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 과외

아침식사를 마치고 하나하나 님, 고구마 님과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원래 계획이라면 여기에서 바로 일정을 마쳤어야 했는데요. 지난 번 김해편의 끝부분을 보신 분은 아시겠습니다만, 학원 선생님이 반지 전쟁을 배우시기 위해 어렵게 만드신 시간을 못 쓰셔서 제 마음이 여간 쓰였던 게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토토로 님께 말씀을 드려서 그 학원 선생님이 일요일에 시간이 있으시면 다시 김해로 가겠다고 약속을 했었습니다. 다행인지 일요일에 제가 하는 모임에 모일 사람도 없어서 그 결정은 어렵지 않게 내릴 수 있었습니다. 결국 광주에서도 잠을 못 자고 바로 부산 사상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잠에서 깨어나니 부산에 도착한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손에 허전했습니다. 어?! 내 아이패드...;;; 분명히 버스에 올랐을 때에 손에 들고 있었던 기억이 있는데...? 가방을 뒤져 보고 주변 바닥을 살펴 보아도 흔적이 없었습니다. 건너편 자리에 있는 학생들, 뒷자리에 있는 외국인들... 제가 자는 사이에 다른 승객이 훔쳐갔을까요? 버스에서 가장 나중에 내리면서 버스 바닥을 훑어 봤지만 제 아이패드는 없었습니다. 예전에 대구에서 히미끼 님이 미역패드 (?)를 잃어 버리셨다가 금새 찾으셨던 기억이 있는데 제 아이패드도 찾을 수 있겠죠? 버스에서 내리고 분실물 보관소를 찾으려고 했으나 찾기가 너무나 어려웠습니다. 결국 버스 차고지로 갔는데요. 날씨가 더웠을 뿐 아니라 제가 긴장을 너무나 한 나머지 온몸에 땀이 흘러내렸습니다. 큰 길을 건너서 호텔 건물을 돌아서 가는데 그 길이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차고지에 가서 기사 분으로 보이는 분께 사정을 설명 드리고 버스 안을 다시 한 번 살펴 봤는데요. 버스 기사 분들이 모여 계시는 휴게실까지 가서 얘기해 봤지만 분실물은 나오지 않았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CCTV를 볼 수 있냐고 여쭤 봤더니 광주에 있는 버스회사에 얘길 해 봐야 한다는군요. 전화로 버스회사와 통화해 봤는데 경찰에 분실신고를 먼저 하고 경찰의 입회 하에만 CCTV를 보여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제 머리 속이 복잡해졌습니다. 버스 안에서 잃어 버린 게 확실하냐는 기사 분들의 연이은 질문에 확실했던 제 기억은 점점 흐릿해져 갔습니다. 만약 승객이 훔쳐간 게 아니라면, 만약 버스에 타기 전에 다른 곳에서 잃어 버렸다면...?

부산에 제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지만 아이패드를 찾으러 돌아다니는 바람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어쩔 수 없이 김해로 가기 위해 경전철을 탔습니다. 익소모임 장소로 가는 40여 분 동안 생각을 하며 열을 식혔습니다. 마음이 어느 정도 차분히 가라앉았습니다. 최악의 경우라면 그냥 다시 사면 된다. 백업을 못 한 사진과 동영상이 좀 아깝긴 하지만...

원래 정오에 만나기로 했는데, 제가 약간 지각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모임 장소에서 학원 선생님이 세팅을 어느 정도 해 두시고 룰북을 읽고 계셨습니다. 인사를 다시 나누면서 제 아이패드에 대한 비보를 알려 드렸더니 광주 터미널에 전화를 넣어 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점심시간이어서 상담원과 연결할 수 없어 오후 1시가 넘으면 다시 전화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반지 전쟁에 대한 긴 설명을 드렸습니다. 전화를 다시 해 보니 터미널에 접수된 분실물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조금 쉬었다가 반지를 시작하니까 다른 분들이 도착하시기 시작했습니다. 방명록도 써야 한다고 하셔서 뭔가를 써 드렸고요. ㅎㅎ 학원 선생님과 반지 전쟁 한 판이 이어졌습니다. 이날 제가 며칠 잠을 제대로 못 잤을 뿐 아니라 아이패드를 잃어 버린 것 때문에 정신도 없었고, 아카이브 님까지 연속으로 총 세 게임을 했기 때문에 기억이 정확하지 않습니다. 머리 속에서 섞였을 거예요. 저와 같이 하셨던 분들이 나중에 댓글로 게임 상황 설명을 해 주시면 좋겠네요. 학원 선생님이 좀 더 쉽게 접근하시도록 암흑군단을 드렸고 제가 자유민족을 했습니다. 초반에 주사위 수는 적지만 원정대를 꾸준하게 진행시켰을 겁니다. 헬름의 협곡과 미나스 티리스가 초반에 쉽게 뚫렸지만 로한의 에도라스에 한 방 병력이 모여 있었기 때문에 중후반에 게임을 뒤집을 힘은 있었습니다. 중반 즈음에 모인 그 병력으로 모르도르를 뚫을 수 있는 각이 보여서 원정대 진행을 포기하고 태세를 전환했습니다. 에도라스를 내 드리고 미나스 모르굴을 돌파하고 더 전진시켜서 바랏두르까지 점령해 버렸습니다. 그 상태로 턴의 종료 시까지 버티면 승리하는데, 암흑군단의 남은 행동 주사위로 제 점수를 깎을 방법이 없어서 이대로 게임이 끝나게 되었습니다.



학원 선생님께서 오후 5-6시까지 시간이 가능하다고 하셔서 한 게임을 더 했습니다. (반지 전쟁은 이렇게 라이트한 게임이죠.) 진영은 그대로 했고요. 이번에도 원정대를 꾸준하게 진행시키면서 미나스 티리스를 버리고 뛰어나온 곤도르군으로 모르도르 주위를 돌아다니며 신경쓰이게 했습니다. 이전 게임에서 한 번 당하셨기 때문에 분명히 방어하느라 행동을 사용하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여차하면 제가 모르도르를 또 뚫어도 되고요. 그 사이에 원정대가 모르도르 트랙에 올라갔습니다. 타락 점수가 높아서 아슬아슬했는데요. 모르도르 트랙 위에서 사건 카드로 타락 점수 1점을 낮춘 덕분에 타락 점수 11점으로 겨우겨우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휴 =3



그리고 나서 옆에서 구경하시던 아카이브 님과 반지 전쟁 한 게임을 했습니다. 아카이브 님이 초반부터 쉽게 점령하셨는데요. 중후반에 제가 엔트 사건 카드로 사루만을 죽이면서 암흑군단의 기세가 꺾이면서 제가 흐름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하루에 세 게임을 했더니 이때에 제가 뭘로 이겼는지 기억이 안 나네요. ㅠㅠ 아무튼 같이 하시고 나니까 아카이브 님도 룰도 어느 정도 잡으셔서 다른 분들과 설명 없이 반지 전쟁을 할 수 있게 되신 듯했습니다.

저녁식사 시간이 돼서 아카이브 님과 둘이서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광주에서 아침 먹고 식사를 못 했네요. 아이패드를 잃어 버린 것 때문에 밥 생각이 안 나긴 했죠. 쇼핑몰에서 약간 걸어가니 길 건너편에 한 분식점이 있었습니다. 손님으로 꽉 차서 북적댔습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좋은 가게였습니다. 각자 밥 하나, 그리고 같이 먹을 작은 가마솥에 나오는 떡볶이를 시켜서 먹었습니다.

모임 장소로 돌아와서 다른 분들과 같이 게임을 했습니다. Skull 스컬인가 하는 게임을 했고요. 예전에 해 봤던 게임인데 제가 슬슬 졸음이 오기 시작해서 룰을 다시 듣고도 이해하는데 어려웠습니다. ㅠㅠ 그 다음에 제가 가져간 타노스 라이징을 했는데요. 처음에 가장 빡센 블랙 오더 멤버인 컬 옵시디언이 깔려서 버티질 못 했습니다. 너무나 일찌 끝나서 (자~~~~ 이 판 무효~~~~) 다시 한 게임 하기로 했는데, 이번에도 귀신 같이 컬 옵시디언이 나와서 또 광속으로 끝났습니다. ㅠㅠ

옆 테이블에서는 한 외국인이 가이아 프로젝트를 한 게임 끝내고 콜비 님과 둘이서 자작 게임을 플레이테스트하고 있었습니다. 아카이브 님에게서 들은 건데 그 외국인이 "Garbage Day 쓰레기 수거일"이라는 덱스터리 게임을 만든 디자이너라고 합니다. 그 게임 디자이너가 우리나라에 있을 줄 몰랐네요. ㅋㅋ

제가 너무 피곤해서 게임을 더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마침 다시 부산으로 가시는 아카이브 님의 차를 얻어 타고 다시 사상으로 갔습니다. 사상 터미널에 분실물이 접수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김해 모임에 있는 동안에 특히 아카이브 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차도 두 번이나 태워다 주시고 이날 저녁식사도 사 주셨고요. 정말 감사합니다. ^^






사상 근처에서 숙소를 잡고 일단 잠을 자기로 했습니다. 일주일 넘게 제대로 쉬지 못해서 심신이 못 버티겠더라고요. 잠을 잤는데 마음이 불안하니 오래 못 자겠더군요. 자다가 깨고를 몇 번 반복하다가 아침에 체크아웃했습니다. 근처 PC방에 가서 아이패드를 찾을 방법을 검색해 봤습니다. iCloud에 내 아이패드 찾기라는 서비스가 있고, 그걸로 최근 위치를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전날 학원 선생님께 확인하고 이날 하나하나 님께 확인했는데, 제가 광주 터미널 안에서 카톡을 보낸 기록이 있어서 버스에 오른 이후에 잃어 버린 게 확실해 졌습니다. 광주 터미널에서 화장실에 들르긴 했지만 카톡을 그 이후에 드렸고, 그 이후에 곧바로 버스에 올랐거든요. 제 추론으로 범위를 굉장히 많이 좁혔습니다. 버스 안에서 없어진 게 맞습니다. iCloud에 들어가서 일단 분실 모드를 걸어서 경보음이 계속 울리게 했고, 연락받을 전화번호도 뜨게 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한 반지를 추적하는 사우론처럼 계속 모니터링하기 시작했습니다. ㅋ 계속 오프라인으로 표시되길래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서 점심식사를 하러 밖으로 나갔습니다.

저녁 때에 월풍 님과 약속이 있어서 그 근처로 미리 가 있기로 했습니다. 서면 역에서 내리고 근처 시장에 가서 등심짬뽕 한 그릇과 군만두를 먹고 카페에서 음료 좀 마시면서 더위를 식혔습니다.

근데 왠지 모르게 다시 PC방에 가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어렵게 한 곳을 찾아서 다시 iCloud를 켰는데... 어?! 위치 확인은 안 되는데 제 아이패드가 온라인 상태로 바뀐 겁니다. 그러면 알람이 울리고 연락받을 번호가 뜨고 있는 거라는 얘긴데요! 이제는 뽑기 싸움이었습니다. 좋은 분이 주우셔서 제게 돌려줄지, 아니면 나쁜 놈이 먹고 튈지... ㅠㅠ 저는 운이 좋았습니다. 얼마 있다가 제 아이패드를 습득하신 분과 연락이 연락이 됐거든요. 택배로 보내 주겠다고 하셨는데 배송 중에 파손될 위험이 있고, 돌려 주시는 분께 얼굴 뵙고 사례를 하는 게 예의인 듯해서 제가 광주로 다시 가겠다고 전화로 말씀을 드렸습니다. 제 아이패드가 다시 돌아오겠군요! 여행 중에 찍은 사진, 동영상과 함께요! ㅠㅠ




설레는 마음으로 월풍 님과 만날 별빛바다 아지트로 향했습니다. 서면 역에서 좀 걸어가야 하더라고요. 날씨는 더웠지만 마음이 편해졌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걸어갔습니다. 약속 시간까지 한 시간 가까이 남아서 쇼핑몰 내부를 구경했습니다. 상권이 많이 죽어서 입점한 가게들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한 바퀴 돌다가 별빛바다 아지트를 못 찾아서 두 번째 바퀴 째에 겨우 찾았습니다.

오후 7시가 되자 한 건장한 남자 분이 아지트를 여셨고, 곧 다른 남자 분도 아지트로 들어가셨습니다. 몇 분 뒤에 월풍 님이 멀리서 걸어 오시는 게 보여서 인사를 나눴습니다. 월풍 님과 같이 별빛바다 아지트에 들어갔습니다. 안에 큰 테이블 4개가 있었고 벽에 게임 장식장이 있었습니다. 나머지 두 분과도 인사를 나누고 월풍 님이 가져오신 반지의 전쟁 영어판을 세팅했습니다. 월풍 님이 반지의 전쟁을 해 보긴 하셔서 그 두 분이 플레이하시고, 월풍 님과 저는 옆에서 관전하는 걸로 했습니다. 설명이 끝나니까 8시가 넘었고, 게임을 시작하면 또 한 분이 오시는 밤 10시까지 끝낼 수 없을 것 같아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첫 플레이하면 3시간은 잡아야 하니까요. 일단은 하는 데까지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아지트에 두 번째로 오신 분이 게임을 어느 정도 해 보셨는지 가늠할 수 없어서 이것저것 여쭤 봤는데, 워게이머이시더라고요. 제가 괜한 걱정을... ^^;;; 10시에 오신 분은 굉장히 밝은 표정과 말투의 TRPG 게이머이셨는데요. TRPG의 뿌리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반지의 제왕이니까 세계관은 잘 아실 것 같았습니다. 본인은 톨키니스트는 아니라고 하셨지만 월풍 님과 두 분이서 몇 마디 얘기 나누시더니 반지의 전쟁 룰을 빠르게 익히고 계셨습니다. 피곤하셔서 먼저 가신다고 하셨는데 저한테 룰 설명은 듣지 않으셨지만 거의 반 정도는 이해하고 가신 듯했습니다. (무서워...)

아무튼 건장한 남자 회원 분의 자유민족이 한 반지를 퐁당 빠뜨리면서 워게이머 분에게서 승리하셨습니다. 그 다음에 월풍 님이 개방 중이신 보드게임을 해 봤는데요. 제가 설명듣는 도중에 많이 졸아서 포인트를 못 잡고 엉망으로 했던 것 같습니다. ㅠㅠ 나중에 출시되면 좋은 반응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작가 싸인해 주시나요? ㅋㅋ)

새벽 4시 즈음에 모임이 끝났는데요. 숙소를 잡고 쉴까 하다가 아이패드를 찾을 생각에 설레서 잠도 안 오고 부산으로 태풍이 올라오고 있어서 PC방에서 잠깐 시간을 때우다가 아침 일찍 광주로 떠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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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ounted Clo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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