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놀다 가게 II 는?

부산에서 아침 일찍 노포역으로 향했습니다. 아침 9시에 전주로 출발하는 버스를 타야 했거든요. 비가 오려고 하는지 하늘은 잔뜩 찌푸렸습니다. 저는 우산을 준비하지 않았는데 어쩌죠? 흠...

노포역에 연결된 버스터미널로 들어갔습니다. 서두른 덕분에 아직 여유 시간이 있었습니다. 차 안에서 먹을 샌드위치와 생수를 구입했습니다. 버스 타는 곳에 갔는데 제가 한 번도 타본 적 없는 우등고속버스더라고요. 승차권 창구 직원이 센스가 있었는지 제게 맨 앞자리를 주었습니다. 기사님 바로 뒷자리면 짐을 놓기 편하죠. 버스에 올라서 짐을 내려 놓고 앉았습니다. 그런데 조금 있으니까 기사님이 절 부르시더라고요. 응? 저는 잘못한 거 없는데...;;; 알고 보니 승차권을 기사님 옆에 비치된 스캐너에 찍고 타야하는 거였습니다. 아하! 제 승차권을 스캐너에 대니 제 자리가 승차된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오호! 정말 신기하네요!


분명 처음 의도는 버스 안에서 샌드위치를 먹는 것이었는데 계속 잠만 잤습니다. 당연하죠! 보매보매 님 댁에서 거의 안 자고 나왔으니...;;; 약 3시간 걸리는 거리였는데 저를 위해서였는지 약간 연착되어서 정오가 넘어서 전주 버스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아, 그런데 2년 전에 봤던 터미널하고 모습이 달랐습니다. 위치는 같은 것 같은데 완전 현대식으로 바뀌었습니다. 뭐, 뭐지...?

거기에서 남문시장으로 가는 버스 노선을 알고 있었지만 짐이 많고 피곤해서 그냥 택시를 타기로 했습니다. 택시 기사님하고 얘기나 하려고요. 택시를 타고 기사님께 터미널이 바뀐 것 같다고 말씀 드렸더니 리모델했다고 하시더군요. 그게 제가 택시 기사님과 나눈 대화의 전부였습니다. 이 기사님은 좀 과묵하셔서 말을 못 걸겠더라고요;;;

아무튼 택시에 내리니 풍남문이 보였습니다. 여기서부터라면 저도 청년몰을 쉽게 찾아갈 수 있죠! 남문시장으로 들어가서 당당히 걸으며 청년몰로 올라가는 계단을 쉽게 찾아냈습니다. (누구라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일요일 낮이었지만 관광객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2년 전과 비교해서 가게들이 좀 바뀌었습니다. 같.놀.가가 있던 자리에는 다른 가게가 입점해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 케이블 채널의 알.쓸.신.잡 프로그램에서 청년몰이 소개되면서 뉴 같.놀.가도 0.1초 샤샤샥 지나간 걸 봤거든요. ㅠㅠ 청년몰을 휘~이~ 한 바퀴 돌면서 부활한 같.놀.가를 찾았습니다.


가게에는 불이 켜져 있었고 안에 사람의 형체가 보였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려다가 개장 시간이 오후 1시라고 해서 버스에서 못 먹은 샌드위치를 뜯으며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청년몰의 여러 가게에서 파는 맛있는 음식들이 땡겼지만요. ㅠㅠ


드디어 오후 1시. 저는 용기를 내서 같.놀.가에 들어갔습니다. 가게 주인장님은 역시나 히미끼 님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어디서 봤던 것 같은 느낌이... 설마? 설마? (누구 TV는 사랑의 싣고 음악 좀 틀어 주세요! 커즈 암 여 레~이레~~ 앤 유아 마 매~애~애~앤~♬)


그렇습니다. 2년 전에 왔을 때에 봤던 후로 쓰루 게이머, 용무 님이셨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온라인 쓰루를 하시면서 오프라인으로 다른 게임 다면기 도 하시는... 그런데 점심식사를 준비 중이셔서 얘기를 이어가기가 좀 애매했습니다. 게다가 다른 가게의 분들이 와 계셔서 제가 끼어들기도 좀 그랬고요. 일단 올라가서 앉았습니다. 그리고 손님이 들어왔습니다. 용무 님께 방탈출 보드게임 있냐고 물어봤던 것 같은데, 조만간 한글판으로도 나온다고 하죠?

그러고 나서 용무 님과 얘기를 나눴습니다. 2년 전에 히미끼 님이 저와 함께 남부지역 순회방문 시즌2 <삼시세겜>을 하면서 돌아다니셨습니다. 술을 같이 마시면서 같.놀.가를 계속 할 건지 말 건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얘기를 꺼내셨죠. 딱히 답을 제게 들려주시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제가 받은 느낌으로는 곧 영업을 끝내실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몇 개월 뒤에 같.놀.가의 영업이 종료된다는 얘기가 들려왔고 같.놀.가 분들은 다른 모임 장소에서 모임을 이어간다는 후기가 올라왔습니다. 용무 님이 말씀하시기로는 히미끼 님이 바로 끝내지는 못하셨고 몇 개월 더 하시다가 그해의 11월 즈음에 끝내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서 여자친구 분이 생기시고 결혼을 하셨다고... 아, 맞다. 히미끼 님의 결혼소식은 바로 전날 부산에서 스머프2 님을 통해서 처음 들었습니다. 아니, 왜 전주 분의 결혼소식을 부산 가서 듣냐고요?! ㅋ 아무튼 결혼하신지 1년이 넘으셨겠지만 (너무나 늦었지만) 결혼 축하 드리고요. 행복하게 잘 사세요. ^^ 히미끼 님이 그만 두시면서 마침 일을 쉬고 계셨던 용무 님께 제의가 들어갔고 그렇게 해서 같.놀.가 II가 생겨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가게 내부에 벽돌이 많이 사용되었는데 용무 님이 손수 짊어지고 나르셨다는...


저는 한쪽에 앉아 있었는데 용무 님이 남은 테이블을 붙여서 큰 테이블을 만들어주셨습니다. 하지만 그날 새벽까지 같.놀.가 멤버 분들이 술을 달렸기 때문에 일요일에 올지는 알 수 없다며... ㅠ 다른 분들을 기다리는 동안에 용무 님이 간단한 게임을 하자며 무언가를 가져오셨습니다. Hive 하이브. 저는 이름만 들어본 게임이었습니다. 벌레들로 장기를 두는 추상전략 게임이었는데요. 게임 보드는 없고 기물만 가지고 게임을 진행했습니다. 잡히면 패배하는 여왕벌, 어디든지 잘 가는 개미, 무언가를 뛰어넘어야 하는 메뚜기, 남의 기물을 잡아두는 풍뎅이 등 여러 곤충들의 특성을 잘 이용한 게임이었네요. 첫 판은 용무 님이 쉽게 이기시고. ㅠ 확장인 모기를 넣고 한 번 더 하자고 하셨습니다. 모기는 인접해 있는 다른 기물을 흉내내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이것도 원래는 진 건데 용무 님이 한 번 물러주셔서 제가 이겼습니다.


하이브를 하는 동안에 다른 분들이 오셨습니다. 목소리를 들으니 누군지 기억이 났는데요. 같.놀.가의 큰 언니 태경 님이었습니다. 그리고 처음 보는 은실 님. 그리고 또 처음 보는 남자 분. (성함을 들었는데 잊어 버렸습니다. ㅠ) 태경 님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 Tzolk'in: The Mayan Calendar 촐킨: 마야의 달력의 판을 벌렸습니다. 안돼~~~~ ㅠㅠ 전주 같.놀.가에는 마야의 기운이 있어서 촐킨을 너무나 잘 하십니다. 후로 촐킨 게이머들... 2년만에, 정말 오랜만에 왔는데 오자마자 멍석말이 당하게 생긴 거죠... ㅠㅠ 당연히 확장도 다 넣고... 태경 님이 본인이 24점으로 최저점을 찍었다며 깔깔깔 웃으셨습니다. 이분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시길래 24점을 찍게 만드는 걸까요? 프로의 세계란... 저는 부족 2개 중에 5일꾼으로 시작하고 대신에 옥수수를 3개씩 먹여야 하는 것을 골랐습니다. 그랬더니 다른 분들이 놀라시더군요. 불길하다, 불길해!! 제가 시작 플레이어여서 욱스말에 3개 놓고 시작을 했습니다. 제가 한 가지 놓친 게 있었습니다. 예언을 보지 않고 부족을 덥썩 고른 건데요. 4쿼터에 옥수수를 한 개씩 더 먹여야 했습니다! 난 4개씩 먹여야 해... ㅠㅠ



각 마야 부족의 어머님들이 모이셨습니다. 우리 부족 어머님은 자식들이 밥을 굶는 것을 너무나 싫어하셨습니다. 끼니를 거를 때마다 호통을 치셨죠. "마이너스 5점씩이야!!" 저는 3쿼터까지 잘 버티며 앞서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4쿼터에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는데... 중앙 기어는 게임의 종료까지 단 2칸을 남겨놓고 있었습니다. 제가 턴이 먼저여서 일꾼을 미리 뺐습니다. 다음 라운드에서 일꾼을 놓은 다음에 최종 라운드에서 일꾼을 가져오면서 옥수수를 벌기 위해서였죠. 그리고 태경 님 하신 다음에 남자 분이 시작 플레이어 행동 칸을 잡더니 그 라운드를 마칠 때에 2칸을 돌려 버리신 겁니다... 아, 아, 안 돼~~~~!! ㅠㅠ 제 일꾼 4명은 밥을 해결하지 못해서 -20점, 게다가 예언으로도 -5점을 받아서 총 -25점을 떠안았습니다. 제 계산으로는 50점대 초반이 나와야 할 점수가 21점이 되고 말았습니다. 태경 님은 제가 최저점을 갱신했다며 기뻐하셨습니다. 각자 최선을 다 한 경기였습니다만 어떻게 보면 팀플처럼 되어서 기분이 좀 그랬습니다. 은실 님은 혼자 사원으로 점수를 계속 쌓으셨고, 제가 건물로 사원 트랙 따라가려고 하니까 태경 님이 건물을 끊어가셔서 사원 점수 먹을 기회를 놓치고 (상황 상, 사원 트랙에서 마이너스 점수였던 태경 님에게도 필요한 건물이긴 했습니다), 남자 분이 2칸 돌리셔서 광역 데미지를 넣으셨는데 (남자 분의 일꾼이 가장 많이 놓여 있어서 2칸 돌리는 게 합리적이긴 했습니다) 제가 제일 크게 맞으면서 은실 님이 1등, 태경 님이 2등, 남자 분이 3등, 제가 꼴찌... (제가 계산한 대로 되었다면 제가 2등은 했을 텐데...) 으, 무서워...;;; ㅠ


이렇게 해서 미운 촐킨 새끼, 끝.



'내가 무슨 촐킨이냐...'며 속으로 울분을 삼키고 제 본업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전주에 온 또 다른 이유. 반~지가 안~ 되면 (나무) 수! 염! 스! 쿨!



저희가 촐킨을 하는 동안에 한쪽에서 남자 두 분이 게임을 하면서 저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헤이보드 모임에서 같.놀.가에 놀러오신 맛난파전 님과 다른 한 분 (파전 님과 같이 오셨으니 '부침개' 님이라고 해 두죠)! 맛난파전 님이 반지의 전쟁을 배우고 싶다고 하셨는데, 제가 될 수 있으면 같이 할 분과 손잡고 오시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제가 몇 년 간 반지의 전쟁을 전파하면서 느낀 게, 혼자 배워놓으면 다른 사람한테 룰 설명을 못 해서 결국 반지의 전쟁을 배운 걸 써먹지 못 하게 됩니다. 최소 두 사람이 배워서 같이 게임을 하면서 룰을 마스터 해야 다른 분에게 설명 비슷하게 해 줄 수 있는 거죠. 다행히 두 분 모두 반지의 제왕 세계관에 익숙하셨습니다. 얘길 들어보니 맛난파전 님은 원작 소설을 다 읽으셨고, 부침개 님은 얼마 전에 영화 3부작을 다시 보셨다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두 분은 첫 플레이가 될 반지의 전쟁의 규칙을 한 시간 가까이 설명해 드렸습니다. 그리고 플레이 시작. 용무 님은 센스 있게 3시간짜리 반지의 제왕 O.S.T를 켜 주셨습니다. 타임 어택에 들어간 거죠. 음악이 먼저 끝나느냐, 게임이 먼저 끝나느냐?

맛난파전 님이 자유민족을, 부침개 님이 암흑군단을 맡으셨습니다. 맛난파전 님이 초반에 원정대를 보내는 것보다 전투 준비를 하셨고 중반 즈음 되어서야 원정대가 조금씩 가기 시작했습니다. 부침개 님은 처음이셔서 암흑군단 군대들을 효율적으로 운영하지는 못 하셨습니다. 군대를 뭉쳐서 보내야 하는데 그냥 앞으로 빼시더라고요. ㅠ 저는 뒤에서 들려오는 O.S.T를 흥얼거리고 따라부르며 두 분의 플레이를 봐 드렸습니다. O.S.T가 먼저 끝나고...;;; 결국 반지 운반자들은 산 트랙에 올라갔습니다. 한 걸음씩 내딛을 때마다 타락 점수를 매섭게 올라왔습니다. 마지막 한 칸을 앞두고 타락 점수는 벌써 10점. 1 이하가 나오거나 '2'가 적힌 일반 추적 타일이 뽑혀야 자유민족이 이기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반지 운반자들은 마지막 걸음을 내딛고 뽑힌 추적 타일은 '쉴롭의 굴' 특별 추적 타일. 주사위를 굴려서 '1'이 나와야만 자유민족이 다음 기회를 노릴 수 있었습니다. 주사위를 굴렸는데 결과는...? '4'. 게임은 암흑군단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맛난파전 님이 한 게임을 더 하시면 좋을 것 같았는데 술약속이 잡혔다면서 곧 가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반지의 전쟁을 깔아놓은 게 아까워서 제가 부침개 님과 게임을 하기로 했습니다. 두 분이 초반에 하신 실수를 잡아드리기 위해서 맛난파전 님께 10분 정도만 보고 가시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주사위빨이 미친 듯이 잘 나와서 2턴만에 원정대가 4칸을 가고, 4턴에 행동 주사위 6개를 만들면서 초보자 농락 모드가 되었습니다. 이게 아닌데...;;; 원정대의 속도가 너무나 빨랐기 때문에 저는 전투를 완전히 배제하고 계속 달렸습니다. 부침개 님은 방어를 하지 않는 가운데-땅을 휩쓸고 다니셨죠. 반지 운반자들이 산 트랙에 올라갔을 때에 타락 점수는 매우 낮았습니다. 문제는 암흑군단의 정복 속도였습니다. 어느 새 암흑군단은 승리 점수 10점을 만들었고 저는 마지막 한 행동을 남긴 상태였습니다. 반지 운반자들이 마지막 칸의 바로 직전 칸에 있어서 저의 마지막 행동으로 그들을 앞으로 보내야 했습니다. 빨간색 특별 추적 타일만 나오지 않으면 저의 승리였습니다. 제발, 제발!! 다행히도 마지막 타일은 빨간색이 아니어서 자유민족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부침개 님이 두 번째 게임이셨는데 승리 조건을 그렇게 빨리 달성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군사적 승리보다 반지에 의한 승리의 우선 순위가 높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아마 한 시간도 안 되서 끝났을 겁니다. ^^;;; (여러분, 반지의 전쟁이 이렇게 라이트합니다.) 제가 종종 얘기하잖아요? '반지의 전쟁은 가운데-땅의 미니 빌이다.'라고요. ㅋ



전주에서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Posted by Mounted Clo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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