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팡맨

여수에 티츄에 이은 무언가 (?)를 하나 더 심고 저는 광주로 향했습니다. 같이 나온 분들의 차를 얻어 타고 어딘가에서 내렸습니다. 주위를 잘 살펴 보니 예전에 부산으로 갈 때 버스를 탔던 그곳이더라고요. 여수에서 광주까지 거리는 그리 멀지 않습니다. 그 말은 버스 안에서 오래는 못 잔다는 뜻... ㅠㅠ

그리고 곧 광주에 도착했습니다. 원래는 밤 늦은 시간부터 시간이 가능하신 하나하나 님만 만나기로 되어 있었는데요. 마안성 님이 반지 전쟁을 배우고 싶다고 신청하셔서 하나하나 님과 만나는 시간 전까지 반지를 알려 드리기로 했습니다. 4년 전에는 상무지구에서 모이는 모임에 들렀는데, 이번에는 하나하나 님이 약속장소를 전남대 앞으로 잡으셨습니다. 제가 광주 지리를 몰라서 이번에도 택시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날씨도 덥고 짐도 있었을 뿐아니라 다른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마안성 님과 만나기로 한 오후 6시까지 못 갈 것 같아서요.

전남대 후문 쪽에 있는 한 룸 카페에 도착했습니다. 여러 층으로 된 이곳에서는 공부뿐만 아니라 보드게임을 하는 사람들도 보였습니다.



마안성 님을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반지 전쟁 세팅에 들어갔습니다. 맵을 놓고, 카드 덱을 섞고, 피규어들을 놓고, 각종 카운터와 토큰들을 놓고요. 약 60분이 걸리는 설명을 시작했죠. 아마도 설명의 1/3 정도 하고 있을 때 즈음에 한 여자 분이 제 뒤에서 나타나더니
"혹시 skeil 님이세요?"
"네..."
"제가 하나하나예요!"
라고 인사를 하셨습니다. 저는 두 가지 이유 때문에 말문이 탁 막혔는데요. 첫 번째는 하나하나 님이 제게 알려 주신 약속 시간보다 한 네 시간은 일찍 나타나셔서 그런 것이었고요. 두 번째는 많은 분들이 눈치채셨겠지만, 제가 하나하나 님이 여자 분인 줄 미리 알지 못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굳이 성별, 나이 등을 미리 여쭙거나 그러지는 않거든요.) 저뿐만 아니라 마안성 님도 좀 당황하셔서 화면이 정지된 느낌이었습니다만 하나하나 님이 다른 테이블에서 놀다가 나중에 온다고 하셨습니다.

마안성 님에게 설명을 드리고 잠시 쉬고 본 게임에 들어갔습니다. 전투 때에 주사위 운이 잘 따라서 마안성 님이 곤도르와 로리엔을 쭉쭉 잘 미셨지만 제가 그냥 당하지는 않죠~ ㅎㅎ 잘 모은 로한의 기병 군대로 역러시를 해서 헬름의 협곡을 탈환하고 오르상크를 압박했습니다. 그 사이에 반지 운반자들은 모르도르에 도착했죠. 타락 관리를 좀 잘 해 둔 덕분에, 그리고 마안성 님이 "0" 타일을 뽑아주신 덕분에 손쉽게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



마안성 님은 모임에서 활동하시는 건 아니고 지인들과 게임을 하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반지 전쟁은 지인들과 하실 만한 게임이 아닌데...;;;) 게임의 테마 때문에 입문하시거나 구입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다고 알고 있습니다. 최근 테마틱 게임들은 규칙이 정교하고 잘 다듬어져 있어서 룰 공부가 좀 필요한데요. 그 중에서도 반지 전쟁은 규칙의 양이 많기로 소문이 나 있거든요. 마안성 님 주변에도 반지 전쟁에 관심을 가지는 분이 나타나서 반지 전쟁을 즐겁게 플레이하시길 바랍니다. 같이 할 짝을 못 찾으시면 게임에 먼지만 쌓일 수도... ㅠㅠ

마안성 님과 게임이 끝나고 하나하나 님, 그리고 하나하나 님과 같이 오신 go9ma32 (이하 고구마) 님이 오셨습니다. 넷이서 게임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안성 님이 먼저 가셔야 한다고 해서 세 명이 남게 되었습니다. 제가 광주에 오게 된 이유들 중 하나는 Hunt for the Ring 반지를 위한 추적을 배우기 위함이었습니다! 제가 이 게임을 구입하고, 디자이너 아저씨에게서 파일을 받고도 오랫동안 번역을 쉴 수밖에 없었는데요. 반지를 위한 추적이 화이트채플에서 온 편지를 기반으로 만든 게임이지만 제가 화이트채플을 불과 열흘 전에 배워서 번역이 막힐 수밖에 없었거든요. ㅠㅠ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서 일부러 화이트채플도 배웠고, 또 일부러 광주까지 와서 반지를 위한 추적을 배우기로 한 겁니다. 반지를 위한 추적은 제1부와 제2부로 나뉩니다. 제1부는 샤이어에서 떠난 프로도가 브리까지 가는 여정을, 제2부는 브리에서 리븐델로 떠난 프로도를 돕기 위해 간달프가 나즈굴의 어그로를 끄는 것을 다룹니다. 큰 틀에서는 그 둘이 같지만 또 다릅니다.

고구마 님이 설명을 해 주셨고요. 바로 게임에 들어갔습니다. 어쩌다 보니 제가 프로도를 맡고, 두 분이 나즈굴을 맡았습니다. 나즈굴 넷을 피해서 프로도를 빙글빙글 잘 돌렸는데요. 화이트채플과 다르게 프로도가 잡히면 끝나는 건 아니고, 프로도를 둘러싸고 타락 타일을 뽑아서 프로도를 두드려 패는 게임이었습니다. 타락 타일이 뽑힐 때에 고기 방패 동료를 던져서 막는 게 반지 전쟁과 비슷하더라고요. ㅎㅎ



어찌어찌해서 무사히 프로도를 브리까지 보내서 제1부가 끝났습니다. 맵을 뒤집고 제2부에 들어갔는데요. 제가 얕본 탓인지 간달프를 프로도와 떨어뜨려 놨더니 나즈굴이 매우 빠르게 프로도에게 다가와서 두들겨 패기 시작했습니다. 간달프가 와서 나즈굴을 쫓아내야 했는데 말이죠. 게임이 금방 끝나 버리고 말았습니다. ㅠㅠ



그리고 나서 무슨 게임을 할까 고민하다가 확장을 다 넣고 반지 전쟁을 하기로 했습니다. 두 분 말씀 듣고 깜짝 놀랐던 게 두 번째 확장은 아는데 첫 번째 확장은 모르신다는 거였습니다. 두 번째 확장이 첫 번째 확장보다 훨씬 더 어려운데 이 두 분은 반대네요. 룰 확인 차 가볍게 하다가 접는 게 원래 계획이었습니다만 하다 보니 끝까지 다 하게 되었습니다. 두 분도 반지 전쟁 룰을 제대로 하는 사람과 게임 하는 게 거의 처음이라고 하셨던 것 같은... (저도 이걸 독학으로 깨우친 사람과 하는 게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ㅋㅋ) 결과는 제가 반지-운반자들을 타락시켜서 승리했습니다. 새벽 1시 5분 즈음 시작했는데, 정확히 2시간만에 끝냈네요!



그 다음엔 제가 가져간 게임들을 했습니다. 디즈니 뽕에 취하게 할 빌러너스를 먼저 알려 드렸습니다. 진주편에서도 얘기했지만, 제가 이거 한글화 자료 만드느라 체력을 끌어다 써서 제가 휴가 기간에 제 컨디션일 수가 없었습니다. ㅠㅠ 대신에 한글화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고구마 님은 TCG를 해 보셔서 그런지 금방 적응하시더라고요. 막판에 다들 승리 조건에 거의 다 달성한 채로 한 턴 싸움이었는데요. 하나하나 님이 이기셨던 것 같네요.



새벽 5시가 다 된 시각에 다음 게임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가져간 타노스 라이징을요. 설명하고 플레이하다 보니 카페가 문닫을 시간이 되어서 끝을 보지 못 하고 나왔습니다. ㅠㅠ



예정보다 일찍 카페에서 나와서 셋이 같이 아침식사 (?)를 하기로 했습니다. 24시간 하는 음식점으로 가는 도중에 하나하나 님이 예전에 어떤 사람이 광주 모임 둘을 헷갈려서 잘못 언급해서 문제가 있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게 접니다... ㅠㅠ) 4년이 지난 지금도 광주 게이머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걸 보면 큰 문제이긴 했나 봅니다. 예매한 버스 시간에 가까워질 때까지 국밥집에서 식사를 하면서 두 분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보드라이프에서, 광주에서 반지 전쟁 설명회를 한다는 글을 몇 번 본 적이 있습니다. 제가 그 글 작성자 분 (= 하나하나 님)에게 반지 전쟁을 알려 드린 적이 없어서 아마도 독학으로 깨우치신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언제 시간 되면 광주에 들러서 룰 좀 잡아 드려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번 남부지역 순회방문을 앞두고 가장 먼저 잡은 일정이 광주에서 하나하나 님을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며칠 전에는 하나하나 님이 영화 "반지의 제왕" 제1부에 맞춰 글을 쓰신 게 베스트 글에도 올랐죠. (베스트 글에 오를 걸 예상 못 해서 매우 당황하셨다고...) 이거 왠지 광주의 낯선 여인에게서 곰팡맨 님의 향기 곰팡내?를 느낀 듯한...;;;

저는 4년 전에 알게 된 곰팡맨 님, 이날 알게 된 하나하나 님은 여느 여성 보드게이머들과 어딘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두 분을 그냥 게이머가 아니라 컨텐츠 제작자로 받아들인 것 같아요. 하나하나 님이 현재 시간 내기 어려우셔서 많은 활동을 못 하시지만 환경이 달라진다면 더 많은 활동을 하시겠죠. 거리가 좀 멀긴 하지만, 하나하나 님과 곰팡맨 님 사이에 교류가 생기면 재미있는 것들을 만들어 내시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해 봤습니다. ㅎㅎ


원래대로라면 제 여정은 이날 여기에서 끝나야 했습니다만 남은 과제가 있어서 김해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그리고 김해로 가는 김에 다른 일도 같이 하려고 했는데요. 부산으로 가면서 제 계획에 없던 어떤 큰 사건이 발생하면서 후기를 몇 편 더 쓰게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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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ounted Clo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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