카톡을 통해서 일정을 조율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세 번이나 시도를 했으나 상콤한주사위 님이 시간이 맞지 않으셔서 실패했습니다. 삼Do초려까지 했는데...
세 번 제안했지만 안 되어서 저도 그냥 포기하고 한동안 잊고 지냈는데,
2주 전 즈음에 카톡으로 연락이 왔습니다.
그렇게 해서 상콤한주사위 님이 도미니언을 배우기 위해서 회사 휴가까지 쓰시면서
안양으로 오시게 되었네요. (감사합니다. ㅎㅎ)
제가 지인한테 도미니언 한글판 구판을 싸게 매입해 놓아서 그걸 가져가기로 했습니다.


닉네임이 상콤한주사위이셔서 어떤 분일지 궁금했습니다.

니가 그렇게 상콤해? 진실의... 아니 정신과 시간의 방으로!

오후 2시가 조금 지나서 상콤한주사위 님이 도착하셨는데요.
약간 성시경 느낌의 남자분이셨습니다. 메마른 성시경
인사를 나누고 간단하게 얘기를 한 다음에 도미니언 강습에 들어갔습니다.

대화를 통해서 알게 된 점은,
요즈음 게임보다 예전 게임을 선호하시고,
카드에 텍스트가 많은 게임을 좋아하시지 않는다는 겁니다.



도미니언의 첫 번째 게임 세트의 10종을 꺼내 놨는데, 카드 텍스트를 읽으시더라고요?
'도미니언 해 보셨다고 하지 않았나?'
알고 보니 온라인과 앱으로만 하셔서 실물 카드로 하는 게 처음이라고... (아하!)
그리고 아직은 중간 레벨의 A.I.를 이기는 게 힘들다고 하셨고요.

첫 게임을 같이 하면서 제가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기본 규칙은 알고 계시지만 플레이어가 손으로 직접 해야 하는 것들이 몸에 배어 있지 않아서
얻은 카드를 어디에 놓아야 하는지, 셔플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시더라고요. ㅎㅎ
온라인이나 앱에서는 자동으로 되니까요. (아하!)

첫 번째 게임은 제가 가까스로 동점을 만들고 끝낼 수 있었습니다. (기본기가 있으신데?)
태블릿을 켜서 보여 주셨는데, Slay the Spire 슬레이 더 스파이어를 굉장히 좋아하신다고 하셨거든요.
그러니까 덱 빌딩 게임이 상콤한주사위 님의 취향에 안 맞는 건 아니었던 거죠?



두 번째 게임으로 제가 왕국 카드 세트를 그대로 하고 한 번 더 하시라고 권했습니다.
빅 머니나 엔진 등 도미니언 관련 정보를 조금은 알고 계셨지만
상콤한주사위 님이 아직까지도 도미니언이 좋은 게임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으셨던 것 같았습니다.
이런 질문을 하셨어요.
상대의 플레이에 맞춰서 하는 게 있냐고요.
당연히 있죠! ㅎ
그래서 게임 시작 시에는 선택된 왕국 카드들을 보고 큰 틀을 짜고
게임 도중에 상황에 맞춰서 조금씩 수정하면서 운영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상대 플레이를 계속 지켜 봐야 하고, 카드 카운팅까지 가능하면 더 잘 할 수 있고요.

두 번째 게임은 상콤한주사위 님이 1점 앞선 채로 승리!
빅 머니와 엔진을 적절히 섞어 일찍부터 속주를 따박따박 구입하셔서 그런 것 같았네요.

제가 초보자에게 강습을 할 때에는 민병대를 덱에 안 넣고 하는 편입니다.
배우는 사람이 공격을 덜 받고 온전하게 자기 생각대로 덱을 운영할 수 있게 놔 두려고 하거든요.
민병대로 맞으면 핸드에 카드 3장으로 시작하니까 덱 빌드업도 느리고 이것저것 답답해지니까요.
그래서 꼭 덧붙여서 알려 드립니다.
민병대가 안 좋은 카드여서 안 쓴 게 아니라고요.


세 번째 게임에서 왕국 카드 세트를 바꾸었습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에 도미니언 기본판의 삼대장을 하나씩 단계별로 배우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예배당이 포함된 왕국 카드 10종을 골랐고요.
이전 게임들과는 다르게, 액션을 늘리는 것 없이 1 액션 플레이를 운영해 보시도록 했습니다.

제가 예배당을 일찍 구입해서 최적화를 빨리 하나 싶었는데요.
상콤한주사위 님이 덱에 넣은 관료가 제 핸드를 공격해서
제 덱의 최적화가 굉장히 느렸습니다. ㅠㅠ

어쨌든 재물 카드와 실험실, 시장, 저장고, 모험가로 엔진을 만들고
제 덱에서 구입 2회 이상과 돈 16원 이상을 만들 정도가 되자
저도 승점 카드를 구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원래는 몇 턴 전에 최적화를 끝내고 덱을 더 강화했어야 했는데,
최적화가 조금 덜 된 채로 클로징에 들어가다 보니
덱이 잘 안 돌더라고요. ㅠㅠ

상콤한주사위 님의 덱에 있는 연회가 공작령으로 바뀌어서 승점이 더 올라갈 수 있는 것까지 고려해서
2장 정도 남은 속주를 일부러 구입하지 않고 공작령을 여러 장 구입했습니다.
상콤한주사위 님은 덱 최적화를 거의 안 하셔서 덱이 두껍고 잘 안 도니까
제가 게임 종료를 조금 미루고 승점을 더 채운 건데 그게 적중했네요.

제 셔플이 좀 말려서 예배당을 5번째 턴부터 플레이했고 게다가 관료한테 맞아서 제 덱 최적화가 늦긴 했지만
상콤한주사위 님이 예배당으로 뭘 하는 건지 감을 잡으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덱에 남은 돈 카운팅은 필수)

이걸 통해서 법관, 도둑, 모험가를 직간접적으로 겪으시면서
그 카드들이 신판에서 퇴출된 이유를 깨달으셨습니다. (연회는 퇴출 안 했어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네 번째 게임으로 넘어가면서 왕국 카드 세트를 한 번 더 바꾸었습니다.
이번에는 두 번째 키 카드인 정원을 중심으로 골랐고요.

처음 두 게임을 하면서 덱을 얇게 짜려면 개조가 작업장보다 좋다는 걸 이해하셨는데요.
저는 이번엔 정원을 염두해 두고 작업장을 덱에 넣었습니다.
나온 키 카드에 따라서 덱 설계를 바꿔야 하거든요.
상콤한주사위 님이 덱에 마녀를 2장이나 넣고 돌렸음에도
제가 덱에 해자를 3장 넣고 돌려서 저주를 딱 1장만 먹고 다 막았습니다. ㅋㅋ
덱을 외우고 있으면 다음에 나올 해자를 드로우하지 않고 그냥 놔두면 되거든요.
그러니까 중반에 개조로 마녀를 금으로 바꾸시더라고요. ㅎㅎ

후반에 상콤한주사위 님이 정원을 1장 구입하셨는데요.
저는 미리 세팅해 놓은 덱을 굴려서 한 턴에 정원을 4장 얻었습니다. ㅎㅎ
다음에 정원을 2장 가져가시고, 제가 마지막 남은 정원을 얻으면서
세 공급 더미를 바닥내고 게임을 종료시켰네요.

키 카드가 어떻게 나왔는가에 따라
덱을 극단적으로 얇게 줄일 수도 있고, 반대로 극단적으로 두껍게 늘릴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게 도미니언이죠!



상콤한주사위 님이 화장실에 다녀오시면서 모임 장소에 있는 도미니언 확장을 보셨나 보더라고요.
그래서 확장 넣고 하자고 하셨는데,
저는 기본판을 확실하게 다 떼시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저도 확장을 엄청 좋아합니다.)
아직 선택하지 않은 기본판의 나머지 카드들을 마저 경험하게 해 드리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서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세 번째 키 카드를 배우셔야 했습니다.
바로, 알현실!

이 카드가 어떤 분들에게는 굉장히 난해해서 아예 빼고 게임에서 안 쓰는 분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 생각엔 기본판의 마지막 퍼즐이 알현실입니다.
이걸 쓸 줄 알아야 엔진으로 크게 빵빵 터뜨리는 게 가능합니다.
상콤한주사위 님이 알현실에 대한 동영상을 보신 적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거 제가 올린 거... ☞☜ (링크) (링크)
알현실 쓸 줄 모르시는 분은 위 영상을 시청하시면 이해되실 겁니다.

알현실 원리를 알려 드렸는데, 쉽게 이해하시더라고요.
슬레이 더 스파이어에도 비슷한 카드가 있다고요.
제 느낌에는 바이너리 트리 형식으로 이해하시는 걸 보면 상콤한주사위 님이 개발자이신 것 같아요. ㅎㅎ

상콤한주사위 님은 속주를 따박따박 구입하셨고,
저는 마지막에 크게 터뜨리려고 알현실 여러 장을 포함해서 축제와 도서관으로 콤보를 짜고 있었거든요.

마지막이 될 저의 턴에 저는 핸드에 카드 3장으로 시작했습니다.
축제 먼저 플레이하고 저장고로 핸드에 남은 축제를 버리면서 미라클 드로우를 꿈꿨는데...
그게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도서관이 뜨악! 뜨면서 콤보성 엔진이 쭉쭉쭉쭉 돌고
그 턴에 속주 2장과 공작령 1장, 사유지 1장 얻어서 3점차로 역전승했을 겁니다. ㅎㅎ



이렇게 해서 6시가 조금 넘은 시간까지 도미니언을 4시간 플레이하면서
기본판 (구판)에 대한 팁을 전수해 드렸습니다.
게임 끝날 때마다 재미있으셨는지 여쭤 봤거든요. (이게 가장 중요한 거라)
다행히도 재미있어 하셨고요.
도미니언이 생각했던 것보다 깊이가 있고 연구해 볼 가치가 있다고
말씀하셨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돌아가서, 만약에 제가 상콤한주사위 님의 글을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다면 어땠을까요?
그 글에서 고민하신 것처럼 도미니언 시리즈를 방출하셨을 수도 있고,
귀찮으면 팔지 않고 한쪽에 미뤄 놓으셨을 수도 있겠죠.

제가 당시에 그 글과 댓글을 읽으면서 들었던 의심이 이거였습니다.
"취향" 문제가 확실한가?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보드게임 커뮤니티에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은 보드게임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 상위 몇 퍼센트밖에 안 될 겁니다.
다수는 눈으로 읽기만 하거나 어쩌면 지인들 하고 가볍게 즐기기 때문에 커뮤니티 활동을 거의 안 할 수도 있겠죠.
그래서 그 소수의 사람들의 생각과 의견이 나머지 사람들한테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한 번도 만나 보지 못한 사람이 쓴 몇 줄 안 되는 글 통해서
그 사람의 성향과 상황을 다 꿰뚫어 본다는 게 쉽지는 않죠.

"그 게임이 재미없는 이유는 '성향'에 안 맞아서 그렇다"
라고 결론을 내리기까지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하는데,
때로는 우리가 그런 결론을 너무 쉽게, 너무 일찍 내리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출시되는 게임의 수가 너무 많아지니까
게임 하나하나에 대한 심리적 중량감이 과거에 비해 떨어진 것 같다고 할까요? (그거 아니어도 할 게임은 많아!)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의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요.
누군가가 어떤 게임에서 재미를 못 느낀다라고 하면
세 단계를 거치면서 천천히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① 규칙을 제대로 숙지했는가?

굉장히 기초적인 확인사항인데요.
크고 작은 규칙을 틀리게 플레이해서 게임의 재미가 떨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 과거에 에버델이나 최근에 듄을 잘못 플레이했을 때에 재미를 크게 못 느꼈거든요. (나중에 규칙서 보고 제대로 파악했습니다.)

규칙을 틀리게 한 거 아니냐고 물으면 상대에게 실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말을 못 꺼낼 수도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처음에 짚고 넘어가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약간 첨언하자면, 텍스트가 많거나 비대칭인 게임이어서 운영법을 알아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② 다른 플레이어들이 제대로 플레이했는가?

이건 게임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문제입니다.
게임 도중에 마음이 상해서 플레이를 하는 둥 마는 둥 대충하거나 보복심리로 엉뚱한 사람을 밀어 준다면
게임의 재미를 못 느낄 수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경쟁 게임이지만 참가하는 플레이어가 전부 게임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 하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협력 게임처럼 보일 수도 있겠네요. ㅎ

또는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 난이도를 넘었거나 보드게임에 아예 관심이 없어서 흥미가 없는 경우에도
그 사람도 재미없고 나도 재미가 없을 수 있습니다.
아그리콜라를 하는데, 동물이 귀엽다고 플레이어 본인이 그 동물을 잡아 먹지 않고 그냥 구걸을 선택한다든지요.


③ 취향에 맞는가?

규칙도 다 맞았고 다들 열심히 했음에도 재미가 없었다면
다른 게임 하는 게 낫죠. ㅎㅎ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하고요.
며칠 후에 본격적인 남부지역 순회방문 글로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Posted by Mounted Clou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