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시대 메디치 가문의 상품 독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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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티드 클라우드 주간 게임 리뷰 IV의 154번째는 Modern Art 모던 아트에 이어서 Reiner Knizia 라이너 크니치아 씨의 Knizia auction trilogy 경매 삼부작을 다룹니다. 제목 그대로 피렌체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메디치 가문을 다룬 Medici 메디치입니다. (당시에는 '이탈리아'라는 나라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5가지 상품을 경매하다

메디치에서 플레이어들은 메디치 가문을 위해 일하는 상인들이 됩니다. 그들은 5가지 상품인 옷감과 가죽, 곡물, 염료, 향료를 사들이기 위해서 경매에 참여합니다. 각 상품 카드에는 가치가 있는데, 0부터 5까지입니다. 이것들 이외에 단 한 장만 있는 황금은 10의 가치를 가지는데, 이 카드가 어디에 쓰이면 좋은지 곧 아시게 될 겁니다.

현재 플레이어는 이러한 상품 카드들이 섞여 있는 덱에서 1장부터 3장 사이로 경매품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경매가 시작되면 경매인의 왼쪽 플레이어부터 시작해서 시계 방향으로 1번씩 (Once-around 원스-어라운드)만 입찰할 기회를 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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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 실을 수 있는 건 단 5개

메디치에서 플레이어들은 총 3일 (3번의 라운드) 동안 경매를 계속 진행합니다. 모든 플레이어가 상품 카드들로 자신의 배를 가득 채우면 하루가 끝나게 되죠.

각 플레이어의 배에는 5개의 칸이 있습니다. 플레이어들은 자신이나 다른 플레이어의 경매를 통해서 획득한 상품들을 배에 싣게 되는데, 다시 강조하지만 플레이어는 정확히 5개의 상품으로 자신의 배를 채워야 합니다. 그래서 낙찰을 받게 된다면 자신의 짐칸을 초과하게 되는 경매품의 경매에 입찰할 기회조차 갖지 못합니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Pongrácz Zsolt


상품의 최고 총합 또는 독과점에 걸어라

하루가 끝나면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배에 실린 상품 가치의 총합을 계산합니다. 높은 순부터 인원 수에 따라 미리 정해진 지불금을 받습니다. 황금은 어떤 상품 종류에도 속하지 않지만 매우 높은 가치를 가지기 때문에 최고 총합에 도전할 때에 유리하겠죠.

그리고 각 상품 트랙에서, 가장 높은 플레이어와 두 번째로 가장 높은 플레이어는 각각 10플로린과 5플로린의 추가 보상을 받습니다. 또한 각 상품 트랙에서 보너스가 표시된 칸에 자신의 마커가 있는 플레이어들 또한 그 칸의 숫자 (5, 10, 20 플로린)만큼의 보상을 받습니다.

5가지 상품에 대해서 서로 경쟁하지만 위에서 이미 얘기했듯이 가져올 수 있는 상품 수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모든 상품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어떤 것은 취하고 또 어떤 것은 버려야 하죠. 플레이어들은 서로의 상품을 예의 주시하면서 독과점할 상품을 정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상대 플레이어들이 모두 빠져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신의 운을 믿고 혼자 상품을 공짜로 얻는 쪽을 택하는 것도 좋습니다.


다른 경매 게임과 달리, 메디치는 돈 (플로린)이 곧 점수여서 하루의 종료를 통해 받는 수익이 그대로 반영됩니다. 보너스를 낙관하고 구입할 때에 무리해서 많은 돈을 소비하면 결국 손해를 입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3주 후에는 크니치아 경매 삼부작 중
Dream Factory 드림 팩토리를 만나보겠습니다.





참고 사이트:
Medici @ boardgamegeek.com
http://boardgamegeek.com/boardgame/46/medici

AMIGO
http://www.amigo-spiele.de

Rio Grande Games
http://www.riograndega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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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전쟁 (2판)에 이어서 다섯 군대의 전투의 천출력 맵을 진행하겠습니다.

천출력 맵 크기는 반지의 전쟁 때처럼 실제 게임 보드와 크기가 같을 겁니다. 두꺼운 텐트천에 인쇄할 예정이고요. 인쇄하기 전에 실제 게임 보드를 고해상도로 스캔해야 하는데, 제 게임 보드를 스캔할 겁니다.

한 분당 한 카피만 주문하실 수 있는데, 특별한 사유가 있어서 여러 카피를 구입하실 분은 따로 말씀해 주세요. 그러나 지관통 문제 때문에 가급적이면 총 20카피만 인쇄할 생각입니다. 주문은 선착순 마감이고, 12월 2일 (화) 24:00까지 받겠습니다.

* 반지의 전쟁 (2판) 천출력 맵을 원하시는 분은 메일로 알려주세요. 요청이 10카피 이상이 되면 추가로 인쇄하겠습니다.


천출력 맵은 지관통에 넣어서 택배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따라서 총금액에는 다음에 대한 비용이 포함될 것입니다
  • 게임 보드 스캔 비용 (1/N)
  • 게임 보드 텐트천 출력 비용 + 열재단 비용
  • 지관통 비용
  • 택배비
모든 공지와 전달사항은 이메일로 알려드릴 계획입니다.

게임 보드 천출력을 원하거나 문의가 있는 분은 다음 주소로 이메일을 보내주세요.
mountedcloud@tistory.com




순번 이름 또는 닉네임 수량 상태
1 mountedcloud 1
반지 1

발송 완료

2 아라핀 1 발송 완료
3 우*찬 (아이스버거) 1
반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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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신*훈 (shiras)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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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김*관 1
반지 1

발송 완료

6 exile 1
반지 1

발송 완료

7 김*현 (하루) 1
반지 1

발송 완료

8 이*현 (거인의잠) 1

발송 완료

9 이*기 (테라) 1
반지 1
발송 완료

koon 반지 1 주문 확인

준우 반지 1 발송 완료
10 정*영 (초코벌레) 1
반지 1

발송 완료


조*기 반지 1

발송 완료


월풍 반지 1

발송 완료

11 이*원 (베네트나쉬) 1
반지 1

발송 완료


스톰트루퍼 반지 1

발송 완료

12 김*섭 1

발송 완료

13 안*수 1 발송 완료

황*각 (빼빼로) 반지 1 발송 완료

서*우 반지 1 주문
14 김*훈 1
반지 1

발송 완료

15 이*규 1
반지 1

발송 완료

대기 강*호 반지 1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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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일요일은 돌아옵니다. 가문의 모토는 "Sunday is coming!"인지도... 보통 토요일에 밤늦게까지 보드게임으로 달리지만 평소보다 조금 일찍 들어가서 부족한 수면을 보충했습니다.

일요일 아침에 빵 한 조각 먹고 도서관을 항해 갔습니다. 멀리서 저의 매의 눈으로 보니 도서관 건물 앞에 두 아이가 떠들썩하게 뛰어놀고 있었습니다. 그 아이들은
"선생님이다!! 떴다!!"
라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제가 뭐길래 뜬 거죠? "떴다, 장보리?" 아, 그건 "왔다"였죠;;; 아무튼 그 아이들은 작은 가방을 맨 재혁이와 머리를 예쁘게 펌을 한 예슬이였네요.



안으로 들어가자 재혁이가 마술을 보여주겠다며, 가방에서 굵은 끈 3가닥을 꺼냈습니다. 우리의 주의를 끌면서 매듭을 만들더니 "얍!"하자 서로 고리로 걸렸습니다. (오, 제법인데?) 가족들 앞에서도 했는데 실수할까봐 조마조마했다고 하네요.

다른 아이들이 오지 않길래 재혁이와 예슬이랑 먼저 Splendor 스플렌더를 했는데, 제 예상보다 아이들이 진행을 느리게 해서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겁니다. 벌써 다른 아이들이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어서 중간에 끊었죠.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현결이도 왔고, 오랫동안 오지 않던 기현이도 왔고, 기현이 자리를 대체하려고 오늘 처음 온 1학년 진모까지 5명인데 준비해 간 게임은 4명까지였거든요.
'선생님 재량껏 해주세요.'
라고 적혀 있는 도서관장님의 메모가 좀 야속했습니다.

제가 즉석으로 게임을 만들 수도 없고, 스플렌더를 억지로 5인에 맞게 바꿔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다른 건 그냥 두고 귀족 타일을 6장 깔고 하기로 했죠. 아, 그 전에 수업에 처음 온 진모에게 저의 4가지 원칙을 설명해 줬습니다.
  1. 게임을 망가뜨리지 않아야 한다
  2. 정정당당하게 해야 한다
  3.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 해야 한다
  4. 서로 즐겁게 해야 한다


설명이 끝나고 한결이부터 기현이, 재혁이, 진모, 예슬이 순으로 진행을 했는데. 한결이가 멀뚱멀뚱 있는 겁니다.
"게임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네..."
"그러면 기현이부터 해서 한결이가 마지막으로 해요."
그렇게 해서 게임이 시작됐는데, 갑자기 한결이기 책상에 옆드리더라고요.
"한결이 어디 아파요?"
"..."
대답이 없습니다. 일단 나머지 아이들이 기다려서 그냥 게임을 4명이서 하기로 했습니다.

저학년 아이들이라 그런지 귀족 타일은 쳐다도 안 보고 그냥 원하는 색깔의 칩을 꾸역꾸역 모아서 한 방에 큰 걸 사네요. 4명이 다 그렇게 했습니다. 그래서 플레잉 타임이 60분이 훌쩍 넘었어요. 남들이 보면 Saint Petersburg 상트 페테르부르크 한 줄 알겠어요.

게임은 재혁이가 아슬아슬하게 승리했고, 아이들은 집으로 돌려 보내고 한결이만 남았습니다. 한결이가 누워 있으면서 테이블에 깔아놓은 담요를 잡아당겨서 다른 아이들이 불편해 했거든요. 처음엔 아이들이 한결이가 자고 있었던 걸로 생각했다가 예슬이가 가까이서 보고는 깨어 있다고 알려줬고요. 저는 한결이가 게임을 하지 않고 엎드려 있던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한결이 아팠어요?"
"네, 머리 아파서 게임 하나도 못 알아들었어요."
한결이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코를 훌쩍 거렸습니다. 제가 그날 처음 봤을 때에도 계속 훌쩍거리고 있어서 아픈 것 같긴 했습니다.

이틀 뒤에 도서관장님과 통화를 했는데 한결이가 아픈데도 보드게임 수업에 가겠다고 고집을 부려서 왔던 거라고 하네요. (꾀병으로 의심해서 미안... ^^;;) 전화받으시는 도서관장님도 감기 때문에 상태가 안 좋으셨고, 사실은 저도 한 주 전에 심한 감기에 걸려서 고생했어요. 모두들 감기 조심합시다!


보드게이머 육성 프로젝트, 아이 잼 어른 잼 제9화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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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원 카드? 도둑 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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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티드 클라우드 주간 게임 리뷰 IV의 153번째부터 영국 소설 기반의 게임들을 소개합니다. 첫 번째는 영화에 이어서 드라마로도 인기를 얻고 있는 셜록 홈즈 테마의 게임 I Say, Holmes! (Second Edition) 이봐, 홈즈! (2판)입니다.


모두가 셜록 홈즈인 동시에 악인이다

게임의 시작 시에 플레이어들은 카드 6장을 가지고 시작합니다. 그들은 두 가지 방법으로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자신의 카드들을 다 털고 체포를 통해 악인 카드를 가지고 있는 상대 플레이어를 찾아내는 것, 다른 하나는 자신의 손에 악인 카드만 남겨서 체포당하지 않고 성공적으로 탈주하는 것입니다.


카드를 순서대로 내려놓아야 한다

시작 플레이어 카드 (첫 번째 현재 카드)를 가진 플레이어가 그 카드를 왼쪽 플레이어 앞에 내려놓으면서 게임은 시작됩니다. 자신의 앞에 현재 카드가 놓인 플레이어는 그 카드가 지시하는 종류의 카드만 (왼쪽 플레이어의 앞에)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 카드가 새로운 현재 카드가 되고 이전 현재 카드는 버려집니다. 자신의 손에 있는 카드들을 모두 털어내야 체포나 탈주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카드를 털어내야 합니다.


상대를 공격하고 자신을 방어해야 한다

일부 카드는 상대 플레이어에게 카드를 뽑게 하거나 상대가 가진 카드를 보거나 빼앗을 수 있습니다. 또한 상대로부터 그러한 카드의 목표로 정해졌을 때에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방법도 있죠. 2가지 Interrupt 중단 카드가 있는데, 알리바이는 특정한 공격 카드만 방어할 수 있지만 배후인물 카드는 아무 공격 카드나 방어할 수 있습니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Doug Adams


손이 비면 - 체포하거나 탈주한다

특정한 체포 카드를 통해서 또는 손을 다 털면 체포를 할 수 있습니다. 체포는 악인 카드를 가지고 있을 것 같은 상대 플레이어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체포를 시도하면 지목된 상대의 손에 있는 카드들을 모두 가져와서 확인합니다:
  1. 그에게 악인 카드가 있다면 사건이 종결되고 점수계산이 발생합니다.
  2. 그에게 악인 카드가 없다면 가져온 상대의 카드를 자신의 손에 추가하고 카드를 빼앗긴 상대는 빼앗긴 카드만큼 새로운 카드를 뽑습니다.

반대로 자신의 손에 악인 카드만 있다면, 또는 악인 카드와 중단 카드만 남아 있다면 언제든 카드를 공개하고 사건을 끝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악인으로서 탈주에 성공한 것입니다.


당신은 얼마만큼의 점수를 받을 자격이 있는가?

체포에 성공하면 체포된 플레이어는 악인 카드들을 그대로 가지고, 체포한 플레이어를 제외한 나머지 플레이어들은 악인 카드를 모두 버립니다. 이제 플레이어들 모두의 손에 있는 카드들의 가치의 합을 더합니다. 이 합은 체포에 성공한 플레이어가 가져갈 수 있는 점수 토큰의 최대값이 됩니다. 즉, 상대 플레이어들이 손에 카드를 많이 남길수록, 다시 말해 빨리 끝내거나 상대에게 카드를 많이 뽑게 만들면 체포하는 플레이어는 더 높은 점수를 챙겨갈 수 있는 것입니다.

악인 카드로 탈주한 플레이어는 그 악인 카드 그림의 악인 (점수) 토큰들을 가져와서 자신의 앞에 놓습니다. 하지만 이 토큰들은 안전하지 않습니다. 나중의 라운드에서 다른 플레이어가 같은 악인 토큰을 가져가야 한다면 빼앗기기 때문이죠.

게임은 누군가가 성공적인 체포를 통해서 "Sherlock Holmes: His Last Bow 셜록 홈즈: 그의 마지막 인사" 책 토큰을 가져가야 끝납니다. 따라서 악인 탈주만으로는 게임을 승리하면서 끝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셜록 홈즈를 아는 만큼 보인다

이 게임은 셜록 홈즈에 대한 내용으로 꽉 차 있습니다. 닥터 존 왓슨, 마이크로프트 홈즈, 레스트레이드 경감, 아이린 애들러, 허드슨 부인등 원작에 등장하는 인물들뿐만 아니라 악인들, 책 토큰에 적힌 원작의 부제들에서 더 나아가 카드 하나하나에 있는 플레이버 텍스트가 그 맛을 더해줍니다. 영어 텍스트 해석이 가능하다면 말이죠.


3주 후에는 영국 소설 기반 게임들 중
The Battle of Five Armies 다섯 군대의 전투를 만나보겠습니다.




참고 사이트:
Say, Holmes! (Second Edition) @ boardgamegeek.com
http://www.boardgamegeek.com/boardgame/159087/i-say-holmes-second-edition

Victory Point Games
http://victorypointga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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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인 토요일 아침이 아니라 약간 새벽에 인터스텔라를 보고 그날 밤 늦게까지 게임을 하느라 심신이 피곤해져 있는 상태로 일요일 아침에 아이들을 가르치러 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고학년 반은 오후 1시에 시작하는데, 또 12시로 잘못 기억하고 한 시간이나 일찍 도착했습니다. 할 게 없어서 도서관에 비치된 책들을 몇 권 읽기로 했죠. 한 20분 즈음 지나니까 한 어머니가 두 아들을 데리고 들어와서 한쪽 테이블에 앉으시더군요. 도서관장님이 적어놓고 간 메모에 따르면 이 아이들 중 한 명이 이번 고학년 반에 들어올 3학년 종혁이일 거고요. 4학년과 5학년 학생으로만 구성된 고학년 반에 3학년 아이가 왔는데, 그 아이 엄마의'게임 잘 할 겁니다'라는 말에서 '보드게임을 어떻게 알고 계실까?'라는 질문이 생기면서 걱정이 좀 됐습니다.

또 한 20여 분 지나니까 5학년 찬호가 왔고, 거의 1시 정각에 4학년 민주가 오면서 이날 올 사람은 모두 모이게 됐습니다. (4학년 정웅이는 할아버지 댁에 가느라 결석이었습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자주 빠져서 좀;;;)

수업에 처음 온 종혁이에게 저의 4가지 원칙을 설명해 줬습니다.
  1. 게임을 망가뜨리지 않아야 한다
  2. 정정당당하게 해야 한다
  3.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 해야 한다
  4. 서로 즐겁게 해야 한다


고학년 반 세 번째 게임은 Splendor 스플렌더입니다. 올해 SDJ 후보에도 오르며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게임이며, 한국어가 포함된 다국어판도 국내에 들어와 있죠. 사실 저는 이 게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비슷하다고 평가를 받는 Saint Petersburg 상트 페떼르부르크에 비해 카드 운이 심해서 운영하는 맛이 떨어진다고 느꼈거든요. 그래도 아이들이 하기에는 적당할 것 같아서 이 게임을 빌려서 가져가 봤습니다.

규칙을 설명해 주는데, 종혁이가 살~짝 넋이 나간 것 같습니다. 부분별로 설명을 끊으면서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을 했는데 모르겠다고 합니다. 다행인 건지 나머지 아이들은 "현재로서" 알아들은 것 같이 보입니다. 종혁이부터 시작해서 민주, 찬호 순으로 진행이 됐습니다.

종혁이가 첫 턴에 카드 3장을 집었습니다.
'아이고, 머리야...'
다른 아이들이 소리를 지릅니다.
"그게 아니고! 칩을 3개 가져가는 거라고!"
종혁이가 같은 색 2개와 다른 색 1개를 집자, 다른 아이들이 또 큰 소리로 말합니다.
"다른 색깔 3개를 집으라고!"
2주 전에 카르카손 하면서 멘붕이 왔던 민주가 스플렌더 설명을 잘 알아들은 것 같아서 참 다행이었습니다.

민주는 1레벨짜리 카드를 차근차근 모아갔고, 찬호가 약간 특이하게 진행을 했습니다. 게임 시작 전으로 돌아가면...

스플렌더를 꺼내서 테이블에 올려놓자 아이들이 서로 칩 색깔을 정하는 겁니다.
"나는 다이아몬드!"
"나는 빨간색!"
"나는 초코!"
저는 어이가 없어서,
"일단 설명부터 듣고 하죠?!"
그래도 아이들은 제 말은 들은 척도 안 하고 색깔을 열심히 외쳐댔습니다.

찬호는 설명을 다 듣고 난 후에도 자기는 끝까지 다이아몬드가 좋다고 했습니다. 그러더니 게임 중에도 다이아몬드 칩을 열심히 모았고, 심지어 칩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10개를 초과하는 칩들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다이아몬드를 열심히 모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얘가 왜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플레이하는 거지?!'
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모은 칩으로 점수가 높은 2레벨이나 3레벨짜리를 바로 구입하더군요.

다시 종혁이가 많이 헤메는 것 같아서 옆에서 가이드를 살짝 했습니다. 귀족을 보석 칩을 주고 사는 건 줄 알아서 귀족은 카드를 모았을 때 가져오는 거라고 한 번 더 설명을 해주었죠. 종혁이가 어려워하는 점은 목표는 잘 정하는데 그 목표로 가는 과정을 잡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귀족 가져오려면 어떤 게 부족해요?"
"빨간색 카드요."
"그럼 빨간색 카드 가져오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가지고 있는 이 카드들이 보석 역할을 하는 건데요."
"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카드들이 보석을 생산한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해서 계속 헤메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제가 도와줘서 종혁이가 귀족 타일들을 쉽게 모아서 손쉽게 첫 게임에서 승리했습니다.



두 번째 게임은 저까지 4명이서 하기로 했습니다. 한 사람, 찬호만 반대했지만요. 저부터 시작이었는데, 찬호가 제가 게임에 못 들어오게 하려고 귀족 타일들을 호주머니에 숨기는 만행 (?)을 저지르더군요. 나중에 다시 돌려줘서 게임이 계속 진행됐습니다.

찬호가 순서상 마지막 플레이어였는데, 첫 게임과 똑같은 방법으로 특정 색깔들의 칩만 모으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갑자기 제 머리 속에 스파크가 번쩍하고 일어났습니다. 첫 번째 게임할 때에 제가 종혁이에게 했던 말이 떠오르면서요.
'게임할 때에 본능적으로 하지 말고 계산을 하면서 해야 돼요.'

저는 찬호가 하는 걸 보고 본능적으로 비효율적이라고 해버렸는데, 저는 그걸 머리 속에서 계산해 본 적이 없던 겁니다. 보석을 생산할 1레벨짜리 카드를 많이 사는 것은 효율적이면서 또한 비효율적이었던 것이죠! 카드는 보석을 1개씩 생산해주기 때문에 많이 가지고 있으면 나중에 보석을 많이 요구하는 카드를 적은 비용으로 살 수 있습니다. 그래서 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반대로 그러한 낮은 레벨의 카드를 사기 위해서 많은 (칩을 가져오는 것 그리고 카드를 구입하는) 행동들을 많이 해야 합니다. 그런데 카드가 주는 공짜 보석의 혜택을 얻으려면 카드를 구입하는 행동을 많이 해야 하는데, 게임에서 카드를 구입하는 행동이 생각보다 많이 일어나지 않는 게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중후반에 효율적인 것을 하기 위해서 초중반에 비효율적인 행동을 많이 하기 때문에 실제 효율성이 낮아지거나 심지어 상쇄되어 없어져 버리기도 하는 거죠. 다른 플레이어들이 칩을 가져왔다 버리며 카드를 구입하는 것을 반복하는 사이에 찬호는 점수가 높은 카드를 하나씩 모으는 거였습니다.


제가 15점을 달성해서 종료 조건을 달성했는데 찬호가 칩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 마지막 플레이어였습니다. 13점이었던 찬호가 2점짜리 카드를 구입하면서 동점이 됐는데, 카드 개수가 적은 찬호가 승리를 했습니다.


찬호가 생각없이 한 행동인지, 아니면 본능적으로 한 건지 모르겠으나 이 아이에게 크게 한 방 먹은 느낌이었습니다. 덕분에 스플렌더가 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보드게이머 육성 프로젝트, 아이 잼 어른 잼 제8화에서 계속됩니다
Posted by Mounted Clo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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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고보다 먼, 야찌보다는 가까운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W. Eric Martin

마운티드 클라우드 주간 게임 리뷰 IV의 152번째부터 독일 퍼블리셔인 Schmidt Spiele 슈미트 슈필의 새로운 게임들을 소개합니다. 첫 번째 게임은 주사위로 하는 빙고 게임 Crowns 크라운즈입니다.


주사위를 굴려라

게임에는 6개의 주사위가 있습니다. 이 주사위는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6면체 주사위입니다. 재질이 나무인 게 좀 특이하다고 할까요? (제가 목재 주사위를 좋아합니다만.)

플레이어는 자신의 차례에 이 6개의 주사위를 한꺼번에 한 번만 굴립니다. 그렇게 한 다음에 어떤 면이 나왔는지를 잘 살펴봐야겠죠.


같은 눈금을 많이 굴려라

각 플레이어는 게임 보드를 1개씩 받습니다. 이것에는 가로 6칸, 세로 6칸으로 된 36개의 칸이 있습니다. 가로 줄인 행에는 눈금 면의 '숫자', 세로 줄인 열에는 주사위 면의 '개수'가 나타나 있습니다. 플레이이어는 자신의 턴에 굴린 주사위의 면과 그 개수를 확인하고, 자신의 게임 보드의 해당하는 칸을 칩으로 덮습니다.

아레의 예를 볼까요? [6] 면이 1개만 나왔다면 가장 위에 있는 [6] 행의 첫 번째 칸을 칩으로 가립니다. [1] 면이 5개 나왔다면 가장 아래에 있는 [1] 행의 5번째 칸을 칩으로 가리고요.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Benjamin Schwer


보드의 칸을 원하는 만큼 가려라

자신의 턴에는 원하는 대로 주사위 면의 조합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선택한 각 조합의 칸마다 칩을 올려 놓을 수 있습니다. 단, 각 주사위는 하나의 조합에만 포함이 되어야만 한다는 제한만 지키면 됩니다. 즉, [1] 면이 5개나 나왔을 때에, [1] x5칸에 칩 하나; 또는 [1] x4칸에 칩 하나; 또는 [1] x2칸과 [1] x3칸에 칩 하나씩 등으로 조합을 할 수 있지만 [1] x3칸과 [1] x4칸 둘 모두에는 불가능합니다.

이론 상으로 하나의 턴에는 최대 6개의 칩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전혀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요. 하지만 주의해야 할 규칙이 있습니다. 칩은 플레이어마다 18개만 주어지고, 어느 플레이어가 자신의 모든 칩을 보드에 올리면 마지막 플레이어까지 진행하고 게임이 끝난다는 것이죠.


줄이 되지 못하면 제거된다

게임이 끝나면 게임 보드에서 완전한 줄 형태가 되지 못한 칩들은 제거됩니다. 게임 보드는 진한 색깔이 아닌 회색의 칸에 놓인 칩들은 그 규칙을 따르게 됩니다. 가로 5칸, 세로 5칸인 회색 칸에서 줄이 된 칩들은 자신의 칸에 그려진 왕관 개수만큼의 점수를 줍니다. 반면에 진한 색깔의 칸들은 줄이 되지 않아도 칩이 놓은 칸에 그려진 왕관 개수만큼의 점수를 줍니다. 그래서 게임 이름이 crowns (= 왕관들)인 것이죠.

예를 들어서, 가장 아래 줄 한 줄을 완성하면 0 + 0 + 0 + 1 + 2 = 3점이고, 오른쪽 위로 향하는 대각선 한 줄을 완성하면 0 + 0 + 2 + 4 + 6 = 12점입니다. [6] x6칸에 놓인 칩은 무조건 6점을 주고요. 이렇듯이 플레이어들은 정해진 18개의 칩으로 가장 효율적인 때로는 가장 효과적인 줄을 만들려고 노력을 해야 합니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Benjamin Schwer


주사위 면의 숫자는 낮출 수 있다!

이 게임에서 가장 충격적인 규칙은 각 주사위의 숫자 면은 그 굴림에서 나온 더 낮은 숫자로 낮출 수 있다는 겁니다. 상상이 잘 안 되신다고요?

규칙서에 있는 예를 살펴 보죠. 주사위 6개를 굴려서 [6]이 2개, [5]가 2개, [3]과 [2]가 각각 1개씩 나왔다고 가정해 봅시다. 플레이어는 다음의 조합들을 만들 수 있습니다:
  • [6] 2개 + [5] 2개 + [3] 1개 + [2] 1개: 그대로
  • [5] 4개 + [3] 1개 + [2] 1개: [6] -> [5]로
  • [5] 4개 + [2] 2개: [6] -> [5]로, [3] -> [2]로
  • [3] 5개 + [2] 1개: [6] -> [3]으로, [5] -> [3]으로
  • [2] 6개: [6] -> [2]로, [5] -> [2]로, [3] -> [2]로

이 규칙 때문에 낮은 숫자의 조합을 만들기가 더 수월합니다. 그래서 낮은 숫자와 관련된 칸에는 왕관의 개수가 적은 것이죠. Yahtzee 야찌를 해보신 분은 현재 굴린 주사위들로 어떤 조합을 만들고 어떤 조합을 만들지 말고 기다려야 하는지 고민을 했을 것입니다. 이것은 철저하게 확률에 근거해서 결정됩니다. 크라운즈에서는 낮은 숫자의 조합은 비교적 만들기 쉽기 때문에 자연스레 높은 숫자의 조합을 먼저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게 되죠. (그러나 만만하게 생각했던 [1] x6개는 [1]이 전혀 나오지 않아서 못 만드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3주 후에는 슈미트 슈필 게임들 중
DOG Cards 도그 카드를 만나보겠습니다.




참고 사이트:
Crowns @ boardgamegeek.com
http://www.boardgamegeek.com/boardgame/165584/crowns

Schmidt Spiele
http://www.schmidtspiele.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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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학년 반의 네 번째 수업 날이었습니다. 저의 가장 큰 고민은 '이 아이들에게 어떤 게임을 소개해 줘야 할지'였습니다. Dog 도그로 큰 재미를 준 반면, Samurai 사무라이와 Carcassonne 카르카손은 제 기대에 미치지 못했거든요. 초등학교 저학년이라도 규칙을 잘 설명해 주면 잘 이해합니다. 그러나 아이들 스스로 '전략'을 세우기에는 전략 게임들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전략을 세우려면 규칙을 단순하게 '암기'하는 수준이 아니라 규칙 사이의 틈을 잘 발견해야 하고 나와 경쟁자의 '상대적' 이익을 잘 계산해야 하는데, 아직 그런 부분에서 서툴러 보입니다. 이제 8, 9세 아이들인데 제가 바라는 게 너무 많은 것 같긴 하죠? ^^

그래서 저학년 아이들에 대한 일차 테스트는 이정도면 됐다 싶어서 이번 수업에서는 난이도를 대폭 낮추기로 했습니다.


역시나 토요일 밤을 하얗게 불태우고 (?) 약간의 잠을 자고 아이들을 만나러 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아슬아슬하게 12시 정각에 도착! 그러나 아이들은 이미 도착해서 건물밖에서 뛰놀고 있더라고요. 제가 문을 열자 아이들이 두다다다 달려들더니 오늘 누가 일등으로 왔고, 누가 이등으로 왔는지 서로 외치더군요. ^^;

테이블에 담요를 깔고 아이들을 보니 이번 수업에도 2학년인 기현이가 보이지 않습니다. 일단은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역시나 네 가지 원칙을 말해주고 시작을 했습니다.
  1. 게임을 망가뜨리지 않아야 한다
  2. 정정당당하게 해야 한다
  3.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 해야 한다
  4. 서로 즐겁게 해야 한다


이번 수업에서는 아주 교육적인 (?) 게임으로 선정했습니다. Las Vegas 라스 베이거스인데요. ^^; 아이들이 돈을 걸고 돈을 따는 건지 궁금해 했는데, 교육적인 (?) 게임 답게, 돈을 걸지 않고 돈을 딴다고 잘 설명해 주었습니다. 사실 저는 라스 베이거스 게임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보드게임 수집가답게 alea 게임들을 열심히 모으고 있지만 이것보다는 먼저 나왔으면서 테마성도 더 좋은 Alea Iacta Est 주사위는 던져졌다를 훨씬 더 좋아하지만 아이들이 바로 시작하기에 어려울 것 같아서 라스 베이거스를 먼저 시켜보기로 했던 것입니다.

기현이가 빠져서 저까지 포함해서 4명이서 게임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룰을 설명하는데 아이들이 주사위를 만지작거리고 탑을 쌓느라 설명을 안 듣고 있는 게 보였습니다. 제 기분이 좀 상해서 아이들한테 설명 안 듣고 나중에 모른다고 하지 말라고 얘기했는데, 그래도 주사위를 가지고 노느라 정신이 없더라고요. 일단 2학년 재혁이부터 2학년 예슬이, 저, 1학년 한결이 순으로 앉아서 진행을 했습니다. 재혁이 턴이 끝나고 예슬이 차례가 되었는데 역시나 멀뚱멀뚱히 있더라고요. ㅡ_ㅡ;;;


역시나 게임을 하면서 아이들을 관찰해 보니 이런 점들이 보였습니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크게 크게 지릅니다 (?). 특정 숫자의 주사위가 우르르 나오면 그것을 과시하듯이 그 숫자 주사위들을 사용하더라고요. 아직 자원 관리 개념이 서지 않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남자 아이 둘은 서로 맞불을 놓고 싸우는 것을 꺼리지 않았습니다. 한 명이 달리면 다른 아이가 달라붙어서 경쟁을 했습니다. 영향력 게임에서는 안 싸울수록 이득입니다. 이것 역시 아이들이 자원 관리 개념을 깨닫게 되면 좀 더 노련하게 싸우는 법도 알게 되겠죠. ^^


첫 번째 게임은 재혁이가 크게 승리했습니다.



두 번째 게임에서는 한결이가 시작부터 저를 방해했습니다. 백조처럼 우아하게 혼자 주사위 1개로 건져 먹으려고 했는데...;;; 중반 즈음 되니까 서로 얽히고 섥혀서 결국에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는데, 재혁이와 한결이, 저 이렇게 세 명이 주사위 1개 이내로 네 번째 도박장 타일에서 순위다툼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재혁이와 한결이보다 1개 더 많은 상황이고, 한결이가 주사위 1개 남긴 상황이었죠. 저는 속으로
'제발 4만 나오지 마라.'
를 외쳤는데, 이럴 때 보면 행운의 여신은 참 얄궂지 말입니다. 4가 딱 나오네요. 저랑 한결이는 같이 망하고, 가만히 있던 재혁이가 건져 먹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아이들을 보며 보람을 느꼈던 한 가지는, 두 번째 게임부터 아이들이 서로 안 싸워야 하는 이유를 조금씩 깨닫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첫 번째 게임을 할 때에 아이들이
"선생님, 여기다 놔요!"
라며 제게 (제가 생각하기에) 말도 안 되는 숫자 주사위들을 추천했는데 제가
"주사위 3개 써서 6만 달러 먹는 게 나아요, 아니면 주사위 1개 써서 3만 달러 먹는 게 나아요?"
라고 되묻자, 아이들이 조용해지더니 머리속으로 재빠르게 셈을 하더군요. 그 이후에 예슬이가
"선생님, 우리는 싸우지 말고 나눠 먹어요."
이러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예슬이가 두 번째 게임에서 승리했습니다.


세 번째 게임에서도 한결이의 보드게임 파이터 기질 덕분에 저와 함께 망하고, 재혁이와 예슬이가 각각 1, 2등을 하면서 수업이 끝났습니다. 한결이가 했던
'다음 차례 때에 주사위 굴려서 5 다섯 개 굴리면 돼요!'
의 말에 영화 달콤한 인생에 나온 대사가 생각나더군요.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슬픈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리 슬피 우느냐?"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초난강은 이렇게 말했을 겁니다.
"그래쿠나. 무서운 쿰을 쿠었구나..."


보드게이머 육성 프로젝트, 아이 잼 어른 잼 제7화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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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쇼, 진품 명품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Neven Rihtar

 

긴 휴식을 끝내고 돌아왔습니다. 또 1년간 마운티드 클라우드 주간 게임 리뷰 IV를 통해서 여러분들께 다양한 게임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이번 151번째 시간부터 Reiner Knizia 라이너 크니치아 씨의 Knizia auction trilogy 경매 삼부작을 다룹니다. 크니치아 씨는 독일의 수학자로서, 아주 간단한 카드 게임부터 복잡한 보드 게임까지 엄청나게 많은 게임들을 디자인했습니다. 그의 경매 삼부작은 간단하면서도 오묘한 재미가 있는 작품들이죠. 그 중 첫 번째는 미술품 경매를 배경으로 하는 Modern Art 모던 아트입니다.


미술품을 경매하다

모던 아트에서 플레이어들은 미술관장이 되어 다른 미술관으로부터 미술품들을 사들이고 그것들 되팔아서 이익을 챙깁니다. 또는 가지고 있는 미술품을 다른 미술관에 판매함으로써 돈을 벌 수도 있죠.

플레이어들은 돌아가면서 자신의 손에 있는 미술품 카드를 경매에 부칩니다. 그것이 최고 입찰자에게 낙찰되면 그 플레이어가 그 미술품을 소유하게 됩니다. 낙찰자가 경매인 본인이라면 입찰액을 은행에 지불하고, 그렇지 않다면 낙찰자는 경매인에게 자신의 입찰액을 지불합니다. 경매가 완료되면 돈이 누군가에게 흘러가게 됩니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Fredrik Borg
5개의 미술관 가림막


다양한 방법으로 경매하다

지금은 조금 덜 하지만, 게이머들이 과거에 모던 아트를 자주 언급했던 이유는 이 게임을 통해서 다양한 경매를 익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각 카드에는 그것이 경매에서 어떤 방법으로 부쳐질지가 아이콘으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 십자 표시는 오픈 (Open) 경매입니다. 입찰에 정해진 순서가 없으며, 최고 입찰액이 나오고 더 이상 입찰자가 없으면 경매가 끝납니다.
  • 둥근 화살표는 원스-어라운드 (Once-around) 경매입니다. 경매인의 왼쪽 플레이어부터 시계 방향으로 한 번씩만 입찰하고 경매가 끝납니다.
  • 8각형 안의 원 표시는 실드 (Sealed) 경매입니다. 각자 입찰액을 비공개로 손에 쥐고 동시에 공개합니다.
  • $ 표시는 픽스드-프라이스 (Fixed-price) 경매입니다. 경매인이 판매하고 싶은 가격을 부르고 왼쪽 플레이어부터 시계 방향으로 돌며 그 가격으로 구입할 기회를 줍니다.
  • = 표시는 더블 (Double) 경매입니다. 경매인은 추가 미술품 1장을 함께 경매에 부쳐야 합니다. 추가된 미술품에 표시된 다른 경매 방법으로 두 미술품이 함께 경매에 부쳐집니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Trevor Gunter
실드 (분홍색), 원스-어라운드 (베이지색), 더블 (주황색),
오픈 (파란색), 픽스드-프라이스(초록색)


미술품의 가치를 정하다

이 게임은 총 4번의 시즌 동안 진행됩니다. 하나의 시즌은 한 작가의 5번째 작품이 경매 시장에 나오면 (그 경매를 하지 않고) 강제로 종료됩니다.

경매 시장에 가장 많이 나온, 즉 시즌을 종료 시킨 작가의 작품은 가장 높은 가치 ($30,000)로 정해집니다. 두 번째로 많이 나온 작가의 작품은 그 아래인 $20,000, 세 번째 작가의 작품은 $10,000로 책정됩니다. 각 미술관에서는 소유한 미술품들을 그 가치대로 은행에 되팔죠. 눈썰미가 있는 분이라면 다른 플레이어에게서 미술품을 사올 때에 $30,000를 넘어가면 손해가 된다는 것을 알아차리셨을 겁니다! 맞습니다. 그런데 제가 아직 말씀 드리지 않은 규칙이 있군요. ^^


미술품의 가치를 누적하다

모던 아트는 총 4번의 시즌 동안 진행이 된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현재 시즌에서 1위부터 3위 사이로 랭크가 되면 이전 시즌의 가치까지 누적해서 매겨집니다. 상상이 잘 안 되신다고요? 아래 그림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우리가 2번째 시즌을 방금 마쳤다고 가정을 해보죠. 그 결과로 이번 시즌에 Yoco (초록색) 작가가 $30,000, Karl Gitter (파란색) 작가가 $20,000, Lite Metal (베이지색) 작가가 $10,000의 가치로 정해졌습니다. 그 중에서 Lite Metal은 1번째 시즌에서 $20,000이었기 때문에 합쳐서 $30,000가 되고, Karl Gitter는 1번째 시진의 $30,000를 합쳐서 $50,000가 됩니다. 가치 누적은 반드시 현재 시즌에서 순위에 들어야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1번째 시즌에서 $10,000을 기록한 Krypto (주황색) 작가의 작품들은 2번째 시즌에서 아무런 가치도 없군요.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Big Guy


얼마에 살 것인가? 얼마에 팔 것인가?

1번째 시즌에서는 최고 가치가 $30,000이라는 것, 그리고 그 다음 시즌부터는 가치가 누적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플레이어들은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미술품을 살 것인가, 팔 것인가? 아니, '얼마에 사거나 팔 것인가?'

각 플레이어는 시즌의 시작 시마다 일정한 개수의 미술품 카드를 받아서 비공개로 보관합니다. 자신의 손에 있는 미술품 작가들의 분포에 따라, 그리고 상대 플레이어들이 경매 시장에 내놓는 것을 참고해서 어떤 작가의 작품이 더 높은 가치로 인정받을지를 예상해야 합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게임의 종료 시에 가장 많은 돈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당신이 최고 가치의 미술품을 모으기 위해 무리해서 많은 돈을 썼다면 당신에게 그 미술품을 팔아넘긴 누군가는 훨씬 더 돈을 많이 벌었을 것입니다. 모던 아트에서도 '호갱님'은 언제나 환영받는 고마운 존재죠.



3주 후에는 크니치아 경매 삼부작 중
Medici 메디치를 만나보겠습니다.





참고 사이트:
Modern Art @ boardgamegeek.com
http://www.boardgamegeek.com/boardgame/118/modern-art

Hans im Glück
http://www.hans-im-glueck.de

Mayfair Games
http://www.mayfairgames.com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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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만에 고학년 반 수업이 정상적으로 (?) 열렸습니다. 첫 수업 때에는 아이들이 2명만 왔고, 2주 전에는 에어쇼에 밀려서 수업이 열리지 않았죠. (이거 뒤끝 작렬인가요? ㅋ)

정오까지 맞춰서 간다고 갔는데, 출발이 좀 늦어서 10분 정도 늦게 도착했습니다. 금-토, 토-일 새벽 내내 보드게임 하고 노느라 전날에 잠을 3시간 정도밖에 못 자고 갔더니 졸음이 솔솔 밀려오더군요. '살짝만 기대자'였는데, 어느새 소파에 누워서...;;; 중간에 지나가는 애들이 문을 두드려서 잠에서 몇 번 깼습니다.

1시즈음 되니까 5학년 찬호 군이 왔습니다. 그리고 몇 분 뒤에 처음 보는 4학년 정웅 군이 왔고요. 사실 정웅 군은 다른 선생님에게서 보드게임 수업을 1년 정도 배웠던 아이입니다. 얼마나 잘하는지 궁금해졌어요. 민주 양만 오면 되는데 언제 올지 몰라서 저까지 셋이서 새로 구한 주사위 게임을 펼쳐서 설명을 하려는 차에 누군가가 도착해서 바로 접고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이 게임은 마운티드 클라우드 주간 게임 리뷰 IV의 두 번째 시간에 리뷰할 예정입니다. 광고 작렬? ㅋ)

고학년 반 역시, 저의 네 가지 원칙을 강조해서 알려주었더니 정웅 군이 잘 알아듣더군요. 선생님 게임 망가뜨리면 혼난다면서요.
  1. 게임을 망가뜨리지 않아야 한다
  2. 정정당당하게 해야 한다
  3.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 해야 한다
  4. 서로 즐겁게 해야 한다



고학년 반 두 번째 게임은 Carcassonne 카르카손입니다. 3주 전에 저학년 반에서 했던 게임인데요. 고학년과 저학년 간의 실력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서 이 게임을 선택했습니다. 앞으로도 두 반의 격차를 확인하기 위해서 한 달에 하나 정도는 같은 게임을 시켜보려고요.

카르카손 설명을 하는데, 저학년 반과 달리 중간에 질문이 쏟아지지 않아서 설명은 빨리 끝났는데요. 불안했던 건 찬호와 민주가 미플을 만지작거리며 쌓느라 제 설명을 제대로 듣고 있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민주 양부터 시작을 했는데, 역시나 처음에 가만히 멀뚱멀뚱 있는 겁니다. 얼굴에는 '뭘 해야 하죠?'라고 써 있는...

"자기 차례가 되면 타일을 뽑으라고 얘기했어요."
라고 말하자 타일을 뽑습니다. 그리고 시작 타일에 자기 미플을 놓자 저는 또
"방금 자기가 뽑아서 붙인 타일에만 놓을 수 있다고 얘기했어요."
분위기가 불안불안합니다.

찬호가 작은 성 그림 타일 2개를 붙여가며 단타로 계속 치고 나갔습니다. 나머지 두 아이들은 어쩌다 보니 큰 성을 만들고 있었죠. 우연찮게 정웅이와 민주가 각각 미플 2개씩 놓은 커다란 성의 부분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민주는 자신의 미플을 다 놓아서 뭔가를 완성할 타일만을 계속 기다리는 중이었고요. (자기 미플을 회수할 때까지 나중에 얻을 점수를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찬호의 점수가 가장 앞서고 있었는데, 정웅이는 20여 점 차, 민주는 30여 점 차로 뒤쳐지고 있었습니다. 이 글을 보고 계신 분이 정웅이의 입장이라면 그 큰 성의 부분을 완성할 수 있는 타일을 뽑았을 때에 어떻게 하실 건가요?
  1. 성을 완성시켜서 민주와 함께 30점 가까이 얻는 대신에 민주가 미플을 회수하게 만들겠습니까, 아니면
  2. 민주가 점수를 못 내도록 계속 묶어놓고 자기 혼자 작은 성들을 완성해가며 찬호를 따라가겠습니까?

이러한 딜레마와 상관없이 정웅이는 두 번째를 선택하고 혼자 4점을 얻었습니다. 그 게임이 끝나고 정웅이에게 물어보니까 첫 번째를 생각하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자기가 가장 중요한 타일을 뽑았는데, 그게 그 큰 성을 완성할 수 있는 타일인 줄 몰랐다는 겁니다. (아이고, 맙소사!!) 제가 승부처인 것 같아서 그 상황의 한 라운드 전에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위쪽에 파란색 미플이 있는 타일 위와 왼쪽에 하나씩만 딱! 놓으면 되는 거였거든요. 게다가 민주 양이 위쪽은 타일로 막아서 성이 완성 직전이었습니다.)


아무튼 압도적으로 찬호 군이 승리를 했습니다.


한 게임 더 했는데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 좀 더 보였습니다. 첫 번째로 제가 점수 계산을 바로바로 해줬더니 아이들이 자기가 얻을 점수를 계산하지 못하는 거였습니다. 제가 설명을 하고 예로도 보여줬는데 애들이 기억을 못하는 건지... 찬호와 민주에게 점수 계산을 시켰더니 막 찍어서 말합니다. 하...

두 번째로 아이들마다 각자 게임하는 성향이 좀 있습니다. 찬호는 아이에게 이렇게 비유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노인정에서 할아버지들이 장기 둘 때처럼 상대가 들으라는 듯이 느릿느릿 "혼자 말"을 하면서 턴을 오래 소비하는 겁니다. 민주가 기다리기 답답했는지
"말 안 하면서 하면 안 돼?"
했더니 찬호가
"어, 안 돼!"
이러더라고요.

정웅이는 설명할 때에 잘 들어줘서 고마운데, 게임을 진행할 때에 생각을 하지 않고 반사적으로 하는 것 같았습니다. 민주는 아직 게임에 집중을 잘 못하는 것 같습니다. 설명할 때에도 컴포넌트 만지느라 설명을 듣지 않는 것 같고, 게임할 때에도 친구인 정웅이가 옆에서 궁시렁궁시렁거리면 둘이 아웅다웅 싸웁니다.

잠시 다른 얘기를 하자면 저는 보드게임을 전파한다는 목적하에 아이들을 위한 보드게임 강의를 하고 있지만, 도서관장님은 도서관 프로그램 확대가 목적이시고, 어머니들은 아이들의 집중력이나 학습력 향상 등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동상이몽이라는 거죠. 제가 아이들의 게임 성향을 보면서 고쳐줘야 할지 말지 고민하는 부분들과 어머니들이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들도 앞으로 수업이 더 진행됨에 따라 바뀔 수도 있겠죠. 보드게임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약간은 자존심이 상하지만 그분들이 바라는 것도 보드게임의 긍정적인 효과라면 저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요. 다만 그런 것이 주가 되어서 게임 그 자체나 재미가 부수적인 것으로 밀리지 않도록 방어하는 것은 철저히 저의 몫인 것 같습니다.


시간이 조금 남아서 수업 시작 전에 하려던 주사위 게임을 다서 꺼내서 설명을 했는데, 민주가 하나도 못 알아듣는 것 같아서 다음에 하자고 하면서 수업을 마쳤습니다. 휴, 아직 갈길이 머네요.


보드게이머 육성 프로젝트, 아이 잼 어른 잼 제6화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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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 War of the Ring: Second Edition 반지의 전쟁: 2판 배우기 프로젝트, 뜻밖의 방문 11번째입니다.

몇몇 분들의 응답으로 이태원쪽에서 모이지 않을까 예상되었는데, 어쩌다 보니 강남으로 가게 됐네요. 처음에는 두세 분이었다가 나중에는 6분까지 늘었습니다. (신난다!)

이날이 평일이다 보니 어찌어찌 이른 시각부터 오실 수 있는 네 분 (황금혼 님, exile 님, Hellkite 님, Mariee 님)이 2시부터 먼저 배우시고, 회사 일을 마치고 오시는 두 분 (초코벌레 님, PANNI 님)이 7시부터 하시기로 했습니다. 일찍 오신 분 중에서 회사에 반차를 내고 오신 분이 계시다는... 커헉!


모임 장소는 강남역 부근에 있던 카페 오즈인데, 얼마 전에 신논현역에 좀 더 가깝게 이사를 갔더군요. 저는 미리 검색을 해보고 찾아갔는데, 이것을 모르고 계셨던 분은 예전 위치로 가셨다가 오셨나 봅니다.


오후 2시를 아주 살짝 넘긴 시각에 도착했더니 Mariee 님 혼자 와 계셨습니다.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주위를 보니, 아니 이럴 수가! 테이블이 너무 작잖아!! ㅠㅠ 카페에 폐를 최소한으로 끼치고자 한쪽 구석으로 들어가서 반지의 전쟁 천출력 맵을 펴서 2개를 붙인 테이블에 놓아보니, 아... 크기가 진짜 아슬아슬한 겁니다. 피규어 박스도 놓아야 하고, 카드도 놓아야 해서 테이블 한 개를 더 붙여서 게임 보드 좌우 공간을 좀 확보했습니다. 조금 기다리니 exile 님이 오셔서 또 인사를 나누고 두 분께 일을 시켰습니다. 천출력 맵 위에 피규어 놓기. 천출력 맵에 피규어 셋업 숫자를 넣어서 불필요한 시간이 얼마나 많이 단축되었는지 모릅니다. (뭔가 약파는 느낌이 드시죠? ㅎㅎ) 피규어가 국가별로 구분이 되어 있어서 어느 국가인지만 알려드리면 알아서 피규어 셋업을 할 수 있다니까요.

피규어를 다 놓고 조금 기다리니까 Hellkite 님이 오셨고, "아~주 조~~금 더" 기다리니까 황금혼 님도 오셨습니다. 이렇게 해서 오후 2시에 반지의 전쟁을 배우실 분들이 다 모이게 된 거였습니다. 드디어, 한 시간짜리 잠이 솔솔 오는 옛날 이야기 같은 규칙 설명을 들을 차례였던 겁니다. 네 분 모두 반지의 전쟁을 실제로 해본 적은 없으셨고, 룰북을 읽어오신 분이 계시긴 했습니다만 '한글로 써 있는 룰북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왜일까요?'를 공감하며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양면 인쇄해서 코팅까지 한 참조표도 가지고 다니지만 규칙 자체를 모르면 참조표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한쪽에 치워놨습니다.

한 시간짜리 설명을 끝내자 네 분 모두 大변 (?)을 참고 계셨던 것처럼 힘든 표정으로 자리를 뜨시더니 물도 드시고 찬공기를 쐬시면서 멘탈을 회복하고 계신 것처럼 보였습니다. ㅠㅠ 5분 정도 쉬고 본격적인 게임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설명과 게임 보조에 집중하느라 사진을 못 찍어서 제 기억이 정확한지 자신이 없습니다. 나중에 정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자유민족은 exile 님과 Hellkite 님이, 그리고 암흑군단은 Mariee 님과 황금혼 님이 맡으셨습니다. 첫 턴에 자유민족이 칼 주사위가 거의 나오지 않아서 정치 카운터 전진 위주로 하셨고, 반대로 암흑군단은 눈 주사위가 거의 나오지 않아서 많은 행동을 하셨습니다. 추적 칸에 눈 주사위가 딸랑 하나만 있길래 조언해 드린답시고 칼 주사위로 원정대 진행하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세상에나 암흑군단이 주사위 1개 굴려서 바로 "6"이 나올 줄이야. 숨어서 모리아를 통과하려고 했던 자유민족의 꿈은 저로 인해 물거품이 되고... 뽀글뽀글...

첫 턴에 암흑군단이 사루만 옹을 소집하지 못했지만 두 번째 턴에 소집해서 세 번째 턴부터 행동 주사위가 1개 더 늘어났습니다. 자유민족은 원정대 진행을 못해서 암흑군단 행동 주사위 1개를 추적 칸에 묶어놓지 못하고, 게다가 암흑군단이 눈 주사위를 거의 굴리지 않아서 행동 수가 월등하게 차이가 났습니다. 제가 자유민족에 조언을 또 해드린답시고 헬름즈 딮에 있는 병력과 미나스 티리스에 있는 병력들을 앞으로 빼서 벽을 만들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자유민족이 제 말만 믿고 너무 빨리 행동 주사위를 다 사용하는 바람에 암흑군단이 1점짜리 도시인 펠라르기르와 2점짜리 거점인 미나스 티리스를 너무 쉽게 점령해 버렸습니다. ㅠㅠ

두 번의 민폐로 게임이 암흑군단 쪽으로 기운 그때에, 암흑군단도 커다란 실수를 하나 했는데, 곤도르를 남부를 점령하는 데에 남부인과 동부인 병력을 너무 전진시켜서 오스길리아스에 남아 있던 곤도르 잔여 병력이 움바르 쪽으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턴을 끝내버린 겁니다. 자유민족은 마지막 행동으로 그 군대를 한 칸 아래로 내렸고, 다음 턴의 첫 번째 행동으로 그 군대를 바로 움바르로 이동시킬 수 있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헐...

그래서 자유민족도 쉽게 2점을 따내며 게임의 양상이 묘하게 되었습니다. 자유민족은 2점만 더 따내고 버텨내면 게임에서 승리를 할 수 있었죠. 거점 한 곳만 잘 정해서 그곳을 점령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먼저 오스길리아스에 하나 흘리고 갔던 곤도르 정규병이 노스 이실리엔으로 갔는데, 마침 미나스 모르굴에 있던 병력들이 사우스 이실리엔을 통해 곤도르로 이동해 버려서 미나스 모르굴이 뻥! 뚫려 있었습니다. 암흑군단에서 그곳에서 병력을 하나 뽑아서 급하게 방어를 했는데, 자유민족은 아랑곳하지 않고 곤도르국 정규 부대 1개를 사우론국 정규 부대 1개가 있는 미나스 모르굴로 공격을 했습니다! 우와, 패기! 암흑군단은 최악을 피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그 정규병을 거점 안으로 후퇴시켜서 순순히 포위당했습니다. 이대로 시간을 끌면 병력을 좀 더 빠르게 데려올 수 있는 암흑군단이 더 유리하게 되버립니다.

이때에 자유민족은 또 하나의 결단을 내렸습니다. 로리엔에 있던 엘프국 병력들을 돌려서 모리아를 치기로요. 엉금엉금 모리아로 기어가서 모리아에 있던 정규 부대 4개를 거점 안으로 후퇴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행동으로 포위 전투까지 걸어버렸던 것이죠. 공격군은 정예 부대 2개와 정규 부대 1개와 지도자 1개였고, 방어군은 정규 부대만 4개였습니다.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이 상황에서 자유민족은 추가 명중 1회를 얻는 전투 카드를 사용해서 총 3개의 명중을 얻어냅니다. 대신에 반격으로 명중 2개를 주었고요. 포위 전투 연장을 위해 정예병이 1개는 남아야 하기 때문에 부대가 줄어들더라도 정예 부대 1개로 명중 2개를 처리해야 했습니다. 자유민족은 남은 정예 부대 1개를 희생해서 전투를 강제로 연장했는데...

주사위의 신은 그들의 편이 아니었는지 모리아 거점 안에 남은 병력을 처리하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공격할 수 있는 행동 주사위들을 다 사용한 상태에서 암흑군단은 아직 사용하지 않은 행동 주사위들이 더 있어서 자유민족 플레이어들은 패배 선언을 해버렸습니다. ㅠㅠ


어느 새 오후 6시가 다 되어서 카페 오즈 앞에 있는 김밥 Heaven에서 저녁을 먹고 카페 오즈로 돌아와서 몇몇 분들께 장안의 화제작 Innovation 이노베이션을 알려드렸습니다. 한 게임 끝나고 이노베이션 설명 때부터 기다리셨던 초코벌레 님과 나중에 오신 PANINI 님께 반지의 전쟁을 알려드렸습니다. 초코벌레 님은 이메일 상으로만 여러 번 얘기를 나눠봤는데 실제로 뵈니까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기억나는 것들은 사루만이 첫 턴에 등장했는데, 두 번째 턴에 엔트들이 각성하다 사건 카드에 맞아서 바로 죽었다는 거... ^^;;

시간이 부족해서 끝까지 못했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두 분께 좀 더 알려드리고 싶네요. ^^
Posted by Mounted Clo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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