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가운데 스파이가 있는 것 같아



마운티드 클라우드 주간 게임 리뷰 VI의 282번째는 Lord of the Rings 반지의 제왕에 이어서 Co-operative Play 협동 진행 게임들을 소개합니다. 두 번째는 Shadows over Camelot 카멜롯에 드리운 그림자들입니다.


아서 왕과 원탁의 기사들

아마도 King Arthur 아서 왕에 대해 들어 보지 못한 분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저 멀리 영국, 그 중에서도 켈트 문화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문학이나 판타지 작품에서 많이 언급되고 차용되고 있으니까요. 아서 왕 이야기는 전설로 추정되지만 배경 시기는 로마 군단이 브리타니아에서 철수하는 5-6세기 경이라고 합니다. 이때에 게르만족과 노르만족, 색슨족 등 여러 민족들이 브리타니아를 침략하며 혼란이 일어났고, 선주민인 켈트족을 위기에서 구한 어떤 인물이 아서 왕의 모델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것이죠.

게임으로 넘어와서요. 이 게임은 아트워크에 혼신의 힘을 다 하는 Days of Wonder 데이즈 오브 원더 社의 초기 작품들 중 하나죠. 두 명의 프랑스 게임 디자이너들이 이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한 명은 Five Tribes 다섯 부족7 Wonders Duel 7 원더스 듀얼 등을 만든 Bruno Cathala 브루노 카탈라 씨이고, 나머지는 Mystery of the Abbey 수도원의 미스테리와 Mare Nostrum 마레 노스트룸 등을 만든 Serge Laget 세르주 라제 씨입니다. 어쨌거나 아서 왕 이야기에 함께 나오는 마법사 멀린, 명검 엑스칼리버, 기사 랜슬롯 등이 이 게임에서도 등장합니다. 원작의 주요 부분들이 잘 반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퀘스트 또 퀘스트

이 게임에는 여러 게임 보드가 있습니다. 가장 큰 보드에 있는 원탁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퀘스트라고 보시면 됩니다. 게임이 끝날 때까지 아서 왕과 그의 기사들은 퀘스트를 계속 수행해야 합니다. 퀘스트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요. 첫 번째로 카멜롯 성은 공성기로 포위당하고 있습니다. 성 밖으로 나가서 공성기를 파괴하는 것이 있고요. 두 번째로, 흑기사/랜슬롯/드래곤과의 전투가 있습니다. 이 퀘스트들은 요구되는 특정 조합의 카드를 여러 턴에 걸쳐 내려 놓아야 완료됩니다. (당연히 드래곤은 무척이나 힘든 퀘스트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 명검 엑스칼리버를 찾기 위한 퀘스트가 있는데요. 호수로 가서 카드를 버리면서 엑스칼리버를 끌어당겨야 합니다. 네 번째로 성배 퀘스트는 성배 카드를 여러 장 놓아야 하고요. 마지막으로 색슨족/픽트족과의 전쟁이 있습니다. 이것은 해당 칸에 이민족이 가득 차기 전에 숫자 카드를 1부터 순서대로 놓아야 해결됩니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BGG Admin


다가오는 악의 그림자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턴에 두 단계를 순서대로 진행합니다. 첫 번째는 악의 진행, 두 번째는 영웅적 행동인데요. 악의 진행은 검은색 카드 1장 뽑기나 카멜롯 성 앞에 공성기 1개 놓기, 체력 1점 잃기 중 하나를 반드시 실행해야 합니다. 검은색 카드는 아서 왕 일행에게 나쁜 영향을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 중에서는 카멜롯의 붕괴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준 아서 왕의 아내 귀네비어뿐만 아니라 아서 왕에게 치명상을 입힌 모드레드, 마녀 모르간, 멀린을 파멸로 이끈 여자 마법사 비비언 등이 있죠. 그렇다고 해서 검은색 카드를 뽑는 것 대신에 다른 것을 해야 할까요? 아, 이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카멜롯 성 앞에 공성기 12개가 놓이면 아서 왕과 기사들은 게임에서 패배하고, 체력이 0이 된 플레이어는 게임에서 탈락하기 때문입니다.

악의 진행이 끝나면 그 플레이어는 자신의 영웅적 행동 중 하나를 할 수 있습니다. 퀘스트로 이동하거나 퀘스트 행동을 실행하거나 흰색 카드 1장을 사용하거나 체력 1점을 회복하거나 다른 플레이어를 고발할 수 있습니다. 흰색 카드는 아서 왕 일행에게 좋은 효과를 가집니다. 그러나 이 카드를 얻기 위해서는 카멜롯의 원탁에 앉아서 퀘스트 행동을 실행해야 합니다. 그러니 다른 퀘스트를 하러 멀리 나가 있다면 이동을 하는 데에 턴을 한 번 더 사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퀘스트를 완료한 플레이어들은 자동으로 카멜롯 성으로 복귀하기 때문에 계산을 잘 하면 턴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Ender Wiggins


배반자 색출

이 게임에는 배반자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불확실하게 얘기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게임의 시작 시에 각 플레이어는 충성도 카드 1장씩 받는데요. 8장의 충성도 카드 중 1장은 배반자라고 적혀 있습니다. 물론, 배반자 카드를 받더라도 충실한 기사라고 말합니다. 배반자는 나머지 플레이어들이 게임에서 죽거나 패배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혼자서 승리하거든요. 그래서 들키지 않게 충실한 기사들에게 해로운 행동을 합니다. 예를 들어서, 굉장히 좋은 흰색 카드를 엑스칼리버 호수에 빠뜨려서 버린다든지, 나머지 플레이어들이 도움을 요구할 때에 거짓 정보를 흘리며 일부러 소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이죠.

영웅적 행동 중 하나로 다른 플레이어가 배반자라고 고발하는 것이 있습니다. 고발당한 플레이어는 자신의 충성도 카드를 공개해야 합니다. 그가 배반자가 맞다면 카멜롯의 원탁에 흰색 검이 추가되고, 반대로 배반자가 아니라면 원탁에 있는 흰색 검 1개를 검은색 면으로 뒤집어야 합니다. 원탁에 검은색 검이 7개 이상이 되어도 충실한 기사들이 게임에서 패배합니다. 고발은 각 플레이어가 한 번씩만 할 수 있는데, 배반자는 굉장히 중요한 시점에 일부러 거짓 고발을 하려고 할 겁니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Chris Norwood


서로 다른 인물 능력

각 인물은 서로 다른 능력을 가집니다. 아서 왕은 자신의 턴에 흰색 카드 1장을 다른 플레이어와 교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원탁에서 흰색 카드를 뽑아서 그게 필요한 동료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주로 합니다. 갈라하드 경은 자신의 턴에 흰색 카드 1장을 공짜로 플레이할 수 있어서 아서 왕과 좋은 콤비가 되죠. 가웨인 경은 원탁에서 흰색 카드를 2장이 아니라 3장을 뽑기 때문에 카드가 잘 나오면 퀘스트 하러 다닙니다. 퀘스트를 성공할 때마다 체력 1점을 회복하는 팔라메데스 경은 악의 진행 때에 자신이 체력을 깎으면서 버텨 주죠. 그리고 엑스칼리버나 성배, 랜슬롯 퀘스트를 성공하면 해당하는 유물을 획득합니다. 유물들 각각도 특별한 능력을 가집니다. 엑스칼리버는 소유자가 참가하고 있는 전투에 +1을 주고, 버려지면서 방금 뽑힌 검은색 카드를 무효화할 수 있습니다. 성배는 버려지면서 죽은 플레이어를 부활시킬 수 있고요. 랜슬롯의 갑옷은 검은색 카드를 뽑을 때에 1장이 아니라 2장을 뽑아서 선택하고 선택되지 않은 것은 덱의 밑에 넣습니다.

이렇게만 보면 이 게임은 충실한 기사들에게 쉬운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배반자가 드러내지 않고 방해를 하고 있을 수 있고, 거기에 인물 능력과 유물의 능력이 더해지면 사태는 훨씬 더 심각할 수 있습니다. 배반자는 배반자임을 스스로 드러낼 수 있습니다. 배반자는 인물 참조표를 배반자 면으로 뒤집고, 인물 피규어와 체력 주사위, 소유하고 있던 유물을 제거합니다. 이제부터 배반자는 영웅적 행동 대신에 다른 행동을 합니다. 카멜롯 성 앞에 공성기 1개를 추가하거나 검은색 카드 1장을 뽑아서 사용하는 것을요.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Jens A. Czaplo


카멜롯에 드리운 그림자들은 테마를 잘 살린 추론 게임입니다. 아름다운 그림과 멋진 피규어가 더해져서 게임에 더 몰입하게 합니다. 규칙도 간단한 편이고, 직관적이어서 아이들이나 초보자와 함께 하기에도 좋습니다. 배반자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것이 플레이어들에게 묘한 긴장감을 주는 것도 재미이지만 배반자가 없다는 것이 너무 빨리 확정되면 게임이 좀 심심해질 수도 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퍼블리셔에서 발매되던 해에 박람회장에 크고 아름다운 디오라마 전시를 하며 전세계인들의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게이머들은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추가 기사나 퀘스트 등을 제작했습니다. 그래서 확장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을 했었죠. 그리고 2008년에 멀린이 인물로 추가된 Merlin's Company 멀린의 일행이라는 확장이 출시되었습니다만 제가 생각한 확장과는 좀 달랐습니다. Ticket to Ride 티켓 투 라이드와 더불어 데이즈 오브 원더를 먹여살린 효자 게임으로서, 발매 10주년이 되는 해에 무언가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를 했지만 아쉽게도 아무 일 없이 넘어갔습니다. 2020년이 15주년 되는 해니까 다시 한 번 기대를 해 봅니다. 아직 게임에서 다루지 않은 아서 왕 이야기들이 많잖아요?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Eric Hautemont


3주 후에는 협동 진행 게임들 중
Ghost Stories 고스트 스토리즈를 만나보겠습니다.




참고 사이트:
Shadows over Camelot @ boardgamegeek.com
https://boardgamegeek.com/boardgame/15062/shadows-over-camelot

Days of Wonder
http://www.daysofwonder.com

King Arthur @ wikipedia.org
https://en.wikipedia.org/wiki/King_Arthur
Posted by Mounted Clo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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