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 후드 테마를 입은 국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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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티드 클라우드 주간 게임 리뷰 IV의 159번째는 I Say, Holmes! (Second Edition) 이봐, 홈즈! (2판)The Battle of Five Armies 다섯 군대의 전투에 이어서 영국 소설 기반의 게임들을 다룹니다. 로빈 후드 테마의 블러핑 게임 Sheriff of Nottingham 노팅엄의 지방관입니다.


로빈 후드와 친구들, 존 왕자의 눈을 속여라

플레이어들은 노팅엄의 지방관인 탐욕스러운 존 왕자의 감시를 피해서 시장으로 물품들을 배달하는 무역상이 됩니다. 라운드마다 무역상 플레이어들은 6장의 상품들을 준비해서 자신의 주머니에 담습니다. 이때에 원래 가지고 있던 것들을 버리고 다시 보충해서 넣을 수 있습니다.

그 다음에 각 무역상은 지방관에게 어떤 물품들을 시장으로 가져갈 것인지 신고를 해야 합니다. 신고를 할 때에는 밀수품을 신고할 수는 없으며, 여러 종류를 가져가고 있더라도 한 가지만 말해야 합니다. 또한 주머니에 있는 상품들의 총 개수를 알려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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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관의 검사

라운드마다 한 플레이어가 노팅엄의 지방관 역할을 맡습니다. 지방관 플레이어는 무역상 플레이어들의 신고를 듣고 나서 원하는 만큼의 주머니를 검사할 수 있습니다. 무역상 주머니를 검사하기 전에 주머니의 주인에게 협박을 하며 검사를 면해주는 조건으로 뇌물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뇌물은 금화나 물품, 나중 라운드에서의 호의 등을 조합해서 가능합니다.

만약 검사가 이루어진 후에 주머니 주인이 진실을 말했던 것으로 밝혀지면 지방관이 주인에게 벌금을 지불하고, 그 반대의 경우라면 신고되지 않은 물품들이 지방관에게 압수되며 지방관에게 벌금도 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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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승패보다 상황 몰입

이 게임은 결국 시장으로 가져온 물품들과 금화 보너스 등에 의한 점수로 승자가 가려집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게임에서의 결과보다 처해지는 어려운 상황과 그것을 타개하기 위해 연기를 하는 것에 더 열광하게 됩니다. 어떤 사람은 밀수품을 시장으로 안전하게 가져가기 위해 지방관에게 굽실거리며 뇌물을 건네고, 또 어떤 사람은 지방관으로서 권위적이며 강압적인 태도로 무역상들을 대하게 됩니다. 플레이어들은 권력의 힘을 노팅엄의 지방관을 통해서 즐겁게 체험할 수 있습니다.


재판된 국경에서, 로빈 후드

Hart an der Grenze 국경에서는 멕시코 국경을 넘는 밀수꾼과 검사를 하는 보안관을 테마로 하는 블러핑 게임이었습니다. 이 게임은 오래 전에 절판이 되었지만 특유의 재미와 양철 가방 덕분에 아직도 회자되는 작품이죠. 국경에서는 2011년에 Robin Hood 로빈 후드라는 제목으로 포르투갈어로 재판되었고, 2014년 10월 경에 노팅엄의 지방관으로 다시 재판되었습니다. 혹자는 국경에서에 있었던 양철 가방을 그리워 하며 노팅엄의 지방관의 주머니로 만족을 못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물론 구성물이 더 수려하면 만족감을 주기도 합니다만, 저는 게임은 게임 (규칙) 그 자체로 인정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테마 측면에서 본다면 (로빈 후드 이야기를 안다는 가정 하에) 국경에서보다 노팅엄의 지방관이 훨씬 더 몰입하기 쉽기 때문에 게임을 즐기는 동안에 양철 가방이 없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해외에서는 꽤 좋은 반응을 얻어 재생산이 들어갔다고 하며, 게임 진행을 돕는 스마트폰용 앱으로도 구현이 되어 무료로 다운로드 할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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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사이트:
Sheriff of Nottingham @ boardgamegeek.com
http://www.boardgamegeek.com/boardgame/157969/sheriff-nottingham

Arcane Wonders
http://www.arcanewond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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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에 찬호와 정웅이만 했던 Stone Age 스톤 에이지. 제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플레이를 해서 제가 큰 실망을 했지만, 보드게임 커뮤니티에서 다른 게이머 분들과 나눈 대화를 통해서 마음의 치유를 받고 또 용기를 얻었습니다.

저처럼 게임을 자주하는 게이머들이야, 일꾼 놓기 메커니즘을 쉽게 이해하고 전략을 쉽게 구사할 수 있지만 2주에 한 번 게임하는 초등학교 아이들한테 실망을 하기에 제가 너무 엄격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 번만 더 들고 가서 아이들이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이날엔 정웅이가 몸살로 수업에 나오지 못하고 나머지 세 아이들만 왔습니다. 찬호는 이 게임을 보자마자
"아~ 이거 또 해요?!"
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지난 수업에서 영혼까지 탈탈 털리는 플레이를 해서 다시 기억하고 싶어 하지 않는 눈치였습니다만, 정웅이와 찬호 둘이 너~~무 못 해서 한 번 더 가져왔다고 얘길했죠.

게임 실력보다, 두 반을 통틀어 가장 나이가 많은 찬호한테 기대하는 것도 있고, 좀 달라졌으면 하는 면들도 있는데요. 이를 테면 게임 중에 다른 아이들을 무시하는 발언을 자주합니다. 나머지 아이들이 한두 학년 어려서 따라오는 속도가 느린 건 어쩔 수 없는 건데 좀 심하게 타박을 하죠. (피씨방 가면 중고딩들이 모니터 너머의 누군가에게 던지는 말과 비슷하더라고요.) 표정을 보면 악의는 없는 것 같은데, 악의 없이 습관적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거면 그것 역시 문제죠. 아이들이 덜 와서 제가 같이 게임하게 되면 저보고 빠져달랍니다. 잘할 것 같다면서요. 그래서 제가 돌려 말하지 않고 바로
"너 좀 비겁한 거 아니니?"
라고 했는데,
"네, 저 비겁해요~"
라며 뺀질뺀질하게 대답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수업을 같이 듣는 다른 아이들을 동료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이기고 떨쳐내는 경쟁자로만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지난 수업에 오지 않았던 두 아이에게 설명을 다 하고, 찬호, 민주, 종혁이 순으로 진행했습니다. 게임의 시작 전부터 걱정된 건, 종혁이였습니다. 이 아이는 나머지 아이들보다 어려서인지 게임에 대한 이해가 좋은 편은 아닙니다. 그래서 이해하기 힘들면 저학년 반으로 가지 않겠냐고 권유 아닌 권유를 했었는데 본인이 싫다고 했죠. 정서적으로 타인과의 유대감을 쌓는 법에 많이 서투른 것 같고 혼잣말을 잘해서 다른 아이들이 좀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볼 때가 종종 있습니다. 저는 그 아이의 사정을 모르기 때문에 너무 심하다 싶을 때에만 제재하는 정도뿐이고요. 아무튼 이 날도 종혁이가 설명은 다 알아들었다고 했는데, 이건 좀 아니다 싶은 플레이를 자주 했습니다. (그런데 2주 전에 찬호와 정웅이도 그렇게 했네요. ^^;;)

찬호는 한 번 털리고 느낀 바가 있었는지 이번 수업에는 정석적인 플레이를 했습니다. 제가 크게 놀란 건 민주의 플레이였죠. 첫 게임임에도 (제가 딱히 알려준 것도 아닌데) 찬호 다음으로 마을 건물에 딱 들어가더라고요. 2주 전 아이들의 플레이와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좀 아쉬웠던 건 카드에 너무 신경을 쓰지 않아서 최종 점수계산할 때에 점수가 역전당할 것 같았습니다. (석기시대를 해본 적이 없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최종 점수 보너스가 작게 느껴지니까요.) 그래도 뚝심있게 자원을 열심히 모아서 오두막을 자주 건설해서 점수를 쭉쭉 앞지르더군요. 후반에 카드를 몇 장 사긴 했는데 많이는 아니었습니다. 옆에서 찬호가 얄미운 시누이급 궁시렁 잔소리를 늘어놔서 민주가 꾹꾹 참아가면서 플레이를 했습니다.
"아, 답답하네. 카드 안 사면 진다니까..."
"길고 짧은 건 대 봐야지!!"
민주가 대꾸를 잘 했지만 석기시대를 해본 사람 입장에서 찬호 말이 맞는데 두 아이 앞에서 편들기도 어렵더군요. 결과가 어떨지 뻔히 보여서 마음이 좀 쓰였고요.


결국엔 오두막이 다 떨어져서 게임이 끝났는데요. 점수를 계산해 보니 10여 점의 차이로 찬호가 승리했습니다. 찬호가 이겼다고 좋아했는데 저는 민주가 카드를 적게 구입하고도 높은 점수를 내서 대견스러웠습니다. 게다가 첫 게임이었는데 말이죠.

종혁이는 이미 승리와 멀어져서 두 아이와 반 바퀴 정도 차이가 났던 것 같네요. 그나마 다행인 건 종혁이에게 물어보니 재미있었다고 대답한 거 정도.


보드게이머 육성 프로젝트, 아이 잼 어른 잼 제14화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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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큐브 같기도 쿼클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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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티드 클라우드 주간 게임 리뷰 IV의 158번째는 Crowns 크라운즈DOG Cards 도그 카드에 이어서 Schmidt Spiele 슈미트 슈필의 새로운 게임들을 다룹니다. 알록달록한 타일 게임 Trakkx 트랙스입니다.


타일을 모두 털어라

게임을 시작할 때에 플레이어들은 타일 15개를 뽑습니다. 타일은 상대 플레이어들이 볼 수 없도록 세워놓습니다. 그리고 공용으로 사용할 타일 6개를 추가로 뽑아서 한쪽에 놓습니다.

트랙스의 게임 방법은 Rummikub 루미큐브와 비슷합니다. 자신의 차례에 자신의 타일들을 테이블에 추가하며 보유 타일 개수를 줄이든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페널티로 타일을 가져와서 보유 타일 개수를 늘려야 합니다. 루미큐브와의 차이점은 주머니에서 무작위로 뽑는 방법에 추가로 미리 공개되어 있는 진열 공간에 있는 6개 중 1개를 가져와도 된다는 것입니다. 게임에서 승리하는 방법도 자신이 가지고 있던 타일들을 모두 털어내는 것입니다. (제가 Qwirkle 쿼클을 언급한 이유는 테이블에 내려놓은 타일 조합을 가로 세로 방향으로 계속 확장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시퀀스, 로우, 그룹?

트랙스에서 타일 조합을 언급할 때에 시퀀스와 로우가 나옵니다. 시퀀스는 같은 숫자이면서 서로 다른 색깔의 타일 조합을, 로우는 같은 색깔이면서 연속인 숫자의 타일 조합을 의미합니다.

그룹은 시퀀스나 로우들이 서로 합쳐져 있는 하나의 덩어리를 의미하며, 2인이나 3인 게임에서는 최대 3개의 그룹, 4인 게임에서는 최대 4개의 그룹만 허용됩니다. 루미큐브의 등록과 비슷한 제약으로, 각 플레이어는 자신의 그룹으로만 게임을 시작하고, 그 이후에 다른 그룹에 자신의 타일들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새로운 그룹으로 타일을 놓으려면 기존의 그룹들을 서로 합쳐서 그룹의 수를 줄여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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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퀀스와 로우로 만들어진 그룹


변수를 만드는 행동 타일

루미큐브와 달리, 트랙스에는 조커 타일이 없어서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만 타일들을 줄여나가야 합니다. 대신에 게임 진행에 큰 영향을 주는 2종류의 행동 타일이 있습니다. 시계 방향으로 도는 화살표 그림의 타일은 각 플레이어가 자신의 타일들 중 2개를 왼쪽 플레이어에게 동시에 넘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3" 타일은 아무 다른 플레이어에게 사용해서 그가 주머니에서 타일 3개를 뽑게 만듭니다.


중요한 건 그룹을 병합할 수 있는 능력

트랙스가 가진 위에서 언급한 루미큐브, 쿼클과의 큰 차이는 바로 허용되는 그룹의 수입니다. 루미큐브는 원하는 만큼, 쿼클은 단 하나의 그룹으로 진행을 해야 하지만, 트랙스에서는 최대 플레이어의 수 (2인 게임에서 3개)까지 가능합니다. 그래서 루미큐브에서처럼 개별 조합으로만 계속 낼 수도 없고, 시퀀스와 로우에 대한 제한 (서로 인접한 타일들은 어느 방향에서든 시퀀스나 로우 꼴로 배치가 되어야 하는 것) 때문에 단 하나의 그룹으로만 진행하기도 어렵습니다. (플레이어들은 여러 그룹을 병합해서 자신의 타일을 추가하거나 새로운 그룹을 내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많은 타일들을 손으로 병합하는 과정을 귀찮아하지 말아야 합니다.) 트랙스의 타일은 나무 재질이라서 손으로 만지는 촉감도 좋지만 태블릿용 앱으로 출시한다면 훨씬 더 많은 게이머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참고 사이트:
TrakkX @ boardgamegeek.com
http://boardgamegeek.com/boardgame/165585/trakkx

Schmidt Spiele
http://www.schmidtspiele.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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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군대의 전투" 한글화 자료를 만드느라 일요일 새벽 4시까지 작업하고 잠에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아침에 헐레벌떡 도서관을 향했습니다. (아이고, 졸려...)

도서관 앞에 1학년 한결이 혼자 쌓인 눈을 발로 차며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한결이와 함께 다른 아이들이 올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10분 정도 기다리니까 2학년 재혁이가 왔습니다. 아이들은 딱히 할 게 없어서 책을 펼쳐서 읽더군요. (좋은 습관이죠?) 저도 눈에 들어온 책 (반지의 제왕 마지막 편의 부록 부분)을 열심히 훑었습니다. (번역 맞춰볼 겸 읽었는데 이게 취미인지 일인지... ㅠㅠ)

20분 정도 더 기다리니까 예슬이가 숨을 가쁘게 내쉬며 뛰어 들어왔습니다. 세 명이 모여서 더 기다리지 않고 그냥 시작하기로 했죠.


저학년 반의 7번째 게임은 Pickomino 피코미노 (한국어판 제목은 꼬꼬미노)입니다. 이 게임은 Yahtzee 야찌 스타일의 주사위 게임인데, 그나마 이런 종류의 게임들 중에서는 쉬운 편이어서 이것으로 선택했습니다.

사람들은 주사위가 있는 게임을, 뭐랄까요... 좀 너무 쉬운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맞습니다. 주사위 굴리기 게임은 손으로 주사위를 굴리면 되니까 쉽죠, "물리적"으로만 말이죠. 하지만 야찌 스타일의 게임들에는 플레이어가 더 나은, 더 높은 가치의 조합을 만들기 위해서 어떤 숫자를 잡아야 할지를 선택하는 부분이 있는데, 플레이어 스스로가 "확률"을 계산할 수 있어야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바라는 건 주사위를 잘 굴리라는 게 아니라 그 상황에 맞는 가장 좋은 주사위 숫자를 찾아내는 것이었습니다.


시간 관계 상 3번째 게임을 하다가 중간에 끊었는데, 아이들을 지켜본 소감을 말씀을 드려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게임 외적인 것인데요. 예슬이를 기다리는 동안에 재혁이가 한결이에게
"한결아, 게임 설명 들을 때에... 질문... 설명 다 끝나고 해."
라고 말을 하는 걸 들었는데,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의 입장에서 그 말이 정말 고마웠습니다. 재혁이가 말하지 않았더라도 제가 하려고 했던 말이었거든요. ^^ (2주 전에 Ticket to Ride 티켓 투 라이드를 설명할 때에 중간에 끼어드는 질문들 때문에 무려 40분이나 걸렸어요.) 재혁이 지적 덕분인지 꼬꼬미노를 설명할 때에 한결이의 질문이 거의 없었고, 설명도 10분만에 깔끔하게 끝났습니다. (규칙이 쉬운 것도 있지만) 설명이 끝난 후에 아이들의 이해도도 높았던 걸로 보면 제가 설명을 정~~~~말 잘 하거나 (^^;;;) 아이들이 게임을 이해하는 실력이 나아졌다는 의미겠죠. 어쨌든
"큰 것부터 이해하라"
는 저의 가르침을 아이들이 잊어버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자잘한 규칙과 예는 저의 설명 뒷부분에 나오면서 빈 퍼즐 조각들을 채울 수 있으니까요.

두 번째, 아이들이 확률 계산에 아직은 서툴렀습니다. 아무래도 "확률"에 대한 내용은 초등학교 고학년 때에 배우기 때문에 지금 8, 9세 아이들이 확률 계산까지 하는 걸 바라는 건 저의 욕심이죠. 꼬꼬미노에서는 자기 턴에 숫자 그룹마다 한 번만 잡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턴에 숫자들이 골고루 나왔다면 낮은 숫자 1개짜리를 잡고 나머지 주사위들을 많이 굴려서 높은 숫자들이 더 많이 나오길 기대하는 것이 일반적이죠. (한달 전 수업에서 Las Vegas 라스 베이거스 해본 아이들이 이걸 깨우치더라고요.) 그런데 1학년 아이들은 이것을 반대로 하는 경우가 있어서 제가 당황했습니다. (굴릴 주사위들이 점점 줄어들잖아!)


세 번째는, "관리"가 서툴렀습니다. 게임의 종료 시에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타일에 그려진 애벌레들의 총합으로 승패를 가립니다. 주사위 운이 좋다면 30 이상의 숫자를 어렵지 않게 획득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운이니까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운도 게임의 일부분이니까 플레이어들이 받아들여야죠. 그러나 어렵게 (혹은 운 좋아서 쉽게) 획득한 높은 점수의 타일을 지켜내지 못하고 도로 토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 타일은 다음 턴에 안정적인 플레이를 해서 다른 타일로 덮음으로써 지켜야 하는데, 자신의 또 다른 운을 시험하며 허무하게 반납해 버렸죠.



마지막으로, "균형 맞추기"는 아이들 스스로 깨우쳐 가고 있었습니다. 상호작용이 직접적인 게임에서는 플레이어들이 앞서나가는 플레이어를 공격함으로써 서로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가야 뒤따라가는 플레이어들이 승리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게 됩니다. 영향력 게임 등에서 종종 발생하는 문제인데, '나는 2등이 목표야.'라면서 앞서가는 플레이어를 그대로 놔주고 뒤따라 오는 플레이어들을 짓밟는 사람이 있다면 게임의 중반부터 결과가 결정되어 버리게 됩니다. 게임에서 "순위"가 자신의 최고 우선순위인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좋은 순위 = 좋은 게임"이 될 수가 있지만, 저 같은 사람에게는 "모두의 즐거움 = 좋은 게임"이기 때문에 이미 결과가 뻔한 (이기는 플레이어에게) 가만히 있어도 이겨서 시시하거나 또는 (지는 플레이어들에게) 뭘해도 안 되는 지루한 게임을 함께 했다면 그 게임을 다시 하고 싶어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꼬꼬미노 하면서 1등을 막아야 한다는 걸 의식하면서 플레이 하는 게 보였다는 게 무척이나 반가웠습니다. (아이들에게서 가능성이 보여서 정말 좋았네요.)


보드게이머 육성 프로젝트, 아이 잼 어른 잼 제13화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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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에 숟가락만 얹었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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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티드 클라우드 주간 게임 리뷰 IV의 157번째는 Modern Art 모던 아트Medici 메디치에 이어서 Reiner Knizia 라이너 크니치아 씨의 Knizia auction trilogy 경매 삼부작을 다룹니다. 굴뚝이 없는 산업인 영화 제작을 다룬 게임, Dream Factory 드림 팩토리입니다. (원래 크니차아 경매 삼부작의 마지막 게임이 Ra 라인데, alea 시리즈에서 소개하기 위해 드림 팩토리로 대체했습니다.)


영화 대본을 완성하기 위해 경매한다

각 플레이어는 영화 대본 3개를 받고 시작합니다. 각 영화 대본에는 필요한 타일들이 지시되어 있습니다. 타일은 감독이나 배우, 카메라, 음악, 특수 효과 등입니다. (영화 대본마다 필요한 종류와 개수가 다릅니다.)

영화에 필요한 것들을 얻으려면 경매를 해야 합니다. 경매는 플레이어의 돈 토큰으로 지불되며, 최고 입찰자가 낙찰을 받으면 나머지 플레이어들은 낙찰자가 낸 돈 토큰을 공평하게 나눠서 받습니다.

플레이어는 얻은 타일들을 낙찰된 플레이어의 영화 대본 보드의 (해당하는 종류의) 빈칸에 놓거나 (미완성 영화 대본의) 같은 종류의 타일을 덮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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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감독을 먼저 만나고 나머지를 구한다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감독이 필요하죠. 그래서 가장 먼저 높은 가치를 지닌 전설적인 감독을 섭외하기 위해서, 플레이어들은 경매를 벌입니다. 그 다음에 다른 장소들을 방문하면서 차례대로 경매를 합니다.

파티장에서는 경매가 일어나지 않고, 영화제작자들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만나며 섭외를 합니다. 이곳에 도착하면 미리 정해진 개수의 타일들을 공개하고 배우와 스타 개수의 총합이 높은 플레이어부터 순서대로 원하는 타일 1개를 골라서 가져갑니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François Haffner


영화를 완성하라, 더 빨리 또는 더 좋게

영화 대본에 있는 빈칸이 모두 채워지면 그 영화는 완성이 됩니다. 완성된 영화의 별 가치의 총합만큼의 평점 마커를 가져오고 남은 추가 영화 대본도 획득하게 됩니다.

이 게임은 일년 네 번의 사분기 동안 진행되는데, 처음 세 사분기에서는 영화 장르마다 두 가지에 대해 시상이 이루어집니다. 해당 사분기에 완성된 파란색의 드라마 장르, 초록색의 액션 장르, 빨간색의 코미디 장르마다 가장 빨리 완성한 영화와 가장 평점이 높은 영화는 트로피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 사분기에는 가장 빨리 완성된 영화와 가장 평점이 높은 영화에 대한 시상 대신에 장르별 게임 전체 중에서 가장 평점이 높은 영화에 대한 보상이 주어집니다. 그리고 추가로 최고 감독상 (가장 높은 감독 총합)과 최악의 영화 (가장 낮은 총합)에 대한 시상도 있습니다.



게임의 종료 시에는 수상한 트로피의 가치와 남은 돈 토큰의 총합이 자신의 점수가 됩니다.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 플레이어들은 영화의 완성을 통해 트로피를 획득하거나 또는 좋은 경매 기술로 상대가 큰 비용을 내고 물품을 낙찰받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있지만, 돈 토큰을 얻는 것만으로는 게임에서 승리할 수 없기 때문에 영화를 완성해서 트로피를 얻는 데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 게임에서 영화를 완성하다 보면 다작 (多作)의 왕이라고 불리는 크니치아 씨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많이 만들다 보면 큰 것 하나가 걸리니까요.




참고 사이트:
Dream Factory @ boardgamegeek.com
http://www.boardgamegeek.com/boardgame/904/dream-factory

Filosofia Édition
http://www.filosofiaga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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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밤 늦게까지 보드게임을 하고 지하철 막차를 타고 집에 들어갔습니다. "5분만 더! 5분만 더!"를 외치며 허니버터칩만큼 달콤한 늦잠을 자고 싶은 일요일 아침, 짐을 챙기고 도서관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오후 1시. 5학년 찬호와 4학년 정웅이만 있었고 나머지 아이들이 오지 않았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항상 아슬아슬하게 도착했던 민주가 10분이 지나도록 오지 않아서 수업을 그낭 시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학년 반 5번째 게임은 Stone Age 스톤 에이지입니다. 주사위 굴리기와 일꾼 놓기 방식을 사용하는 독일식 보드게임인데요. 고학년 아이들이 일꾼 놓기를 얼마나 잘 이해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일부러 이 게임을 선택했습니다.

설명을 시작하려고 게임 보드를 딱 펼쳤는데 뜬금없이 찬호가
"선생님, 이거 구석기시대에요, 신석기시대에요?"
라고 물어보는 게 아니겠어요? 다행히 몇 달 전까지 이노베이션이라는 문명 게임에 심취해 있어서 인류역사를 좀 훑어본 기억으로
"농사를 짓는 거 보니까 신석기시대 같은데?"
라고 둘러댄 거에 가깝게 대답을 했습니다. 어른들끼리 게임을 할 때에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게임 배경인데 아이들은 이런 것에도 신경을 쓰나 봅니다.

석기 시대의 큰 규칙은 무척 쉽습니다. 네 단계 정도밖에 없고, 일꾼 놓고 주사위 굴리고 밥 먹이고 빈칸 채우고 이정도잖아요? (너무 대충 설명했나요? ㅎㅎ) 아이들도 이 게임이 쉽게 보였는지 게임 설명 도중에 자꾸만 빨리 시작하자고 했습니다. 그래도 마을 안의 건물들의 중요성과 점수를 획득하는 방법들은 한 번 더 강조하는 게 좋겠다 싶어서 좀 뜸을 들였는데 아이들의 인내심이 다 됐나 봅니다.


아이들이 둘뿐이어서 저까지 세 명이서 진행을 했죠. 제가 처음, 정웅이가 두 번째, 찬호가 세 번째였습니다. 저는 일단 농사 칸에 놨는데 아이들은 마을 건물에는 관심이 없고 돌을 캐러 나가는 게 아니겠습니까? 으잉? 문명 카드에도 관심이 없어서 저만 카드를 찜했습니다. 이러면 게임의 결과가 뻔해지는데 말이죠.

몇 라운드 진행하니까 아이들이 밥 먹이기의 압박을 느끼는지 정웅이가 먼저 농사 칸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찬호는 그래도 그냥 사냥 칸에 가서 밥을 구하고 부족하면 자원을 먹이더군요.

아이들의 진행은 단순했습니다.
마음에 드는 오두막을 정한다 -> 자원을 캔다 -> 오두막을 건설한다 -> (반복)...


저는 게임을 하면서 맥이 빠져 버렸습니다. (게임의 결과가 뻔히 보였으니까요.) 그래도 석기시대가 아이들한테는 쉬운 게임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이들이 그날 벌어 그날 다 쓰고 하얗게 불태우는 식으로 일차원적인 플레이만 보여줬네요. 아이들이 왜 그렇게 했을까에 대해 고민을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봤을 때에 아이들은 분명 점수를 내는 루트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즉각적으로 눈에 보이는 큰 점수를 주는 루트 (오두막 건설)이 눈에 보이지 않는 큰 득점 루트 (문명 카드)보다 더 커 보였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게임이 언제 끝날지 (아이들 스스로) 계산할 수가 없어서 건물로 점수를 바로바로 먹는 게 더 확실해 보였겠죠.


또한 게이머가 아닌 어른들에게 가르쳐줄 때에 흔히 놓치는 부분들이 생각났는데요. 첫 번째로, "지속적인 효과"를 과소평가한다는 것입니다. 석기시대는 전형적인 일꾼 놓기 게임이어서 일꾼이 많을수록 유리하며 일꾼 수에 비례해서 부담을 주기 위해 라운드마다 밥을 먹이는 유지 비용이 있습니다. 그 유지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면 당연히 일꾼을 늘리지 않는 것이 더 나은데, 석기시대에서는 농사를 통해서 아주 쉽게 영구적으로 유지 비용을 낮출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은 몇 라운드를 겪고 나서 이걸 깨달은 것이죠.

두 번째로, 자신의 운을 과대평가한다는 겁니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니까 오늘 게임도 잘될 것이다.'라는 과신을 하고 운이 좋지 못할 때를 전혀 대비하지 않는 경우가 있죠. 석기시대에서는 주사위 운을 조금 상쇄해주기 위해서 돌도끼를 개발할 수 있지만 아이들은 자신의 운을 너무 믿었던 것 같습니다.

세번째로,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합니다. 반드시 먼저 해야 할 것과 나중에 해도 상관없는 것을 거꾸로 합니다. 좋은 효과를 가지는 마을 건물을 나중에 들어갈 생각을 하고 자원 채취나 사냥 칸에 먼저 들어갑니다. 심지어 시작 플레이어일 때에도요. 내가 한 번 안 해서 남이 한 번 하면 서로 2번의 차이로 벌어지게 되는데, '내가 안 하면 남도 안 하겠지.' 이렇게 순진하게 생각하는 걸까요? ^^;;


제가 아이들보다 170여점을 더 앞선 채로 끝이 났지만 기분이 좋지 못했던 하루였습니다. 아그리콜라에 대한 기대는 당분간은 접어둬야 할 것 같네요.


보드게이머 육성 프로젝트, 아이 잼 어른 잼 제12화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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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함께 제때에 돌아온 호빗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Ralf Schemmann

마운티드 클라우드 주간 게임 리뷰 IV의 156번째는 I Say, Holmes! (Second Edition) 이봐, 홈즈! (2판)에 이어서 영국 소설 기반의 게임들을 다룹니다. J. R. R. 톨킨의 소설 "호빗" 테마의 전투 게임 The Battle of Five Armies 다섯 군대의 전투입니다.


5인이 아니라 2인 전용 전투 게임

다섯 군대의 전투는 "호빗"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최대 전투입니다. 이 싸움에 드워프, 인간, 엘프 세 종족이 서로 보물을 놓고 크게 다투는 사이에 오르크와 와르그, 고블린, 큰 박쥐가 쳐 들어오고, 마지막에 안개 산맥의 독수리들 그리고 곰으로 변신할 수 있는 베오른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는 자유민족 플레이어가 드워프와 인간, 엘프, 독수리 모두를, 암흑군단 플레이어가 고블린과 오르크, 와르그, 박쥐 모두를 조종합니다. 공식적으로 2인 게임이고 아직까지 여러 명을 위한 변형규칙이 없습니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Grant Johnson
자유민족 (아래쪽)과 암흑군단 (위쪽) 부대 피규어들


달라진 게임 턴 단계

이 게임에는 시스템을 거의 그대로 옮겨온 War of the Ring: Second Edition 반지 전쟁: 2판의 단계와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첫 번째 단계는 "회수하기"로서 이전 턴에 사용했던 행동 주사위들을 회수하고 카드 2장을 뽑는데, 각 플레이어는 공용 사건 덱에서 1장과 자신의 설화 덱에서 1장을 뽑게 됩니다.

두 번째 단계는 새로 생긴 "장군의 활성화"입니다. 이 게임에는 원작의 주요 인물들을 피규어와 인물 카드로 묘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들 중의 일부는 "장군" 능력을 가지는데, 이 두 번째 단계에서 활성화 토큰을 받으면 나중에 그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활성화된 장군의 수만큼의 지도력 토큰을 받아서 즉시 배치할 수 있는데, 이 토큰들은 "반지 전쟁"에서의 지도자/나즈굴 역할을 하지만 게임 턴이 끝날 때마다 제거된다는 점이 다릅니다.

세 번째 단계는 이 게임의 가장 중요한 시스템인 "숙명"입니다. 숙명은 일종의 운명적 시계입니다. 숙명 트랙의 칸들 중 일부에는 자유민족의 주요 인물 몇 명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암흑군단 플레이어는 이 단계 동안에 숙명 토큰을 뽑아서 그 토큰에 적힌 숫자만큼 숙명 마커를 전진시킵니다. 그 마커가 도달한 인물은 준비 상태가 되어 게임에 등장할 자격을 얻습니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Mark Chaplin
숙명 타일들

네 번째 단계는 "암흑군단 지도력"으로서, 암흑군단 플레이어는 큰 박쥐와 암흑군단 토큰을 조합해서 배치합니다.

다섯 번째 단계는 "행동 라운드"입니다. 이것은 "반지 전쟁"에서의 4단계와 5단계를 합쳐놓은 것과 같습니다.

마지막 단계는 "턴의 종료"이고, 이때에 게임 보드에 놓인 지도력 토큰들과 장군들에 놓인 활성화 토큰들을 치워서 정리합니다.


지형지세의 활용과 빠른 이동

다섯 군대의 전투에는 국가 개념 대신에 영토가 있습니다. 그리고 전투에 영향을 주는 지형도 있습니다. 부대마다 선호하는 지형이 다른데, 전투 지역을 자신의 선호 지형으로 갖는 부대들의 개수를 비교해서 지형 우세를 가지며 그에 대한 보너스로 사건 카드 1장이 주어집니다. 또한 여울을 가로지르는 공격이나 산을 오르는 공격은 "반지 전쟁"의 도시/요충지에서의 전투와 같은 벌칙을 받아야 합니다. 이 게임에서의 요충지는 반지 전쟁과 달리, 일정 피해를 입으면 부숴지는데 그 전까지만 방어군을 보호해줄 수 있습니다.

"반지 전쟁"에서의 군대 이동은 기본이 1지역이었지만, 이 게임에서는 총 2지역까지 가능합니다. 인물 행동 주사위 결과로 할 수 있는 "신속 이동"은 2지역까지 이동할 수 있고, 인물이나 군대 행동 주사위 결과로 하는 "공격"은 1지역까지 이동한 후에 인접한 적군을 공격할 수 있게 바뀌었습니다. 이동 포인트가 좀 더 많기 때문에 군대들은 빠르게 이동하지만, (인물이나 지도력 토큰에 의한) 지도력을 가져야 기동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완충 역할을 하는 피해 토큰

"반지 전쟁"에서와 달리, 다섯 군대의 전투에서는 상대가 얻은 명중마다 부대가 바로 죽지 않고, 피해 토큰이 축적됩니다. 군대에 축적된 피해 토큰이 그 군대의 부대들의 수를 초과하면 부대 1개를 제거해서 피해 토큰 2개를 제거해야 합니다.

부대 피규어의 소집이 쉽지 않기 때문에 부대를 잃는 것은 큰 손실입니다. 플레이어들은 군대에 쌓인 피해 토큰들은 새로 도입된 (소집 행동 주사위를 사용해서) "결집" 행동을 통해 제거할 수 있습니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Henk Rolleman
자유민족 군대에 놓인 피해 토큰


달라진 입장 - 시간을 끌면 자유민족이 승리한다

"반지 전쟁"에서 자유민족 피규어들은 죽은 후에 다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소모전을 벌이면서 시간을 끌면 암흑군단 플레이어가 승리하게 되었습니다. 반면에 이 게임에서는 게임 턴마다 전진하는 숙명 마커 때문에 시간을 끌면 자유민족이 승리하게 됩니다.

게임 초반에는 병력 수가 더 많은 암흑군단이 게임 보드의 가운데에로 쉽게 진출하고 점령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군에게 원거리 공격을 할 수 있는 간달프와 스란두일의 우수한 장군 능력으로 암흑군단 군대를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게다가 숙명 마커가 전진함에 따라 빌보 배긴스와 참나무방패 소린, 독수리들의 왕, 그리고 전투를 끝낼 베오른이 등장하는데, 이들의 도움으로 자유민족은 암흑군단에게로 넘어간 전세를 뒤집는 게 가능합니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Rolleman
적군에게 마법의 블라스트를 발사하는 간달프


3주 후에는 영국 소설 기반 게임들 중
Sheriff of Nottingham 노팅엄의 지방관을 만나보겠습니다.




참고 사이트:
The Battle of Five Armies @ boardgamegeek.com
http://www.boardgamegeek.com/boardgame/135219/battle-five-armies

Ares Games
http://aresgames.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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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새벽에 요즈음 화제인 드라마 "미생"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TV 프로그램을 챙겨보는 편이 아닌데, 지인이 정말 재미있다며 추천을 해서 보게 됐죠. '한두 편만 보고 자자.'로 시작했는데 4편을 연달아 봐서 아침 7시 반까지 보게 됐습니다. 덕분에 주말에 피로가 쌓여서 그날 모임에도 늦게 나가고 다음날 보드게임 수업에도 지각을 했네요. (핑계죠, 뭐.)

아무튼 비가 부슬부슬 내리다가 그친 아침에 정신이 없었는지 버스에 우산을 놓고 내렸지 뭡니까. 몇 년 사이에 우산 잃어버린 일이 한 번도 없었는데 말이죠.

도서관에 가까워지니까 아이들이 저를 알아봤는지 소리를 질렀습니다.
"선생님이다!"

과자를 하나 들고 온 재혁이가 저한테 먹으라고 했는데, 저는 수업 중에 아이들하고 나눠 먹자고 했죠.

아이들 5명이 이미 모여 있었고, 제가 도서관 문을 열자마자 우르르르 쏟아져 들어갔습니다. 언제나처럼 제 수업 원칙을 얘기했죠.
  1. 게임을 망가뜨리지 않아야 한다
  2. 정정당당하게 해야 한다
  3.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 해야 한다
  4. 서로 즐겁게 해야 한다



저학년 반의 6번째 게임은 Ticket to Ride 티켓 투 라이드입니다. 가끔 티켓 투 라이"더"를 찾는 분이 계시던데, 그런 게임 없습니다. (카트 라이더를 찾으시는 게 아닌지.)

티켓 투 라이드는 룰이 4쪽밖에 안 되는 매우 간단한 게임입니다만, 저학년에게 설명하면 그렇지 않더군요. 2학년 아이들은 알아듣는데, 1학년 아이들이 따라오는 속도가 느릴 뿐더라 질문을 쏟아내느라 제 설명이 계속 끊기는 겁니다. 설명을 끝까지 들으면 다 나오는 내용인데 뭐가 그렇게 궁금해서 계속 물어보는지... 너무 흐름이 끊겨서 제가 목소리를 높이면서
"크고 중요한 것부터 이해해요! 질문하는 건 좋은 건데, 불필요한 질문하는 건 안 좋은 거에요!"
라고 말해 버렸습니다. 저도 좀 울컥했나 봅니다.

사람은 큰 것부터 작은 것 순으로 이해합니다. 그래서 컴퓨터 운영체제도 그에 따라서 tree 트리 구조로 되어 있죠. 큰 항목이 있고, 그 아래에 작은 항목이 배열되는 식으로요. 그래서 큰 줄기부터 작은 줄기, 잎사귀식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심지어 나무를 그릴 때에도 말이죠.

우여곡절 끝에 설명이 끝났는데, 설명 시간이 무려 40분이나 걸렸습니다. 5분이면 끝날 것을 말이죠. 그때가 1시였어요.


한결이, 진모, 기현이, 재혁이, 예슬이 순으로 진행을 하기로 했는데, 한결이가 또 모르겠답니다. 제가 불필요한 질문을 많이 한다고 말하는 게 이런 이유입니다. 자잘한 걸 먼저 이해하려고 하니까 정작 자기 턴에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3가지를 기억하지 못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진모부터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은 열차 카드를 뽑기 시작했습니다. 두 바퀴 정도 돈 후에 기현이가 지도 한 가운데에 있는 남북 방향 회색 루트를 점유합니다. 알고 했는지 모르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 남북 방향 회색 루트는 굉장히 중요한 것이죠.

한결이는 게임 초반부터 기관차 카드 (조커)에 대해서 계속 질문을 합니다.
"조커 3개면 버리는 거에요?"
"진열되어 있는 조커가 3개 이상이면 진열되어 있는 걸 다 버리고 새로 깐다고요."
"아!"
그리고 10여 분 뒤에 똑같은 질문을 또 합니다. 그리고 또 하고요. 게다가 자기가 놓은 기차 피스가 흔들려서 조금이라도 각이 바뀌면 테이블 반대편으로 뛰어가서 그 각을 다시 맞춰놓고 오네요. 아, 제발 큰 것부터 이해했으면 좋겠어요.

한결이와 같은 1학년인 진모도 계속 신경이 쓰이게 합니다. 이 아이는 (악의적인 건 아닌데) 눈을 부릅 뜨면서 왠지 모르게 궁서체로 만화 캐릭터처럼 진지하게 말한다고 할까요.
"저는 계속 카드만 뽑을 거에요!"
"수업 전에 말한 4가지 생각나요? 3번째가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는 거에요."

그리고 게임 중반에
"이 (목적지 티켓) 카드 버릴게요!"
"이거 못 버려요. 게임 시작 전에 1장 버릴 수 있는 거에요."
"아, 왜 이제 알려줘요!"
"게임 시작할 때 얘기했어요. 설명할 때 안 듣고 딴소리 하지 말아요."

초등학교 1, 2학년의 작은 손으로 열차 카드 뭉치를 한 번에 쥐기에 어려움이 있어서 티켓 투 라이드 아시아 맵에 있는 카드 홀더를 가져왔습니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첫 수업에서 카드를 과감하게 구겨버린 기현이가 신경쓰여서 가져왔습니다.

재혁이는 게임을 빨리 이해하고 잘 리드해 갑니다. 그런데 게임이 끝날 때 즈음에
"아! 카드 잘못 봤다! 아! 아!"
라면서 다급하게 카드를 다시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예슬이는 이 반의 유일한 여학생으로, 1학년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들면 제 대신에 분위기를 잡아주는 힘든 역할을 하고 있죠.
"이 (목적지 티켓) 카드 연결했는데요!"
"게임 끝나고 알려주는 거에요."
"아! (끄덕끄덕)"



게임은 어찌 보면 반전있게 끝났습니다. 한결이가 추가로 뽑은 티켓이 정말 날로 먹는 거 (2개의 루트만 더 점유하면 17점)이어서 한결이가 1등으로 끝났습니다. 티켓을 많이 뽑은 재혁이는 목적지 도시를 잘못 알고 있다가 실패를 한 티켓이 몇 장 있어서 큰 감점을 받았습니다. 4명의 아이들은 자신의 티켓을 다 확인했는데, 진모는 (나중에 결국 찾긴 했지만) 티켓 한 장을 잃어버리고 점수계산 자기가 알아서 했다면서 자신의 열차 피스를 서둘러서 치웠습니다. 그리고 수업 끝났으면 먼저 가겠다고 하네요.


제가 오늘 유난히 아이들의 평소 모습을 여과없이 쓰는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제가 싫어하는 걸 억지로 하지 않습니다. 싫으면 그냥 그만둡니다. 그래서 그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 저 스스로와 약속을 하는데, 뭐든 10번을 하고 나서 계속할지 그만둘지를 결정하자는 겁니다. 이 보드게임 수업도 시작할 때에는 좋은 취지라고 생각하고 (아무것도 모르고) 기분 좋게 시작했다가 아이들과 무언가를 하는 게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를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처음 세 번 학부형들을 위해서 시간을 추가로 할애해 봤는데 아무도 오지 않으셔서 마음을 접은 적도 있습니다. 그런 쓴 경험을 겪으면서 벌써 10번째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두 반이라 한 반은 6번, 나머지 반은 4번이지만요.) 그래서 제 속에 있는 것을 다 쏟아놓고 이 수업을 계속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을 해야 하는 중요한 순간이 오고 만 것입니다.


글 첫머리에서 드라마 "미생" 얘기를 했습니다. 저에게 미생을 추천한 지인이 알려주기로 이 '미생 (未生)'이라는 말은 바둑 용어라고 했습니다. 죽은 돌은 아니지만 아직 완전하게 산 상태가 아닌 것이라죠. 제목처럼, 힘들게 살고 있는 목숨이 간당간당한 직장인들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다룬 드라마 '미생'이 직장인들의 공감을 얻어내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듯 합니다.

주제를 살짝 바꾸어서, 보드게임 커뮤니티에는 어려운 보드게임을 정기적으로 즐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올라옵니다. 그리고 한쪽에서는 쉬운 게임도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올라옵니다. 제가 알기로는 (그리고 느끼기로는) 보드게임 전파에 실패한 더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글들을 모니터 너머에서 읽고 있습니다. 어려운 게임들을 어렵지 않게 즐기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현실적이지 않은 먼 나라 이야기이고, 남에게 보드게임을 힘들게 알리고 있고 또 게임을 이해하지 못해서 구입한 게임을 집에 방치하고 있는 게 자신이 겪고 있는 것과 같은 현실성 있는 이야기일 겁니다. 저는 10년 가까이 보드게임 모임을 하면서 어려운 게임도 모임 사람들을 통해서 쉽게 배우고 제가 산 게임들을 모임 사람들과 자주 즐기는 호사를 누려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보드게임 취미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말이 잘 이해되지 않던 때도 있었지만 올 봄에 남부 지방 여러 곳을 방문하면서 그리고 보드게임 수업을 통해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그런 사람들의 어려움을 조금 더 공감하게 됐습니다.


그런 제가 세상을 바로 보고, 세상과 공감하고 소통하기 위해서는 힘들고 어렵지만 말썽꾸러기 아이들과 함께 하는 보드게임 수업을 계속 이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열 번을 하는 동안에 정도 들었고, 앞으로도 보드게임을 통해서 아이들이 바르게 성장하길 바라니까요.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니었던 (미생이었던) 이 보드게임 수업에서 "미未"자를 떼어내고, 다음 주에 11번째 수업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보드게이머 육성 프로젝트, 아이 잼 어른 잼 제11화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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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셀처럼 즐기는 경주 게임 도그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W. Eric Martin

마운티드 클라우드 주간 게임 리뷰 IV의 155번째는 Crowns 크라운즈에 이어서 독일 퍼블리셔인 Schmidt Spiele 슈미트 슈필의 새로운 게임들을 다룹니다. 약 1년 전 즈음에 리뷰했던 Dog 도그의 카드 버전인 DOG Cards 도그 카드입니다.


이젠 달리지 말고 연속된 줄을 만들어야 한다

보드 버전의 도그는 한국의 윷놀이처럼 플레이어의 말이 트랙을 돌아오는 것이었지만 카드 버전에는 말도 트랙도 없습니다. 세계적인 보드게임 디자이너 듀오 Wolfgang Kramer 볼프강 크라머 씨와 Michael Kiesling 미하엘 키슬링 씨는 오로지 카드만 있는 도그 카드를 어떻게 구현했을까요?

플레잉 카드로 할 수 있는 게임 중에 FreeCell 프리셀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윈도우 운영체제에 기본적으로 설치되어 있는 게임이기도 하죠. 도그 카드는 프리셀처럼 카드들을 정해진 순서대로 놓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프리셀


할 수 있는 행동은 다섯 가지

각 플레이어는 자신의 턴에 다섯 가지 행동 중 하나만 할 수 있습니다:
  1. 행을 시작하거나 이어갑니다
  2. 카드를 버리고 풀에서 카드를 구입합니다
  3. 특별 카드를 내려놓고 실행합니다
  4. 카드를 줄에 있는 조커 카드로 바꿔옵니다
  5. 카드를 버리고 새로운 카드를 뽑습니다

게임의 시작 시에 테이블에는 13장의 카드로 된 카드 풀이 있습니다. 이 풀은 두 가지 특징을 가집니다. 첫째는 5번째와 6번째 사이에 그리고 10번째와 11번째 사이에 작은 공간을 비워놓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카드는 자신의 숫자와 같은 자리에 놓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즉, 숫자 "7" 카드는 7번째 칸에 놓일 수 없습니다.) 이 풀은 플레이어가 두 번째 행동을 할 때에 카드를 구입하는 곳입니다.


도그 게임은 시작 카드로부터 시작된다

보드 버전의 도그와 마찬가지로, 도그 카드에서도 플레이어는 시작 기호가 있는 카드로만 줄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1/11"이나 "13", 조커 카드는 그 기호가 있는 카드입니다.

필요한 카드는 카드 풀에서 조달할 수 있습니다. 풀에 있는 카드를 가져올 때에는 가져올 카드의 순서와 같은 숫자 카드 1장을 버리면 됩니다. (즉, 5번째 칸에 있는 카드를 구입하려면 숫자 "5" 카드를 버려야 합니다.)

플레이어의 줄에 있는 조커는 플레이어의 손에 있는 적절한 카드로 대체해서 가져올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카드 1장을 버리고 새로운 카드 1장을 뽑을 수 있습니다.


2줄을 만들어야 승리한다

2인이나 3인 게임에서는 가장 먼저 자신의 줄을 2개 완성한 플레이어가 승리하고, 4인 팀 게임에서는 같은 팀의 플레이어들이 각자의 줄 1개를 완성하면 그 팀이 승리합니다.

줄은 "14"까지 놓여야 완성된 것으로 간주됩니다. 완성된 줄의 마지막 "14"번을 제외하고 나머지 13장은 버려집니다.


도그의 꽃, 빨간 카드

도그 카드에도 보드 버전의 도그와 같은 특별 카드들이 사용됩니다. "1/11"이나 "13"은 그 숫자로 또는 시작 카드로 사용되고, "?" 조커는 "14"가 아닌 아무 카드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4±"는 숫자 "4"로 또는 카드 풀의 1번째부터 8번째 사이의 아무 카드를 구입할 때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7"은 숫자 "7"이나 이젠 카드 더미에서 7장을 뽑아서 1장을 골라오는 데에 사용되고, "14"는 숫자 "14"로 또는 버리는 더미에서 원하는 카드 1장을 가져오는 데에 사용됩니다. 화살표가 그려진 맞바꾸기 카드는 다른 플레이어의 줄 마지막 카드를 빼앗아 오는 데에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W. Eric Martin


3주 후에는 슈미트 슈필 게임들 중
TrakkX 트랙스를 만나보겠습니다.




참고 사이트:
DOG Cards @ boardgamegeek.com
http://www.boardgamegeek.com/boardgame/165587/dog-cards

Schmidt Spiele
http://www.schmidtspiele.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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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토요일)에 늦게까지 보드게임을 하고 막차를 타고서 집에 가느라 잠이 부족했습니다. 고학년들은 늦게 오는 아이들에 맞춰서 1시에 시작하기 때문에 간만에 늦잠을 잤습니다.

도서관에 도착하니 10분 정도 늦었네요. 이런;;; 건물 앞을 지나니 2명의 아이 중에 한 명이 외칩니다.
"선생님이다!"
다시 보니까 지난 주에 결석했던 정웅이였고, 나머지 여자 아이는 처음 보는 아이입니다. 책상에는 이번 주에 찬호가 할아버지 댁에 가느라 결석이라는 것과 새로운 아이가 온다는 쪽지가 있었습니다. 이 여자 아이가 그 아이인 것 같은데, 그 아이가 메모를 보더니 자기 성을 잘못 써놨다고... (도서관장님이 그런 실수를...) 잠시 후에 한 학년 어린 3학년 종혁이가 왔는데, 민주가 오지 않았습니다. 기다릴까 하다가 그냥 수업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벌써 시간이 꽤 지났으니까요.

우리 수업에 처음 온 수현이에게 제 수업 원칙을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수업 중 대화 내용을 들어보니 작년에 보드게임 수업을 했던 것 같았습니다.)
  1. 게임을 망가뜨리지 않아야 한다
  2. 정정당당하게 해야 한다
  3.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 해야 한다
  4. 서로 즐겁게 해야 한다



고학년 반 네 번째 게임은 Ra 라입니다. 한국어판에서는 '태양신 라'라고 되어 있죠. 굉장히 간략하면서 긴장감도 있는 게임이죠. 그러나 초보들의 경우에는 타일빨이 전부인 걸로 오해해서 과소평가하기도 하는 게임입니다. 고학년 학생들은 이 게임의 재미를 알아차렸을까요?

아이들은 경매가 무언지 대략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라에서 사용하는 특정한 경매 방식은 낯섭니다. 라에서는 Once-Around 원스-어라운드라는 한 바퀴만 도는 묘한 방식을 사용하는데요. 경매품에 대해서 각자 한 번씩밖에 기회가 없기 때문에 '적절한' 숫자로 잘 입찰을 해야 합니다.

설명을 쫙 했는데, 아이들의 표정을 보아 하니 제대로 이해한 아이가 없는 것 같아서 연습으로 한 왕조만 해보고 그 다음에 처음부터 다시 하기로 했습니다. 처음 하는 사람들이 많을 때에 저는 이 방식을 사용해서 워밍업을 시키곤 하거든요.

그런데 타일이 잘 안 섞여 있는지 아이들이 라 타일을 많이 뽑았습니다. '라'가 라를 뽑는 게임이 되어 버렸어요. 라볶이도 아닌데...

아무튼 처음 하는 사람들이 라를 저평가하는 이유가 자신의 턴에 할 수 있는 행동의 종류가 3가지라는 것을 잊고 그냥 타일만 줄곧 뽑기 때문이죠. 그러고 나서 '타일빨 때문에 졌다'라고 평가하죠. 아이들도 저의 예상대로 타일만 열심히 뽑고 제일 높은 숫자의 타일을 들고 있는 아이들이 차례대로 좋은 걸 따가면서 수현이가 손쉽게 고득점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한 왕조를 해보니까 게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까지 이해한 것 같았습니다. 이제는 기본 전략을 가르쳐줬죠.
"자기 차례에 할 수 있는 행동이 3가지였죠? 타일 뽑아서 보드에 놓기, 가지고 있던 신 버리고 보드에 있는 타일 가져오고, 마지막으로 라를 외치고 경매하기."
다행스럽게도 아이들이 기억을 하고 있는지 제 말에 바로 따라서 말했습니다.
"지금 제일 높은 숫자가 13인데, 13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제일 좋은 타일이 있으면 다른 사람을 이길 수 있어요!"
"타일이 8개 있을 때 다 먹을 수 있어요!"
"그렇죠? 그러면 13을 가진 사람이 8개보다 적게 먹으면 손해겠죠? 13보다 낮은 숫자를 가진 사람들은 13을 가진 사람이 8개보다 적게 먹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타일이 8개 되기 전에 경매를 불러요!"
"맞아요! 자기 차례 때에 라 마커를 가져와서 경매를 강제로 시작하게 할 수 있다는 걸 잊으면 안 돼요, 알겠죠?"



이렇게 해서 아이들은 "진짜" 라를 하는 방법을 익히고 게임을 다시 시작하게 됐습니다. 첫 번째 왕조에서는 종혁이가 빨리 먹고 빠지는 전략으로 일찌감치 나갔고, 후반 즈음에 민주는 아직 앞면 태양 타일을 3개로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는데 말이죠. 민주에게 3번 다 못 먹을 것 같으니까 아끼지 말고 태양 타일로 입찰을 하라고 얘기했습니다. 결국에 민주는 3번 다 못 먹고 첫 번째 왕조가 끝나 버렸습니다. 생각보다 라 타일들을 빨리 나오긴 했어요.

두 번째 왕조에서는 수현이가 좀 말렸습니다. 첫 번째 왕조 경매에서 높은 숫자 타일로 낙찰받고 낮은 숫자 타일로 바꿔오는 바람에 두 번째 왕조 경매에서 번번히 밀렸습니다. 하필이면 바로 다음 차례인 정웅이가 계속 더 높은 숫자로 밟는 바람에 살짝 짜증을 내면서 약이 올라 있었죠.

세 번째 왕조가 됐습니다. 이번에는 정웅이가 가진 태양 타일의 숫자들이 합이 "13"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형편없이 낮았습니다. 정웅이 점수가 많이 낮아서 팁을 하나 던져주려고 했는데요.
"숫자가 낮으니까 다른 애들이 나갈 때까지 버텼다가 혼자 타일을 뽑아서 먹는 방법이..."
"쉬~~~~~잇!!"
정웅이는 제 생각을 미리 읽고 있었는지 검지 손가락으로 말하지 말아달라는 신호를 줬습니다. 정웅이가 역전할 수 있는 기회가 왔을까요?

정웅이는 현재 건물 타일 6종류가 있었고, 그것들 중 같은 모양이 2개씩 있는 게 두어 세트 있었습니다. 건물만 잘 터지면 고득점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죠. 이번에도 종혁이가 가장 먼저 나가고, 그 다음으로 민주가 나갔습니다. 정웅이와 수현이 둘만 남은 상황이고, 남은 두 사람 모두 숫자가 낮은 태양 타일 2개씩 가지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 싸우지 않고 타일 8개씩 두 번 먹어도 될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라 타일이 뽑히는 바람에 이것이 조금 틀어졌습니다. 파라오 최대 개수를 가지고 싶던 수현이가 먼저 입찰을 하면서 수현이가 태양 타일 1개를 먼저 써 버립니다. 그 다음에 서로 타일 뽑기 한 번씩을 하다가 수현이가 경매를 걸어서 빼앗기기 싫은 정웅이가 입찰을 해서 낙찰받습니다. 그 다음에 타일 뽑기 한 번씩 하고 수현이가 입찰하고 또 낙찰받아서 정웅이 혼자 남았습니다. 정웅이는 두 번째 왕조 때에도 혼자 남아서 혼자 타일 뽑기를 했었는데, 저는 옆에서 4번째 타일 뽑은 직후에 위험하니까 먹으라고 계속 얘기를 했고 결국 정웅이는 바로 다음에 마지막 라 타일을 뽑는 바람에 못 먹고 날린 아픈 기억이 있었습니다.

정웅이는 타일을 계속 뽑았습니다. 그런데 라 타일이 하나도 나오지 않고 건물 타일들과 범람 (홍수) 타일, 신 타일이 나오면서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왜냐하면 그 건물들 덕분에 8종류를 다 모았고, 3개짜리 세트도 3세트나 완성이 되었기 때문이었죠. 최종 점수계산에서 두 아이의 점수가 총점 30여 점이었는데, 제가 혼자 대충 계산해 본 결과 정웅이가 세 번째 왕조에서 얻은 점수만해도 30여 점이었거든요. 정웅이는 50점 대를 기록하면서 우승을 했습니다. 담이 큰 아이네요.

다행스럽게도 이긴 아이도 진 아이들도 모두 재미있었다고 했습니다. 게임이 이해되지 않아서 일찍일찍 나간 종혁이도 게임을 이해했다고 하니 모두가 행복한 라가 되었네요. 이렇듯 "라"는 똥줄이 타도록 흥미진진한 경매 게임이랍니다!


보드게이머 육성 프로젝트, 아이 잼 어른 잼 제10화에서 계속됩니다
Posted by Mounted Clo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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