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문화에 대한 오해와 편견

비오는 밤에 부산대 앞에 위치한 다락에 들렀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누군가가 묻습니다.
"어떻게 오셨어요?"
"사장님 뵈러 왔는데요."

그러자 방 안에 누워 계시던 한 분이
"혹시 skeil 님?"
"네, 저 맞는데요."


나중에 다락 사장님과 술 마시면서 나온 얘기지만 그때에 저를 보며 '(사진과 다르다며) 설마 저 사람은 아니겠지...'라고 생각하셨다고 하시더군요. (이거 무슨 뜻이죠? ㅡ_ㅡ^) 저도 '저 분이 다락 사장님은 아니겠지...'라고 생각했으니 뭐... ^^;;;

다락은 좌식이라서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합니다. (전주의 같이놀다가게도 그랬죠.) 사장님의 안내에 따라 안쪽 방에 들어가서 꽤 긴 시간 동안 얘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가게 시작하시고 지금까지의 일과 부산 보드게임 동호회와 마작 동호회 등등요. TCG 얘기도 조금.


보드게이머적인 시각일 수도 있습니다만, 다락 사장님이 얘기한 TCG와 마작은 보드게임에 비해 더 비주류 문화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일반인들은 보드게임이라는 취미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제 스스로에게 던져 봤습니다.

언젠가 인터넷 상에서 여자들이 평가하는 남자들의 취미라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누가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방식으로 통계를 냈는지 알 수 없어서 100% 신뢰는 불가능하지만 말입니다.) 그 안에 보드게임이라는 항목은 없었기 때문에 게임의 하위 항목이라고 분류를 한다면 마찬가지로 (이미지도 나쁘고 저급인) 3사분면에 위치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어쩌면 3사분면에 위치하는 것보다 아예 보드게임이라는 항목조차 없었다는 게 더 슬픈 건지도... 평가를 받는 우리가 아니라 평가를 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의 식견을 가지고 그런 평가를 내렸을까요?

인터넷에 떠도는 "여자들이 평가하는 남자들의 취미"


일반인들에게 "보드게임"이 무언지 설명할 때 뭐라고 말씀하십니까? 바둑이나 장기, 체스 같은 거? 그러기엔 너무 클래시컬합니다. 부르마불 같은 거? 너무 운적이고 머리를 하나도 안 쓰는 것 같고. 카탄? 푸에르토 리코? 아그리콜라? 휴... 그런데 상대가 그게 어떤 건지 하나도 모를 수 있겠네요. "보드게임은 게임판에서 주사위 굴리면서 하는 놀이야!"라고 설명하기엔 주사위 안 쓰는 게임이 훨씬 더 많고요. 보드게이머로서의 바람이라면 일반인들에게 "보드게임은 이거야!"라며 한 방에 설명 가능한 개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보드게임의 영역은 점점 커져가고 있어서 뚜렸했던 정의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고 일반인들에게 정확하게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설명할 수 있어야 대중에게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이번엔 TCG나 마작 차례입니다. 저도 일 년 정도 Magic: The Gathering 매직: 더 개더링을 해봤습니다. 일반인들에게 TCG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카드 부스터를 여러 개 구입해서 자기 덱을 만들고 블라블라... 결국엔 스스로 답답해하며 이렇게 설명하게 되죠. "유희왕 같은 거야." 그러면 상대가 낮춰보듯 큰 웃음을 빵 터뜨리죠. 마작은 과거 홍콩 느와르 장르의 영화 때문인지 도박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심지어 루미큐브를 마작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죠.) 어두운 곳에서 담배 빵빵 피워대면서 큰 돈이 왔다갔다 하는 것으로요. 이러한 이미지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대중매체는 우리가 모르는 것을 우리 대신 판단해줄 때가 많습니다. 외국에서 들어온 문물, 소수 사람들만이 가진 문화 등을요.


우리가 잘 모로는 TCG와 마작은 점점 조직화되어서 스포츠에 가까워졌습니다. 크고 작은 대회가 열리고 그런 대회에서 스포츠맨십에 따라 선수들이 최선을 다 하고 있죠. (게다가 올해 상반기에 매직: 더 개더링 한국인 최초 세계대회 우승자가 2명이나 나왔습니다.) 물론 대중매체는 세상에 그러한 것들까지 알려주기에 너무나 바쁩니다. 아니면 관심이 없든지요. 일반인들은 TV를 보고 인터넷 기사 몇 줄 보는 것만으로 그러한 비주류 문화를 이해하기에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런 대중매체를 통해 세상을 모두 들여다 보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거죠.


그래서 좀 귀찮고 좀 부끄럽고 좀 어렵더라도 (위에서 얘기한 비주류에 속하는) 자기의 취미를 주변 사람들에게 있는 그대로 알려주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혼자 즐기는 취미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취미로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구매로 욕구를 풀지 말고 다른 사람들과 게임을 하면서 세상과 소통을 하셨으면 합니다.) 그래야 주류 문화가 바라보는 비주류 문화, 그리고 비주류 문화가 보는 비주류 문화가 세상에 제대로 알려지고 제대로 평가받는 날이 더 빨리 올 테니까요. 한두 사람이 다니던 곳을 더 많은 사람이 다니면 그곳은 언젠가 길이 될 겁니다.


부산편은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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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스터디 중입니다.

전주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향했습니다. 택시기사 분의 말씀에 따르면 버스를 타면 3, 4시간 정도 걸리는데 기차를 타면 도중에 갈아타야 하고 시간도 6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더군요. 버스에서 잠을 들어서 아무런 기억도 없습니다. 일어나보니 승객들이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것밖에요.

현재 위치를 확인해 보니 부산대학교와 가까운 편이었습니다. 버스터미널과 바로 이어진 노포 역으로 갔습니다. 부산 지하철은 수도권 지하철이 예전에 사용하던 마그네틱 승차권을 아직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지역 비하성 발언 아닙니다. 오해 없으시길... ^^;) 수도권 쪽은 승차권 종이 절약한다고 플라스틱 카드로 바꿨죠. 오랜만에 보니까 예전 기억이 새록새록 돋아났습니다. 검색에서 장전역에서 내리라고 나와서 그렇게 했는데... 부산대학교까지 꽤 멀더라고요. 후덥지근한 날씨에 땀을 뻘뻘 흘려가며 등산 (?)을 했습니다.


배가 고파서 중국집에 들러서 간자장 한 그릇 먹고 갔습니다. 그런데 오이에 완두콩, 계란까지! 우왕! 보통 중국집 메뉴판 그림과 달리 오이와 완두콩을 안 주잖아요. 가격은 4,500원이었던 것 같아요.



식사 후에 다시 부산대학교 등산길에 올랐습니다. 교내도 언덕이라서 다리에 힘이 풀리고 있었어요. 드디어 약속 장소인 사회관에 도착을 했는데... 문이 닫혀 있는 겁니다. 제 생각엔 분명히 바로 위 2층 강의실에서 와글와글 떠드는 사람들이 보드게임 모임 같았는데, 앞문도 옆문도 다 잠겨 있었습니다. 건물 뒤쪽으로 빙~ 돌아서 가니까 입구 하나가...

마치 호그와트 가는 길처럼


2층 강의실에 들어갈 때에 노크를 여러 번 했는데 안에서 게임 하시느라 못 들으시더군요. ㅠㅠ (노크를 세게 하니까 그때에서야 들어오라고...) 사람이 뭐 중요한가요. 게임이 중요하죠. 흥!

부산대 모임 분들이 Thematik 테마틱이라는 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전 사실 테마틱을 처음 봐서 하는 방법도 몰랐습니다. 게임 규칙 모른다고 하니까 그냥 앉아 있으면 알 수 있다고...

이분 이름과 헷갈린...;;;

5번의 라운드 동안 진행되는 단어 게임입니다. 각 라운드마다 주제와 한글 초성 5가지가 공개되는데 선택된 초성으로 시작하는 단어를 말하면서 그 초성에 걸린 승리 점수 카드를 가져오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가수"가 나왔을 때 부산대 학생들과 내가 말한 가수들의 나이 차이에서 살짝 좌절하고... (요새 가수들 떼로 나와서 이름 잘 모르겠어요. ㅠㅠ) 말 안 할래요...

두 번째는 서너 명씩 나눠서 각자 하고 싶은 게임을 선택했습니다. 한쪽에서는 Trajan 트라야누스와 Mice and Mystics 마이스 앤 미스틱스를 하셨고, 저희 쪽은 Alien Frontiers 에일리언 프론티어즈를 하기 전에 월풍 님이 가져오신 자작 게임을 테스트 했습니다. 제작 중인 게임이라 많은 얘기는 못 하겠지만 문학 작품에서 영감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원래는 3번의 라운드 동안 해야 하는데 첫 라운드까지만 하고 끝냈습니다. (극단적으로 게임 균형을 시험하기 위해서) 제가 일부러 아이템 카드 안 쓰면서 했는데 테스트에 도움이 되셨으려나 모르겠습니다.

에일리언 프론티어즈는 전주에서 가방을 열어보니 카드만 없어서 못했는데 현아 님이 카드 한글화 자료를 인쇄해 오셔서 기적적으로 플레이가 가능해졌습니다. 고맙습니다! (여수에서 잃어버렸는지 아니면 집에 놓고 왔는지 기억도 안 나네요. ㅠㅠ) 이 게임 역시 더러운 주사위빨 게임이지만 외계 기술 카드들의 도움으로 주사위 운을 낮출 수 있습니다. 그래서 초보자들은 무작정 주사위 개수만 늘리면 될 거라 생각하고 카드를 잘 안 가져오는데 나중에 되면 중요할 때에 무언가를 못 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초반부터 카드를 긁어모았습니다. 게임은 제가 모든 식민지 건설하면서 끝냈는데, 알고 보니 미스 플레이가;;; (하하핫; 부산에 와서도 치트 키를...) 한 턴에 테라포밍 스테이션을 여러 번 이용할 수 가 없다고 합니다. ㅠㅠ

그 다음으로 현아 님이 또 한 번 주사위 게임을 선택하셨습니다. Roll Through the Ages: The Bronze Age 롤 쓰루 디 에이지스: 청동기 시대. 그런데 이날 따라 유난히 다른 플레이어들이 전염병이 많이 나와서 저는 식량 부족까지 합쳐서 30점에 가까운 감점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더러운 주사위빨 게임 같으니!

모임을 여신 케빈 님이 강의실을 오후 7시까지 빌리셔서 마지막 게임으로 7 Wonders 7 원더스를 선택하셨습니다. 재미를 더하기 위해서 Leaders 리더스 확장을 넣고 플레이했습니다. 저는 올림피아의 제우스 상을, 오른편의 현아 님은 에페소스의 아르테미스 신전을, 왼편에 계셨던 월풍 님이 로마를 B면으로 잡으시길래, GLORY TO ROME!! 로마 만세!!를 마음 속으로 세 번 외쳤습니다. 첫 시대의 리더로 저는 토미리스 (패배 토큰을 상대에게 돌려주는 리더)를 선택했고, 월풍 님은 무력 2개를 올려주는 시저!

드루와~ 드루와~ 시저 드루와~

1시대 때에 왼쪽에 계신 월풍 님을 말리게 하려고 5원 주는 술집을 내가 집고, 그 다음으로 들어온 술집은 제 원더 1층에 묻어버렸습니다. (^^;;;) 2시대 때에는 건너편 플레이어가 열심히 과학 건물 모으시길래 점토판 1개를 제공하는 과학 건물을 제 원더 2층에 묻었고요. 현아 님이 처음 하시는 것 같길래 자원 구입을 많이 해드렸습니다. 그런데 현아 님이 람세스 능력으로 3시대 때에 지나가는 보라색 조합 카드들을 계속 끊는 겁니다. ㅠㅠ (님아, 자비 좀!!) 다행히 저는 제 원더 3층의 능력으로 현아 님의 장인 조합을 8점짜리로 복사해 와서 현아 님과 제가 65:65로 최고점이 됐습니다만, 현아 님이 돈을 더 많이 가지고 계셔서 제가 2등... 아르테미스 신전은 돈이 풍부해서 동점일 때에 유리하죠. (도장깨기 실패... ㅠㅠ)


8시가 가까워져서 모임을 마치고 건물밖으로 나왔습니다. 비가 주룩주룩 내려서 다들 아쉬운지 발을 쉽게 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시험 기간이 가까워졌지만 젊음을 불태우는 부산대 학생들의 패기...는 아니고...) 지난 모임까지 아랫층에 있던 작은 공간에서 모였는데 케빈 님 덕분에 큰 강의실에서 보드게임을 했습니다...가 아니라 저희는 세계화 시대에 발맞추기 위해 온통 영어로 된 문서를 읽는 스터디를 했죠. 에헴!!

작별인사를 나누고 케빈 님을 비롯한 몇몇 분들이 다락 앞까지 저를 데려다 주셨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여행용 캐리어에 게임을 가져오신 Silverfang 님과 짧게 얘기를 나눴습니다. 보드게임 시작하신지 얼마 안 되신 직장인이시라고. 저는 부산대 모임이라 학생들만 모이는 걸로 잘못 알고 있었습니다. ^^;;

얘기가 끝날 무렵에 다락 앞에 도착했습니다.


부산편은 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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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이 전부는 아니에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전주 한옥마을을 돌아봤습니다. 한옥마을은 입장료 내고 들어가는 곳이 아니고 한옥 형태로 새로 건설한 건물들이 있는 거리입니다. 차나 먹거리를 파는 곳도 있고 숙박을 할 수 있는 곳도 있고요. 일반 가정집도 있습니다. 한옥마을 넓이가 꽤 큰데 아침에 할일도 없고 해서 두 시간 정도 둘러보았습니다. 하늘에서 분무기로 물을 뿌리듯이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산을 바라보니 새벽에 머금었던 물을 뿜어내듯이 연무가 피어올랐습니다. 한 폭의 그림 같더군요.

그리고 나서 근처에 있는 목욕탕에 가서 씻고 살짝 잠을 잤는데... 일어나보니 약속시간이 살짝 지났습니다. ㅠㅠ

같이놀다가게로 후다닥 뛰어갔습니다. 이날은 전주 첫 날에 저에게서 싸인을 받으신 분과 반지의 전쟁 대결이 있었는데요. 제가 이른 아침부터 체력을 다 써서 체력 보충을 위해 같이놀다가게 안에서 잠을 잤습니다. ^^;;; 사장님과 두 분이서 이노베이션 하셨던 것 같은데...


오후 5시에 드디어 반지의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플레이로그를 적어가면서 궁서체로 했습니다. 반지의 전쟁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는지 궁금하신 분은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더러운 주사위빨 때문에 졌지만 가르쳐 드린지 이틀 만에 놀라운 전략과 실력을 보여주셔서 게임이 끝나고서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플레이로그를 적으니 게임 중간에 틀리게 하는 것을 바로 잡아가면서 할 수 있어서 좋더군요! 그리고 시작 시간과 종료 시간을 보니 반지의 전쟁이 3시간도 안 걸리는 주사위 굴리는 캐주얼한 게임이라는 게 증명이 됐습니다! ㅎㅎ


반지의 전쟁이 끝난 후에 가게 밖에 여자 분 세 명이 가게 안을 계속 들여다 보고 계셨습니다. 저는 관광객이겠거니 하면서 신경을 안 쓰려고 했는데, 계속 기웃거리셔서 사장님께 슬쩍 말씀을 드렸죠. 저희가 무려 3시간 가까이 가게에서 테이블 2개나 차지하고 있었는데 사장님께 죄송한 마음이 없을 수가 없었죠. 그래서 저희가 게임은 새벽에 해도 되니까 손님들한테 자리를 양보하겠다고 얘기했더니 사장님은 손사레를 치시면서 신경쓰지 말고 하던 게임 계속 하시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안 되겠다 싶어서 가게 밖으로 나갔는데 그 여자 손님들이 사장님께 밖에서라도 게임을 하겠다고 사정을 하시더군요. (저희가 잘못 했습니다, 손님들... ㅠㅠ) 그러더니 여자 손님들은 같이놀다가게 앞의 다른 가게에서 병맥주를 시켜서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게임을 즐기시는 겁니다. 청년몰의 이국적인 분위기에 보드게임이 곁들여지니 저희도 질 수 없겠다 싶어서 비싼 병맥주를 시켜서 가게 밖에서 가볍게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같이놀다가게 방문하실 분이라면 이런 낭만도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저녁 식사가 끝나고 전주 모임 분들한테서 Through the Ages 쓰루 디 에이지스를 배웠습니다. 제가 몇 번 못 해봤지만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게임입니다. 전주 모임 분들의 친절하지만 게임을 진행하면서 기분 탓인지 규칙이 계속 추가되는 실시간 패치...;;; 결과는 생략... ㅠ


같이놀다가게가 "공식적으로" 문을 닫을 때가 되어서 한두 분씩 귀가하셨...다가 다시 오시더니 야간 라면 타임이 시작됐습니다. 닭백숙을 해주신 분께서 라면도 맛있게 끓여주셨습니다.


식사 후에 Race for the Galaxy 레이스 포 더 갤럭시와 Dominion 도미니언에 대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닭 쉐프 (?) 님이 좋아하는 게임들 중 하나가 레이스 포 더 갤럭시인데 처음에는 그렇게 좋아하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갑작스런 외계인의 계시를 받고 게임을 파악하셨다고 하네요. 저와 사장님이 도미니언 하자고 꼬시려고 했는데 자기와 안 맞는 것 같다며 거절을 하셨습니다. 사장님은 싫은 것을 정해놓지 말라고 하셨는데 쉐프 님은 싫어하는 게 아니라 좋아하지 않는 것이라며 방어를 하셨습니다.

보드게임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어서 게이머들조차도 설명이나 그림만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예전에 비해 게임에 숙달되는 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합니다. 이것은 게임의 첫인상이 플레이를 거듭함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저는 Agricola 아그리콜라에 대해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첫 플레이에서 5인 게임으로 했는데 7점을 기록했죠. ^^; (당시에 일꾼 놓기 게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그런 참사가...) 그 이후로 거의 안 하다가 주변 분들의 권유로 다시 시작했고, 아그리콜라를 이해하고 좋아하는 데에까지 거의 일 년이 더 걸렸던 것 같습니다. (사실은 제 머리가 나빠서...)

일반인들은 보드게임의 첫인상을 맹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번에 보드게임카페 가서 해봤는데 재미없었어요. 안 할래요."라면서요. 아마 주변에 보드게임을 전파하고 있거나 보드게임 카페를 운영하시는 분들이라면 비슷한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보드게임은 자잘한 규칙 하나에도 게임의 재미가 달라지고, 심지어 같이 하는 사람들이 누구냐에 따라서 분위기가 다르기도 합니다. 물론 깊이가 매우 얕은 게임은 여러 번 해도 거기서 거기일 수 있지만 제가 위에서 말씀을 드린,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연구를 해야 하는 게임은 첫인상이 분명 달라집니다. 특정 게임이 재미없다는 사람들에게 제가 "네가 뭘 알아?!"라며 취향을 무시하려는 게 아니라, 첫인상의 함정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려는 겁니다. 게이머로서 저의 바람은 새로운 보드게임을 접할 때에 그래도 최소 3번 정도 해보고 나서 평가를 해달라는 것입니다. (한국 보드게임 업계 쪽에 루미큐브에 대한 전설이 있죠.) 같이놀다가게 사장님께 일반인 손님들에게 게임의 첫인상을 좋게 해야 하지 않느냐고 여쭈었는데요. 사장님도 그것을 잘 알고 계셔서 첫 게임에서 모두가 재미있게 하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하신다고 합니다. 가게 밖에서 게임하셨던 여자 손님들이 밖에서라도 놀겠다고 하셨던 데에는 그런 이유가 있었겠죠. 설마 사장님이 마음에 들어서 그랬으려고요.


얘기가 끝나고 저와 반지의 전쟁을 하신 분과 도미니언을 했습니다. 제딴에 도미니언을 가르쳐드리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도미니언 기본판을 했는데, 알현실로 콤보 만들려다가 카드 셔플이 계속 꼬이면서 손에 알현실 두 장만 덩그러니... (이렇게 뽑혀나오면 그냥 져야죠, 뭐...)

도미니언 몇 판 하고 전주 모임에 불을 지른 화제의 게임인 Innovation 이노베이션을 했습니다. 사장님이 이 게임 구입하고 싶어서 국내 보드게임 쇼핑몰에서 검색해 보셨는데 모두 품절!


창밖으로 햇빛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피로가 눈으로 스며들어오는지 눈이 따끔따금. 아침에 세탁소에 맡겨놓았던 빨래감을 찾아오는 길에 식사를 몇 번 대접해 주신 같이놀다가게 사장님께 보답으로 커피믹스를 선물로 드렸습니다. 사장님께 선물을 드리면 잘 안 받으시니까 몰래 놓고 가시거나 던져놓고 가시면 됩니다. (아! 술이 아니어서 안 받으시려고 했구나! 그랬구나!)



이번 여행에서 전주는 이틀 정도 머무를 계획을 세웠었는데 사장님이 먹을 것을 잘 챙겨주시고 모임 분들도 친근하게 잘 대해주셔서 더 오래 있었습니다. 한 전주 분이 "아, 그거 사육 당하는 거예요."라고 하셨는데 농담이 아닌 것 같은... 아무튼 다음 번에 반지의 전쟁 리매치와 이노베이션 확장 소개를 위해서 전주에 다시 방문하도록 하겠습니다. 저 때문에 월요일에도 못 쉬고 가게를 열어주신 히미끼 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다음 뜻밖의 방문은 부산광역시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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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황무지에 씨앗을 뿌릴 용기가 있습니까?

새벽에 파한 후에 저와 마지막까지 게임을 하신 분들이 숙소 위치를 알려주시기 위해서 함께 동행을 했습니다. 몸이 피곤하실 텐데 같이 얘기하면서 데려다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다음날인 월요일. 전주편 1일차에서도 말씀을 드렸지만 같이놀다가게는 월요일마다 쉽니다. 그런데 사장님이 저를 위해서 오후 12시 즈음에 가게를 열겠다고 하셔서 시간 맞춰서 같이놀다가게로 향했습니다.

12시에 사장님과 저만 와 있어서 단 둘이서 점심 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이럴 때에 보통 현지인이 외지인에게 어떤 음식을 드시고 싶냐고 물어보죠. 그런데 같이놀다가게 사장님은
"그냥 백반 드시죠. 백반 맛있게 하는 집이 있습니다."
라고 하시면서 바로 아래 1층에 있는 한 백반집으로 데려가셨습니다. 백반 1인분당 7,000원 정도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식사 퀄리티는 아래 사진과 같고요. 같이놀다가게 사장님이 술한테 인기가 많으셔서 (?) 식사 때마다 술을 곁들이셨습니다. 이때에도 전주에서만 판매하는 막걸리를 꺼내오셔서 같이 마셨습니다. 식사와 반주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같이놀다가게 사장님은 원래 전주 분이 아니고 약 2년 전에 같이놀다가게를 창업하셨는데, 당시에 전주에 보드게임카페가 없었다고 합니다. 청년몰이라는 프로젝트에 참여하시면서 어떤 업종의 가게를 차릴까 생각하시다가 가장 자신이 있으신 보드게임으로 선택하셨고요. 나중에 들었는데 10여 년 전에 서울에서 보드게임카페 점장도 하셨다는군요. 전주 사람들이 보드게임을 할지 하지 않을지 예측이 불가능했었는데 과감하게 보드게임카페를 선택하신 사장님이 저는 대단해 보였습니다. 같이놀다가게에 가보시면 아실 수 있는 건데, 청년몰이라는 것 자체가 전주에서 하나의 관광상품입니다. 서울 인사동의 쌈지길처럼 독특하고 젊은 감각으로 물들어 있어서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그래서 가게 밖에서 사진을 찍거나 기웃거리면서 가게 안을 들여다 보시는 분들이 많죠. 가게 사장님은 로컬 플레이어들을 늘리고 싶은데 관광객들이 많이 와서 안타깝다고 하시는데 로컬 플레이어들도 꾸준히 늘고 있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청년몰에 관광객이 많은 이유는 걸어서 10분 거리에 한옥마을이라는 전주의 대표 관광지가 있습니다. 전주 모임 분들에게서 들은 내용인데, 처음에 전주에서 한옥마을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에 반대가 심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한옥마을 덕분에 관광객이 늘고 땅값도 오르고 해서 당시에 반대했던 사람들이 아무 말 못 한다는 겁니다. "그런 과감한 선택을 나도 할 수 있었을까?"라고 자문해 봤습니다.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을 뚫고 지인들에게 보드게임을 외롭게 전파하고 있는 분들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분들께 격려의 박수를. 짝짝짝짝)


식사가 끝나고 2층 가게에 올라가서 사장님하고 2인 게임을 했습니다. 사장님이 게임을 고르라고 하시길래 Dominion 도미니언을 골랐습니다. 제가 그래도 잘할 수 있다 싶은 게임이 도미니언이라서 그걸로 골랐는데요. Dominion: Intrigue 도미니언: 인트리그 (한국어 제목 도미니언: 장막 뒤의 사람들)과 Dominion: Prosperity 도미니언: 프로스페러티 (도미니언: 번영)도 섞어서 했습니다. 2번 다 제가 이기긴 했습니다만 사장님 실력이 굉장하셔서 심장이 쫄깃쫄깃하게 플레이 했습니다. (도장깨기 성공? 가게 이름 바꿔도 됨? 혼자왔다가같이가게라든지... 뭔가 나이트 클럽에 어울릴 것 같은;;;)

그리고 나서 다른 분이 오셔서 Innovation 이노베이션을 3인으로 했습니다. 해보신 분들도 계십니다만 이노베이션도 배우려고 하면 뭔가 좀 막막한 느낌이 들어서 긴가민가합니다. 전주 모임에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하시길래 알려 드렸습니다. 같이놀다가게 한켠에 Glory to Rome 글로리 투 롬이 있는데, 글로리 투 롬의 공동 디자이너 중 한 명이 이노베이션을 만들어서 둘의 성격이 좀 비슷합니다. 그래서 하나를 해봤으면 나머지는 쉽게 배울 수 있죠. (이노베이션은 묻히고 글로리 투 롬이 유행이었을 때에 저 혼자 속상해했다능...) 이노베이션의 장점은 공격만 해서는 못 이긴다는 것입니다. 공격이 계속되면 상대는 그 공격에 대해 내성이 생기기 때문에 맞는 동안에도 발전을 해서 나중에는 역전을 하게 되죠. 그래서 공격자도 적당하다 싶을 때에 공격을 멈추고 자기 문명도 발전해야 합니다. 그리고 4시대와 7시대에는 새로운 아이콘이 등장해서 게임의 변곡점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뒤쳐지고 있는 플레이어들이 게임의 흐름을 뒤집을 수 있는 기회가 반드시 옵니다. 한 게임 알려 드리고 전날 잠을 제대로 못자고 가게에서 낮잠을 잤는데, 몇 시간 자고 일어났더니 아직도 이노베이션을 하고 계신 겁니다. ^^;; 제 기억으로는 저 자고 일어나서 이노베이션에 또 투입이 됐었던 것 같은데...

저녁 시간이 되어서 국밥을 먹으러 갔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 '전주에 갔으면 비빕밥을 먹어야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저는 조금 관점이 다릅니다. 전날 전주 분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곁들여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전주에는 풍X제과에서 초코파이를 팝니다. 이건 굉장히 유명한 관광상품이어서 이 제과점의 분점이 전주에 여러 곳 있습니다. 그런데 전주 분들은 이 초코파이를 거의 안 먹고 심지어 그 초코파이가 전주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이라는 것을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관광객들만 먹는 음식인 거죠. 저는 관광객들만 먹는 음식은 그 고장의 대표 음식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표 음식은 그 고장 사람들이 평소에 즐겨 먹는 것이어야 하는 거죠. 전주 모임 분들과 얘기하다가 전주가 비빔밥으로 유명해진 이유에 대해서 얘기를 했는데요. 전라북도는 곡창지대라서 먹을 거리가 다른 지역에 비해서 풍족합니다. 그래서 다른 곳에서는 귀한 먹거리를 막 비벼먹을 만한 여유가 안 되었다는 겁니다. 그럴 듯한 얘기죠?

저녁 식사로 순대국밥을 먹었습니다. 사장님이 역시나 술을 가져오셨는데 전주의 특산품인 모주를 가져오셨습니다. 이건 막걸리에 한약재를 넣고 끓인 술 아닌 술입니다. 처음 들어보는 거라 "모주가 모쥬?"라며 개드립을 치려다가 안 사주실까봐 입밖으로 안 냈다는;;; (그래도 라임이 살아있죠.)



식사 후에 이노베이션을 한 번 더 하고, 제가 가져간 Circus Flohcati 벼룩 서커스를 2번 했습니다. 여러 명 모였을 때에 서로 낄낄거리면서 가볍게 하기 좋은 게임이죠. 카드 일러스트레이션도 귀엽고요.

전주 1일차에 만난 혼자 반지의 전쟁을 익히셨다는 분이 다음날인 화요일에 반지의 전쟁 대결을 신청하셔서 전주에 하루 더 머물기로 했습니다. 이날은 원래 사장님이 쉬셔야 하고 다음날에 가게 영업을 하셔야 해서 일찍 헤어졌습니다.


전주 모임편은 한 번 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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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가게 이름은 같이놀다 먹다 쉬다 마시다 자다 가게

전라남도 여수에서 보드게임 노예 23시간 (?) 촬영을 마치고 (여수편 참조) 오전 9시 30분 경에 전주행 열차에 올랐습니다. 기차 안에서 1시간 정도 기절하고 11시 즈음에 전주역에 도착했습니다. 위 사진에서 보다시피 전주역사의 모습은 다른 역사와 많이 다릅니다. 전통가옥 느낌을 살린 느낌이죠.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전주시가 한옥마을 관광상품으로서 개발해 오고 있는데 일관적인 느낌을 잘 살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주역 앞에서 이동을 하려고 하는데 버스가 잘 안 오더군요. ㅠㅠ 후덥지근한 날씨에 무거운 짐을 들고 버스정류장에서 마냥 기다렸습니다.


전라북도 전주에는 보드게임 카페가 "둘" 있는데요. 이번 전주 방문 목적은 히미끼 님이 보드게임 커뮤니티와 블로그를 통해서 홍보를 하고 있는 "같이놀다가게"였습니다. 같이놀다가게는 전주의 남부시장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 가게가 위치한 건물 2층에는 "청년몰"이라고 해서 20, 30대의 젊은 사장님들이 창업한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모여 있습니다. 같이놀다가게도 그 중 하나이고요. 이곳은 오후 1시부터 영업을 하는데, 월요일엔 문을 닫습니다. 사장님이 혼자 가게 영업을 하시는데 월요일에 유일하게 쉬실 수 있는 거죠. 그리고 일요일에는 보드게임 모임을 위해서만 가게를 열어서 일요일에 보드게임 하려고 오는 일반 손님들을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6월 1일 12시 즈음에 청년몰이 있는 남부시장 건물 2층에 도착을 했는데, 같이놀다가게가 안 보이는 겁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2층을 여러 번 빙글빙글 도는데도 안 보였습니다. 잘못 찾아온 게 아닌가 싶어서 다시 1층에 내려가서 한 시장 상인에게 청년몰이 다른 곳에도 있냐고 물어봤는데 여기 하나라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가보자는 마음으로 2층에 다시 올라갔더니 칠판에 적힌 가게 간판 보였습니다. 창문을 통해서 가게 안을 살펴보는 작은 방처럼 생겼습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되고요.



1시가 되어서 누군가가 가게 문을 열었습니다. 가게 사장님은 아니고 전주 모임에 오시는 분들 중 한 분이셨습니다. 간단한 소개를 하고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서 Love Letter 러브 레터라도 하자고 하셔서 그렇게 했습니다. 저에게 시작 플레이어 하라고 하셔서 먼저 했습니다. 두 장을 받아보니 한 장은 "(3) 남작"이고 나머지는 "(6) 왕". 그래서 남작을 내고 왕 카드를 보여 드렸더니 조용히 저에게 승점 큐브 1개를 밀어주시더군요. 가지고 계시던 카드가 (5) 왕자.

두 번째에도 시작 플레이어를 주시길래 첫 턴에 바로 (1) 경비병 내면서 "하녀요!" 했더니 매우 당황하시면서 다른 게임 하자고 하시는 겁니다. ^^;;

두 번째 게임으로 Saint Petersburg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하자고 말씀을 드렸는데, 바로 같이놀다가게 사장님이 오셔서 인사를 나누고 3인 게임으로 (가게 사장님이 전주 모임에서는 확장 넣고만 한다고 하십니다.) 사장님이 압도적인 점수차로 승리. 러브 레터 같이하신 분은 귀족 12종류를 모으시고 2등. 저는 새 농부 모으다가 망했습니다. 도장깨기 실패!

첫 라운드부터 옵저버터리질이냐?!


다른 분들이 더 오시고 반지의 전쟁을 꺼내서 준비를 했습니다만 여자 분 한 분이 더 오실 예정이라고 하셔서 기다렸습니다. 기다리는 도중에 한 분이 제가 번역한 반지의 전쟁 한글 규칙서를 컬러로 제본을 해놓으신 걸 보여주셨습니다. 얘기를 나눠보니 반지의 전쟁을 너무 하고 싶어서 (혼자 힘으로) 규칙서를 읽고 1번 해보셨다는 겁니다. 대부분은 규칙서 몇 장 읽다가 포기하는데 읽고 실제로 해보셨다는 말씀에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저를 더 놀라게 만드신 말씀은 반지의 전쟁을 배우러 5월 5일에 수원까지 직접 오시려고 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분들이 그 제본에 싸인이라도 하나 해주라고 하셔서 친필 싸인을 해 드렸습니다.

진짜로 소름 돋았습니다


1시간 가량 기다리니 그 여자 회원께서 오셔서 드디어 반지의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저흰 "별로" 안 기다렸습니다. 긴 테이블을 2개 붙여서 큰 테이블로 만들고 그 주위에 저까지 총 7명이 둘러 앉았습니다 (여자 분께서 미니빌 하러 왔다고 하셨는데 반지의 전쟁도 똑같이 주사위 굴리는 게임이라며 그냥 시작했습니다. 늦게 오신 벌입니다. 죄송합니다. ㅎㅎ) 저는 게임 규칙을 설명하고 진행을 돕기 위해서 한쪽에 앉았고, 나머지분들은 테이블 양쪽에 나누어 앉으셨습니다. 설명 잘 해드렸고요. 몇몇 분들 (특히 사장님)의 얼굴에 급피곤함이 보였지만 끝까지 잘 들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자유민족 플레이어들에게는 초반에 행동 주사위 늘리기를 강조해 드렸습니다. 그래서인지 2턴 안에 스트라이더를 원정대에서 분리하고 곤도르를 향해 이동시키시더군요. 그리고 스트라이더가 아라고른으로 빨리 만들어서 행동 주사위 1개를 추가하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암흑군단 플레이어들은 첫 턴에 사루만을 등장시키고 2턴부터 병력을 찍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유민족이 병력 생산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원정대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중반에는 추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간달프 더 그레이가 희생됐다가 곧 로리엔에서 부활했습니다. 암흑군단은 곤도르에 맹공을 쏟아부었고, 자유민족은 아라고른이 이끄는 군대로 곤도르 땅을 돌며 이에 맞서다가 결국엔 아라고른 군대가 전멸되어 버렸습니다. 다행스러웠던 건, 아라고른이 죽기 전까지 시간을 많이 끌어줘서 반지의 원정대는 모르도르 근처까지 도달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후반에 반지의 원정대가 모르도르 트랙에 올라갔습니다. 암흑군대는 군사적 승리를 위해서 흩어져 있던 병력들을 모아서 로리엔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간달프 더 화이트와 두 명의 호빗이 지키고 있는 로리엔에 위치킹과 나즈굴이 이끄는 암흑군단 군대가 공격을 시작했으나 간달프의 "백색의 기수" 능력 덕분에 위치킹과 나즈굴을 무력화하면서 공격을 수차례 막아냈습니다.

게임의 결과는 추적 타일에서 갈렸습니다. 원정대가 모르도르 트랙에서 두 번째 이동을 했을 때에 "사우론의 눈" 타일이 뽑혔는데 그때에 추적 칸에 행동 주사위가 총 6개가 있었기 때문에 추적 피해 6 (현재 누적 추적 피해 11)이 추가되면서 게임이 암흑군단쪽으로 급격히 기울어 버렸습니다. 안타깝게도 자유민족 플레이어의 손에 "미스릴과 스팅" 사건 카드가 있었는데 내려놓지 않으셨더라고요. 모르도르 트랙에서의 세 번째 진행에서 추적 피해가 나오면서 반지의 원정대는 임무에 실패하고 암흑군단이 승리했습니다.

설명 시간까지 포함해서 4시간이 넘어가는 긴 시간 동안 흥미진진한 게임이 진행되었는데, 마지막까지 집중해서 즐겁게 플레이해주셨습니다. 그 시간을 통해서 제가 몇 가지를 배웠는데요. 첫째로, 초보자들은 사건 카드를 공개해놓고 진행해도 괜찮다는 겁니다. 텍스트가 많아서 상대 사건 카드에 신경을 쓰기 힘들고 큰 카드를 장시간 동안 손에 들고 있으면 불편하기 때문이죠. 둘째로, 자유민족에게 추가 행동 주사위를 제공하는 인물들 (간달프 더 화이트와 아라고른)이 전투에 직접적으로 참여해도 꽤 좋다는 것입니다. 추가로 얻은 행동 주사위를 지키기 위해서 저는 그 인물들을 전투에서 배제해 왔었는데, 그러기엔 그 두 인물이 제공하는 능력이 너무나 좋습니다. 전투에 참여시키면서 암흑군단이 자유민족 정착지 점령에 더 많은 준비를 하도록 시간을 끄는 것이 반지의 원정대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또 다른 방법 같습니다.


반지의 전쟁을 하신 분들이 게임이 빨리 끝나길 기다렸던 것은 게임이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다른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저와 러브 레터를 하신 분이 닭백숙을 끓이고 계셨는데 그게 어느 샌가 다 완성이 되었습니다. 8시 30분이 넘어서 일인일닭이 아닌 일인반닭 (= 일인일다리)의 저녁 식사가 이어졌습니다. 생각해 보니 소주도 마셨군요.


저녁을 먹고 나서 Space Alert 스페이스 얼럿을 알려 드렸습니다. 이건 제가 준비해 간 게 아니라 같이놀다가게에 있던 것인데, 카드 한글화도 되어 있고 카드 프로텍터까지 다 씌워져 있었는데 펀칭이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스페이스 얼럿도 해보면 어렵지 않은데 굉장히 낯선 방식이라서 어려워 보이는 것뿐입니다. (제 개인적으로 디자이너 크바틸 씨의 천재성이 보이는 것은 Through the Ages 쓰루 디 에이지스에서가 아니라 스페이스 얼럿에서라고 생각합니다.) 튜토리얼부터 규칙을 하나씩 추가하면서 진행을 했습니다. 테스트 런과 시뮬레이션에서 쉽게 성공하셔서 의기양양해 하셨는데, 내부 위협이 추가되는 상급 시뮬레이션부터 플레이어들의 손발이 안 맞기 시작했습니다. ^^;; 마지막 네 번째로 1번 미션을 했는데, 사장님의 작은 실수 한 번으로 아깝게 실패를 했습니다. (다른 분이 만든 카드 한글화 자료에 deck 덱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제가 이것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설명을 빠뜨려서 그랬습니다. 저는 쉽게 설명하기 위해 덱 대신에 "층"이라는 용어로 설명을 했거든요.) 어쨌거나 같이 하신 분들 모두 재미있다고 말씀을 하셔서 다행이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Lewis & Clark 루이스 & 클락을 했습니다. 전주 모임 분들 중에 해보신 분이 없었는데 사장님이 관심을 보이셔서 알려드렸습니다. 덱-빌딩 요소를 갖추고 있지만 자신의 탐험대 덱의 콤보가 만들어질 때까지 난해하고 지루할 수 있습니다. 제가 전날에 잠을 못 잤고 밤 늦은 시간이다 보니 모임 분들이 카드 효과에 대해 질문하고 있는데 제가 꾸벅꾸벅 졸고 있기까지 했습니다. 다행히도 전주 모임 분들이 게임을 빨리 이해하셔서 다들 비슷비슷하게 산맥을 넘고 목적지를 향해 달렸습니다. 루이스 & 클락도 끝나고 반응이 좋아서 가져간 보람이 있었습니다. 루이스 & 클락이 끝났을 때가 새벽 3시 30분.


전주 모임편은 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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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초에 있는 황금 연휴에 맞춰서 일주일 정도 되는 휴가를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번에 반지의 전쟁 맵 천출력을 하면서 몇몇 분들에게 약속했던 방문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돌아오는 연휴에는 여러 지역을 가서 사람들도 만나보고 게임도 함께 하려는 더 큰 계획을 세우게 됐습니다. "뜻밖의 방문" 2부부터 10부까지는 이번 남부지역 순회방문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전하겠습니다.



여수 밤바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 네게 들려주고파
전활 걸어 뭐하고 있냐고 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


전라남도 여수에 계시는 (보드게임 커뮤니티 닉네임) 벤더 님과는 지난 반지의 전쟁 맵 천출력 프로젝트 때에 이메일로 얘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주로 모 보드게임 커뮤니티의 중고장터에서 자주 본 (?) 그분을 이번 기회에 실제로 만나서 반지의 전쟁 규칙도 알려드리고, 여수와 순천, 광양의 보드게임 모임분들과 함께 게임을 하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번 남부지역 순회방문은 6월 1일부터 시작하려고 했으나 여수 모임 분들의 일정이 5월 31일에만 가능하시다는 연락을 받아서 하루 앞당겨서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5월 30일 오전에만 하더라도 넉넉했던 5월 31일자 기차표가 오후에 거의 매진되면서 저의 계획에 큰 차질이 생겼습니다. 역에서 입석표가 남아 있었지만 4시간 가까이 걸리는 여수까지 서서 갈 자신이 없었습니다. 제게 남은 선택지는 5월 30일 밤 11시 경에 출발하는 여수 EXPO행 마지막 열차.


31일 토요일 새벽 3시 40분 경에 여천역 도착 예정이었던 기차는 15분 정도 연착되어서 4시에 도착했습니다. 참고로 덧붙이자면, 여천은 여수에 있는 역 이름입니다. 저도 이번에 알게 되었네요. 벤더 님께 새벽에 도착한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아서 버스가 다닐 시간까지 작은 역 대합실에서 기다리려고 했습니다...만 기차를 타고 오면서 계속 배가 고팠기 때문에 5시 즈음에 좀 이른 아침을 먹으러 역 밖으로 나갔습니다. 밖은 깜깜했고 밖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현지 분에게 들은 바로는 역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서 새벽 시간에는 택시도 기차 시간 즈음에만 온다고 합니다.) 다행히 첫 기차가 올 시간이어서 밖에 택식 몇 대가 와서 승객들을 내려주고 있었습니다. 저는 택시 기사님께 당당하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아침 먹을 수 있는 곳으로 가주세요!"

10분 정도 되는 짧은 시간 동안 택시 기사님과 짧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방인이 여행을 와서 물어보는 가장 흔한 질문을 하나 드렸습니다.

"기사님, 여수에서 뭐가 제일 맛있어요?"
"그런 거 없어요. (어딜 가나) 다~ 똑같아요. 아무거나 드세요."


택시 기사님과 낄낄거리면서 나눈 그 대화는 이번 남부지역 순회방문에서 저에게 아주 큰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대합실에서 한 시간 가량 기다리면서 관광안내서에서 여수 10대 음식을 찾아보고 있던 제가 부끄러워졌습니다. 택시 기사님은 아침에 문을 연 곳이 별로 없을 거라면서 24시간 영업하는 콩나물 국밥집에 데려다 주셨습니다. (실제로 새벽에 문을 연 가게가 거의 없었습니다.)

벽에 걸린 메뉴판을 스윽 한 번 바라보고 아주 이방인스럽게 주문을 했습니다.

"사장님, 콩나물 국밥 하나 주세요!"
"무슨 맛으로요?"

맛이 한 가지가 아니었던 겁니다. 일단 아침부터 알싸한 음식에 도전했습니다. SNS 자랑질 허세에 찌든 사람처럼 식사 전에 인증샷부터 찍었습니다. 여수에서 맛본 6,000원짜리 콩나물 국밥 퀄리티입니다. 뜨끈한 철 그릇에 흰자위가 살짝 익은 날계란을 하나 주셨네요. 조미김도 2개나.



아침을 먹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아직 아침 7시.

'그냥 걷자...'

관광안내서의 지도를 보면서 도심일 것 같은 곳을 향해서 계속 걸어갔습니다. 지도를 거꾸로 보다가 오동도로 갈 뻔 한 것은 비밀.

8시 경에 드디어 (용기를 내서) 벤더 님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두 번째 만에 전화를 받으셨는데 아직 잠이 덜 깨신 목소리로 여수 모임 분들이 모일 장소를 알려주셨습니다. (나중에 만나서 말씀해 주셨는데, 저한테서 Nations 네이션즈 배우시려고 게임 펀칭하시고 늦게 주무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또 걸었습니다. 차를 타고 가기엔 너무 가까워 보였거든요.


모임 장소는 여수의 모 병원 맞은편에 위치한 2층짜리 천사 다방 (?)이었습니다. 카페가 굉장히 넓고, 단체석용 대형 테이블이 무려 3개나 있어서 보드게이머들에게 최적의 장소로 보였습니다. 9시 경에 벤더 님이 오셔서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오시기로 한 다른 분들을 기다리면서 보드게이머들스러운 얘기를 나눴습니다.

벤더 님은 오랫동안 보드게임을 해오신 분은 아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러하듯이, 2000년대 초반 보드게임 카페가 많았던 시절에 보드게임을 접하시다가 오랫동안 잊고 지내셨고 L 모 대형 마트에서 Puerto Rico 푸에르토 리코 한글판이 60% 할인 중인 것을 보고 충동구매 구입하시면서 본격적인 보드게임 컬렉터 보드게이머가 되셨다고 합니다. ^^;; 여수 모임은 처음에 3명으로 시작되었고 모 보드게임 커뮤니티에서 모임 홍보를 하면서 모임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지리적으로 여수가 순천, 광양과 닿아 있어서 그쪽 분들도 보드게임 하러 오신다고 합니다. 여수 보드게임 모임은 매주 있고, 평일에도 퇴근 후에 모여서 게임을 즐기신다고 하니 여수, 순천, 광양에 사시면서 보드게임 모임을 애타게 찾으시는 분들은 벤더 님께 꼭 연락을 드리세요. 이상으로 남의 모임 홍보 끝~!


두 분이 더 오셔서 반지의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저까지 4명이었는데, 저는 게임을 전체적으로 봐 드리기 위해서 게임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았고, 한 분이 자유민족을 나머지 두 분이 암흑군단을 맡았습니다. 규칙서에서 3-4인용 규칙이 있지만 저의 경험 상 반지의 전쟁을 처음 배울 때에는 2인 규칙으로 하고 같은 팀원들이 서로 상의를 하면서 진행하는 것이 더 나은 것 같아서 2인 규칙으로 진행했습니다.

반지의 전쟁을 처음 할 때에 오래 걸리는 부분은 카드 텍스트를 읽는 시간과 카드가 언급하는 지역을 찾는 시간입니다. 게임 시작 전에 게임 보드에 피규어를 놓는 것도 시간이 좀 필요한데 이번에 반지의 전쟁 맵 천출력할 때에 제가 이미지를 약간 편집해서 피규어를 놓아야 하는 각 지역에 세 개의 숫자로 된 피규어 개수들을 적어넣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지역에 "A/B/C"라고 적혀 있다면 "A"개의 정규 부대, "B"개의 정예 부대, "C"개의 지도자 또는 나즈굴을 배치하면 됩니다. 천출력 맵에 직접 적혀 있어서 규칙서를 뒤적거릴 필요가 없죠.


오전 10시 즈음에 규칙 설명부터 시작된 반지의 전쟁은 오후 2시가 넘어서 끝났던 것 같습니다. 암흑군단이 군사로 승리했습니다. 아무래도 반지의 전쟁을 처음 할 때에 암흑군단이 더 쉽게 다가옵니다. 원정대를 보내고 관리해야 하는 부담이 있는 자유민족은 기억해야 할 규칙이 훨씬 더 많고 행동 주사위 개수 차이에 대한 압박이 있어서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자유민족 플레이어라면 행동 주사위를 빨리 늘리는 방법을 반드시 생각해내야 합니다.

게임을 끝내시고 보이신 반응은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고 재미있다"였습니다. 48쪽짜리 규칙서를 읽어서 다 익히려면 읽다가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미 할 줄 아는 사람이 앞에서 정리해서 설명을 해주면 게임의 구조를 파악하기가 더 쉬워지죠. 다음엔 여수 모임 분들끼리 해보시겠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혹시라도 진행 중 모르는 부분이 생기면 언제라도 저한테 물어보세요.



그 다음에 근처 김밥 전문점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다른 게임들을 이어서 해봤습니다. 모임마다 모임을 주도하는 사람이라든지 모임 분위기가 달라서 모임에서 하는 게임들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모임의 특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여수 모임에서는 여러 명이 함께 할 수 있는 마피아 류 게임과 카드 게임 등을 자주 하신다고 합니다. 이날도 몇몇 분들이 더 오셔서 Wooolf! 울프!와 Mai-Star 마이스타, The Boss 더 보스, Blood Bound 블러드 바운드, The Resistance: Avalon 더 레지스탕스: 아발론, One Night Ultimate Werewolf 원 나잇 얼티밋 웨어울프 등을 했습니다. 울프!와 마이스타 등은 제목만 들어보고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날 여수 분들에게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 인기몰이 중인 Machi Koro 마치 코로 (한국어 제목으로 미니 빌)도 여기서 처음 해봤네요.

제가 알려드리려고 준비해 간 게임들이 더 있었으나 티츄 때문에 시간 관계상 다 할 수는 없었습니다. 여수 모임 분들이 Sticheln 슈티헤른은 해보신 것 같았는데 맞게 했는지 틀리게 했는지 확실치 않으셔서 규칙 정리하는 차원에서 한 번 했습니다. 큰 똥은 굴려서 먹여야 제맛이죠. 그리고 TV 프로그램 더 지니어스 2에서 "마이너스 경매"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Geschenkt 게쉥크트를 했고요. 벤더 님이 새벽에 펀칭하신 네이션즈도 게임 규칙이 매우 쉬워서 맛보기로 2라운드까지만 진행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여자 분께서 Tichu를 계속 하고 싶다고 하셔서 새벽에 티츄를 알려드렸습니다. 여수 모임에서 티츄를 제대로 아시는 분이 없어서 저를 통해서 처음으로 하셨다고 합니다. 기본 규칙은 얼마 안 되지만 특별한 능력을 가진 용봉개새 (?) 카드들과 폭탄 조합 사용에는 많은 경험과 생각이 필요해서 초보자들이 단순히 규칙서만으로 티츄를 익히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어느 새 창밖에 해가 떠 있었습니다. 5월 31일 오전 9시부터 6월 1일 오전 8시까지 연속 23시간 동안 게임과 커피, 수다를 즐긴 여수 모임 방문은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왜 노예 12년이 떠오르는지... ㅠㅠ

나는 노예가 아닙니다

여천 역에서 전주로 갈 기차를 기다리며 벤더 님과 얘기를 나누면서 알게 됐는데, 여천 역에서 차로 10여 분만 가면 바다가 나온다고 합니다! 이번 방문에서는 시간이 하루뿐이어서 여수 밤바다가 아닌 여수 밤다방만 봤는데, 다음에는 남해를 내려다 보고 싶네요. 옆집에 사는 이웃처럼 편안하고 즐겁게 잘 대해주셔서 다음에 또 방문하려고 합니다. 정말 즐거웠습니다! 끝으로, 여러 모로 이번 방문을 도와주신 벤더 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다음 뜻밖의 방문은 전라북도 전주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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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르그 기수가 지도자도 됩니다


전국민 War of the Ring: Second Edition 반지의 전쟁: 2판 배우기 프로젝트, 뜻밖의 방문 첫 번째 기록입니다.

지난 5월 5일 월요일 (어린이날?)에 수원에서 AlwaysGreen 님을 비롯한 세 분과 만나서 반지의 전쟁을 알려 드리고 함께 플레이했습니다. AlwaysGreen 님과는 며칠 전부터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 받았고, 원래는 본 프로젝트 기획 의도대로 제가 직접 방문을 할 예정이었으나 AlwaysGreen 님이 계신 곳이 교통편이 좋지 않아서 수원까지 직접 와주셨습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같이 오신 두 분은 용인 쪽에서 함께 보드게임 모임 활동을 하시는 분들이었습니다. 약속 장소에서 오후 1시 경에 만나서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게임 룰 설명에 들어갔습니다. (저의 지인도 같이 배우고 싶다고 군인 친구 한 분과 함께 왔으나 그 군인 친구 분께서 시간이 많지 않으셔서 설명 듣다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셨습니다.)

AlwaysGreen 님과 함께 오신 분이 반지의 전쟁 1판을 가져 오셨는데 진행의 편의를 위해서 제가 가져간 반지의 전쟁 2판을 사용했습니다. 먼저, 진영은 AlwaysGreen 님과 여자 분이 암흑 군단을, 그리고 남자 분이 저의 도움을 받으면서 자유 민족을 하셨습니다. (처음 하시는 분에게 암흑 군단 쪽이 더 쉽습니다.)

AlwaysGreen 님과 동행한 남자 분이 가져오신 반지의 전쟁 1판
나즈굴 피규어가 2판과는 다릅니다.


2판 게임 보드를 펼쳐 놓고 게임 규칙 설명에 들어갔습니다. 다행히도 "반지의 제왕"의 컨텐츠를 접해보신 적이 있으셔서 세계관을 이미 알고 계셨습니다. 정말 간혹 "반지의 제왕" 영화조차 아직 보지 않으신 분들이 있으신데 그런 분께 이 게임을 설명하려면 아주 당혹스럽거든요. 자유 민족과 암흑 군단이 왜 싸우게 됐는지, 간달프와 사루만은 뭐하는 존재들인지, 나즈굴 피규어는 동물을 말하는 건지 사람을 말하는 건지 등요. "반지의 제왕" 영화를 봐야지 이 게임을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만, 아무래도 게임을 할 때에 몰입감에서 좀 차이가 있겠죠.


이 게임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하신 분들을 위해서 설명할 때의 흐름을 간략하게나마 알려 드리겠습니다.

제가 반지의 전쟁을 설명할 때에 처음에 8개의 국가가 둘로 나뉜다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국가들이 게임 보드에서 어디에 있는지 가르쳐 주고, 자연스럽게 게임 보드의 각 부분을 설명하죠. '각 진영이 가지는 두 개의 카드 덱 중에서 칼이 그려진 것은 인물 사건 카드고, 투구와 깃발이 그려진 것은 전략 사건 카드이다.' 이렇게 말입니다. 그리고 각 트랙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각 진영의 (원정대 트랙에 대해) 반지에 의한 승리와 (승리 점수 트랙에 대해) 군사적 승리를 이야기 합니다.

그 다음으로 이 게임의 가장 중요한 뼈대인 게임 턴에 대한 설명이 이어집니다. 각 게임 턴은 아시다시피 6개의 단계로 구성되고, 2번째 원정대 단계는 자유 민족만, 3번째 추적 할당은 암흑 군단만 진행한다는 점이 큰 특징이죠. 가장 긴 시간을 소비하는 주요 단계인 행동 해결 단계는 각 진영이 행동 주사위를 1개를 사용하면서 행동을 번갈아 실행합니다. 자유 민족은 파란색 주사위 4개로, 암흑 군단은 빨간색 주사위 7개로 시작하며, 이 서로 다른 색깔의 주사위는 서로 면이 달라서 각 진영의 행동을 확률적으로 서로 다르게 결정합니다.

그리고 각 행동 주사위 면과 그 면으로 할 수 있는 행동들의 설명을 합니다. 칼이 그려진 인물 행동 주사위 면으로 할 수 있는 공통적인 행동 (인물 행동 카드 사용, 인물/지도자/나즈굴이 이끄는 군대 이동/공격)과 개별적인 행동 (원정대 진행, 원정대 숨기기, 원정대로부터 동료 분리하기, 분리된 각 동료 이동시키기, 부하와 나즈굴 이동)을 구분지어서 알려줍니다.

투구가 그려진 소집 행동 주사위 면으로는 전략 사건 카드 중에서 투구가 그려진 소집 사건 카드를 사용할 수 있고, 또한 정치 트랙에서 자신의 국가를 1칸 내릴 수 있음을 설명하는데 이때에 정치 트랙과 정치 카운터에 대해서 간략하게 언급을 하면 좋습니다. (특이해서 굉장히 궁금해 하거든요.) 이 주사위로 소집하려면 "At War 전쟁 중"이어야 가능하다는 주의사항도요.

이 부하들 각각을 등장시키는 데에도 소집 행동 주사위 면이 필요합니다.
사우론의 입 (왼쪽)과 위치-킹 (가운데), 사루만 (오른쪽)

깃발이 그려진 군대 행동 주사위 면으는 전략 사건 카드 중에서 깃발이 그려진 군대 사건 카드를 사용할 수 있고, 2개의 군대를 각각 이동시키거나 1개의 군대로 공격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이 군대의 이동/공격이 인물 행동 주사위를 사용했을 때와 어떻게 다른지도 설명하는 것이 좋습니다.

팔란티르가 그려진 사건 행동 주사위 면으로는 사건 카드를 뽑거나 사용할 수 있는데, 이때에 사건 카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면 좋습니다. 사건 카드는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위쪽은 사건, 아래쪽은 전투를 담당합니다. 볼드체로 표기된 것은 카드를 내려놓기 위해 충족되어야 하는 조건이고, 밑줄이 있으면 내려놓고 있다가 그 카드가 지시하는 특정 상황 때에 효과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볼드체와 밑줄은 원본 카드에는 없고, 제가 보기 편하라고 따라 표기해 넣은 것입니다.) 전투 부분에 있는 숫자는 카드 효과의 우선순위인데 숫자가 낮을수록 먼저 효과를 가집니다.

그 뒤에 전투 흐름을 설명하면 될 것 같습니다. 먼저 일반적인 전투 (야전)을 설명하고 그 다음에 도시와 요충지에서의 방어자 이점, 그리고 거점에서의 공성 (포위 전투)를 설명합니다. 전투는 정치 카운터의 활성화와 전진, 승리 점수 획득, 게임 턴의 6번째인 승리 점수 확인 단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묶어서 한 번에 설명하면 좋습니다.

이즈음 되면 설명을 들으시는 분들이 지쳐갈 것입니다. 설명 시간이 거의 40-50분 지나가거든요. 마지막으로, 원정대 진행과 추적 부분만 설명하면 끝! (아마도 규칙을 전체 중에서 70%만 했어도 설명 시간이 거의 한 시간 걸렸을 겁니다. 나머지는 게임을 하면서 익히면 됩니다.)

당황하지 않고, 시계를 숨기면서, 규칙 설명이 한 시간도 안 된 것처럼 하면 끝!


AlwaysGreen 님 일행과 반지의 전쟁을 하면서 짧막하게 기록한 플레이로그를 남겨봅니다.

게임 턴 자유 민족 암흑 군단
1 원정대 2번 진행
(추적 성공으로 타락 점수 2 증가)
사우론국 정치 카운터
"전쟁 중"까지 전진
2 원정대 진행
(추적 성공, 타락 3을 막기 위해서
간달프 더 그레이 희생)
로한국 정치 카운터
"전쟁 중"까지 전진
사루만 소집, 행동 주사위 1개 추가
곤도르국의 Pelargir 점령,
승리 점수 1점 획득
3 Pelargir 탈환
원정대 진행
(추적 성공으로 타락 점수 3 증가)
간달프 더 화이트 등장,
행동 주사위 1개 추가
Minas Tirith에서 전투 발생,
전투 피해 4:2로 손해
4 "나 혼자 가겠어" 사건 카드로
스트라이더 8칸 이동
"엔트들이 각성하다" 사건 카드 사용
로한국 병력 소집
Dol Amroth 점령,
승리 점수 2점 획득
5 인물 행동 주사위 면 5개 나옴! 사루만이 이센가르드국에서
병력 생산 시작
6 스트라이더가 로한군과 합류 자유 민족이 "정찰병들" 전투 카드로
후퇴해서 Pelargir 재점령,
승리 점수 1점 획득
"암흑군단이 늘어나다" 사건 카드로
Pelargir 병력을 Minas Tirith로,
South Dunland 병력을 Orsanc로 이동
7 Pelargir 재탈환
곤도르국 소집
남부인과 동부인국 정치 카운터
2번 전진, "전쟁 중"
8 김리가 분리되어 Erebor에 도착
"마자르불의 책" 사건 카드로
드워프국 "전쟁 중"
위치-킹 등장, 행동 주사위 1개 추가
"움바르의 해적선" 사건 카드로
Pelargir 공격
자유민족이 "정찰병들" 전투 카드로
Osgiliath로 후퇴해서 Pelargir 재점령,
승리 점수 1점 획득
Fords of Isen 공격,
전투 피해 0:3으로 이익
자유민족이 Helm's Deep으로 후퇴해서
Fords of Isen 점령
9 "엔트들이 각성하다" 사건 카드로
사루만 죽음
"아셀라스" 사건 카드로 원정대 타락 점수 1 치유
"왕의 도전" 사건 카드로
눈 추적 타일 1개 제거
모르도르에서 소집 2번
10 Minas Morgul 공격,
전투 피해 1:3으로 이익
Helm's Deep 공격 2번 공격,
전투 피해 2:4로 이익
전투 피해 3:1로 손해
Helm's Deep 점령,
승리 점수 2점 획득
11 인물 행동 주사위 면 3개 나옴! 인물 행동 주사위 면 5개,
눈 행동 주사위 면 0개 나옴!
Gorgoroth 병력 Minas Morgul로 이동 탈환을 위한 공격,
전투 피해 2:4로 손해
스트라이더가 이끄는 자유 민족 군대를 섬멸
12 Morannon과 Dol Guldur를 향해 진군Morannon 점령, 승리 점수 2점 획득
원정대 진행,
(추적 성공으로 노출, Morannon 도착)
13
승리 점수 10점으로 승리

어서 가자고요, 프로도 님!
반지를 대신 운반할 수는 없지만... 주인님을 모셔갈 수는 있어요!
어서 가요! - 샘


이렇게 해서 AlwaysGreen 님 일행과의 반지의 전쟁 플레이가 끝났습니다. 이때가 오후 6시 정도 됐던 것 같습니다. 게임을 같이 했던 분들과 돈가쓰를 먹었고, AlwaysGreen 님하고 둘이서 반지의 전쟁을 한 번 더 했습니다.


반지의 전쟁을 배우러 멀리(?) 수원까지 와주신 AlwaysGreen 님 일행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언제 또 뵐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음 번에 또 만나면 반지의 전쟁뿐만이 아니라 다른 게임들도 같이 하면 좋겠습니다. 모임 분들과 반지의 전쟁을 하시다가 모르는 부분이 생기면 언제라도 제 블로그나 제 티스토리 이메일로 연락을 주세요. 힘닿는 데까지 도와드리겠습니다.


반지의 전쟁 2판 배우기 프로젝트 - 뜻밖의 방문은 한국 보드게이머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반지의 전쟁을 가지고 있는데 할 줄 몰라서 집에서 방치하고 계신 분들은 저에게 연락을 주세요. 먼 곳이라도 달려갑니다. ;-) 자세한 내용은 다음 링크를 참조해 주세요. http://mountedcloud.tistory.com/223



당신도 반지의 전쟁을
할 수 있습니다!
Posted by Mounted Clo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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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 War of the Ring: Second Edition 반지의 전쟁: 2판 배우기 프로젝트, 뜻밖의 방문입니다.

반지의 전쟁을 사두었는데 "룰북 글자가 엘프어로 보인다. 어떻게 하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룰북 읽을 수는 있겠는데 귀찮다!"라는 분들을 위해서 제가 직접 찾아가서 게임 방법을 알려 드립니다.


이용 방법
  • 지역 - 서울/경기는 평일에도 가능하고, 기타 지역은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가능합니다. 비슷한 지역분들끼리 모이시면 더 좋습니다.
  • 인원 - 제 이동의 효율을 생각해서 2분 이상 모이실 때에 불러주세요. 반지의 전쟁이 최대 4명까지 가능하오니, 더 많이 계셔도 상관없습니다.
  • 준비물 - 제가 게임을 들고 갈 수가 없어서 직접 준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한글화된 제 카드 뭉치 정도는 들고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5월 한달 일정을 비워두었으니 편하신 날짜, 시간, 장소를 정해주시면 됩니다.


저의 방문을 원하시면 댓글을 달아주시거나 mountedcloud@tistory.com으로 이메일을 주세요.


5-6월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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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13시 3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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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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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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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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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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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ounted Clo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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