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토요일)에 늦게까지 보드게임을 하고 막차를 타고서 집에 가느라 잠이 부족했습니다. 고학년들은 늦게 오는 아이들에 맞춰서 1시에 시작하기 때문에 간만에 늦잠을 잤습니다.
도서관에 도착하니 10분 정도 늦었네요. 이런;;; 건물 앞을 지나니 2명의 아이 중에 한 명이 외칩니다.
"선생님이다!"
다시 보니까 지난 주에 결석했던 정웅이였고, 나머지 여자 아이는 처음 보는 아이입니다. 책상에는 이번 주에 찬호가 할아버지 댁에 가느라 결석이라는 것과 새로운 아이가 온다는 쪽지가 있었습니다. 이 여자 아이가 그 아이인 것 같은데, 그 아이가 메모를 보더니 자기 성을 잘못 써놨다고... (도서관장님이 그런 실수를...) 잠시 후에 한 학년 어린 3학년 종혁이가 왔는데, 민주가 오지 않았습니다. 기다릴까 하다가 그냥 수업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벌써 시간이 꽤 지났으니까요.
우리 수업에 처음 온 수현이에게 제 수업 원칙을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수업 중 대화 내용을 들어보니 작년에 보드게임 수업을 했던 것 같았습니다.)
고학년 반 네 번째 게임은 Ra 라입니다. 한국어판에서는 '태양신 라'라고 되어 있죠. 굉장히 간략하면서 긴장감도 있는 게임이죠. 그러나 초보들의 경우에는 타일빨이 전부인 걸로 오해해서 과소평가하기도 하는 게임입니다. 고학년 학생들은 이 게임의 재미를 알아차렸을까요?
아이들은 경매가 무언지 대략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라에서 사용하는 특정한 경매 방식은 낯섭니다. 라에서는 Once-Around 원스-어라운드라는 한 바퀴만 도는 묘한 방식을 사용하는데요. 경매품에 대해서 각자 한 번씩밖에 기회가 없기 때문에 '적절한' 숫자로 잘 입찰을 해야 합니다.
설명을 쫙 했는데, 아이들의 표정을 보아 하니 제대로 이해한 아이가 없는 것 같아서 연습으로 한 왕조만 해보고 그 다음에 처음부터 다시 하기로 했습니다. 처음 하는 사람들이 많을 때에 저는 이 방식을 사용해서 워밍업을 시키곤 하거든요.
그런데 타일이 잘 안 섞여 있는지 아이들이 라 타일을 많이 뽑았습니다. '라'가 라를 뽑는 게임이 되어 버렸어요. 라볶이도 아닌데...
아무튼 처음 하는 사람들이 라를 저평가하는 이유가 자신의 턴에 할 수 있는 행동의 종류가 3가지라는 것을 잊고 그냥 타일만 줄곧 뽑기 때문이죠. 그러고 나서 '타일빨 때문에 졌다'라고 평가하죠. 아이들도 저의 예상대로 타일만 열심히 뽑고 제일 높은 숫자의 타일을 들고 있는 아이들이 차례대로 좋은 걸 따가면서 수현이가 손쉽게 고득점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한 왕조를 해보니까 게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까지 이해한 것 같았습니다. 이제는 기본 전략을 가르쳐줬죠.
"자기 차례에 할 수 있는 행동이 3가지였죠? 타일 뽑아서 보드에 놓기, 가지고 있던 신 버리고 보드에 있는 타일 가져오고, 마지막으로 라를 외치고 경매하기."
다행스럽게도 아이들이 기억을 하고 있는지 제 말에 바로 따라서 말했습니다.
"지금 제일 높은 숫자가 13인데, 13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제일 좋은 타일이 있으면 다른 사람을 이길 수 있어요!"
"타일이 8개 있을 때 다 먹을 수 있어요!"
"그렇죠? 그러면 13을 가진 사람이 8개보다 적게 먹으면 손해겠죠? 13보다 낮은 숫자를 가진 사람들은 13을 가진 사람이 8개보다 적게 먹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타일이 8개 되기 전에 경매를 불러요!"
"맞아요! 자기 차례 때에 라 마커를 가져와서 경매를 강제로 시작하게 할 수 있다는 걸 잊으면 안 돼요, 알겠죠?"
이렇게 해서 아이들은 "진짜" 라를 하는 방법을 익히고 게임을 다시 시작하게 됐습니다. 첫 번째 왕조에서는 종혁이가 빨리 먹고 빠지는 전략으로 일찌감치 나갔고, 후반 즈음에 민주는 아직 앞면 태양 타일을 3개로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는데 말이죠. 민주에게 3번 다 못 먹을 것 같으니까 아끼지 말고 태양 타일로 입찰을 하라고 얘기했습니다. 결국에 민주는 3번 다 못 먹고 첫 번째 왕조가 끝나 버렸습니다. 생각보다 라 타일들을 빨리 나오긴 했어요.
두 번째 왕조에서는 수현이가 좀 말렸습니다. 첫 번째 왕조 경매에서 높은 숫자 타일로 낙찰받고 낮은 숫자 타일로 바꿔오는 바람에 두 번째 왕조 경매에서 번번히 밀렸습니다. 하필이면 바로 다음 차례인 정웅이가 계속 더 높은 숫자로 밟는 바람에 살짝 짜증을 내면서 약이 올라 있었죠.
세 번째 왕조가 됐습니다. 이번에는 정웅이가 가진 태양 타일의 숫자들이 합이 "13"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형편없이 낮았습니다. 정웅이 점수가 많이 낮아서 팁을 하나 던져주려고 했는데요.
"숫자가 낮으니까 다른 애들이 나갈 때까지 버텼다가 혼자 타일을 뽑아서 먹는 방법이..."
"쉬~~~~~잇!!"
정웅이는 제 생각을 미리 읽고 있었는지 검지 손가락으로 말하지 말아달라는 신호를 줬습니다. 정웅이가 역전할 수 있는 기회가 왔을까요?
정웅이는 현재 건물 타일 6종류가 있었고, 그것들 중 같은 모양이 2개씩 있는 게 두어 세트 있었습니다. 건물만 잘 터지면 고득점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죠. 이번에도 종혁이가 가장 먼저 나가고, 그 다음으로 민주가 나갔습니다. 정웅이와 수현이 둘만 남은 상황이고, 남은 두 사람 모두 숫자가 낮은 태양 타일 2개씩 가지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 싸우지 않고 타일 8개씩 두 번 먹어도 될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라 타일이 뽑히는 바람에 이것이 조금 틀어졌습니다. 파라오 최대 개수를 가지고 싶던 수현이가 먼저 입찰을 하면서 수현이가 태양 타일 1개를 먼저 써 버립니다. 그 다음에 서로 타일 뽑기 한 번씩을 하다가 수현이가 경매를 걸어서 빼앗기기 싫은 정웅이가 입찰을 해서 낙찰받습니다. 그 다음에 타일 뽑기 한 번씩 하고 수현이가 입찰하고 또 낙찰받아서 정웅이 혼자 남았습니다. 정웅이는 두 번째 왕조 때에도 혼자 남아서 혼자 타일 뽑기를 했었는데, 저는 옆에서 4번째 타일 뽑은 직후에 위험하니까 먹으라고 계속 얘기를 했고 결국 정웅이는 바로 다음에 마지막 라 타일을 뽑는 바람에 못 먹고 날린 아픈 기억이 있었습니다.
정웅이는 타일을 계속 뽑았습니다. 그런데 라 타일이 하나도 나오지 않고 건물 타일들과 범람 (홍수) 타일, 신 타일이 나오면서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왜냐하면 그 건물들 덕분에 8종류를 다 모았고, 3개짜리 세트도 3세트나 완성이 되었기 때문이었죠. 최종 점수계산에서 두 아이의 점수가 총점 30여 점이었는데, 제가 혼자 대충 계산해 본 결과 정웅이가 세 번째 왕조에서 얻은 점수만해도 30여 점이었거든요. 정웅이는 50점 대를 기록하면서 우승을 했습니다. 담이 큰 아이네요.
다행스럽게도 이긴 아이도 진 아이들도 모두 재미있었다고 했습니다. 게임이 이해되지 않아서 일찍일찍 나간 종혁이도 게임을 이해했다고 하니 모두가 행복한 라가 되었네요. 이렇듯 "라"는 똥줄이 타도록 흥미진진한 경매 게임이랍니다!
도서관에 도착하니 10분 정도 늦었네요. 이런;;; 건물 앞을 지나니 2명의 아이 중에 한 명이 외칩니다.
"선생님이다!"
다시 보니까 지난 주에 결석했던 정웅이였고, 나머지 여자 아이는 처음 보는 아이입니다. 책상에는 이번 주에 찬호가 할아버지 댁에 가느라 결석이라는 것과 새로운 아이가 온다는 쪽지가 있었습니다. 이 여자 아이가 그 아이인 것 같은데, 그 아이가 메모를 보더니 자기 성을 잘못 써놨다고... (도서관장님이 그런 실수를...) 잠시 후에 한 학년 어린 3학년 종혁이가 왔는데, 민주가 오지 않았습니다. 기다릴까 하다가 그냥 수업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벌써 시간이 꽤 지났으니까요.
우리 수업에 처음 온 수현이에게 제 수업 원칙을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수업 중 대화 내용을 들어보니 작년에 보드게임 수업을 했던 것 같았습니다.)
- 게임을 망가뜨리지 않아야 한다
- 정정당당하게 해야 한다
-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 해야 한다
- 서로 즐겁게 해야 한다
고학년 반 네 번째 게임은 Ra 라입니다. 한국어판에서는 '태양신 라'라고 되어 있죠. 굉장히 간략하면서 긴장감도 있는 게임이죠. 그러나 초보들의 경우에는 타일빨이 전부인 걸로 오해해서 과소평가하기도 하는 게임입니다. 고학년 학생들은 이 게임의 재미를 알아차렸을까요?
아이들은 경매가 무언지 대략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라에서 사용하는 특정한 경매 방식은 낯섭니다. 라에서는 Once-Around 원스-어라운드라는 한 바퀴만 도는 묘한 방식을 사용하는데요. 경매품에 대해서 각자 한 번씩밖에 기회가 없기 때문에 '적절한' 숫자로 잘 입찰을 해야 합니다.
설명을 쫙 했는데, 아이들의 표정을 보아 하니 제대로 이해한 아이가 없는 것 같아서 연습으로 한 왕조만 해보고 그 다음에 처음부터 다시 하기로 했습니다. 처음 하는 사람들이 많을 때에 저는 이 방식을 사용해서 워밍업을 시키곤 하거든요.
그런데 타일이 잘 안 섞여 있는지 아이들이 라 타일을 많이 뽑았습니다. '라'가 라를 뽑는 게임이 되어 버렸어요. 라볶이도 아닌데...
아무튼 처음 하는 사람들이 라를 저평가하는 이유가 자신의 턴에 할 수 있는 행동의 종류가 3가지라는 것을 잊고 그냥 타일만 줄곧 뽑기 때문이죠. 그러고 나서 '타일빨 때문에 졌다'라고 평가하죠. 아이들도 저의 예상대로 타일만 열심히 뽑고 제일 높은 숫자의 타일을 들고 있는 아이들이 차례대로 좋은 걸 따가면서 수현이가 손쉽게 고득점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한 왕조를 해보니까 게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까지 이해한 것 같았습니다. 이제는 기본 전략을 가르쳐줬죠.
"자기 차례에 할 수 있는 행동이 3가지였죠? 타일 뽑아서 보드에 놓기, 가지고 있던 신 버리고 보드에 있는 타일 가져오고, 마지막으로 라를 외치고 경매하기."
다행스럽게도 아이들이 기억을 하고 있는지 제 말에 바로 따라서 말했습니다.
"지금 제일 높은 숫자가 13인데, 13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제일 좋은 타일이 있으면 다른 사람을 이길 수 있어요!"
"타일이 8개 있을 때 다 먹을 수 있어요!"
"그렇죠? 그러면 13을 가진 사람이 8개보다 적게 먹으면 손해겠죠? 13보다 낮은 숫자를 가진 사람들은 13을 가진 사람이 8개보다 적게 먹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타일이 8개 되기 전에 경매를 불러요!"
"맞아요! 자기 차례 때에 라 마커를 가져와서 경매를 강제로 시작하게 할 수 있다는 걸 잊으면 안 돼요, 알겠죠?"
이렇게 해서 아이들은 "진짜" 라를 하는 방법을 익히고 게임을 다시 시작하게 됐습니다. 첫 번째 왕조에서는 종혁이가 빨리 먹고 빠지는 전략으로 일찌감치 나갔고, 후반 즈음에 민주는 아직 앞면 태양 타일을 3개로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는데 말이죠. 민주에게 3번 다 못 먹을 것 같으니까 아끼지 말고 태양 타일로 입찰을 하라고 얘기했습니다. 결국에 민주는 3번 다 못 먹고 첫 번째 왕조가 끝나 버렸습니다. 생각보다 라 타일들을 빨리 나오긴 했어요.
두 번째 왕조에서는 수현이가 좀 말렸습니다. 첫 번째 왕조 경매에서 높은 숫자 타일로 낙찰받고 낮은 숫자 타일로 바꿔오는 바람에 두 번째 왕조 경매에서 번번히 밀렸습니다. 하필이면 바로 다음 차례인 정웅이가 계속 더 높은 숫자로 밟는 바람에 살짝 짜증을 내면서 약이 올라 있었죠.
세 번째 왕조가 됐습니다. 이번에는 정웅이가 가진 태양 타일의 숫자들이 합이 "13"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형편없이 낮았습니다. 정웅이 점수가 많이 낮아서 팁을 하나 던져주려고 했는데요.
"숫자가 낮으니까 다른 애들이 나갈 때까지 버텼다가 혼자 타일을 뽑아서 먹는 방법이..."
"쉬~~~~~잇!!"
정웅이는 제 생각을 미리 읽고 있었는지 검지 손가락으로 말하지 말아달라는 신호를 줬습니다. 정웅이가 역전할 수 있는 기회가 왔을까요?
정웅이는 현재 건물 타일 6종류가 있었고, 그것들 중 같은 모양이 2개씩 있는 게 두어 세트 있었습니다. 건물만 잘 터지면 고득점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죠. 이번에도 종혁이가 가장 먼저 나가고, 그 다음으로 민주가 나갔습니다. 정웅이와 수현이 둘만 남은 상황이고, 남은 두 사람 모두 숫자가 낮은 태양 타일 2개씩 가지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 싸우지 않고 타일 8개씩 두 번 먹어도 될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라 타일이 뽑히는 바람에 이것이 조금 틀어졌습니다. 파라오 최대 개수를 가지고 싶던 수현이가 먼저 입찰을 하면서 수현이가 태양 타일 1개를 먼저 써 버립니다. 그 다음에 서로 타일 뽑기 한 번씩을 하다가 수현이가 경매를 걸어서 빼앗기기 싫은 정웅이가 입찰을 해서 낙찰받습니다. 그 다음에 타일 뽑기 한 번씩 하고 수현이가 입찰하고 또 낙찰받아서 정웅이 혼자 남았습니다. 정웅이는 두 번째 왕조 때에도 혼자 남아서 혼자 타일 뽑기를 했었는데, 저는 옆에서 4번째 타일 뽑은 직후에 위험하니까 먹으라고 계속 얘기를 했고 결국 정웅이는 바로 다음에 마지막 라 타일을 뽑는 바람에 못 먹고 날린 아픈 기억이 있었습니다.
정웅이는 타일을 계속 뽑았습니다. 그런데 라 타일이 하나도 나오지 않고 건물 타일들과 범람 (홍수) 타일, 신 타일이 나오면서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왜냐하면 그 건물들 덕분에 8종류를 다 모았고, 3개짜리 세트도 3세트나 완성이 되었기 때문이었죠. 최종 점수계산에서 두 아이의 점수가 총점 30여 점이었는데, 제가 혼자 대충 계산해 본 결과 정웅이가 세 번째 왕조에서 얻은 점수만해도 30여 점이었거든요. 정웅이는 50점 대를 기록하면서 우승을 했습니다. 담이 큰 아이네요.
다행스럽게도 이긴 아이도 진 아이들도 모두 재미있었다고 했습니다. 게임이 이해되지 않아서 일찍일찍 나간 종혁이도 게임을 이해했다고 하니 모두가 행복한 라가 되었네요. 이렇듯 "라"는 똥줄이 타도록 흥미진진한 경매 게임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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