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피해 없는 추적 성공
화요일 이른 아침이었습니다. 부산에 다가오는 태풍을 피해 서면에서 광주로 가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광주에 도착했을 때가 오전 10시 정도 됐을 겁니다. 제 아이패드를 습득하신 분과 오후 3시에 만나기로 했고, 시간 여유가 있어서 터미널 근처에서 숙소를 잡고 (?) 아침잠을 자기로 했습니다.
오후 2시 반 넘어서 나갈 채비를 했습니다. 전화를 걸어 보니 만나기로 한 분은 이미 터미널에 와 계시다고 하셨습니다.
터미널에 있는 롯X리X에 그분이 와 계셨습니다. 20대 정도 돼 보이는 청년이셨는데요. 이분과의 짧은 대화를 통해 제가 아이패드를 어디에 흘렸는지 비로소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바닥에 떨궈서 아이패드에 상처가 많이 났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시트 옆에 끼어 있어서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습니다. ㅋㅋㅋ 저는 분실된 제 아이패드를 못 찾을 거라는 생각도 했었고, 주위에서도 찾을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했고요. 돌려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큰 사례금을 요구받을 거라는 생각도 했었는데, 제가 운이 좋았던 건지 그런 생각들은 다 빗나갔습니다. 제가 정말 감사해서 (그분이 요구하지는 않으셨지만) 그분께 사례금을 드렸습니다. 그분이 아이패드 비밀번호 누르고 켜 보라고 하셔서 바로 보여 드리고 제가 주인인 것을 인증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아이패드 추적은 잘 끝났네요. 휴 =3
어쨌든 저는 광주에 있었습니다. 떠난지 이틀만에 돌아온 건데요.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지자 또 놀고 싶은 마음이 동했습니다. 그래서 하나하나 님과 고구마 님께 연락을 해서 광주에 왔다는 걸 알려 드렸죠. 다행히 두 분 모두 시간이 되신다고 하셨습니다. 고구마 님이 먼저 오시기로 해서 저는 기다리는 동안에 식사를 하고 있기로 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새벽에 뭔가를 먹고 그 시각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았네요. 햄버거 세트를 다 먹고 나니 고구마 님이 도착하셨습니다. 택시를 타고 어딘가로 이동했습니다.
한 번화가에 도착했는데요. 좀 걸어가 보니 지하에 보드게임 카페가 있었습니다. 장식장엔 게임들이 상당히 많았고요. 테이블은 모두 방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대충 세어 보니 방이 9개 정도 되는 것 같았습니다.
하나하나 님을 기다리는 동안에 고구마 님과 둘이서 게임을 했습니다. 첫 번째로 한 건 고구마 님이 꺼내 오신 주사위 게임이었는데요. 아틀란다이스라는 제목의 게임이었습니다. 제목을 들어 보긴 했는데 할 줄 몰랐고요. 고구마 님도 모르는 게임이어서 룰북을 바로 읽으면서 플레이했습니다.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 아틀란티스 배경인 것 같았고요. 굴려진 주사위를 드래프팅으로 가져와서 유물들을 얻고 그걸로 중간에 점수계산 때에 점수를 챙기는 방식이었습니다. 2인플이어서 좀 밍밍했는데 인원이 더 많으면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그 다음엔 고구마 님이 가져오신 2인 게임을 했는데요. 카드 그림을 보니 무척 반가운 게임이었습니다. 안양 모임에서 리볼버 1.0을 몇 번 해 봤는데, 고구마 님이 가져오신 건 리볼버 2.0이더라고요! 2.0에서는 성격이 조금 바뀌어서 갱단들이 마을에 쳐들어오고, 보안관들이 막는 내용이었습니다.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보안관 쪽에 증원이 있었고, 갱단 쪽에는 비용을 내서 카드 보충을 받더군요. 갱단 쪽에는 개틀링 건이라는 필살기가 있었는데요. 탄약이 그려진 카드를 소비하면 킬 수가 팍팍 올라가는 것이었습니다. 게임의 시작 시에 두 경로 중 어느 쪽으로 할지 포커로 선택하는 게 있는데요. 보안관 쪽에는 모든 것을 이기는 치팅 카드가 있고, 갱단 쪽에는 그걸 잡아내는 카드가 있었습니다. 왠지 타짜 드립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ㅋㅋ
사실은 리볼버 2.0을 끝내기 전에 하나하나 님이 오셔서 저녁식사를 하러 나갔습니다. 평소에 하나하나 님이 시간 내시기가 매우 어렵지만 간만에 메소드 연기로 대탈주를 하셔서 가능했다고...;;; 고구마 님이 오래된 식당으로 데려 가셨습니다. 이 가게도 몇 십 년 된 곳이라고 하더라고요. 볶음밥이 주메뉴인데요. 굉장히 특이했습니다. 볶음밥이 나오긴 하는데, 고추장처럼 보이는 것과 같이 나오고요. 그걸 넣고 비벼 먹습니다. 볶음밥과 비빔밥의 하이브리드! 하나하나 님은 옛날 스타일의 돈가스를 시키셨습니다. 아이패드를 잃어 버렸다가 되찾으니 이런 사소한 사진을 찍는 것도 행복인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ㅠㅠ 그리고 같이 먹을 잡채를 시켰는데요. 이건 음... 닭 없는 찜닭 느낌... ㅎㅎㅎ
다시 보드게임 카페로 돌아와서 게임을 했습니다. 한쪽 방에는 빡빡한 게임들이 숨겨져 있었고요. 곳곳에 게임들이 있었습니다.
고구마 님과 하나하나 님, 그리고 저까지 셋이서 아줄을 먼저 했고요. 제가 안양에서 아줄을 몇 번 했는데, 룰북을 대충 읽고 해서 에러플을 해 왔던 것 같습니다. 광주에서 아줄을 이제서야 제대로 배워볼 수 있었네요. ㅋㅋ
그리고 며칠 전에 끝을 못 봤던 타노스 라이징의 엔딩을 봤습니다. 모으다 보니 고구마 님은 순혈 어벤져스, 저는 순혈 가오갤이었는데, 하나하나 님은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서 마지막 게임으로 네이션즈 다이스 + 확장을 했습니다. 정말 타이트한 승부였습니다. 갓게임이네요. ㅋㅋ
보드게임 카페가 문을 닫을 때까지 게임을 즐겼고요. 두 분이 카페 직원 분들과도 친분이 있으셨습니다. 그래서 같이 퇴근하면서 (?) 얘기도 나눴고요. 이날 같이 얘기했던 직원 분이 본 모습을 숨기고 계신 엄청난 분이라고 하셨는데 말이죠... 아무튼 저는 아직 휴가가 하루 더 있어서 다음 날 안양으로 떠나지 않으면 다시 연락을 드린다고 하면서 작별 아닌 것 같은 작별을 했습니다. ㅎㅎㅎ
자~~~~ 다음 날이 되었습니다. 며칠 만에 편하게 꿀잠을 잤습니다. 에어컨을 켜고 자다가 새벽에 추워서 껐는데, 아침이 되니 벌써부터 더웠습니다. 고구마 님께 연락을 드렸더니 시간이 되신다고 하셔서 같이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어제처럼 충장로에서 일정을 시작했죠. 고구마 님과 한 모밀집에 갔는데, 손님들로 꽉 차 있었습니다. 내년이면 60년 되는 가게더라고요. (환갑 ㅎㄷㄷ) 여기 모밀은 특이하게 면을 국물에 찍어 먹는 게 아니고 반대로 국물을 면에 부어 먹습니다. (찍먹이 아닌 부먹!) 만두도 곁들여서 냠냠. ㅎㅎ
그리고 나서 다시 어제 그 보드게임 카페로 갔습니다. 어제 그 직원 분의 여자친구 분이 오셔서 저희가 놀아 드리기로 했습니다. 고구마 님 말씀에 의하면, 그 직원 분이 광주에서 보드게임 조상님 (?)이라고요. ㅎㅎ 아이돌 같은 외모와는 다르게 성골 워게이머이셔서 집에 가면 워게임밖에 없고 시간 날 때마다 워게임 매뉴얼을 읽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워게이머 분들은 당장 광주로 가세요!
워게이머의 여자친구 분이 머리 아파하시길래 고구마 님이 간단한 게임을 골라 오셨습니다. 제가 그림을 잘 그린다고 그렸는데, 이걸 못 맞추신다고요?! ㅋㅋㅋ
그리고 마지막으로 데드 맨스 드로우라는 정말 뽑기 게임을 했습니다. 크니치아 박사의 벼룩 서커스라는 게임과 비슷했는데, 각 카드마다 능력이 발동되는 게 달랐네요.
그리고 나서 고구마 님과 저녁식사를 하러 나갔습니다. 외국인이 경영하는 레스토랑인데요. 정말 외국 갬성이 느껴지는 가게였습니다. 햄버거 하나 시켰는데, 선택하는 게 많더라고요. 미쿡 못 가 본 저로서는 넘나 당황스러웠습니다. ㅠㅠ
식사를 마치고 보드게임 카페로 돌아와서 미드가르드의 챔피언들을 했습니다. 저는 안양 모임에서 한 번 해 봤던 기억이 있는데, 고구마 님이 하고 싶어 하셔서 이걸 하기로 했습니다. 카페에 다른 게이머 한 분이 오신다고 하셔서 카페 직원 분까지 네 명이서 했습니다. 나중에 오신 게이머 분이 이 게임을 여러 번 해 보셨다고 하셨고 초반부터 점수가 높으시길래 견제를 받으실 분위기였습니다. 제가 마지막에 트롤을 잡아서 제 비난 토큰 1개를 그분께 넘겨 드렸더니 그걸로 승패가 갈렸습니다. 워게이머 직원 분이 1등을... (이분 우리한테서 설명 다 안 듣고 하셨는데도... ㅎㄷㄷ)
9시가 넘어서 고구마 님이 시간 압박을 받으셨습니다. 그래서 간단하게 할 게임을 골랐는데요. 다수의 선택에 의해 두 도시 사이에서를. 이것도 정말 오랜만에 하네요. 제 양 옆으로 고득점 도시가 만들어졌는데, 제 옆에 앉으신 매니저 님 (?)이 최종 승자가 되셨습니다. 저는 2등 했으니 그냥 선방한 걸로.
고구마 님과 저는 가게에서 나왔고 남은 세 분이서 브라스를 하신다고 하셨던 것 같았습니다. 고구마 님이 버스를 타실 부근까지 같이 걷다가 작별인사를 나눴습니다. 저는 시간이 늦어서 하루 더 묵고 아침에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숙소를 찾으러 돌아다니다가 24시간 하는 고깃집이 제 눈에 들어와서 숙소에서 여수편 후기를 쓰는 내내 눈 앞에 고기가 아른아른거렸습니다. ㅠㅠ 하지만 졸려서 후기 다 쓰고 일단 잠을 잤습니다.
일어나서 체크아웃을 하고 결국 고기를 먹으로 갔습니다. 아침 9시도 안 됐는데. ㅋㅋ 먹고 싶은 걸 먹으니 속이 시원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길고 길었던 남부지역 순회방문 시즌4가 끝났습니다. 다녀와서 제대로 쉬지 못 해서 그런지 냉방병 때문인지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습니다만 좋은 추억을 만든 소중한 시간이었네요. ㅎㅎ 이번 기회로 만나뵌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요. 다음에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후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