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세계

작년에서 실행에 옮길 수 없었지만 올해는 휴가가 길어서 또 이 고행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걸 제가 왜 시작했을까요? 그건 반지의 전쟁 때문이었습니다...

보드라이프에 남부지역 순회방문 시즌 4에 대한 글을 올렸더니 몇몇 분들이 신청하셨습니다. 그 중에는 4년 전에 진주에서 만났던 드렁큰히로 님도 있으셨죠. 4년 전에 히미끼 님 그리고 곰팡맨 님까지 세 명이서 (그 더운 날씨에) 모르도르로 향하는 것 같은 죽음의 행군을 하고 있었습니다. 곰팡맨 님과 드렁큰히로 님의 도움을 받아서 결국 반지의 전쟁의 룰 설명 영상이 촬영되고 유튜브에 업로드되었죠. 4년 전에는 반지의 전쟁의 한글판이 출시되리라곤 누구도 예상하지 못 했을 겁니다. 방대한 룰과 복잡한 판권 문제 때문에, 비공식으로 번역한 저조차도 그건 불가능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미리 얘기가 된 건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드렁큰히로 님과 휴가를 맞추게 되었습니다. 제가 여러 곳을 돌아다니고 싶어해서 매일 장소를 옮겨가며 방문설명회 (?)를 하려 했으나 제 휴가 첫 날인 월요일에 아무도 신청을 하지 않으셔서 화요일에 만날 드렁큰히로 님이 월요일에 만나서 진주로 같이 이동하자고 제안을 하신 거였죠.

휴가를 앞두고 저는 며칠 간 무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텍스트가 좀 많은 어떤 카드 게임의 한글화 자료를 제작하느라 잠을 줄여야 했습니다. 휴가 때 가져가서 그 게임을 하려면 말이죠. 운이 좋았던 건지 나빴던 건지, 그 한글화 자료는 출발일인 월요일 아침 9시 즈음에 완성했습니다. 날씨가 더운 남부지역을 고려해서 이발을 하려고 했으나 하필이면 가던 미용실도 휴가여서 헛걸음을 했고... 2시간 가까이 걸릴 용인으로 가기 위해서 낮 12시 즈음에 출발했습니다. 가장 걱정했던 건 제 컨디션이었습니다. 지하철 의자에 앉으니 잠이 눈썹 부분까지 내려온 듯 심하게 졸렸습니다. 수원에서 한 번, 기흥에서 또 한 번 갈아타기 위해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는데 저도 모르게 졸고 있더군요. 다행히도 10여 분 졸고 깼더니 잠이 덜 쏟아졌습니다.

아무튼 용인에 잘 도착했습니다. 지하철에서 내리니까 날씨가 정말 더웠습니다. 옷을 넣은 가방, 게임을 넣은 가방, 그리고 기타 등등이 들어 있는 작은 가방까지. 불과 보름 전 즈음에 반지의 전쟁 한글판이 출시되어 제가 반지의 전쟁을 가져가지 않기로 해서 짐이 그정도까지 줄였던 거죠. 제가 차종 구분을 못 해서 용인공용터미널 앞에서 헤맸습니다만 결국 드렁큰히로 님을 만나서 차를 얻어 타고 진주로 향할 수 있었습니다.

차 안에서 근황 얘기를 했습니다. 지난 번에 만나고 벌써 4년이 흘렀으니까요. 드렁큰히로 님과의 기억은 4년이 지났어도 생생했습니다만 주변 환경이 바뀌는 데에 4년은 충분하고도 남는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진주에 방문했을 때에 있던 모임은 와해되었다고 하셨습니다. 같은 시기에 제가 활동했던 모임도 만 10년을 불과 몇 달 앞두고 와해됐습니다. (그 이후에 만든 모임은 상황이 안 좋아졌다가 다시 살리는 중이고요.) 게임을 구하기도 쉬워지고 사람을 모으기도 쉬워져서 요즈음은 모임이 만들어지고 깨지기가 더 쉬워진 듯합니다. 사람들 사이에는 지금 속한 사회에서 감정을 참아낼 인내심보다는 새로운 사회, 새로운 세계를 다시 만들 용기와 결단력이 더 큰 덕목이 된 건지도 모르죠. (모임의 와해에 대해 누가 잘했고 누가 잘못했고를 따지자는 얘기는 아니고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성격차이, 성향차이는 앞으로 점점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는 얘깁니다. 우리는 배운 사람이니 '남과 나는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지만 '서로가 알고 있는 그 다름 속에서 너와 내가 굳이 불편함을 참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이 화해 아닌 와해가 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차 안에서 잠을 안 자고 드렁큰히로 님과 얘기하면서 잘 버텼는데 한계가 왔습니다. 오후 4시가 넘으니 정말 졸렸습니다. 운전하시는 드렁큰히로 님께 양해를 구하고 옆자리에서 잠깐 눈을 붙였습니다. 약 한 시간 후에 잠에서 깼는데 벌써 진주 시내로 들어온 것 같았습니다. 호우가 오고 난 뒤에 맑아진 공기와 하늘, 그리고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푸르른 자연을 눈에 더 담지 못 해서 아쉬웠지만 그 잠깐이라도 쉬지 않으면 쓰러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예상도착 시각은 오후 6시였으나 그보다 일찍 도착했습니다. (제가 자는 사이에 좀 밟으셨나 봅니다. ^^) 반지 전쟁 한글판을 구입하신 드렁큰히로 님의 지인 분 (= 보드겜짱 님)을 잠시 기다렸다가 셋이서 같이 저녁식사를 하러 나갔습니다. 메뉴는 드렁큰히로 님이 4년 전에 같이 먹었던 그 통닭으로 정하셨습니다. (그때에 드렁큰히로 님이 많이 시켜주셨는데 저희가 심신이 지치고 날씨까지 너무 더워서 얼마 못 먹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ㅠㅠ) 드렁큰히로 님 댁에서 이동거리가 긴 줄 알고 걱정했는데 가깝다고 하셨네요.

차로 잠깐 이동해서 ㅍㅍㅌㅅ통닭에 도착했습니다. 한쪽을 보니 40년째 영업 중이라고 써 있었는데 제가 오래된 맛집을 좋아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 이거 PPL 아닙니다! ㅋㅋ (저희는 그 치킨집으로부터 어떠한 협찬도 받지 않았고, 드렁큰히로 님이 치킨을 사 주셨습니다.) 찜 하나랑 반반 치킨을 먹었던 것 같네요. 동영상으로 아주 짧게 찍긴 했는데 편집해서 올릴 시간이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그 시간이면 일단 잠을 좀... ㅠㅠ 식사하는 동안에 드렁큰히로 님이 보드겜짱 님에게 반지 전쟁 영업을 아주 잘 하고 계셨습니다. 테마틱 게임이니 테마에 몰입을 해야 재미가 배가되니까요. 제가 옆에서 봤을 때에 이미 반은 넘어오셨습니다. ㅋㅋ



치킨을 배불리 잘 먹고 마실거리를 좀 사고 드렁큰히로 님 댁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저에겐 해야 할 숙제, 반지 전쟁 설명을 시작했죠. 반지 설명을 한창 많이 할 때에는 달달달달 외우고 다녔는데, 최근엔 설명을 잘 안 하다 보니 많이 잊어 버렸습니다. 설명하다가 생각이 안 나서 버벅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설명하는 데에 한 시간은 안 걸렸던 것 같습니다. 드렁큰히로 님이 보드겜짱 님에게 처음이니 암흑군단을 하라고 추천을 하셨습니다.

보드겜짱 님이 사루만의 능력을 늦게 발견하시고 다른 행동을 많이 하셨습니다. 아이센가드로 로한을 칠 때에 드렁큰히로 님이 "엔트들이 각성하다" 3장 중 2장을 초반에 전투 카드로 사용하시면서 보드겜짱 님이 병력을 크게 잃어 운영이 초반부터 말리셨습니다. 아이센가드 군대가 녹아 버리고 병력을 다시 모아서 쳐들어갔다가 또 녹고...를 몇 번 반복하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러다가 로한과 곤도르에 군대가 크게 하나씩 모여서 암흑군단에게 엄청난 부담을 주었고요. 보드겜짱 님이 소모전을 펼치면서 어찌어찌해서 로한 군대는 다 밀어내셨는데, 그 동안에 원정대가 모르도르까지 도달해 버렸습니다. 동료가 4명 남아 있었는데, 타락 점수가 겨우 2점인가 3점인가...;;; ㅎㄷㄷ 제가 옆에서 "눈"을 많이 놓으시라고 조언을 해 드려서 "눈"으로 타락 점수 6점을 한 번에 쭈욱 올리면서 좀 할 만한가 싶었는데, 보드겜짱 님이 원정대 특별 추적 타일을 2개나 뽑아 주시는 바람에 승패는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ㅠㅠ (이건 게임 디자이너가 와도 안 되는 상황...;;;)

설명까지 포함해서, 저녁 8시 즈음부터 했던 반지가 12시 넘어서 끝났던 것 같습니다. 보드겜짱 님이 아침에 출근하셔야 해서 아쉽게도 보내 드려야 했고요. (한 판만 더 하시면 좋은데...) 잼있어유~~ 씻고 나서 마지막으로 히어로 렐름 한 게임 하고 자기로 했습니다. (드렁큰히로 님 댁에서 히어로 렐름을...;;;) 예전에 해 봐서 룰은 대충 기억이 났는데, 드렁큰히로 님이 설명을 간단하게 해 주셨습니다. 하다 보니 제가 저도 모르게 꾸벅꾸벅 졸고 있더군요. ㅠㅠ 눈을 떴을 때 드렁큰히로 님의 무서운 공격에 두들겨 맞아서 제 캐릭터는 이미 죽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 게임 더 했는데 이번에 안 졸아서 그랬는지 쉽게 승리했습니다. 카드빨 게임인데요, 뭘... ㅎㅎㅎ

아이패드와 외장 배터리를 충전시키며, 저도 충전에 들어갔습니다...




이틀째 날이 밝았습니다. 지난 밤 기억에, 제가 제 코고는 소리에 놀라서 잠깐 깼다가 다시 잠든 것 같은데...;;; 아무튼 아침 8시가 넘어서 눈을 떴습니다. 이불 속에서 뒹굴거리면서 저의 두 자아가 싸우고 있었습니다.
'빨리 일어나서 카드 한글화 자료 잘라야 저녁 때 그 게임을 할 수 있다!'
'아니다. 조금만 더 자고 일어나도 시간 충분하다!'
저는 판단을 보류하며 한쪽 손을 들어주고 있었는데요. 9시가 넘어서 결국 일어났습니다. 200장 정도 자르고 끼워야 해서 서둘러야 했습니다. 좀 지나니까 드렁큰히로 님도 일어나셔서 옆에서 제 한글화 작업을 도와주시면서 TV를 시청하셨습니다. 그러다가 드렁큰히로 님 아버님이 전화를 하셔서 같이 점심식사를 하자고 하셔서 냉면을 먹으러 나갔습니다.

차로 몇 분 이동하니까 아침 운동을 마치고 오신 드렁큰히로 님 아버님이 나와 계셨습니다. (전날 잠깐 뵙긴 했습니다. ㅎㅎ) 몇 분 걸어서 한 냉면집에 도착했습니다. 여긴 특이하게 물냉면, 비빔냉면, 그리고 제3의 냉면인 섞어냉면이 있었습니다! 이름 그대로 예상가능합니다만 그 둘을 섞은 게 맞고요. 아버님이 맥주를 시키셔서 저도 예정에 없던 낮술을 했습니다. (두 잔 정도...) 냉면의 면은 좀 심심한데, 그 안에 들어 있는 오이무침의 간이 적당히 세서 같이 먹으니까 맛있더군요. 냉면용 오이무침이라 그런지 제가 정말 좋아하는 강한 신맛이었습니다. ㅎㅎ 아, 아버님이 육전도 시키셔서 육전도 먹었네요. 이 냉면 안에도 육전이 약간씩 들어 있었습니다. 양이 어느 정도인지 몰라서 드렁큰히로 님과 저는 곱배기를 시켰는데 배터질 뻔 했네요.



점심식사를 마치고 돌아와서 드렁큰히로 님 댁에서 어마어마한 미니어처 게임을 배웠습니다. 배트맨: 고담 시티 크로너클즈라는 게임이었는데요. 배트맨 세계관에 나오는 히어로, 빌런을 각각 맡아서 시나리오대로 전투를 벌이는 멋쟁이 게임이었습니다. 룰이 좀 있는 편인데, 설명을 들으면 당연히 그래야 하는 규칙들이어서 기억하는 데에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게다가 드렁큰히로 님이 참조표까지 잘 만들어 놓으셔서 진행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히어로 팀을 맡아서 고담시청 지하의 버려진 지하철역에 폭탄을 터뜨리려는 빌런 팀을 제한 시간 안에 막아야 했습니다. 액션 포인트 큐브를 쓰면서 체력과 액션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하는데요. 액션을 많이 쓰면 그것에 쓴 큐브들이 피로도 쪽으로 넘어가서 지치게 됩니다. 턴의 시작 시마다 피로도에 있던 큐브들일 2개씩 가져와서 다시 액션 포인트로 만들 수 있는데, 하다 보면 언젠가는 한 턴 동안 푹 쉬면서 체력을 크게 회복시켜야 합니다. 문제는 라운드 수가 제한되어 있어서 마냥 쉬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죠. 저는 배트맨이랑 채찍 들고 있는 (?) 캣우먼, 그리고 나이트윙 이렇게 셋으로 팀을 짰고요. 드렁큰히로 님은 베인과 똘마니들로 팀을 구성하셨습니다. 뱃신과 캣우먼은 폭탄해체 전문가여서 확률이 높은 주사위를 굴리니 폭탄을 어렵지 않게 해체할 수 있었지만 폭알못 나이트윙은 센터로 갔다가 베인 일당에게 둘러싸여 동네북이 되고 말았습니다. 피해를 입으면 먼쪽으로 넘어간 큐브가 회복되는데에 시간이 더 걸리거든요. 그래서 두들겨 맞고 쓰러져서 턴을 버리며 어렵게 회복하면 또 두들겨 맞는 불쌍한 나이트윙... 나이트윙타인... ㅠㅠ (아빠~~ 일어나~~) 그러나 저에겐 큰 그림이 있었으니 나이트윙이 줘 터지는 사이에 휴식을 충분히 취한 캣우먼이 다량의 액션 큐브를 모아둔 상태에서 배트맨과 나이트윙이 협동하여 캣우먼이 해체할 마지막 폭탄 주위를 청소하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터치다운을 하 듯이, 캣우먼이 네 번째 폭탄을 향해 뛰어들어가 주사위 다시 굴림까지 써 가면서 마지막 폭탄을 해체하는 데에 성공하고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ㅠㅠ



한 게임 더 했는데요. 이번에는 시나리오 없이 그냥 팀대팀으로 싸우는 규칙을 적용해서 했습니다. 하지만 히어로 팀은 이번에도 폭탄을 해체해야 했는데요. 라운드 수가 하나 더 늘었어도 이동을 많이 할 수 없어서 히어로 팀에게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결국 폭탄을 겨우 하나만 해체했던가 그랬을 거예요. 해 본 소감은 왜 긱에서 핫한 게임인지 알 수 있었네요. 이 게임 정말 좋습니다! 한글판이 꼭 나오면 좋겠습니다.



어느 새 시간이 많이 흘러서 오후 5시가 넘었습니다. 저녁 때에 이층남자 카페에서 모임이 있다고 하셔서 그쪽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카페 이름 그대로 2층에 카페가 있었습니다. ㅋㅋ 일찍 도착하신 분이 있어서 제가 한글화 하느라 며칠 간 개고생을 한 빌러너스를 꺼내서 했습니다. 룰이 워낙에 간단해서 설명은 금방 했고요. 저희랑 같이 하신 분이 매직: 더 개더링을 하셔서 그런지 게임 이해도가 뛰어나셨습니다. 호칭이 기억나지 않아서 (가칭) 진주매직인이라 부르겠습니다...;;; 진주매직인 님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하트 여왕을, 저는 로빈 후드의 존 왕자를, 드렁큰히로 님은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말레피센트를 하셨습니다. 존 왕자는 진행 상황이 너무나 잘 보여서 견제를 쉽게 당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자신의 턴을 시작할 때에 권력 토큰을 20개 모으면 승리하는데, 다들 그걸 세 볼 수 있으니... ㅠㅠ 열몇 개까지는 쉽게 모았지만 나중에 숙명 카드로 두들겨 맞는 사이에 하트 여왕이 위켓 만들고 샷을 해서 쉽게 성공하시면서 게임이 금방 끝나 버렸습니다. 나중에 보니 진주매직인 님이 꽤 재미있게 하신 모양이더라고요.



그 다음으로 이날의 메인 게임인 블랙 엔젤을 배워 봤습니다. 트루아 작가가 트루아 시스템을 일부 가져다가 만든 거라고 들었는데요. 제가 전날에도 그랬지만 이 시간 대에 졸음이 막 쏟아져서 설명을 제대로 못 들어서 플레이하는 데에 매우 힘들었습니다. 저녁 7시가 넘어서 또 한 분이 오셔서 드렁큰히로 님이 설명을 처음부터 다시 해 주셨는데요. 그래도 제가 룰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했습니다. 게임이 한 2/3 정도 지나니까 어떻게 하는 건지 알았는데 종료가 멀지 않아서... ㅠㅠ



밤 10시 반이 가까워졌고 카페가 11시 즈음에 닫아서 게임을 더 하기는 힘들었습니다만 하다가 접더라도 배워 보자고 하셔서 타노스 라이징을 꺼냈습니다. 설명을 정말 초간단하게 하고, 이제 뭘 좀 하려고 하니까 11시가 되어 버렸네요. 같이 게임 하신 분들과 작별의 인사를 하고 드렁큰히로 님과 저녁식사를 하러 나왔습니다.

드렁큰히로 님 차를 타고 댁 근처로 왔는데, 식사할 곳을 찾아 맴돌았습니다. 찾다가 찾다가 감자탕집을 발견해서 가볍게 식사를 하고 들어왔습니다. 전날부터 이날 점심까지 계속 얻어 먹기만 해서 이층남자 카페부터 제가 사 드렸습니다. ^^;;



드렁큰히로 님 댁으로 돌아가면서 몇 게임 더 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타노스 라이징을 하다가 10여 분만에 접었는데 드렁큰히로 님이 관심 있어 하셔서 다시 하고, 블랙 엔젤은 제가 졸다가 너무 늦게 룰을 이해해서 아쉬운 마음에 다시 하기로 했습니다. 초반에 빌런이 없어서 쉬울 줄 알았으나 영웅들이 죽거나 죽을 위기여서 패색이 짙었습니다만 보릿고개를 지나니 히어로 수도 늘고 주사위 수도 늘어서 어렵지 않았습니다. 다만 인피니티 스톤이 4개나 끼워져서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한 섹터에 빌런 3개가 몰려 있어서 드렁큰히로 님과 둘이서 거길 들어가서 빌런들을 다 때려잡고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굳!



그 다음엔 블랙 엔젤 2인플을 했습니다. 제 기분엔 룰을 거의 다 잡은 것 같아서 진지하게 했습니다. ㅋㅋ 그런데 2인 게임에서 세팅이 조금 바뀌어서 예상했던 것보다 더 일찍 끝났습니다. 뭔가 모아서 크게 터뜨려 보려고 했더니 종료 조건을 충족해서 급 마무리. 3점차로 패배. 흙흙 ㅠㅠ 아쉽당...



새벽 3시가 넘어서 드렁큰히로 님은 주무시러 들어가셨고, 저는 이렇게 이틀짜리 밀린 후기를 쓰고 있습니다. 아침이 밝아서 버스 안에서 자야할 듯 싶네요. 드렁큰히로 님이 일어나시면 아침식사 같이 하면 좋겠는데 말이죠. ㅎㅎ 며칠 뒤에 다음 후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정말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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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티드 클라우드 주간 게임 리뷰 7의 328번째부터 alea Very Small Box 게임들을 소개합니다.

1999년에 Ra 라Chinatown 차이나타운으로 시작한 alea 알레아는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시간이 꽤 흘렀기 때문에 이미 절판된 게임들이 대부분이지만 스테디셀러로서 여전히 출판되면서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게임들도 있습니다. 알레아는 그런 게임들의 스핀 오프를 내면서 새로운 가능성과 재미를 보여 줬는데요. 새로 만든 베리 스몰 박스 시리즈가 그에 해당합니다. 오늘 시간에는 베리 스몰 박스의 첫 번째 게임인 The Castles of Burgundy: The Card Game 버건디의 성들: 카드 게임에 대해 알아 보겠습니다.


작은데 더 작다?

알레아는 2001년 Wyatt Earp 와이어트 어프를 시작으로, 2004년 San Juan 산 후안를 끝으로 스몰 박스 게임 시리즈를 끝냈습니다. 작지만 가성비와 휴대성이 좋은 게임들이었지만 와이어트 어프는 Eagle-Gryphon Games 이글-그리폰 게임즈로 넘어가면서 비교적 최근까지도 재판이 되었고, Royal Turf 로열 터프도 Winner's Circle이라는 제목으로 바뀌어 최근에도 재판이 되었습니다. 산 후안은 알레아 안에서 여러 번 재판되며 죽었지만 죽지 않은 생명력을 보여 주고 있고요.

베리 스몰 박스의 게임들은 알레아의 효자/효녀 상품들을 기반으로 채워지고 있는 시리즈인데요. 첫 번째는 현재 보드게임긱 랭크에서 알레아 게임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는 The Castles of Burgundy 버건디의 성들을 기반으로 재구현한 카드 게임입니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Pasvik -


버건디에서 주사위가 빠졌다?

버건디의 성들은 디자이너인 Stefan Feld 슈테판 펠트 씨의 시그니처 메커니즘으로 만들어진 주사위 게임입니다. 주사위 결과에 따른 운적 요소가 있지만 주사위로 할 수 있는 다양한 행동들이 있고, 어떤 요소로 주사위 결과를 보정하게끔 했죠. 그런데 이 카드 게임 버전에는 주사위가 없습니다. 대신에 주사위를 다른 방식으로 표현했죠. 100장이 넘는 행동 카드들에는 주사위 숫자와 특정 행동이 있습니다. 각 플레이어는 라운드마다 6장짜리 행동 카드로 구성된 덱을 받는데, 턴마다 그 덱에서 카드 2장을 뽑습니다. 그렇게 뽑힌 카드는 오로지 주사위 숫자로만 사용하는데요. 그것으로 주사위 굴림을 대신하는 것입니다.

플레이어는 손에 있는 카드로 6가지 행동 중 하나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 행동들 중 3가지는 주사위 숫자가 중요한데요. 보드 게임 버전에서처럼, 특정 숫자의 진열대에서 카드를 가져오기, 사업 공간에 있는 특정 숫자의 카드를 자신의 영지에 추가하기, 저장소에 있는 상품을 판매하기입니다. 주사위 숫자와 상관 없는 행동 3가지는 일꾼을 2명까지 채우기, 은덩이 1개 가져오기, 일꾼/은덩이를 승점으로 변환하기입니다. 이 6가지 행동 중 5번째, 6번째는 보드 게임 버전에 없었고 이번에 추가된 행동이고요. 카드 게임 버전에서는 상품 판매는 판매한 것마다 은덩이 1개씩 받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Deb J


기존 버건디의 느낌은 살렸다?

카드 게임 버전이지만 보드 게임 버전에 있던 느낌들은 많이 살아 있습니다. 먼저, 일꾼 카드는 일꾼 타일처럼 주사위 숫자를 ±1만큼 보정하게 해 주고요. 은덩이는 암시장에서 타일을 구매했던 것처럼, 턴마다 1번, 행동 카드 3장을 구입하게 합니다.

행동 카드들은 플레이될 때에 즉시 격발되는 것으로 바뀌었는데요. 은광은 은덩어리 카드 2장을, 선박은 상품 카드 1장을, 목장은 동물 카드 1장을 줍니다, 성은 여전히 자유 행동 1번을 제공하네요. 베이지 색 도시 건물도 건물 카드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기존 느낌을 어느 정도는 살렸습니다. 창고는 여기에서도 상품 판매, 제재소는 건물 카드나 지식 카드 1장을 가져오게 하고, 교회는 (지식 타일이 빠지고) 수도원/성/광산 카드 1장을 가져오게 하고, 시장은 목장/선박 1장을 가져오게 합니다. 일꾼 타일을 주던 하숙집은 효과가 바뀌어서 상품/동물 카드 1장을 가져오게 합니다. 여전히 은행과 망루는 각각 은덩어리와 승점을 줍니다. 시청은 사업 공간에 있는 카드 1장을 영지에 추가하는 것은 비슷합니다.

크기가 다양했던 구역은 딱 3칸짜리로 바뀌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동일한 종류 카드 3장을 완성하면 보너스 카드를 획득하는데, 이것은 보드 게임 버전에서 보너스 타일을 얻던 것과 비슷합니다. 그리고 현재 라운드 카드마다 여러 추가 보너스가 제공되는데요. 이것은 각 단계마다 제공하던 승점이 대체된 것입니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Bill Kunes


버건디의 성들: 카드 게임은 버건디의 성들 보드 게임 버전을 카드 게임 버전으로 재구현한 게임입니다. 주사위 결과에 의한 랜덤성을 뽑힌 카드에 의한 랜덤성으로 잘 바꾸었고, 기존 보드 게임 버전에 있던 요소들을 그대로 잘 살린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구성물을 카드로 대체하면서 휴대성을 극강으로 높였고, 25개나 되었던 라운드를 5라운드로 줄여서 플레잉 타임을 반으로 줄였습니다.

슈테판 펠트로 인해 알레아에 실버 에이지를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그 중에 최고는 버건디의 성들이었는데, 이를 증명하 듯이 보드게임긱에서 20위 안에 자리잡고 있죠. 카드 게임 버전은 보드 게임 버전의 느낌을 살렸지만 완전해 보였던 그 느낌을 다 살릴 수는 없습니다. 가방에 여유가 없지 않는 한 그 둘 중에 보드 게임 버전을 챙길 것 같고요. 카드 게임 버전을 펼치면 보드 게임 버전만큼 공간을 많이 차지하기 때문에 휴대성이 실제로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3주 후에는 알레아 베리 스몰 박스 게임들 중
Broom Service: The Card Game
브룸 서비스: 카드 게임를 만나보겠습니다.




참고 사이트:
The Castles of Burgundy: The Card Game @ boardgamegeek.com
https://boardgamegeek.com/boardgame/191977/castles-burgundy-card-game

alea
http://www.aleaspiele.de

Ravensburger
http://www.ravensburger.com


알레아 베리 스몰 박스 게임 목록
  1. The Castles of Burgundy: The Card Game 버건디의 성들: 카드 게임
  2. Broom Service: The Card Game 브룸 서비스: 카드 게임
  3. Las Vegas: The Card Game 라스 베이거스: 카드 게임
  4. The Castles of Burgundy: The Dice Game 버건디의 성들: 주사위 게임
  5. Puerto Rico: Das Kartenspiel 푸에르토 리코: 카드 게임
Posted by Mounted Clo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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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W. Eric Martin

마운티드 클라우드 주간 게임 리뷰 7의 327번째는 Charterstone 차터스톤과 에 Pandemic Legacy: Season 2 팬데믹 레거시: 시즌 2이어서 Thematic Games 테마틱 게임들을 소개합니다.

올해에도 영화관에는 디즈니 영화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조용히 내려간 덤보도 있었고,1,000만 관객을 넘긴 알라딘, 그리고 얼마 전에 개봉한 라이언 킹까지... (마블과 픽사도 있네요.) 오늘 소개할 게임에서는 특이하게도 플레이어들이 디즈니 작품에 나온 빌런이 됩니다. 누가 모든 것을 가질 가장 사악한 빌런이 될까요? Disney Villainous 디즈니 빌러너스, 이제 시작합니다.


어 홀 뉴 덱~~♬

빌러너스의 특징 중 하나는 완전한 비대칭 구조라는 것입니다. 각 플레이어는 빌런을 하나 선택하고 그 빌런의 보드와 덱, 숙명 덱을 함께 가져오는데, 그것들은 빌런마다 서로 다릅니다. 여기에 나오는 빌런들을 나열해 볼까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1951년)의 하트 여왕, 피터 팬 (1953년)의 후크 선장, 잠자는 숲속의 공주 (1959년)의 말레피센트, 로빈 후드 (1973년)의 존 왕자, 인어 공주 (1989년)의 우르술라, 알라딘 (1992년)의 자파입니다. 작품의 장소를 나타내는 빌런 보드, 그리고 빌런의 하수인이 등장하는 빌런 덱, 주인공과 친구들이 등장하는 숙명 덱을 본다면 어릴 적에 본 디즈니 애니메이션들이 떠오르실 것 같네요.

이 게임에서 각 빌런은 저마다의 목표가 있습니다. 후크 선장은 졸리 로저 호에서 피터 팬을 쓰러뜨리는 것, 우르술라는 삼지창과 왕관을 자신의 소굴로 가져가는 것, 자파는 지니를 자신의 하수인으로 만들고 마법 램프를 술탄의 왕궁으로 가져가는 것 등 원작과 밀접하게 연관이 있는 내용으로 되어 있습니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Jacqueline Chao


안다 다시~~♬

디즈니 빌러너스의 규칙은 굉장히 쉽습니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턴에 3단계를 진행합니다. 첫 번째로 자신의 빌런 말을 새로운 장소로 만드시 이동시키고, 두 번째 단계에서 도착한 장소의 행동들을 원하는 순서대로 수행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핸드가 4장보다 적으면 4장이 될 때까지 카드를 뽑습니다. 카드 아래 쪽에 카드의 타입이 적혀 있는데, 카드 효과들 중 다수가 카드 타입을 참조합니다. "동료"는 빌런의 하수인으로서 영웅을 물리칠 때 사용할 힘, 운영을 도울 능력을 가집니다. "효과"는 즉시 격발되고 사용되면 바로 버려지지만 "물품"은 버려지기 전까지 보드에 남습니다. "조건"은 상대 플레이어가 해당 조건을 충족할 때에 도중에 껴들어서 플레이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카드 플레이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임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카드 효과의 설명이 불충분하거나 불명확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것은 확장이 나올수록 더 심해집니다.) 말레피센트의 경우, 까마귀를 턴의 시작 시에 이동시킬 수 있는데 게임의 승리 조건 (자신의 목표)와 비교해서 어느 것이 먼저인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보드게임긱에서 유저들이 질문과 답변을 모아서 FAQ를 작성하고 있는데 그걸 읽어 봐야 그런 모호한 상황들이 어느 정도 해결됩니다. 그러니 규칙만 안다고 해서 한두 번 해 보고 제대로 플레이하기 힘드니 FAQ를 읽고 다시 하는 수밖에 없을 겁니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Antanas


내리고~ 내리고~♬

게임의 시작 시에 각 플레이어는 자신의 목표를 알려줍니다. 내 목표뿐만 아니라 상대의 목표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야 게임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있거든요. 자신의 것만 열심히 해서는 안 됩니다. 캐릭터마다 개성이 강해서 서로 다른 것을 하고 있지만 각자 목표에 맞춰가고 있는 것이니까요.

이 게임에서 상대를 방해하는 것은 Fate 숙명 행동을 통해 할 수 있습니다. 내가 그 행동을 수행하면 원하는 상대를 선택해 그 플레이어의 숙명 덱에서 맨 위 2장을 공개하고 원하는 카드를 선택합니다. 숙명 카드는 그 플레이어를 괴롭히는 카드들로 구성됩니다. 테마적으로 빌런을 막는 주인공들이 그 숙명 덱에 있는 것이니까요. 당연한 얘기겠습니다만 조연보다 주연 캐릭터가 강력합니다. 영웅 카드를 그 플레이어의 보드의 윗부분에 내려놓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그 영웅 카드가 일부 행동 칸을 가리게 됩니다. 그러면 그 플레이어는 그 장소에서 행동을 적게 합니다. 영웅을 물리치려면 자신의 하수인 (동료)를 그 영웅이 있는 장소에 모아서 싸우게 만들어야 합니다. 동료를 내리거나 이동시키고 영웅과 싸우게 하려면 여러 행동을 써야겠죠. 이렇게 플레이어들끼리 직접 방해하게 만들었다는 점은 밸런스 이슈를 덮을 영리한 해결책이라 생각합니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Daniel Thurot


디즈니 빌러너스는 원래 빌러너스라는 제목으로 불렸다가 얼마 후에 앞에 "디즈니"가 붙었습니다. 마케팅 측면에서 디즈니를 앞세워 이름값으로 승부를 보려는 것인가 싶었는데 빌러너스라는 동명의 다른 작품이 있어서 이름을 바꾼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네요.

아무튼 이 게임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들이 있어서 접근성이 좋습니다. 디즈니 작품을 전혀 안 보고 자란 사람이 그리 흔하겠습니까? 디즈니 캐릭터로 바른 게임이지만 게임이 유치하지는 않습니다. 가족 게임으로 해도 괜찮아 보입니다만 문제는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들끼리 직접 공격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빌런답게 아이들을 울리는 나쁜 엄마 아빠가 되어야 할 수도 있겠네요. 캐릭터간 밸런스는 그렇게 잘 맞춰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보드게임긱에서 읽어 보니 캐릭터별로 승률 편차가 좀 있는 듯합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플레이어들끼리 직접 공격할 수 있어서 잘 나가는 플레이어를 함께 공격하면 밸런스가 맞춰지긴 합니다. 그래서 2인 플레이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디즈니 빌러너스는 TCG/LCG와 결이 다릅니다만 미리 만들어져 있는 덱을 운영하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기본판에는 6종류의 빌런이 있지만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디즈니의 많은 작품에 빌런이 그 여섯뿐이겠습니까? 이 게임은 확장을 만들기 쉬운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빌런에 왕국 보드, 빌런 덱, 숙명 덱이 종속되어 있기 때문에 빌런을 추가할 때에 그 세 가지만 함께 추가해 주기만 하면 됩니다. 몇 개월 전에 확장격인 스탠드-얼론 작품이 발매되었고, 몇 주 안에 두 번째 스탠드-얼론이 발표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참고 사이트:
Disney Villainous @ boardgamegeek.com
https://boardgamegeek.com/boardgame/256382/disney-villainous

Ravensburger
http://www.ravensburg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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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Alexandru Stanuta

마운티드 클라우드 주간 게임 리뷰 7의 326번째는 The Pillars of the Earth: Expansion Set 대지의 기둥: 확장 세트Stone Age: Style is the Goal 스톤 에이지: 스타일이 목표다에 이어서 Worker Placement 일꾼 놓기 게임들의 Expansion 확장들을 소개합니다.

2011년에 나온 Village 빌리지는 일꾼이 죽는다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Worker Placement 일꾼 놓기를 잘 비틀었으며, 2012년에는 KDJ (Kennerspiel des Jahres 올해의 전문가 게임상)과 DSP Deutscher Spiele Preis 독일 게임상을 모두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1년 후에 빌리지의 첫 번째 확장인 Village: Inn 빌리지: 여관이 출시되었는데요. 이 확장에서 어떤 것들을 추가했는지 살펴 보겠습니다.


5인 게임까지 가능

여관 확장은 5번째 플레이어를 위한 구성물과 다른 구성물들을 추가합니다. 새로운 색깔은 회색인데, 회색 가족 말과 마커, 농장 보드가 있고, 인원이 늘어난 만큼 주화와 곡식 자루, 영향력 큐브들도 더 들어 있습니다.

게임 준비 과정에서도 변화가 있습니다. 우측 하단에 있던 연대기는 여관 타일로 덮이고, 좌측 하단에 있던 익명의 무덤은 양조장 타일로 덮입니다. 사라지게 된 연대기와 익명의 무덤은 타일 형태로 추가됩니다. 이 두 타일은 5인 게임까지 가능하도록 더 늘어난 칸을 제공하죠.



양조장과 여관에서는

양조장은 기존의 가게들과 비슷합니다. 시간과 가족 말을 써서 양조장에 그 가족 말을 배치할 수 있으며, 양조장에서 새로운 상품인 맥주통을 얻으려면 양조장에 자신의 가족 말이 있을 때에는 3시간을, 그렇지 않을 때에는 곡식 자루 3개를 내면됩니다.

이 확장에서 가장 큰 변화는 제목과 같은 여관입니다. 여관은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입니다. 여관에서는 마을 사람 카드를 얻는데, 여관에 가족 말이 있지 않으면 다른 방법으로 마을 사람 카드를 얻을 수 없습니다. 게임의 시작 시에 마을 사람 카드 30장을 섞어서 10장짜리 더미 3개를 만듭니다. 여관에서 마을 사람 카드를 가져오는 행동을 수행하면 먼저 1시간을 지불하고 세 카드 더미 중 하나의 맨 위 카드를 그 더미의 맨 밑으로 넘긴 다음에 세 더미 중 하나의 맨 위에서 마을 사람 카드 1장을 가져옵니다. 마을 사람 카드에는 우측 상단에 비용이 표시되어 있어서 그 카드를 획득하려면 당연히 비용도 지불해야 합니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Henk Rolleman


빌리지: 여관은 기본 게임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확장입니다. 5명까지 할 수 있도록 구성물을 더 넣어 주었지만 빌리지를 5명이 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색상이 하나 늘었다고 생각하는 게 낫습니다.

마을 사람 카드들 중 일부에는 게임 종료 시에 보너스 점수가 있습니다. 이것은 플레이어들에게 방향을 제시해 주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운영을 설계하는 재미와 리플레이성을 더해줍니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가 있는데요. 플레이어들이 한 번에 볼 수 있는 카드의 수가 3장밖에 안 되기 때문에 카드 운이 크게 작용합니다. 마을 사람 카드를 선택하기 전에 카드 1장을 뒤로 넘기는 것은 다른 플레이어를 방해하려는 목적도 있겠지만 카드들이 풀에서 고이는 것을 막기 위함일 겁니다. 카드의 효과가 직관적이지 않아서 그 효과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룰북을 계속 봐야 한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을 수 있겠네요.

빌리지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이 확장을 굳이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빌리지에 아직 호감이 있고, 거기에서 플러스 알파를 원한다면 이 확장이 필수적으로 느껴질 것입니다.




참고 사이트:
Village: Inn @ boardgamegeek.com
https://boardgamegeek.com/boardgameexpansion/136223/village-inn

eggertspiele
http://www.eggertspiele.de

Pegasus Spiele
http://www.pegasus.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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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티드 클라우드 주간 게임 리뷰 7의 325번째는 Belratti 벨라티Lift Off 리프트 오프에 이어서 2018년 에센 페어플레이 차트에 오른 게임들을 소개합니다.

2018년 에센 페어플레이 차트는 이변이 있었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작품들이 상위권에 포진해 있었거든요. The Great City of Rome 대도시 로마는 최종순위에서 벨라티와 함께 1위로 마감했습니다. 대도시 로마는 ABACUSSPIELE 아바쿠스슈필레에서 독일어판을 출판했고, 나중에 Z-Man Games 지-맨 게임즈에서 영어판을 출판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아바쿠스슈필레는 Coloretto 컬러레또와 같이 가벼운 전략 게임을 주로 내놓는 회사여서 대도시 로마가 어느 정도의 난이도일지 예측이 됐습니다. 이 게임은 두 명이 디자인했는데요. Matthew Dunstan 매튜 던스턴 씨와 Brett J. Gilbert 브렛 J. 길버트 씨입니다. 이 콤비가 같이 제작한 게임들이 몇 개 있는데, Elysium 엘리시움, Costa Rica 코스타 리카, Pyramids 피라미즈, Roll for Adventure 롤 포 어드벤처 등이 있네요. 그러면 대도시 로마는 어떤 게임인지 보겠습니다.


먼저 고를까, 많이 먹을까?

대도시 로마는 제목처럼 로마에 건물을 채우는 건설 게임입니다. 총 14번의 라운드 동안 진행되는데요. 라운드마다 네 개의 건물 더미에서 건물 타일이 1개씩, 총 4개가 공개되고, 플레이어들은 각자가 선택한 턴 순서에 따라 건물 타일을 가져갑니다.

테이블 가운데에는 행동 띠라는 길죽한 타일 6개가 한 더미로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한쪽 끝에는 황제 말이 붙어 있죠. 현재 라운드에서는 가장 맨 위에 보이는 행동 띠만 사용되는데, 플레이어는 자신의 말을 그 띠 위의 한 칸에 놓습니다. 여기에서 황제, 그리고 플레이어가 놓는 칸은 큰 의미를 지닙니다. 황제에 가깝게 붙일수록 턴 순서가 앞당겨지지만 얻는 자원의 수가 줄어들게 되거든요. 플레이어에게 먼저 고를지, 아니면 많이 먹을지에 대한 선택지를 주는 것이 이 게임의 묘미라 할 수 있겠습니다. 라운드가 바뀌면 맨 위의 행동 띠는 뒤집어지고 그 더미의 맨 밑에 놓입니다.

턴 순서가 정해지면 이제 그 순서대로 턴을 갖습니다. 자신의 턴에는 건설과 생산을 각각 최대 1번씩만 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들은 게임 시작 시에 시작 건물 2개를 놓고, 핸드에 "II" 건물 타일 1개를 가집니다. 그리고 라운드마다 강제로 건물 타일 1개를 가져오게 되고요. 건설 때에는 손에 있는 건물 타일 1개를 기존 건물에 인접하게 놓습니다. 건설할 때에는 건물에서 요구하는 벽돌을 지불하거나 벽돌 대신 주화 2개를 지불하면 됩니다. 그리고 건물의 생산을 활성화하려면 그 건물이 요구하는 톱니바퀴를 지불하거나 톱니바퀴 대신에 주화 1개를 지불하면 되고요. 이때 잘 봐야 하는 것이 행동 띠에 놓은 자신의 말의 위치입니다. 자신이 놓은 말의 칸을 포함해서 그 앞에 보이는 아이콘들을 다 얻거든요. 그러니까 턴이 나중일수록 그 턴에 쓸 가상의 벽돌이나 톱니바퀴를 더 많이 가지는 것입니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Sergi Nuñez


직관적인 규칙, 의미없는 테마

건물 타일은 아이콘에 따라 종류가 나뉩니다. 톱니바퀴가 그러닌 생산 건물은 벽돌이나 주화, 영향력 토큰 등을 생산합니다. 수로는 서로 행과 열을 피해서 놓아야 하고, 놓은 개수가 많을수록 더 많은 점수를 줍니다. 사원은 Puerto Rico 푸에르토 리코의 대형 건물처럼, 조건을 충족하면 추가 점수를 줍니다. 가면이 그러진 공공 건물은 색깔에 따라 효과가 다른데, 생산 건물과 다르게 건설 즉시 1회 생산만 합니다. 주거 건물은 같은 가치인 타일이 인접하면 주거 구역을 이루는데요. 주거 구역을 구성하는 타일의 가치와 그 주거 구역에 인접한 서로 다른 색깔의 공공 건물의 개수의 곱만큼 추가 점수를 줍니다.

건물들이 여러 가지 있지만 고대 로마 시대와 밀접하다는 느낌을 주지는 못합니다. 2016년이 나왔던 Quadropolis 쿼드로폴리스와 거의 같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게임 규칙이 직관적이지만 건설할 때에 제약이 있어서 머리를 싸매고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일을 다 쓰지 않기 때문에) 타일 운이 어느 정도 크게 작용해서 결과가 허무할 수도 있습니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Sergi Nuñez


대도시 로마는 뺄 건 빼고 남길 것만 남긴 아주 응축된 건설 게임입니다. 턴 순서와 얻는 자원 사이에서 고민을 하게 만드는 요소는 무척 좋습니다. 플레이어들 스스로가 게임의 균형을 잡아가게끔 유도했다고 생각하고요. 턴 순서에 따라 공개된 타일을 드래프팅으로 가져간다는 것도 합리적입니다.

그러나 테마는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제목을 그냥 "대도시"라고 했어도 어색하지 않았을 겁니다. 쿼드로폴리스를 의식해서 로마라는 껍데기를 일부러 입힌 걸까요? 그리고 타일 운도 굉장히 치명적입니다. 드래프팅으로 가져가는 메커니즘만 합리적인 거죠. "I" 타일을 제외하고 나머지 세 더미의 타일은 게임이 끝나더라도 4개씩 남습니다. 만약 나에게 정말 필요한 타일이 그 4개 중 하나여서 게임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도 안 나온다고 상상해 보세요.


이번 시간까지 2018년 에센 페어플레이 차트에 오른 게임들을 소개했는데요. 이것 이외에도 상위권에 오른 게임들이 더 있습니다만 공통적으로 에센 슈필 박람회가 끝난 후에 거품이 다 꺼져 버렸습니다. 오히려 상위권에 오르지 못한 게임들 중에 성적이 더 좋은 게임들이 있고요. 박람회장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시간에 쫓기고 데모플레이를 할 공간이 부족해서 훨씬 더 작품성 있는 게임들이 에센 슈필에서 뒤로 밀리는 것 같습니다. 좋은 게임을 고르는 척도로서 쓰였던 페어플레이 차트를 이제는 손봐야 하지 않을까요?




참고 사이트:
The Great City of Rome @ boardgamegeek.com
https://boardgamegeek.com/boardgame/258466/great-city-rome

ABACUSSPIELE
http://www.abacusspiele.de

Z-Man Games
http://www.zmanga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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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식
  • Innovation Deluxe 이노베이션 딜럭스가 2017년 7월에 출시되었습니다.
  • Innovation: Cities of Destiny 이노베이션: 운명적인 도시들 확장이 출시되었습니다.
  • Innovation: Artifacts of History 이노베이션: 역사적인 물건들 확장이 출시되었습니다.


>> 자료

이노베이션 딜럭스

규칙서 작업 중


시대 카드와 특별 업적 기본판 + 에코 확장 완료

Innovation Deluxe Cards v0_40.pdf


패치 적용: 1시대 Flute 플루트, 6시대 Shrapnel 유산탄, 7시대 Jeans 청바지, 9시대 Email 전자우편 특성 아이콘 미스프린팅, 6시대 Bifocals 이중초점안경 도그마 효과 에러타 (링크)


>> 동영상


>>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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