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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8.01 깊은골맨 제2부 - 경상남도 김해편 (07/31~08/01)
테라우마

이전 후기를 쓰느라 아침 7시 즈음에 잠들었습니다. 방에서 주무시고 계신 드렁큰히로 님이 저 때문에 깨실까봐 그냥 거실에서 자고 있었거든요. 누군가가 제 발목을 건드리는 느낌이 들어서 잠에서 깼는데 드렁큰히로 님이 저를 발견하시고 방에서 편히 자라고 깨우신 거였습니다. 이때가 아침 8시 반 정도 됐을 겁니다. 조금만 더 자려고 방에 가서 누웠고요. 10시 반엔가 일어났던 것 같습니다. 대충 씻고 드렁큰히로 님의 차를 타고 진주시외버스터미널로 갔습니다. 4년 전에 히미끼 님과 곰팡맨 님 이렇게 셋이서 반지 원정대 놀이 할 때에 아침 5시에 삼겹살 구워 먹으며 소주를 마셨던 그 터미널이었습니다. 그때에 히미끼 님과 저는 대구로, 곰팡맨 님은 서울로 갔고요.

드렁큰히로 님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누고 다음 만남을 기약했습니다. 원래는 1박 2일 신세를 지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2박 3일 자고 가게 됐네요. ㅎㅎ 맛있는 음식과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드렁큰히로 님. ㅎㅎ



터미널에서 부산으로 가는 버스가 몇 개 있었는데요. 부산 어느 쪽에 내려야 할지 몰라서 지도 앱을 켜서 찾았습니다. 부산의 남쪽으로 가야 해서 사상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 했습니다. 그래서 우등고속버스표를 끊고 터미널 건너편에서 유부 김밥과 옥수수수염차를 사고 터미널로 돌아왔습니다. 버스 안에서 먹으려고 했는데, 왠지 잠만 잘 것 같아서 터미널 안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에 김밥을 다 먹었습니다. 버스를 타야 할 시간이 돼서 버스에 오르고 몇 분 버티다가 바로 잠에 들었습니다.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깨니 버스가 벌써 도착지에 온 겁니다. 1시간 20분 정도 걸렸네요. ㅎㄷㄷ 부산 지하철을 타러 터미널 밖으로 나갔습니다. 날씨가 정말 화창했습니다. 그리고 무척 더웠고요. ㅠㅠ



제가 여기에서 실수를 하나 하게 됐는데요. 김해로 가는 날이 목요일인 줄 알고 수요일에 부산 일정을 잡았던 겁니다. 카톡 확인해 보니 토토로 님이 수요일에 와 달라고 하셨더라고요. 그래서 수요일에 스머프2 님께 말씀을 드리고 다음날로 미뤘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남포에 들렀던 이야기는 다음 화에서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부산에서 김해로 갈 수 있는 경전철을 사상에서 탈 수 있는데요. 그러니까 사상에서 바로 갔어도 됐다는 얘기죠... ㅠㅠ 다시 오후 4시 즈음에 사상에서 부산김해경전철로 갈아타...가 아니라 그냥 탔습니다. 표를 내고 나가서 표를 또 끊어야 하니까 환승은 아니더라고요. 경전철 표는 칩이었습니다. 이거 라스 베가스 할 때 써도 될까요?



부산김해경전철이 제가 드렁큰히로 님을 만나러 용인 갈 때에 탔던 경전철과 똑같았습니다! 그걸 타니 김해공항도 지나가고 강도 보이고 산도 보이고 해서 눈이 호강했네요. 40여 분만에 박물관 역에 도착했습니다. 카톡을 확인해 보니 토토로 님이 저에게
"가이아 하십니까?"
라고 물어 보시더라고요. 저는 나름대로 드립을 친다고
"가야랑 김수로 왕은 아는데 가이아는 모릅니다."
라고 답을 했거든요. 마침 여기가 김해여서 제 드립의 웃음 뽀인트였는데 반응이 없으시고 (화나셨나... ㅋㅋ) 배우면서 해도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근데 제가 사실 가이아 프로젝트를 피하고 있습니다. 그 게임이 출시된지 벌써 2년 가까이 됐는데 저는 가이아 프로젝트를 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굳이 배우고 싶지 않았거든요. 주변 분들이 가이아 좋은 게임이라고 해 보라고 권하기도 하셨지만 제가 저만의 이유를 말씀 드리고 피해 왔죠. 가이아 프로젝트의 뿌리가 테라 미스티카잖아요? 테라 미스티카라는 게임 자체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테라 미스티카라는 게임이 기폭제가 되어서 제가 하던 모임 하나가 날아가 버린 일 때문에 그 이후로 테라 미스티카와 관련된 것들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겁니다. 의학용어라 제가 제대로 알고 쓰는 건지 모르겠는데 테라 미스티카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긴 거죠. (이번 화 제목이 그래서 저런 겁니다.)




김해 익소모임은 어떤 쇼핑몰 2층에서 모인다고 하셨습니다. 토토로 님이 알려 주신 대로 찾아가는데 가는 길이 왠지 모르게 미심쩍어서 들어가면 건장한 남자들이 제 입을 막고 어디론가 납치할 것 같은 망상이... ㅋㅋ



도착하니 정말 토토로처럼 푸근해 보이는 (?) 분과 인사를 나누고 다른 분들과도 인사를 나눴습니다. (나중에 말씀해 주셨는데 2년 전에 캄바오 공방에 들렀을 때에 토토로 님과 게임을 같이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ㅋ) 토토로 님까지 네 분이 가이아 프로젝트를 막 시작하려고 하셔서 저는 마침 배도 고프고 해서 저녁식사를 하고 오겠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제가 5인플 되면 오래 걸리고 제가 처음 하는 거면 삽질 하느라 다른 분들에게 피해를 줄 것 같아서 식사하러 나간다고 제 지인들 카톡방에 얘기했더니 가이아 프로젝트가 원래 4인까지만 되는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그정도로 모릅니다, 가이아 프로젝트를요.


쇼핑몰 안에 음식점이 몇 곳 있어서 둘러보다가 돈가스를 먹기로 했습니다. 먹고 나서 날이 더워서 요거트 스무디도 마셨고요.


식사를 마치고 모임 장소로 돌아왔는데 아까 그 가이아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졸음이 쏟아져서 안 자고 버티려고 일부러 들락거렸는데 모임 멤버 한 분이 오셔서 옆 테이블에서 반지 전쟁 한글판을 뜯고 슬리브를 씌우고 계시더라고요. 그 게임에 대한 애착을 보이시는 듯했습니다. 드디어 가이아가 끝나고 토토로 님과 저를 제외한 나머지 분들은 식사를 하러 나가셨습니다. (이날은 뭔가 타이밍이 잘 안 맞았던 것 같네요.)

그 사이에 토토로 님과 얘기를 나누면서 그까 옆 테이블에 있던 반지 전쟁을 가져와 세팅했습니다. 세팅이 다 끝났고 이제 모여서 제 설명만 들으면 되는데 아까 그 반지 전쟁 주인 분이 오셔서 전화를 받으시는데 표정이 매우 안 좋으신 겁니다. 그 멤버 분이 학원 선생님이신데, 토토로 님이 쓰신 반지 전쟁 후기를 보고 익소 모임에 가입했다고 하셨습니다. 반지의 제왕을 좋아하셔서 이번에 나온 반지 전쟁 한글판도 구입하셨는데요. 학원이 다음날부터 휴가여서 학원을 일찍 닫아서 모임에 제때 나오시게 된 건데요. 하필이면... 하필이면 평소에 잘 안 오던 학생이 방금 와서 학원으로 돌아가야 하신다는 겁니다. 학원 선생님의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을 보며 너무 안타깝더군요. 토토로 님과 제가 농담반 진담반으로,
"학생한테 내일 보강해 줄 테니 내일 오라고 하면 안 돼요?"
"학생한테 엄마한테 오늘 아파서 집으로 간다 말씀 드리라고 하면 안 돼요?"
학원 선생님은 결국 학원으로 끌려가셨고, 가시기 전에 제가 새벽에라도 오시면 반지 전쟁을 알려 드리겠다고 말씀 드렸지만 선생님은 끝내 오지 못 하셨습니다. ㅠㅠ

그래서 가이아 하신 분들 중 한 분은 가셔야 해서 빠지셨고 나중에 오신 분까지 총 네 분이 계셨는데요. 반지 전쟁을 이미 알고 계신 토토로 님은 옆에서 구경하신다고 하셔서 남은 세 분께 반지 전쟁을 알려 드렸습니다. 여기에서 문제는 배우실 세 분 중에 두 분은 반지에 제왕을 보지 않으셨고, 나머지 한 분도 기억이 잘 안 나시는 것 같은... (오, 마이 갓...) 제가 원작 세계관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면서 룰 설명도 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 겁니다. ㅠㅠ 제가 사이즈를 딱 재 보니 밤 12시에서 1시 사이에 끝날 것 같더군요.

제 기준으로는 가운데-땅의 최고의 갓갓갓 워 게임인 반지 전쟁 설명을 평소보다 조금 더 길게 했고요. 설명이 끝나니 수업을 마치는 종소리를 들은 학생들처럼 다같이 밖으로 우르르 나갔는데요. 한 층 내려가서 아이스크림과 아이스 커피를 사고 다시 올라왔습니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나서 진짜 게임이 시작됐습니다.

세 분이서 정식 룰로 하면 다인플 규칙을 적용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초보자들에게 너무 어려울 수 있어서 그냥 서로 토론하면서 하시라고 했습니다. 반지의 제왕을 보신 분은 혼자 암흑군단을, 못 보신 두 분이 같이 자유민족을 하셨습니다. 암흑군단 하신 콜비 님이 초반부터 공격하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병력을 조금 더 모으시는 게 좋겠다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얼마 후에 그리 크지 않은 아이센가드 군으로 로한을 쭈욱 밀어 버리셨습니다. 헬름 협곡을 포위 전투로 공격하셨는데, "6" 2개가 필요한데 그걸 쉽게 굴리시더라고요...;;; 옆에서 본 제가 봤을 때에도 확률이 신기방기한 상황이어서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만 자유민족 하시는 두 분은 더 그러셨겠죠.

게임은 후반에 조금 늘어져서 밤 12시 40분이 넘어서 끝났습니다. 지역 찾는 것도 어렵고, 세계관을 모르시니 등장인물 이름도 어렵고, 카드에 텍스트가 많아서 여러 모로 어려운 게임인 게 분명했습니다만 끝까지 재미있게 하시는 듯했습니다. 아마도 반지 전쟁을 같이 할 사람들을 제가 세 분이나 더 만들어 드렸으니 토토로 님이 가장 흡족해 하시지 않았을까 싶네요.


저와 게임을 같이 못 하셔서 아쉬우셨는지 간단한 카드 게임을 하고 마무리 하자고 하셨습니다. 마지막 게임은 부두 프린스였는데요. 옆에 앉아 계셨던 콜비 님이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콜비 님이 큰 차이로 승리하셨습니다...;;; 익소모임에서 '어우콜'이라 불리신다는... (어차피 우승은 콜비...) 제가 2등 했으니 도장 간판은 못 깼어도 간판에 스크래치 정도는 낸 걸로 해 주시죠? ㅎㅎ



모임을 마치고 다른 분들과 작별인사를 했고요. 아카이브 님이 부산까지 차로 데려다 주셨습니다. 차 안에서 이런 저런 보드게임 관련 얘기들을 나눴습니다. 스X라X트 게임즈 얘기도 했는데, 그러고 보니 다른 업체들은 수도권에 몰려 있는데, 요기만 부산에 있네요. 게임 고르는 선구안이 좋은 회사라 게이머들 입장에서 반가울 수밖에 없는 곳이죠.



아카이브 님이 부산대 근처까지 데려다 주셔서 무척이나 감사했습니다. 김해 익소모임 분들과 만나서 반가웠고요. 아... 그 선생님이 학원으로 가시던 게 눈에 밟히는데 어쩌죠? 반지 과외라도 해 드려야 할 것 같은...


Posted by Mounted Clo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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