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Jana Zemankova

마운티드 클라우드 주간 게임 리뷰 8의 383번째는 Letter Jam 레터 잼에 이어서 Czech Games Edition 체코 게임즈 에디션의 새로운 게임들을 소개합니다.

두 번째로 소개할 게임은 Goblins, Inc. 고블린즈 주식회사Adrenaline 아드레날린을 만든 크로아티아의 게임 디자이너 Filip Neduk 필립 네둑 씨의 신작 게임인 Sanctum 생텀입니다.


생텀의 세계관

게임 상자 정면에는 왠지 익숙해 보이는 한 캐릭터의 얼굴이 보입니다. "Diablo 디아블로"를 해 보신 분이라면 그 악마를 떠오르게 될 겁니다. 어쨌거나 게임 상자의 주인공은 디아블로는 아니고 악마 군주인 Malghazar 말가자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디아블로, 아니 다른 던전 크롤링 세계관에서도 그랬 듯이, 이 악마 군주도 자신의 하수인들을 부려서 이 땅을 휩쓸고 점령했다고 하는군요. 하지만 어디선가 영웅들이 나타나서 그 악마 무리와 싸웠고 그 악마 군주를 옥관(玉棺)에 봉인했고, 그 옥관 위에 영웅들을 기념하기 위해 도시를 건설했는데, 그것이 생텀이라고 합니다.

세월이 지나서, 생텀은 약하고 어리석은 왕이 통치하게 되었는데요. 그는 그 도시 아래에 묻혀 있는 더 커다란 권력에 대한 환상을 보고는 광적으로 그 밑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그가 본 환상은 사실이었습니다. 그 왕은 옥관을 발견하고 봉인을 뜯어내고야 말았습니다. 이것이 생텀의 도입부에 적힌 이야기입니다.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생텀의 구성물들은 직관적이고 직선적입니다. 가운데에는 무리 보드가 있는데요. 그것은 악마 군주의 하수인들의 덱과 버리는 더미가 위치하는 곳입니다. 그 옆에는 막(幕) 보드들이 인접하게 직선으로 놓입니다. 막 보드는 4인일 때에만 6개 전부 사용되고, 3인일 때에는 III막을, 2인일 때에는 II, III, IV막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플레이어 보드는 상단에 전투 칸, 가운데에 체력 풀과 집중력 풀이 있고, 그 아래에 선택된 캐릭터의 인물화를 배경으로 물품들을 놓을 수 있는 슬롯이 있습니다. 물품의 종류에 따라, 투구, 칼, 갑옷, 장화 등의 기호로 슬롯들을 구별해 놓았습니다. 오른쪽에는 습득한 물품들을 놓는 자루 칸과, 그 아래에 보석 풀, 그 아래에 기술들을 펼쳐 놓은 기술표가 있습니다. 던전 크롤링 게임을 해 본 플레이어라면 이러한 것들이 한 눈에 잘 보이도록 깔끔하게 잘 배치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Rukus (André Heines)


앞으로, 앞으로!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턴에 세 행동 중 하나만 할 수 있습니다: 이동, 전투, 휴식. 각 플레이어는 게임에서 첫 번째 행동으로 반드시 이동을 선택해야 하고, 그 다음부터는 원하는 행동을 할 수 있는데요. 이동은 현재의 액트 (= 막) 보드의 이동 경로를 따라 가장 밑에서부터 한 칸씩 전진하는데, 다른 캐릭터가 있는 칸은 건너뜁니다. 만약 현재의 액트 보드에 가장 먼저 자신의 캐릭터를 놓게 되었다면 그 첫 번째 칸에 표시된 다섯 세트의 악마 카드들을 그 보드에 놓아야 하고, 그 외의 경우에는 지정된 한 세트만 놓습니다. (악마는 아이콘의 뿔 개수로 등급 구별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 플레이어는 공개된 악마 세트들 중 하나를 선택해서 자신의 전투 칸에 놓아야 합니다. 만약 보드의 마지막 칸에 있는 보물 상자 칸으로 이동했고 거기에서 자신의 턴을 끝낸다면 액트 보드에 남은 악마들이 모두 물품으로 뒤집히고 플레이어들이 순서대로 선택한 물품을 자신의 자루에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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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리고, 막고!

다른 던전 크롤링 게임에서도 그렇겠지만 생텀에서도 가장 중요한 게 이 전투입니다. 전투는 여섯 단계를 순서대로 진행하는데요. 먼저, 전투 굴림 전 단계로, 플레이어는 체력 물약이나 집중력 물약을 소비해서 체력이나 집중력 토큰을 해당하는 풀로 가져와 회복합니다. 이것들은 일종의 마나처럼, 다른 능력을 격발할 때에 비용으로 필요한 자원입니다. (생명점은 따로 있습니다.) 두 번째는 전투 굴림인데요. 플레이어는 기본적으로 주사위 2개만 굴릴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굴려진 주사위 결과를 자신의 전투 칸에 있는 악마에게 배정함으로써 공격합니다. 각 악마 카드에는 그 악마에게 공격을 명중시키는 데에 필요한 주사위 결과 조합이 적혀 있습니다. 한 카드에 2개 이상의 주사위 결과가 있다면 그것들을 전부 배정해야만 그 악마를 잡아낼 수 있는 겁니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능력이나 격노 타일을 사용하여 주사위 결과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네 번째로, 살아남은 악마들은 플레이어를 공격해 옵니다. 악마 카드에는 주사위 조합 아래에 핏방울 기호가 있는데, 플레이어에게 그 개수만큼의 피해를 주고, 플레이어는 그 피해만큼 생명점을 낮춥니다. 플레이어는 피해를 받기 전에 방어 능력을 써서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다섯 번째로, 악마를 죽였다면 그 카드에 표시된 만큼의 보석을 얻습니다. 보석은 그 악마 카드의 바탕색과 같은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으로 나뉩니다. 죽은 악마는 뒷면으로 뒤집혀서 물품으로 바뀌고 플레이어의 자루 칸에 놓이게 됩니다. 피해를 입었지만 죽지 않은 악마는 배정된 주사위를 치우고 그 자리에 명중 토큰을 놓아서 피해를 입었음을 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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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을 익히고 업적을 달성하자!

악마를 죽이면 표시된 만큼의 보석을 얻습니다. 이 보석은 자신의 플레이어 보드의 오른편에 있는 기술표와 관련 있습니다. 기술표는 왼쪽부터 오른쪽 순으로,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으로 구분되고, 가장 위부터 아래로 레벨 I부터 III입니다. 게임의 시작 시에 기술표에 있는 각 기술 칸에 지정된 만큼의 보석 토큰이 놓여 있습니다. 어떤 기술 칸에 있던 보석 토큰이 모두 치워지면 그 기술을 익힌 것으로 간주하는데요. 그렇게 하려면 보석을 획득해서 그 색깔의 보석 토큰을 바로 윗 레벨의 기술 칸으로 옮겨야 합니다. 즉, 레벨 III에서 II로, 또는 레벨 II에서 I로 옮기거나, 레벨 I에서 보석 풀로 보내야 하는 것이죠. 자신이 원하는 대로 보석 토큰을 옮길 수 있어서 레벨 III 기술 칸의 것부터 해도 되지만 그렇게 하면 레벨 II 기술 칸에 보석 토큰이 많아져서 그 기술을 익히는 데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래서 플레이어들이 익히기 쉬운 레벨 I 기술부터 개방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셈이죠.

공용 보드의 한쪽에 업적 보드도 있습니다. 플레이어들이 달성한 업적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건데요. 기술을 3개/5개/7개를 가장 먼저 달성했을 때에, 서로 다른 보석 색깔을 각각 2개 이상/3개 이상/4개 이상을 얻었을 때에, 착용한 물품의 레벨 총합이 4 이상/7 이상/10 이상일 때에, 아무 레벨 II/레벨 III 기술을 가장 먼저 익혔을 때에 해당하는 업적을 달성합니다. 그러면 해당 업적 칸의 축복 타일을 가져와서 비밀리에 확인하고 6번째 막에서 공개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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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필요한 휴식과 재정비

플레이어가 휴식 행동을 할 수도 있는데요. 이때에 가장 먼저 체력 토큰과 집중력 토큰을 모두 회복합니다. 두 번째로 자루에 있는 물품을 착용할 수 있는데요. 물품을 착용하려면 그 물품이 요구하는 보석 토큰을 그 물품 카드에 놓아야 합니다. 보석은 반드시 보석 풀에서 가져와야 하므로 물품을 착용하려면 부지런히 레벨을 올려야 하겠죠. 세 번째로 불필요한 물품 카드를 버리고 체력 물약이나 집중력 물약을 얻을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소지할 수 있는 물약의 최대 개수는 4개이지만 캐릭터에 따라 다릅니다.) 네 번째로 휴식할 때에도 업적 달성을 확인합니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Jay Cat Five


악마 군주

5번째 막은 생텀의 입구입니다. 다른 보드와는 다르게, 여기에는 길게 이어진 줄이 없고, 네 캐릭터의 아이콘 칸만 있으며 반대편에 대성당의 입구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가장 먼저 도착한 플레이어가 악마 세트 다섯을 공개하는데요. 악마들이 더 이상 추가되지는 않습니다. 이 악마들이 모두 없어진 후에 플레이어들은 대성당의 입구로 가서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들은 마지막으로 휴식을 취할 기회를 가지고 그 다음부터는 악마 군주와 계속 싸우기만 합니다. 각 플레이어는 악마 군주 카드 5장과 분노 카드 4장을 받는데요. 그 내용을 보지 않고 자신의 전투 칸에 악마 군주 카드들을 놓고, 그 사이사이에 분노 카드를 놓습니다. 그리고 가장 왼쪽에 있는 악마 군주 카드에 자신의 피규어를 놓습니다. 이 최종 전투는 각자 자신의 전투 칸에 있는 가장 왼쪽 카드부터 오른쪽으로 순서대로 해결해야 하며, 자신의 캐릭터가 놓인 카드에만 주사위를 배정할 수 있습니다. 피규어가 분노 카드로 이동하면 그 카드가 공개되면서 효력을 발휘하는 식입니다. 자신의 전투 칸에 있는 카드들을 모두 해결한 플레이어들 중에 생명점이 더 많이 남는 플레이어가 승자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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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텀은 던전 크롤링 PC 게임을 보드게임으로 잘 옮겨 놓았습니다. 그동안의 체코 게임즈 에디션이 보여준 고품질의 구성물과 아트워크를 이 게임에서도 만나볼 수 있고, 네둑 씨가 아드레날린에서 보여줬던 PC 게임에 가까운 게임 분위기도 여기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게임 규칙과 진행을 단순화해서 직관적으로 쉽게 배우고 빠른 속도로 진행할 수 있어서 Hack and Slash 핵 앤 슬래쉬 느낌을 잘 살릴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자신의 턴에 한 행동만 할 수 있어서 기다리는 시간이 짧고, 협력이 아닌 경쟁 게임이어서 게임이 늘어지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캐릭터가 네 개뿐이고, 전체적인 큰 시나리오가 하나뿐이어서 아쉽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건 아마도 아드레날린 때처럼 확장을 염두해 두고 일부러 기본판을 튜토리얼식으로 내 놓은 것 같더군요. 또 하나의 단점을 꼽자면 용두사미 같다는 겁니다. 악마 군주를 만나러 가는 과정은 자신에게 유리한 주사위 숫자와 물품의 조합까지 계산하는 즐거움을 주지만 정작 악마 군주와의 최종 전투에서는 무엇이 나올지 알 수 없는 분노 카드의 효과 때문에 당황스럽습니다. 이것은 양날의 검인데, 플레이어들이 그만큼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끔 준비를 잘 하도록 유도하지만 운이 나쁠 경우에는 비명횡사할 수도 있거든요.

저는 생텀이 다른 던전 크롤링 보드게임들처럼 기반이 되는 시스템을 독자적으로 잘 구축했다고 생각합니다. 악마 카드를 뒤집어서 물품으로 바꾸는 것이라든지 기술 표에서 보석 토큰을 옮겨서 레벨을 올리고 기술을 개방하는 식의 방식에서 참신함이 느껴졌습니다. 디자이너와 퍼블리셔가 생텀의 확장을 꼭 내 주길 바랍니다. (Blizzard Entertainment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와 협업해서 디아블로 에디션이 나오면 더 좋겠습니다.) 얼마 전에 생텀의 1인 게임을 할 수 있도록 규칙서 파일이 공개되었는데요. 혼자서 악마 사냥을 떠나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 사이트:
Sanctum @ boardgamegeek.com
https://boardgamegeek.com/boardgame/276830/sanctum

Czech Games Edition
http://www.czechgames.com
Posted by Mounted Clo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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