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는 뭔가 다르다

새벽에 부산 마작 동호회 몇몇 분과 Alien Frontiers 에일리언 프론티어즈를 했습니다. 저는 역시나 외계 기술 카드를 열심히 모았죠.


낮에 부산 마작 동호회 5분께 War of the Ring 반지의 전쟁을 알려 드렸습니다. 저와 아스틸 님은 한쪽에 빠져서 나머지 네 분께 게임 알려드리는 역할만 했습니다. 그 중에 자유민족을 맡았던 호수사랑 님이 프로게이머라고 하시더군요. 본인이 직접 말씀하신 건 아니고 다른 분들이 알려 주셨어요. 그런데 제가 (아날로그 게임만 하다 보니) 프로게이머들을 잘 몰라서 못 알아봤습니다. 죄송해요. ^^; 그리고 암흑군단을 했던 두 사람이 고등학생이라고... (외모만 보면 아닌... 속에 있던 말이 툭... 어이쿠;;;)

자유민족이 탈탈 털리고 있었고 로한의 마지막 군대가 살아남아서 북쪽으로 올라갔는데 이게 나중에 큰 역할을 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지니 님 (고등학생)이 집에 가야 한다고 저한테 넘기고, 호수사랑 님 팀과 저랑 마무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리븐델을 지키고 있던 엘프 군대가 모리아 앞까지 내려오더니 결국 점령했습니다. 그리고 도망쳐 올라왔던 로한 군대가 돌 굴두르를 차지하고, 저의 위치-킹이 이끄는 사우론 군대가 돌 굴두르를 탈환하려고 갔으나 실패해서 자유민족이 군사적 승리를 차지했습니다. 지니 님이 집에 가면서 게임 결과 알려달라고 했는데 결과가 죄송스럽게 됐네요. ^^; 호수사랑 님 팀이 로한군을 공격적으로 운영해서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정말 대단하시네요.


첫 번째 반지의 전쟁 도중에 월풍 님이 오셨습니다.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에 옆에서 계속 지켜보셨는데요. 보시는 것만으로도 게임의 상당 부분을 파악하셨다고 하셨습니다. 두 번째 게임 전에 월풍 님과 둘이서 저녁을 먹었는데, 다락에서 매직 더 개더링 하시는 분이 식사를 할 만한 곳을 알려주셔서 돼지국밥을 먹었습니다. 값도 싸고 맛있었어요. 4,000원. 월풍 님이 앞에 계셔서 돼지국밥 사진을 못 찍었네요. ㅎ

월풍 님하고 식사를 하면서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 중에 가장 재미있었던 내용은 월풍 님 부인의 취미였습니다. 월풍 님이 밤늦게까지 놀 수 있게 허락을 받으셨는데, 부인께서 근처에 계신다고 하셨습니다. 어디에 계시냐고 여쭤봤더니 당구장에 계신다고... ^^ 부인께서도 취미 생활 (?)을 하셔야 해서 월풍 님도 꽤 긴 시간을 확보하신 거죠. 제 주변 유부남들한테서 들은 얘기들을 종합해 보면 아내가 취미를 가지고 있으면 남편의 취미 생활을 존중해 줍니다. 취미가 없으면 할 게 별로 없으니까 남편을 집에 붙잡아 놓으려는 경향이 있어서, 남편이 밖에 나갈 때에 시간을 빡빡하게 주거나 남편이 밖에 있는 동안에 전화를 계속 걸기도 하고 그러죠. 부부 사이에 취미가 반드시 같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서로 취미 하나씩은 가지고 있어야 부부가 서로를 더 많이 이해하고 배려해 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반지의 전쟁이 계속 됐습니다. 월풍 님이 자유민족, 돼지국밥 집을 소개해 주신 분이 암흑군단을 맡아서 진행이 됐습니다. 저는 역시 옆에서 진행을 도와 드렸는데요. 월풍 님 플레이 중에서 제가 놀란 부분이 있었습니다. 아래 사진처럼요. 게임 셋업을 하면 미나스 티리스 앞 오스길리아스에 곤도르 병력 2개, 헬름즈 딮 앞 포즈 오브 이센에 로한 병력 2개가 있습니다. 자유민족 입장에서 보면 이 자잘한 병력은 상대에게 내주고 그 보상으로 정치 카운터 활성화를 얻는 데에 쓰이면 그만이죠. 그러나 좀 할 줄 아는 사람들은 미나스 티리스에 있던 병력을 오스길리아스로 내보내고 헬름즈 딮에 있던 병력을 포즈 오브 이센으로 보내서 벽을 조금이나마 더 두껍게 만들어서 상대에게 압박감을 주고 시간을 꽤 벌 수 있습니다. 월풍 님께 이거 안 가르쳐 드렸는데 첫 게임부터 이 플레이를 하시더라고요. ^^;;

미나스 티리스 병력을 앞으로 내보내면 사우론에게 부담스러운 벽이 됩니다.


곤도르에서 벽으로 시간을 벌면 스트라이더가 미나스 티리스까지 편하게 갈 수 있습니다. 자유민족의 초반 주요 전략 중 하나인 행동 주사위 추가가 이러한 플레이와 잘 맞물립니다.


아쉽게도 다락 1호점이 오후 11시에 문을 닫는다고 해서 게임이 도중에 중단됐습니다. 월풍 님과 2호점으로 자리를 옮겨서 계속 하기로 했습니다.

2호점에서 월풍 님이 자유민족을, 제가 암흑군단을 맡아서 2인 게임으로 진행했습니다. 초반에 월풍 님이 북부 관련 사건 카드가 많이 나왔습니다. 간달프가 서쪽으로 가서 간달프 더 화이트가 되고, "경보다! 불이다! 적이다!" 사건 카드로 북부를 "전쟁 중"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북부 병력을 소집하고 북쪽의 마운트 군다바드로 향했습니다. 자유민족의 이러한 플레이는 짜내기식 초반 전략이라서 막히면 게임을 그대로 내줘야 합니다. 캐록에 있던 병력으로 마운트 군다바드로 이어지는 뒷길을 통해 이미 마운트 군다바드는 자유민족이 점령을 해서 승리 점수 2점을 따냈습니다. 남은 건 서쪽에 있던 병력으로 모리아나 돌 굴두르 중 하나를 점령할 수 있는가 뿐입니다. 저는 로한을 싹쓸이하고 남은 이센가르드의 와르그 군단을 북쪽으로 돌려서 모리아와 돌 굴두르 모두를 막아내려 총력을 다 했습니다. 위치-킹까지 동원해서 가까스로 두 거점을 막아내자 월풍 님이 패배 선언을 하셨습니다.




월풍 님이 귀가하시면서 제게 언제 가냐고 물어보셔서 제가 살짝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부산에 좀 더 있다가 갈까...?'라고요. 부산에 계신 분들과 몇 게임 더 해보고 싶어졌거든요.


저의 두 번째 게임은 아스틸 님과의 반지의 전쟁이었습니다. 아스틸 님은 다락 사장님이신 스머프2 님으로부터 칭찬을 많이 듣는 분이십니다. 아스틸 님은 반지의 전쟁을 몇 번 해보셨다고 하셨는데, 같이 게임을 해보니까 듣던 대로 게임 센스가 대단하시더라고요.

아스틸 님이 자유민족, 제가 암흑군단을 맡아서 게임을 진행했습니다. 초반에 원정대를 조금씩 진행시키면서 동료를 분리하고 스트라이더를 미나스 티리스까지 안전하게 보냈습니다. 그리고 곧 아라고른으로 바뀌었죠. 자유민족은 벽을 만들어서 아라고른을 지키려고 했습니다.


로한이 거의 다 점령되자 로한의 마지막 군대는 북쪽으로 피합니다. 사우론의 맹공에 아라고른은 군대를 데리고 미나스 티리스 안으로 후퇴합니다. 나중에 아라고른은 달아나기 위해 미나스 티리스 포위군을 돌진으로 뚫어내고 로한 땅으로 달아납니다. 그리고 아라고른은 "던해로우의 망자들" 사건 카드로 펠라르기르에 있던 군대를 물리칩니다.


2시간 넘게 치고받은 공방에도 불구하고 양팀의 점수는 0:0. 양팀의 사건 카드 덱도 거의 다 떨어져 갔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사용된 사건 카드들의 두께를 보세요.) 새벽 4시가 넘은 시각. 스머프2 님이 게임을 중단해 달라는 요청으로 아쉽게도 아스틸 님과의 승부가 나지 않은 채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정말 재미있는 한 판이었습니다! 와우! (플레이로그 적을 걸.)



아침에 창원으로 가려면 잠 좀 자야 하는데... ㅠㅠ


다음 뜻밖의 방문은 경상남도 창원편입니다



Posted by Mounted Clo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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