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피해 없는 추적 성공

화요일 이른 아침이었습니다. 부산에 다가오는 태풍을 피해 서면에서 광주로 가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광주에 도착했을 때가 오전 10시 정도 됐을 겁니다. 제 아이패드를 습득하신 분과 오후 3시에 만나기로 했고, 시간 여유가 있어서 터미널 근처에서 숙소를 잡고 (?) 아침잠을 자기로 했습니다.

오후 2시 반 넘어서 나갈 채비를 했습니다. 전화를 걸어 보니 만나기로 한 분은 이미 터미널에 와 계시다고 하셨습니다.

터미널에 있는 롯X리X에 그분이 와 계셨습니다. 20대 정도 돼 보이는 청년이셨는데요. 이분과의 짧은 대화를 통해 제가 아이패드를 어디에 흘렸는지 비로소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바닥에 떨궈서 아이패드에 상처가 많이 났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시트 옆에 끼어 있어서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습니다. ㅋㅋㅋ 저는 분실된 제 아이패드를 못 찾을 거라는 생각도 했었고, 주위에서도 찾을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했고요. 돌려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큰 사례금을 요구받을 거라는 생각도 했었는데, 제가 운이 좋았던 건지 그런 생각들은 다 빗나갔습니다. 제가 정말 감사해서 (그분이 요구하지는 않으셨지만) 그분께 사례금을 드렸습니다. 그분이 아이패드 비밀번호 누르고 켜 보라고 하셔서 바로 보여 드리고 제가 주인인 것을 인증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아이패드 추적은 잘 끝났네요. 휴 =3


어쨌든 저는 광주에 있었습니다. 떠난지 이틀만에 돌아온 건데요.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지자 또 놀고 싶은 마음이 동했습니다. 그래서 하나하나 님과 고구마 님께 연락을 해서 광주에 왔다는 걸 알려 드렸죠. 다행히 두 분 모두 시간이 되신다고 하셨습니다. 고구마 님이 먼저 오시기로 해서 저는 기다리는 동안에 식사를 하고 있기로 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새벽에 뭔가를 먹고 그 시각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았네요. 햄버거 세트를 다 먹고 나니 고구마 님이 도착하셨습니다. 택시를 타고 어딘가로 이동했습니다.

한 번화가에 도착했는데요. 좀 걸어가 보니 지하에 보드게임 카페가 있었습니다. 장식장엔 게임들이 상당히 많았고요. 테이블은 모두 방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대충 세어 보니 방이 9개 정도 되는 것 같았습니다.




하나하나 님을 기다리는 동안에 고구마 님과 둘이서 게임을 했습니다. 첫 번째로 한 건 고구마 님이 꺼내 오신 주사위 게임이었는데요. 아틀란다이스라는 제목의 게임이었습니다. 제목을 들어 보긴 했는데 할 줄 몰랐고요. 고구마 님도 모르는 게임이어서 룰북을 바로 읽으면서 플레이했습니다.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 아틀란티스 배경인 것 같았고요. 굴려진 주사위를 드래프팅으로 가져와서 유물들을 얻고 그걸로 중간에 점수계산 때에 점수를 챙기는 방식이었습니다. 2인플이어서 좀 밍밍했는데 인원이 더 많으면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그 다음엔 고구마 님이 가져오신 2인 게임을 했는데요. 카드 그림을 보니 무척 반가운 게임이었습니다. 안양 모임에서 리볼버 1.0을 몇 번 해 봤는데, 고구마 님이 가져오신 건 리볼버 2.0이더라고요! 2.0에서는 성격이 조금 바뀌어서 갱단들이 마을에 쳐들어오고, 보안관들이 막는 내용이었습니다.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보안관 쪽에 증원이 있었고, 갱단 쪽에는 비용을 내서 카드 보충을 받더군요. 갱단 쪽에는 개틀링 건이라는 필살기가 있었는데요. 탄약이 그려진 카드를 소비하면 킬 수가 팍팍 올라가는 것이었습니다. 게임의 시작 시에 두 경로 중 어느 쪽으로 할지 포커로 선택하는 게 있는데요. 보안관 쪽에는 모든 것을 이기는 치팅 카드가 있고, 갱단 쪽에는 그걸 잡아내는 카드가 있었습니다. 왠지 타짜 드립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ㅋㅋ



천하의 고구마가 줄기가 왜 이렇게 길어?!


사실은 리볼버 2.0을 끝내기 전에 하나하나 님이 오셔서 저녁식사를 하러 나갔습니다. 평소에 하나하나 님이 시간 내시기가 매우 어렵지만 간만에 메소드 연기로 대탈주를 하셔서 가능했다고...;;; 고구마 님이 오래된 식당으로 데려 가셨습니다. 이 가게도 몇 십 년 된 곳이라고 하더라고요. 볶음밥이 주메뉴인데요. 굉장히 특이했습니다. 볶음밥이 나오긴 하는데, 고추장처럼 보이는 것과 같이 나오고요. 그걸 넣고 비벼 먹습니다. 볶음밥과 비빔밥의 하이브리드! 하나하나 님은 옛날 스타일의 돈가스를 시키셨습니다. 아이패드를 잃어 버렸다가 되찾으니 이런 사소한 사진을 찍는 것도 행복인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ㅠㅠ 그리고 같이 먹을 잡채를 시켰는데요. 이건 음... 닭 없는 찜닭 느낌... ㅎㅎㅎ





다시 보드게임 카페로 돌아와서 게임을 했습니다. 한쪽 방에는 빡빡한 게임들이 숨겨져 있었고요. 곳곳에 게임들이 있었습니다.




고구마 님과 하나하나 님, 그리고 저까지 셋이서 아줄을 먼저 했고요. 제가 안양에서 아줄을 몇 번 했는데, 룰북을 대충 읽고 해서 에러플을 해 왔던 것 같습니다. 광주에서 아줄을 이제서야 제대로 배워볼 수 있었네요. ㅋㅋ



그리고 며칠 전에 끝을 못 봤던 타노스 라이징의 엔딩을 봤습니다. 모으다 보니 고구마 님은 순혈 어벤져스, 저는 순혈 가오갤이었는데, 하나하나 님은 잡탕 동물 (로켓 라쿤)과 식물 (그루트)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종들이 섞인 현재의 디즈니를 보는 것 같은...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서 마지막 게임으로 네이션즈 다이스 + 확장을 했습니다. 정말 타이트한 승부였습니다. 갓게임이네요. ㅋㅋ



보드게임 카페가 문을 닫을 때까지 게임을 즐겼고요. 두 분이 카페 직원 분들과도 친분이 있으셨습니다. 그래서 같이 퇴근하면서 (?) 얘기도 나눴고요. 이날 같이 얘기했던 직원 분이 본 모습을 숨기고 계신 엄청난 분이라고 하셨는데 말이죠... 아무튼 저는 아직 휴가가 하루 더 있어서 다음 날 안양으로 떠나지 않으면 다시 연락을 드린다고 하면서 작별 아닌 것 같은 작별을 했습니다. ㅎㅎㅎ




자~~~~ 다음 날이 되었습니다. 며칠 만에 편하게 꿀잠을 잤습니다. 에어컨을 켜고 자다가 새벽에 추워서 껐는데, 아침이 되니 벌써부터 더웠습니다. 고구마 님께 연락을 드렸더니 시간이 되신다고 하셔서 같이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어제처럼 충장로에서 일정을 시작했죠. 고구마 님과 한 모밀집에 갔는데, 손님들로 꽉 차 있었습니다. 내년이면 60년 되는 가게더라고요. (환갑 ㅎㄷㄷ) 여기 모밀은 특이하게 면을 국물에 찍어 먹는 게 아니고 반대로 국물을 면에 부어 먹습니다. (찍먹이 아닌 부먹!) 만두도 곁들여서 냠냠. ㅎㅎ



그리고 나서 다시 어제 그 보드게임 카페로 갔습니다. 어제 그 직원 분의 여자친구 분이 오셔서 저희가 놀아 드리기로 했습니다. 고구마 님 말씀에 의하면, 그 직원 분이 광주에서 보드게임 조상님 (?)이라고요. ㅎㅎ 아이돌 같은 외모와는 다르게 성골 워게이머이셔서 집에 가면 워게임밖에 없고 시간 날 때마다 워게임 매뉴얼을 읽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워게이머 분들은 당장 광주로 가세요! 메모와는 금지 금지~ 여자친구 분과 아줄, 다섯 개의 오이, 크베들린부르크의 돌팔이 약장수, 미친 왕 루트비히의 성, 슬리핑 퀸즈도 하면서 워게이머 남자친구를 둔 설움 (?)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재미있는 게임들은 안 가르쳐 주고... 여자친구 분이 보드게임 초보이셨지만 이해를 잘 하셔서 같이 재미있게 했네요. ㅎㅎ



타이 브레이커 찾아 보지 말고 무승부로 하지 않을래...?




워게이머의 여자친구 분이 머리 아파하시길래 고구마 님이 간단한 게임을 골라 오셨습니다. 제가 그림을 잘 그린다고 그렸는데, 이걸 못 맞추신다고요?! ㅋㅋㅋ


이게 토끼라고요?! ㅠㅠ 혹시 토르세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데드 맨스 드로우라는 정말 뽑기 게임을 했습니다. 크니치아 박사의 벼룩 서커스라는 게임과 비슷했는데, 각 카드마다 능력이 발동되는 게 달랐네요.



그리고 나서 고구마 님과 저녁식사를 하러 나갔습니다. 외국인이 경영하는 레스토랑인데요. 정말 외국 갬성이 느껴지는 가게였습니다. 햄버거 하나 시켰는데, 선택하는 게 많더라고요. 미쿡 못 가 본 저로서는 넘나 당황스러웠습니다. ㅠㅠ

음식 주문하기 영어판 2인플...;;;




다시 와야 할 이유가 생겼다...


식사를 마치고 보드게임 카페로 돌아와서 미드가르드의 챔피언들을 했습니다. 저는 안양 모임에서 한 번 해 봤던 기억이 있는데, 고구마 님이 하고 싶어 하셔서 이걸 하기로 했습니다. 카페에 다른 게이머 한 분이 오신다고 하셔서 카페 직원 분까지 네 명이서 했습니다. 나중에 오신 게이머 분이 이 게임을 여러 번 해 보셨다고 하셨고 초반부터 점수가 높으시길래 견제를 받으실 분위기였습니다. 제가 마지막에 트롤을 잡아서 제 비난 토큰 1개를 그분께 넘겨 드렸더니 그걸로 승패가 갈렸습니다. 워게이머 직원 분이 1등을... (이분 우리한테서 설명 다 안 듣고 하셨는데도... ㅎㄷㄷ)



9시가 넘어서 고구마 님이 시간 압박을 받으셨습니다. 그래서 간단하게 할 게임을 골랐는데요. 다수의 선택에 의해 두 도시 사이에서를. 이것도 정말 오랜만에 하네요. 제 양 옆으로 고득점 도시가 만들어졌는데, 제 옆에 앉으신 매니저 님 (?)이 최종 승자가 되셨습니다. 저는 2등 했으니 그냥 선방한 걸로.



고구마 님과 저는 가게에서 나왔고 남은 세 분이서 브라스를 하신다고 하셨던 것 같았습니다. 고구마 님이 버스를 타실 부근까지 같이 걷다가 작별인사를 나눴습니다. 저는 시간이 늦어서 하루 더 묵고 아침에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숙소를 찾으러 돌아다니다가 24시간 하는 고깃집이 제 눈에 들어와서 숙소에서 여수편 후기를 쓰는 내내 눈 앞에 고기가 아른아른거렸습니다. ㅠㅠ 하지만 졸려서 후기 다 쓰고 일단 잠을 잤습니다.




일어나서 체크아웃을 하고 결국 고기를 먹으로 갔습니다. 아침 9시도 안 됐는데. ㅋㅋ 먹고 싶은 걸 먹으니 속이 시원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길고 길었던 남부지역 순회방문 시즌4가 끝났습니다. 다녀와서 제대로 쉬지 못 해서 그런지 냉방병 때문인지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습니다만 좋은 추억을 만든 소중한 시간이었네요. ㅎㅎ 이번 기회로 만나뵌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요. 다음에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후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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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 과외

아침식사를 마치고 하나하나 님, 고구마 님과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원래 계획이라면 여기에서 바로 일정을 마쳤어야 했는데요. 지난 번 김해편의 끝부분을 보신 분은 아시겠습니다만, 학원 선생님이 반지 전쟁을 배우시기 위해 어렵게 만드신 시간을 못 쓰셔서 제 마음이 여간 쓰였던 게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토토로 님께 말씀을 드려서 그 학원 선생님이 일요일에 시간이 있으시면 다시 김해로 가겠다고 약속을 했었습니다. 다행인지 일요일에 제가 하는 모임에 모일 사람도 없어서 그 결정은 어렵지 않게 내릴 수 있었습니다. 결국 광주에서도 잠을 못 자고 바로 부산 사상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잠에서 깨어나니 부산에 도착한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손에 허전했습니다. 어?! 내 아이패드...;;; 분명히 버스에 올랐을 때에 손에 들고 있었던 기억이 있는데...? 가방을 뒤져 보고 주변 바닥을 살펴 보아도 흔적이 없었습니다. 건너편 자리에 있는 학생들, 뒷자리에 있는 외국인들... 제가 자는 사이에 다른 승객이 훔쳐갔을까요? 버스에서 가장 나중에 내리면서 버스 바닥을 훑어 봤지만 제 아이패드는 없었습니다. 예전에 대구에서 히미끼 님이 미역패드 (?)를 잃어 버리셨다가 금새 찾으셨던 기억이 있는데 제 아이패드도 찾을 수 있겠죠? 버스에서 내리고 분실물 보관소를 찾으려고 했으나 찾기가 너무나 어려웠습니다. 결국 버스 차고지로 갔는데요. 날씨가 더웠을 뿐 아니라 제가 긴장을 너무나 한 나머지 온몸에 땀이 흘러내렸습니다. 큰 길을 건너서 호텔 건물을 돌아서 가는데 그 길이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차고지에 가서 기사 분으로 보이는 분께 사정을 설명 드리고 버스 안을 다시 한 번 살펴 봤는데요. 버스 기사 분들이 모여 계시는 휴게실까지 가서 얘기해 봤지만 분실물은 나오지 않았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CCTV를 볼 수 있냐고 여쭤 봤더니 광주에 있는 버스회사에 얘길 해 봐야 한다는군요. 전화로 버스회사와 통화해 봤는데 경찰에 분실신고를 먼저 하고 경찰의 입회 하에만 CCTV를 보여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제 머리 속이 복잡해졌습니다. 버스 안에서 잃어 버린 게 확실하냐는 기사 분들의 연이은 질문에 확실했던 제 기억은 점점 흐릿해져 갔습니다. 만약 승객이 훔쳐간 게 아니라면, 만약 버스에 타기 전에 다른 곳에서 잃어 버렸다면...?

부산에 제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지만 아이패드를 찾으러 돌아다니는 바람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어쩔 수 없이 김해로 가기 위해 경전철을 탔습니다. 익소모임 장소로 가는 40여 분 동안 생각을 하며 열을 식혔습니다. 마음이 어느 정도 차분히 가라앉았습니다. 최악의 경우라면 그냥 다시 사면 된다. 백업을 못 한 사진과 동영상이 좀 아깝긴 하지만...

원래 정오에 만나기로 했는데, 제가 약간 지각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모임 장소에서 학원 선생님이 세팅을 어느 정도 해 두시고 룰북을 읽고 계셨습니다. 인사를 다시 나누면서 제 아이패드에 대한 비보를 알려 드렸더니 광주 터미널에 전화를 넣어 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점심시간이어서 상담원과 연결할 수 없어 오후 1시가 넘으면 다시 전화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반지 전쟁에 대한 긴 설명을 드렸습니다. 전화를 다시 해 보니 터미널에 접수된 분실물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조금 쉬었다가 반지를 시작하니까 다른 분들이 도착하시기 시작했습니다. 방명록도 써야 한다고 하셔서 뭔가를 써 드렸고요. ㅎㅎ 학원 선생님과 반지 전쟁 한 판이 이어졌습니다. 이날 제가 며칠 잠을 제대로 못 잤을 뿐 아니라 아이패드를 잃어 버린 것 때문에 정신도 없었고, 아카이브 님까지 연속으로 총 세 게임을 했기 때문에 기억이 정확하지 않습니다. 머리 속에서 섞였을 거예요. 저와 같이 하셨던 분들이 나중에 댓글로 게임 상황 설명을 해 주시면 좋겠네요. 학원 선생님이 좀 더 쉽게 접근하시도록 암흑군단을 드렸고 제가 자유민족을 했습니다. 초반에 주사위 수는 적지만 원정대를 꾸준하게 진행시켰을 겁니다. 헬름의 협곡과 미나스 티리스가 초반에 쉽게 뚫렸지만 로한의 에도라스에 한 방 병력이 모여 있었기 때문에 중후반에 게임을 뒤집을 힘은 있었습니다. 중반 즈음에 모인 그 병력으로 모르도르를 뚫을 수 있는 각이 보여서 원정대 진행을 포기하고 태세를 전환했습니다. 에도라스를 내 드리고 미나스 모르굴을 돌파하고 더 전진시켜서 바랏두르까지 점령해 버렸습니다. 그 상태로 턴의 종료 시까지 버티면 승리하는데, 암흑군단의 남은 행동 주사위로 제 점수를 깎을 방법이 없어서 이대로 게임이 끝나게 되었습니다.



학원 선생님께서 오후 5-6시까지 시간이 가능하다고 하셔서 한 게임을 더 했습니다. (반지 전쟁은 이렇게 라이트한 게임이죠.) 진영은 그대로 했고요. 이번에도 원정대를 꾸준하게 진행시키면서 미나스 티리스를 버리고 뛰어나온 곤도르군으로 모르도르 주위를 돌아다니며 신경쓰이게 했습니다. 이전 게임에서 한 번 당하셨기 때문에 분명히 방어하느라 행동을 사용하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여차하면 제가 모르도르를 또 뚫어도 되고요. 그 사이에 원정대가 모르도르 트랙에 올라갔습니다. 타락 점수가 높아서 아슬아슬했는데요. 모르도르 트랙 위에서 사건 카드로 타락 점수 1점을 낮춘 덕분에 타락 점수 11점으로 겨우겨우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휴 =3



그리고 나서 옆에서 구경하시던 아카이브 님과 반지 전쟁 한 게임을 했습니다. 아카이브 님이 초반부터 쉽게 점령하셨는데요. 중후반에 제가 엔트 사건 카드로 사루만을 죽이면서 암흑군단의 기세가 꺾이면서 제가 흐름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하루에 세 게임을 했더니 이때에 제가 뭘로 이겼는지 기억이 안 나네요. ㅠㅠ 아무튼 같이 하시고 나니까 아카이브 님도 룰도 어느 정도 잡으셔서 다른 분들과 설명 없이 반지 전쟁을 할 수 있게 되신 듯했습니다.

저녁식사 시간이 돼서 아카이브 님과 둘이서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광주에서 아침 먹고 식사를 못 했네요. 아이패드를 잃어 버린 것 때문에 밥 생각이 안 나긴 했죠. 쇼핑몰에서 약간 걸어가니 길 건너편에 한 분식점이 있었습니다. 손님으로 꽉 차서 북적댔습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좋은 가게였습니다. 각자 밥 하나, 그리고 같이 먹을 작은 가마솥에 나오는 떡볶이를 시켜서 먹었습니다.

모임 장소로 돌아와서 다른 분들과 같이 게임을 했습니다. Skull 스컬인가 하는 게임을 했고요. 예전에 해 봤던 게임인데 제가 슬슬 졸음이 오기 시작해서 룰을 다시 듣고도 이해하는데 어려웠습니다. ㅠㅠ 그 다음에 제가 가져간 타노스 라이징을 했는데요. 처음에 가장 빡센 블랙 오더 멤버인 컬 옵시디언이 깔려서 버티질 못 했습니다. 너무나 일찍 끝나서 (자~~~~ 이 판 무효~~~~) 다시 한 게임 하기로 했는데, 이번에도 귀신 같이 컬 옵시디언이 나와서 또 광속으로 끝났습니다. ㅠㅠ

옆 테이블에서는 한 외국인이 가이아 프로젝트를 한 게임 끝내고 콜비 님과 둘이서 자작 게임을 플레이테스트하고 있었습니다. 아카이브 님에게서 들은 건데 그 외국인이 "Garbage Day 쓰레기 수거일"이라는 덱스터리 게임을 만든 디자이너라고 합니다. 그 게임 디자이너가 우리나라에 있을 줄 몰랐네요. ㅋㅋ

제가 너무 피곤해서 게임을 더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마침 다시 부산으로 가시는 아카이브 님의 차를 얻어 타고 다시 사상으로 갔습니다. 사상 터미널에 분실물이 접수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김해 모임에 있는 동안에 특히 아카이브 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차도 두 번이나 태워다 주시고 이날 저녁식사도 사 주셨고요. 정말 감사합니다. ^^






사상 근처에서 숙소를 잡고 일단 잠을 자기로 했습니다. 일주일 넘게 제대로 쉬지 못해서 심신이 못 버티겠더라고요. 잠을 잤는데 마음이 불안하니 오래 못 자겠더군요. 자다가 깨고를 몇 번 반복하다가 아침에 체크아웃했습니다. 근처 PC방에 가서 아이패드를 찾을 방법을 검색해 봤습니다. iCloud에 내 아이패드 찾기라는 서비스가 있고, 그걸로 최근 위치를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전날 학원 선생님께 확인하고 이날 하나하나 님께 확인했는데, 제가 광주 터미널 안에서 카톡을 보낸 기록이 있어서 버스에 오른 이후에 잃어 버린 게 확실해 졌습니다. 광주 터미널에서 화장실에 들르긴 했지만 카톡을 그 이후에 드렸고, 그 이후에 곧바로 버스에 올랐거든요. 제 추론으로 범위를 굉장히 많이 좁혔습니다. 버스 안에서 없어진 게 맞습니다. iCloud에 들어가서 일단 분실 모드를 걸어서 경보음이 계속 울리게 했고, 연락받을 전화번호도 뜨게 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한 반지를 추적하는 사우론처럼 계속 모니터링하기 시작했습니다. ㅋ 계속 오프라인으로 표시되길래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서 점심식사를 하러 밖으로 나갔습니다.

저녁 때에 월풍 님과 약속이 있어서 그 근처로 미리 가 있기로 했습니다. 서면 역에서 내리고 근처 시장에 가서 등심짬뽕 한 그릇과 군만두를 먹고 카페에서 음료 좀 마시면서 더위를 식혔습니다.

근데 왠지 모르게 다시 PC방에 가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어렵게 한 곳을 찾아서 다시 iCloud를 켰는데... 어?! 위치 확인은 안 되는데 제 아이패드가 온라인 상태로 바뀐 겁니다. 그러면 알람이 울리고 연락받을 번호가 뜨고 있는 거라는 얘긴데요! 이제는 뽑기 싸움이었습니다. 좋은 분이 주우셔서 제게 돌려줄지, 아니면 나쁜 놈이 먹고 튈지... ㅠㅠ 저는 운이 좋았습니다. 얼마 있다가 제 아이패드를 습득하신 분과 연락이 연락이 됐거든요. 택배로 보내 주겠다고 하셨는데 배송 중에 파손될 위험이 있고, 돌려 주시는 분께 얼굴 뵙고 사례를 하는 게 예의인 듯해서 제가 광주로 다시 가겠다고 전화로 말씀을 드렸습니다. 제 아이패드가 다시 돌아오겠군요! 여행 중에 찍은 사진, 동영상과 함께요! ㅠㅠ




설레는 마음으로 월풍 님과 만날 별빛바다 아지트로 향했습니다. 서면 역에서 좀 걸어가야 하더라고요. 날씨는 더웠지만 마음이 편해졌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걸어갔습니다. 약속 시간까지 한 시간 가까이 남아서 쇼핑몰 내부를 구경했습니다. 상권이 많이 죽어서 입점한 가게들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한 바퀴 돌다가 별빛바다 아지트를 못 찾아서 두 번째 바퀴 째에 겨우 찾았습니다.

오후 7시가 되자 한 건장한 남자 분이 아지트를 여셨고, 곧 다른 남자 분도 아지트로 들어가셨습니다. 몇 분 뒤에 월풍 님이 멀리서 걸어 오시는 게 보여서 인사를 나눴습니다. 월풍 님과 같이 별빛바다 아지트에 들어갔습니다. 안에 큰 테이블 4개가 있었고 벽에 게임 장식장이 있었습니다. 나머지 두 분과도 인사를 나누고 월풍 님이 가져오신 반지의 전쟁 영어판을 세팅했습니다. 월풍 님이 반지의 전쟁을 해 보긴 하셔서 그 두 분이 플레이하시고, 월풍 님과 저는 옆에서 관전하는 걸로 했습니다. 설명이 끝나니까 8시가 넘었고, 게임을 시작하면 또 한 분이 오시는 밤 10시까지 끝낼 수 없을 것 같아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첫 플레이하면 3시간은 잡아야 하니까요. 일단은 하는 데까지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아지트에 두 번째로 오신 분이 게임을 어느 정도 해 보셨는지 가늠할 수 없어서 이것저것 여쭤 봤는데, 워게이머이시더라고요. 제가 괜한 걱정을... ^^;;; 10시에 오신 분은 굉장히 밝은 표정과 말투의 TRPG 게이머이셨는데요. TRPG의 뿌리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반지의 제왕이니까 세계관은 잘 아실 것 같았습니다. 본인은 톨키니스트는 아니라고 하셨지만 월풍 님과 두 분이서 몇 마디 얘기 나누시더니 반지의 전쟁 룰을 빠르게 익히고 계셨습니다. 피곤하셔서 먼저 가신다고 하셨는데 저한테 룰 설명은 듣지 않으셨지만 거의 반 정도는 이해하고 가신 듯했습니다. (무서워...)

아무튼 건장한 남자 회원 분의 자유민족이 한 반지를 퐁당 빠뜨리면서 워게이머 분에게서 승리하셨습니다. 그 다음에 월풍 님이 개발 중이신 보드게임을 해 봤는데요. 제가 설명듣는 도중에 많이 졸아서 포인트를 못 잡고 엉망으로 했던 것 같습니다. ㅠㅠ 나중에 출시되면 좋은 반응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작가 싸인해 주시나요? ㅋㅋ)

새벽 4시 즈음에 모임이 끝났는데요. 숙소를 잡고 쉴까 하다가 아이패드를 찾을 생각에 설레서 잠도 안 오고 부산으로 태풍이 올라오고 있어서 PC방에서 잠깐 시간을 때우다가 아침 일찍 광주로 떠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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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팡맨

여수에 티츄에 이은 무언가 (?)를 하나 더 심고 저는 광주로 향했습니다. 같이 나온 분들의 차를 얻어 타고 어딘가에서 내렸습니다. 주위를 잘 살펴 보니 예전에 부산으로 갈 때 버스를 탔던 그곳이더라고요. 여수에서 광주까지 거리는 그리 멀지 않습니다. 그 말은 버스 안에서 오래는 못 잔다는 뜻... ㅠㅠ

그리고 곧 광주에 도착했습니다. 원래는 밤 늦은 시간부터 시간이 가능하신 하나하나 님만 만나기로 되어 있었는데요. 마안성 님이 반지 전쟁을 배우고 싶다고 신청하셔서 하나하나 님과 만나는 시간 전까지 반지를 알려 드리기로 했습니다. 4년 전에는 상무지구에서 모이는 모임에 들렀는데, 이번에는 하나하나 님이 약속장소를 전남대 앞으로 잡으셨습니다. 제가 광주 지리를 몰라서 이번에도 택시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날씨도 덥고 짐도 있었을 뿐아니라 다른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마안성 님과 만나기로 한 오후 6시까지 못 갈 것 같아서요.

전남대 후문 쪽에 있는 한 룸 카페에 도착했습니다. 여러 층으로 된 이곳에서는 공부뿐만 아니라 보드게임을 하는 사람들도 보였습니다.



마안성 님을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반지 전쟁 세팅에 들어갔습니다. 맵을 놓고, 카드 덱을 섞고, 피규어들을 놓고, 각종 카운터와 토큰들을 놓고요. 약 60분이 걸리는 설명을 시작했죠. 아마도 설명의 1/3 정도 하고 있을 때 즈음에 한 여자 분이 제 뒤에서 나타나더니
"혹시 skeil 님이세요?"
"네..."
"제가 하나하나예요!"
라고 인사를 하셨습니다. 저는 두 가지 이유 때문에 말문이 탁 막혔는데요. 첫 번째는 하나하나 님이 제게 알려 주신 약속 시간보다 한 네 시간은 일찍 나타나셔서 그런 것이었고요. 두 번째는 많은 분들이 눈치채셨겠지만, 제가 하나하나 님이 여자 분인 줄 미리 알지 못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굳이 성별, 나이 등을 미리 여쭙거나 그러지는 않거든요.) 저뿐만 아니라 마안성 님도 좀 당황하셔서 화면이 정지된 느낌이었습니다만 하나하나 님이 다른 테이블에서 놀다가 나중에 온다고 하셨습니다.

마안성 님에게 설명을 드리고 잠시 쉬고 본 게임에 들어갔습니다. 전투 때에 주사위 운이 잘 따라서 마안성 님이 곤도르와 로리엔을 쭉쭉 잘 미셨지만 제가 그냥 당하지는 않죠~ ㅎㅎ 잘 모은 로한의 기병 군대로 역러시를 해서 헬름의 협곡을 탈환하고 오르상크를 압박했습니다. 그 사이에 반지 운반자들은 모르도르에 도착했죠. 타락 관리를 좀 잘 해 둔 덕분에, 그리고 마안성 님이 "0" 타일을 뽑아주신 덕분에 손쉽게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



마안성 님은 모임에서 활동하시는 건 아니고 지인들과 게임을 하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반지 전쟁은 지인들과 하실 만한 게임이 아닌데...;;;) 게임의 테마 때문에 입문하시거나 구입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다고 알고 있습니다. 최근 테마틱 게임들은 규칙이 정교하고 잘 다듬어져 있어서 룰 공부가 좀 필요한데요. 그 중에서도 반지 전쟁은 규칙의 양이 많기로 소문이 나 있거든요. 마안성 님 주변에도 반지 전쟁에 관심을 가지는 분이 나타나서 반지 전쟁을 즐겁게 플레이하시길 바랍니다. 같이 할 짝을 못 찾으시면 게임에 먼지만 쌓일 수도... ㅠㅠ

마안성 님과 게임이 끝나고 하나하나 님, 그리고 하나하나 님과 같이 오신 go9ma32 (이하 고구마) 님이 오셨습니다. 넷이서 게임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안성 님이 먼저 가셔야 한다고 해서 세 명이 남게 되었습니다. 제가 광주에 오게 된 이유들 중 하나는 Hunt for the Ring 반지를 위한 추적을 배우기 위함이었습니다! 제가 이 게임을 구입하고, 디자이너 아저씨에게서 파일을 받고도 오랫동안 번역을 쉴 수밖에 없었는데요. 반지를 위한 추적이 화이트채플에서 온 편지를 기반으로 만든 게임이지만 제가 화이트채플을 불과 열흘 전에 배워서 번역이 막힐 수밖에 없었거든요. ㅠㅠ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서 일부러 화이트채플도 배웠고, 또 일부러 광주까지 와서 반지를 위한 추적을 배우기로 한 겁니다. 반지를 위한 추적은 제1부와 제2부로 나뉩니다. 제1부는 샤이어에서 떠난 프로도가 브리까지 가는 여정을, 제2부는 브리에서 리븐델로 떠난 프로도를 돕기 위해 간달프가 나즈굴의 어그로를 끄는 것을 다룹니다. 큰 틀에서는 그 둘이 같지만 또 다릅니다.

고구마 님이 설명을 해 주셨고요. 바로 게임에 들어갔습니다. 어쩌다 보니 제가 프로도를 맡고, 두 분이 나즈굴을 맡았습니다. 나즈굴 넷을 피해서 프로도를 빙글빙글 잘 돌렸는데요. 화이트채플과 다르게 프로도가 잡히면 끝나는 건 아니고, 프로도를 둘러싸고 타락 타일을 뽑아서 프로도를 두드려 패는 게임이었습니다. 타락 타일이 뽑힐 때에 고기 방패 동료를 던져서 막는 게 반지 전쟁과 비슷하더라고요. ㅎㅎ



어찌어찌해서 무사히 프로도를 브리까지 보내서 제1부가 끝났습니다. 맵을 뒤집고 제2부에 들어갔는데요. 제가 얕본 탓인지 간달프를 프로도와 떨어뜨려 놨더니 나즈굴이 매우 빠르게 프로도에게 다가와서 두들겨 패기 시작했습니다. 간달프가 와서 나즈굴을 쫓아내야 했는데 말이죠. 게임이 금방 끝나 버리고 말았습니다. ㅠㅠ



그리고 나서 무슨 게임을 할까 고민하다가 확장을 다 넣고 반지 전쟁을 하기로 했습니다. 두 분 말씀 듣고 깜짝 놀랐던 게 두 번째 확장은 아는데 첫 번째 확장은 모르신다는 거였습니다. 두 번째 확장이 첫 번째 확장보다 훨씬 더 어려운데 이 두 분은 반대네요. 룰 확인 차 가볍게 하다가 접는 게 원래 계획이었습니다만 하다 보니 끝까지 다 하게 되었습니다. 두 분도 반지 전쟁 룰을 제대로 하는 사람과 게임 하는 게 거의 처음이라고 하셨던 것 같은... (저도 이걸 독학으로 깨우친 사람과 하는 게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ㅋㅋ) 결과는 제가 반지-운반자들을 타락시켜서 승리했습니다. 새벽 1시 5분 즈음 시작했는데, 정확히 2시간만에 끝냈네요!



그 다음엔 제가 가져간 게임들을 했습니다. 디즈니 뽕에 취하게 할 빌러너스를 먼저 알려 드렸습니다. 진주편에서도 얘기했지만, 제가 이거 한글화 자료 만드느라 체력을 끌어다 써서 제가 휴가 기간에 제 컨디션일 수가 없었습니다. ㅠㅠ 대신에 한글화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고구마 님은 TCG를 해 보셔서 그런지 금방 적응하시더라고요. 막판에 다들 승리 조건에 거의 다 달성한 채로 한 턴 싸움이었는데요. 하나하나 님이 이기셨던 것 같네요.



새벽 5시가 다 된 시각에 다음 게임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가져간 타노스 라이징을요. 설명하고 플레이하다 보니 카페가 문닫을 시간이 되어서 끝을 보지 못 하고 나왔습니다. ㅠㅠ



예정보다 일찍 카페에서 나와서 셋이 같이 아침식사 (?)를 하기로 했습니다. 24시간 하는 음식점으로 가는 도중에 하나하나 님이 예전에 어떤 사람이 광주 모임 둘을 헷갈려서 잘못 언급해서 문제가 있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게 접니다... ㅠㅠ) 4년이 지난 지금도 광주 게이머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걸 보면 큰 문제이긴 했나 봅니다. 예매한 버스 시간에 가까워질 때까지 국밥집에서 식사를 하면서 두 분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보드라이프에서, 광주에서 반지 전쟁 설명회를 한다는 글을 몇 번 본 적이 있습니다. 제가 그 글 작성자 분 (= 하나하나 님)에게 반지 전쟁을 알려 드린 적이 없어서 아마도 독학으로 깨우치신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언제 시간 되면 광주에 들러서 룰 좀 잡아 드려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번 남부지역 순회방문을 앞두고 가장 먼저 잡은 일정이 광주에서 하나하나 님을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며칠 전에는 하나하나 님이 영화 "반지의 제왕" 제1부에 맞춰 글을 쓰신 게 베스트 글에도 올랐죠. (베스트 글에 오를 걸 예상 못 해서 매우 당황하셨다고...) 이거 왠지 광주의 낯선 여인에게서 곰팡맨 님의 향기 곰팡내?를 느낀 듯한...;;;

저는 4년 전에 알게 된 곰팡맨 님, 이날 알게 된 하나하나 님은 여느 여성 보드게이머들과 어딘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두 분을 그냥 게이머가 아니라 컨텐츠 제작자로 받아들인 것 같아요. 하나하나 님이 현재 시간 내기 어려우셔서 많은 활동을 못 하시지만 환경이 달라진다면 더 많은 활동을 하시겠죠. 거리가 좀 멀긴 하지만, 하나하나 님과 곰팡맨 님 사이에 교류가 생기면 재미있는 것들을 만들어 내시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해 봤습니다. ㅎㅎ


원래대로라면 제 여정은 이날 여기에서 끝나야 했습니다만 남은 과제가 있어서 김해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그리고 김해로 가는 김에 다른 일도 같이 하려고 했는데요. 부산으로 가면서 제 계획에 없던 어떤 큰 사건이 발생하면서 후기를 몇 편 더 쓰게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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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익점

많은 분들의 응원과 걱정 덕분인지, 제 아이패드를 무사히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안에 있던 사진과 동영상이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번 후기에도 정상적으로 사진을 올릴 수 있게 되었네요. 이와 관련된 뒷얘기는 제6화에서 풀도록 하겠습니다. ㅎㅎ


약 3일간 머물렀던 부산을 뒤로 하고, 서면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버스터미널이 있는 노포 역까지 가야 했는데요. 오후 2시 50분에 여수로 가는 버스를 타기에 시간이 정말 간당간당했습니다. 못 타면 다음 차를 타면 되긴 한데, 일단 제가 약속한 시각이 오후 6시까지였거든요. 서면에서 노포까지 역이 좀 있었는데 제 예상보다 시간이 적게 걸렸습니다. 노포 역에 2시 40분 즈음에 도착했을 겁니다. 지하철 역에서 버스터미널까지 걸어서 몇 분 안 걸려서 늦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탈 버스는 여수행이지만 저는 여수보다 전인 여천에서 내려야 합니다. 버스에서 깜빡 졸다가는 더 먼 여수까지 가야 하니 알람을 맞춰 놓고 눈을 붙이기로 했죠.

여천에는 터미널이 있긴 한데 굉장히 작은 미니 터미널 (?)이 있습니다. 기사님이 큰 소리로 여천 내리라고 말씀해 주시기 때문에 깨어 있다면 제때 내리는 건 어렵지 않죠. 여천에서 내렸는데요. 예전에 모임을 열던 천사 다방은 이제 없어져서 여수모임 분들은 다른 카페에서 모인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돈을 아끼려면 걸어가든가 해야 하지만 모임 장소가 예전보다 더 멀어졌고 날씨도 덥고 저한테 가방이 세 개였기 때문에 그냥 택시를 타기로 했습니다. 택시 기사님에게 모임 장소로 사용하는 카페 이름을 말씀 드렸는데 모르시더라고요. 그래서 주소를 불러 드려서 위치를 아시도록 했습니다.

모임 장소인 카페 드 파리는 예쁜 색깔의 작은 카페였습니다. 안에 두세 테이블에서 보드게임을 하고 계셨는데요. 어디까지가 모임 분들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어딜 보나 보드게이머로 보이는 저를 다른 분들이 알아봐 주셨기 때문에 엇갈리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상당히 쭈뼛거리고 있었는데요. 카페 내부를 구경하면서 어색함을 녹이기로 했습니다. 제가 고양이를 상당히 좋아하는데, 카페 안에 작고 예쁜 고양이가 있더라고요. 모임 분에게 나중에 들었는데, 원래는 그 고양이가 길냥이였는데 카페 사장님이 지극정성으로 돌봐서 지금은 사람을 잘 따르고 좋아하는 개냥이가 되었다네요. 그래서 사람을 보면 도망가지 않고 다가와서 얼굴을 부빕니다.




카페 안에는 한쪽에 보드게임이 비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비보드게이머 손님들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여수보드게임모임 분들을 위한 사물함이 있었습니다. 여수보드게임모임을 줄임말로 "여보게"라고 부르시는 듯한데, 예전에 있던 책 제목이 생각나더라고요. '여보게, 저승갈 때 뭘 가지고 가지'라는...;;;




6시가 다 되어서 여보게 분들과 저녁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차를 타고 가시길래 좀 멀리 나가야 하나 싶었는데 더워서 그러신 거라고... (차 속은 더 뜨거웠습니다. ㅠㅠ) 잠깐 가니까 한 식당이 나왔습니다. (가게 이름이 생각나지 않네요...;;;) 저희는 총 6명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두 명씩 같은 메뉴를 시켰고, 같은 메뉴 시간 사람들끼리 붙어 앉았습니다. 제 앞은 분이
"안녕하세요? 저는 여보게 모임장, Edward Elric (이하 엘릭)이라고 합니다."
라고 자기소개를 하셔서 저도 어디 모임장이라고 붙여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살짝 왔어요. ㅋㅋ (제가 여행 다니는 건 그냥 한 개인으로서 활동하는 거라...) 식당 주인께서 혼자 운영하시는 가게였고, 저희가 음식을 세 가지나 시켰고, 여기가 전라도이다 보니 반찬 가지 수가 많아서 상을 가져오시는 데에 오래 걸리셨던 것 같습니다. 저희가 한 사람당 7,000-8,000원짜리 음식 시켰는데, 반찬 나오는 게 이정도입니다. (사진에서 잘렸지만 저 냄비 왼편으로 반찬이 두 가지 더 있었습니다.) 제가 밑반찬 많은 곳을 참 좋아합니다. 밑반찬만으로 한 공기 다 먹고 메인 요리로 또 한 공기 먹고 그런 식인데, 이날은 초면이라 제가 낯가림을 좀 했고 버스 타고 오느라 속이 아주 편한 상태가 아니어서 조금만 더 먹기로 했습니다. 저의 눈빛을 읽으셨는지 엘릭 님이 밥을 더 먹을 거냐고 물어 보셔서 더 먹겠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래서 한 공기를 사이좋게 나눠 먹었어요. (초면만 아니었으면 저 혼자서만 한 공기 더 먹었을 텐데... ㅠ)



식사를 마치고 다시 카페로 돌아갔습니다. 두 테이블로 나눴는데요. 제가 뻘쭘해 할까봐 그러셨는지, 제가 있는 쪽에 엘릭 님과 Gamer 님이 와 주셨습니다. 제가 빌러너스를 밀고 있는데, 엘릭 님도 가지고 계셔서 여보게에서 어느 정도 전파가 된 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져간 나머지 게임, 타노스 라이징을 선택했습니다. 이제는 마블 영화가 대중적이어서 세계관이나 캐릭터 설명을 따로 할 필요가 없어서 정말 편합니다. 그렇게 3인플로 했는데, 중반 즈음에 위기가 좀 있었지만 무난하게 클리어했습니다. 다른 테이블에서 하시던 분들이 오셔서 저희 쪽 게임 (사실은 타노스 피규어) 구경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나서 한 분 더 추가해서 네 명이서 간츠 숀 클레버인가 깐쇼 새우인가 아무튼 어려운 이름의 주사위 게임을 했습니다. 주사위빨X망 게임일 줄 알았는데, 살짝 깊이가 있는 게임이더라고요. 이날 처음 해 봤는데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칸 숀 클레버가 끝나고 다음 게임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이때 여보게 사물함 내부 구경을 좀 했고요. 게임 많이 가지고 계시더라고요. ㅎㄷㄷ 취향이 갈려서 게임을 못 고르고 있자 제가 반지 얘기를 꺼냈습니다. Gamer 님이 불안한 눈빛으로 새벽에 하자고 미루셨는데, 저는 정신력이 멀쩡한 지금 배워야 덜 졸리실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맞을 거면 (?) 먼저 맞아라...라는 생각으로...;;; 제 말에 묘하게 설득당한 Gamer 님과 보리 님, 그리고 시루 님이 반지 전쟁을 하시기로 결정하셨습니다.



긴 설명 전에 저는 화장실에 다녀왔습니다. 보리 님이 반지 전쟁을 가져오셨던 것 같은데요. 카드 슬리브만 씌우시고 안에 비닐도 안 뜯으신 상태였을 겁니다. 비닐을 뜯고 국가별로 피규어를 구분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아주 긴~~~~ 설명을 끝냈는데, 이때 시각이 밤 9시 53분이었습니다. 제 예상으로 새벽 1시가 넘어서 끝날 것 같았는데, 정말 그랬습니다. 새벽 2시 즈음에 끝나더라고요. 게임 하시는 동안에 Gamer 님이 너무나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시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셔서 더 안 하시겠다 싶었는데, 그건 저의 착각이었습니다. 끝나고 바로 한 게임 더 하시더군요.




반지 전쟁 두 번째 게임이 끝나자 새벽 4시 38분이었습니다. 두 번째 판은 2시간 반만에 끝내신 거였죠. 반지 전쟁은 이렇게 라이트합니다. 제가 가운데-땅의 미니 빌이라고 말하는 게 거짓말이 아닙니다. ㅎㅎ 네 명이 되자 티츄를 하자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티츄 정말 안 하는데요. 기록을 보니 제가 1년 11개월만에 티츄를 하게 된 거였습니다. 그런데 여보게 어느 분이 말씀하시기로는 여수에 티츄를 전파한 게 저라고 하시더라고요. 5년 전에 여수모임 분이 티츄 좀 알려 달라고 하셔서 제가 알려 드리고 가긴 했는데, 그 이후로 여수에서 엄청난 티츄 붐이 일었다고... (중국에 아편을 판 영국인이 된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여수 분들에게 뭔가 큰 사과를 해야 할 것 같은... ㅠㅠ 근데 제가 거의 2년만에 티츄를 하니까 처음에 몇 장 받는 건지도 잊어 버렸습니다. ㅋㅋ 제가 얼마나 심각했냐면 제 핸드에 폭탄이 있었는데 언제 써야 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서 못 썼어요. ㅋㅋㅋ 여러분도 약을 끊을 수 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제가 있는 팀이 이겼습니다. ^^;;;



티츄가 끝나고 방황하시길래 제가 농담반 진담반으로 반지 더 하라고 말씀 드렸는데, 정말 또 하셨습니다. 그거 끝나고 또 하셨습니다. 그러니까 그날 밤 사이에 반지가 네 번 돌아간 거죠...;;; 제가 목화 씨앗을 드린 줄 알았는데 대마 씨를 드렸네요. 허허허




반지가 끝날 때 즈음에 카페 사장님이 오셔서 놀라시더라고요. 밤새 게임 하실 줄 몰랐다면서요. 저도 밤새 반지 하시면서 밤새실 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고 점심식사를 하러 나갔습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차 안에서 쪄 죽을 뻔 했지만 근처에 있는 맛있는 돈가스집에 잘 도착했습니다. 저희가 앉고 나서 손님들이 우르르 들어왔습니다. 사이에 치즈가 들어간 맛난 돈가스였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카페로 돌아와서 게임을 또 했습니다. 어센션 하고, 도블도 하고, 오트리오라는 뭔가 교육용 게임 같은 것도 했네요. 광주에 오후 6시까지 가야 해서 거기까지만 하고 나와야 했습니다. 다행히 여수에서 광주로 가는 버스가 굉장히 자주 있어서 늦지는 않을 것 같았습니다.

맛있는 밥도 사 주시고, 밤새 반지를 재미있게 즐겨주신 여수보드게임모임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다음에 여수나 근처에 갈 일 있으면 또 들를게요. 그때까지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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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과 성숙 (feat. 영업 전쟁: 작은골맨 vs. 깊은골맨)

어제 멘탈이 부스러지는 일을 겪었습니다. 광주에서 부산으로 가는 길에 제 아이패드 미니를 잃어 버렸습니다. ㅠㅠ 4년 전에 히미끼 님과 대구에 들렀을 때에 버스터미널에서 모자도 잃어 버리셨다가 찾고, 지하철역에서 미역패드 (?)를 잃어 버리셨다가 찾고 하셨는데요. 제 미니도 잘 회수되길 바래야겠네요. ㅠㅠ


8월 1일 아침에 진주에서 출발해서 점심 때 즈음에 부산 사상에 도착했습니다. 다른 곳에 들르려고 이동했다가 다시 사상으로 돌아왔는데요. 사상에서 내려서 제 일정을 확인해 보니 수요일에 스머프2 님과 만나는 것과 토토로 님이 계시는 김해 익소모임에 가는 것이 겹쳐진 겁니다. 그래서 급하게 스머프2 님께 양해를 구하고 다음날에 들르겠다고 말씀을 드렸고요. 저는 부산에서 2시간 정도 여유시간을 벌고 김해로 가기 전에 어딘가로 향했습니다.

예전에 어디에서 보니까 부산의 미X빌 보드게임카페에서 스완 슬리브를 판매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부산 가는 김에 그거 사러 들러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죠. 사상에서 남포까지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남포에서 내려서 이동해 보니 길바닥에 몇몇 연예인 이름과 풋프린팅이 있더군요. 신기했습니다.

세올, 언 두 (작업취소 Ctrl + Z 양반)?


그리고 몇 분 뒤에 그 작은 마을 (?)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요. 제가 이곳에 오게 된 건 어쩌면 운명이었는지도... (응? 무슨 소리?)



들어가자마자 직원으로 보이는 여자 분에게 대뜸
"스완 슬리브 있나요?"
라고 여쭤 봤습니다. 한쪽에 걸려 있는 슬리브들을 보여 주셔서 저는 제가 원하는 크기가 있나 열심히 스캔을 했습니다. 생각보다 크기가 다양하지는 않아서 일단 주변 사람들에게 슬리브 살 거냐고 카톡으로 물어 보고 주문을 취합했습니다. 전날에 제 타노스 라이징과 고오오오오급 스완 플텍에 영업당하신 드렁큰히로 님이 몇 팩 원하신다고 하셔서 그걸 추가했고요. 몇 개 안 살 걸로 예상했던 직원 분이 제가 종이에 적어드린 어마어마한 양을 보시더니 바빠지기 시작하셨습니다. 제가 주문한 슬리브 양이 많아서 이날 택배로 보내기로 했고요.




그러던 중 저는 바로 옆에 있던 무언가를 발견하게 됐는데요.
'으아아아니, 이것은?!'



그렇습니다. 제가 들어오기 전부터 저 반지 전쟁이 놓여 있었던 겁니다. 위에서 두 번째 사진을 다시 한 번 잘 보시면 보입니다. ㅋㅋ 이제부터는 제가 태세전환을 하게 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리븐델 (깊은골)에서 온 사람인데요...

그 직원 분에게 가운데-땅의 최고의 워게임인 반지 전쟁을 개인용으로 구입한 건지 손님용으로 구입한 건지 여쭤 보고, 반지 전쟁 배워 보실 건지 여쭤 봤습니다. 아컴 시리즈도 좋아하셔서 이런 테마틱 게임을 좋아하신다고 하셨는데, 시간이 안 맞으셔서 이번엔 못 배우신다고 하시더군요. ㅠㅠ 이로써 이 영업 전쟁은 깊은골이 지고 작은골이 승리했다는...

이 다음엔 제가 김해로 가는 여정과 이어지고요.




부산으로 가시는 아카이브 님의 차를 얻어탔는데, 아카이브 님이 부산대 앞에 내려 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스머프2 님이 밤 12시 반까지 기다린다고 하셨는데, 도착시간이 이미 2시 반이 넘었을 겁니다. 그래서 숙소 잡아서 편히 자고 오후에 스머프2 님의 던전 (?)에 들르기로 했죠. 주변을 검색해 보니 이상하게 모텔이 하나도 안 보이는 겁니다. 가장 가까운 곳이 아파트 단지를 지날 때까지 꽤 걸어야 하더군요. 지도를 보니까 이해가 되긴 했습니다. 근처에 초등학교가 있더라고요. ^^;;; 아무튼 덥지만 걸어 가서 숙소를 잡고, 가는 길에 아파트 단지 건너편에 코인 런드리가 보여서 샤워만 대충하고 가서 땀을 많이 흘려서 냄새가 나는 빨래를 돌리고 말렸습니다. 열풍으로 말리니 뽀송뽀송해 기분이 좋았습니다.



약간 몸이 피곤한 느낌은 있었지만 머리는 맑았습니다. (위치 선언으로 타락 점수 1점이 낮아졌습니다.) 아침에 한 번 더 씻고 아침 겸 점심을 먹으러 나갔습니다. 부산 올 때마다 돼지국밥을 먹곤 합니다. 엄청 특이한 음식은 아니지만 부산을 대표하는 지역 음식이라 여기 저기서 먹어 보고 싶어서요. 이때가 막 점심 때였는데요. 벌써부터 더웠습니다. 그런데 제가 뜨겁고 매운 음식을 시켜서 제 온몸으로 육수를 뽑아내고 있었죠. ㅠㅠ



부산대에서 부산대 역까지 이어지는 길을 둘러 봤는데 날이 너무 더워서 그런지 사람들이 별로 없었습니다.

개인 미션: 반지를 더 (전파) 하라


저는 날씨를 버티질 못 하고 서른한 가지 맛의 아이스크림 가게에 앉아서 죽치고 앉아 있기로 했습니다. 진짜 너무 더워서 안 사 먹고 버틸 수가 없었습니다. ㅠㅠ 오후 3시가 가까워져서 슬슬 스머프2 님의 가게로 이동했습니다. 부산대로 올라가는 길에서 실수로 사진을 찍었는데 느낌이 좋아서 올려 봅니다. (여자 분을 찍으려고 한 게 아니라 카메라 앱을 켜다가 촬영 버튼이 저도 모르게 눌려서...)



오후 3시에 정확히 맞춰서 스머프2 님의 던전에 입장했습니다. 스머프2 님과 인사, 근황 얘기를 했습니다. 스머프2 님을 직접 만나 본 분들은 어느 정도 공감을 하시겠습니다만, 스머프2 님은 좀 별납니다. 유니크해요. ㅎㅎ 말씀도 많이 하시는 편이고요. 저도 유니크합니다. 지금엔 예전보다는 덜 합니다만, 말도 많고 많이 나서고 남들이 잘 안 하는 걸 궁금해 하고 직접 실행하는 편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가만히 있었으면 그냥 넘어갈 일을 괜히 크게 많들어서 욕을 먹기도 하고요. 스머프2 님과 근황 얘기를 하면서 동병상련이라고 느끼고 있었던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겠지만, 이런 사람들은 외로움을 많이 느끼고 심적으로 많이 힘듭니다. 비슷한 부류가 많지 않으니 어디다가 속내를 토로하기도 어렵고요. 그러다 보니 제가 부산에 올 일이 있을 때마다 스머프2 님을 꼭 뵈려고 했던 게 아닌가 싶네요. 서로 투 머치 토크를 하고 난 후에 속이 좀 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스머프2 님이 전날에 몸이 안 좋으셨는데, 제가 김해 일정 때문에 하루 미뤄서 오히려 다행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날 미리 잡아 놓으신 마작 멤버들 모임이 있으셔서 저는 근처 구경을 하러 나갔다가 밤에 다락으로 돌아오기로 했습니다. 부산대 앞까지 올라가며 동네 구경을 했습니다. 올 때마다 일정을 빡빡하게 잡아서 제가 하고 싶을 걸 제대로 못 하고 가는데, 다음엔 일정을 더 여유있게 잡아야겠다고 또 다짐을 하게 되네요. 부산대 앞에서 밀면을 먹고, 졸려서 다락으로 일찍 올라가서 잠깐 눈을 붙였습니다.



밤 11시 즈음 되어서 스머프2 님이 깨워서 일어났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 돌아다니면서 다른 분들이 제게 해 주시는 공통된 말은,
"굉장히 피곤해 보이시네요."
"깊이 주무셨네요."
였던 것 같습니다. 이날도 들었던 것 같아요. 스머프2 님과 가깝게 지내는 두 분과 함께 뒷고기를 먹으러 나갔습니다. 그리고 숙취가 덜 한 대나무술을 곁들여 가며 또 얘기를 나눴습니다.




스머프2 님은 많이 퍼 주시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손해 보더라도 자기 것을 내어 주는 분이거든요. 온오프라인 상에서 어떻게 보면 지나치지 않나 싶을 정도로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높여 주십니다. 가게 놀러오는 손님들한테 외상도 해 주고 그러시거든요. 돈이 떼이는 경우가 종종 있음에도 불구하고요. 이 자리에 동석한 한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경영은 다른 사람들에게 씨가 나지 않는 씨를 팔아서 고객을 영원히 내 울타리 안에 가두는 건데 (스머프2 님은) 그렇게 하지 않으세요."
라고요.

부산대 앞에도 보드게임카페가 몇 개 더 생는데, 이건 다른 중심가들에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생길지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는 계속 늘겠죠. 시간비례요금을 택하고, 손님들에게 음료를 강매하고, 손님들에게 쉽고 간단한 게임들을 위주로 추천하면 돈을 보다 쉽게 벌 수 있을 겁니다. 경영의 측면에서는 그게 더 옳은 길일 겁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SNS가 유행하는데 화려함을 버리고, 개인주의가 만연해 있는데 가게로 찾아온 손님들을 합석시켜 주는 스머프2 님은 분명히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고 계신 겁니다. 경영의 눈으로 봤을 때에요.

조금 다른 얘긴데, 2000년대에 보드게임 카페 과포화상태가 있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보드게임 한글판 시장도 과포화상태가 곧 오거나 어쩌면 그 상태에 벌써 진입했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사람들은 화려한 겉모습이나 부풀려진 성과 때문에 양적 성장의 이면을 제대로 못 볼 때가 많습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게임에 나오는) 포템킨 마을에 속는 예카테리나 2세처럼요. 많은 업체들이 생기고 경쟁하는 덕분에 보드게이머들이 더 많은 한글판을 접할 수 있게 됐는데요. 우리는 과연 쏟아져 나오는 한글판 게임들을 다 소화할 수 있을까요? 게임을 숙지하는 것도 그렇게 구입/소비하는 것도요.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다른 사람들이 어려운 게임들을 했다는 글이 올라오지만 오늘도 나는 룰북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룰 숙지로 내일로 미룹니다. 누군가는 게임을 몇 백 개를 가지고 있다는데, 나는 주변에 게임을 같이 할 사람이 없어서 그동안 모으던 게임들을 중고시장에 내 놓습니다. 소비자들은 게임이 저렴한 가격에 나왔다고 반기지만, 많은 것을 쥐어짜야 하는 보드게임 업체들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박봉과 과도한 업무에 보드게임 회사를 떠나기도 합니다. 보드게임 커뮤니티에서도 예쁘고 화려한 포템킨 마을의 판자를 떼어내면 곯고 있는 것들이 보일 겁니다. 외적 성장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내적 성숙도 생각해 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또 보드게임 업체들 중 일부는 게임을 개발하는 것보다 다른 쪽에 눈을 돌리기도 하죠. 한국에서 교육시장은 금화를 싸는 당나귀이다 보니 교육용 게임을 만들거나, 보드게임을 교육하는 데에 집중하는 곳도 있죠. 짧은 시간의 교육으로 자격을 부여하기도 하고, 자기 회사의 게임들로만 채워진 커리큘럼으로 교육에 사용하고요. 물론, 보드게이머들의 시각과 비보드게이머들의 시각 사이에 큰 간극이 있을 수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보드게임 모임에서 활동해 보신 분들은 대부분 알고 있겠지만, 비보드게이머들에게 문화 충격을 줄 만큼 근사하면서도 접근성이 좋은 게임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명작으로 손꼽히는 그런 게임들을 중심으로 새내기 회원들을 교육하고 훈련시키잖아요? 그런 게임으로 교육용 커리큘럼을 만드는 게 한국의 보드게이머들을 더 많이 길러내기 위해 더 바람직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게이머인 제가 봤을 때에는 그게 성숙입니다. 보드게임 시장을 오로지 업체들의 손에 맡겼을 때에 과연 이 시장이 성숙할 수 있을까요? 업체가 해야 할 일도 있지만 게이머들이 해야 할 일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업체가 할 수 없는 일이거나, 또는 업체들이 하면 변질될 우려가 있는 일 말이죠. 업체들이 끌고 가려는 방향이 잘못된다면 게이머들, 소비자들이 어떤 목소리를 내서 그 방향을 정정하게 만들어야 할 겁니다. 우리가 돈을 내야 하니까요.


저는 다음날에 오랜만에 월풍 님을 만나야 해서 2차 자리에는 가지 못 했습니다. 전날 묵었던 모텔로 돌아가니
"혹시 어제도 오신 분이 아니세... (말잇못)"
라며 얼굴을 너무나 잘 기억하시더라고요. 저는 겸연쩍은 얼굴로
"밤에 술 마셨더니 오늘 못 올라가서 내일 가려고요."
라고 둘러댔습니다. ㅋㅋ


아침에 씻고 월풍 님을 만나러 서면으로 갔습니다. 오랜만에 월풍 님을 뵙고 국밥 먹고 차 마시며 얘기를 나눴습니다. 여수로 가는 버스를 타야 해서 오후 2시까지 길지 않은 시간을 함께 했는데요. 역시나 시간이 짧아서 아쉬웠습니다. 월풍 님이 보드게임 디자인을 하고 계셔서 다음에 만날 때에 그 얘기를 좀 더 나눠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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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우마

이전 후기를 쓰느라 아침 7시 즈음에 잠들었습니다. 방에서 주무시고 계신 드렁큰히로 님이 저 때문에 깨실까봐 그냥 거실에서 자고 있었거든요. 누군가가 제 발목을 건드리는 느낌이 들어서 잠에서 깼는데 드렁큰히로 님이 저를 발견하시고 방에서 편히 자라고 깨우신 거였습니다. 이때가 아침 8시 반 정도 됐을 겁니다. 조금만 더 자려고 방에 가서 누웠고요. 10시 반엔가 일어났던 것 같습니다. 대충 씻고 드렁큰히로 님의 차를 타고 진주시외버스터미널로 갔습니다. 4년 전에 히미끼 님과 곰팡맨 님 이렇게 셋이서 반지 원정대 놀이 할 때에 아침 5시에 삼겹살 구워 먹으며 소주를 마셨던 그 터미널이었습니다. 그때에 히미끼 님과 저는 대구로, 곰팡맨 님은 서울로 갔고요.

드렁큰히로 님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누고 다음 만남을 기약했습니다. 원래는 1박 2일 신세를 지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2박 3일 자고 가게 됐네요. ㅎㅎ 맛있는 음식과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드렁큰히로 님. ㅎㅎ



터미널에서 부산으로 가는 버스가 몇 개 있었는데요. 부산 어느 쪽에 내려야 할지 몰라서 지도 앱을 켜서 찾았습니다. 부산의 남쪽으로 가야 해서 사상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 했습니다. 그래서 우등고속버스표를 끊고 터미널 건너편에서 유부 김밥과 옥수수수염차를 사고 터미널로 돌아왔습니다. 버스 안에서 먹으려고 했는데, 왠지 잠만 잘 것 같아서 터미널 안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에 김밥을 다 먹었습니다. 버스를 타야 할 시간이 돼서 버스에 오르고 몇 분 버티다가 바로 잠에 들었습니다.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깨니 버스가 벌써 도착지에 온 겁니다. 1시간 20분 정도 걸렸네요. ㅎㄷㄷ 부산 지하철을 타러 터미널 밖으로 나갔습니다. 날씨가 정말 화창했습니다. 그리고 무척 더웠고요. ㅠㅠ



제가 여기에서 실수를 하나 하게 됐는데요. 김해로 가는 날이 목요일인 줄 알고 수요일에 부산 일정을 잡았던 겁니다. 카톡 확인해 보니 토토로 님이 수요일에 와 달라고 하셨더라고요. 그래서 수요일에 스머프2 님께 말씀을 드리고 다음날로 미뤘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남포에 들렀던 이야기는 다음 화에서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부산에서 김해로 갈 수 있는 경전철을 사상에서 탈 수 있는데요. 그러니까 사상에서 바로 갔어도 됐다는 얘기죠... ㅠㅠ 다시 오후 4시 즈음에 사상에서 부산김해경전철로 갈아타...가 아니라 그냥 탔습니다. 표를 내고 나가서 표를 또 끊어야 하니까 환승은 아니더라고요. 경전철 표는 칩이었습니다. 이거 라스 베가스 할 때 써도 될까요?



부산김해경전철이 제가 드렁큰히로 님을 만나러 용인 갈 때에 탔던 경전철과 똑같았습니다! 그걸 타니 김해공항도 지나가고 강도 보이고 산도 보이고 해서 눈이 호강했네요. 40여 분만에 박물관 역에 도착했습니다. 카톡을 확인해 보니 토토로 님이 저에게
"가이아 하십니까?"
라고 물어 보시더라고요. 저는 나름대로 드립을 친다고
"가야랑 김수로 왕은 아는데 가이아는 모릅니다."
라고 답을 했거든요. 마침 여기가 김해여서 제 드립의 웃음 뽀인트였는데 반응이 없으시고 (화나셨나... ㅋㅋ) 배우면서 해도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근데 제가 사실 가이아 프로젝트를 피하고 있습니다. 그 게임이 출시된지 벌써 2년 가까이 됐는데 저는 가이아 프로젝트를 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굳이 배우고 싶지 않았거든요. 주변 분들이 가이아 좋은 게임이라고 해 보라고 권하기도 하셨지만 제가 저만의 이유를 말씀 드리고 피해 왔죠. 가이아 프로젝트의 뿌리가 테라 미스티카잖아요? 테라 미스티카라는 게임 자체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테라 미스티카라는 게임이 기폭제가 되어서 제가 하던 모임 하나가 날아가 버린 일 때문에 그 이후로 테라 미스티카와 관련된 것들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겁니다. 의학용어라 제가 제대로 알고 쓰는 건지 모르겠는데 테라 미스티카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긴 거죠. (이번 화 제목이 그래서 저런 겁니다.)




김해 익소모임은 어떤 쇼핑몰 2층에서 모인다고 하셨습니다. 토토로 님이 알려 주신 대로 찾아가는데 가는 길이 왠지 모르게 미심쩍어서 들어가면 건장한 남자들이 제 입을 막고 어디론가 납치할 것 같은 망상이... ㅋㅋ



도착하니 정말 토토로처럼 푸근해 보이는 (?) 분과 인사를 나누고 다른 분들과도 인사를 나눴습니다. (나중에 말씀해 주셨는데 2년 전에 캄바오 공방에 들렀을 때에 토토로 님과 게임을 같이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ㅋ) 토토로 님까지 네 분이 가이아 프로젝트를 막 시작하려고 하셔서 저는 마침 배도 고프고 해서 저녁식사를 하고 오겠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제가 5인플 되면 오래 걸리고 제가 처음 하는 거면 삽질 하느라 다른 분들에게 피해를 줄 것 같아서 식사하러 나간다고 제 지인들 카톡방에 얘기했더니 가이아 프로젝트가 원래 4인까지만 되는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그정도로 모릅니다, 가이아 프로젝트를요.


쇼핑몰 안에 음식점이 몇 곳 있어서 둘러보다가 돈가스를 먹기로 했습니다. 먹고 나서 날이 더워서 요거트 스무디도 마셨고요.


식사를 마치고 모임 장소로 돌아왔는데 아까 그 가이아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졸음이 쏟아져서 안 자고 버티려고 일부러 들락거렸는데 모임 멤버 한 분이 오셔서 옆 테이블에서 반지 전쟁 한글판을 뜯고 슬리브를 씌우고 계시더라고요. 그 게임에 대한 애착을 보이시는 듯했습니다. 드디어 가이아가 끝나고 토토로 님과 저를 제외한 나머지 분들은 식사를 하러 나가셨습니다. (이날은 뭔가 타이밍이 잘 안 맞았던 것 같네요.)

그 사이에 토토로 님과 얘기를 나누면서 그까 옆 테이블에 있던 반지 전쟁을 가져와 세팅했습니다. 세팅이 다 끝났고 이제 모여서 제 설명만 들으면 되는데 아까 그 반지 전쟁 주인 분이 오셔서 전화를 받으시는데 표정이 매우 안 좋으신 겁니다. 그 멤버 분이 학원 선생님이신데, 토토로 님이 쓰신 반지 전쟁 후기를 보고 익소 모임에 가입했다고 하셨습니다. 반지의 제왕을 좋아하셔서 이번에 나온 반지 전쟁 한글판도 구입하셨는데요. 학원이 다음날부터 휴가여서 학원을 일찍 닫아서 모임에 제때 나오시게 된 건데요. 하필이면... 하필이면 평소에 잘 안 오던 학생이 방금 와서 학원으로 돌아가야 하신다는 겁니다. 학원 선생님의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을 보며 너무 안타깝더군요. 토토로 님과 제가 농담반 진담반으로,
"학생한테 내일 보강해 줄 테니 내일 오라고 하면 안 돼요?"
"학생한테 엄마한테 오늘 아파서 집으로 간다 말씀 드리라고 하면 안 돼요?"
학원 선생님은 결국 학원으로 끌려가셨고, 가시기 전에 제가 새벽에라도 오시면 반지 전쟁을 알려 드리겠다고 말씀 드렸지만 선생님은 끝내 오지 못 하셨습니다. ㅠㅠ

그래서 가이아 하신 분들 중 한 분은 가셔야 해서 빠지셨고 나중에 오신 분까지 총 네 분이 계셨는데요. 반지 전쟁을 이미 알고 계신 토토로 님은 옆에서 구경하신다고 하셔서 남은 세 분께 반지 전쟁을 알려 드렸습니다. 여기에서 문제는 배우실 세 분 중에 두 분은 반지에 제왕을 보지 않으셨고, 나머지 한 분도 기억이 잘 안 나시는 것 같은... (오, 마이 갓...) 제가 원작 세계관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면서 룰 설명도 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 겁니다. ㅠㅠ 제가 사이즈를 딱 재 보니 밤 12시에서 1시 사이에 끝날 것 같더군요.

제 기준으로는 가운데-땅의 최고의 갓갓갓 워 게임인 반지 전쟁 설명을 평소보다 조금 더 길게 했고요. 설명이 끝나니 수업을 마치는 종소리를 들은 학생들처럼 다같이 밖으로 우르르 나갔는데요. 한 층 내려가서 아이스크림과 아이스 커피를 사고 다시 올라왔습니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나서 진짜 게임이 시작됐습니다.

세 분이서 정식 룰로 하면 다인플 규칙을 적용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초보자들에게 너무 어려울 수 있어서 그냥 서로 토론하면서 하시라고 했습니다. 반지의 제왕을 보신 분은 혼자 암흑군단을, 못 보신 두 분이 같이 자유민족을 하셨습니다. 암흑군단 하신 콜비 님이 초반부터 공격하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병력을 조금 더 모으시는 게 좋겠다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얼마 후에 그리 크지 않은 아이센가드 군으로 로한을 쭈욱 밀어 버리셨습니다. 헬름 협곡을 포위 전투로 공격하셨는데, "6" 2개가 필요한데 그걸 쉽게 굴리시더라고요...;;; 옆에서 본 제가 봤을 때에도 확률이 신기방기한 상황이어서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만 자유민족 하시는 두 분은 더 그러셨겠죠.

게임은 후반에 조금 늘어져서 밤 12시 40분이 넘어서 끝났습니다. 지역 찾는 것도 어렵고, 세계관을 모르시니 등장인물 이름도 어렵고, 카드에 텍스트가 많아서 여러 모로 어려운 게임인 게 분명했습니다만 끝까지 재미있게 하시는 듯했습니다. 아마도 반지 전쟁을 같이 할 사람들을 제가 세 분이나 더 만들어 드렸으니 토토로 님이 가장 흡족해 하시지 않았을까 싶네요.


저와 게임을 같이 못 하셔서 아쉬우셨는지 간단한 카드 게임을 하고 마무리 하자고 하셨습니다. 마지막 게임은 부두 프린스였는데요. 옆에 앉아 계셨던 콜비 님이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콜비 님이 큰 차이로 승리하셨습니다...;;; 익소모임에서 '어우콜'이라 불리신다는... (어차피 우승은 콜비...) 제가 2등 했으니 도장 간판은 못 깼어도 간판에 스크래치 정도는 낸 걸로 해 주시죠? ㅎㅎ



모임을 마치고 다른 분들과 작별인사를 했고요. 아카이브 님이 부산까지 차로 데려다 주셨습니다. 차 안에서 이런 저런 보드게임 관련 얘기들을 나눴습니다. 스X라X트 게임즈 얘기도 했는데, 그러고 보니 다른 업체들은 수도권에 몰려 있는데, 요기만 부산에 있네요. 게임 고르는 선구안이 좋은 회사라 게이머들 입장에서 반가울 수밖에 없는 곳이죠.



아카이브 님이 부산대 근처까지 데려다 주셔서 무척이나 감사했습니다. 김해 익소모임 분들과 만나서 반가웠고요. 아... 그 선생님이 학원으로 가시던 게 눈에 밟히는데 어쩌죠? 반지 과외라도 해 드려야 할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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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세계

작년에서 실행에 옮길 수 없었지만 올해는 휴가가 길어서 또 이 고행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걸 제가 왜 시작했을까요? 그건 반지의 전쟁 때문이었습니다...

보드라이프에 남부지역 순회방문 시즌 4에 대한 글을 올렸더니 몇몇 분들이 신청하셨습니다. 그 중에는 4년 전에 진주에서 만났던 드렁큰히로 님도 있으셨죠. 4년 전에 히미끼 님 그리고 곰팡맨 님까지 세 명이서 (그 더운 날씨에) 모르도르로 향하는 것 같은 죽음의 행군을 하고 있었습니다. 곰팡맨 님과 드렁큰히로 님의 도움을 받아서 결국 반지의 전쟁의 룰 설명 영상이 촬영되고 유튜브에 업로드되었죠. 4년 전에는 반지의 전쟁의 한글판이 출시되리라곤 누구도 예상하지 못 했을 겁니다. 방대한 룰과 복잡한 판권 문제 때문에, 비공식으로 번역한 저조차도 그건 불가능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미리 얘기가 된 건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드렁큰히로 님과 휴가를 맞추게 되었습니다. 제가 여러 곳을 돌아다니고 싶어해서 매일 장소를 옮겨가며 방문설명회 (?)를 하려 했으나 제 휴가 첫 날인 월요일에 아무도 신청을 하지 않으셔서 화요일에 만날 드렁큰히로 님이 월요일에 만나서 진주로 같이 이동하자고 제안을 하신 거였죠.

휴가를 앞두고 저는 며칠 간 무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텍스트가 좀 많은 어떤 카드 게임의 한글화 자료를 제작하느라 잠을 줄여야 했습니다. 휴가 때 가져가서 그 게임을 하려면 말이죠. 운이 좋았던 건지 나빴던 건지, 그 한글화 자료는 출발일인 월요일 아침 9시 즈음에 완성했습니다. 날씨가 더운 남부지역을 고려해서 이발을 하려고 했으나 하필이면 가던 미용실도 휴가여서 헛걸음을 했고... 2시간 가까이 걸릴 용인으로 가기 위해서 낮 12시 즈음에 출발했습니다. 가장 걱정했던 건 제 컨디션이었습니다. 지하철 의자에 앉으니 잠이 눈썹 부분까지 내려온 듯 심하게 졸렸습니다. 수원에서 한 번, 기흥에서 또 한 번 갈아타기 위해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는데 저도 모르게 졸고 있더군요. 다행히도 10여 분 졸고 깼더니 잠이 덜 쏟아졌습니다.

아무튼 용인에 잘 도착했습니다. 지하철에서 내리니까 날씨가 정말 더웠습니다. 옷을 넣은 가방, 게임을 넣은 가방, 그리고 기타 등등이 들어 있는 작은 가방까지. 불과 보름 전 즈음에 반지의 전쟁 한글판이 출시되어 제가 반지의 전쟁을 가져가지 않기로 해서 짐이 그정도까지 줄였던 거죠. 제가 차종 구분을 못 해서 용인공용터미널 앞에서 헤맸습니다만 결국 드렁큰히로 님을 만나서 차를 얻어 타고 진주로 향할 수 있었습니다.

차 안에서 근황 얘기를 했습니다. 지난 번에 만나고 벌써 4년이 흘렀으니까요. 드렁큰히로 님과의 기억은 4년이 지났어도 생생했습니다만 주변 환경이 바뀌는 데에 4년은 충분하고도 남는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진주에 방문했을 때에 있던 모임은 와해되었다고 하셨습니다. 같은 시기에 제가 활동했던 모임도 만 10년을 불과 몇 달 앞두고 와해됐습니다. (그 이후에 만든 모임은 상황이 안 좋아졌다가 다시 살리는 중이고요.) 게임을 구하기도 쉬워지고 사람을 모으기도 쉬워져서 요즈음은 모임이 만들어지고 깨지기가 더 쉬워진 듯합니다. 사람들 사이에는 지금 속한 사회에서 감정을 참아낼 인내심보다는 새로운 사회, 새로운 세계를 다시 만들 용기와 결단력이 더 큰 덕목이 된 건지도 모르죠. (모임의 와해에 대해 누가 잘했고 누가 잘못했고를 따지자는 얘기는 아니고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성격차이, 성향차이는 앞으로 점점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는 얘깁니다. 우리는 배운 사람이니 '남과 나는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지만 '서로가 알고 있는 그 다름 속에서 너와 내가 굳이 불편함을 참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이 화해 아닌 와해가 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차 안에서 잠을 안 자고 드렁큰히로 님과 얘기하면서 잘 버텼는데 한계가 왔습니다. 오후 4시가 넘으니 정말 졸렸습니다. 운전하시는 드렁큰히로 님께 양해를 구하고 옆자리에서 잠깐 눈을 붙였습니다. 약 한 시간 후에 잠에서 깼는데 벌써 진주 시내로 들어온 것 같았습니다. 호우가 오고 난 뒤에 맑아진 공기와 하늘, 그리고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푸르른 자연을 눈에 더 담지 못 해서 아쉬웠지만 그 잠깐이라도 쉬지 않으면 쓰러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예상도착 시각은 오후 6시였으나 그보다 일찍 도착했습니다. (제가 자는 사이에 좀 밟으셨나 봅니다. ^^) 반지 전쟁 한글판을 구입하신 드렁큰히로 님의 지인 분 (= 보드겜짱 님)을 잠시 기다렸다가 셋이서 같이 저녁식사를 하러 나갔습니다. 메뉴는 드렁큰히로 님이 4년 전에 같이 먹었던 그 통닭으로 정하셨습니다. (그때에 드렁큰히로 님이 많이 시켜주셨는데 저희가 심신이 지치고 날씨까지 너무 더워서 얼마 못 먹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ㅠㅠ) 드렁큰히로 님 댁에서 이동거리가 긴 줄 알고 걱정했는데 가깝다고 하셨네요.

차로 잠깐 이동해서 ㅍㅍㅌㅅ통닭에 도착했습니다. 한쪽을 보니 40년째 영업 중이라고 써 있었는데 제가 오래된 맛집을 좋아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 이거 PPL 아닙니다! ㅋㅋ (저희는 그 치킨집으로부터 어떠한 협찬도 받지 않았고, 드렁큰히로 님이 치킨을 사 주셨습니다.) 찜 하나랑 반반 치킨을 먹었던 것 같네요. 동영상으로 아주 짧게 찍긴 했는데 편집해서 올릴 시간이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그 시간이면 일단 잠을 좀... ㅠㅠ 식사하는 동안에 드렁큰히로 님이 보드겜짱 님에게 반지 전쟁 영업을 아주 잘 하고 계셨습니다. 테마틱 게임이니 테마에 몰입을 해야 재미가 배가되니까요. 제가 옆에서 봤을 때에 이미 반은 넘어오셨습니다. ㅋㅋ



치킨을 배불리 잘 먹고 마실거리를 좀 사고 드렁큰히로 님 댁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저에겐 해야 할 숙제, 반지 전쟁 설명을 시작했죠. 반지 설명을 한창 많이 할 때에는 달달달달 외우고 다녔는데, 최근엔 설명을 잘 안 하다 보니 많이 잊어 버렸습니다. 설명하다가 생각이 안 나서 버벅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설명하는 데에 한 시간은 안 걸렸던 것 같습니다. 드렁큰히로 님이 보드겜짱 님에게 처음이니 암흑군단을 하라고 추천을 하셨습니다.

보드겜짱 님이 사루만의 능력을 늦게 발견하시고 다른 행동을 많이 하셨습니다. 아이센가드로 로한을 칠 때에 드렁큰히로 님이 "엔트들이 각성하다" 3장 중 2장을 초반에 전투 카드로 사용하시면서 보드겜짱 님이 병력을 크게 잃어 운영이 초반부터 말리셨습니다. 아이센가드 군대가 녹아 버리고 병력을 다시 모아서 쳐들어갔다가 또 녹고...를 몇 번 반복하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러다가 로한과 곤도르에 군대가 크게 하나씩 모여서 암흑군단에게 엄청난 부담을 주었고요. 보드겜짱 님이 소모전을 펼치면서 어찌어찌해서 로한 군대는 다 밀어내셨는데, 그 동안에 원정대가 모르도르까지 도달해 버렸습니다. 동료가 4명 남아 있었는데, 타락 점수가 겨우 2점인가 3점인가...;;; ㅎㄷㄷ 제가 옆에서 "눈"을 많이 놓으시라고 조언을 해 드려서 "눈"으로 타락 점수 6점을 한 번에 쭈욱 올리면서 좀 할 만한가 싶었는데, 보드겜짱 님이 원정대 특별 추적 타일을 2개나 뽑아 주시는 바람에 승패는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ㅠㅠ (이건 게임 디자이너가 와도 안 되는 상황...;;;)

설명까지 포함해서, 저녁 8시 즈음부터 했던 반지가 12시 넘어서 끝났던 것 같습니다. 보드겜짱 님이 아침에 출근하셔야 해서 아쉽게도 보내 드려야 했고요. (한 판만 더 하시면 좋은데...) 잼있어유~~ 씻고 나서 마지막으로 히어로 렐름 한 게임 하고 자기로 했습니다. (드렁큰히로 님 댁에서 히어로 렐름을...;;;) 예전에 해 봐서 룰은 대충 기억이 났는데, 드렁큰히로 님이 설명을 간단하게 해 주셨습니다. 하다 보니 제가 저도 모르게 꾸벅꾸벅 졸고 있더군요. ㅠㅠ 눈을 떴을 때 드렁큰히로 님의 무서운 공격에 두들겨 맞아서 제 캐릭터는 이미 죽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 게임 더 했는데 이번에 안 졸아서 그랬는지 쉽게 승리했습니다. 카드빨 게임인데요, 뭘... ㅎㅎㅎ

아이패드와 외장 배터리를 충전시키며, 저도 충전에 들어갔습니다...




이틀째 날이 밝았습니다. 지난 밤 기억에, 제가 제 코고는 소리에 놀라서 잠깐 깼다가 다시 잠든 것 같은데...;;; 아무튼 아침 8시가 넘어서 눈을 떴습니다. 이불 속에서 뒹굴거리면서 저의 두 자아가 싸우고 있었습니다.
'빨리 일어나서 카드 한글화 자료 잘라야 저녁 때 그 게임을 할 수 있다!'
'아니다. 조금만 더 자고 일어나도 시간 충분하다!'
저는 판단을 보류하며 한쪽 손을 들어주고 있었는데요. 9시가 넘어서 결국 일어났습니다. 200장 정도 자르고 끼워야 해서 서둘러야 했습니다. 좀 지나니까 드렁큰히로 님도 일어나셔서 옆에서 제 한글화 작업을 도와주시면서 TV를 시청하셨습니다. 그러다가 드렁큰히로 님 아버님이 전화를 하셔서 같이 점심식사를 하자고 하셔서 냉면을 먹으러 나갔습니다.

차로 몇 분 이동하니까 아침 운동을 마치고 오신 드렁큰히로 님 아버님이 나와 계셨습니다. (전날 잠깐 뵙긴 했습니다. ㅎㅎ) 몇 분 걸어서 한 냉면집에 도착했습니다. 여긴 특이하게 물냉면, 비빔냉면, 그리고 제3의 냉면인 섞어냉면이 있었습니다! 이름 그대로 예상가능합니다만 그 둘을 섞은 게 맞고요. 아버님이 맥주를 시키셔서 저도 예정에 없던 낮술을 했습니다. (두 잔 정도...) 냉면의 면은 좀 심심한데, 그 안에 들어 있는 오이무침의 간이 적당히 세서 같이 먹으니까 맛있더군요. 냉면용 오이무침이라 그런지 제가 정말 좋아하는 강한 신맛이었습니다. ㅎㅎ 아, 아버님이 육전도 시키셔서 육전도 먹었네요. 이 냉면 안에도 육전이 약간씩 들어 있었습니다. 양이 어느 정도인지 몰라서 드렁큰히로 님과 저는 곱배기를 시켰는데 배터질 뻔 했네요.



점심식사를 마치고 돌아와서 드렁큰히로 님 댁에서 어마어마한 미니어처 게임을 배웠습니다. 배트맨: 고담 시티 크로너클즈라는 게임이었는데요. 배트맨 세계관에 나오는 히어로, 빌런을 각각 맡아서 시나리오대로 전투를 벌이는 멋쟁이 게임이었습니다. 룰이 좀 있는 편인데, 설명을 들으면 당연히 그래야 하는 규칙들이어서 기억하는 데에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게다가 드렁큰히로 님이 참조표까지 잘 만들어 놓으셔서 진행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히어로 팀을 맡아서 고담시청 지하의 버려진 지하철역에 폭탄을 터뜨리려는 빌런 팀을 제한 시간 안에 막아야 했습니다. 액션 포인트 큐브를 쓰면서 체력과 액션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하는데요. 액션을 많이 쓰면 그것에 쓴 큐브들이 피로도 쪽으로 넘어가서 지치게 됩니다. 턴의 시작 시마다 피로도에 있던 큐브들일 2개씩 가져와서 다시 액션 포인트로 만들 수 있는데, 하다 보면 언젠가는 한 턴 동안 푹 쉬면서 체력을 크게 회복시켜야 합니다. 문제는 라운드 수가 제한되어 있어서 마냥 쉬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죠. 저는 배트맨이랑 채찍 들고 있는 (?) 캣우먼, 그리고 나이트윙 이렇게 셋으로 팀을 짰고요. 드렁큰히로 님은 베인과 똘마니들로 팀을 구성하셨습니다. 뱃신과 캣우먼은 폭탄해체 전문가여서 확률이 높은 주사위를 굴리니 폭탄을 어렵지 않게 해체할 수 있었지만 폭알못 나이트윙은 센터로 갔다가 베인 일당에게 둘러싸여 동네북이 되고 말았습니다. 피해를 입으면 먼쪽으로 넘어간 큐브가 회복되는데에 시간이 더 걸리거든요. 그래서 두들겨 맞고 쓰러져서 턴을 버리며 어렵게 회복하면 또 두들겨 맞는 불쌍한 나이트윙... 나이트윙타인... ㅠㅠ (아빠~~ 일어나~~) 그러나 저에겐 큰 그림이 있었으니 나이트윙이 줘 터지는 사이에 휴식을 충분히 취한 캣우먼이 다량의 액션 큐브를 모아둔 상태에서 배트맨과 나이트윙이 협동하여 캣우먼이 해체할 마지막 폭탄 주위를 청소하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터치다운을 하 듯이, 캣우먼이 네 번째 폭탄을 향해 뛰어들어가 주사위 다시 굴림까지 써 가면서 마지막 폭탄을 해체하는 데에 성공하고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ㅠㅠ



한 게임 더 했는데요. 이번에는 시나리오 없이 그냥 팀대팀으로 싸우는 규칙을 적용해서 했습니다. 하지만 히어로 팀은 이번에도 폭탄을 해체해야 했는데요. 라운드 수가 하나 더 늘었어도 이동을 많이 할 수 없어서 히어로 팀에게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결국 폭탄을 겨우 하나만 해체했던가 그랬을 거예요. 해 본 소감은 왜 긱에서 핫한 게임인지 알 수 있었네요. 이 게임 정말 좋습니다! 한글판이 꼭 나오면 좋겠습니다.



어느 새 시간이 많이 흘러서 오후 5시가 넘었습니다. 저녁 때에 이층남자 카페에서 모임이 있다고 하셔서 그쪽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카페 이름 그대로 2층에 카페가 있었습니다. ㅋㅋ 일찍 도착하신 분이 있어서 제가 한글화 하느라 며칠 간 개고생을 한 빌러너스를 꺼내서 했습니다. 룰이 워낙에 간단해서 설명은 금방 했고요. 저희랑 같이 하신 분이 매직: 더 개더링을 하셔서 그런지 게임 이해도가 뛰어나셨습니다. 호칭이 기억나지 않아서 (가칭) 진주매직인이라 부르겠습니다...;;; 진주매직인 님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하트 여왕을, 저는 로빈 후드의 존 왕자를, 드렁큰히로 님은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말레피센트를 하셨습니다. 존 왕자는 진행 상황이 너무나 잘 보여서 견제를 쉽게 당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자신의 턴을 시작할 때에 권력 토큰을 20개 모으면 승리하는데, 다들 그걸 세 볼 수 있으니... ㅠㅠ 열몇 개까지는 쉽게 모았지만 나중에 숙명 카드로 두들겨 맞는 사이에 하트 여왕이 위켓 만들고 샷을 해서 쉽게 성공하시면서 게임이 금방 끝나 버렸습니다. 나중에 보니 진주매직인 님이 꽤 재미있게 하신 모양이더라고요.



그 다음으로 이날의 메인 게임인 블랙 엔젤을 배워 봤습니다. 트루아 작가가 트루아 시스템을 일부 가져다가 만든 거라고 들었는데요. 제가 전날에도 그랬지만 이 시간 대에 졸음이 막 쏟아져서 설명을 제대로 못 들어서 플레이하는 데에 매우 힘들었습니다. 저녁 7시가 넘어서 또 한 분이 오셔서 드렁큰히로 님이 설명을 처음부터 다시 해 주셨는데요. 그래도 제가 룰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했습니다. 게임이 한 2/3 정도 지나니까 어떻게 하는 건지 알았는데 종료가 멀지 않아서... ㅠㅠ



밤 10시 반이 가까워졌고 카페가 11시 즈음에 닫아서 게임을 더 하기는 힘들었습니다만 하다가 접더라도 배워 보자고 하셔서 타노스 라이징을 꺼냈습니다. 설명을 정말 초간단하게 하고, 이제 뭘 좀 하려고 하니까 11시가 되어 버렸네요. 같이 게임 하신 분들과 작별의 인사를 하고 드렁큰히로 님과 저녁식사를 하러 나왔습니다.

드렁큰히로 님 차를 타고 댁 근처로 왔는데, 식사할 곳을 찾아 맴돌았습니다. 찾다가 찾다가 감자탕집을 발견해서 가볍게 식사를 하고 들어왔습니다. 전날부터 이날 점심까지 계속 얻어 먹기만 해서 이층남자 카페부터 제가 사 드렸습니다. ^^;;



드렁큰히로 님 댁으로 돌아가면서 몇 게임 더 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타노스 라이징을 하다가 10여 분만에 접었는데 드렁큰히로 님이 관심 있어 하셔서 다시 하고, 블랙 엔젤은 제가 졸다가 너무 늦게 룰을 이해해서 아쉬운 마음에 다시 하기로 했습니다. 초반에 빌런이 없어서 쉬울 줄 알았으나 영웅들이 죽거나 죽을 위기여서 패색이 짙었습니다만 보릿고개를 지나니 히어로 수도 늘고 주사위 수도 늘어서 어렵지 않았습니다. 다만 인피니티 스톤이 4개나 끼워져서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한 섹터에 빌런 3개가 몰려 있어서 드렁큰히로 님과 둘이서 거길 들어가서 빌런들을 다 때려잡고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굳!



그 다음엔 블랙 엔젤 2인플을 했습니다. 제 기분엔 룰을 거의 다 잡은 것 같아서 진지하게 했습니다. ㅋㅋ 그런데 2인 게임에서 세팅이 조금 바뀌어서 예상했던 것보다 더 일찍 끝났습니다. 뭔가 모아서 크게 터뜨려 보려고 했더니 종료 조건을 충족해서 급 마무리. 3점차로 패배. 흙흙 ㅠㅠ 아쉽당...



새벽 3시가 넘어서 드렁큰히로 님은 주무시러 들어가셨고, 저는 이렇게 이틀짜리 밀린 후기를 쓰고 있습니다. 아침이 밝아서 버스 안에서 자야할 듯 싶네요. 드렁큰히로 님이 일어나시면 아침식사 같이 하면 좋겠는데 말이죠. ㅎㅎ 며칠 뒤에 다음 후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정말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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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용 게임을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는?

부침개 님과 반지의 전쟁을 끝내고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게임이 너무 빨리 끝나서 입맛을 다실 수 밖에 없었죠. 저희가 반지의 전쟁을 하는 동안에 옆 테이블에서는 Yokohama 요코하마와 Caverna 카베르나, Wizard Extreme 위저드 익스트림 등을 하셨던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세 분이 더 오셨는데 그 중 한 분은 제가 (일인반닭!) 닭셰프 님이라고 불렀던 종민 님이셨습니다. 그쪽에서 Tichu 티츄를 할 분위기가 되자 태경 님이 저희 쪽에서 게임을 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반지의 전쟁을 하고 싶다고 말씀하신 걸로 잘못 알아들었는데, 태경 님이 그건 아니라고 하셨죠. ㅋ 게임을 고르는 것을 머뭇거리자 태경 님이 일꾼 놓기 게임을 하고 싶다고 하셨고 결국 Agricola 아그리콜라가 선택되었습니다. 병력 놓기 게임인 반지의 전쟁은 어떠세요?

태경 님이야 일꾼 놓기 게임을 워낙에 좋아하셔서 자주 하시는 걸로 아는데요. 부침개 님은 A.I랑만 하고 실제 사람하고는 몇 번 못 하셨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아그리콜라는 적당히 많이 하긴 했는데 실력이 늘지 않아서 늘 좌절하는 게임이죠. 그런데 태경 님이 '당연히' 카드 드래프팅을 해야 한다고 하셔서 저는 무척 당황스러웠습니다. 저도 아그리콜라는 200게임 넘게 하긴 했는데 카드 트래프팅 룰을 적용해서 했던 적은 아마도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냥 캐주얼하게 했었는데, 같.놀.가에서는 진지하군요...;;; 첫 핸드에 허풍선이가 있었습니다. 저희 안양 모임에서 얼마 전에 했을 때에 Ngel 님이 허풍선이를 사용해서 이기시고 구판에 비해 능력이 낮아진 건데도 좋다고 하셨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제가 끊어 먹었습니다. 순서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설비를 더 많이 내려놓을 수 있는 상인도 잡고, 주요 설비인 제작소 시리즈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제조업자, 3인플에서 부족한 흙을 주는 흙 나르는 사람, 설비를 가장 많이 내렸을 때에 보너스를 주는 마을 원로 등이 잡히면서 제법 괜찮은 핸드가 만들어졌습니다. 아그리콜라 할 때마다 김칫국을 들이키지만 이번에 고른 직업들이 꽤 좋아서 구걸만 안 하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정확하게 기억나는 건 아닌데, 첫 주기에 마을 원로를 내려서 나무 4개를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2주기 전에 흙 나르는 사람을 내려서 6라운드부터 14라운드까지 흙을 한 개씩 놓았고요. 자원이 어느 정도 갖춰진 후에 상인을 내려서 설비를 더 내릴 준비를 했습니다. 첫 주기에 낚시 칸에 음식이 3개일 때에 먹어서 구걸을 피했습니다. 태경 님이 1주기 때에 계산을 조금 틀리셔서 구걸 1장을 가져가셨습니다. 양 가져오기 칸에 양이 꽤 쌓였는데, 제가 화로를 가장 먼저 놓았고 다른 분들이 양을 먹고 버리는 것을 하지 않으셔서 제가 다수의 양을 가져와서 많은 음식을 확보하며 편하게 2주기를 운영했습니다. 저는 가족 늘리기를 가장 늦게 해서 3주기 초에 했습니다. 대신에 저는 음식이 많았고 다른 분들은 가족 수에 비해 음식이 적어서 고전하셨습니다. 저는 베틀을 내려서 수확 단계에서 집에 키우는 양에 대해 음식 1개를 확보했습니다.

4주기로 넘어가자 저도 슬슬 음식의 압박이 있었습니다. 부침개 님이 올가미를 활용해서 동물들을 쓸어가셨기 때문인데요. 저는 돌 집개로 돌을 몇 개 확보하고 상인으로 음식 1개를 내고 설비를 1개 더 내리는데, 제조업자로 그릇 제작소와 바구니 제작소를 매우 싸게 놓았습니다. 제 농장에 흙과 갈대가 좀 있어서 수확 단계 때에 먹고 버틸 상황이 되었습니다. 저는 흙이 넉넉해서 흙집으로 돌리고 흙방을 붙여서 4가족 체제를 갖췄습니다. 흙집 체제여서 끊어먹은 나무들이 남아서 울타리를 치고 양과 멧돼지로 음식 엔진을 갖췄습니다. 제 앞에 설비가 꽤 놓였습니다. 손에 있던 보조 설비 7개 중 6개를 놓았고, 주요 설비도 3개나 놓았으니까요. 게임이 끝나기 전에 허풍선이를 놓으면서 키스톤을 올렸습니다! 작물들이 없어서 휑 했지만 카드 점수와 보너스 점수가 많아서 점수가 꽤 많았습니다. 최종 점수는 제가 44점이었고, 태경 님이 구걸 때문에 감점을 받아서 40점?, 부침개 님이 30점대 후반이었을 겁니다. 태경 님은 아그리콜라를 하면서 구걸 카드를 처음 받아보셨다고 하셨습니다. (저도 촐킨 하면서 -25점 맞은 건 처음이었습니다;;;) 1주기 때에 태경 님이 약간 배짱 플레이를 하시길래 저는 설비나 직업으로 음식을 충당하실 수 있는 줄 알았는데, 그때에 실수를 하셨던 것 같았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됐네요. 같.놀.가에서 드디어 이겼어!!



그 승리를 허풍선이의 강력함을 알려 주신, 안양 모임의 Ngel 님께 돌리며...

엔 선생님, 고맙습니다. 흙흙...



아그리콜라가 끝나고 모두들 붕~ 떠 있었는데요. 나중에 오셨던 남자 분 중 푸근하신 분이 태경 님의 당나귀 게임을 하고 싶다고 강력하게 요청하셨습니다. 응? 당나귀 게임이 뭐죠? 저도 궁금해서 같이 해보기로 했습니다. 게임의 정확한 이름은 Eselsbrücke 에젤스브뤼케? 독일어 사전에 넣고 돌리니 요약, 힌트 이런 뜻으로 나오는데, '당나귀 다리'라는 뜻도 있는 것 같았습니다. 독일의 관용어가 아닐까 싶네요. 기억력 요소가 있는 게임이어서 집중하느라 사진을 못 찍었네요. 게임의 진행은 이렇습니다. 단어 카드들을 주머니에 넣고 라운드마다 일정 개수만큼 뽑아서 그 단어가 들어간 짧은 이야기를 만들고 그 단어 카드들을 뒤집어서 쌓아 놓습니다. 돌아가면서 각자 이걸 하는 거죠. 그리고 다음 라운드도, 그 다음 라운드도 똑같이 하는데. 두 라운드 지난 단어 카드들을 뒤집어서 플레이어들에게 1장씩 나눠주고, 각 플레이어는 받은 단어 카드를 확인한 후에 두 라운드 전에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다른 플레이어가 가지고 있는 단어를 맞추는 겁니다! ㅋ 맞추면 그 단어를 가지고 있는 사람한테서 그 단어 카드를 가져와서 점수로 표시하고, 틀리면 자신의 점수를 버려야 합니다.

태경 님이 학원에서 아이들과 하시려고 한글 단어로 핸드 메이드를 하셨는데, 원 게임은 독일어로 되어 있습니다. 박스 그림만 봐도 아이들용으로 만든 게임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해 보면 어른들이 해도 꽤 재미있습니다. 승패보다도 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있고, 각자의 기억력이 얼마나 나쁜지 알 수 있죠. ㅎ 저는 보드게임 카페에서 손님들 (특히 여성 손님들)에게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게임을 놓고도 어떤 사람은 아이들을 떠 올리고, 다른 사람은 보드게임 카페 손님을 떠올리네요.


보드게이머들 중에 교육 게임 시장을 하찮게 보시는 분들이 좀 있습니다. 아무래도 보드게임 커뮤니티에서 부각되는 게임들은 복잡하거나 세련되거나 화려한 어른들 게임이기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매니아들의 시장이 엄청 클 거라 생각하시는데요. 실제로는 매니아들의 시장은 크지 않을 겁니다. 교육 시장은 우리 눈에 잘 들어오지 않지만 분명히 큰 시장입니다. 학교나 학원, 사교육 강사들, 크고 작은 도서관들, 그리고 각 가정... 아이들이 있거나 모이는 곳,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사람들 모두 교육 시장과 관련 있습니다. 선생님들이라면 한 가지 게임을 여러 카피 구입하기 때문에 구매력도 큽니다.

그런데 제가 교육용 게임에 대해 알러지 반응을 일으켰던 것은 그러한 게임들이 "교.육.용"이라는 것을 너무 드러내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치 가짜 약장사들이 "이 약을 먹으면 어디에 좋다.", "이 약은 모든 병을 고친다."며 장점을 내세우는 것처럼 "이 게임을 하면 아이들의 창의성이 계발된다.", "수리 능력이 향상된다."는 식으로 홍보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그런 게임을 할수록 해당 능력이 향상될 겁니다. 제가 남자라서 그럴지 모르겠지만, 아빠들이 아이들에게 스포츠나 게임을 가르칠 때에 "이걸 배우면 어디에 좋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냥 같이 놀기 위해서 가르치죠. 하다 보면 어느 능력이 향상될 건 알고 있지만 굳이 드러내지는 않습니다. "재미있어?"라고 물어보고, 아이가 그렇다고 하면 그걸로 된 거죠. 저는 놀이는 놀이로서 다음 세대에게 전수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보드게임도 마찬가지고요. 게임을 판매하는 게 업인 분들은 저와 입장이 다르시겠지만요.


새벽 1시가 넘어서 몇몇 분들은 귀가하시고 시간 여유가 있으신 부침개 님과 반지의 전쟁을 더 하기로 했습니다. 확장에 대해 궁금해 하셔서 첫 번째 확장만 추가해서 하기로 했습니다. 인물들이 더 추가되어서 각 진영에게 선택지를 넓혀 주는 게 첫 번째 확장의 장점이죠. 밸런스 면에서도 훨씬 더 좋아지고요.

첫 번째 게임에서 모리아를 지난 원정대는 반지악령들의 수장 마술사-왕의 추적을 받습니다. 저는 마술사-왕을 따돌리기 위해서 원정대를 로리엔으로 보내서 쉬게 했습니다. 그러는 동안에 남부인과 동부인군이 움바르의 해적선들로 돌 암로스를 공격하고 돌 암로스가 방어하는 사이에 펠라르기르에 있던 군대를 내려 보내서 움바르를 점령해 버렸습니다. ^^;; 순식간에 자유민족이 승리 점수 2점을 따낸 것이죠. 모르도르에서 나온 사우론군은 곤도르로 향했고 오스길리아스에서 노스 이실리엔으로 나온 곤도르군이 공격을 받은 후에 후퇴로 모란논 직전 지역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행동 때에 모란논으로 이동하면서 승리 점수 4점을 따고 암흑군단은 패배 선언을 했습니다. 자유민족이 군사적 승리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고정관념을 깨 드렸죠. ㅎ



바로 두 번째 게임에 들어갔습니다. 첫 번째 게임에서는 성큼걸이가 추적으로 빨리 죽어 버렸는데, 이번에는 페레그린 툭을 데리고 미나스 티리스로 뛰어나가 바로 아라고른으로 되고, 회색의 간달프도 팡고른 숲에서 다시 나타나서 행동 주사위 6개를 쉽게 만들었습니다. 왕이 된 아라고른은 바로 로한으로 달아나고 페레그린은 미나스 티리스에 있는 군대를 데리고 오스길리아스로 나갔습니다. 또 움바르의 해적선으로 돌 암로스를 공격한 남부인과 동부인군은 펠레르기르로 돌아서 나왔습니다. 부침개 님이 곤도르 남쪽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에 저는 "하루 낮과 하루 밤 내내" 카드로 오스길리아스에 있던 곤도르 군을 2지역 이동시켜서 미나스 모르굴을 점령하고 승리 점수 2점을 얻었습니다. 한편 오르상크에 혼자 있던 사루만은 "엔트들이 각성하다" 카드로 죽어 버리고. 이센가르드군이 약해지자 모인 로한군을 데리고 오르상크로 달려들었습니다. 소수의 군대로 오르상크를 지키던 이센가르드군은 포위되고 버텼습니다만 자유민족의 전투 카드에 의한 추가 공격으로 전멸했습니다. 이렇게 자유민족은 승리 점수 4점을 얻어내며 군사적 승리를 거머쥐었습니다.



저희가 두 번째 게임을 하는 동안에 혼자 남으신 용무 님은 누워서 쉬고 계셨습니다. 게임이 다 끝나자 함께 가게 청소를 하고 새벽 4시 반 즈음에 모두 헤어졌습니다. 저는 국밥을 먹은 후에 동네 목욕탕에서 씻고 서너 시간 잤습니다.

아침 9시 반 즈음에 목욕탕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전주역으로 향했습니다. 월요일이었지만 광복절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연휴여서, 아침인데도 관광객들이 꽤 많았습니다. 전주에 도착하는 이들을 뒤로 하고 저는 수원으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싣고 세 번째 남부지역 순회방문을 마쳤습니다. 피자와 고기를 대접해 주신 같.놀.가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네 번째 시즌을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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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놀다 가게 II 는?

부산에서 아침 일찍 노포역으로 향했습니다. 아침 9시에 전주로 출발하는 버스를 타야 했거든요. 비가 오려고 하는지 하늘은 잔뜩 찌푸렸습니다. 저는 우산을 준비하지 않았는데 어쩌죠? 흠...

노포역에 연결된 버스터미널로 들어갔습니다. 서두른 덕분에 아직 여유 시간이 있었습니다. 차 안에서 먹을 샌드위치와 생수를 구입했습니다. 버스 타는 곳에 갔는데 제가 한 번도 타본 적 없는 우등고속버스더라고요. 승차권 창구 직원이 센스가 있었는지 제게 맨 앞자리를 주었습니다. 기사님 바로 뒷자리면 짐을 놓기 편하죠. 버스에 올라서 짐을 내려 놓고 앉았습니다. 그런데 조금 있으니까 기사님이 절 부르시더라고요. 응? 저는 잘못한 거 없는데...;;; 알고 보니 승차권을 기사님 옆에 비치된 스캐너에 찍고 타야하는 거였습니다. 아하! 제 승차권을 스캐너에 대니 제 자리가 승차된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오호! 정말 신기하네요!


분명 처음 의도는 버스 안에서 샌드위치를 먹는 것이었는데 계속 잠만 잤습니다. 당연하죠! 보매보매 님 댁에서 거의 안 자고 나왔으니...;;; 약 3시간 걸리는 거리였는데 저를 위해서였는지 약간 연착되어서 정오가 넘어서 전주 버스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아, 그런데 2년 전에 봤던 터미널하고 모습이 달랐습니다. 위치는 같은 것 같은데 완전 현대식으로 바뀌었습니다. 뭐, 뭐지...?

거기에서 남문시장으로 가는 버스 노선을 알고 있었지만 짐이 많고 피곤해서 그냥 택시를 타기로 했습니다. 택시 기사님하고 얘기나 하려고요. 택시를 타고 기사님께 터미널이 바뀐 것 같다고 말씀 드렸더니 리모델했다고 하시더군요. 그게 제가 택시 기사님과 나눈 대화의 전부였습니다. 이 기사님은 좀 과묵하셔서 말을 못 걸겠더라고요;;;

아무튼 택시에 내리니 풍남문이 보였습니다. 여기서부터라면 저도 청년몰을 쉽게 찾아갈 수 있죠! 남문시장으로 들어가서 당당히 걸으며 청년몰로 올라가는 계단을 쉽게 찾아냈습니다. (누구라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일요일 낮이었지만 관광객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2년 전과 비교해서 가게들이 좀 바뀌었습니다. 같.놀.가가 있던 자리에는 다른 가게가 입점해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 케이블 채널의 알.쓸.신.잡 프로그램에서 청년몰이 소개되면서 뉴 같.놀.가도 0.1초 샤샤샥 지나간 걸 봤거든요. ㅠㅠ 청년몰을 휘~이~ 한 바퀴 돌면서 부활한 같.놀.가를 찾았습니다.


가게에는 불이 켜져 있었고 안에 사람의 형체가 보였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려다가 개장 시간이 오후 1시라고 해서 버스에서 못 먹은 샌드위치를 뜯으며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청년몰의 여러 가게에서 파는 맛있는 음식들이 땡겼지만요. ㅠㅠ


드디어 오후 1시. 저는 용기를 내서 같.놀.가에 들어갔습니다. 가게 주인장님은 역시나 히미끼 님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어디서 봤던 것 같은 느낌이... 설마? 설마? (누구 TV는 사랑의 싣고 음악 좀 틀어 주세요! 커즈 암 여 레~이레~~ 앤 유아 마 매~애~애~앤~♬)


그렇습니다. 2년 전에 왔을 때에 봤던 후로 쓰루 게이머, 용무 님이셨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온라인 쓰루를 하시면서 오프라인으로 다른 게임 다면기 도 하시는... 그런데 점심식사를 준비 중이셔서 얘기를 이어가기가 좀 애매했습니다. 게다가 다른 가게의 분들이 와 계셔서 제가 끼어들기도 좀 그랬고요. 일단 올라가서 앉았습니다. 그리고 손님이 들어왔습니다. 용무 님께 방탈출 보드게임 있냐고 물어봤던 것 같은데, 조만간 한글판으로도 나온다고 하죠?

그러고 나서 용무 님과 얘기를 나눴습니다. 2년 전에 히미끼 님이 저와 함께 남부지역 순회방문 시즌2 <삼시세겜>을 하면서 돌아다니셨습니다. 술을 같이 마시면서 같.놀.가를 계속 할 건지 말 건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얘기를 꺼내셨죠. 딱히 답을 제게 들려주시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제가 받은 느낌으로는 곧 영업을 끝내실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몇 개월 뒤에 같.놀.가의 영업이 종료된다는 얘기가 들려왔고 같.놀.가 분들은 다른 모임 장소에서 모임을 이어간다는 후기가 올라왔습니다. 용무 님이 말씀하시기로는 히미끼 님이 바로 끝내지는 못하셨고 몇 개월 더 하시다가 그해의 11월 즈음에 끝내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서 여자친구 분이 생기시고 결혼을 하셨다고... 아, 맞다. 히미끼 님의 결혼소식은 바로 전날 부산에서 스머프2 님을 통해서 처음 들었습니다. 아니, 왜 전주 분의 결혼소식을 부산 가서 듣냐고요?! ㅋ 아무튼 결혼하신지 1년이 넘으셨겠지만 (너무나 늦었지만) 결혼 축하 드리고요. 행복하게 잘 사세요. ^^ 히미끼 님이 그만 두시면서 마침 일을 쉬고 계셨던 용무 님께 제의가 들어갔고 그렇게 해서 같.놀.가 II가 생겨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가게 내부에 벽돌이 많이 사용되었는데 용무 님이 손수 짊어지고 나르셨다는...


저는 한쪽에 앉아 있었는데 용무 님이 남은 테이블을 붙여서 큰 테이블을 만들어주셨습니다. 하지만 그날 새벽까지 같.놀.가 멤버 분들이 술을 달렸기 때문에 일요일에 올지는 알 수 없다며... ㅠ 다른 분들을 기다리는 동안에 용무 님이 간단한 게임을 하자며 무언가를 가져오셨습니다. Hive 하이브. 저는 이름만 들어본 게임이었습니다. 벌레들로 장기를 두는 추상전략 게임이었는데요. 게임 보드는 없고 기물만 가지고 게임을 진행했습니다. 잡히면 패배하는 여왕벌, 어디든지 잘 가는 개미, 무언가를 뛰어넘어야 하는 메뚜기, 남의 기물을 잡아두는 풍뎅이 등 여러 곤충들의 특성을 잘 이용한 게임이었네요. 첫 판은 용무 님이 쉽게 이기시고. ㅠ 확장인 모기를 넣고 한 번 더 하자고 하셨습니다. 모기는 인접해 있는 다른 기물을 흉내내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이것도 원래는 진 건데 용무 님이 한 번 물러주셔서 제가 이겼습니다.


하이브를 하는 동안에 다른 분들이 오셨습니다. 목소리를 들으니 누군지 기억이 났는데요. 같.놀.가의 큰 언니 태경 님이었습니다. 그리고 처음 보는 은실 님. 그리고 또 처음 보는 남자 분. (성함을 들었는데 잊어 버렸습니다. ㅠ) 태경 님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 Tzolk'in: The Mayan Calendar 촐킨: 마야의 달력의 판을 벌렸습니다. 안돼~~~~ ㅠㅠ 전주 같.놀.가에는 마야의 기운이 있어서 촐킨을 너무나 잘 하십니다. 후로 촐킨 게이머들... 2년만에, 정말 오랜만에 왔는데 오자마자 멍석말이 당하게 생긴 거죠... ㅠㅠ 당연히 확장도 다 넣고... 태경 님이 본인이 24점으로 최저점을 찍었다며 깔깔깔 웃으셨습니다. 이분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시길래 24점을 찍게 만드는 걸까요? 프로의 세계란... 저는 부족 2개 중에 5일꾼으로 시작하고 대신에 옥수수를 3개씩 먹여야 하는 것을 골랐습니다. 그랬더니 다른 분들이 놀라시더군요. 불길하다, 불길해!! 제가 시작 플레이어여서 욱스말에 3개 놓고 시작을 했습니다. 제가 한 가지 놓친 게 있었습니다. 예언을 보지 않고 부족을 덥썩 고른 건데요. 4쿼터에 옥수수를 한 개씩 더 먹여야 했습니다! 난 4개씩 먹여야 해... ㅠㅠ



각 마야 부족의 어머님들이 모이셨습니다. 우리 부족 어머님은 자식들이 밥을 굶는 것을 너무나 싫어하셨습니다. 끼니를 거를 때마다 호통을 치셨죠. "마이너스 5점씩이야!!" 저는 3쿼터까지 잘 버티며 앞서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4쿼터에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는데... 중앙 기어는 게임의 종료까지 단 2칸을 남겨놓고 있었습니다. 제가 턴이 먼저여서 일꾼을 미리 뺐습니다. 다음 라운드에서 일꾼을 놓은 다음에 최종 라운드에서 일꾼을 가져오면서 옥수수를 벌기 위해서였죠. 그리고 태경 님 하신 다음에 남자 분이 시작 플레이어 행동 칸을 잡더니 그 라운드를 마칠 때에 2칸을 돌려 버리신 겁니다... 아, 아, 안 돼~~~~!! ㅠㅠ 제 일꾼 4명은 밥을 해결하지 못해서 -20점, 게다가 예언으로도 -5점을 받아서 총 -25점을 떠안았습니다. 제 계산으로는 50점대 초반이 나와야 할 점수가 21점이 되고 말았습니다. 태경 님은 제가 최저점을 갱신했다며 기뻐하셨습니다. 각자 최선을 다 한 경기였습니다만 어떻게 보면 팀플처럼 되어서 기분이 좀 그랬습니다. 은실 님은 혼자 사원으로 점수를 계속 쌓으셨고, 제가 건물로 사원 트랙 따라가려고 하니까 태경 님이 건물을 끊어가셔서 사원 점수 먹을 기회를 놓치고 (상황 상, 사원 트랙에서 마이너스 점수였던 태경 님에게도 필요한 건물이긴 했습니다), 남자 분이 2칸 돌리셔서 광역 데미지를 넣으셨는데 (남자 분의 일꾼이 가장 많이 놓여 있어서 2칸 돌리는 게 합리적이긴 했습니다) 제가 제일 크게 맞으면서 은실 님이 1등, 태경 님이 2등, 남자 분이 3등, 제가 꼴찌... (제가 계산한 대로 되었다면 제가 2등은 했을 텐데...) 으, 무서워...;;; ㅠ


이렇게 해서 미운 촐킨 새끼, 끝.



'내가 무슨 촐킨이냐...'며 속으로 울분을 삼키고 제 본업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전주에 온 또 다른 이유. 반~지가 안~ 되면 (나무) 수! 염! 스! 쿨!



저희가 촐킨을 하는 동안에 한쪽에서 남자 두 분이 게임을 하면서 저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헤이보드 모임에서 같.놀.가에 놀러오신 맛난파전 님과 다른 한 분 (파전 님과 같이 오셨으니 '부침개' 님이라고 해 두죠)! 맛난파전 님이 반지의 전쟁을 배우고 싶다고 하셨는데, 제가 될 수 있으면 같이 할 분과 손잡고 오시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제가 몇 년 간 반지의 전쟁을 전파하면서 느낀 게, 혼자 배워놓으면 다른 사람한테 룰 설명을 못 해서 결국 반지의 전쟁을 배운 걸 써먹지 못 하게 됩니다. 최소 두 사람이 배워서 같이 게임을 하면서 룰을 마스터 해야 다른 분에게 설명 비슷하게 해 줄 수 있는 거죠. 다행히 두 분 모두 반지의 제왕 세계관에 익숙하셨습니다. 얘길 들어보니 맛난파전 님은 원작 소설을 다 읽으셨고, 부침개 님은 얼마 전에 영화 3부작을 다시 보셨다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두 분은 첫 플레이가 될 반지의 전쟁의 규칙을 한 시간 가까이 설명해 드렸습니다. 그리고 플레이 시작. 용무 님은 센스 있게 3시간짜리 반지의 제왕 O.S.T를 켜 주셨습니다. 타임 어택에 들어간 거죠. 음악이 먼저 끝나느냐, 게임이 먼저 끝나느냐?

맛난파전 님이 자유민족을, 부침개 님이 암흑군단을 맡으셨습니다. 맛난파전 님이 초반에 원정대를 보내는 것보다 전투 준비를 하셨고 중반 즈음 되어서야 원정대가 조금씩 가기 시작했습니다. 부침개 님은 처음이셔서 암흑군단 군대들을 효율적으로 운영하지는 못 하셨습니다. 군대를 뭉쳐서 보내야 하는데 그냥 앞으로 빼시더라고요. ㅠ 저는 뒤에서 들려오는 O.S.T를 흥얼거리고 따라부르며 두 분의 플레이를 봐 드렸습니다. O.S.T가 먼저 끝나고...;;; 결국 반지 운반자들은 산 트랙에 올라갔습니다. 한 걸음씩 내딛을 때마다 타락 점수를 매섭게 올라왔습니다. 마지막 한 칸을 앞두고 타락 점수는 벌써 10점. 1 이하가 나오거나 '2'가 적힌 일반 추적 타일이 뽑혀야 자유민족이 이기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반지 운반자들은 마지막 걸음을 내딛고 뽑힌 추적 타일은 '쉴롭의 굴' 특별 추적 타일. 주사위를 굴려서 '1'이 나와야만 자유민족이 다음 기회를 노릴 수 있었습니다. 주사위를 굴렸는데 결과는...? '4'. 게임은 암흑군단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맛난파전 님이 한 게임을 더 하시면 좋을 것 같았는데 술약속이 잡혔다면서 곧 가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반지의 전쟁을 깔아놓은 게 아까워서 제가 부침개 님과 게임을 하기로 했습니다. 두 분이 초반에 하신 실수를 잡아드리기 위해서 맛난파전 님께 10분 정도만 보고 가시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주사위빨이 미친 듯이 잘 나와서 2턴만에 원정대가 4칸을 가고, 4턴에 행동 주사위 6개를 만들면서 초보자 농락 모드가 되었습니다. 이게 아닌데...;;; 원정대의 속도가 너무나 빨랐기 때문에 저는 전투를 완전히 배제하고 계속 달렸습니다. 부침개 님은 방어를 하지 않는 가운데-땅을 휩쓸고 다니셨죠. 반지 운반자들이 산 트랙에 올라갔을 때에 타락 점수는 매우 낮았습니다. 문제는 암흑군단의 정복 속도였습니다. 어느 새 암흑군단은 승리 점수 10점을 만들었고 저는 마지막 한 행동을 남긴 상태였습니다. 반지 운반자들이 마지막 칸의 바로 직전 칸에 있어서 저의 마지막 행동으로 그들을 앞으로 보내야 했습니다. 빨간색 특별 추적 타일만 나오지 않으면 저의 승리였습니다. 제발, 제발!! 다행히도 마지막 타일은 빨간색이 아니어서 자유민족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부침개 님이 두 번째 게임이셨는데 승리 조건을 그렇게 빨리 달성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군사적 승리보다 반지에 의한 승리의 우선 순위가 높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아마 한 시간도 안 되서 끝났을 겁니다. ^^;;; (여러분, 반지의 전쟁이 이렇게 라이트합니다.) 제가 종종 얘기하잖아요? '반지의 전쟁은 가운데-땅의 미니 빌이다.'라고요. ㅋ



전주에서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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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 오디오/비디오 컨텐츠는?
스머프2 님의 던전 다락에서 탈출할 떠날 때에 스머프2 님이 '혹시라도' 새벽에라도 올 수 있으면 오라고 하셨습니다. 새벽 4시까지 기다리겠다고 하시면서요. 새벽에 돌아올 일이 안 생겨야 하는데... ㅠ

저는 부산대역에서 도시철도를 타서 서면역에서 내렸습니다. 거기서 보매보매 님을 만났는데요. 음? 닉네임에서 느껴지는 이미지와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요? 동글동글하신... ^^;;; 인사를 나눴는데요. 리액션을 바로바로 보여주시는, 시원시원한 부산 싸나이셨습니다. ㅎㅎ 보매보매 님께는 스머프2 님과 저녁식사를 하고 만날 것 같다... 라고 전해드렸었는데. 이전 편을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둘이 만난 시간이 짧아서 실제로는 식사를 할 수가 없었거든요. 그랬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뭐 하셨어요?! 하아~~ 식사부터 하시지요?!"
보매보매 님께 호통 아닌 호통을 들으며 (?) 식사를 하러 움직였습니다. 서면이 서울의 명동처럼 완전히 가운데에 있는 번화가인 것 같았습니다. 백화점을 비롯한 높은 빌딩들이 즐비해 있고 유동인구도 많았습니다. 한쪽 골목으로 따라 들어가며,
"박기량이 아시지요?"
"아, 네. 알죠."
"가가 자주 와서 먹는다는 가겝니더."
저도 야빠 (?)라서 박기량 씨가 누군지 압니다. 부산 하면 자이언츠 '박기량'이죠!! 나도 박기량 씨가 먹는 가게에서 식사를 해 보는구나 싶었는데... 가게 이모님들이 벌써 청소를 하고 계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영업이 끝난 거죠. ㅠㅠ


다른 한식 레스토랑 같은 곳에 갔는데도 영업 종료... ㅠㅠ 다시 이동하여 국밥집이 늘어서 있는 불이 훤하게 켜진 돼지국밥골목으로 갔습니다. 보매보매 님이 가게 이모님들께 인사를 드리며 앞장서서 들어가셨습니다.
"국밥, 드시지요?"
"아, 네. 그럼요."
제가 생긴 게 이래서 (?) 그렇지 어지간한 건 다 먹습니다. 못 먹을 것 같은 것도 잘 먹습니다;;; 이날 만나는 부산 분들마다 '부산에 왔으면 돼지국밥을 먹어야 한다'고 하셨던 것 같습니다. 저도 부산 갈 때마다 가능하면 돼지국밥을 먹으려고 하고 있거든요. 제 입맛에도 잘 맞고 당연히 맛도 있고요. ㅎㅎ 국밥에 따라나온 부추를 국밥에 넣고 간장으로 만든 것 같은 소스도 넣어서 먹었습니다. 막 먹기 시작했는데 보매보매 님께 전화가 걸려와서 통화를 하셨습니다. 길지 않은 통화였는데 통화가 끝날 때 즈음에 저는 이미 국밥을 다 먹은 상태였습니다. 허기져서 빨리 먹게 되더라고요. ㅎㅎ (아래 국밥 사진은 인터넷에서 비슷한 걸로 찾은 겁니다.)



식사를 마치고 보매보매 님이 이끄시는 대로 따라갔습니다. 저는 길을 전혀 모르니까요. 부산대 앞은 몇 번 가 봐서 길이 눈에 익었는데 여기는 처음이었습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배**라** 아이스크림 가게로 들어가셨습니다. 달고 고소한 게 먹고 싶어서 자모카 아몬드 퍼지를 골랐죠. 보매보매 님은 그린티를 고르셨는데 아주 조금만 드셨습니다. 왜냐하면 그건 댁에 계신 보매보매 님 부인의 것이었기 때문이었죠. 택시를 타고 보매보매 님 댁으로 갔습니다. (아래 아이스크림 사진은 인터넷에서 찾은 겁니다.)



원래 계획은 보매보매 님 댁에서 반지의 전쟁을 밤새 알려 드리고 저는 아침에 전주로 떠나는 것이었는데요. 여기에 제가 계산하지 못한 변수가 둘 있었습니다. 하나는 보매보매 님이 결혼을 하셔서 댁에 부인이 계시다는 것, 남은 하나는 보매보매 님이 다음 날 출근하신다는 거였습니다;;; 전략을 세웠는데 틀어진 느낌... ㅠㅠ 보매보매 님이 댁에 가셔서 옷 갈아입고 다시 나와서 다시 다락으로 가는 걸로 처음에 정했다가 부인과 얘기를 하셔서 댁에서 노는 걸로 바꾸셨습니다. 스머프2 님은 설레셨을 듯;;; 댁에 계신 부인께 인사를 드리고 작고 귀여운 강아지를 피해서 들어갔습니다. 보매보매 님이 안내하신 한쪽 방에 들어갔는데 '우왓!'

그것은 게임 룸이었습니다. 4개의 벽면 중 한 면 반 가득 책장에 게임들이 꽂혀 있었고, 한쪽 벽면의 책상에 컴퓨터와 뭔가 동영상 편집이 가능한 기계들이 있었습니다. 방 가운데에는 반지의 전쟁을 펼치기에 충분히 넓은 테이블이 있었고요. 책장 앞에는 그 강아지의 응가가 있었는데, 왠지 내가 먹고 있던 자모카 아몬드 퍼지 색깔과 비슷해서 제가 뭘 먹고 있는지 잠시 확인해야 했습니다. 아이쿠야;;; 보매보매 님이 편한 옷을 주셔서 씻고 옷을 갈아 입고 게임을 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보매보매 님이 씻으시는 동안에 방 안을 구경했습니다. 동영상을 편집할 수 있을 것 같은 기계가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식사할 곳을 찾으며 돌아다닐 때에 얘기를 나눴는데요. 보드게임 관련 동영상을 제작하실 계획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한국의 테이블탑을 만들고 싶다'는 큰 포부를 말씀해 주셨는데요. 카메라도 있고 기계도 있고 다 있는데, 현재 하나가가 빠졌다고 하셨던 것 같습니다. 사람...;;; 사람 구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게임의 규칙을 이해하고 스스로 전략을 만들어가면서 플레이하고, 또 프로그램 특성 상 끊임없이 말도 해야 할 겁니다. 일단 보매보매 님 부인께서 Terra Mystica 테라 미스티카까지 소화하시는 데까지 3-4년이 걸렸다고 하신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안양 모임을 만들 때에 첫 번째로 잡은 목표가 모임을 같이 이끌어갈 '게이머'를 키우는 것이었습니다. 당장 내가 편하자고 저 혼자서 다 떠안으면 게임도 내가 다 사고 규칙도 내가 더 설명하고 그러다 보면 제가 지쳐서 모임을 오래 끌고 갈 수 없게 됩니다. 시간이 몇 개월에서 몇 년이 걸리더라도 같이 끌고갈 사람을 키워놓으면 제가 점점 편해지거든요. Agricola 아그리콜라에서 가족 늘리기로 전체 행동 수를 늘리는 것처럼요. ㅋ

저도 유튜브 채널이나 팟캐스트 등을 만들어 볼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데요.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죠. 제 기준으로, '프로그램'이라면 미리 대본이 나와야 하고 그에 맞춰서 진행과 촬영을 하고 그 후에 편집을 해야 하는데요. 그런 것들을 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저는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전략 세우고 연구하는 걸 즐겨서 플레이 횟수를 늘려야 하는데, 그것에 투자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번역하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들어가서 저한테 말 그대로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ㅠ


지금까지 여러 사람들이 오디오 팟캐스트나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서 여러 컨텐츠를 만들어 오고 있습니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저는 시청이나 청취를 많이 한 편은 아닙니다. 꾸준히 본 것이 보매보매 님이 말씀하신 TableTop 테이블탑이었습니다. Wil Wheaton 윌 휘튼이라는 유명 미국배우가 호스트가 되어서 유명인들을 초대해 같이 게임을 즐기는 프로그램인데요. 다른 프로그램과 다르게 '재미'가 있었습니다. 시트콤 같거든요. 그러니까 어떤 게임을 소개하는가보다도 이 사람들이 무얼 하면서 웃고 떠들까가 기대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출연자들이 서양 사람들답게 전체적으로 밝고 유쾌한 분위기가 매력이었죠.


요즈음에 보드게임 관련 오디오/비디오 컨텐츠가 많은데요. 구분지을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구를 대상으로 하고 있고,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에 대해서요. 테이블탑 페이지에 가면 종종 어려운 게임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댓글이 보입니다. 저는 그들이 바라는 게임은 테이블탑 프로그램과 전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단막극을 하는 프로그램에 대하드라마를 해달라는 꼴이랄까요? 어떤 이들은 무겁고 길고 어려운 게임을 다룰 필요도 있지만 다수는 아직 보드게임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이 보드게임에 호기심을 가지도록 유도하는 가볍고 유쾌한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게이머들인 사람들을 위한 것이 전자에 속한다면, 테이블탑이 후자에 속하는 거죠. 어제의 이야기의 연장선에서 말씀을 드리자면, 보드게임에 대한 오디오/비디오 컨텐츠는 더 밝고 유쾌했으면 합니다. '게임 = 놀이기구 = 우리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는 무언가'라면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어야 할 겁니다. 무겁고 어둡고 너무 진지하면 '보드게임 = 어려움 = 노 잼'이라는 부정적인 인상을 주거나 그들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질 테니까요. 대중과 가까운 위치에서 친근하게 다가가면 좋겠습니다. 그냥 제 개인적인 바람이에요. ^^;; (그런 의미에서 대도서관 님이 출연한 한곰 님의 동영상은 최고였던 것 같습니다.)


보매보매 님이 시원한 커피와 맛있는 과자를 테이블에 놓으시면서 저희는 게임을 할 준비가 끝났습니다. 반~지가 안~ 되면 (나무) 수! 염! 스! 쿨!



보매보매 님은 부산에서 다른 분들과 한 번 해보셨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1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룰 설명을 드리면서 빠뜨리셨거나 틀리게 하셨던 부분이 있는지 확인을 했죠. 설명 내내 보매보매 님이 확장에 대한 욕심을 보이셔서 첫 번째 확장 Lords of Middle-earth 가운데-땅의 귀인들만 추가해서 하기로 했습니다. 이건 처음이셔서 룰 설명을 추가로 했습니다.

음... 근데 기억이... ^^;; 다음날에 반지를 여러 게임 했더니 머리 속에서 섞여서요. ㅠ 얼핏 나는 기억에 초반에 해야 할 전략/전술적인 부분들을 짚어드리면서 튜토리얼 모드로 진행했던 것 같습니다. 투구 (소집)으로 이센가르드 내리고 사루만 뽑고, 확장이니까 모리아의 발록을 뽑아서 원정대가 날치기로 지나가는 걸 한 번 견제한다든지 그런 거요. 깃발 (군대)로는 모르도르에 흩어져 있는 군대들을 모아서 'X'자 모양으로 데리고 나오는 걸 설명해 드렸던 것 같습니다. 사루만의 능력을 등에 업은 이센가르드의 와르그라이더들이 이끼는 군대가 로한을 공격할 때에 로한군은 어떻게 방어하는지를 보여드렸을 겁니다. 제 기억으로 새벽 4시가 넘어서 사우론의 눈처럼, 붉어지는 보매보매 님의 눈을 보며 걱정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게임이 거의 끝나서 보매보매 님이 게임을 접자고 하셨습니다.



오전 5시 즈음에 누웠는데 잠이 잘 안 오더군요. 잠자리가 바뀌어도 잘 자는 편인데, 그날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이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아서 양을 세는 대신에 제 기행문에 쓸 내용을 머리 속에서 쓰고 있었습니다. 동녘에서 해가 뜨는지 하늘이 옅은 푸른색으로 바뀌고, 어디선가 소독차가 큰 소음을 내며 돌아다녔습니다. 잠은 고속버스 안에서 자기로 하고 씻고 나갈 채비를 했습니다. 보매보매 님이 아침에 저를 깨워주시려고 알람을 맞춰놓고 주무셨는데 알람이 울릴 때에 저는 깨어 있었습니다. ㅠ

오전 7시 반 즈음에 배웅해주시는 보매보매 님을 뒤로 전주로 떠났습니다. 댁으로 직접 초대해 주시고 저녁식사와 간식을 대접해 주신 보매보매 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이제 전주로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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