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 맥스: 분노의 게임



(부르릉! 부우~와~앙! 털털털턻)

My name is Max. 내 이름은 맥스.
난 한때 게이머였다. 도장깨기를 추구하는 로드 게이머. 내 머리 속으로 파고드는 목소리들.
"도와줘요, 맥스! 티츄 하기로 약속했잖아요! 어디 있어요, 맥스! 도망가지 마요!"

...

"우리는 여수의 겜보이!
"겜보이!!"
"잠을 안 자고 노는 겜보이!"
"겜보이!!"
"오늘 우리는 천사다방으로 간다!"
"천사다방!!"
"오늘 우리는 미니빌과 아발론을 수송한다!"
"미니빌!! 아발론!!"



"겜못한 님께 환호하라!"
"겜못한!!"

"물이 곧 나올 거예요..." 농사에 쓸 물, 이름하야 Agri-Cola. 아그리-콜라!!

...

"반역이야! 퓨리오사가 겜못한의 물건을 가져갔어."
"어떤 거?"
"그의 소중한... 스플렌더."



...



"겜못한! 겜못한!"
(힐끔)
"날 보셨어!" 날 쳐다보셨어!"
"네 손패 뒷면을 보신 거야."
"날 똑바로 보셨어!"
"카드 장수를 세신 거야."
"아냐, 난 1등으로 나가게 될 거야! 티~~이~~츄~~우~~!!"

...



작년에 벤더 님과 여수광양순천 모임 분들 덕분에 노예 23시간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그곳. (링크: 뜻밖의 방문 제2부 - 전라남도 여수편 (05/31-06/01)) 이른 아침에 광주버스터미널에서 여수로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에서 기절 (?) 중에 갑자기 잠에서 깨어났는데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더 자려다가 여수 EXPO까지 갈 것 같은 불안감에 깨어있기로 결심했습니다. 기사님께 여쭤보니 잘 모르겠으니 일단 터미널까지 가보라고... ㅠㅠ 어디로~ 가야 하죠~ 아저씨~ 조는 손님이~ 처음인가~요~♬
"제일병원, 내리세요~"
'앗, 저곳은 천사다방 근처 병원이닷!'
일년 전 기억을 불러오는 데에 성공한 저는 후다닥 내렸습니다. 사거리를 향해 걷자 맞은편에 불꺼진 천사다방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카페 불이 꺼져서 조금 불안했지만 카페가 이른 아침에 열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버스 타기 전에 가볍게 샌드위치를 먹었지만 눈치 없는 이놈의 배가 또 고파 오자 아침을 먹으러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이른 아침이어서 문을 연 곳이 얼마 없었고 게다가 휴가를 떠난 가게도 꽤 많아서 눈 앞에 보이는 분식집에 들어갔습니다.


왠지 이유없이 잔치국수와 매운고추김밥이 먹고 싶어서 이걸로 아침 해결. 아침을 먹고 나서 폐묘 님께 전화를 걸어 두 번만에 통화 성공! (주무시고 계셨다고... 아침 일찍 죄송했습니다. ^^;) 9시 즈음 문을 연 천사다방에 들어가서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시켜놓고... 테이블에 엎드려 잤습니다. ㅠ

30여 분이 지나자 Tzolk'in: The Mayan Calendar 촐킨: 마야의 달력Alchemists 알케미스츠를 가져오신 폐묘 님. 부모님의 눈을 피해 누님 집에 둔 이 게임들을 가져오시느라 늦으셨다는군요. (눈에 땀이... ㅠ) 아직 결혼 전이시라 여자친구 분과 게임을 하셔서 2인 되는 게임을 주로 하신다고 하셨던 것 같아요. 결혼 전에 게임을 많이 구입하시길...;;;

촐킨을 할 줄 아는 외지인을 만나서 기쁘셨는지 그 자리에서 밀봉인 그 게임을 바로 뜯으셨습니다. 보드를 보니 번들번들 1쇄 보드! 배송 중에 잘 찢어지기로 소문난 1쇄 보드가 멀쩡한... 것 같았는데 알고 보니 딱 한쪽 보드만 찢어진 상태. 퍼블리셔에 이메일을 보내면 2쇄용 무광 보드 1개를 보내준다는 말씀을 드렸지만 귀찮으시다는 말씀을... 아이고야~ ㅎㅎ 타일 펀칭하고 나니 왠지 촐킨을 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 (불과 며칠 전에 전주에서 촐킨으로 영혼을 탈곡당한 이후로 무서워짐.) 2인으로 세팅을 하고 설명을 하려더 참에 또 한 분이 오셔서 3인 게임으로 바꾸었습니다.

게임에 대한 욕구와 열정이 섞이면 무섭습니다. 이 분들 촐킨 처음하시는데 1쿼터만에 5가족을 만드는... ㅎㄷㄷ 제가 이틀 전에 전주 갓.촐.가 (a.k.a. 정신과 시간의 방)에서 훈련하고 와서 아슬아슬하게 승리를 했습니다. 기념물 2개가 아니었다면... 휴 =3



이날은 메인 게임은 War of the Ring 반지의 전쟁이었습니다. 폐묘 님이 촐킨 이외에 Alchemists 알케미스츠 (한국어판 제목: 연금술 아카데미)를 가져오셨으나 반지의 전쟁을 하자고 하셨습니다. 천출력 맵을 펼치고 피규어 박스에서 꺼낸 피규어들을 맵 위에 놓자 신세계를 본 두 분... (폐묘 님, 이거 2인용 됩니다! ㅎㅎㅎ) 세팅을 마치고 잠시 화장실에 가려고 1층 문으로 나가자 반가운 얼굴이! 작년 노예 23시간의 노예주인1 역을 하신 그 분. (이분은 억양이 강해서 딱 목소리만 들어도 기억이 납니다. ㅎㅎ)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같이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작년에 한 게임 해보신 노예주인1 님은 설명을 들으셔야 하는 두 분께 까불까불 자랑을 하시면서 흥을 돋우셨습니다. (요런 역할 참 좋아합니다. ㅎㅎ)

노예주인1 님이 자유민족을 하시고 남은 두 분이 암흑군단을 하시기로 하셨는데, 폐묘 님이 양보를 하시며 구경만 하셨습니다. 확실히 한 번이라도 더 해보신 분의 플레이가 더 세련됩니다. 반지-운반자들을 꾸역꾸역 모르도르를 향해 밀어넣는 한편, 기회가 되면 과감하게 모아서 돌파하는 센쑤! 노예주인1 님이 곤도르 병력을 돌리고~ 돌리고~♬ 잘 살려서 미나스 모르굴과 움바르를 점령하면서 자유민족의 군사적 승리로 게임이 끝났습니다.



두 번째 게임은 노예주인1 님께 일부러 암흑군단으로 해보시라고 권했습니다. 한쪽에서 오랜시간 구경만 한 폐묘 님과 짝을 이루어서 플레이를 해보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전 게임에서 암흑군단을 하신 분은 성향이 혼자 하는 걸 좋아하신 것 같았습니다.) 암흑군단의 빅 재미를 느끼신 노예주인1 님은 전화기에 불이 난 상황에서도 한 턴만 더를 계속 외치시다가 (이거 문명할 때 하는 말 아니었나요? ㅎㅎ) 결국 집으로 리콜을 당하셨습니다. 이제 혼자 암흑군단을 이끌어가야 하는 폐묘 님도 얼마 플레이하시다가 집으로 "리~~콜~~!!"을 당하셔서... (여수 아비터의 난) 결국 반지-운반자들이 거의 이긴 경기를 떠안게 되었습니다. ㅠㅠ 저는 평소보다 더 많은 행동 주사위를 추적 칸에 놓으면서 반지-운반자들을 늦췄습니다. 드디어 모르도르 트랙. 추적 칸에 행동 주사위를 최대한 꽉꽉 채우는 한편 어떻게 해서라도 원정대 타락 수치를 올리기 위해서 인물 사건 카드를 뽑았습니다. 운이 좋게도 마지막 칸에서 눈 타일이 뽑혔는데, 이때에 추적 칸에 주사위가 6개가 있어서 한 방에 6 데미지!! 반지-운반자의 타락으로 경기에서 승리했습니다. 노예주인1 님이 거의 망한 게임 (?)을 폐묘 님께 떠 넘기실 때에
"야, 이거 결과 꼭 알려줘!"
라고 말씀하시며 떠나셔서 이걸 도대체 어떻게 이기라는 건가 싶었는데 제가 뒤집었습니다!


기억해줘! 기억할게! 발할라!


두 분이 떠나고 둘만 덩그러니 남은 상황. 준비해 간 게임도 별로 없고, 새로 게임을 배우기도 애매한 상황이어서 결국
"반지나 한 게임 더 하시죠?"


했던 진영을 그대로 한 게임 더 했는데. 아주 빨리 모르도르로 달려간 반지-운반자들. 결국 65분 만에 반지를 파괴하며 승리하신 여수 분. (헐) 내가 사우론의 입까지 뽑았는데... ㅠㅠ



너무 빨리 끝났으니 한 게임 더;;; 진영을 바꿔서 제가 자유민족으로 했습니다. 초반에 병력이 좀 잘 모여서 반지 파괴보다 군사로 이기는 방법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곤도르 군대로 모란논을 점령하고 로한 군대로 돌 굴두르를 점령하면서 군사적으로 승리했던 것 같습니다. 이분은 반지의 전쟁을 처음 배운 날, 하루에 4게임을 한 대기록을... (여수도 범상치 않은 곳입니다. 허허)


이때가 아마 거의 12시가 다 된 시각이었는데, 차로 터미널에 그나마 가장 가까운 한 사우나까지 태워다 주셨습니다. (터미널에 더 가까웠던 곳은 문을 닫았더군요.)

여수순천광양 모임의 중심에 계신 벤더 님이 갑작스러운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날 나오시지 못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D모 보드게임 커뮤니티 중고장터에 가면 쉽게 뵐 수 있습...;;) 여수 모임 방문기를 마칩니다.




다음 삼시세겜은 부산광역시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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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에서 온라인 게임을 하다

목욕탕에서 씻고 아마 저도 모르게 꾸벅꾸벅 졸고 있던 것 같았습니다. 제 짐작으로 전주고속터미널까지 택시를 타고 가서 버스로 바꿔타고 또 광주에서 모임 장소까지 가려면 약 3시간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붉어진 눈을 비비며 밖으로 나갔습니다. 날씨는 여전히 더웠고 가방과 주머니를 메고 나다니기에는 절대 좋은 날씨는 아니었습니다.

터미널에 도착했을 때에 30분 정도 기다리면 광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습니다. 대합실 의자에 앉았습니다. 더위와 잠의 공격을 받아내면서 말이죠. 어쨌거나 버스를 탔고 그 다음은 기억나질 않습니다.

광주는 저의 연고지가 아니어서 이번에 처음으로 광주 땅을 밟아봤습니다. 대도시답게 크고 번쩍번쩍한 터미널 안에서 제 눈은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모임 시간이 한 시간도 채 남지 않아서 일단 밖으로, 그리고 빨리 지하철 역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터미널 바깥도 혼잡했습니다. 한낮에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와 부족한 수면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졌죠. 어지간하면 짐이 많아도 지하철 역까지 걸어가겠는데 저도 포기를 하고 말았습니다. 일단 터미널 뒷편으로 돌아가서 무작정 택시를 붙잡고 탔습니다. 택시 기사님께 목적지를 말씀 드렸는데 잘 못알아 들으셨는지,
"으디요이?"
라며 구수한 전남사투리로 물어보셨습니다. 기사님이 차 온도계를 보여주시면서 밖의 온도가 37도임을 알려주셨습니다. 터미널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 역까지의 거리는 약 1.2km. 만약 걸어서 갔다면...?


오후 2시가 조금 안 된 시각에 상무 역 근처에서 내렸습니다. 주변을 훑어보니 건너편에 새로 지은 것 같은 건물 9층에 모임 장소가 보였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까 이미 동호회 사람들로 보이는 몇몇 분들이 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회원들 구성이 어땠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제가 있던 그룹에는 숙련자보다 신입회원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저까지 5명이었는데 할 게임을 고르지 못하자 게임 진열장을 직접 보면서 제가 몇 가지를 꼽아 드렸습니다. Ra 라 , Modern Art 모던 아트, Notre Dame 노트르 담 등을요. 아마도 익숙하게 들리는 제목 때문인지 몰라도 노트르 담이 선택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신입회원들이 "라"를 하는 게 더 좋았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전날 전주 같.놀.가의 어린 회원들에게 설명해주고 꾹꾹 밟히고 나서 이날 노트르 담 할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운명은 참 얄궂네요. 이날도 이 게임을 설명할 사람이 저 말고 없어서 제가 설명을 맡았습니다. 평소에 설명하거나 게임할 때에 개드립을 참 많이 던지는데, 이날은 제가 많이 피곤했는지 제 설명이 좀 딱딱했던 것 같습니다.


제 왼쪽에 계셨던 분은 순창에서 오신 분이었는데, 제가 드린 초반에 점수 욕심 내면 전염병으로 탈탈 털린다는 조언을 한쪽으로 흘리셔서 중반부터 영향력 큐브와 승점 토큰을 토해내기 시작하셨습니다. 저는 고용 카드의 능력을 잘 맞춰갔고 성당 보너스 점수를 챙겨 먹었습니다. 중반부터 공원에 모인 큐브 덕에 점수를 얻을 때마다 추가 승점 토큰도 모았습니다. C세트에서 성당에 못 들어가서 살짝 꼬였지만 공원으로 꾸준히 모은 추가 승점 덕분에 무난하게 이겼죠.


그 다음에 8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The Resistance: Avalon 레지스탕스: 아발론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 모임에서는 사람들이 많을 때에 아발론보다는 7 Wonders 7 원더스를 하는 편입니다. 게이머 성향이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누군가를 이유없이 몰아가는 것보다 각자 합리적인 판단으로 동시에 진행하는 게 훨씬 더 좋다고 판단해서 그렇습니다. 어쨌거나 보드리아 모임 사람들 다수의 선택에 의해 레지스탕스: 아발론이 선택이 되었습니다. 저를 비롯해서 제 왼쪽 두 사람까지 연속으로 3사람이 악의 편이었습니다. 한 남자 회원이 진행을 주도하며 첫 번째 원정에서 성공을 이끕니다. (첫 번째 원정 도중에 제 왼쪽 분이 성공을 냈는데 선의 편 중 누군가가 실수로 실패를 내는 바람에 제 왼쪽 분이 뭔가 잘못되었다고 얘기를 꺼내면서 반정도 커밍아웃을 한 상태였습니다. 저와 다른 악의 편인 여자 회원 (구분을 위해 '흰옷여성'이라 부르겠습니다)이 그냥 진행하자고 해서 덮고 넘어갔습니다.) 두 번째 원정에는 제가 포함이 됐는데 실패가 나오면서 저를 의심하는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A, B, C)일 때에는 성공이었고, (A, B, C, D)일 때 실패였으니까 D가 악의 편이다"는 많은 사람들이 빠지는 논리적인 오류입니다. A, B, C 모두가 선의 편이라는 전제조건 하에 D가 악의 편이라는 게 성립되는 것이죠. (제가 악인 것은 맞았지만) 저를 악의 편으로 의심한다는 분께 이 말로써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세 번째 원정을 앞두고 제가 리더가 되었습니다. 두 번째 원정 후에 저를 의심하던 분이 리더를 다음으로 넘겨야 한다며 강하게 어필을 했고, 저는 역으로 멀린인지 아닌지 시험하기 위해서 외려 칼자루를 그 분께 넘겼습니다.
"제가 아직 파악이 덜 되어서 그런데, 원정에 참가시키고 싶은 분을 찍어주세요. 제가 참고해서 정할게요."
8명 중에서 선의 편 5명을 정확하게 찍는다면 멀린인 사람을 찾아내 암살할 확률이 올라갈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실패를 이끌어낸 그 분을 악의 편으로 몰아갈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그 분은 정확하게 악의 편 3명을 뺀 나머지 사람들을 지목했고, 저는 기꺼이 그 인원으로 원정을 꾸리고 성공을 얻어냈습니다. 저는 멀린으로 확실시되는 그 분께 자신있게
"저 약속지켰습니다."
라고 말하며 다른 분들로부터 신뢰를 얻어냈죠. 그 때문에 네 번째 원정에 제가 포함되었고 악의 편 2명이 포함된 원정을 실패로 만듭니다. 5번째 원정에서 제가 포함되는 바람에 원정이 실패가 되었고, 결국 악의 편이 승리했습니다. (멀린이었던 분들 확실하게 알고 있어서 멀린 암살로 역전승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레지스탕스: 아발론 이후에 남은 4명이서 할 게임을 고르기 위해서 노트르 담을 같이 했던 여자 분 (검은옷 여성)께 선택권을 드렸습니다. 그러더니 대뜸 Puerto Rico 푸에르토 리코를 선택하시더군요. (다른 그룹에서 게임을 하시려던 흰옷 여성분이 계속 "푸에르토 리코"를 입에 달고 계셨는데, 이 모임을 우연히 다녀간 제 지인으로부터 농담삼아 그 분과의 푸에르토 리코를 피하라는 권고를 들은 상태라...) 신입회원으로 보이는 분 두 분은 아예 모르시고, 기존회원인 것 같은 분은 예전에 해봤고 영어판이라 잘 모르겠다고 하셔서 제가 또 설명을 했습니다. 노트르 담에서 제가 드린 팁을 흘리신 순창에서 오신 남자 분은 제가 드린 팁을 또 흘리시고 '그냥 해볼게요' 플레이를 했습니다. 본인이 하고 싶은 방식으로 진행하는 게 맞는 것이긴 한데, 나비효과를 크게 일으키는 게임에서는 누군가의 플레이에 의해서 다른 누군가가 반사이익을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그런 게 좀 걱정되었습니다. 이 게임은 푸에르토 리코였으니까요. 게임이 끝나고 점수를 확인해 보니 1점차로 겨우 승리했습니다. 이 게임을 고르신 여자 분이 그날 처음했는데 2등을 하셔습니다. (게임이 끝나고 그 여자 분께 게임을 고른 이유를 여쭤보니 그냥 박스가 예뻐서라고... 아주 잘 고르셨습니다. ㅎㅎ)



제가 가져간 게임들 중에서 War of the Ring 반지의 전쟁이 살짝 언급이 되었습니다만 흰옷여성이 광주에서 대여섯 분이 이미 할줄 안다는 말씀을 하셔서 할 게임 목록에서 제거된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 시간에 반지의 전쟁을 반드시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다른 게임을 보다가 Dungeon Petz 던전 페츠를 진행했습니다. 딱히 기억나는 상황이 없어서 패스.


잠이 너무 부족해서 제 심신에서 피로가 폭발하고 있었습니다. Dead of Winter: A Crossroads Game 데드 오브 윈터: 갈림길 게임을 꺼내서 셋업하고 계셨는데, 요새 화제의 게임이라 어지간하면 그냥 하고 싶었지만 이미 제가 좀비가 된 것처럼 몸을 가누기 힘들어서 쉬겠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주위를 보니 모임에 오신 분들 중에서 다수가 빠져나간 상태였고, 저도 배가 고파서 대학생 한 분과 저녁식사를 하러 나갔습니다. 상무 역 주변에 식사를 할 만한 곳이 없어서 꽤 돌아다녔는데, 아울렛 건물 안에 있는 패스트푸드 점에서 끼니를 해결했습니다. 식사 도중에 반지의 전쟁 얘기가 살짝 나왔는데, 시간도 꽤 늦었고 보드리아 모임에서 더 이상 배우려는 분이 없어서 제 마음을 살짝 내려놓은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그 학생회원이 설명만이라도 들어보고 싶다고 해서 식사를 마치고 올라가서 설명해 드리겠다고 했죠.



모임 장소에는 이제 대여섯 회원 분들만 남아 있었습니다. 저는 천출력 맵을 꺼내서 피규어와 카운터들을 놓기 시작했습니다. 저와 반지의 전쟁을 하신 분들은 아시겠습니다만, 제가 반지의 전쟁을 설명하거나 진행하면서 졸거나 정신줄을 놓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날은 제 기억으로, 설명 중간중간에 mute 뮤트 구간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몇십 초나 몇 분 정도 설명이 끊기다가 제가 정신을 다시 차리고 계속 이어서 설명한 게 여러 번이었던 것 같습니다. 설명을 마치자 밤 11시 정도 되었습니다. 모임 장소가 11시 30분에 마감한다는 것 같아서 빠르게 30분 정도 진행하고 마치기로 했죠.

이날 광주 보드리아에서 가장 좋으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이 분과의 게임이 너무 짧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게임의 감을 빨리 잡으셔서 숙련자처럼 불필요한 장고 없이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가게 사장님의 배려로 50분 가량 진행하고 우리가 자발적으로 중단했는데 계속했다면 30-40분 내에 게임이 끝날 것 같았습니다. 자정이 가까운 시각에, 반지의 전쟁보다 예정보다 늦게 귀가하게 된 그 회원 분께 미안했지만 (끝까지 못했지만) 반지의 전쟁이 재미있었다고 말씀해 주셔서 참 고마웠습니다.


모임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 또 모임 날의 여건에 따라 제가 모임의 일부분만 보고 잘못된 판단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만 처음으로 방문한 광주 여정에 대해, 제 개인적으로 많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제가 준비해 간 게임을 마음껏 설명할 수도 없었음을 제쳐 두고, 모임 회원들과 대화를 나눌 시간도 별로 없었고 식사도 같이 못했기 때문인데요. 제가 피곤해서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는데, 다들 여유 없이 좀 뭔가에 좇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온라인 게임과 달리, 우리가 보드게임을 하면서 좋은 느낌을 갖는 것은 내가 얼굴을 마주하는 상대를 '사람'으로 인식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단순히 '상대가 입장했습니다', '게임이 시작됐습니다', '게임이 종료됐습니다', '상대가 퇴장했습니다'의 텍스트가 모니터에 나오고 신호에 따라 플레이어들이 반응적으로 플레이하는 것이 아니라, 눈 앞에 있는 사람이 어디에서 왔고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를 물어보기도 하고 같이 식사 (+ 술)을 권하며 다음에 또 만날 것을 기약하는 게 사람이 모인 '모임'의 본 가치가 아닌가 싶습니다.

순창이나 목포 등 꽤 먼 곳에서 온 사람들에게 '왜 광주까지 왔느냐'고 질문을 하자 돌아오는 답이 "모임이 없어서..."였습니다. 모임의 경쟁력이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이나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게임이 아니라, 모임 외적인 지리적 이점 때문이라면 나중에 생길 수도 있는 다른 모임에 대해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좋은 모임의 조건은 무엇인가요?



덧붙이는 말

8월 10일 보드라이프에 본 글을 게시한 후에 광주 모임 분들이 댓글과 쪽지를 통해서 광주 모임의 사정에 대해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이동 시간이 꽤 걸리는 전남 분들도 광주로 와서 모임 활동을 하고 계시고, 같은 광주 지역이더라도 상무 역 주변까지의 교통이 불편해서 어려움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따라서 제한된 모임 시간 동안에 최대한 많은 게임을 하고 싶은 회원들이 식사나 다른 수다로 인해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을 하지 않다 보니 현재 광주 모임만의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광주 모임의 주변 여건이 개선되어서 앞으로 광주 모임 분들이 더 편한 환경에서 모임 활동을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다음 삼시세겜은 전라남도 여수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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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촐.가

잠결에 어린이의 소란스러운 말소리와 발소리를 들었습니다. 신경이 쓰여서 일어나 보니, 여기는 같.놀.가. 새벽에 남은 사람들은 이곳에 쓰려졌던 것입니다. 눈을 떴을 때에 카이 님과 히미끼 님은 안 계셨고 (여기서 탈출해야 해?!) 저까지 4명이 남았습니다. 저는 잠이 깼는데 다른 분들은 아직 주무시고 계서서 저는 혼자 누워서 빈둥빈둥거렸죠. 저는 게임이 하고 싶었습니다. (자는 시간이 아깝단 말이에요~)


심심해서 같.놀.가 벽을 보고 있었는데 뭔가 이상한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저게 뭐지?




같.놀.다는 평범한 곳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ㅠ 게임을 하나 할 때마다 각서를 쓰는 건가...;;; (어머니, 저의 신장 하나가 곧 없어질 것 같습니다. 엉엉) 전주마얀스라든지 전주촐킨스라든지, 후로게임단의 포스... ㅎㄷㄷ


멀리 과테말라로부터 영험한 마야의 기를 받기 위해, 벽면에 촐킨 보드까지 부착한 같.놀.가. 이제부터 갓god이촐킨하다가게 (이름하야 Play with God)으로 불러야 할 듯;;; 어머, 여기 무서워;;; ㅠ (이때 여길 탈출했어야 했습니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남은 분들이 일어나서 셋이서 Notre Dame 노트르 담을 하기로 했는데 설명 도중에 히미끼 님이 오셔서 다 같이 식사를 하러 갔죠. 인혁 님이 콩나물국밥이 먹고 싶다고 해서 그리로 갔습니다. 따로 나오는 날계란 (오옷, 계란이 두 개!)에 뜨거운 국물을 넣고 살짝 익혀먹었습니다. 호로록~



식사 후에 잠시 마트에 들러서 먹을거리, 마실거리를 구입했습니다. 그리고는 히미끼 님을 제외한 3명이 게임을 하기로 했는데요. (아싸! 도장깰 찬~스!) 제가 덥썩 Notre Dame 노트르 담을 선택했습니다. (이정도면 가능하다.) 설명해 주고 발라 먹기 기술을 시전하였습니다. 인혁 님은 완전 처음이고, 다른 한 분은 해봤는데 기억이 안 난다는군요. 후후훗


그러나... 갓.촐.가의 사람들은 어려도 평범하지 아니 하였습니다. 오른쪽에서 공원이 넘어오지 않고 계속 cut! 어느새 제 왼쪽 분은 공원에 큐브 6개를 놓고 점수를 얻을 때마다 +3점을 추가로 얻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의 영혼은 탈탈 털렸습니다. ㅠㅠ




저는 신과 인간의 클라스 격차를 확인하기 위해서 촐킨 1:1을 신청했습니다. 먼저 히미끼 님. 거의 40점 차로 패배... ㅎㄷㄷ 그 다음에 갓.촐.가의 추천을 받은 인혁 님과의 게임. 역시 30여 점 차로 패배... ㅠㅠ 사진은 첨부하지 않겠습니다. 엉엉


그리고 나서 전주에 있다가 광주로 가신 한 분이 반지의 전쟁을 배우러 오셨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기본판만 하려고 했는데, 그 분께서 확장도 배우고 싶다고 하셔서 가운데-땅의 귀인들도 넣어서 했습니다. 배우는 게 목적이라면 자유민족으로 플레이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그 분께 자유민족을 추천했습니다. (아, 얼마만에 확장을 하는 것인가!)


저는 시작부터 사루만을 뽑고, 고스모그를 뽑고 다수의 행동 주사위로 상대를 압박했습니다. 자유민족은 열심히 맞섰지만 암흑군단 군대의 기세는 매서웠습니다. 모르도르를 향해 조금씩 전진하던 프로도는 전혀 이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원정대의 동료들은 뿔뿔이 흩어져서 원정대에는 골룸만이 남아 있었죠. 움바르에서 떠난 드랍쉽은 돌 암로스에 코끼리 부대를 떨어뜨려 그곳을 점령하고 다시 펠라르기르를 향해 돌아나오고 있었습니다. 미나스 티리스에서 여러 동료들과 자유민족 부대들이 사우론과 남부인&동부인 군대를 밀어내고 있었지만 로한도 거의 다 밀리고, 일찍부터 북동부를 노리고 있던 암흑군단 군대들은 데일과 에레보르, 우들랜드 렐름을 하나씩 점령해갔습니다. 결국 프로도는 우들랜드 렐름 근처 어딘가에서 놀다가 가운데-땅이 사우론에게 점령당하며 멸망해습니다. 120분만에 빠르게 끝낸 게임. (이것도 도장깨기로 인정해 주나요?)



저와 반지를 하신 분은 9시 즈음에 다시 광주로 급히 떠나시고 (패배의 쓰라림 때문이 아니라 원래 이 시간에 떠나셔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남은 사람들은 저의 또 다른 게임을 기다렸습니다. 이거슨 유령의 집 테마의 협력 게임, Betrayal at House on the Hill 언덕 위 집에서의 배신. (링크: 언덕 위 집에서의 배신) 많은 사람들이 "언덕의 위 집의 배신자"라고 알고 있는데, 원제를 그대로 해석하면 배신자가 아니라 "배신"이죠. 반응이 어떨지 몰라서 그냥 한 게임만 가볍게 하자고 했습니다.


이 시나리오에서 한 분은 알고 보니 우로보로스 뱀이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집을 조여오는 커다란 쌍두뱀에 맞서서 무언가를 해야 했습니다. 뱀이 여유롭게 집 안을 훑으며 우리를 추격하는 사이에 작은 기적이 일어납니다. 피부병에 걸려서 털이 빠진 더러운 개를 가진 여자 분이 그 개를 보내서 멀리있던 배신자의 소중한 무언가 (?)를 물어오게 한 것입니다! 방심한 우로보로스는 그것 때문에 패배하게 되었습니다.


신기방기한 게임을 처음 접한 전주 분들은 한 게임 더 하자고 하셨습니다. 두 번째에서 한 분은 알고 보니 식인 취향을 가진 미식가였습니다! 집에는 배신자의 부하들도 있었고, 식재료로 사용하기 위해 잡아놓은 선량한 사람들도 있었죠. 초반에 아이템이 숨겨져 있는 지하금고가 발견되자 탐험가들이 달려가기 시작합니다. (어머, 이건 꼭 먹어야 해!) 하지만 예배당에 있다가 지나가던 한 초딩이 쉽게 금고 문을 따고 아이템 2개를 획득합니다. ㅋㅋㅋ


배신자가 지하에 있었는데, 아직 지하와 지상층이 연결된 통로를 발견하지 못해서 일단 배신자는 지하에 묶이게 됩니다. 사실은 아주 짧은 순간에 지하에 있던 할배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에서 도망쳐 왔었죠. 그러는 사이에 우리는 배신자들의 부하들을 때려잡았습니다. 지하에서 폭주한 배신자는 닥치는 대로 지하를 탐험하며 아이템으로 무장하기 시작합니다. (역시 템빨!) 자신이 없는 영웅들은 서로 지하로 내려가라며 이거 맨덤의 던전 삘인데;;; 하지만 하늘은 우리를 도왔습니다. 초딩이 술래잡기를 하다가 우연히 발견했던 또 다른 금고를 얘기했고, 그 금고를 열자 리볼버가 나왔습니다. 또한 이 초딩은 탐험 도중에 창도 발견했습니다. 이 착한 초딩은 몸이 약한 할배께 리볼버를 양보하자 그들의 눈 앞에는 지상층으로 올라온 배신자가 서 있었습니다. ㅎㄷㄷ 할배와 초딩은 총과 창으로 결국 배신자를 물리쳤습니다. 중고로운 평화나라...



언.집.배가 끝나자 가벼운 파티 게임을 하자고 했습니다. 이것 역시 크바틸의 그림 그리기 게임. (링크: Pictomania 픽토매니아) 우리는 크바틸이 행여나 끼니를 거를까, 그의 게임을 구입하는 격조 높은 후원자들이었던 것입니다. (이거슨 빠心) 점점 난해한 문제가 나오고 이것은 그냥 말로 설명해도 구분하기 어려운 단어를 그림으로 그리라니;;;




픽토매니아가 끝나자 사람들이 하나둘씩 눕기 시작하고, 서로 게임은 하고 싶은데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런저런 게임을 툭툭 던지다가 결국 Tichu 티츄가 선택되었습니다. 아... 용봉개새...;;; (링크: 티츄) 이것도 탈탈 털려서 설명은 생략... (하지 말고 잠을 잤어야 했어... ㅠ)


어느새 아침 7시... (뭐?!) 슬슬 배가 고파서 청년몰에 있는 보리밥 집으로 향합니다. 히미끼 님은 역시 같.놀.가의 정신을 지키기 위해...



히미끼 님은 오후에, 저는 점심 때에 광주광역시에 가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전주 분들과는 작별을 하고. 저는 씻고 싶어서 남부시장 근처에 있는 목욕탕을 찾았으나... 휴가... ㅠ 하지만 지나가시던 마음 착한 어르신께서

"커튼 집에서 골목으로 꺾어. 좀 가면 세탁소가 나와 거기서 또 꺾어. 그러면 조그만 목욕탕 하나 나와."

이렇게 설명하셨는데 알아들은 저는 선천적으로 길을 잘 찾습니다. 한 방에 목욕탕을 찾아서 간단하게 씻고 1시간 가량 꾸벅꾸벅 졸았답니다.


작년에 이어서 가족처럼 편안하고 즐겁게 맞아주신 전주의 같.놀.가 멤버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나 저 때문에 휴가 날짜를 며칠 당기신 히미끼 님께 더 큰 감사를 드립니다.





다음 삼시세겜은 광주광역시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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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바틸의 아이들

8월을 목전에 둔 여름날, 남부지역 순회방문 두 번째 시즌을 시작했습니다. 이번 여정은 지난해보다 날짜도 더 길고 방문할 장소도 더 많아서 저의 체력도 걱정되었지만 각 모임에서 원하는 날짜를 맞추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보드게이머들에게 "전주의 상징"이 되어버린 "같이놀다가게"를 가장 먼저 방문해 보았습니다. 사실, 원래는 "같.놀.가" 방문 예정이 없었습니다만 그곳의 사장님인 히미끼 님이 저 때문에 휴가를 며칠 당기셨다고 하셨고 히미끼 님이 제게 보내신 쪽지에

"대학생 친구들이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라고 적어놓으셔서 마음이 약해졌죠. ㅎ (알고 보니 그들은 저의 도장깨기를 막아낼 전주의 용사들이었던 것입니다... 엉엉엉 ㅠㅠ)


아침 일찍 기차를 타려고 했으나... 마이 갓! 휴가철이어서 기차표가 모두 매진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저의 튼튼한 두 다리를 믿고) 전주까지 입석을 탔습니다. 같.놀.가 앞에서 정오에 뵙기로 했기 때문에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죠.


전주 역에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저마다 백팩을 매거나 캐리어를 끌며 밖으로 밖으로 무리를 지어 이동했습니다. 열차에서 내리자 느껴지는,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 이번 여정의 고난이 벌써부터 느껴졌습니다.



전주 역에서 버스를 타고 남부시장 근처에서 내렸습니다. 사람들을 향해 내리꽂히는 햇볕. 얼굴에 등에 땀이 계속 흘러내립니다. 드...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같.놀.다의 정신이 반영된 것 같은 그림
왼쪽 여자는 공중에서 주사위를 정확하게 같은 눈금으로 만드는 금손,
가운데 남자는 유흥, 오른쪽 남자는 술병...;;;
보드게임 할 때에는 역시 술이지!

예정 시간보다 먼저 도착해서 배도 살짝 고프고 목도 말라서 같.놀.다 앞에 있는 가게에서 병맥주와 고구마 크로켓을 시켜서 먹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그 가게 사장님께 여쭤봤습니다.
"같.놀.가 사장님 몇 시에 나오세요?"
"어... 보통... 2-3시요?"
'헉스...!'

약속 시간을 12시로 잡았는데, 두세 시 즈음에 나오시는 건 아니겠죠...?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

밖에서 앉은 제 테이블에 글귀가 적혀 있었는데, 많이 와 닿았습니다.


여행 - 여행하는 것처럼 생활하고 생활하는 것처럼 여행하자.

대략 12시 45분 즈음이 되자, 히미끼 님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역시 뭔가 먹길 잘 했어;;;) 같.놀.다의 정신을 지키시기 위해서 전날 밤에 술을 즐기시고 늦잠을 주무셨다능. 그리고 작년에 일인반닭을 베푸신 닭셰프 님도 오고 계신다고 하셨습니다. 5분 후에 오실 거라고 하셔서 둘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죠. 그런데 10분이 넘도록 우리 닭셰프 님이 오지 않으시는 겁니다;;; 15분 정도 지나자 온몸에 땀을 흘리시며 그 분이 나타나신 겁니다. (지구 시간으로 몇 분을 기다려야 하는지 물어볼걸... ㅠㅠ 시공간이 왜곡되어 있는 전주.) 히미끼 님과 결론이 나지 않았던 난제, 점심 메뉴 고르기 (;;;)를 늦게 오신 벌칙으로 닭셰프 님께 떠 넘겼습니다. 그러자 우리 셰프 님은 콩국수를 선택하셨습니다! 오~옷!


남부시장 근처에 있는 진미집은 오래된 콩국수집이라고 합니다. 40년 가까이 된 것 같던데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여기 콩국수는 특이하게 설탕이 많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단맛을 싫어하면 꼭 설탕을 빼달라고 해야 한다는군요. 닭셰프 님이 설탕이 들어간 게 전주 스타일이라고 하셨지만 히미끼 님은 설탕을 빼고 드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모르니까 그냥 닭셰프 님을 따라서... 먹어 보니까 단맛이 강해서 간식 먹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같.놀.다로 돌아왔습니다. 가게 안에는 히미끼 님이 태경 언니 (;;)라고 부르는 여자 분이 계셨습니다. (작년에 방문했을 때에도 이분 얘기가 나왔는데 여행 중이셨다고 했습니다.) 히미끼 님도 오는 토요일에 광주 당일치기 여행을 가실 계획이셔서 준비를 하신다며 빠지셨고, 태경 언니 님과 저 그리고 식사를 마치고 온 인혁 님 셋이서 게임을 하기로 했습니다만 게임을 쉽게 고르지 못하자 제가 가져간 게임을 하기로 했죠.


체코의 유명 게임 디자이너인 Vlaada Chvátil 블라다 크바틸 씨의 Dungeon Petz 던전 페츠. 크바틸 씨하면 Through the Ages: A Story of Civilization 쓰루 디 에이지스를 비롯하여 Mage Knight Board Game 메이지 나이트 보드 게임 등으로 알려져 있지만 저는 Space Alert 스페이스 얼럿 때문에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작년에 같.놀.다에 와서 한쪽에 쳐박혀 있던 스페이스 얼럿을 발굴하여 이곳 분들께 알려드린 바 있죠. (링크: 뜻밖의 방문 제3부 - 전라북도 전주편 1일차 (06/01-06/02))

올해에는 크바틸의 게임들 중에서 던전 페츠를 가져가 봤습니다. 이 게임은 어릴 적에 한번 쯤 해봤던 다마고치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지금 10대, 20대들은 모름;;;) 던전에서 키우던 괴물들로 펫 사업을 하는 내용이에요. (링크: Dungeon Petz 던전 페츠)

설명을 드리자 태경 언니 님은 좀 어렵다고 말씀하셨는데 조금 지나니까 테마에 몰입을 하시면서 재미있어 하시더라고요. 인혁 님은 조용히 잘 하심... (뭐야, 무서워;;;) 결론은 설명하고 꼴등... (도장깨기 실패 ㅠㅠ)



던전 페츠를 하는 동안에 다른 분들도 많이 오셨습니다. (예전에 모임 활동을 같이 하다가 대전으로 이사가신 카이 님도 오셨고요. 반갑습니다! ^^) 같.놀.다 안이 가득찼죠. 이미 다른 게임을 하고 계시는 분들도 있었는데요. 남은 분들끼리 스페이스 얼럿을 하기로 했습니다. 작년에 이미 경험을 한 히미끼 님과 닭셰프 님, 저는 빠졌어요. (크바틸 게임답게 설명을 들어도 알 수 없는 게임의 분위기.) 겁을 먹은 분들에게 히미끼 님과 제가

"튜토리얼은 너무 쉬워서 아무것도 안 해도 클리어할 수 있어요."

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하지만 전주는 우리도 몰랐던 아주 특별한 곳이었던 것입니다;; 처음엔 서로 꿀먹은 벙어리처럼 아무말도 하지 않다가 나중엔 사운드트랙도 듣지 않고 서로 외치다가 게임이 끝나버렸습니다. 그리고는 튜토리얼 1번을 클리어하지 못하고 우주선을 부숴먹은... (뭐야, 이거 무서워...;;;) 처음 해본 사람들보다 이미 해본 3인 (히미끼 님, 닭셰프 님, 저)는 멘붕을 하고. 다시 튜토리얼 2번을 시켜보기로 했습니다. 한 분이 캡틴의 역할을 하기로 하고 나름 지시를 열심히 내렸습니다. 이미 해본 3인은 내심 기대를 했죠. 1단계는 무사히 넘어간 것 같았지만 2단계에 들어가자 사람들이 서서히 패닉에 빠지기 시작하고, 급기야 캡틴은 격렬히 아무것도 하고 싶어하지 않아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스스로 프로그래밍을 했습니다. (살려야 한다) 이미 해본 3인은 그저 웃음만... ㅋㅋㅋㅋㅋ

하지만 전주는 정말 특별한 곳이었습니다. 프로그래밍이 꼬여서 클리어하지 못할 뻔 했으나 아무도 예상못한 잘못 쏜 레이저 캐논이 외부 위협을 부수며 클리어를 한 것입니다. (말도 안 돼! ㅋㅋㅋ) 플레이어들은 환호를 했고, 게임을 접었습니다. (기분 좋은 상태에서 끝내고 싶었나 봅니다.)



그 다음으로 War of the Ring 반지의 전쟁을 하기로 했습니다. 작년에 이 게임을 전파한 이후로 전주 분들 사이에서 관심이 부쩍 늘었고 몇몇 분은 해보셨다고 합니다. 4명이 두 팀으로 나눠서 2인 룰로 진행했습니다.

자유민족이 부지런히 모르도르로 달리는 한편 마음 착한 암흑군단은 병력을 모았지만 쉽사리 밀어내지 못했네요. 결국엔 부대를 찍어낸 죄밖에 없는 사루만이 혼자 있다가 엔트들에 핵꿀밤을 맞고 죽어버리고 맙니다. ㅠㅠ 반지-운반자들은 비운의 산 꼭대기에 도착해서 반지를 빠뜨리고 게임을 끝냈습니다. (산에 오르는 동안에 치유도 한... 이거슨 삼림욕?)



반지의 전쟁을 하는 동안에 다른 테이블에서 자꾸 배고프다고 해서 밥 먹은지 얼마 안 되었는데 벌써 배고프다고 하나 싶어서 시계를 보니 벌써 9시... 설명 1시간, 진행 2시간 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게임에 집중했네요. 더 늦기 전에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남부 시장에서 파는 피순대인데요. 일반 순대와 달리, 건조하지 않고 아주 촉촉하고 부드럽습니다. ㅎ



식사를 마치고 철민 님이라는 분하고 일대일로 반지의 전쟁을 했습니다. 몇 번 해보셔서 룰을 많이 알고 계셨고요. 저와 플레이하면서 나머지 규칙을 잡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숙련자들의 플레이답게 매우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저는 암흑군단으로서, 빠르게 사루만의 군대로 로한을 밀어버리고, 모르도르와 돌 굴드르, 동부의 군대들을 북동쪽으로 몰려서 데일-에레보르-우들랜드 렐름을 빠르게 점령해갔습니다. 하지만 프로도는 너무나 빨랐습니다. 100분만에 자유민족은 반지를 파괴하고 게임을 끝내 버렸습니다. ㅠㅠ

철민 님이 에레보르 쪽이 밀릴 거라고 생각을 못 했다고 하셨습니다. 반지의 전쟁을 여러 번하면 로한이나 곤도르 중 하나를 살리는 기술이 생깁니다. 가깝고 쉽게 얻을 수 있는 점수 지역이 막히면 다른 방안을 찾게 되는데, 그게 북동부를 밀어버리는 것이죠. 그쪽도 승리 점수가 5점 이어서 로한이나 곤도르의 대안으로서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반지의 전쟁을 마치자 우리의 닭셰프 님은 같.놀.다 사람들을 위해 특별한 음식을 준비해 주셨습니다. 버섯과 호박, 죽순으로 튀김을 만들어 오셨는데 맛있어서 술 생각이 절로 나더라고요. 제 옆에는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는 히미끼 님이... (사스가 같.놀.다의 정신!)


야식을 먹고 나서 마지막으로 스페이스 얼럿을 또 했습니다. 저와 히미끼 님까지 포함해서 5인으로요. 처음 하는 분도 있어서 튜토리얼부터 시작해서 총 6게임을 했는데요. 새벽 5시까지 했다는... (경보! 잠이 부족합니다...;;;)



같.놀.다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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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 War of the Ring: Second Edition 반지의 전쟁: 2판 배우기 프로젝트 시즌2, 삼시세겜 1번째 시간입니다.

모 보드게임 커뮤니티에서 신청을 받아서 경기도 안양에서 출장 강습회를 열었습니다. 6월 1일 월요일에는 벤담 님, 그리고 아라 님 커플이 오셨습니다. 평일인데 제가 시간이 이날 밖에 나지 않아서 오시기 힘들 거라고 예상했는데, 그래도 세 분이나 모여서 무척 감사했습니다. 오후 3시 경에 벤담 님이 먼저 오셔서 아라 님 커플을 기다리는 동안에 벤담 님께 Android: Netrunner 안드로이드: 넷러너를 배웠습니다. 예전에 벤담 님께 배웠는데 시간이 오래 지나서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았습니다. ^^;; 설명을 다 듣고 플레이를 하려고 했는데 설명 도중에 아라 님 커플이 오셔서 플레이는 다음으로 미뤘습니다.

원래 이날은 안양 할리갈리 카페 사장님도 배우려고 하셨다고 하는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못 오셨다고 하네요. 오후 3시가 약간 넘은 시각에 반지의 전쟁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설명을 하려면 피규어와 토큰을 비롯한 게임 구성물들도 같이 언급을 해야 해서 처음부터 셋업을 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천출력 맵을 사용했는데요. 맵에 숫자로 배치해야 하는 피규어의 숫자들이 적혀 있어서 룰북을 뒤적거릴 필요 없이 금방 셋업을 마칠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십수 번 하면 배치해야 할 피규어 수를 다 외워요.) 인터넷 상에 반지의 전쟁 셋업만 하루종일 걸린다는 유언비어가 종종 검색되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한 시간 가량 설명을 드렸는데요. 룰의 전체를 다 설명 드린 것은 아니고, 꼭 필요한 큰 규칙들만 설명을 드렸습니다. 잔룰은 플레이를 해봐야 그 규칙이 왜 필요한지 와닿거든요. 그래서 반지의 전쟁을 배우시는 분들에게는 가급적이면 잔룰은 설명드리지 않고 있습니다.

게임을 하실 분이 세 분이어서, 벤담 님이 홀로 자유민족을 맡고, 아라 님 커플이 암흑군단을 맡았습니다. 처음 하시는 거라서 다인 규칙을 적용하지 않고 아라 님 커플 두 분이 한 사람인 것처럼 진행했습니다. 저는 벤담 님 옆에 앉아서 진행을 도와드렸고, 저와 동행한 지인은 아라 님 커플을 도왔습니다.



첫 턴에 암흑군단 행동 주사위 굴림에서 소집이 하나만 나와서 힘들게 시작했습니다. 사우론국과 이센가르드국 중에서 어느 쪽을 먼저 "전쟁 중"으로 만들어야 할지 선택을 하셔야 했는데, 조언자의 말에 따라 사우론국을 먼저 하신 걸로 봤습니다. 아마도 곤도르를 먼저 쓸어서 아라고른이 등장하는 걸 막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자유민족은 원정대를 꾸준히 진행시켰습니다.

원정대가 꾸준히 진행되면 좋은 점이 암흑군단의 행동 주사위를 추적 칸에 1개를 강제로 묶어놓는다는 것이죠. 이것 때문에 첫 턴에 사루만이 등장하지 못한 암흑군단은 더 시련을 겪습니다. 6개밖에 못 굴리는데, 그러면 소집 행동 주사위 결과가 나올 확률이 더 낮아지기 때문이죠. 그런데 실제로 암흑군단의 소집 행동 주사위 결과가 3턴까지 나오지 않아서 아라 님 커플의 초반 운영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4턴에 사루만이 나옴으로써 5턴부터 8번째 행동 주사위를 굴리셨습니다.

암흑군단 행동 주사위에 소집 관련된 면이 2개인데요. (제가 계산을 해보니까) 원정대 진행 때문에 하나가 묶여서, 6개를 굴려서 소집 주사위 결과가 하나도 나오지 않을 확률이 8.7%에요. 그런데 연속 두 턴 동안 그렇게 되었으니까 0.075%입니다. 말도 안 되고 제가 60게임 가까이 했는데 그런 걸 처음 봤어요. 한 턴에 소집 행동 주사위 결과가 2개 정도 나오는 게 평균이거든요.

아무튼 이 로또 확률에 걸린 걸로 암흑군단이 초반에 엄청 암울했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 이날 처음 해보신 분들은 그걸 모르고 하셨다는 거죠;;;

어쨌거나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사우론 군대로 곤도르를 살살살 밀려고 하셨지만 한 번에 확 쓸지 못하셔서 곤도르 남부에 곤도르국 부대가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이쪽이 열려 있으니 후반에 성큼걸이가 이 길을 통해 돌 암로스로 달려갈 길을 열어준 셈이 됐고요.

이센가르드 군대가 초반에 모이지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하자 자유민족이 편하게 운영을 했습니다. 벤담 님은 로한 활성화 방법을 고민했지만 이센가르드가 이렇다 할 활약을 못하면 그냥 내버려 두고 원정대를 더 보내도 되거든요.

제가 벤담 님의 핸드를 계속 지켜봤는데 초반에 자유민족 사건 카드가 잘 나온 편이어서 외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쓰지 못하고 버리지도 못하는 애매한 상황이 계속 됐습니다. 결국, 원정대에서 호빗 1명을 빼서 (사건 카드를 사용해서) 북부국을 "전쟁 중"으로 만들었고요. 벤담 님이 한 수 물러달라고 해서 원정대 진행 카운터가 "4"에 있을 때에 원정대 위치 선언으로 모리아를 무사히 통과합니다. 처음 해보시는 거라 "이게 그렇게 큰 건가...?"라고 물으셨는데, 경험자 입장에서 답을 드리면 "네, 엄청 큽니다!" ㅋㅋ 이미 유리하게 시작했는데, 거기에 날개를 단 정도죠.

중반에, 이센가르드와 사우론 군대로 포위된 로한 군대 하나가 사건 카드로 빠져 나가서 오스길리아스로 달아나고, 그 군대가 후퇴까지 사용해서 미나스 모르굴을 포위하고 달아나서 모란논을 다시 포위하고 다시 달아나서 미나스 모르굴을 점령해 버리고 맙니다. 전투 굴림이 말도 안 되게 말려서 마무리를 못하고 병력을 계속 살려줘서 로한 군대와 술래잡기를 하고 만 것이죠. 이 과정에서 암흑군단은 없는 살림에 행동 주사위를 엄청나게 소비했습니다. 이미 마술사-왕이 나와서 곤도르 마무리 하고 다른 전투를 진두지휘해야 하는데, 거기에 들어갈 소집 행동 주사위를 모르도르 본진 방어에 다 써버리고 말았습니다.

후반에 원정대가 모르도르에 도달하고, 모르도르 트랙에 올라갔습니다. 행동 주사위 결과도 적절히 잘 나와서 거의 끝났다 싶었는데 벤담 님이 군사적으로 뭔가 하고 싶어하시더라는...;;; "아, 이젠 좀 끝내시는 게..."

원정대가 모르도르 트랙의 마지막 칸에 무사히 도달할 만큼이어서 암흑군단이 gg를 치고 자유민족이 승리했습니다.

제 개인적인 평을 하자면, 자유민족은 무난히 잘 플레이 했습니다. 벤담 님이 미리 룰과 플레이로그를 읽어오셔서 룰을 부분적으로 기억하고 계시더라고요. 암흑군단은 오프닝이 좀 꼬였습니다. 소집 행동 주사위 결과가 잘 나왔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죠. 이건 운이라 플레이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죠. 위에서 설명 드렸듯이 대략 0.07%의 결과 나온 겁니다. 그러나 운영 부분에서는 너무 고급 전술에 치중해서 큰 그림을 잘 못 그린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옆에서 조언한 제 지인이 처음 하는 사람에게 너무 고급진 플레이를 시켜서 그랬던 것 같아요.) 자유민족이 가진 어떤 카드를 방어하려면 뭘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고... 맞는 말이긴 한데요. 그것에 신경을 쓰다 보니까 행동이 많이 낭비되고, 그 때문에 암흑군단 군대를 시원시원하고 이동시키고 그 군대로 적군을 쉽게 쉽게 밀어야 하는데 암흑군단 플레이어 스스로에게 답답한 플레이가 된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원래 계획은 한 게임 끝나고 진영을 바꿔서 한 번 더 하시라고 말씀 드리려고 했으나 (첫 플레이라서) 4시간 가까이 걸려서 (오후 8시 즈음 끝났습니다) 아라 님 커플은 작별 인사를 나누고 돌아가셨습니다.

아리 님 커플께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일단 가지고 계신 게임 카드 한글화를 하셔야 게임을 하실 수 있고요. 또 강조를 하지만 주사위 굴림이 말도 안 되게 말리셔서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이 자꾸 만들어졌습니다. 암흑군단은 초반에 쉽게 쉽게 밀어요. ^^; 주사위를 굴리실 때에 손바닥에서 주사위를 흘려붓듯이 굴리는 것보다는 두 손을 모아서 그 안에서 힘차게 흔들고 굴리는 게 (기분탓인지는 모르겠으나) 더 고르게 나오더라고요.

원래는 커플 두 분을 서로 다른 진영을 맡게 해서 나중에 두 분이 따로 하실 때에 서로 알려주면서 진영을 바꿔서 하시게 하려고 했는데, 같은 편을 하셔서 자유민족에 대한 규칙이 잘 기억나지 않으실 것 같습니다. 가능하시다면 편견을 가지지 마시고 게임을 몇 번 더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2주 뒤인, 6월 15일에 벤담 님과 개인적으로 연락을 드려서 반지의 전쟁을 플레이했습니다.

벤담 님의 장점 중 하나가 하고 싶은 게임이 있으면 룰북과 관련 글을 읽어오시는 것인데요. 그 때문인지 게임에 대한 이해와 실력 향상 속도가 빠릅니다. 룰도 오래 기억하시고요. 그 점은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 아무튼 룰을 거의 다 기억하셔서 지난 번에 빼놓고 설명 드렸던 잔룰만 짚어 드리고 플레이를 시작했습니다.

벤담 님이 암흑군단으로 해보고 싶다고 하셔서 그렇게 하게 해 드렸습니다. 사실, 저는 자유민족은 비정상적으로 많이 해서 암흑군단의 시원시원한 (?) 플레이가 그립긴 합니다. ㅠㅠ 그래도 양보를 했습니다. ㅎ

저는 "Strider Blitz 성큼걸이 블리츠"로 컨셉을 잡았습니다. 이게 어떤 전략이냐면요. 자유민족이 초반에 행동 주사위 6개를 만들고 중후반을 운영하기 위해서 극초반에 성큼걸이 (때때로 동료까지) 원정대에서 분리시켜서 곤도르국 도시나 거점으로 보내는 것입니다. 레벨이 3이어서 3지역씩 이동할 수 있는 성큼걸이와 함께 다니는 동료는 성큼걸이의 레벨에 맞춰 빨리 달리기 때문에 걸음이 느린 동료를 대동시켜서 동료들을 먼곳까지 데려갈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나 메리나 피핀을 데리고 가면 호빗의 국적이 "자유민족 전체"이기 때문에 호빗이 멈춘 도시나 거점의 국가를 활성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성큼걸이가 호빗을 데리고 곤도르로 빠르게 달려서 미나스 티리스나 펠라르기르에서 곤도르를 자발적으로 활성화하고, 서부의 의지 행동 주사위 결과까지 사용할 수 있으면 성큼걸이가 아라고른으로 되면서 행동 주사위까지 추가시킬 수 있습니다. 이것을 성공한 아라고른은 빨리 곤도르를 탈출해서 로한으로 이동한 다음에 로한의 정치 카운터를 활성화시키면서 나중에 나올지도 모르는 "던해로우의 망자들" 사건 카드의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아라고른에 비해 상대적으로 백색의 간달프를 등장시키는 것은 너무나 쉽기 때문에 어려운 아라고른부터 해결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것에도 약점이 있습니다. 초반에 원정대가 진행하는 데에 사용될 인물 행동 주사위 결과들 중 3개 이상을 아라고른을 위해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2-3턴 정도 원정대가 진행하지 못하고 리븐델에 묶입니다. 아라고른이 3턴 안에 등장하면 쉽게 풀리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게임이 많이 꼬일 수 있습니다. 전략이긴 한데 좀 도박수입니다.

그런데 이날은 저의 날이 아니었습니다... 인물 행동 주사위 결과는 잘 나왔는데, 필요할 때에 서부의 의지 행동 주사위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성큼걸이가 미나스 티리스와 펠라르기르 사이엔 로싸나르크에 멈춥니다. (그때에 사우론군이 오스길리아스까지 와 있어서 성큼걸이가 미나스 티리스에서 멈추면 다음 행동 때에 미나스 티리스 안으로 빨려 들어갈 가능성이 커 보였기 때문입니다.) 억지로 인물 행동 주사위 결과를 하나 더 써서 성큼걸이를 안전한 돌 암로스까지 보내놨습니다. 그 사이에 미나스 티리스에서 포위 전투가 시작됐고, 방어에 신경을 쓰지 않은 로한은 포즈 오브 이센이 한 방에 뚫린 바람에 에도라스를 제외한 나머지 로한 정착지가 순식간에 점령되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암흑군단이 "오르상크의 팔란티르" 사건 카드까지 깔아놓아서 사건 카드 수급이 잘 되고 있어서, 여러 모로 저에게 불리한 상황이었습니다. 서부의 의지 행동 주사위 결과가 나오면 그 사건 카드를 깨는 데에 사용할지 아라고른 등장에 써야 할지 갈등이 되고 있었습니다.

중반에 접어들 때에 아라고른이 등장해서 행동 주사위를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펠라르기르와 돌 암로스로 이어지는 길에 곤도르 병력을 많이 소집해 두어서 암흑군단이 쉽게 들어오지 못하고 있어서 시간을 꽤 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아라고른은 곤도르를 탈출해서 로한 땅에 들어갑니다. (함정 하나를 팠죠.) 그러자 마술사-왕이 이끄는 군대 중 일부가 펠라르기르를 뚫고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저는 바로 "던해로우의 망자들" 사건 카드를 사용하고 "5"를 굴림으로써 암흑군단 군대를 싹쓸어 버립니다! 로한쪽은 에도라스를 버리고 나온 (피핀이 같이 있는) 로한 군대가 극적으로 탈출해서 곤도르 북부를 배회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여차 하면 이 군대로 모란논이나 미나스 모르굴을 먹고 군사적 승리를 노려보려고 모르도르 입구 주변을 순찰시켰는데요. 이에 반응해서, 암흑군단이 모르도르에 병력을 소집하더라고요.

저는 반지에 의한 승리를 포기하지 않아서 느리지만 조금씩 원정대를 진행시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벤담 님이 잔룰을 잘 기억하고 계셔서 틈이 날 때마다 원정대가 있는 지역에 나즈굴 1명을 보내서 추적 다시-굴림 보너스를 챙기고 있었습니다. (대단합니다. 정말. ㅎ) 초반에 성큼걸이 블리츠를 하는 동안에 "경보다! 불이다! 적이다!" 사건 카드로 메리를 브리로 보내서 북부국이 초반부터 "전쟁 중" 상태였고, 틈틈이 정치 카운터를 전진시킨 엘프국도 "전쟁 중"이었습니다. 저는 돌 굴두르와 모리아를 계속 주시하면서 암흑군단 주둔군이 살짝만 빠지면 그 두 거점을 점령해서 군사적 승리를 챙길 속셈이었죠. 거의 사용하지 않는 서쪽의 그레이 헤이븐즈에서 엘프군을 동쪽으로 조금씩 보내고 있었고, 메리가 있는 북부군도 조금씩 모리아를 향해 전진했습니다. 그리고 모리아 동쪽인 캐록, 데일에 꽤 많은 북부군이, 그리고 사건 카드로 우들랜드 렐름에도 엘프군이 적당히 모인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동쪽 끝에 있던 동부인 무리가 데일 앞까지 왔고, 돌 굴두르군이 로리엔을 향해 떠나면서도 돌 굴두르에 병력을 소집해서 그 거점 방어가 잘 되어 있었죠. 이렇게 모리아 동쪽은 서로 눈치 게임을 하며 서로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제가 방심한 사이에 던랜드를 떠난 이센가르드군이 샤이어를 점령해서 암흑군단은 승리 점수 7점을 모았습니다. 제 손에 샤이어를 방어할 수 있는 "톰 봄바딜이 능력" 사건 카드가 있어서 더 아쉬운 상황이었습니다. 아직 돌 암로스는 내주지 않았지만 데일과 로리엔을 내주면 승리 점수 10점으로 암흑군단이 군사적 승리를 거둘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저도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로리엔 앞에서 암흑군단이 재정비하고 있는 사이에 로리엔군으로 한곳을 뚫었습니다. 엘프 병력은 정예 부대가 많아서 여러 모로 좋습니다. 이 군대는 남하해서 이센가르드군에게 점령당했던 로한의 정착지들을 탈환하면서 증원 풀에 엄청나게 쌓여 있는 로한 병력들을 다시 모집할 수 있는 판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에도라스를 탈환하면서 암흑군단의 승리 점수를 6으로 낮추면서 제 숨통도 조금 트였습니다. 이때 이센가르드 군대가 로리엔에 몰려 있었고 오르상크의 방어가 허술한 상태였습니다. 이 혼란을 틈타서 저는 메리가 부대를 이끌고 모리아를 점령하게 했습니다. 벤담 님이 자유민족이 암흑군단 정착지 점령할 수 있냐고 물어보셨는데 바로 보여 드렸죠. ㅎ 그리고 로리엔에서 나온 이 엘프군으로 헬름즈 딥을 탈환해서 더 장기전으로 끌지 아니면 바로 오르상크를 쳐서 빨리 끝낼지 계산 중이었습니다.

저는 결국 반지에 의한 승리를 생각하고 있어서 원정대가 모르도르에 도달할 때까지 게임을 길게 끌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헬름즈 딥 탈환으로 결정합니다. 그때에 헬름즈 딥에는 이센가르드국 정규 부대 1개만 있었거든요. 저는 엘프군으로 포위 전투를 개시했지만 "6"이 나오지 않아서 실패... 게다가 포위 전투를 연장하기 위해서 정예 부대 1개를 지불하고 정규 부대 1개로 바꿔야 하는데, 엘프 정규 부대를 남겨놓지 않아서 정예 부대 1개를 죽이고 아무것도 바꿔오지 못했습니다. ㅠ 전투 연장했지만 그것도 명중 0회. 또 정예 부대 버리면서 연장했지만 또 명중 0회... ㅠㅠ 그러나 그 사이에 마술사-왕이 이끄는 군대가 결국 돌 암로스를 점령해서 승리 점수 10점을 채우고, 저는 남은 행동 주사위 결과로 상대 승리 점수를 깎을 수 없어서 gg를 선언했습니다.


벤담 님의 놀라운 실력에 감탄을 했고 덕분에 심장이 조여오는 스릴 속에서 즐겁게 진행을 했습니다. 잔룰까지 알고 카드 효과도 잘 이해하셔서 우수한 플레이를 보여주신 것 같아서 같이 게임하면서 정말 좋았습니다. 저도 제가 보여 드릴 수 있는 플레이를 잘 보여 드려서 후회되는 플레이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초반에 행동 주사위 운이 안 좋아서 아라고른이 제때 못 나와서 행동이 조금 낭비되었고, 마지막에 헬름즈 딥 탈환에 실패한 게 크게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헬름즈 딥 탈환에서 손에 남은 전투 카드로 사용할 사건 카드가 잘 맞지 않아서 힘들었네요. 거꾸로 생각하면 반드시 파괴해야 하는 "오르상크의 팔란티르" 사건 카드를 벤담 님이 최대한 많이 사용하도록 놔둔 것이 결국 제 목을 조르게 됐네요. 저도 그 사건 카드를 부수고 싶었지만 그때마다 아라고른과 백색의 간달프를 등장시키는 데에 썼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재미있었습니다. ^^

벤담 님이 반지의 전쟁에 매우 만족해 하셔서 재생산되면 구입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오늘도 저는 게임 하나를 팔았습니다...;;) 안양에서 반지의 전쟁을 배우고 싶으신 분은 벤담 님께 배우셔도 될 것 같아요. (아몰랑, 떠 넘기기?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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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 War of the Ring: Second Edition 반지의 전쟁: 2판 배우기 프로젝트 시즌2, 삼시세겜입니다.

반지의 전쟁을 사두었는데 "룰북 글자가 엘프어로 보인다. 어떻게 하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룰북 읽을 수는 있겠는데 귀찮다!"라는 분들을 위해서 제가 직접 찾아가서 게임 방법을 알려 드립니다.


이용 방법

  • 지역 - 본 이벤트는 서울/경기만 가능합니다.
  • 인원 - 제 이동의 효율을 생각해서 2분 이상 모이실 때에 불러주세요. 반지의 전쟁이 최대 4명까지 가능하오니, 더 많이 계셔도 상관없습니다.


6월 15일 (월) 중 시간, 장소를 정해주시면 됩니다.


저의 방문을 원하시면 댓글을 달아주시거나 mountedcloud@tistory.com으로 이메일을 주세요.


6-8월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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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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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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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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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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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4
부산
5
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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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7
구미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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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 War of the Ring: Second Edition 반지의 전쟁: 2판 배우기 프로젝트, 뜻밖의 방문 11번째입니다.

몇몇 분들의 응답으로 이태원쪽에서 모이지 않을까 예상되었는데, 어쩌다 보니 강남으로 가게 됐네요. 처음에는 두세 분이었다가 나중에는 6분까지 늘었습니다. (신난다!)

이날이 평일이다 보니 어찌어찌 이른 시각부터 오실 수 있는 네 분 (황금혼 님, exile 님, Hellkite 님, Mariee 님)이 2시부터 먼저 배우시고, 회사 일을 마치고 오시는 두 분 (초코벌레 님, PANNI 님)이 7시부터 하시기로 했습니다. 일찍 오신 분 중에서 회사에 반차를 내고 오신 분이 계시다는... 커헉!


모임 장소는 강남역 부근에 있던 카페 오즈인데, 얼마 전에 신논현역에 좀 더 가깝게 이사를 갔더군요. 저는 미리 검색을 해보고 찾아갔는데, 이것을 모르고 계셨던 분은 예전 위치로 가셨다가 오셨나 봅니다.


오후 2시를 아주 살짝 넘긴 시각에 도착했더니 Mariee 님 혼자 와 계셨습니다.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주위를 보니, 아니 이럴 수가! 테이블이 너무 작잖아!! ㅠㅠ 카페에 폐를 최소한으로 끼치고자 한쪽 구석으로 들어가서 반지의 전쟁 천출력 맵을 펴서 2개를 붙인 테이블에 놓아보니, 아... 크기가 진짜 아슬아슬한 겁니다. 피규어 박스도 놓아야 하고, 카드도 놓아야 해서 테이블 한 개를 더 붙여서 게임 보드 좌우 공간을 좀 확보했습니다. 조금 기다리니 exile 님이 오셔서 또 인사를 나누고 두 분께 일을 시켰습니다. 천출력 맵 위에 피규어 놓기. 천출력 맵에 피규어 셋업 숫자를 넣어서 불필요한 시간이 얼마나 많이 단축되었는지 모릅니다. (뭔가 약파는 느낌이 드시죠? ㅎㅎ) 피규어가 국가별로 구분이 되어 있어서 어느 국가인지만 알려드리면 알아서 피규어 셋업을 할 수 있다니까요.

피규어를 다 놓고 조금 기다리니까 Hellkite 님이 오셨고, "아~주 조~~금 더" 기다리니까 황금혼 님도 오셨습니다. 이렇게 해서 오후 2시에 반지의 전쟁을 배우실 분들이 다 모이게 된 거였습니다. 드디어, 한 시간짜리 잠이 솔솔 오는 옛날 이야기 같은 규칙 설명을 들을 차례였던 겁니다. 네 분 모두 반지의 전쟁을 실제로 해본 적은 없으셨고, 룰북을 읽어오신 분이 계시긴 했습니다만 '한글로 써 있는 룰북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왜일까요?'를 공감하며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양면 인쇄해서 코팅까지 한 참조표도 가지고 다니지만 규칙 자체를 모르면 참조표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한쪽에 치워놨습니다.

한 시간짜리 설명을 끝내자 네 분 모두 大변 (?)을 참고 계셨던 것처럼 힘든 표정으로 자리를 뜨시더니 물도 드시고 찬공기를 쐬시면서 멘탈을 회복하고 계신 것처럼 보였습니다. ㅠㅠ 5분 정도 쉬고 본격적인 게임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설명과 게임 보조에 집중하느라 사진을 못 찍어서 제 기억이 정확한지 자신이 없습니다. 나중에 정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자유민족은 exile 님과 Hellkite 님이, 그리고 암흑군단은 Mariee 님과 황금혼 님이 맡으셨습니다. 첫 턴에 자유민족이 칼 주사위가 거의 나오지 않아서 정치 카운터 전진 위주로 하셨고, 반대로 암흑군단은 눈 주사위가 거의 나오지 않아서 많은 행동을 하셨습니다. 추적 칸에 눈 주사위가 딸랑 하나만 있길래 조언해 드린답시고 칼 주사위로 원정대 진행하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세상에나 암흑군단이 주사위 1개 굴려서 바로 "6"이 나올 줄이야. 숨어서 모리아를 통과하려고 했던 자유민족의 꿈은 저로 인해 물거품이 되고... 뽀글뽀글...

첫 턴에 암흑군단이 사루만 옹을 소집하지 못했지만 두 번째 턴에 소집해서 세 번째 턴부터 행동 주사위가 1개 더 늘어났습니다. 자유민족은 원정대 진행을 못해서 암흑군단 행동 주사위 1개를 추적 칸에 묶어놓지 못하고, 게다가 암흑군단이 눈 주사위를 거의 굴리지 않아서 행동 수가 월등하게 차이가 났습니다. 제가 자유민족에 조언을 또 해드린답시고 헬름즈 딮에 있는 병력과 미나스 티리스에 있는 병력들을 앞으로 빼서 벽을 만들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자유민족이 제 말만 믿고 너무 빨리 행동 주사위를 다 사용하는 바람에 암흑군단이 1점짜리 도시인 펠라르기르와 2점짜리 거점인 미나스 티리스를 너무 쉽게 점령해 버렸습니다. ㅠㅠ

두 번의 민폐로 게임이 암흑군단 쪽으로 기운 그때에, 암흑군단도 커다란 실수를 하나 했는데, 곤도르를 남부를 점령하는 데에 남부인과 동부인 병력을 너무 전진시켜서 오스길리아스에 남아 있던 곤도르 잔여 병력이 움바르 쪽으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턴을 끝내버린 겁니다. 자유민족은 마지막 행동으로 그 군대를 한 칸 아래로 내렸고, 다음 턴의 첫 번째 행동으로 그 군대를 바로 움바르로 이동시킬 수 있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헐...

그래서 자유민족도 쉽게 2점을 따내며 게임의 양상이 묘하게 되었습니다. 자유민족은 2점만 더 따내고 버텨내면 게임에서 승리를 할 수 있었죠. 거점 한 곳만 잘 정해서 그곳을 점령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먼저 오스길리아스에 하나 흘리고 갔던 곤도르 정규병이 노스 이실리엔으로 갔는데, 마침 미나스 모르굴에 있던 병력들이 사우스 이실리엔을 통해 곤도르로 이동해 버려서 미나스 모르굴이 뻥! 뚫려 있었습니다. 암흑군단에서 그곳에서 병력을 하나 뽑아서 급하게 방어를 했는데, 자유민족은 아랑곳하지 않고 곤도르국 정규 부대 1개를 사우론국 정규 부대 1개가 있는 미나스 모르굴로 공격을 했습니다! 우와, 패기! 암흑군단은 최악을 피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그 정규병을 거점 안으로 후퇴시켜서 순순히 포위당했습니다. 이대로 시간을 끌면 병력을 좀 더 빠르게 데려올 수 있는 암흑군단이 더 유리하게 되버립니다.

이때에 자유민족은 또 하나의 결단을 내렸습니다. 로리엔에 있던 엘프국 병력들을 돌려서 모리아를 치기로요. 엉금엉금 모리아로 기어가서 모리아에 있던 정규 부대 4개를 거점 안으로 후퇴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행동으로 포위 전투까지 걸어버렸던 것이죠. 공격군은 정예 부대 2개와 정규 부대 1개와 지도자 1개였고, 방어군은 정규 부대만 4개였습니다.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이 상황에서 자유민족은 추가 명중 1회를 얻는 전투 카드를 사용해서 총 3개의 명중을 얻어냅니다. 대신에 반격으로 명중 2개를 주었고요. 포위 전투 연장을 위해 정예병이 1개는 남아야 하기 때문에 부대가 줄어들더라도 정예 부대 1개로 명중 2개를 처리해야 했습니다. 자유민족은 남은 정예 부대 1개를 희생해서 전투를 강제로 연장했는데...

주사위의 신은 그들의 편이 아니었는지 모리아 거점 안에 남은 병력을 처리하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공격할 수 있는 행동 주사위들을 다 사용한 상태에서 암흑군단은 아직 사용하지 않은 행동 주사위들이 더 있어서 자유민족 플레이어들은 패배 선언을 해버렸습니다. ㅠㅠ


어느 새 오후 6시가 다 되어서 카페 오즈 앞에 있는 김밥 Heaven에서 저녁을 먹고 카페 오즈로 돌아와서 몇몇 분들께 장안의 화제작 Innovation 이노베이션을 알려드렸습니다. 한 게임 끝나고 이노베이션 설명 때부터 기다리셨던 초코벌레 님과 나중에 오신 PANINI 님께 반지의 전쟁을 알려드렸습니다. 초코벌레 님은 이메일 상으로만 여러 번 얘기를 나눠봤는데 실제로 뵈니까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기억나는 것들은 사루만이 첫 턴에 등장했는데, 두 번째 턴에 엔트들이 각성하다 사건 카드에 맞아서 바로 죽었다는 거... ^^;;

시간이 부족해서 끝까지 못했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두 분께 좀 더 알려드리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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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소비되지 않아야 한다

창원에서 부산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너무 피곤했는지 버스에서 눈이 퉁퉁 붓고 몸이 힘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기절한 것처럼 잠깐 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벌써 부산이더군요.

다락 1호점에 가서 스머프2 님과 아스틸 님을 다시 뵙고 좀 쉬다가 다락 2호점으로 갔습니다. 스머프2 님이 새벽에 뭔가를 먹자고 말씀하셨는데 새벽에 그냥 잤습니다.


6월 7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다락 1호점에서 스머프2 님이 운영하시는 보드게임 모임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저는 다락 2호점에서 밀린 글을 쓰다가 다락 1호점으로 갔습니다. 스머프2 님께 전해 듣기로는 두 분 정도 더 오시기로 했는데 아직 오지 않으셨습니다. 스머프 2님, 갈비 군과 이런저런 얘기하다 보니 월풍 님과 다른 한 분 (이 분 닉네임 알고 계신 분 있으면 알려주세요.)이 더 오셔서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첫 게임은 Lewis & Clark 루이스와 클락. 미국 역사 테마의 덱-빌딩 경주 게임이죠. 초반에 월풍 님이 치고 나가시고, 갈비 군은 원주민 친구들을 "많이" 사귀느라 배가 느려져서 세인트 루이스에서 출발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음식으로 달리는 카드 콤보를 만드느라 시간이 좀 걸렸는데 중반 즈음에 덱이 완성되어서 한 번에 15칸 가까이 치고 나갔습니다. 어쨌거나 월풍 님이 가장 먼저 로키 산맥을 넘고, 갈비 군을 제외한 두 사람도 차례차례 산을 넘었습니다. 마지막에 월풍 님이 계산 실수와 규칙 오해로 인해서 제가 간발의 차이로 포트 클랫섭에 가장 먼저 도착해서 승리를 했습니다. 세 분이 그날 루이스와 클락을 처음 하신 건데 이해도 빠르시고 응용도 잘 하셔서 놀랐습니다.

저녁 시간이 되어서 아스틸 님이 아시는 고추장불고기 집에 갔습니다. 다락 1호점에서 몇 분 걸어가면 잘 안 보이는 곳에 그 고기집이 있는데요. 가격도 싸고 맛있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아쉽게도 사진을 못 찍었네요. ㅎ


제가 다락에서 노는 동안에 본, 좀 익숙치 않은 모습들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다락에 처음 도착한 수요일 밤에 한쪽에 고등학생들로 보이는 여섯 명이 The Scepter of Zavandor 자반도르의 홀을 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네 명이 Tichu 티츄를 하고 있었습니다. 두 가지 모두 짧지 않은 설명과 깊은 전략성이 필요해서 보드게임 카페에서 일반 손님들이 하지 않는 게임이죠. (규칙은 다른 사람들이 설명했지만) 스머프2 님이 이런 학생들을 저한테 보여주시면서 5년, 10년 후 미래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두 번째는 목요일 저녁에 부산 마작 동호회 여성 회원 2명이 남자 고등학생 여러 명과 The Resistance: Avalon 레지스탕스: 아발론을 할 때였습니다. 게임이 거의 끝나고 나서 한 남학생이 무의식적으로 카드를 구기려고 하자, 스머프2 님이 바로 혼내셨습니다.

세 번째는 같은 날 오후의 일이었습니다. 한쪽에서 남자 고등학생들이 Puerto Rico 푸에르토 리코를 하고 있었는데, 게임이 끝나자 스머프2 님이 게임 정리까지 시키셨습니다. 한 남학생이 "어떻게 정리해야 돼요?"라고 묻자, 스머프2 님은 "다음에 그 게임을 다시 한다고 생각하고 정리하세요."라고 대답하셨는데, 옆에서 듣고 있던 저와 월풍 님은 "크~~ 정답이네!"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일요일 오후에 성인 남자 3명이 왔을 때의 일입니다. 그들은 이용요금을 묻더니 시간당 1,000원이라는 말에 한 시간씩만 하고 갈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스머프 2님은 그렇게는 손님을 받지 않는다며 덧붙이는 말씀이 "소비되고 싶지 않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위에서 예로 들어드린 마지막 세 가지는 철저히 손님의 입장에서 봤을 때에 불쾌할 수도 있는 것들입니다. 스머프2 님은 부산에 있는 다른 보드게임 카페들과 경쟁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본인의 소신을 굽히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문화는 소비되지 않아야 한다"입니다.

여러분, "문화"란 무엇일까요? 사전적으로는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 이상을 실현하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하여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 양식이나 생활 양식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하여 낸 물질적ㆍ정신적 소득을 통틀어 이르는 말. 의식주를 비롯하여 언어, 풍습, 종교, 학문, 예술, 제도 따위를 모두 포함한다.
라고 합니다. 요약하면 "사람들을 가르쳐서 얻어낼 수 있는 집단적 양식"이죠. 그러니까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고 자기들 편한 대로 놔두면 그것은 문화가 아닌 것입니다.

저는 문화라는 것을 언제 느끼냐면, 영화관에 갈 때입니다. 분명 영화 상영 직전 화면에는 극장 에티켓이라며 앞좌석을 발로 차지 말 것, 휴대전화 소리 꺼둘 것, 휴지는 휴지통에 버릴 것 이 세 가지를 강조합니다. 그러나 정작 영화가 끝난 후에 많은 사람들은 팔걸이에 마시고 난 음료 통이나 좌석에 팝콘 통을 놓고 갑니다. 심지어 극장 직원들은 자기네들이 치울 것이라며 그냥 놔두라고 하거나, 상영관 출구 바로 밖에 "저희가 치우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고 버릴 것들을 구분 말고 휴지통에 넣어달라고 하고 있죠. "문화를 가장 잘 안다는" 그 기업의 캐치프레이즈는 제 눈엔 모순으로 보입니다. 문화는 디지털이나 물리적 상품을 판매한다고 해서 저절로 얻어지는 게 아니라, 소비자에게 싫은 소리를 해서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줄 때에 문화가 꽃피워집니다. 한국이라는 국가가 영화를 수출해서 해외에서 돈을 벌어들이고, 제작자들이 좋은 영화를 만들고 해외에서 인정을 받음으로써 영화 문화 강국이 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이 기본 질서부터 잘 지켜야 문화 강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극장에서 휴지통에 아무렇게 버려달라고 할 것이 아니라 휴지를 잘 구분해서 휴지통에 버려달라고 해야 문화를 만드는 기업이라고 생색낼 수 있는 것이죠.

보드게임으로 다시 넘어가 봅시다. 우리는 보드게임 "문화"에 대해서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요? 우리가 단순히 보드게임을 많이 구입한다고 해서 우리나라의 보드게임 문화가 더 발전하지도 저변이 확대되지도 않습니다. 그냥 개인적인 욕구를 해결하는 것뿐이죠. 100명이 사는 마을이 있다고 가정합시다. 이 마을에 있는 한 명이 100개의 게임을 가지고 있다면 이 마을엔 평균적으로 각 주민이 1개의 게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옆에 다른 마을에도 100명이 살고 있는데, 각자 1개의 게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 어떤 마을이 더 건전한 상태입니까? 한국의 보드게이머들이 지향해야 하는 것은 우리나라를 첫 번째 마을이 아니라 두 번째 마을의 형태로 만드는 것입니다. 내가 보드게임을 백개 천개 가지고 있어봤자 주변에 같이 할 사람, 알아줄 사람이 없으면 우리의 보드게임 문화는 곧 사장될 겁니다. 그것은 여러분들이 소비를 늘리면 늘릴수록 그 속도는 더 빨라질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보드게임을 소유하는 "상품"으로서 접근하는 게 아니라 이제는 공유하는 "문화"로 접근해야 하는 것입니다. 가격이나 디자인을 미끼로, 또는 크라우딩 펀딩과 같은 여론의 힘으로 소비를 촉진할 게 아니라, 좋은 게임을 고르는 법이라든지 게임 설명을 잘하는 방법, 게임할 때의 태도 등을 가르쳐야 할 때라는 겁니다.


우리는 10여 년 전에 우리나라에 보드게임 카페가 전국적으로 퍼지는 것을 보았고, 몇 년 지나지 않아서 대부분이 사라지는 것도 보았습니다. 일반인들은 보드게임이라는 취미가 우리나라에서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규모로 보면 예전만 못하지만) 우리는 보드게임 카페의 흥망성쇠와 상관없이 여전히 보드게임이라는 취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당시에 보드게임 카페들이 보드게임을 서비스 상품을 파는 게 아니라, 보드게임이라는 문화를 전파하는 데에 더 신경을 썼다면, 즉 게임을 함께 준비하고 함께 치우는 것을 가르치고 단순한 게임뿐만 아니라 다양한 게임들을 할 수 있게 유도를 했다면 우리나라에서 보드게임의 저변이 어떻게 달라졌을까?"라고요.

우리는 과거로부터 이어진 길을 걷고 있고, 두 갈래 길이 앞에 놓여 있습니다. 하나는 끝없이 이어진 길이고, 나머지는 도중에 끊어지는 길입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문화로서 보드게임 취미를 생각한다면 우리가 걷는 길은 결코 끊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애들 낳아서 내 애들하고 보드게임 하는 것으로 충분해. 다른 사람들은 상관없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십시오. 자녀들 주위에 보드게임을 하는 친구들이 없다면 당신의 자녀 역시 보드게임을 하지 않게 될 수도 있습니다.


끝으로, 술을 마시면서 스머프2 님이 하신 말씀을 덧붙이며 이번 여행기를 마칩니다.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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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략과 "술"수, 나의 실수

새벽에 아스틸 님과 반지의 전쟁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다락 2호점에 남아있던 사람들과 함께 어딘가로 향합니다. 새벽에 삼겹살을 먹자고. (일행 중에 부산대 여학생 두 명이 껴 있어서 스머프2 님이 선심을 쓰신 게 아닌가 싶은 의심이...)

부산대 앞의 매우 reasonable한 삼겹살 가격에 자발적으로 부산 홍보대사가 될 것 같은 느낌이... ㅠㅠ 부산 지역 소주와 함께 삼겹살을 먹고, 스머프2 님이 저랑 따로 맥주를 더 마시자고... (약국이 근처에 있나 봐요. 어디서 약을 파는 소리가...)

다락 2호점에서 아침 7시 즈음까지 남은 사람들과 맥주를 마시고 그분들은 취침. 저는 그냥 멍하니 있음. 인터넷으로 창원 가는 버스 시간을 열심히 검색했습니다.

아침 10시 반 즈음에 부산대 지하철 역에서 버스터미널이 있는 노포 역으로 향했습니다.


매표소에서 버스표를 사려고 하는데 버스가... 제가 가려는 시간에 없는 겁니다. 터미널 직원에게 다시 물어봤는데도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10분 전에 버스 한 대가 이미 출발했고, 다음 버스는 1시간 반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 머리 속엔 온갖 생각들이 펼쳐지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됐습니다. 창원 모임의 프리노트 님께 전화 드렸더니 그날은 불참이시라고 하셨고, 스머프2 님께 전화드렸더니 거의 죽어가는 목소리로 뭐라고 말씀하시는데 못 알아듣겠고... 그날 올라온 자유게시판 뻘글의 정체 (링크)

'몸도 피곤하고 덥고 귀찮고 다음날 갈까...?'부터 '그래도 약속했는데 잠깐 있다가 오더라도 가야지...'까지. 버스터미널 안 벤치에서 꽤 오랫동안 생각하다가 결국엔... 다녀오기로 결정했습니다.


시외버스에서 한 시간 정도 잠을 자다가 창원 비슷한 곳에서 내렸습니다. 정확한 위치는 잘 모르지만 창원 시청 쪽으로 가는 버스를 타서 창원 시청 비슷한 곳에서 내렸습니다. 그리고 모임 장소인 놀이터 비슷한 곳에 들어갔습니다. 보드게임이 약간 마련되어 있는 일반 카페인데요. 음료만 마시면 카페 안에서 게임도 가능했습니다.

창원 모임 분들은 중앙에 자리 잡고 계셨습니다. 당당한 보드게이머들! Coal Baron 콜 바론 설명 중이셨는데, 두 분이 War of the Ring 반지의 전쟁을 배우시겠다고 하셔서 벽 뒤에 있는 평상에 앉았습니다. 두 분 중 한 분은 보드게임을 많이 안 해보셨는지 규칙의 양에 멍해지시고, 처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으셔서 좀 헤매시더군요. 확실히 보드게임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에게 힘든 게임임은 분명합니다. 저도 인정해요.


설명 주~욱 해 드리고 나서 몸이 피곤해서 옆에서 꾸벅꾸벅 졸았는데 저의 시선을 끄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고양이! 이 녀석이 어슬렁어슬렁 주위를 걸어다니더니 평상 위에 폴짝 뛰어 오르더니 제 짐가방에 머리를 박고 가만히 쭈구려 있는 겁니다. 심심해서 데리고 있으려고 이 놈을 잡았더니 바둥바둥 대변서 스스륵 빠져나가더군요. 나중에는 천출력 게임판 위를 사뿐사뿐 건너가서 피규어들이 쓰러지는 사태가... 이 눔아!!



6시 30분 즈음에 반지의 전쟁이 끝나고 그냥 가기 좀 그래서 Lewis & Clark 루이스와 클락을 가볍게 설명해 드렸습니다. 이 게임을 처음에 하면 감을 잡기 어렵고 덱이 완성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지루해서 대략적인 게임 규칙만 알려드리기 위해 축약해서 진행을 했습니다. 시간이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부산과 창원을 오가는 버스가 일찍 끊겨서 부산으로 가는 오후 8시 30분 버스를 타기 위해서 놀이터에서 나왔습니다.


창원에 몇 시간 못 있었고, 제 몸 상태도 안 좋아서 창원 모임 분들께 많이 죄송했습니다. 창원을 떠나면서 마음이 무거웠네요.


다음 뜻밖의 방문은 다시 부산광역시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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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는 뭔가 다르다

새벽에 부산 마작 동호회 몇몇 분과 Alien Frontiers 에일리언 프론티어즈를 했습니다. 저는 역시나 외계 기술 카드를 열심히 모았죠.


낮에 부산 마작 동호회 5분께 War of the Ring 반지의 전쟁을 알려 드렸습니다. 저와 아스틸 님은 한쪽에 빠져서 나머지 네 분께 게임 알려드리는 역할만 했습니다. 그 중에 자유민족을 맡았던 호수사랑 님이 프로게이머라고 하시더군요. 본인이 직접 말씀하신 건 아니고 다른 분들이 알려 주셨어요. 그런데 제가 (아날로그 게임만 하다 보니) 프로게이머들을 잘 몰라서 못 알아봤습니다. 죄송해요. ^^; 그리고 암흑군단을 했던 두 사람이 고등학생이라고... (외모만 보면 아닌... 속에 있던 말이 툭... 어이쿠;;;)

자유민족이 탈탈 털리고 있었고 로한의 마지막 군대가 살아남아서 북쪽으로 올라갔는데 이게 나중에 큰 역할을 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지니 님 (고등학생)이 집에 가야 한다고 저한테 넘기고, 호수사랑 님 팀과 저랑 마무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리븐델을 지키고 있던 엘프 군대가 모리아 앞까지 내려오더니 결국 점령했습니다. 그리고 도망쳐 올라왔던 로한 군대가 돌 굴두르를 차지하고, 저의 위치-킹이 이끄는 사우론 군대가 돌 굴두르를 탈환하려고 갔으나 실패해서 자유민족이 군사적 승리를 차지했습니다. 지니 님이 집에 가면서 게임 결과 알려달라고 했는데 결과가 죄송스럽게 됐네요. ^^; 호수사랑 님 팀이 로한군을 공격적으로 운영해서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정말 대단하시네요.


첫 번째 반지의 전쟁 도중에 월풍 님이 오셨습니다.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에 옆에서 계속 지켜보셨는데요. 보시는 것만으로도 게임의 상당 부분을 파악하셨다고 하셨습니다. 두 번째 게임 전에 월풍 님과 둘이서 저녁을 먹었는데, 다락에서 매직 더 개더링 하시는 분이 식사를 할 만한 곳을 알려주셔서 돼지국밥을 먹었습니다. 값도 싸고 맛있었어요. 4,000원. 월풍 님이 앞에 계셔서 돼지국밥 사진을 못 찍었네요. ㅎ

월풍 님하고 식사를 하면서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 중에 가장 재미있었던 내용은 월풍 님 부인의 취미였습니다. 월풍 님이 밤늦게까지 놀 수 있게 허락을 받으셨는데, 부인께서 근처에 계신다고 하셨습니다. 어디에 계시냐고 여쭤봤더니 당구장에 계신다고... ^^ 부인께서도 취미 생활 (?)을 하셔야 해서 월풍 님도 꽤 긴 시간을 확보하신 거죠. 제 주변 유부남들한테서 들은 얘기들을 종합해 보면 아내가 취미를 가지고 있으면 남편의 취미 생활을 존중해 줍니다. 취미가 없으면 할 게 별로 없으니까 남편을 집에 붙잡아 놓으려는 경향이 있어서, 남편이 밖에 나갈 때에 시간을 빡빡하게 주거나 남편이 밖에 있는 동안에 전화를 계속 걸기도 하고 그러죠. 부부 사이에 취미가 반드시 같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서로 취미 하나씩은 가지고 있어야 부부가 서로를 더 많이 이해하고 배려해 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반지의 전쟁이 계속 됐습니다. 월풍 님이 자유민족, 돼지국밥 집을 소개해 주신 분이 암흑군단을 맡아서 진행이 됐습니다. 저는 역시 옆에서 진행을 도와 드렸는데요. 월풍 님 플레이 중에서 제가 놀란 부분이 있었습니다. 아래 사진처럼요. 게임 셋업을 하면 미나스 티리스 앞 오스길리아스에 곤도르 병력 2개, 헬름즈 딮 앞 포즈 오브 이센에 로한 병력 2개가 있습니다. 자유민족 입장에서 보면 이 자잘한 병력은 상대에게 내주고 그 보상으로 정치 카운터 활성화를 얻는 데에 쓰이면 그만이죠. 그러나 좀 할 줄 아는 사람들은 미나스 티리스에 있던 병력을 오스길리아스로 내보내고 헬름즈 딮에 있던 병력을 포즈 오브 이센으로 보내서 벽을 조금이나마 더 두껍게 만들어서 상대에게 압박감을 주고 시간을 꽤 벌 수 있습니다. 월풍 님께 이거 안 가르쳐 드렸는데 첫 게임부터 이 플레이를 하시더라고요. ^^;;

미나스 티리스 병력을 앞으로 내보내면 사우론에게 부담스러운 벽이 됩니다.


곤도르에서 벽으로 시간을 벌면 스트라이더가 미나스 티리스까지 편하게 갈 수 있습니다. 자유민족의 초반 주요 전략 중 하나인 행동 주사위 추가가 이러한 플레이와 잘 맞물립니다.


아쉽게도 다락 1호점이 오후 11시에 문을 닫는다고 해서 게임이 도중에 중단됐습니다. 월풍 님과 2호점으로 자리를 옮겨서 계속 하기로 했습니다.

2호점에서 월풍 님이 자유민족을, 제가 암흑군단을 맡아서 2인 게임으로 진행했습니다. 초반에 월풍 님이 북부 관련 사건 카드가 많이 나왔습니다. 간달프가 서쪽으로 가서 간달프 더 화이트가 되고, "경보다! 불이다! 적이다!" 사건 카드로 북부를 "전쟁 중"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북부 병력을 소집하고 북쪽의 마운트 군다바드로 향했습니다. 자유민족의 이러한 플레이는 짜내기식 초반 전략이라서 막히면 게임을 그대로 내줘야 합니다. 캐록에 있던 병력으로 마운트 군다바드로 이어지는 뒷길을 통해 이미 마운트 군다바드는 자유민족이 점령을 해서 승리 점수 2점을 따냈습니다. 남은 건 서쪽에 있던 병력으로 모리아나 돌 굴두르 중 하나를 점령할 수 있는가 뿐입니다. 저는 로한을 싹쓸이하고 남은 이센가르드의 와르그 군단을 북쪽으로 돌려서 모리아와 돌 굴두르 모두를 막아내려 총력을 다 했습니다. 위치-킹까지 동원해서 가까스로 두 거점을 막아내자 월풍 님이 패배 선언을 하셨습니다.




월풍 님이 귀가하시면서 제게 언제 가냐고 물어보셔서 제가 살짝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부산에 좀 더 있다가 갈까...?'라고요. 부산에 계신 분들과 몇 게임 더 해보고 싶어졌거든요.


저의 두 번째 게임은 아스틸 님과의 반지의 전쟁이었습니다. 아스틸 님은 다락 사장님이신 스머프2 님으로부터 칭찬을 많이 듣는 분이십니다. 아스틸 님은 반지의 전쟁을 몇 번 해보셨다고 하셨는데, 같이 게임을 해보니까 듣던 대로 게임 센스가 대단하시더라고요.

아스틸 님이 자유민족, 제가 암흑군단을 맡아서 게임을 진행했습니다. 초반에 원정대를 조금씩 진행시키면서 동료를 분리하고 스트라이더를 미나스 티리스까지 안전하게 보냈습니다. 그리고 곧 아라고른으로 바뀌었죠. 자유민족은 벽을 만들어서 아라고른을 지키려고 했습니다.


로한이 거의 다 점령되자 로한의 마지막 군대는 북쪽으로 피합니다. 사우론의 맹공에 아라고른은 군대를 데리고 미나스 티리스 안으로 후퇴합니다. 나중에 아라고른은 달아나기 위해 미나스 티리스 포위군을 돌진으로 뚫어내고 로한 땅으로 달아납니다. 그리고 아라고른은 "던해로우의 망자들" 사건 카드로 펠라르기르에 있던 군대를 물리칩니다.


2시간 넘게 치고받은 공방에도 불구하고 양팀의 점수는 0:0. 양팀의 사건 카드 덱도 거의 다 떨어져 갔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사용된 사건 카드들의 두께를 보세요.) 새벽 4시가 넘은 시각. 스머프2 님이 게임을 중단해 달라는 요청으로 아쉽게도 아스틸 님과의 승부가 나지 않은 채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정말 재미있는 한 판이었습니다! 와우! (플레이로그 적을 걸.)



아침에 창원으로 가려면 잠 좀 자야 하는데... ㅠㅠ


다음 뜻밖의 방문은 경상남도 창원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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