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 게임 주인공은 나야 나!



마운티드 클라우드 주간 게임 리뷰 VI의 마지막 시간입니다. 이번 300번째 리뷰에서 소개할 게임은 문명 게임의 끝판왕인 Through the Ages: A New Story of Civilization 쓰루 디 에이지스: 문명의 새로운 이야기입니다.


디자이너, 크바틸 씨에 대해

보드 게임을 여럿 해 보신 분이라면 Vlaada Chvátil 블라다 크바틸 씨를 들어보셨을지도 모릅니다. 잘 모르겠다고요? 그러면 그가 만든 게임들을 나열해 볼까요? Galaxy Trucker 갤럭시 트러커, Space Alert 스페이스 얼럿, Dungeon Lords 던전 로즈, Dungeon Petz 던전 페츠, Tash-Kalar: Arena of Legends 타쉬-칼라르: 전설들의 경기장? 그럼 그에게 SDJ Spiel des Jahres 올해의 게임상을 안겨 준 Codenames 코드네임즈는요? 이 서로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다양한 게임들을 크바틸 씨 한 사람이 만들어냈습니다. 그의 재능을 저뿐만이 아니라 전세계의 게이머들이 높이 사는 것이죠.

크바틸 씨는 건조할 수 있는 유로 게임에 그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얹어서 재미있는 게임으로 재창조했는데요. 그러한 게임들의 규칙서 또한 독특합니다. 규칙서에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가 등장해서 독자와 대화하 듯 세계관과 규칙을 유머 있게 설명해 주죠. 하지만 그로 인해 텍스트의 양이 엄청 많아져서 룰북 읽는 걸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는 부담을 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를 게이머들의 머리 속에 각인시킨 작품은 누가 뭐래도 건조한 Through the Ages: A Story of Civilization 쓰루 디 에이지스: 문명의 이야기일 것입니다. 이것은 PC 게임계의 명작들 중 하나인 Sid Meier's Civilization 시드 마이어의 문명에서 영감을 받아 크바틸 씨에 의해 보드 게임으로 재창조된 것입니다. 상당한 난이도가 있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으로 높은 인기를 얻었죠. 2006년에 나온 쓰루 디 에이지스는 10주년을 앞두고 9년만에 개정판을 냈는데요. 그게 오늘 소개할 쓰루 디 에이지스: 문명의 새로운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턴 기반 진행

제가 주간 게임 리뷰 시즌 III의 마지막에 Nations 네이션즈를 소개했습니다. 각 시즌의 마지막에서 제가 생각한 큼지막한 게임을 리뷰해 오고 있는데요. (쓰루 디 에이지스 팬들은 급이 다르다며 싫어하겠지만) 쓰루 디 에이지스는 네이션즈와 비교대상이라고 제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같은 문명 테마 게임이지만 서로 다른 점이 많거든요. 제 게임 리뷰에서 네이션즈를 먼저 소개했으니 쓰루 디 에이지스는 그것과 어떤 면이 다른지 차근차근 설명해 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쓰루 디 에이지스는 턴 단위로 진행되고 그 안에 단계들이 나눠져 있습니다. 시작 플레이어부터 시작해서 시계방향으로 돌며, 한 번 정해진 턴 순서는 게임이 끝날 때까지 바뀌지 않습니다. 플레이어의 턴은 다음의 단계들로 구성됩니다:
  1. 턴-시작 시퀀스
  2. 정치 단계
  3. 행동 단계
  4. 턴-종료 시퀀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Jakub Niedźwiedź


행동 전에 처리할 정치 행위들

네이션즈에서 행동 이외의 것들은 행동 단계 다음에 있는 해결 단계에서 해결합니다만 쓰루 디 에이지스에서는 행동 전에 합니다. 전에 하든 후에 하든 첫 번째 턴이 지나면 지나면 어차피 같아지는 거 아닌가 생각하실 텐데요. 다릅니다. 왜냐하면 플레이어의 턴마다 정치 단계가 있으니까요.

정치 단계에서 현재 턴을 가진 플레이어는 가능한 6가지 행위 중 최대 1개만 할 수 있습니다:
  1. 이벤트 준비
  2. 침략 사용
  3. 전쟁 선포
  4. 조약 제안
  5. 조약 파기
  6. 게임 포기

초록색 배경의 카드들 (이벤트나 식민지)는 미래 이벤트 더미에 뒤집어 놓을 수 있습니다. 이때에 현재 시대만큼의 문화 점수를 얻으면서 현재 이벤트 더미의 맨 위 카드가 공개되어 해결됩니다. 이벤트는 특정 조건에 해당하는 문명에게 이익이나 손해를 끼칩니다. 십자군 원정이나 흑사병 창궐, 냉전 등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건이 나오기도 합니다. 식민지는 플레이어들이 자신의 군사력으로 입찰해서 낙찰받은 플레이어가 군사력을 낮추며 그 식민지의 혜택을 가져갑니다.

침략과 전쟁은 상대 문명에게 사용하는데요. 침략은 상대가 즉시 방어하지만 전쟁은 한 라운드 후에 해결되어서 상대 문명에게 대처할 시간을 줍니다. 조약도 상대 문명에게 사용하는 것은 같지만 조건에 따라 서로에게 이득을 주는 제안이 되기도 합니다. 누군가와 직접적으로 싸우거나 손을 잡는다는 것 또한 네이션즈와 다른 부분입니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Johannes Stål


행동 포인트에 의한 다양한 행동 조합

네이션즈의 행동 단계에서 플레이어들은 단 한 행동만 하고 턴을 넘기지만 쓰루 디 에이지스에서는 자신의 정부 형태에 지시된 만큼의 행동 포인트를 사용하여 여러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13장의 카드가 진열되는 카드 줄에는 칸마다 행동 포인트 비용이 있어서 해당하는 칸에서 카드를 가져올 때에 행동 포인트를 지불해야 합니다. 턴의 시작 시마다 카드 줄의 왼쪽을 향해 카드들이 이동하기 때문에 잘 기다리면 같은 카드를 더 싸게 가져올 수 있지만 잘못하면 그 카드가 상대에게 끊기거나, 또는 쓸려나가서 게임에서 제거되기도 합니다. 분위기를 잘 읽어서 필요한 카드를 손으로 가져와야 하겠습니다만 핸드 제한도 있어서 핸드가 막히면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니 주의해야 합니다.

불가사의를 제외한 나머지 카드들은 핸드로 갔다가 행동 포인트를 써서 내려와야 합니다. 카드 종류로는 문명마다 1장만 놓아야 하는 지도자, 완성된 불가사의가 있으면 가져오는 비용이 비싸지는 불가사의, 식량/자원을 생산하는 농장/광산, 과학이나 행복을 지원하는 도시 건물, 군사력과 전술에 영향을 주는 군사 부대, 전체적인 운영을 담당하는 정부 기술 등이 있습니다. 놓을 수 있는 카드 개수가 정해져 있는 네이션즈와는 달리, 쓰루 디 데이지스는 지도자를 제외하고는 제한이 없습니다. 대신 농장과 광산, 도시 건물은 아이콘으로 계열이 있어서 포개져 개선되는 개념입니다. 군사 부대도 아이콘으로 병과가 구분되지만 같은 병과는 포개지고 다른 병과는 별도로 놓습니다. 전술 카드에 적힌 부대 조합을 갖추면 추가 군사력을 얻는다는 개념도 쓰루 디 에이지스만의 특징입니다.

네이션즈에서는 여러 종류의 자원이 있습니다만 쓰루 디 에이지스에는 광석 그림만 자원으로 부릅니다. 실제로 진행을 해 보면 자원으로 불리지 않을 뿐이지 관리해야 할 무언가들은 쓰루 디 에이지스 쪽이 훨씬 더 많다고 느껴집니다. 기본적으로 정부가 주는 행동 포인트들, 민간 행동 포인트만큼 가지는 민간 카드 핸드 크기, 군사 행동 포인트만큼 가지는 군사 카드 핸드 크기 등이 그 예입니다. 또한 일꾼을 늘릴 때에 점점 더 높은 행복을 요구하는 것도요.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Scott Coggins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턴의 종료 시에 득점과 생산이 이루어집니다. 기술 카드를 내릴 때에 지불해야 하는 과학, 그리고 승리 점수 역할을 하는 문화는 각각 두 개의 트랙으로 기록됩니다. 현재 rating 지수 트랙의 숫자만큼 얻는 것인데요. 즉, 지수 트랙은 올라가는 폭을 말하고, 포인트 트랙은 현재 잔고를 나타냅니다. 시대를 넘어갈수록 더 좋은 카드들이 나오고 그러한 카드들은 더 높은 기술을 요구합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술이 뒷받침되어야만 핸드에 있는 카드들이 빠르게 내려올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다음에 식량과 자원에 대한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집니다. 카드에 놓인 일꾼은 건물이 되고 건물에 비례해서 생산이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노랑 은행과 파랑 은행에 각각 소비해야 하는 식량과 자원의 양이 적혀 있어서 일부를 다시 되돌려 놓아야 합니다. 그리고 노랑 트랙은 행복도 요구하는데 그걸 충족하지 못 하면 생산 소단계가 넘어가 버립니다. 신경쓸 게 참 많죠? ^^;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GeekInsight


쓰루 디 에이지스는 현존하는 문명 테마의 보드 게임 중 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고 복잡한 규칙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물려 있어서 플레이어에게 치밀한 계산을 요구하고,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계획을 성공적으로 풀어가면서 희열을 느끼는 듯 합니다. 제가 자신없는 듯 말한 이유는 저도 아직 배워가는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높은 전략성을 갖추고 두껍고 견고한 팬들 (= 인기)를 거느린 게임들은 뭐랄까요... 아이돌 연예인의 느낌이 듭니다. (가끔은 팬들 때문에 평가를 하기가 무섭습니다. ㅠㅠ) 사실 제가 딱히 평가할 게 없습니다. 큰 게임답게 룰이 많아서 접근성이 좋지 않다 정도요? 그런데 한글판까지 나왔으니 문맹이 아니라면 읽으면서 터득할 수 있습니다. 게임에 책자가 2권 들어 있는데요. 지침서는 처음할 때에 읽으면서 따라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고, 율법은 규칙만 따로 뽑아놓은 것이어서 규칙이 생각나지 않을 때에 참조하면 됩니다.

어쨌든 개정판으로 아트워크와 게임 밸런스 모두에서 향상된 쓰루 디 에이지스는 현재 보드게임긱에서 3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 생각해 보니 2등 한 적도 있었네요. 이 게임은 구판도 개정판도 운이 안 좋아서 1위를 해 본 적이 없지만 전세계의 수만 가지 게임들 중에서 그정도의 성적도 훌륭한 거 아니겠어요? 홍진호: 야, 2등도 잘한 거야!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GeekInsight
개정판 카드들 (위쪽)과 구판 카드들 (아래쪽)


이상으로 지난 1년간 연재했던 주간 게임 리뷰 시즌 VI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끝내야 할 번역들이 좀 밀려있어서 다음 게임 리뷰 연재가 많이 늦을 예정입니다. 아마 내년 1월 즈음에나 다시 시작할 것 같네요. 올해 가을에도 좋은 게임들이 출판되길 바라면서 내년엔 더 좋은 리뷰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때까지 안녕히 계세요.


오는 1월에 마운티드 클라우드 주간 게임 리뷰 7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참고 사이트:
Through the Ages: A New Story of Civilization @ boardgamegeek.com
https://boardgamegeek.com/boardgame/182028/through-ages-new-story-civilization

Czech Games Edition
http://www.czechgames.com
Posted by Mounted Clo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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