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용 게임을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는?

부침개 님과 반지의 전쟁을 끝내고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게임이 너무 빨리 끝나서 입맛을 다실 수 밖에 없었죠. 저희가 반지의 전쟁을 하는 동안에 옆 테이블에서는 Yokohama 요코하마와 Caverna 카베르나, Wizard Extreme 위저드 익스트림 등을 하셨던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세 분이 더 오셨는데 그 중 한 분은 제가 (일인반닭!) 닭셰프 님이라고 불렀던 종민 님이셨습니다. 그쪽에서 Tichu 티츄를 할 분위기가 되자 태경 님이 저희 쪽에서 게임을 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반지의 전쟁을 하고 싶다고 말씀하신 걸로 잘못 알아들었는데, 태경 님이 그건 아니라고 하셨죠. ㅋ 게임을 고르는 것을 머뭇거리자 태경 님이 일꾼 놓기 게임을 하고 싶다고 하셨고 결국 Agricola 아그리콜라가 선택되었습니다. 병력 놓기 게임인 반지의 전쟁은 어떠세요?

태경 님이야 일꾼 놓기 게임을 워낙에 좋아하셔서 자주 하시는 걸로 아는데요. 부침개 님은 A.I랑만 하고 실제 사람하고는 몇 번 못 하셨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아그리콜라는 적당히 많이 하긴 했는데 실력이 늘지 않아서 늘 좌절하는 게임이죠. 그런데 태경 님이 '당연히' 카드 드래프팅을 해야 한다고 하셔서 저는 무척 당황스러웠습니다. 저도 아그리콜라는 200게임 넘게 하긴 했는데 카드 트래프팅 룰을 적용해서 했던 적은 아마도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냥 캐주얼하게 했었는데, 같.놀.가에서는 진지하군요...;;; 첫 핸드에 허풍선이가 있었습니다. 저희 안양 모임에서 얼마 전에 했을 때에 Ngel 님이 허풍선이를 사용해서 이기시고 구판에 비해 능력이 낮아진 건데도 좋다고 하셨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제가 끊어 먹었습니다. 순서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설비를 더 많이 내려놓을 수 있는 상인도 잡고, 주요 설비인 제작소 시리즈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제조업자, 3인플에서 부족한 흙을 주는 흙 나르는 사람, 설비를 가장 많이 내렸을 때에 보너스를 주는 마을 원로 등이 잡히면서 제법 괜찮은 핸드가 만들어졌습니다. 아그리콜라 할 때마다 김칫국을 들이키지만 이번에 고른 직업들이 꽤 좋아서 구걸만 안 하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정확하게 기억나는 건 아닌데, 첫 주기에 마을 원로를 내려서 나무 4개를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2주기 전에 흙 나르는 사람을 내려서 6라운드부터 14라운드까지 흙을 한 개씩 놓았고요. 자원이 어느 정도 갖춰진 후에 상인을 내려서 설비를 더 내릴 준비를 했습니다. 첫 주기에 낚시 칸에 음식이 3개일 때에 먹어서 구걸을 피했습니다. 태경 님이 1주기 때에 계산을 조금 틀리셔서 구걸 1장을 가져가셨습니다. 양 가져오기 칸에 양이 꽤 쌓였는데, 제가 화로를 가장 먼저 놓았고 다른 분들이 양을 먹고 버리는 것을 하지 않으셔서 제가 다수의 양을 가져와서 많은 음식을 확보하며 편하게 2주기를 운영했습니다. 저는 가족 늘리기를 가장 늦게 해서 3주기 초에 했습니다. 대신에 저는 음식이 많았고 다른 분들은 가족 수에 비해 음식이 적어서 고전하셨습니다. 저는 베틀을 내려서 수확 단계에서 집에 키우는 양에 대해 음식 1개를 확보했습니다.

4주기로 넘어가자 저도 슬슬 음식의 압박이 있었습니다. 부침개 님이 올가미를 활용해서 동물들을 쓸어가셨기 때문인데요. 저는 돌 집개로 돌을 몇 개 확보하고 상인으로 음식 1개를 내고 설비를 1개 더 내리는데, 제조업자로 그릇 제작소와 바구니 제작소를 매우 싸게 놓았습니다. 제 농장에 흙과 갈대가 좀 있어서 수확 단계 때에 먹고 버틸 상황이 되었습니다. 저는 흙이 넉넉해서 흙집으로 돌리고 흙방을 붙여서 4가족 체제를 갖췄습니다. 흙집 체제여서 끊어먹은 나무들이 남아서 울타리를 치고 양과 멧돼지로 음식 엔진을 갖췄습니다. 제 앞에 설비가 꽤 놓였습니다. 손에 있던 보조 설비 7개 중 6개를 놓았고, 주요 설비도 3개나 놓았으니까요. 게임이 끝나기 전에 허풍선이를 놓으면서 키스톤을 올렸습니다! 작물들이 없어서 휑 했지만 카드 점수와 보너스 점수가 많아서 점수가 꽤 많았습니다. 최종 점수는 제가 44점이었고, 태경 님이 구걸 때문에 감점을 받아서 40점?, 부침개 님이 30점대 후반이었을 겁니다. 태경 님은 아그리콜라를 하면서 구걸 카드를 처음 받아보셨다고 하셨습니다. (저도 촐킨 하면서 -25점 맞은 건 처음이었습니다;;;) 1주기 때에 태경 님이 약간 배짱 플레이를 하시길래 저는 설비나 직업으로 음식을 충당하실 수 있는 줄 알았는데, 그때에 실수를 하셨던 것 같았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됐네요. 같.놀.가에서 드디어 이겼어!!



그 승리를 허풍선이의 강력함을 알려 주신, 안양 모임의 Ngel 님께 돌리며...

엔 선생님, 고맙습니다. 흙흙...



아그리콜라가 끝나고 모두들 붕~ 떠 있었는데요. 나중에 오셨던 남자 분 중 푸근하신 분이 태경 님의 당나귀 게임을 하고 싶다고 강력하게 요청하셨습니다. 응? 당나귀 게임이 뭐죠? 저도 궁금해서 같이 해보기로 했습니다. 게임의 정확한 이름은 Eselsbrücke 에젤스브뤼케? 독일어 사전에 넣고 돌리니 요약, 힌트 이런 뜻으로 나오는데, '당나귀 다리'라는 뜻도 있는 것 같았습니다. 독일의 관용어가 아닐까 싶네요. 기억력 요소가 있는 게임이어서 집중하느라 사진을 못 찍었네요. 게임의 진행은 이렇습니다. 단어 카드들을 주머니에 넣고 라운드마다 일정 개수만큼 뽑아서 그 단어가 들어간 짧은 이야기를 만들고 그 단어 카드들을 뒤집어서 쌓아 놓습니다. 돌아가면서 각자 이걸 하는 거죠. 그리고 다음 라운드도, 그 다음 라운드도 똑같이 하는데. 두 라운드 지난 단어 카드들을 뒤집어서 플레이어들에게 1장씩 나눠주고, 각 플레이어는 받은 단어 카드를 확인한 후에 두 라운드 전에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다른 플레이어가 가지고 있는 단어를 맞추는 겁니다! ㅋ 맞추면 그 단어를 가지고 있는 사람한테서 그 단어 카드를 가져와서 점수로 표시하고, 틀리면 자신의 점수를 버려야 합니다.

태경 님이 학원에서 아이들과 하시려고 한글 단어로 핸드 메이드를 하셨는데, 원 게임은 독일어로 되어 있습니다. 박스 그림만 봐도 아이들용으로 만든 게임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해 보면 어른들이 해도 꽤 재미있습니다. 승패보다도 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있고, 각자의 기억력이 얼마나 나쁜지 알 수 있죠. ㅎ 저는 보드게임 카페에서 손님들 (특히 여성 손님들)에게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게임을 놓고도 어떤 사람은 아이들을 떠 올리고, 다른 사람은 보드게임 카페 손님을 떠올리네요.


보드게이머들 중에 교육 게임 시장을 하찮게 보시는 분들이 좀 있습니다. 아무래도 보드게임 커뮤니티에서 부각되는 게임들은 복잡하거나 세련되거나 화려한 어른들 게임이기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매니아들의 시장이 엄청 클 거라 생각하시는데요. 실제로는 매니아들의 시장은 크지 않을 겁니다. 교육 시장은 우리 눈에 잘 들어오지 않지만 분명히 큰 시장입니다. 학교나 학원, 사교육 강사들, 크고 작은 도서관들, 그리고 각 가정... 아이들이 있거나 모이는 곳,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사람들 모두 교육 시장과 관련 있습니다. 선생님들이라면 한 가지 게임을 여러 카피 구입하기 때문에 구매력도 큽니다.

그런데 제가 교육용 게임에 대해 알러지 반응을 일으켰던 것은 그러한 게임들이 "교.육.용"이라는 것을 너무 드러내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치 가짜 약장사들이 "이 약을 먹으면 어디에 좋다.", "이 약은 모든 병을 고친다."며 장점을 내세우는 것처럼 "이 게임을 하면 아이들의 창의성이 계발된다.", "수리 능력이 향상된다."는 식으로 홍보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그런 게임을 할수록 해당 능력이 향상될 겁니다. 제가 남자라서 그럴지 모르겠지만, 아빠들이 아이들에게 스포츠나 게임을 가르칠 때에 "이걸 배우면 어디에 좋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냥 같이 놀기 위해서 가르치죠. 하다 보면 어느 능력이 향상될 건 알고 있지만 굳이 드러내지는 않습니다. "재미있어?"라고 물어보고, 아이가 그렇다고 하면 그걸로 된 거죠. 저는 놀이는 놀이로서 다음 세대에게 전수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보드게임도 마찬가지고요. 게임을 판매하는 게 업인 분들은 저와 입장이 다르시겠지만요.


새벽 1시가 넘어서 몇몇 분들은 귀가하시고 시간 여유가 있으신 부침개 님과 반지의 전쟁을 더 하기로 했습니다. 확장에 대해 궁금해 하셔서 첫 번째 확장만 추가해서 하기로 했습니다. 인물들이 더 추가되어서 각 진영에게 선택지를 넓혀 주는 게 첫 번째 확장의 장점이죠. 밸런스 면에서도 훨씬 더 좋아지고요.

첫 번째 게임에서 모리아를 지난 원정대는 반지악령들의 수장 마술사-왕의 추적을 받습니다. 저는 마술사-왕을 따돌리기 위해서 원정대를 로리엔으로 보내서 쉬게 했습니다. 그러는 동안에 남부인과 동부인군이 움바르의 해적선들로 돌 암로스를 공격하고 돌 암로스가 방어하는 사이에 펠라르기르에 있던 군대를 내려 보내서 움바르를 점령해 버렸습니다. ^^;; 순식간에 자유민족이 승리 점수 2점을 따낸 것이죠. 모르도르에서 나온 사우론군은 곤도르로 향했고 오스길리아스에서 노스 이실리엔으로 나온 곤도르군이 공격을 받은 후에 후퇴로 모란논 직전 지역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행동 때에 모란논으로 이동하면서 승리 점수 4점을 따고 암흑군단은 패배 선언을 했습니다. 자유민족이 군사적 승리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고정관념을 깨 드렸죠. ㅎ



바로 두 번째 게임에 들어갔습니다. 첫 번째 게임에서는 성큼걸이가 추적으로 빨리 죽어 버렸는데, 이번에는 페레그린 툭을 데리고 미나스 티리스로 뛰어나가 바로 아라고른으로 되고, 회색의 간달프도 팡고른 숲에서 다시 나타나서 행동 주사위 6개를 쉽게 만들었습니다. 왕이 된 아라고른은 바로 로한으로 달아나고 페레그린은 미나스 티리스에 있는 군대를 데리고 오스길리아스로 나갔습니다. 또 움바르의 해적선으로 돌 암로스를 공격한 남부인과 동부인군은 펠레르기르로 돌아서 나왔습니다. 부침개 님이 곤도르 남쪽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에 저는 "하루 낮과 하루 밤 내내" 카드로 오스길리아스에 있던 곤도르 군을 2지역 이동시켜서 미나스 모르굴을 점령하고 승리 점수 2점을 얻었습니다. 한편 오르상크에 혼자 있던 사루만은 "엔트들이 각성하다" 카드로 죽어 버리고. 이센가르드군이 약해지자 모인 로한군을 데리고 오르상크로 달려들었습니다. 소수의 군대로 오르상크를 지키던 이센가르드군은 포위되고 버텼습니다만 자유민족의 전투 카드에 의한 추가 공격으로 전멸했습니다. 이렇게 자유민족은 승리 점수 4점을 얻어내며 군사적 승리를 거머쥐었습니다.



저희가 두 번째 게임을 하는 동안에 혼자 남으신 용무 님은 누워서 쉬고 계셨습니다. 게임이 다 끝나자 함께 가게 청소를 하고 새벽 4시 반 즈음에 모두 헤어졌습니다. 저는 국밥을 먹은 후에 동네 목욕탕에서 씻고 서너 시간 잤습니다.

아침 9시 반 즈음에 목욕탕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전주역으로 향했습니다. 월요일이었지만 광복절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연휴여서, 아침인데도 관광객들이 꽤 많았습니다. 전주에 도착하는 이들을 뒤로 하고 저는 수원으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싣고 세 번째 남부지역 순회방문을 마쳤습니다. 피자와 고기를 대접해 주신 같.놀.가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네 번째 시즌을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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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용자 Mounted Clo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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