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문화에 대한 오해와 편견

비오는 밤에 부산대 앞에 위치한 다락에 들렀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누군가가 묻습니다.
"어떻게 오셨어요?"
"사장님 뵈러 왔는데요."

그러자 방 안에 누워 계시던 한 분이
"혹시 skeil 님?"
"네, 저 맞는데요."


나중에 다락 사장님과 술 마시면서 나온 얘기지만 그때에 저를 보며 '(사진과 다르다며) 설마 저 사람은 아니겠지...'라고 생각하셨다고 하시더군요. (이거 무슨 뜻이죠? ㅡ_ㅡ^) 저도 '저 분이 다락 사장님은 아니겠지...'라고 생각했으니 뭐... ^^;;;

다락은 좌식이라서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합니다. (전주의 같이놀다가게도 그랬죠.) 사장님의 안내에 따라 안쪽 방에 들어가서 꽤 긴 시간 동안 얘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가게 시작하시고 지금까지의 일과 부산 보드게임 동호회와 마작 동호회 등등요. TCG 얘기도 조금.


보드게이머적인 시각일 수도 있습니다만, 다락 사장님이 얘기한 TCG와 마작은 보드게임에 비해 더 비주류 문화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일반인들은 보드게임이라는 취미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제 스스로에게 던져 봤습니다.

언젠가 인터넷 상에서 여자들이 평가하는 남자들의 취미라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누가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방식으로 통계를 냈는지 알 수 없어서 100% 신뢰는 불가능하지만 말입니다.) 그 안에 보드게임이라는 항목은 없었기 때문에 게임의 하위 항목이라고 분류를 한다면 마찬가지로 (이미지도 나쁘고 저급인) 3사분면에 위치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어쩌면 3사분면에 위치하는 것보다 아예 보드게임이라는 항목조차 없었다는 게 더 슬픈 건지도... 평가를 받는 우리가 아니라 평가를 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의 식견을 가지고 그런 평가를 내렸을까요?

인터넷에 떠도는 "여자들이 평가하는 남자들의 취미"


일반인들에게 "보드게임"이 무언지 설명할 때 뭐라고 말씀하십니까? 바둑이나 장기, 체스 같은 거? 그러기엔 너무 클래시컬합니다. 부르마불 같은 거? 너무 운적이고 머리를 하나도 안 쓰는 것 같고. 카탄? 푸에르토 리코? 아그리콜라? 휴... 그런데 상대가 그게 어떤 건지 하나도 모를 수 있겠네요. "보드게임은 게임판에서 주사위 굴리면서 하는 놀이야!"라고 설명하기엔 주사위 안 쓰는 게임이 훨씬 더 많고요. 보드게이머로서의 바람이라면 일반인들에게 "보드게임은 이거야!"라며 한 방에 설명 가능한 개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보드게임의 영역은 점점 커져가고 있어서 뚜렸했던 정의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고 일반인들에게 정확하게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설명할 수 있어야 대중에게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이번엔 TCG나 마작 차례입니다. 저도 일 년 정도 Magic: The Gathering 매직: 더 개더링을 해봤습니다. 일반인들에게 TCG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카드 부스터를 여러 개 구입해서 자기 덱을 만들고 블라블라... 결국엔 스스로 답답해하며 이렇게 설명하게 되죠. "유희왕 같은 거야." 그러면 상대가 낮춰보듯 큰 웃음을 빵 터뜨리죠. 마작은 과거 홍콩 느와르 장르의 영화 때문인지 도박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심지어 루미큐브를 마작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죠.) 어두운 곳에서 담배 빵빵 피워대면서 큰 돈이 왔다갔다 하는 것으로요. 이러한 이미지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대중매체는 우리가 모르는 것을 우리 대신 판단해줄 때가 많습니다. 외국에서 들어온 문물, 소수 사람들만이 가진 문화 등을요.


우리가 잘 모로는 TCG와 마작은 점점 조직화되어서 스포츠에 가까워졌습니다. 크고 작은 대회가 열리고 그런 대회에서 스포츠맨십에 따라 선수들이 최선을 다 하고 있죠. (게다가 올해 상반기에 매직: 더 개더링 한국인 최초 세계대회 우승자가 2명이나 나왔습니다.) 물론 대중매체는 세상에 그러한 것들까지 알려주기에 너무나 바쁩니다. 아니면 관심이 없든지요. 일반인들은 TV를 보고 인터넷 기사 몇 줄 보는 것만으로 그러한 비주류 문화를 이해하기에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런 대중매체를 통해 세상을 모두 들여다 보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거죠.


그래서 좀 귀찮고 좀 부끄럽고 좀 어렵더라도 (위에서 얘기한 비주류에 속하는) 자기의 취미를 주변 사람들에게 있는 그대로 알려주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혼자 즐기는 취미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취미로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구매로 욕구를 풀지 말고 다른 사람들과 게임을 하면서 세상과 소통을 하셨으면 합니다.) 그래야 주류 문화가 바라보는 비주류 문화, 그리고 비주류 문화가 보는 비주류 문화가 세상에 제대로 알려지고 제대로 평가받는 날이 더 빨리 올 테니까요. 한두 사람이 다니던 곳을 더 많은 사람이 다니면 그곳은 언젠가 길이 될 겁니다.


부산편은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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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용자 Mounted Clo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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