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W. Eric Martin

마운티드 클라우드 주간 게임 리뷰 7의 331번째는 The Castles of Burgundy: The Card Game 버건디의 성들: 카드 게임에 이어서 alea Very Small Box 게임들을 소개합니다.

퍼블리셔인 alea 알레아에서는 실제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알레아의 팬인 제가 봤을 때에 알레아가 SDJ Spiel des Jahres 올해의 게임상을 한 번도 수상하지 못 한 게 무척이나 안타까웠습니다. 그런 목마름을 씻어 준 게임이 Witch's Brew 마녀의 물약을 리메이크한 Broom Service 브룸 서비스였습니다. 브룸 서비스는 2015년에 SDJ의 형제격인 KDJ Kennerspiel des Jahres 올해의 전문가 게임상을 수상했거든요. 그리고 바로 다음 해에 그 브룸 서비스의 스핀오프 게임이 발표되었습니다. 카드 게임 버전으로요.


세 장만 골라 봐!

이 카드 게임 버전에는 마녀 카드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런데 9종류나 되는 마녀 카드는 저마다 카드 개수가 다릅니다. (게임에 참여하는 플레이어들의 수에 따라 몇 종류의 마녀가 빠집니다.) 그리고 나서 마녀 카드들을 전부 섞고 플레이어들에게 나눠줍니다. 각 플레이어는 그 덱에서 15장 내외의 핸드를 받고 라운드를 시작합니다.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손에서 서로 다른 마녀 카드 3장을 선택해야 합니다. 시작 플레이어가 먼저 이번 라운드를 위해 선택한 마녀 카드들 중 한 장을 냅니다. 카드를 낼 때에는 대담한 행동을 할지 아니면 소심한 행동을 할지 정해야 합니다. 당연히 대담한 행동에는 큰 보상과 큰 위험이 따릅니다. 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나머지 플레이어들은 이번 라운드를 위해 선택한 카드들 중에 시작 플레이어가 낸 마녀 카드가 있다면 반드시 내야 합니다. 이때에도 대담한 행동을 할지 소심한 행동을 할지 정해야 하고요. 대담한 행동을 선언하면 이전에 대담한 행동을 선언한 플레이어의 마녀 카드는 죽습니다. 보드 게임 버전과 크게 다르지 않죠?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Daniel Indru


물약은 다 모았니?

게임의 시작 시에 과제 카드 3장이 공개됩니다.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과제 카드가 지시하는 물약들을 다 모았는지 확인하는데요. 다 모은 플레이어가 그 과제 카드를 가져갑니다. 여러 플레이어가 동시에 충족했다면 한 명만 과제 카드를 가져가고, 나머지 플레이어는 승점 카드를 대신 가져갑니다.

총 4번의 라운드가 끝나면 게임이 끝나는데요. 각 색깔마다 물약의 개수를 합산해서 해당하는 승점을 얻고요. 대담한 행동을 성공했을 때에 용기의 물약 그림이 있는 면으로 놓는데, 용기의 물약도 한 가지 색깔인 것처럼 따로 합산해서 승점을 얻습니다. 이렇게 해서 총점이 가장 높은 플레이어가 승리하는 것이죠.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Pongrácz Zsolt


설마 이게 다야?

안타깝지만 그게 이 게임의 전부입니다. 저도 룰북을 읽었을 때 제가 뭔가를 빠뜨렸나 의심부터 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다였습니다. 마녀의 물약과 브룸 서비스 보드 게임 버전에서는 각 플레이어가 자신의 덱에서 카드를 골랐지만, 브룸 서비스 카드 게임 버전에서는 모두가 함께 쓰는 덱에서 무작위로 뽑힌 카드로 핸드를 만들고 그 안에서 카드를 선택합니다.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플레이어들의 수가 6명까지 늘어나긴 했는데, 인원이 늘수록 점점 혼란에 빠질 것은 분명해 보이죠.

이 게임 상자 안에는 브룸 서비스 보드 게임 버전의 16장짜리 미니 확장이 있습니다. 소심한 행동을 선택했을 때에 해당 행동 대신에 이 확장 카드를 가져가거나 이미 가지고 있던 확장 카드를 사용할 수 있게 합니다. 게임 종료 시까지 사용하지 않은 확장 카드는 승점 1점이 됩니다. 제가 봤을 때에 이 게임을 구입해야 하는 이유는 이 게임 자체에 있지 않고 그 미니 확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니 확장을 사면 게임이 따라오는 식으로요.

브룸 서비스: 카드 게임은 브룸 서비스를 쥐어 짜고 남은 찌꺼기인 듯합니다. 어떻게 보면 베리 스몰 박스 게임을 내기 위해 억지로 만든 것으로도 보입니다. 속 빈 강정을 브룸 서비스의 미니 확장으로 채운 거죠. 알레아 게임 수집가들은 이 게임을 어쩔 수 없이 구입하긴 했는데 썩 만족스럽지는 않을 겁니다. 보드게임긱 순위에서 이 게임은 여태까지 나온 많은 알레아 게임들 중에서 밑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듭니다. 퍼블리셔와 디자이너는 이 게임에 대해 부끄러워야 할 겁니다. 고민 없이 만든, 정제되지 않은 게임은 내지 않길 바랍니다. 20년간 이어져 온 알레아의 명성에 먹칠하지 않으려면 말이죠.


3주 후에는 알레아 베리 스몰 박스 게임들 중
Las Vegas: The Card Game
라스 베이거스: 카드 게임을 만나보겠습니다.




참고 사이트:
Broom Service: The Card Game @ boardgamegeek.com
https://boardgamegeek.com/boardgame/192735/broom-service-card-game

alea
http://www.aleaspiele.de

Ravensburger
http://www.ravensburger.com


알레아 베리 스몰 박스 게임 목록
  1. The Castles of Burgundy: The Card Game 버건디의 성들: 카드 게임
  2. Broom Service: The Card Game 브룸 서비스: 카드 게임
  3. Las Vegas: The Card Game 라스 베이거스: 카드 게임
  4. The Castles of Burgundy: The Dice Game 버건디의 성들: 주사위 게임
  5. Puerto Rico: Das Kartenspiel 푸에르토 리코: 카드 게임
Posted by Mounted Cloud
,
추적 피해 없는 추적 성공

화요일 이른 아침이었습니다. 부산에 다가오는 태풍을 피해 서면에서 광주로 가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광주에 도착했을 때가 오전 10시 정도 됐을 겁니다. 제 아이패드를 습득하신 분과 오후 3시에 만나기로 했고, 시간 여유가 있어서 터미널 근처에서 숙소를 잡고 (?) 아침잠을 자기로 했습니다.

오후 2시 반 넘어서 나갈 채비를 했습니다. 전화를 걸어 보니 만나기로 한 분은 이미 터미널에 와 계시다고 하셨습니다.

터미널에 있는 롯X리X에 그분이 와 계셨습니다. 20대 정도 돼 보이는 청년이셨는데요. 이분과의 짧은 대화를 통해 제가 아이패드를 어디에 흘렸는지 비로소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바닥에 떨궈서 아이패드에 상처가 많이 났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시트 옆에 끼어 있어서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습니다. ㅋㅋㅋ 저는 분실된 제 아이패드를 못 찾을 거라는 생각도 했었고, 주위에서도 찾을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했고요. 돌려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큰 사례금을 요구받을 거라는 생각도 했었는데, 제가 운이 좋았던 건지 그런 생각들은 다 빗나갔습니다. 제가 정말 감사해서 (그분이 요구하지는 않으셨지만) 그분께 사례금을 드렸습니다. 그분이 아이패드 비밀번호 누르고 켜 보라고 하셔서 바로 보여 드리고 제가 주인인 것을 인증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아이패드 추적은 잘 끝났네요. 휴 =3


어쨌든 저는 광주에 있었습니다. 떠난지 이틀만에 돌아온 건데요.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지자 또 놀고 싶은 마음이 동했습니다. 그래서 하나하나 님과 고구마 님께 연락을 해서 광주에 왔다는 걸 알려 드렸죠. 다행히 두 분 모두 시간이 되신다고 하셨습니다. 고구마 님이 먼저 오시기로 해서 저는 기다리는 동안에 식사를 하고 있기로 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새벽에 뭔가를 먹고 그 시각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았네요. 햄버거 세트를 다 먹고 나니 고구마 님이 도착하셨습니다. 택시를 타고 어딘가로 이동했습니다.

한 번화가에 도착했는데요. 좀 걸어가 보니 지하에 보드게임 카페가 있었습니다. 장식장엔 게임들이 상당히 많았고요. 테이블은 모두 방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대충 세어 보니 방이 9개 정도 되는 것 같았습니다.




하나하나 님을 기다리는 동안에 고구마 님과 둘이서 게임을 했습니다. 첫 번째로 한 건 고구마 님이 꺼내 오신 주사위 게임이었는데요. 아틀란다이스라는 제목의 게임이었습니다. 제목을 들어 보긴 했는데 할 줄 몰랐고요. 고구마 님도 모르는 게임이어서 룰북을 바로 읽으면서 플레이했습니다.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 아틀란티스 배경인 것 같았고요. 굴려진 주사위를 드래프팅으로 가져와서 유물들을 얻고 그걸로 중간에 점수계산 때에 점수를 챙기는 방식이었습니다. 2인플이어서 좀 밍밍했는데 인원이 더 많으면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그 다음엔 고구마 님이 가져오신 2인 게임을 했는데요. 카드 그림을 보니 무척 반가운 게임이었습니다. 안양 모임에서 리볼버 1.0을 몇 번 해 봤는데, 고구마 님이 가져오신 건 리볼버 2.0이더라고요! 2.0에서는 성격이 조금 바뀌어서 갱단들이 마을에 쳐들어오고, 보안관들이 막는 내용이었습니다.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보안관 쪽에 증원이 있었고, 갱단 쪽에는 비용을 내서 카드 보충을 받더군요. 갱단 쪽에는 개틀링 건이라는 필살기가 있었는데요. 탄약이 그려진 카드를 소비하면 킬 수가 팍팍 올라가는 것이었습니다. 게임의 시작 시에 두 경로 중 어느 쪽으로 할지 포커로 선택하는 게 있는데요. 보안관 쪽에는 모든 것을 이기는 치팅 카드가 있고, 갱단 쪽에는 그걸 잡아내는 카드가 있었습니다. 왠지 타짜 드립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ㅋㅋ



천하의 고구마가 줄기가 왜 이렇게 길어?!


사실은 리볼버 2.0을 끝내기 전에 하나하나 님이 오셔서 저녁식사를 하러 나갔습니다. 평소에 하나하나 님이 시간 내시기가 매우 어렵지만 간만에 메소드 연기로 대탈주를 하셔서 가능했다고...;;; 고구마 님이 오래된 식당으로 데려 가셨습니다. 이 가게도 몇 십 년 된 곳이라고 하더라고요. 볶음밥이 주메뉴인데요. 굉장히 특이했습니다. 볶음밥이 나오긴 하는데, 고추장처럼 보이는 것과 같이 나오고요. 그걸 넣고 비벼 먹습니다. 볶음밥과 비빔밥의 하이브리드! 하나하나 님은 옛날 스타일의 돈가스를 시키셨습니다. 아이패드를 잃어 버렸다가 되찾으니 이런 사소한 사진을 찍는 것도 행복인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ㅠㅠ 그리고 같이 먹을 잡채를 시켰는데요. 이건 음... 닭 없는 찜닭 느낌... ㅎㅎㅎ





다시 보드게임 카페로 돌아와서 게임을 했습니다. 한쪽 방에는 빡빡한 게임들이 숨겨져 있었고요. 곳곳에 게임들이 있었습니다.




고구마 님과 하나하나 님, 그리고 저까지 셋이서 아줄을 먼저 했고요. 제가 안양에서 아줄을 몇 번 했는데, 룰북을 대충 읽고 해서 에러플을 해 왔던 것 같습니다. 광주에서 아줄을 이제서야 제대로 배워볼 수 있었네요. ㅋㅋ



그리고 며칠 전에 끝을 못 봤던 타노스 라이징의 엔딩을 봤습니다. 모으다 보니 고구마 님은 순혈 어벤져스, 저는 순혈 가오갤이었는데, 하나하나 님은 잡탕 동물 (로켓 라쿤)과 식물 (그루트)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종들이 섞인 현재의 디즈니를 보는 것 같은...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서 마지막 게임으로 네이션즈 다이스 + 확장을 했습니다. 정말 타이트한 승부였습니다. 갓게임이네요. ㅋㅋ



보드게임 카페가 문을 닫을 때까지 게임을 즐겼고요. 두 분이 카페 직원 분들과도 친분이 있으셨습니다. 그래서 같이 퇴근하면서 (?) 얘기도 나눴고요. 이날 같이 얘기했던 직원 분이 본 모습을 숨기고 계신 엄청난 분이라고 하셨는데 말이죠... 아무튼 저는 아직 휴가가 하루 더 있어서 다음 날 안양으로 떠나지 않으면 다시 연락을 드린다고 하면서 작별 아닌 것 같은 작별을 했습니다. ㅎㅎㅎ




자~~~~ 다음 날이 되었습니다. 며칠 만에 편하게 꿀잠을 잤습니다. 에어컨을 켜고 자다가 새벽에 추워서 껐는데, 아침이 되니 벌써부터 더웠습니다. 고구마 님께 연락을 드렸더니 시간이 되신다고 하셔서 같이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어제처럼 충장로에서 일정을 시작했죠. 고구마 님과 한 모밀집에 갔는데, 손님들로 꽉 차 있었습니다. 내년이면 60년 되는 가게더라고요. (환갑 ㅎㄷㄷ) 여기 모밀은 특이하게 면을 국물에 찍어 먹는 게 아니고 반대로 국물을 면에 부어 먹습니다. (찍먹이 아닌 부먹!) 만두도 곁들여서 냠냠. ㅎㅎ



그리고 나서 다시 어제 그 보드게임 카페로 갔습니다. 어제 그 직원 분의 여자친구 분이 오셔서 저희가 놀아 드리기로 했습니다. 고구마 님 말씀에 의하면, 그 직원 분이 광주에서 보드게임 조상님 (?)이라고요. ㅎㅎ 아이돌 같은 외모와는 다르게 성골 워게이머이셔서 집에 가면 워게임밖에 없고 시간 날 때마다 워게임 매뉴얼을 읽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워게이머 분들은 당장 광주로 가세요! 메모와는 금지 금지~ 여자친구 분과 아줄, 다섯 개의 오이, 크베들린부르크의 돌팔이 약장수, 미친 왕 루트비히의 성, 슬리핑 퀸즈도 하면서 워게이머 남자친구를 둔 설움 (?)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재미있는 게임들은 안 가르쳐 주고... 여자친구 분이 보드게임 초보이셨지만 이해를 잘 하셔서 같이 재미있게 했네요. ㅎㅎ



타이 브레이커 찾아 보지 말고 무승부로 하지 않을래...?




워게이머의 여자친구 분이 머리 아파하시길래 고구마 님이 간단한 게임을 골라 오셨습니다. 제가 그림을 잘 그린다고 그렸는데, 이걸 못 맞추신다고요?! ㅋㅋㅋ


이게 토끼라고요?! ㅠㅠ 혹시 토르세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데드 맨스 드로우라는 정말 뽑기 게임을 했습니다. 크니치아 박사의 벼룩 서커스라는 게임과 비슷했는데, 각 카드마다 능력이 발동되는 게 달랐네요.



그리고 나서 고구마 님과 저녁식사를 하러 나갔습니다. 외국인이 경영하는 레스토랑인데요. 정말 외국 갬성이 느껴지는 가게였습니다. 햄버거 하나 시켰는데, 선택하는 게 많더라고요. 미쿡 못 가 본 저로서는 넘나 당황스러웠습니다. ㅠㅠ

음식 주문하기 영어판 2인플...;;;




다시 와야 할 이유가 생겼다...


식사를 마치고 보드게임 카페로 돌아와서 미드가르드의 챔피언들을 했습니다. 저는 안양 모임에서 한 번 해 봤던 기억이 있는데, 고구마 님이 하고 싶어 하셔서 이걸 하기로 했습니다. 카페에 다른 게이머 한 분이 오신다고 하셔서 카페 직원 분까지 네 명이서 했습니다. 나중에 오신 게이머 분이 이 게임을 여러 번 해 보셨다고 하셨고 초반부터 점수가 높으시길래 견제를 받으실 분위기였습니다. 제가 마지막에 트롤을 잡아서 제 비난 토큰 1개를 그분께 넘겨 드렸더니 그걸로 승패가 갈렸습니다. 워게이머 직원 분이 1등을... (이분 우리한테서 설명 다 안 듣고 하셨는데도... ㅎㄷㄷ)



9시가 넘어서 고구마 님이 시간 압박을 받으셨습니다. 그래서 간단하게 할 게임을 골랐는데요. 다수의 선택에 의해 두 도시 사이에서를. 이것도 정말 오랜만에 하네요. 제 양 옆으로 고득점 도시가 만들어졌는데, 제 옆에 앉으신 매니저 님 (?)이 최종 승자가 되셨습니다. 저는 2등 했으니 그냥 선방한 걸로.



고구마 님과 저는 가게에서 나왔고 남은 세 분이서 브라스를 하신다고 하셨던 것 같았습니다. 고구마 님이 버스를 타실 부근까지 같이 걷다가 작별인사를 나눴습니다. 저는 시간이 늦어서 하루 더 묵고 아침에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숙소를 찾으러 돌아다니다가 24시간 하는 고깃집이 제 눈에 들어와서 숙소에서 여수편 후기를 쓰는 내내 눈 앞에 고기가 아른아른거렸습니다. ㅠㅠ 하지만 졸려서 후기 다 쓰고 일단 잠을 잤습니다.




일어나서 체크아웃을 하고 결국 고기를 먹으로 갔습니다. 아침 9시도 안 됐는데. ㅋㅋ 먹고 싶은 걸 먹으니 속이 시원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길고 길었던 남부지역 순회방문 시즌4가 끝났습니다. 다녀와서 제대로 쉬지 못 해서 그런지 냉방병 때문인지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습니다만 좋은 추억을 만든 소중한 시간이었네요. ㅎㅎ 이번 기회로 만나뵌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요. 다음에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후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Posted by Mounted Cloud
,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Seth Jaffee

마운티드 클라우드 주간 게임 리뷰 7의 330번째부터 2018년에 출시된 인기 게임들을 소개합니다.

2017년에 Yokohama 요코하마의 딜럭스판으로 전세계 게이머들의 큰 이목을 끈 Tasty Minstrel Games 테이스티 민스트렐 게임즈는 킥스타터를 통해 또 다른 게임의 딜럭스판을 내 놓았습니다. 이번에는 중세의 십자군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Crusaders: Thy Will Be Done 크루세이더스: 뜻이 이루어지이다였습니다. 부제는 마테복음의 일부 구절 "Thy kingdom come, Thy will be done in earth, as it is in heaven."에서 인용해 온 것이더군요. (다른 분에게 들으니 주기도문 구절이라고 하네요.) 크루세이더스는 어떤 게임인지 살펴 보겠습니다.


누구보다 빠르게

겉보기와 다르게, 크루세이더스는 굉장히 쉽고 진행이 빠른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턴에 행동을 수행하거나 쐐기를 업그레이드하거나 둘 중 하나만 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 보드에는 6개의 쐐기가 있는데요. 기본적으로 각 쐐기에는 하나의 행동 아이콘만 있습니다. 쐐기의 행동을 하는 것은 Trajan 트라야누스와 비슷한 만칼라 방식입니다. 트라야누스는 만칼라를 정확히 따르면서 마지막 마커가 도착한 곳의 행동을 했지만, 크루세이더스에서는 행동 마커(들)을 집어든 곳의 행동을 수행한 다음에 마커들을 돌립니다.

쐐기에 있던 행동 마커들의 개수가 많을수록 더 큰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짓는 각 건물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더 많은 마커들을 요구하고, 병력을 소집할 때에도 더 높은 레벨을 소집하려면 더 많은 마커들이 필요합니다. 십자군들이 물리쳐야 할 적들은 한 번 격퇴될 때마다 힘이 더 강해져서 그들을 물리치려면 점점 더 많은 마커와 더 높은 레벨의 병력이 필요합니다.

건물을 건설하면 그 건물의 효과로 특정 행동이 강화됩니다. 당연히 초반부터 건설을 많이 해서 스노우 볼을 굴리는 게 당연히 유리하겠죠. 하지만 함정이 있습니다. 이 게임은 미리 정해진 영향력 토큰을 다 소진시키면 종료됩니다. 여행을 제외하고 나머지 행동을 할 때마다 영향력 토큰을 얻기 때문에 스노우 볼을 너무 크게 굴리려고 하면 어느 새 게임의 종료가 가까워집니다. 게다가 적군은 힘이 점점 강해지기 때문에 전방에 늦게 뛰어들수록 힘만 더 듭니다. 크루세이더스를 할 때에 레이싱 게임을 한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Eric Booth


난 남들과는 다르게

쐐기 모양의 행동 칸은 양면입니다. 한쪽에는 행동 아이콘이 하나만 있지만 뒷면에는 두 개가 있죠. 그래서 아이콘이 하나만 있는 면에 뒷면에 추가될 행동 아이콘도 표시되어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턴에 행동을 하는 것 대신에 쐐기 하나를 뒤집어서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에 원하는 쐐기에서 행동 마커들을 돌릴 수 있습니다. 이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쐐기를 뒤집음으로써 한 턴에 두 가지 행동을 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 첫 번째고요. 진행 중에 뭔가 잘 풀리지 않을 때에 마커들을 강제로 돌려서 운영을 매끄럽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 두 번째입니다. 언제 어느 쐐기를 업그레이드를 하느냐에 따라 운영이 바뀌게 되죠. 반대로 자신의 전략에 맞춰서 쐐기 업그레이드를 하기도 하고요.

맵 세팅을 하기 전에 플레이어들은 무작위로 받은 기사단 타일 2개 중 하나를 선택합니다. 각 기사단은 서로 다른 능력, 그리고 쐐기와 행동 마커 세팅을 가집니다. 쐐기들 중 일부는 업그레이드가 된 채로 시작하고, 행동 마커의 개수도 다릅니다. 그래서 플레이어들은 비대칭으로 게임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업그레이드는 좋아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이 있습니다. 업그레이드를 함으로써 한 턴을 버려야 한다는 겁니다. 위에서 레이싱 게임처럼 속도전이라고 얘기했는데요. 한 턴을 버림으로써 원하던 장소의 적군을 경쟁자에게 빼앗길 수도 있고, 경쟁자가 내가 공격할 적군의 힘을 높여 놓기도 합니다. 그리고 업그레이드가 된 쐐기의 능력을 완전히 다 사용하지도 못 합니다. 게임이 생각보다 빨리 끝나거든요.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Adam P. McIver


모금을 터는 킥스 위의 나그네

킥스타터를 십분 활용하고 있는 테이스티 민스트렐 게임즈는 게이머들의 이목을 잘 끌고 있습니다. 요코하마의 성공이 큰 밑거름이 되었을 겁니다. 딜럭스판이 보여주는 아트워크와 향상된 구성물은 모금액을 충분히 끌어 모으고 있죠. 아쉽게도 크루세이더스는 요코하마가 닦아 놓은 성공의 가도를 같이 달리지 못 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외관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상품성은 게임을 해 본 후에 느끼는 게임성을 반드시 보장해 주는 건 아니거든요. '예쁜 쓰레기'라는 신조어가 현 세태에 조소를 날리는 것을 한 번쯤 되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Adam Ryan


크루세이더스는 십자군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Rondel 론델 게임입니다. 서유럽에서 동쪽으로 쳐 들어가는 것이 당시 시대 배경을 잘 살린 듯합니다. 무거워 보이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이 게임은 굉장히 가볍고 빠르고 깔끔하고 직관적입니다. 턴당 단 하나의 행동만 하기 때문에 다음 턴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매우 짧습니다. 이게 플레잉 타임을 줄이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죠. 플레이어들이 장고할 여지도 거의 없고요. 게임에서 시계 역할을 하는 영향력 토큰의 개수는 미리 정해져 있고,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플레이어들이 가져가는 영향력 토큰의 개수가 크게 증가하므로 게임이 늘어질 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깊이가 얕고 직선적인 느낌을 줍니다. 뭔가 하려고 하면 게임이 끝나 버리는 듯하거든요. 그리고 기사단들 사이에 밸런스가 그렇게 잘 맞는 것 같지 않습니다. 음식을 주문했는데, 값은 비싸고 맛은 좀 오묘하고 양은 작은 느낌이랄까요?


3주 후에는 2018년에 출시된 인기 게임들 중
Endeavor: Age of Sail
엔데버: 항해의 시대를 만나보겠습니다.




참고 사이트:
Crusaders: Thy Will Be Done @ boardgamegeek.com
https://boardgamegeek.com/boardgame/170624/crusaders-thy-will-be-done

Tasty Minstrel Games
http://playtmg.com
Posted by Mounted Cloud
,
반지 과외

아침식사를 마치고 하나하나 님, 고구마 님과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원래 계획이라면 여기에서 바로 일정을 마쳤어야 했는데요. 지난 번 김해편의 끝부분을 보신 분은 아시겠습니다만, 학원 선생님이 반지 전쟁을 배우시기 위해 어렵게 만드신 시간을 못 쓰셔서 제 마음이 여간 쓰였던 게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토토로 님께 말씀을 드려서 그 학원 선생님이 일요일에 시간이 있으시면 다시 김해로 가겠다고 약속을 했었습니다. 다행인지 일요일에 제가 하는 모임에 모일 사람도 없어서 그 결정은 어렵지 않게 내릴 수 있었습니다. 결국 광주에서도 잠을 못 자고 바로 부산 사상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잠에서 깨어나니 부산에 도착한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손에 허전했습니다. 어?! 내 아이패드...;;; 분명히 버스에 올랐을 때에 손에 들고 있었던 기억이 있는데...? 가방을 뒤져 보고 주변 바닥을 살펴 보아도 흔적이 없었습니다. 건너편 자리에 있는 학생들, 뒷자리에 있는 외국인들... 제가 자는 사이에 다른 승객이 훔쳐갔을까요? 버스에서 가장 나중에 내리면서 버스 바닥을 훑어 봤지만 제 아이패드는 없었습니다. 예전에 대구에서 히미끼 님이 미역패드 (?)를 잃어 버리셨다가 금새 찾으셨던 기억이 있는데 제 아이패드도 찾을 수 있겠죠? 버스에서 내리고 분실물 보관소를 찾으려고 했으나 찾기가 너무나 어려웠습니다. 결국 버스 차고지로 갔는데요. 날씨가 더웠을 뿐 아니라 제가 긴장을 너무나 한 나머지 온몸에 땀이 흘러내렸습니다. 큰 길을 건너서 호텔 건물을 돌아서 가는데 그 길이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차고지에 가서 기사 분으로 보이는 분께 사정을 설명 드리고 버스 안을 다시 한 번 살펴 봤는데요. 버스 기사 분들이 모여 계시는 휴게실까지 가서 얘기해 봤지만 분실물은 나오지 않았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CCTV를 볼 수 있냐고 여쭤 봤더니 광주에 있는 버스회사에 얘길 해 봐야 한다는군요. 전화로 버스회사와 통화해 봤는데 경찰에 분실신고를 먼저 하고 경찰의 입회 하에만 CCTV를 보여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제 머리 속이 복잡해졌습니다. 버스 안에서 잃어 버린 게 확실하냐는 기사 분들의 연이은 질문에 확실했던 제 기억은 점점 흐릿해져 갔습니다. 만약 승객이 훔쳐간 게 아니라면, 만약 버스에 타기 전에 다른 곳에서 잃어 버렸다면...?

부산에 제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지만 아이패드를 찾으러 돌아다니는 바람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어쩔 수 없이 김해로 가기 위해 경전철을 탔습니다. 익소모임 장소로 가는 40여 분 동안 생각을 하며 열을 식혔습니다. 마음이 어느 정도 차분히 가라앉았습니다. 최악의 경우라면 그냥 다시 사면 된다. 백업을 못 한 사진과 동영상이 좀 아깝긴 하지만...

원래 정오에 만나기로 했는데, 제가 약간 지각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모임 장소에서 학원 선생님이 세팅을 어느 정도 해 두시고 룰북을 읽고 계셨습니다. 인사를 다시 나누면서 제 아이패드에 대한 비보를 알려 드렸더니 광주 터미널에 전화를 넣어 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점심시간이어서 상담원과 연결할 수 없어 오후 1시가 넘으면 다시 전화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반지 전쟁에 대한 긴 설명을 드렸습니다. 전화를 다시 해 보니 터미널에 접수된 분실물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조금 쉬었다가 반지를 시작하니까 다른 분들이 도착하시기 시작했습니다. 방명록도 써야 한다고 하셔서 뭔가를 써 드렸고요. ㅎㅎ 학원 선생님과 반지 전쟁 한 판이 이어졌습니다. 이날 제가 며칠 잠을 제대로 못 잤을 뿐 아니라 아이패드를 잃어 버린 것 때문에 정신도 없었고, 아카이브 님까지 연속으로 총 세 게임을 했기 때문에 기억이 정확하지 않습니다. 머리 속에서 섞였을 거예요. 저와 같이 하셨던 분들이 나중에 댓글로 게임 상황 설명을 해 주시면 좋겠네요. 학원 선생님이 좀 더 쉽게 접근하시도록 암흑군단을 드렸고 제가 자유민족을 했습니다. 초반에 주사위 수는 적지만 원정대를 꾸준하게 진행시켰을 겁니다. 헬름의 협곡과 미나스 티리스가 초반에 쉽게 뚫렸지만 로한의 에도라스에 한 방 병력이 모여 있었기 때문에 중후반에 게임을 뒤집을 힘은 있었습니다. 중반 즈음에 모인 그 병력으로 모르도르를 뚫을 수 있는 각이 보여서 원정대 진행을 포기하고 태세를 전환했습니다. 에도라스를 내 드리고 미나스 모르굴을 돌파하고 더 전진시켜서 바랏두르까지 점령해 버렸습니다. 그 상태로 턴의 종료 시까지 버티면 승리하는데, 암흑군단의 남은 행동 주사위로 제 점수를 깎을 방법이 없어서 이대로 게임이 끝나게 되었습니다.



학원 선생님께서 오후 5-6시까지 시간이 가능하다고 하셔서 한 게임을 더 했습니다. (반지 전쟁은 이렇게 라이트한 게임이죠.) 진영은 그대로 했고요. 이번에도 원정대를 꾸준하게 진행시키면서 미나스 티리스를 버리고 뛰어나온 곤도르군으로 모르도르 주위를 돌아다니며 신경쓰이게 했습니다. 이전 게임에서 한 번 당하셨기 때문에 분명히 방어하느라 행동을 사용하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여차하면 제가 모르도르를 또 뚫어도 되고요. 그 사이에 원정대가 모르도르 트랙에 올라갔습니다. 타락 점수가 높아서 아슬아슬했는데요. 모르도르 트랙 위에서 사건 카드로 타락 점수 1점을 낮춘 덕분에 타락 점수 11점으로 겨우겨우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휴 =3



그리고 나서 옆에서 구경하시던 아카이브 님과 반지 전쟁 한 게임을 했습니다. 아카이브 님이 초반부터 쉽게 점령하셨는데요. 중후반에 제가 엔트 사건 카드로 사루만을 죽이면서 암흑군단의 기세가 꺾이면서 제가 흐름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하루에 세 게임을 했더니 이때에 제가 뭘로 이겼는지 기억이 안 나네요. ㅠㅠ 아무튼 같이 하시고 나니까 아카이브 님도 룰도 어느 정도 잡으셔서 다른 분들과 설명 없이 반지 전쟁을 할 수 있게 되신 듯했습니다.

저녁식사 시간이 돼서 아카이브 님과 둘이서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광주에서 아침 먹고 식사를 못 했네요. 아이패드를 잃어 버린 것 때문에 밥 생각이 안 나긴 했죠. 쇼핑몰에서 약간 걸어가니 길 건너편에 한 분식점이 있었습니다. 손님으로 꽉 차서 북적댔습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좋은 가게였습니다. 각자 밥 하나, 그리고 같이 먹을 작은 가마솥에 나오는 떡볶이를 시켜서 먹었습니다.

모임 장소로 돌아와서 다른 분들과 같이 게임을 했습니다. Skull 스컬인가 하는 게임을 했고요. 예전에 해 봤던 게임인데 제가 슬슬 졸음이 오기 시작해서 룰을 다시 듣고도 이해하는데 어려웠습니다. ㅠㅠ 그 다음에 제가 가져간 타노스 라이징을 했는데요. 처음에 가장 빡센 블랙 오더 멤버인 컬 옵시디언이 깔려서 버티질 못 했습니다. 너무나 일찍 끝나서 (자~~~~ 이 판 무효~~~~) 다시 한 게임 하기로 했는데, 이번에도 귀신 같이 컬 옵시디언이 나와서 또 광속으로 끝났습니다. ㅠㅠ

옆 테이블에서는 한 외국인이 가이아 프로젝트를 한 게임 끝내고 콜비 님과 둘이서 자작 게임을 플레이테스트하고 있었습니다. 아카이브 님에게서 들은 건데 그 외국인이 "Garbage Day 쓰레기 수거일"이라는 덱스터리 게임을 만든 디자이너라고 합니다. 그 게임 디자이너가 우리나라에 있을 줄 몰랐네요. ㅋㅋ

제가 너무 피곤해서 게임을 더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마침 다시 부산으로 가시는 아카이브 님의 차를 얻어 타고 다시 사상으로 갔습니다. 사상 터미널에 분실물이 접수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김해 모임에 있는 동안에 특히 아카이브 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차도 두 번이나 태워다 주시고 이날 저녁식사도 사 주셨고요. 정말 감사합니다. ^^






사상 근처에서 숙소를 잡고 일단 잠을 자기로 했습니다. 일주일 넘게 제대로 쉬지 못해서 심신이 못 버티겠더라고요. 잠을 잤는데 마음이 불안하니 오래 못 자겠더군요. 자다가 깨고를 몇 번 반복하다가 아침에 체크아웃했습니다. 근처 PC방에 가서 아이패드를 찾을 방법을 검색해 봤습니다. iCloud에 내 아이패드 찾기라는 서비스가 있고, 그걸로 최근 위치를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전날 학원 선생님께 확인하고 이날 하나하나 님께 확인했는데, 제가 광주 터미널 안에서 카톡을 보낸 기록이 있어서 버스에 오른 이후에 잃어 버린 게 확실해 졌습니다. 광주 터미널에서 화장실에 들르긴 했지만 카톡을 그 이후에 드렸고, 그 이후에 곧바로 버스에 올랐거든요. 제 추론으로 범위를 굉장히 많이 좁혔습니다. 버스 안에서 없어진 게 맞습니다. iCloud에 들어가서 일단 분실 모드를 걸어서 경보음이 계속 울리게 했고, 연락받을 전화번호도 뜨게 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한 반지를 추적하는 사우론처럼 계속 모니터링하기 시작했습니다. ㅋ 계속 오프라인으로 표시되길래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서 점심식사를 하러 밖으로 나갔습니다.

저녁 때에 월풍 님과 약속이 있어서 그 근처로 미리 가 있기로 했습니다. 서면 역에서 내리고 근처 시장에 가서 등심짬뽕 한 그릇과 군만두를 먹고 카페에서 음료 좀 마시면서 더위를 식혔습니다.

근데 왠지 모르게 다시 PC방에 가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어렵게 한 곳을 찾아서 다시 iCloud를 켰는데... 어?! 위치 확인은 안 되는데 제 아이패드가 온라인 상태로 바뀐 겁니다. 그러면 알람이 울리고 연락받을 번호가 뜨고 있는 거라는 얘긴데요! 이제는 뽑기 싸움이었습니다. 좋은 분이 주우셔서 제게 돌려줄지, 아니면 나쁜 놈이 먹고 튈지... ㅠㅠ 저는 운이 좋았습니다. 얼마 있다가 제 아이패드를 습득하신 분과 연락이 연락이 됐거든요. 택배로 보내 주겠다고 하셨는데 배송 중에 파손될 위험이 있고, 돌려 주시는 분께 얼굴 뵙고 사례를 하는 게 예의인 듯해서 제가 광주로 다시 가겠다고 전화로 말씀을 드렸습니다. 제 아이패드가 다시 돌아오겠군요! 여행 중에 찍은 사진, 동영상과 함께요! ㅠㅠ




설레는 마음으로 월풍 님과 만날 별빛바다 아지트로 향했습니다. 서면 역에서 좀 걸어가야 하더라고요. 날씨는 더웠지만 마음이 편해졌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걸어갔습니다. 약속 시간까지 한 시간 가까이 남아서 쇼핑몰 내부를 구경했습니다. 상권이 많이 죽어서 입점한 가게들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한 바퀴 돌다가 별빛바다 아지트를 못 찾아서 두 번째 바퀴 째에 겨우 찾았습니다.

오후 7시가 되자 한 건장한 남자 분이 아지트를 여셨고, 곧 다른 남자 분도 아지트로 들어가셨습니다. 몇 분 뒤에 월풍 님이 멀리서 걸어 오시는 게 보여서 인사를 나눴습니다. 월풍 님과 같이 별빛바다 아지트에 들어갔습니다. 안에 큰 테이블 4개가 있었고 벽에 게임 장식장이 있었습니다. 나머지 두 분과도 인사를 나누고 월풍 님이 가져오신 반지의 전쟁 영어판을 세팅했습니다. 월풍 님이 반지의 전쟁을 해 보긴 하셔서 그 두 분이 플레이하시고, 월풍 님과 저는 옆에서 관전하는 걸로 했습니다. 설명이 끝나니까 8시가 넘었고, 게임을 시작하면 또 한 분이 오시는 밤 10시까지 끝낼 수 없을 것 같아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첫 플레이하면 3시간은 잡아야 하니까요. 일단은 하는 데까지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아지트에 두 번째로 오신 분이 게임을 어느 정도 해 보셨는지 가늠할 수 없어서 이것저것 여쭤 봤는데, 워게이머이시더라고요. 제가 괜한 걱정을... ^^;;; 10시에 오신 분은 굉장히 밝은 표정과 말투의 TRPG 게이머이셨는데요. TRPG의 뿌리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반지의 제왕이니까 세계관은 잘 아실 것 같았습니다. 본인은 톨키니스트는 아니라고 하셨지만 월풍 님과 두 분이서 몇 마디 얘기 나누시더니 반지의 전쟁 룰을 빠르게 익히고 계셨습니다. 피곤하셔서 먼저 가신다고 하셨는데 저한테 룰 설명은 듣지 않으셨지만 거의 반 정도는 이해하고 가신 듯했습니다. (무서워...)

아무튼 건장한 남자 회원 분의 자유민족이 한 반지를 퐁당 빠뜨리면서 워게이머 분에게서 승리하셨습니다. 그 다음에 월풍 님이 개발 중이신 보드게임을 해 봤는데요. 제가 설명듣는 도중에 많이 졸아서 포인트를 못 잡고 엉망으로 했던 것 같습니다. ㅠㅠ 나중에 출시되면 좋은 반응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작가 싸인해 주시나요? ㅋㅋ)

새벽 4시 즈음에 모임이 끝났는데요. 숙소를 잡고 쉴까 하다가 아이패드를 찾을 생각에 설레서 잠도 안 오고 부산으로 태풍이 올라오고 있어서 PC방에서 잠깐 시간을 때우다가 아침 일찍 광주로 떠나기로 했습니다.


Posted by Mounted Cloud
,
광팡맨

여수에 티츄에 이은 무언가 (?)를 하나 더 심고 저는 광주로 향했습니다. 같이 나온 분들의 차를 얻어 타고 어딘가에서 내렸습니다. 주위를 잘 살펴 보니 예전에 부산으로 갈 때 버스를 탔던 그곳이더라고요. 여수에서 광주까지 거리는 그리 멀지 않습니다. 그 말은 버스 안에서 오래는 못 잔다는 뜻... ㅠㅠ

그리고 곧 광주에 도착했습니다. 원래는 밤 늦은 시간부터 시간이 가능하신 하나하나 님만 만나기로 되어 있었는데요. 마안성 님이 반지 전쟁을 배우고 싶다고 신청하셔서 하나하나 님과 만나는 시간 전까지 반지를 알려 드리기로 했습니다. 4년 전에는 상무지구에서 모이는 모임에 들렀는데, 이번에는 하나하나 님이 약속장소를 전남대 앞으로 잡으셨습니다. 제가 광주 지리를 몰라서 이번에도 택시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날씨도 덥고 짐도 있었을 뿐아니라 다른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마안성 님과 만나기로 한 오후 6시까지 못 갈 것 같아서요.

전남대 후문 쪽에 있는 한 룸 카페에 도착했습니다. 여러 층으로 된 이곳에서는 공부뿐만 아니라 보드게임을 하는 사람들도 보였습니다.



마안성 님을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반지 전쟁 세팅에 들어갔습니다. 맵을 놓고, 카드 덱을 섞고, 피규어들을 놓고, 각종 카운터와 토큰들을 놓고요. 약 60분이 걸리는 설명을 시작했죠. 아마도 설명의 1/3 정도 하고 있을 때 즈음에 한 여자 분이 제 뒤에서 나타나더니
"혹시 skeil 님이세요?"
"네..."
"제가 하나하나예요!"
라고 인사를 하셨습니다. 저는 두 가지 이유 때문에 말문이 탁 막혔는데요. 첫 번째는 하나하나 님이 제게 알려 주신 약속 시간보다 한 네 시간은 일찍 나타나셔서 그런 것이었고요. 두 번째는 많은 분들이 눈치채셨겠지만, 제가 하나하나 님이 여자 분인 줄 미리 알지 못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굳이 성별, 나이 등을 미리 여쭙거나 그러지는 않거든요.) 저뿐만 아니라 마안성 님도 좀 당황하셔서 화면이 정지된 느낌이었습니다만 하나하나 님이 다른 테이블에서 놀다가 나중에 온다고 하셨습니다.

마안성 님에게 설명을 드리고 잠시 쉬고 본 게임에 들어갔습니다. 전투 때에 주사위 운이 잘 따라서 마안성 님이 곤도르와 로리엔을 쭉쭉 잘 미셨지만 제가 그냥 당하지는 않죠~ ㅎㅎ 잘 모은 로한의 기병 군대로 역러시를 해서 헬름의 협곡을 탈환하고 오르상크를 압박했습니다. 그 사이에 반지 운반자들은 모르도르에 도착했죠. 타락 관리를 좀 잘 해 둔 덕분에, 그리고 마안성 님이 "0" 타일을 뽑아주신 덕분에 손쉽게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



마안성 님은 모임에서 활동하시는 건 아니고 지인들과 게임을 하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반지 전쟁은 지인들과 하실 만한 게임이 아닌데...;;;) 게임의 테마 때문에 입문하시거나 구입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다고 알고 있습니다. 최근 테마틱 게임들은 규칙이 정교하고 잘 다듬어져 있어서 룰 공부가 좀 필요한데요. 그 중에서도 반지 전쟁은 규칙의 양이 많기로 소문이 나 있거든요. 마안성 님 주변에도 반지 전쟁에 관심을 가지는 분이 나타나서 반지 전쟁을 즐겁게 플레이하시길 바랍니다. 같이 할 짝을 못 찾으시면 게임에 먼지만 쌓일 수도... ㅠㅠ

마안성 님과 게임이 끝나고 하나하나 님, 그리고 하나하나 님과 같이 오신 go9ma32 (이하 고구마) 님이 오셨습니다. 넷이서 게임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안성 님이 먼저 가셔야 한다고 해서 세 명이 남게 되었습니다. 제가 광주에 오게 된 이유들 중 하나는 Hunt for the Ring 반지를 위한 추적을 배우기 위함이었습니다! 제가 이 게임을 구입하고, 디자이너 아저씨에게서 파일을 받고도 오랫동안 번역을 쉴 수밖에 없었는데요. 반지를 위한 추적이 화이트채플에서 온 편지를 기반으로 만든 게임이지만 제가 화이트채플을 불과 열흘 전에 배워서 번역이 막힐 수밖에 없었거든요. ㅠㅠ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서 일부러 화이트채플도 배웠고, 또 일부러 광주까지 와서 반지를 위한 추적을 배우기로 한 겁니다. 반지를 위한 추적은 제1부와 제2부로 나뉩니다. 제1부는 샤이어에서 떠난 프로도가 브리까지 가는 여정을, 제2부는 브리에서 리븐델로 떠난 프로도를 돕기 위해 간달프가 나즈굴의 어그로를 끄는 것을 다룹니다. 큰 틀에서는 그 둘이 같지만 또 다릅니다.

고구마 님이 설명을 해 주셨고요. 바로 게임에 들어갔습니다. 어쩌다 보니 제가 프로도를 맡고, 두 분이 나즈굴을 맡았습니다. 나즈굴 넷을 피해서 프로도를 빙글빙글 잘 돌렸는데요. 화이트채플과 다르게 프로도가 잡히면 끝나는 건 아니고, 프로도를 둘러싸고 타락 타일을 뽑아서 프로도를 두드려 패는 게임이었습니다. 타락 타일이 뽑힐 때에 고기 방패 동료를 던져서 막는 게 반지 전쟁과 비슷하더라고요. ㅎㅎ



어찌어찌해서 무사히 프로도를 브리까지 보내서 제1부가 끝났습니다. 맵을 뒤집고 제2부에 들어갔는데요. 제가 얕본 탓인지 간달프를 프로도와 떨어뜨려 놨더니 나즈굴이 매우 빠르게 프로도에게 다가와서 두들겨 패기 시작했습니다. 간달프가 와서 나즈굴을 쫓아내야 했는데 말이죠. 게임이 금방 끝나 버리고 말았습니다. ㅠㅠ



그리고 나서 무슨 게임을 할까 고민하다가 확장을 다 넣고 반지 전쟁을 하기로 했습니다. 두 분 말씀 듣고 깜짝 놀랐던 게 두 번째 확장은 아는데 첫 번째 확장은 모르신다는 거였습니다. 두 번째 확장이 첫 번째 확장보다 훨씬 더 어려운데 이 두 분은 반대네요. 룰 확인 차 가볍게 하다가 접는 게 원래 계획이었습니다만 하다 보니 끝까지 다 하게 되었습니다. 두 분도 반지 전쟁 룰을 제대로 하는 사람과 게임 하는 게 거의 처음이라고 하셨던 것 같은... (저도 이걸 독학으로 깨우친 사람과 하는 게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ㅋㅋ) 결과는 제가 반지-운반자들을 타락시켜서 승리했습니다. 새벽 1시 5분 즈음 시작했는데, 정확히 2시간만에 끝냈네요!



그 다음엔 제가 가져간 게임들을 했습니다. 디즈니 뽕에 취하게 할 빌러너스를 먼저 알려 드렸습니다. 진주편에서도 얘기했지만, 제가 이거 한글화 자료 만드느라 체력을 끌어다 써서 제가 휴가 기간에 제 컨디션일 수가 없었습니다. ㅠㅠ 대신에 한글화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고구마 님은 TCG를 해 보셔서 그런지 금방 적응하시더라고요. 막판에 다들 승리 조건에 거의 다 달성한 채로 한 턴 싸움이었는데요. 하나하나 님이 이기셨던 것 같네요.



새벽 5시가 다 된 시각에 다음 게임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가져간 타노스 라이징을요. 설명하고 플레이하다 보니 카페가 문닫을 시간이 되어서 끝을 보지 못 하고 나왔습니다. ㅠㅠ



예정보다 일찍 카페에서 나와서 셋이 같이 아침식사 (?)를 하기로 했습니다. 24시간 하는 음식점으로 가는 도중에 하나하나 님이 예전에 어떤 사람이 광주 모임 둘을 헷갈려서 잘못 언급해서 문제가 있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게 접니다... ㅠㅠ) 4년이 지난 지금도 광주 게이머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걸 보면 큰 문제이긴 했나 봅니다. 예매한 버스 시간에 가까워질 때까지 국밥집에서 식사를 하면서 두 분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보드라이프에서, 광주에서 반지 전쟁 설명회를 한다는 글을 몇 번 본 적이 있습니다. 제가 그 글 작성자 분 (= 하나하나 님)에게 반지 전쟁을 알려 드린 적이 없어서 아마도 독학으로 깨우치신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언제 시간 되면 광주에 들러서 룰 좀 잡아 드려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번 남부지역 순회방문을 앞두고 가장 먼저 잡은 일정이 광주에서 하나하나 님을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며칠 전에는 하나하나 님이 영화 "반지의 제왕" 제1부에 맞춰 글을 쓰신 게 베스트 글에도 올랐죠. (베스트 글에 오를 걸 예상 못 해서 매우 당황하셨다고...) 이거 왠지 광주의 낯선 여인에게서 곰팡맨 님의 향기 곰팡내?를 느낀 듯한...;;;

저는 4년 전에 알게 된 곰팡맨 님, 이날 알게 된 하나하나 님은 여느 여성 보드게이머들과 어딘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두 분을 그냥 게이머가 아니라 컨텐츠 제작자로 받아들인 것 같아요. 하나하나 님이 현재 시간 내기 어려우셔서 많은 활동을 못 하시지만 환경이 달라진다면 더 많은 활동을 하시겠죠. 거리가 좀 멀긴 하지만, 하나하나 님과 곰팡맨 님 사이에 교류가 생기면 재미있는 것들을 만들어 내시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해 봤습니다. ㅎㅎ


원래대로라면 제 여정은 이날 여기에서 끝나야 했습니다만 남은 과제가 있어서 김해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그리고 김해로 가는 김에 다른 일도 같이 하려고 했는데요. 부산으로 가면서 제 계획에 없던 어떤 큰 사건이 발생하면서 후기를 몇 편 더 쓰게 생겼습니다.


Posted by Mounted Cloud
,
겜익점

많은 분들의 응원과 걱정 덕분인지, 제 아이패드를 무사히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안에 있던 사진과 동영상이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번 후기에도 정상적으로 사진을 올릴 수 있게 되었네요. 이와 관련된 뒷얘기는 제6화에서 풀도록 하겠습니다. ㅎㅎ


약 3일간 머물렀던 부산을 뒤로 하고, 서면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버스터미널이 있는 노포 역까지 가야 했는데요. 오후 2시 50분에 여수로 가는 버스를 타기에 시간이 정말 간당간당했습니다. 못 타면 다음 차를 타면 되긴 한데, 일단 제가 약속한 시각이 오후 6시까지였거든요. 서면에서 노포까지 역이 좀 있었는데 제 예상보다 시간이 적게 걸렸습니다. 노포 역에 2시 40분 즈음에 도착했을 겁니다. 지하철 역에서 버스터미널까지 걸어서 몇 분 안 걸려서 늦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탈 버스는 여수행이지만 저는 여수보다 전인 여천에서 내려야 합니다. 버스에서 깜빡 졸다가는 더 먼 여수까지 가야 하니 알람을 맞춰 놓고 눈을 붙이기로 했죠.

여천에는 터미널이 있긴 한데 굉장히 작은 미니 터미널 (?)이 있습니다. 기사님이 큰 소리로 여천 내리라고 말씀해 주시기 때문에 깨어 있다면 제때 내리는 건 어렵지 않죠. 여천에서 내렸는데요. 예전에 모임을 열던 천사 다방은 이제 없어져서 여수모임 분들은 다른 카페에서 모인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돈을 아끼려면 걸어가든가 해야 하지만 모임 장소가 예전보다 더 멀어졌고 날씨도 덥고 저한테 가방이 세 개였기 때문에 그냥 택시를 타기로 했습니다. 택시 기사님에게 모임 장소로 사용하는 카페 이름을 말씀 드렸는데 모르시더라고요. 그래서 주소를 불러 드려서 위치를 아시도록 했습니다.

모임 장소인 카페 드 파리는 예쁜 색깔의 작은 카페였습니다. 안에 두세 테이블에서 보드게임을 하고 계셨는데요. 어디까지가 모임 분들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어딜 보나 보드게이머로 보이는 저를 다른 분들이 알아봐 주셨기 때문에 엇갈리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상당히 쭈뼛거리고 있었는데요. 카페 내부를 구경하면서 어색함을 녹이기로 했습니다. 제가 고양이를 상당히 좋아하는데, 카페 안에 작고 예쁜 고양이가 있더라고요. 모임 분에게 나중에 들었는데, 원래는 그 고양이가 길냥이였는데 카페 사장님이 지극정성으로 돌봐서 지금은 사람을 잘 따르고 좋아하는 개냥이가 되었다네요. 그래서 사람을 보면 도망가지 않고 다가와서 얼굴을 부빕니다.




카페 안에는 한쪽에 보드게임이 비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비보드게이머 손님들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여수보드게임모임 분들을 위한 사물함이 있었습니다. 여수보드게임모임을 줄임말로 "여보게"라고 부르시는 듯한데, 예전에 있던 책 제목이 생각나더라고요. '여보게, 저승갈 때 뭘 가지고 가지'라는...;;;




6시가 다 되어서 여보게 분들과 저녁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차를 타고 가시길래 좀 멀리 나가야 하나 싶었는데 더워서 그러신 거라고... (차 속은 더 뜨거웠습니다. ㅠㅠ) 잠깐 가니까 한 식당이 나왔습니다. (가게 이름이 생각나지 않네요...;;;) 저희는 총 6명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두 명씩 같은 메뉴를 시켰고, 같은 메뉴 시간 사람들끼리 붙어 앉았습니다. 제 앞은 분이
"안녕하세요? 저는 여보게 모임장, Edward Elric (이하 엘릭)이라고 합니다."
라고 자기소개를 하셔서 저도 어디 모임장이라고 붙여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살짝 왔어요. ㅋㅋ (제가 여행 다니는 건 그냥 한 개인으로서 활동하는 거라...) 식당 주인께서 혼자 운영하시는 가게였고, 저희가 음식을 세 가지나 시켰고, 여기가 전라도이다 보니 반찬 가지 수가 많아서 상을 가져오시는 데에 오래 걸리셨던 것 같습니다. 저희가 한 사람당 7,000-8,000원짜리 음식 시켰는데, 반찬 나오는 게 이정도입니다. (사진에서 잘렸지만 저 냄비 왼편으로 반찬이 두 가지 더 있었습니다.) 제가 밑반찬 많은 곳을 참 좋아합니다. 밑반찬만으로 한 공기 다 먹고 메인 요리로 또 한 공기 먹고 그런 식인데, 이날은 초면이라 제가 낯가림을 좀 했고 버스 타고 오느라 속이 아주 편한 상태가 아니어서 조금만 더 먹기로 했습니다. 저의 눈빛을 읽으셨는지 엘릭 님이 밥을 더 먹을 거냐고 물어 보셔서 더 먹겠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래서 한 공기를 사이좋게 나눠 먹었어요. (초면만 아니었으면 저 혼자서만 한 공기 더 먹었을 텐데... ㅠ)



식사를 마치고 다시 카페로 돌아갔습니다. 두 테이블로 나눴는데요. 제가 뻘쭘해 할까봐 그러셨는지, 제가 있는 쪽에 엘릭 님과 Gamer 님이 와 주셨습니다. 제가 빌러너스를 밀고 있는데, 엘릭 님도 가지고 계셔서 여보게에서 어느 정도 전파가 된 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져간 나머지 게임, 타노스 라이징을 선택했습니다. 이제는 마블 영화가 대중적이어서 세계관이나 캐릭터 설명을 따로 할 필요가 없어서 정말 편합니다. 그렇게 3인플로 했는데, 중반 즈음에 위기가 좀 있었지만 무난하게 클리어했습니다. 다른 테이블에서 하시던 분들이 오셔서 저희 쪽 게임 (사실은 타노스 피규어) 구경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나서 한 분 더 추가해서 네 명이서 간츠 숀 클레버인가 깐쇼 새우인가 아무튼 어려운 이름의 주사위 게임을 했습니다. 주사위빨X망 게임일 줄 알았는데, 살짝 깊이가 있는 게임이더라고요. 이날 처음 해 봤는데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칸 숀 클레버가 끝나고 다음 게임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이때 여보게 사물함 내부 구경을 좀 했고요. 게임 많이 가지고 계시더라고요. ㅎㄷㄷ 취향이 갈려서 게임을 못 고르고 있자 제가 반지 얘기를 꺼냈습니다. Gamer 님이 불안한 눈빛으로 새벽에 하자고 미루셨는데, 저는 정신력이 멀쩡한 지금 배워야 덜 졸리실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맞을 거면 (?) 먼저 맞아라...라는 생각으로...;;; 제 말에 묘하게 설득당한 Gamer 님과 보리 님, 그리고 시루 님이 반지 전쟁을 하시기로 결정하셨습니다.



긴 설명 전에 저는 화장실에 다녀왔습니다. 보리 님이 반지 전쟁을 가져오셨던 것 같은데요. 카드 슬리브만 씌우시고 안에 비닐도 안 뜯으신 상태였을 겁니다. 비닐을 뜯고 국가별로 피규어를 구분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아주 긴~~~~ 설명을 끝냈는데, 이때 시각이 밤 9시 53분이었습니다. 제 예상으로 새벽 1시가 넘어서 끝날 것 같았는데, 정말 그랬습니다. 새벽 2시 즈음에 끝나더라고요. 게임 하시는 동안에 Gamer 님이 너무나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시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셔서 더 안 하시겠다 싶었는데, 그건 저의 착각이었습니다. 끝나고 바로 한 게임 더 하시더군요.




반지 전쟁 두 번째 게임이 끝나자 새벽 4시 38분이었습니다. 두 번째 판은 2시간 반만에 끝내신 거였죠. 반지 전쟁은 이렇게 라이트합니다. 제가 가운데-땅의 미니 빌이라고 말하는 게 거짓말이 아닙니다. ㅎㅎ 네 명이 되자 티츄를 하자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티츄 정말 안 하는데요. 기록을 보니 제가 1년 11개월만에 티츄를 하게 된 거였습니다. 그런데 여보게 어느 분이 말씀하시기로는 여수에 티츄를 전파한 게 저라고 하시더라고요. 5년 전에 여수모임 분이 티츄 좀 알려 달라고 하셔서 제가 알려 드리고 가긴 했는데, 그 이후로 여수에서 엄청난 티츄 붐이 일었다고... (중국에 아편을 판 영국인이 된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여수 분들에게 뭔가 큰 사과를 해야 할 것 같은... ㅠㅠ 근데 제가 거의 2년만에 티츄를 하니까 처음에 몇 장 받는 건지도 잊어 버렸습니다. ㅋㅋ 제가 얼마나 심각했냐면 제 핸드에 폭탄이 있었는데 언제 써야 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서 못 썼어요. ㅋㅋㅋ 여러분도 약을 끊을 수 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제가 있는 팀이 이겼습니다. ^^;;;



티츄가 끝나고 방황하시길래 제가 농담반 진담반으로 반지 더 하라고 말씀 드렸는데, 정말 또 하셨습니다. 그거 끝나고 또 하셨습니다. 그러니까 그날 밤 사이에 반지가 네 번 돌아간 거죠...;;; 제가 목화 씨앗을 드린 줄 알았는데 대마 씨를 드렸네요. 허허허




반지가 끝날 때 즈음에 카페 사장님이 오셔서 놀라시더라고요. 밤새 게임 하실 줄 몰랐다면서요. 저도 밤새 반지 하시면서 밤새실 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고 점심식사를 하러 나갔습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차 안에서 쪄 죽을 뻔 했지만 근처에 있는 맛있는 돈가스집에 잘 도착했습니다. 저희가 앉고 나서 손님들이 우르르 들어왔습니다. 사이에 치즈가 들어간 맛난 돈가스였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카페로 돌아와서 게임을 또 했습니다. 어센션 하고, 도블도 하고, 오트리오라는 뭔가 교육용 게임 같은 것도 했네요. 광주에 오후 6시까지 가야 해서 거기까지만 하고 나와야 했습니다. 다행히 여수에서 광주로 가는 버스가 굉장히 자주 있어서 늦지는 않을 것 같았습니다.

맛있는 밥도 사 주시고, 밤새 반지를 재미있게 즐겨주신 여수보드게임모임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다음에 여수나 근처에 갈 일 있으면 또 들를게요. 그때까지 안녕히 계세요.


Posted by Mounted Cloud
,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Travis R. Chance

마운티드 클라우드 주간 게임 리뷰 7의 329번째부터 Co-operative Play 협동 진행 게임들을 소개합니다.

이번 시간에 소개할 게임은 Aeon's End 에이언즈 엔드입니다. Deck / Pool Building 덱 / 풀 빌딩에 협동 진행 게임이 합쳐진, 왠지 모르게 킥스타터에 많이 올라오는 게임인 듯한 느낌이 들죠. 에이언즈 엔드도 사실 킥스타터를 통해 세상에 나타난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의 디자이너의 이력이 참 독특하더군요. Kevin Riley 케빈 라일리 씨인데, 예전에 스타크래프트 2의 프로게이머로 활동했다고 하네요.



틈의 마도사

라일리 씨가 만든 에이언즈 엔드의 세계관에서, 플레이어들은 Gravehold 그레이브홀드라는 피난처를 네메시스로부터 지키는 틈의 마도사가 됩니다. 8명의 마도사는 서로 다른 능력을 가지고, 마법을 시전하는 공간인 4개의 틈도 서로 다르게 세팅합니다. 마도사는 10의 생명을, 그레이브홀드는 30의 생명을 가진 채로 시작합니다.

틈은 양면으로 된 타일 형태입니다. 한쪽은 개방, 다른 한쪽은 폐쇄로 되어 있는데요. 개방된 틈에는 주문 카드를 놓을 수 있습니다. 폐쇄된 틈을 개방하려면 개방 비용을 한 번에 지불하거나, 또는 집중 비용을 지불하고 폐쇄된 틈을 시계방향으로 90도로 돌려서 개방 비용을 낮출 수 있습니다. 틈은 1에서 4로 갈수록 개방 비용과 집중 비용이 더 높아지지만 틈을 개방하는 순서는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3번 틈과 4번 틈은 개방되어 있을 때에 추가 효과가 있어서 일찍 개방해 놓으면 훨씬 더 좋고요.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Daniel Thurot


마도사와 네메시스의 턴

마도사의 덱을 구성할 카드는 3종류입니다. 보석은 도미니언에서 재물 카드와 같습니다. 보석을 플레이하면 에이언즈 엔드에서의 통화인 에테르를 생산합니다. 그 에테르로 카드를 구입하거나 틈을 개방/집중하거나 능력을 충전할 수 있습니다. 주문은 네메시스와 그의 부하들에게 피해를 주는 데에 사용하고요. 유물은 다양한 순간 효과가 있습니다. 도미니언의 왕국 카드에 해당하는 공급 더미는 9종류를 선택합니다. 게임의 밸런스를 위함인지, 보석을 3종류, 주문을 4종류, 유물을 2종류로 놓으라고 합니다.

턴 순서 덱에는 각 플레이어가 선택한 숫자 카드가 들어갑니다. 2인일 때에는 숫자 2장씩 선택하고, 3인일 때에는 와일드 카드 1장이 추가되어 어느 인원으로 하든 플레이어의 턴 순서 카드는 총 4장입니다. 그리고 항상 네메시스 턴 순서 카드 2장이 턴 순서 덱에 들어갑니다. 플레이어의 턴은 3단계로 구성됩니다. 시전 단계에서는 틈에 놓았던 주문을 시전할 수 있는데요. 폐쇄된 틈에 있던 주문은 반드시 시전해야 합니다. 주요 단계에서는 핸드에 있는 보석, 유물 카드를 플레이할 수 있고, 카드를 구입하거나 능력을 충전할 수 있고, 틈을 개방하거나 집중할 수도 있습니다. 또는 틈에 주문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주요 단계에서는 이 행동을 원하는 순서로 원하는 횟수만큼 실행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카드 뽑기 단계에서는 핸드에 카드가 5장이 될 때까지 덱에서 뽑습니다.

게임의 시작 시에 4개의 네메시스 중 하나를 선택합니다. 네메시스도 그레이브홀드처럼 다이얼로 남은 생명을 표시합니다. 네메시스도 고유의 덱을 가지는데요. 이 덱에는 공습, 부하, 세력으로 구성됩니다. 즉시 발휘하고 버려지는 공습 카드와 다르게, 부하 카드와 세력 카드는 남아서 지속적으로 효과를 발휘합니다. 네메시스 턴은 주요 단계와 카드 뽑기 단계로만 있습니다. 주요 단계가 시작되면 가장 오래된 부하나 세력 능력부터 발휘됩니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Thomas Aikens


플레이어의 탈진과 패배

마도사의 생명이 0으로 떨어지면 그는 탈진 상태가 됩니다. 그때에 네메시스는 촉발을 2번 사용하며 날뛰고, 방금 탈진한 마도사의 틈 하나가 파괴되고 그의 모든 충전 토큰이 버려집니다. 탈진한 마도사는 여전히 게임에 참여하고 있지만 생명을 다시 얻을 수 없고, 그에게 피해를 주는 상황이 되면 그레이브홀드가 2배의 피해를 입습니다. 그레이브홀드의 생명이 0으로 떨어져도 패배하지만 모든 마도사의 생명이 0으로 떨어져도 패배하니 서로 생명 관리도 잘 해야 합니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Jonas Vanschooren


셔플하지 않는 덱 빌딩 게임

2008년에 Dominion 도미니언이 출판됨으로써, 보드게임 업계에는 덱 빌딩 열풍이 불었습니다. 아마도 Worker Placement 일꾼 놓기만큼이나 큰 유행을 이끌고 있다고 보는데요. 그 두 메커니즘 모두 세련되고 합리적인 방식을 가졌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덱 빌딩 게임에는 여전히 운 요소가 컸습니다. 특히 카드를 섞어서 덱을 만들고 그것에서 카드를 뽑을 때에 말이죠.

에어인즈 엔드는 도미니언과 굉장히 비슷합니다. 결정적인 차이점이라면 셔플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들을 수 있겠네요. 플레이어의 턴의 3단계에서 덱에서 카드를 뽑기 전에 이번 턴에 플레이했던 보석과 유물 카드 전부를 버리는데요. 이때에 버려지는 카드들의 순서를 정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의 덱이 충분히 얇다면 자신이 정한 시점에 정확히 맞춰 원하는 카드를 핸드에 넣을 수 있겠죠. 그래서 시작 덱부터 뽑히는 순서가 정해져 있습니다.

덱은 셔플하지 않지만 플레이어와 네메시스의 턴 순서를 정하기 위해서 턴 순서 덱을 섞어야 하고, 네메시스의 덱에서 뽑히는 카드도 무작위로 나옵니다. 이 부분에서 플레이어들은 카드 운을 탓할 수 있겠네요.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Jonas Vanschooren


에이언즈 엔드는 덱 빌딩과 협동 진행이 잘 어우러진 수작입니다. 이 둘을 합쳐서 킥스타터를 통해 내 놓은 게임들이 많았지만 그 중에 에이언즈 엔드가 단연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테마는 디스토피아적인 암울한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협동 진행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라일리 씨가 하던 스타크래프트 2보다는 Magic: The Gathering 매직: 더 개더링 쪽의 세계관과 더 가깝다는 느낌이 드네요. (mage 마도사라는 용어를 쓰는 것을 보면요.) 일러스트레이션은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좋은 카드 그림을 보던 분들의 눈에는 많이 못 미칠 듯합니다.

덱 빌딩에서 필수였던 덱 셔플을 없앤 것이 에이언즈 엔드의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그게 빠짐으로써 게임 진행이 굉장히 편해집니다. 그런데 이것을 다른 덱 빌딩 게임에 바로 적용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카드 운을 플레이어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은 경쟁 게임이냐 협동 게임이냐에 따라 민감하고 치명적일 수 있는 부분이거든요. 에이언즈 엔드는 협력 게임이기 때문에 덱 셔플이 없어도 문제가 없는 것뿐이죠.

제가 예전에 협동 진행 게임에서 높은 난이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높은 난이도 때문에 플레이어들이 (포기하기 전까지) 도전 욕구를 계속 불러일으켜야 그 게임이 수명을 보장 받는 것이니까요. 에이언즈 엔드는 난이도가 꽤 높습니다. 게다가 도미니언처럼 확장을 꾸준하게 내고 있어서 생명연장의 꿈을 실현하고 있죠.

올해 2019년에는 한글판 출판 소식도 있으니 한국에서 얼마만큼의 인기를 얻을지 무척 궁금합니다.


3주 후에는 협동 진행 게임들 중
Black Orchestra 블랙 오케스트라를 만나보겠습니다.




참고 사이트:
Aeon's End @ boardgamegeek.com
https://boardgamegeek.com/boardgame/191189/aeons-end

Action Phase Games
http://www.actionphasegames.com

Indie Boards and Cards
http://www.indieboardsandcards.com
Posted by Mounted Cloud
,
성장과 성숙 (feat. 영업 전쟁: 작은골맨 vs. 깊은골맨)

어제 멘탈이 부스러지는 일을 겪었습니다. 광주에서 부산으로 가는 길에 제 아이패드 미니를 잃어 버렸습니다. ㅠㅠ 4년 전에 히미끼 님과 대구에 들렀을 때에 버스터미널에서 모자도 잃어 버리셨다가 찾고, 지하철역에서 미역패드 (?)를 잃어 버리셨다가 찾고 하셨는데요. 제 미니도 잘 회수되길 바래야겠네요. ㅠㅠ


8월 1일 아침에 진주에서 출발해서 점심 때 즈음에 부산 사상에 도착했습니다. 다른 곳에 들르려고 이동했다가 다시 사상으로 돌아왔는데요. 사상에서 내려서 제 일정을 확인해 보니 수요일에 스머프2 님과 만나는 것과 토토로 님이 계시는 김해 익소모임에 가는 것이 겹쳐진 겁니다. 그래서 급하게 스머프2 님께 양해를 구하고 다음날에 들르겠다고 말씀을 드렸고요. 저는 부산에서 2시간 정도 여유시간을 벌고 김해로 가기 전에 어딘가로 향했습니다.

예전에 어디에서 보니까 부산의 미X빌 보드게임카페에서 스완 슬리브를 판매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부산 가는 김에 그거 사러 들러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죠. 사상에서 남포까지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남포에서 내려서 이동해 보니 길바닥에 몇몇 연예인 이름과 풋프린팅이 있더군요. 신기했습니다.

세올, 언 두 (작업취소 Ctrl + Z 양반)?


그리고 몇 분 뒤에 그 작은 마을 (?)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요. 제가 이곳에 오게 된 건 어쩌면 운명이었는지도... (응? 무슨 소리?)



들어가자마자 직원으로 보이는 여자 분에게 대뜸
"스완 슬리브 있나요?"
라고 여쭤 봤습니다. 한쪽에 걸려 있는 슬리브들을 보여 주셔서 저는 제가 원하는 크기가 있나 열심히 스캔을 했습니다. 생각보다 크기가 다양하지는 않아서 일단 주변 사람들에게 슬리브 살 거냐고 카톡으로 물어 보고 주문을 취합했습니다. 전날에 제 타노스 라이징과 고오오오오급 스완 플텍에 영업당하신 드렁큰히로 님이 몇 팩 원하신다고 하셔서 그걸 추가했고요. 몇 개 안 살 걸로 예상했던 직원 분이 제가 종이에 적어드린 어마어마한 양을 보시더니 바빠지기 시작하셨습니다. 제가 주문한 슬리브 양이 많아서 이날 택배로 보내기로 했고요.




그러던 중 저는 바로 옆에 있던 무언가를 발견하게 됐는데요.
'으아아아니, 이것은?!'



그렇습니다. 제가 들어오기 전부터 저 반지 전쟁이 놓여 있었던 겁니다. 위에서 두 번째 사진을 다시 한 번 잘 보시면 보입니다. ㅋㅋ 이제부터는 제가 태세전환을 하게 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리븐델 (깊은골)에서 온 사람인데요...

그 직원 분에게 가운데-땅의 최고의 워게임인 반지 전쟁을 개인용으로 구입한 건지 손님용으로 구입한 건지 여쭤 보고, 반지 전쟁 배워 보실 건지 여쭤 봤습니다. 아컴 시리즈도 좋아하셔서 이런 테마틱 게임을 좋아하신다고 하셨는데, 시간이 안 맞으셔서 이번엔 못 배우신다고 하시더군요. ㅠㅠ 이로써 이 영업 전쟁은 깊은골이 지고 작은골이 승리했다는...

이 다음엔 제가 김해로 가는 여정과 이어지고요.




부산으로 가시는 아카이브 님의 차를 얻어탔는데, 아카이브 님이 부산대 앞에 내려 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스머프2 님이 밤 12시 반까지 기다린다고 하셨는데, 도착시간이 이미 2시 반이 넘었을 겁니다. 그래서 숙소 잡아서 편히 자고 오후에 스머프2 님의 던전 (?)에 들르기로 했죠. 주변을 검색해 보니 이상하게 모텔이 하나도 안 보이는 겁니다. 가장 가까운 곳이 아파트 단지를 지날 때까지 꽤 걸어야 하더군요. 지도를 보니까 이해가 되긴 했습니다. 근처에 초등학교가 있더라고요. ^^;;; 아무튼 덥지만 걸어 가서 숙소를 잡고, 가는 길에 아파트 단지 건너편에 코인 런드리가 보여서 샤워만 대충하고 가서 땀을 많이 흘려서 냄새가 나는 빨래를 돌리고 말렸습니다. 열풍으로 말리니 뽀송뽀송해 기분이 좋았습니다.



약간 몸이 피곤한 느낌은 있었지만 머리는 맑았습니다. (위치 선언으로 타락 점수 1점이 낮아졌습니다.) 아침에 한 번 더 씻고 아침 겸 점심을 먹으러 나갔습니다. 부산 올 때마다 돼지국밥을 먹곤 합니다. 엄청 특이한 음식은 아니지만 부산을 대표하는 지역 음식이라 여기 저기서 먹어 보고 싶어서요. 이때가 막 점심 때였는데요. 벌써부터 더웠습니다. 그런데 제가 뜨겁고 매운 음식을 시켜서 제 온몸으로 육수를 뽑아내고 있었죠. ㅠㅠ



부산대에서 부산대 역까지 이어지는 길을 둘러 봤는데 날이 너무 더워서 그런지 사람들이 별로 없었습니다.

개인 미션: 반지를 더 (전파) 하라


저는 날씨를 버티질 못 하고 서른한 가지 맛의 아이스크림 가게에 앉아서 죽치고 앉아 있기로 했습니다. 진짜 너무 더워서 안 사 먹고 버틸 수가 없었습니다. ㅠㅠ 오후 3시가 가까워져서 슬슬 스머프2 님의 가게로 이동했습니다. 부산대로 올라가는 길에서 실수로 사진을 찍었는데 느낌이 좋아서 올려 봅니다. (여자 분을 찍으려고 한 게 아니라 카메라 앱을 켜다가 촬영 버튼이 저도 모르게 눌려서...)



오후 3시에 정확히 맞춰서 스머프2 님의 던전에 입장했습니다. 스머프2 님과 인사, 근황 얘기를 했습니다. 스머프2 님을 직접 만나 본 분들은 어느 정도 공감을 하시겠습니다만, 스머프2 님은 좀 별납니다. 유니크해요. ㅎㅎ 말씀도 많이 하시는 편이고요. 저도 유니크합니다. 지금엔 예전보다는 덜 합니다만, 말도 많고 많이 나서고 남들이 잘 안 하는 걸 궁금해 하고 직접 실행하는 편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가만히 있었으면 그냥 넘어갈 일을 괜히 크게 많들어서 욕을 먹기도 하고요. 스머프2 님과 근황 얘기를 하면서 동병상련이라고 느끼고 있었던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겠지만, 이런 사람들은 외로움을 많이 느끼고 심적으로 많이 힘듭니다. 비슷한 부류가 많지 않으니 어디다가 속내를 토로하기도 어렵고요. 그러다 보니 제가 부산에 올 일이 있을 때마다 스머프2 님을 꼭 뵈려고 했던 게 아닌가 싶네요. 서로 투 머치 토크를 하고 난 후에 속이 좀 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스머프2 님이 전날에 몸이 안 좋으셨는데, 제가 김해 일정 때문에 하루 미뤄서 오히려 다행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날 미리 잡아 놓으신 마작 멤버들 모임이 있으셔서 저는 근처 구경을 하러 나갔다가 밤에 다락으로 돌아오기로 했습니다. 부산대 앞까지 올라가며 동네 구경을 했습니다. 올 때마다 일정을 빡빡하게 잡아서 제가 하고 싶을 걸 제대로 못 하고 가는데, 다음엔 일정을 더 여유있게 잡아야겠다고 또 다짐을 하게 되네요. 부산대 앞에서 밀면을 먹고, 졸려서 다락으로 일찍 올라가서 잠깐 눈을 붙였습니다.



밤 11시 즈음 되어서 스머프2 님이 깨워서 일어났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 돌아다니면서 다른 분들이 제게 해 주시는 공통된 말은,
"굉장히 피곤해 보이시네요."
"깊이 주무셨네요."
였던 것 같습니다. 이날도 들었던 것 같아요. 스머프2 님과 가깝게 지내는 두 분과 함께 뒷고기를 먹으러 나갔습니다. 그리고 숙취가 덜 한 대나무술을 곁들여 가며 또 얘기를 나눴습니다.




스머프2 님은 많이 퍼 주시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손해 보더라도 자기 것을 내어 주는 분이거든요. 온오프라인 상에서 어떻게 보면 지나치지 않나 싶을 정도로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높여 주십니다. 가게 놀러오는 손님들한테 외상도 해 주고 그러시거든요. 돈이 떼이는 경우가 종종 있음에도 불구하고요. 이 자리에 동석한 한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경영은 다른 사람들에게 씨가 나지 않는 씨를 팔아서 고객을 영원히 내 울타리 안에 가두는 건데 (스머프2 님은) 그렇게 하지 않으세요."
라고요.

부산대 앞에도 보드게임카페가 몇 개 더 생는데, 이건 다른 중심가들에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생길지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는 계속 늘겠죠. 시간비례요금을 택하고, 손님들에게 음료를 강매하고, 손님들에게 쉽고 간단한 게임들을 위주로 추천하면 돈을 보다 쉽게 벌 수 있을 겁니다. 경영의 측면에서는 그게 더 옳은 길일 겁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SNS가 유행하는데 화려함을 버리고, 개인주의가 만연해 있는데 가게로 찾아온 손님들을 합석시켜 주는 스머프2 님은 분명히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고 계신 겁니다. 경영의 눈으로 봤을 때에요.

조금 다른 얘긴데, 2000년대에 보드게임 카페 과포화상태가 있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보드게임 한글판 시장도 과포화상태가 곧 오거나 어쩌면 그 상태에 벌써 진입했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사람들은 화려한 겉모습이나 부풀려진 성과 때문에 양적 성장의 이면을 제대로 못 볼 때가 많습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게임에 나오는) 포템킨 마을에 속는 예카테리나 2세처럼요. 많은 업체들이 생기고 경쟁하는 덕분에 보드게이머들이 더 많은 한글판을 접할 수 있게 됐는데요. 우리는 과연 쏟아져 나오는 한글판 게임들을 다 소화할 수 있을까요? 게임을 숙지하는 것도 그렇게 구입/소비하는 것도요.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다른 사람들이 어려운 게임들을 했다는 글이 올라오지만 오늘도 나는 룰북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룰 숙지로 내일로 미룹니다. 누군가는 게임을 몇 백 개를 가지고 있다는데, 나는 주변에 게임을 같이 할 사람이 없어서 그동안 모으던 게임들을 중고시장에 내 놓습니다. 소비자들은 게임이 저렴한 가격에 나왔다고 반기지만, 많은 것을 쥐어짜야 하는 보드게임 업체들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박봉과 과도한 업무에 보드게임 회사를 떠나기도 합니다. 보드게임 커뮤니티에서도 예쁘고 화려한 포템킨 마을의 판자를 떼어내면 곯고 있는 것들이 보일 겁니다. 외적 성장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내적 성숙도 생각해 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또 보드게임 업체들 중 일부는 게임을 개발하는 것보다 다른 쪽에 눈을 돌리기도 하죠. 한국에서 교육시장은 금화를 싸는 당나귀이다 보니 교육용 게임을 만들거나, 보드게임을 교육하는 데에 집중하는 곳도 있죠. 짧은 시간의 교육으로 자격을 부여하기도 하고, 자기 회사의 게임들로만 채워진 커리큘럼으로 교육에 사용하고요. 물론, 보드게이머들의 시각과 비보드게이머들의 시각 사이에 큰 간극이 있을 수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보드게임 모임에서 활동해 보신 분들은 대부분 알고 있겠지만, 비보드게이머들에게 문화 충격을 줄 만큼 근사하면서도 접근성이 좋은 게임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명작으로 손꼽히는 그런 게임들을 중심으로 새내기 회원들을 교육하고 훈련시키잖아요? 그런 게임으로 교육용 커리큘럼을 만드는 게 한국의 보드게이머들을 더 많이 길러내기 위해 더 바람직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게이머인 제가 봤을 때에는 그게 성숙입니다. 보드게임 시장을 오로지 업체들의 손에 맡겼을 때에 과연 이 시장이 성숙할 수 있을까요? 업체가 해야 할 일도 있지만 게이머들이 해야 할 일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업체가 할 수 없는 일이거나, 또는 업체들이 하면 변질될 우려가 있는 일 말이죠. 업체들이 끌고 가려는 방향이 잘못된다면 게이머들, 소비자들이 어떤 목소리를 내서 그 방향을 정정하게 만들어야 할 겁니다. 우리가 돈을 내야 하니까요.


저는 다음날에 오랜만에 월풍 님을 만나야 해서 2차 자리에는 가지 못 했습니다. 전날 묵었던 모텔로 돌아가니
"혹시 어제도 오신 분이 아니세... (말잇못)"
라며 얼굴을 너무나 잘 기억하시더라고요. 저는 겸연쩍은 얼굴로
"밤에 술 마셨더니 오늘 못 올라가서 내일 가려고요."
라고 둘러댔습니다. ㅋㅋ


아침에 씻고 월풍 님을 만나러 서면으로 갔습니다. 오랜만에 월풍 님을 뵙고 국밥 먹고 차 마시며 얘기를 나눴습니다. 여수로 가는 버스를 타야 해서 오후 2시까지 길지 않은 시간을 함께 했는데요. 역시나 시간이 짧아서 아쉬웠습니다. 월풍 님이 보드게임 디자인을 하고 계셔서 다음에 만날 때에 그 얘기를 좀 더 나눠야겠네요.


Posted by Mounted Cloud
,
테라우마

이전 후기를 쓰느라 아침 7시 즈음에 잠들었습니다. 방에서 주무시고 계신 드렁큰히로 님이 저 때문에 깨실까봐 그냥 거실에서 자고 있었거든요. 누군가가 제 발목을 건드리는 느낌이 들어서 잠에서 깼는데 드렁큰히로 님이 저를 발견하시고 방에서 편히 자라고 깨우신 거였습니다. 이때가 아침 8시 반 정도 됐을 겁니다. 조금만 더 자려고 방에 가서 누웠고요. 10시 반엔가 일어났던 것 같습니다. 대충 씻고 드렁큰히로 님의 차를 타고 진주시외버스터미널로 갔습니다. 4년 전에 히미끼 님과 곰팡맨 님 이렇게 셋이서 반지 원정대 놀이 할 때에 아침 5시에 삼겹살 구워 먹으며 소주를 마셨던 그 터미널이었습니다. 그때에 히미끼 님과 저는 대구로, 곰팡맨 님은 서울로 갔고요.

드렁큰히로 님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누고 다음 만남을 기약했습니다. 원래는 1박 2일 신세를 지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2박 3일 자고 가게 됐네요. ㅎㅎ 맛있는 음식과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드렁큰히로 님. ㅎㅎ



터미널에서 부산으로 가는 버스가 몇 개 있었는데요. 부산 어느 쪽에 내려야 할지 몰라서 지도 앱을 켜서 찾았습니다. 부산의 남쪽으로 가야 해서 사상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 했습니다. 그래서 우등고속버스표를 끊고 터미널 건너편에서 유부 김밥과 옥수수수염차를 사고 터미널로 돌아왔습니다. 버스 안에서 먹으려고 했는데, 왠지 잠만 잘 것 같아서 터미널 안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에 김밥을 다 먹었습니다. 버스를 타야 할 시간이 돼서 버스에 오르고 몇 분 버티다가 바로 잠에 들었습니다.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깨니 버스가 벌써 도착지에 온 겁니다. 1시간 20분 정도 걸렸네요. ㅎㄷㄷ 부산 지하철을 타러 터미널 밖으로 나갔습니다. 날씨가 정말 화창했습니다. 그리고 무척 더웠고요. ㅠㅠ



제가 여기에서 실수를 하나 하게 됐는데요. 김해로 가는 날이 목요일인 줄 알고 수요일에 부산 일정을 잡았던 겁니다. 카톡 확인해 보니 토토로 님이 수요일에 와 달라고 하셨더라고요. 그래서 수요일에 스머프2 님께 말씀을 드리고 다음날로 미뤘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남포에 들렀던 이야기는 다음 화에서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부산에서 김해로 갈 수 있는 경전철을 사상에서 탈 수 있는데요. 그러니까 사상에서 바로 갔어도 됐다는 얘기죠... ㅠㅠ 다시 오후 4시 즈음에 사상에서 부산김해경전철로 갈아타...가 아니라 그냥 탔습니다. 표를 내고 나가서 표를 또 끊어야 하니까 환승은 아니더라고요. 경전철 표는 칩이었습니다. 이거 라스 베가스 할 때 써도 될까요?



부산김해경전철이 제가 드렁큰히로 님을 만나러 용인 갈 때에 탔던 경전철과 똑같았습니다! 그걸 타니 김해공항도 지나가고 강도 보이고 산도 보이고 해서 눈이 호강했네요. 40여 분만에 박물관 역에 도착했습니다. 카톡을 확인해 보니 토토로 님이 저에게
"가이아 하십니까?"
라고 물어 보시더라고요. 저는 나름대로 드립을 친다고
"가야랑 김수로 왕은 아는데 가이아는 모릅니다."
라고 답을 했거든요. 마침 여기가 김해여서 제 드립의 웃음 뽀인트였는데 반응이 없으시고 (화나셨나... ㅋㅋ) 배우면서 해도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근데 제가 사실 가이아 프로젝트를 피하고 있습니다. 그 게임이 출시된지 벌써 2년 가까이 됐는데 저는 가이아 프로젝트를 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굳이 배우고 싶지 않았거든요. 주변 분들이 가이아 좋은 게임이라고 해 보라고 권하기도 하셨지만 제가 저만의 이유를 말씀 드리고 피해 왔죠. 가이아 프로젝트의 뿌리가 테라 미스티카잖아요? 테라 미스티카라는 게임 자체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테라 미스티카라는 게임이 기폭제가 되어서 제가 하던 모임 하나가 날아가 버린 일 때문에 그 이후로 테라 미스티카와 관련된 것들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겁니다. 의학용어라 제가 제대로 알고 쓰는 건지 모르겠는데 테라 미스티카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긴 거죠. (이번 화 제목이 그래서 저런 겁니다.)




김해 익소모임은 어떤 쇼핑몰 2층에서 모인다고 하셨습니다. 토토로 님이 알려 주신 대로 찾아가는데 가는 길이 왠지 모르게 미심쩍어서 들어가면 건장한 남자들이 제 입을 막고 어디론가 납치할 것 같은 망상이... ㅋㅋ



도착하니 정말 토토로처럼 푸근해 보이는 (?) 분과 인사를 나누고 다른 분들과도 인사를 나눴습니다. (나중에 말씀해 주셨는데 2년 전에 캄바오 공방에 들렀을 때에 토토로 님과 게임을 같이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ㅋ) 토토로 님까지 네 분이 가이아 프로젝트를 막 시작하려고 하셔서 저는 마침 배도 고프고 해서 저녁식사를 하고 오겠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제가 5인플 되면 오래 걸리고 제가 처음 하는 거면 삽질 하느라 다른 분들에게 피해를 줄 것 같아서 식사하러 나간다고 제 지인들 카톡방에 얘기했더니 가이아 프로젝트가 원래 4인까지만 되는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그정도로 모릅니다, 가이아 프로젝트를요.


쇼핑몰 안에 음식점이 몇 곳 있어서 둘러보다가 돈가스를 먹기로 했습니다. 먹고 나서 날이 더워서 요거트 스무디도 마셨고요.


식사를 마치고 모임 장소로 돌아왔는데 아까 그 가이아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졸음이 쏟아져서 안 자고 버티려고 일부러 들락거렸는데 모임 멤버 한 분이 오셔서 옆 테이블에서 반지 전쟁 한글판을 뜯고 슬리브를 씌우고 계시더라고요. 그 게임에 대한 애착을 보이시는 듯했습니다. 드디어 가이아가 끝나고 토토로 님과 저를 제외한 나머지 분들은 식사를 하러 나가셨습니다. (이날은 뭔가 타이밍이 잘 안 맞았던 것 같네요.)

그 사이에 토토로 님과 얘기를 나누면서 그까 옆 테이블에 있던 반지 전쟁을 가져와 세팅했습니다. 세팅이 다 끝났고 이제 모여서 제 설명만 들으면 되는데 아까 그 반지 전쟁 주인 분이 오셔서 전화를 받으시는데 표정이 매우 안 좋으신 겁니다. 그 멤버 분이 학원 선생님이신데, 토토로 님이 쓰신 반지 전쟁 후기를 보고 익소 모임에 가입했다고 하셨습니다. 반지의 제왕을 좋아하셔서 이번에 나온 반지 전쟁 한글판도 구입하셨는데요. 학원이 다음날부터 휴가여서 학원을 일찍 닫아서 모임에 제때 나오시게 된 건데요. 하필이면... 하필이면 평소에 잘 안 오던 학생이 방금 와서 학원으로 돌아가야 하신다는 겁니다. 학원 선생님의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을 보며 너무 안타깝더군요. 토토로 님과 제가 농담반 진담반으로,
"학생한테 내일 보강해 줄 테니 내일 오라고 하면 안 돼요?"
"학생한테 엄마한테 오늘 아파서 집으로 간다 말씀 드리라고 하면 안 돼요?"
학원 선생님은 결국 학원으로 끌려가셨고, 가시기 전에 제가 새벽에라도 오시면 반지 전쟁을 알려 드리겠다고 말씀 드렸지만 선생님은 끝내 오지 못 하셨습니다. ㅠㅠ

그래서 가이아 하신 분들 중 한 분은 가셔야 해서 빠지셨고 나중에 오신 분까지 총 네 분이 계셨는데요. 반지 전쟁을 이미 알고 계신 토토로 님은 옆에서 구경하신다고 하셔서 남은 세 분께 반지 전쟁을 알려 드렸습니다. 여기에서 문제는 배우실 세 분 중에 두 분은 반지에 제왕을 보지 않으셨고, 나머지 한 분도 기억이 잘 안 나시는 것 같은... (오, 마이 갓...) 제가 원작 세계관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면서 룰 설명도 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 겁니다. ㅠㅠ 제가 사이즈를 딱 재 보니 밤 12시에서 1시 사이에 끝날 것 같더군요.

제 기준으로는 가운데-땅의 최고의 갓갓갓 워 게임인 반지 전쟁 설명을 평소보다 조금 더 길게 했고요. 설명이 끝나니 수업을 마치는 종소리를 들은 학생들처럼 다같이 밖으로 우르르 나갔는데요. 한 층 내려가서 아이스크림과 아이스 커피를 사고 다시 올라왔습니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나서 진짜 게임이 시작됐습니다.

세 분이서 정식 룰로 하면 다인플 규칙을 적용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초보자들에게 너무 어려울 수 있어서 그냥 서로 토론하면서 하시라고 했습니다. 반지의 제왕을 보신 분은 혼자 암흑군단을, 못 보신 두 분이 같이 자유민족을 하셨습니다. 암흑군단 하신 콜비 님이 초반부터 공격하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병력을 조금 더 모으시는 게 좋겠다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얼마 후에 그리 크지 않은 아이센가드 군으로 로한을 쭈욱 밀어 버리셨습니다. 헬름 협곡을 포위 전투로 공격하셨는데, "6" 2개가 필요한데 그걸 쉽게 굴리시더라고요...;;; 옆에서 본 제가 봤을 때에도 확률이 신기방기한 상황이어서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만 자유민족 하시는 두 분은 더 그러셨겠죠.

게임은 후반에 조금 늘어져서 밤 12시 40분이 넘어서 끝났습니다. 지역 찾는 것도 어렵고, 세계관을 모르시니 등장인물 이름도 어렵고, 카드에 텍스트가 많아서 여러 모로 어려운 게임인 게 분명했습니다만 끝까지 재미있게 하시는 듯했습니다. 아마도 반지 전쟁을 같이 할 사람들을 제가 세 분이나 더 만들어 드렸으니 토토로 님이 가장 흡족해 하시지 않았을까 싶네요.


저와 게임을 같이 못 하셔서 아쉬우셨는지 간단한 카드 게임을 하고 마무리 하자고 하셨습니다. 마지막 게임은 부두 프린스였는데요. 옆에 앉아 계셨던 콜비 님이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콜비 님이 큰 차이로 승리하셨습니다...;;; 익소모임에서 '어우콜'이라 불리신다는... (어차피 우승은 콜비...) 제가 2등 했으니 도장 간판은 못 깼어도 간판에 스크래치 정도는 낸 걸로 해 주시죠? ㅎㅎ



모임을 마치고 다른 분들과 작별인사를 했고요. 아카이브 님이 부산까지 차로 데려다 주셨습니다. 차 안에서 이런 저런 보드게임 관련 얘기들을 나눴습니다. 스X라X트 게임즈 얘기도 했는데, 그러고 보니 다른 업체들은 수도권에 몰려 있는데, 요기만 부산에 있네요. 게임 고르는 선구안이 좋은 회사라 게이머들 입장에서 반가울 수밖에 없는 곳이죠.



아카이브 님이 부산대 근처까지 데려다 주셔서 무척이나 감사했습니다. 김해 익소모임 분들과 만나서 반가웠고요. 아... 그 선생님이 학원으로 가시던 게 눈에 밟히는데 어쩌죠? 반지 과외라도 해 드려야 할 것 같은...


Posted by Mounted Clou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