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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티드 클라우드 주간 게임 리뷰 III, 102번째 게임은 Uwe Rosenberg 우베 로젠베르크 씨의 Harvest Trilogy 수확 삼부작 중 가장 먼저 선을 보인 Agricola 아그리콜라입니다. 2007년에 혜성처럼 등장한 이 게임은 독일의 양대 보드게임 상인 Spiel des Jahres 올해의 게임상에서 "Complex Game 복잡한 게임" 특별상을 수상하고, Deutscher Spiele Preis 독일 게임상 Best Family/Adult Game 최고 가족/성인 게임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전세계 많은 국가에서 보드게임상을 휩쓸은 저력이 있습니다. 아그리콜라는 라틴어로 "농부"라는 뜻이며, 플레이어들이 흑사병이 휩쓸고 간 후인 17세기 유럽 (아마 독일로 추정)의 농부가 되어 황무지가 된 자신의 농장을 가꾸는 게임입니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Uwe Rosenberg
올해의 게임상 복잡한 게임상 (좌)와 독일 게임상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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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젠베르크 씨의 포르투갈 "2008 올해의 게임상" 수상 인증
흑사병과 중세 유럽 붕괴 이해하기
흑사병은 인류 역사에 기록된 최악의 전염병 중 하나입니다. 유럽에서는 1347년에 처음 창궐했으며 중세 유럽을 붕괴시켰고 이로 인해서 많은 예술 작품에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흑사병을 몰고 다닌다고 여겨진
닥터 쉬나벨 폰 롬 (Doktor Schnabel von Rom, 로마 출신의 부리 가면 박사)
흑사병이 유럽에 전파된 가설은 다음과 같습니다. 크림 반도의 요새를 공격한 몽고족이 이상한 질병 때문에 병력이 크게 줄자 퇴각하면서 그 역병에 걸린 희생자들의 시체를 투석기를 통해서 요새 안으로 던져 넣었는데, 그 요새에서 탈출한 제노바 사람들이 갤리선을 타고 유럽으로 돌아가면서 흑사병이 확산되었다는 것입니다.
위생시설이 잘 갖춰지지 않은 탓도 있지만, 당시 유럽 사회를 지배하고 있던 종교적 열성 때문에 유럽인들은 흑사병을 신이 내린 벌로 간주하고 체념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유럽에 연이은 흉작으로 역병과 맞설 상황이 아니었다는군요. 이탈리아 피렌체 사람들은 개와 고양이가 역병을 옮긴다고 생각하여 마구 죽이는 바람에 흑사병을 옮기는 쥐들이 더 활개를 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죽자 일부 사람들은 신에게 도움을 청하면서 재산을 교회에 바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교회는 또한 부적 같은 액막이들을 판매하면서 막대한 부를 거머쥐게 됩니다. 농노들의 수가 부족해지자 농노들의 몸값과 목소리가 높아졌고, 십자군 전쟁의 실패로 교회와 기사들의 쇠퇴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중세 유럽이 무너지고 자연스럽게 종교 개혁과 인본주의 사상, 중앙집권 국가가 뒤따르게 되는 것이죠.
일꾼을 놓으며 농장을 가꾸는 게임
아그리콜라는 14번의 라운드 동안 진행됩니다. 라운드는 다음 순서의 단계들로 진행됩니다:
- 라운드의 시작 - 새로운 라운드 카드를 공개합니다
- 보충 - 자원과 가축, 음식을 올려놓습니다
- 일하기
- 집에 돌아오기
메인 게임 보드에는 미리 인쇄된 행동 칸들이 있습니다. 각 행동 칸은 플레이어가 일꾼을 올려놓을 수 있는 공간입니다. 라운드마다 새로운 라운드 카드가 1장씩 공개가 되는데, 이것 역시 행동 칸입니다. 따라서 게임이 진행될수록 행동 칸들의 수도 늘어나며 점차 좋은 행동 칸들이 등장합니다.
몇몇 행동 칸들에는 붉은 색 화살표가 있습니다. 이것은 보충 단계 때마다 추가로 놓아야 하는 것들에 대한 표식입니다. 즉, 이러한 칸에 놓인 것들을 이전 라운드까지 누구도 가져가지 않았다면 누적됩니다.
일하기 단계에서는 시작 플레이어부터 시작해서 시계 방향으로, 각 플레이어는 자신의 가족말 1개를 행동 칸에 놓고 즉시 행동을 수행합니다. 가족말이 놓인 행동 칸은 점유 상태가 되므로 어떤 플레이어도 그 행동 칸에 가족말을 놓을 수 없습니다.
모든 플레이어가 자신의 가족말들을 놓았다면 자신의 가족말들을 회수하면서 라운드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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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할 3가지 일 - 재배, 사육 그리고 살림
아그리콜라를 처음 접할 때 가장 혼란스러운 것은 무엇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크게 3가지가 있다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첫 번째는 밭을 갈고, 씨앗(곡식이나 채소)를 획득하고, 빈 밭에 가져온 씨앗을 뿌리는 일입니다. 두 번째는 울타리 치거나 외양간을 짓고 가축을 가둬놓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방을 만들고 새로운 가족을 낳고, 집을 더 좋게 개조하는 일입니다.
주기와 수확
몇 번의 라운드를 묶어서 "주기"라고 부릅니다. 하나의 주기가 끝나면 바로 수확이 이어집니다. 수확은 다음 순서의 단계들로 진행됩니다:
- 밭 단계
- 가족 먹여살리기 단계
- 번식 단계
밭 단계에서는 씨앗이 뿌려져 있는 각 작물 밭에서 곡식이나 채소를 1개씩 가져옵니다. 그 다음에 각 플레이어는 자신의 가족말마다 음식 2개씩 지불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농장 보드에 2마리 이상 있는 가축 종류에 대해서, 그 종류의 가축 1마리를 가져와서 번식을 마칩니다. (이 세 단계는 바로 위에서 설명드린 플레이어들이 해야 하는 3가지 일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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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만들기와 가족 늘리기, 주요 설비의 전략
일꾼 배치의 게임들의 주요 전략은 행동을 수행할 일꾼 수를 가급적이면 빨리 많이 늘려서 상대들보다 많은 행동 수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행동 수가 늘어나게 되면 그 플레이어는 (다른 플레이어들보다 많은) 나머지 행동들이 계속 누적되기 때문에 앞서가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게 됩니다. 이것을 무언가로 효과를 상쇄시켜야 게임의 균형이 맞게 되는데, 그러한 주요 방법들은 행동을 할 때마다 또는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일꾼 수에 비례해서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것입니다. 아그리콜라는 후자의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하나의 주기가 끝날 때마다 음식을 지불하게 하고 있습니다. 아그리콜라의 주기는 독특합니다. 1번째 주기는 4개의 라운드로, 2번째 주기는 3개의 라운드로, 3, 4, 5번째 주기는 2개의 라운드로, 마지막 6번째 주기는 1개의 라운드로 구성이 됩니다. 주기가 점차 짧아지기 때문에 처음 받은 일꾼 2개로 2번의 행동만 하기에 한계가 오게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를 낳는 "가족 늘리기" 행동 칸이 나오는 2번째 주기에 그 행동을 수행해야 다가오는 3번째 주기부터 라운드마다 3번씩의 행동을 보장받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가족 늘리기" 행동을 하려면 빈 방 1개를 먼저 만들어 놓아야 하기 때문에 1주기의 주요 전략 중 하나는 나무 방을 늘리는 데에 사용할 나무와 갈대를 모으는 것이 됩니다.
가족이 늘어나면 음식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가족이 먹을 음식은 "낚시"나 "날품팔이" 칸을 통해서 가져오거나 곡식이나 채소를 음식 1개로 바꿔서 마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들은 행동을 소비하거나 교환 비율이 형편없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곡식을 음식 여러 개로 바꿔주는 빵굽기 설비, 채소나 가축을 아무 때나 음식으로 바꿔주는 요리 설비, 먹을 수 없는 건축자원을 음식으로 바꿔주는 제작소 등의 주요 설비를 빨리 마련해야 효율적으로 음식을 구할 수 있습니다. 빵굽기 설비나 요리 설비는 흙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1주기에 흙을 구해놓는 전략 또한 병행해야 합니다.
다양성이 가져오는 리플레이성과 확장성
아그리콜라는 직업과 보조 설비라는 엄청난 양의 카드들을 자랑합니다. 카드들은 저마다 고유 능력을 가졌고, 성격에 따라서 E (기본)와 I (상호작용), K(복잡) 덱으로 나뉩니다. 아그리콜라 영어판이 출시되면서 영어판 퍼블리셔인 Z-Man Games 지-맨 게임즈의 앞글자를 딴 Z-덱을 시작으로, 외계인이 등장하는 X-덱, 오스트리아 Ö-덱, 체코 CZ-덱, 네덜란드-덱, 벨기에-덱 등 국가 덱과 전세계 온라인 아그리콜라 게이머들이 아이디어를 모아서 제작한 게이머즈 덱, 월드 챔피언 덱, 파이-덱 등 각종 추가 카드 덱들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혹자들은 확장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게임의 기반/시스템 등이 잘 만들어져 있지 않다면 확장을 만드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많은 확장은 기본 게임의 게임성을 증명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었다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Tim Harrison
기본 게임에 들어 있는 덱들
끝맺음 - 팬들과 함께 하는 아그리콜라 마케팅
이번 리뷰에서는 100편이 넘는 보드게임 리뷰 중에서 최초로 한글판 상품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한글판 게임을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 한글 확장이 나온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게임에 언어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면 영어판을 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그리콜라는 텍스트가 많은 게임이기 때문에 영어판으로 할 자신이 없어서 한글판으로 구입했습니다.
아그리콜라는 배우기 쉽지 않고 이기기도 쉽지 않은 게임입니다. 처음 배웠을 때 게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제 개인적으로 나쁜 평가를 한 후에 거의 하지 않다가 2012년부터 집중적으로 했습니다. (그래서 아그리콜라 리뷰가 이제서야 올라온 것이죠.) 이 게임은 분명히 대중성과 작품성 모두를 잡은 훌륭한 게임입니다만 초보자들이 그러한 깊은 맛을 느끼기에 꽤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곁에서 유경험자들이 팁을 주면서 흥미를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면 그 시간은 단축될 겁니다.
2008년부터 Lookout Games 룩아웃 게임즈는 전세계 보드게이머들의 축제인 10월 Essen Fair 에센 박람회 장에서 자신들의 회사 관계자들을 통해 L-덱 카드를 1종류씩 나눠주고 있습니다. (박람회가 끝난 후에는 우편을 통해서 L-덱을 판매합니다.) 특히나 2008년에는 에센 박람회에서 독일의 한 콜라 업체와 협력해서 "아그리-콜라"를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저처럼 매년 새로 나온 아그리콜라 관련 카드나 상품을 모으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 같습니다.
아그리콜라 직업 카드에는 유명인이나 유명 캐릭터를 본따서 그린 삽화들이 다수 등장합니다. 보드게임긱에서 한 네덜란드 게이머가 시작한 이스터 에그 찾기 또한 아그리콜라만의 재미일 것입니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Filip W.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Eugene van der Pijll
3주 후에는 수확 삼부작 중
Le Havre 르 아브르를 만나보겠습니다.
참고 사이트:
Agricola @ boardgamegeek.com
http://boardgamegeek.com/boardgame/31260/agricola
Lookout Games
http://www.lookout-games.de
Korea Boardgames
http://www.koreaboardga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