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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티드 클라우드 주간 게임 리뷰 7의 마지막 시간이자 350번째 시간은 약 반 세기 동안 미국과 소련 사이의 냉전시대를 그대로 담은 Twilight Struggle 황혼의 투쟁입니다.


승자들의 대리전

Axis & Allies 액시스 앤 앨라이즈가 1939년에 시작해 1945년에 끝난 제2차 세계대전을 담았다면 황혼의 투쟁은 그 이후의 반 세기를 담았습니다. 승전국들은 얄타 회담과 포트담 회담을 통해 패전국들을 어떻게 응징할지를 정했고, 그에 따라 독일은 네 구역으로 쪼개져서 각각이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에게 점령됩니다. 1949년 5월에 미영프 관할 구역들이 하나로 합쳐져 "독일연방공화국 (= 서독)"이 건국되고, 소련은 자신들이 점령한 구역에서 "독일민주주의공화국 (= 동독)"을 세웁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 진영인 미국과 사회주의 진영인 소련 사이의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냉전 시기에는 미국과 소련은 서로를 직접 공격하는 대신에 다른 국가들을 움직이는 대리전을 펼쳤죠.

황혼의 투쟁에서, 두 플레이어는 각각 미국과 소련을 맡아 10번의 턴 동안 전세계에 자신들의 영향력을 퍼뜨리면서 승리를 쟁취해야 합니다. 턴 개념은 War of the Ring: Second Edition 반지 전쟁: 2판에서와 같습니다. 플레이어들이 행동을 번갈아 몇 번 수행하면 그것을 하나의 턴이라 부릅니다. 3턴까지 초기, 7턴까지 중기, 10턴까지 후기로 구분하는데요. 초기 턴은 6번의 행동을 하고, 나머지 턴에는 7번의 행동을 하며, 다음 기간으로 넘어갈 때에 그 시기에 맞는 카드들이 추가됩니다.


마셜 계획 (1947) vs. COMECON 경제상호원조회의 (1949)

소련이 동독뿐만 아니라 서독에까지 영향력을 펼치려 하자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이 소련의 공산주의 확대를 저지하고자 다른 나라들에 대한 군사적, 외교적 지원을 발표하는데요. 그것이 트루먼 독트린입니다. 그리고 미국 국무장관인 조지 마셜이 유럽의 황폐화된 동맹국들의 재건을 위한 원조 계획을 제창하였죠. 프랑스는 영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원조를 받았습니다. (Le Havre 르 아브르를 떠올려 보세요.) 한편 소련은 유럽의 공산당들을 모아 공산주의자 정보 기구, 코민포름을 창설했고, 마셜 계획에 대항하기 위해 경제상호원조회의, 코메콘을 결성하였습니다.

황혼의 투쟁은 Campaign / Battle Card Driven 캠페인 / 전투 카드 드리븐 방식의 게임이어서 플레이어들이 반드시 카드를 플레이해야 게임이 진행됩니다. 카드의 좌측 상단에 별이 그려져 있는데요. 파란색 별이면 미국 측, 빨간색 별이면 소련 측에 관련된 사건이 그 카드에 있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반반 섞인 별이면 양측 모두 관련됩니다.) 별 안의 숫자는 그 카드는 작전 점수인데, 액션 포인트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일반적으로, 카드는 사건과 작전 포인트 중 하나로만 플레이되지만 상대에게만 관련된 사건 카드를 작전 포인트로 플레이하더라도 그 카드의 사건이 격발됩니다. (이때에는 사용한 플레이어가 사건을 먼저 할지 작전 포인트를 먼저 할지를 정합니다.) 제목에 별표 (*)가 붙은 카드는 그 사건이 일어나면 플레이 후에 게임에서 제거되고, 그렇지 않은 카드는 버려졌다가 나중에 다시 나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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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O 북대서양 조약기구 (1949) vs. 바르샤바 조약기구 (1955)

미국은 소련을 봉쇄하고자 대서양에 인접한 국가들과 북대서양 조약기구를 조직했습니다. 한 회원국이 공격을 받으면 화원국들 모두가 공동대응을 하기로 한 것이죠. 그리고 북대서양 조약기구는 서독의 재무장을 추진하였는데요. 소련은 그에 대응하여 동독과 동유럽 국가들과 바르샤바 조약기구를 창설했습니다.

한 카드의 작전 점수는 영향력 배치, 재조정, 쿠데타, 우주 개발 중 하나로만 사용되어야 합니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액션을 시작할 때에 이미 자신의 영향력이 있던 국가나 그런 국가에 인접한 다른 국가에 영향력 마커를 놓을 수 있습니다. 작전 점수 1을 사용하면 영향력 1을 올릴 수 있지만 상대가 조종하는 국가에 영향력 1을 올리기 위해서 작전 점수 2를 소비해야 하죠. 각 국가에는 숫자가 적혀 있는데, 그 국가에 그 숫자 이상의 차이만큼의 영향력을 놓은 플레이어가 그 국가를 조종하게 됩니다. 재조정은 상대의 영향력을 깎기 위한 행동입니다. 한 번 시도할 때마다 작전 점수 1을 소비하는데요. 양 플레이어가 주사위를 굴려서 낮은 결과를 굴린 쪽이 대상 국가에서 결과 차이만큼의 영향력을 제거당하는 식입니다. 대상 국가나 대상 국가에 인접한 국가를 조종하는 것마다, 그리고 초강대국에 인접하면 + 보정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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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에즈 위기 (1956) vs. 헝가리 혁명 (1956)

이집트가 체코슬로바키아의 무기를 들이고 수에즈 운하를 국유화하자 영국과 프랑스가 미국에 통보하지 않고 이스라엘을 끌어들이게 되었습니다. 이스라엘이 이집트를 공격하면 영국과 프랑스가 수에즈 운하를 장악하겠다는 것이었죠. 헝가리에서는 시민들이 반정부시위가 일어났고, 새로운 수상이 소련군의 철수, 경제상호원조회의와 바르샤바 조약기구 탈퇴를 선언하였지만 소련이 전차부대를 투입하여 친소 정권을 세웠습니다.

한 카드의 작전 점수를 모두 사용하여, 상대의 영향력이 있는 국가에 쿠데타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시도하는 플레이어만 주사위를 굴리고 그 결과에 작전 점수를 더하고 ‘대상 국가의 안정 지수 x2’를 뺍니다. 그 값이 0보다 크면 그 쿠데타가 성공하게 되어 대상 국가에서 그 값만큼의 상대 영향력을 제거하고, 그래도 값이 남는다면 대상 국가에 그만큼의 자신의 영향력을 놓습니다. 전장 국가에 쿠데타를 시도하거나, 또는 전쟁 카드의 사건을 일으키면 해당 플레이어는 군사 작전 점수 트랙에서 마커를 전진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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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장벽 설치 (1961) vs. 쿠바 미사일 위기 (1962)

동독이 라인강의 기적을 일으킨 서독에 흡수될 것을 염려하여 소련은 동베를린 주민의 이탈을 막기 위해 베를린 장벽을 설치했습니다. 그리고 독일에 대한 미국의 간섭을 없애고 터키에 설치된 미사일을 철수시키게 하기 위해 소련은 미국의 남쪽에 위치한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비밀리에 건설하려고 하였으나 미국 첩보기에 의해 발각되었습니다. 건설 강행을 미국에 대한 선전포고로 받아들이겠다는 미국 케네디 대통령 과격발언으로 전세계는 다시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듯했으나 미국과 소련의 외교로 소련이 쿠바 미사일 기지 건설을 중단하고 미국이 터키 미사일 기지를 철수시키면서 위기를 넘기게 되었습니다.

이 게임은 10번의 턴을 진행하지만 그 전에 끝날 수도 있습니다. DEFCON 데프콘은 5단계로 된 전투 준비태세를 말합니다. (평시는 5단계이고, 전시는 1단계입니다. 실제로 데프콘 레벨 2까지 간 적이 딱 두 번 있었는데, 하나가 쿠바 미사일 위기 때였고 나머지가 1991년 페르시아 걸프전 때였습니다.) 사건이나 행동의 결과로 데프콘 레벨이 바뀌기도 하는데, 레벨 1로 만드는 플레이어가 핵전쟁을 일으켜 게임에서 패배합니다. 전장 국가에서 쿠데타를 일으킬 때마다 데프콘 레벨이 하나 낮아지고, 턴을 시작할 때에 레벨이 하나 높아집니다.

턴이 끝날 때마다 군사 작전 트랙에 대한 점수계산을 합니다. 자신의 군사 작전 점수를 데프콘 레벨과 비교하여, 군사 작전 점수가 부족하면 상대에게 그 차이만큼의 승점을 줍니다. 승점 20점을 달성한 플레이어가 게임에서 즉시 승리합니다. 그리고 유럽 승점계산 카드를 플레이했을 때에 유럽을 장악한 플레이어가 게임에서 즉시 승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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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투쟁은 냉전 시대를 잘 담아낸 2인 전용 게임입니다. 배경이 냉전이지만 게임은 전쟁 게임이라기보다 영향력 게임입니다. 게임 규칙서에서 32쪽 중 규칙에 대한 부분은 12쪽밖에 되지 않아 규칙의 양은 많지 않지만 실제 규칙은 카드 한 장 한 장의 텍스트에 있습니다. 110장의 카드를 다 겪어 봐야 비로소 게임의 규칙을 다 익혔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이 게임에 운적 요소가 꽤 있습니다. 필요한 카드가 제때 들어와야 하고, 재조정이나 쿠데타, 우주 개발 경쟁과 같은 중요한 행동을 할 때에 주사위 굴림에 의존합니다. 그러나 운보다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은 운영입니다. 언제 어느 카드를 어떻게 쓰느냐가 더 큰 영향을 주고, 재조정이나 쿠데타는 대상 국가 주변을 어떻게 만들었는가에 따라 주사위 결과에 보정을 받기 때문이죠. 어떤 행동을 하든 반드시 카드를 써야 하는데, 한 턴에 한 번만 할 수 있는 우주 개발 경쟁에 쓰인 카드는 절대 사건이 격발되지 않습니다. 상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건은 그 행동으로 넘길 수 있다는 얘기겠지요. 게다가 우주 개발 경쟁에서 앞서 있을 때에 받는 승점과 효과도 있어서 신경을 쓰면서 해야 합니다.

플레이어들은 황혼의 투쟁을 통해 초강대국의 지도자로서 세계를 움직이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게임 곳곳에 현대사가 진하게 묻어있어서 역사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제가 이 리뷰에서 테마에 꽤나 힘을 실었는데 황혼의 투쟁은 게임성에서도 명작입니다. 초기에는 소련이, 후기에는 미국이 주도를 하므로 몰아치는 소련을 미국이 버텨내며 게임을 길게 끌고 갈 수 있습니다. Pandemic Legacy: Season 1 팬데믹 레거시: 시즌 1이 나오기 전까지, 보드게임긱에서 장기간 1위를 차지했고, 세계대회가 있을 정도로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갖춘, 인류사에서 빛날 게임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오는 3월에 마운티드 클라우드 주간 게임 리뷰 8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참고 사이트:
Twilight Struggle @ boardgamegeek.com
https://boardgamegeek.com/boardgame/12333/twilight-struggle

GMT Games
http://www.gmtgames.com
Posted by Mounted Clo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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