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를 바치는 꿀벌들

사우나에서 반지 원정대의 마지막 밤을 보냈습니다. (이러게 말하니 죽으러 가는 사람들 같네요. ㅠ)

히미끼 님이 아침에 전주로 돌아가셔야 해서 급히 아침식사할 곳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아침에 문을 열 만한 곳이 거의 없죠. 불현듯 아이스버거 님 어깨 너머로 보였던 "대구의 명물" 빅맥을 먹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반지 원정대는 그렇게 약하지 않았습니다. 아침부터 고기를 먹기로 했죠. (역시 아침엔 고기죠.) 크고 깨끗한 식당을 먼저 갔는데 오픈 준비 중... (분하닷.) 그래서 몇 걸음 옆으로 가서 두 번째 가게를 갔습니다. 기분 좋게 삼겹살 2인분을 시켰는데... 2인분 주문이 안 된다는 겁니다! (말도 안 돼!) 언제부터 기본이 3인분으로 바뀌었는지 모르겠네요. ㅠㅠ



허겁지겁 고기를 입에 털어넣으며 (?) 계산을 하고 히미끼 님과 밖으로 나갔습니다. 전주로 갈 버스 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 히미끼 님은 급하게 택시를 잡았습니다. 뭔가 이게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감정이 울컥하더라고요. 히미끼 님은 제 어깨를 툭 치며 작별 인사를 나누고 택시에 올랐습니다. 원정대에 남은 마지막 동료가 그렇게 떠나갔습니다. ㅠㅠ


낮술이 아닌 아침술도 마셨겠다, 게다가 대구의 날씨가 깨어나고 있어서 온몸이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긴급히 맥도널드에 들어가서 아이스크림 2개를 먹으며 열을 식혔습니다.



최첨단을 자랑하는 대구의 모노레일 (?)을 타고 다시 명덕 역으로 향했습니다. (신기)


금새 명덕 역에 도착했습니다. 익숙한 그 길을 따라 삼삼오오의 모임 장소로 올라갔습니다. 문을 열자 키가 큰 어떤 분이 계셨습니다. 처음 만났지만 왠지 많이 본 듯한 얼굴. 이 두 사람을 섞어놓은 듯한 얼굴! (퓨~~전!! 합!!) (나중에 거인의잠 님이 삼삼오오 모임에 연예인 두 명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 말 듣고 빵 터지고 말았습니다. ㅎㅎ)




사람들이 꽤 많이 모이자, 아까 그 임요환상무 (?) 님께서 Camel Up 카멜 업을 하자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이분 말투가 대놓고 "저 보드게임 카페에서 일해요."라고 말씀하시는 듯한... ㅋㅋ 뭐랄까요. 보드게임 카페에서 일하는 분들의 특유의 말투 있잖아요. 그대로 설명을 하시는 거였습니다.

설명을 듣고 더러운 주사위빨 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초반에 초록이었던가, 노랑이었던가 한 색깔이 유난히 치고 나가서 여러 사람이 그 낙타가 1등할 거라고 승부예측을 했던 것 같았습니다. 아무튼 저는 그것보다 함정 타일을 놓고 돈을 튕겨서 먹기로 했죠. (띠리링~♪)



그러자 다른 분들도 따라서 함정을 설치... (따라쟁이들) 아마 파란색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제가 파란색이 1등 하도록 세팅을 해놔서 결국 파랑 낙타가 1위로 통과하며 게임이 끝났습니다. 제 예상으로는 제가 파랑 1등에 가장 먼저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뜨앗! 페인터 님이 언제...;;; 페인터 님이 1위와 꼴찌 모두를 맞추셔서 역전을 하셨습니다.



사회인 야구를 마치고 오신 거인의잠 님까지 7인이 되었습니다. 7명하면 7 Wonders 7 원더스죠. (뱅! 하던 시대는 갔습니다.) 제 왼편에 앉으신 거인의잠 님이 며칠 전에 도장깨기 당했다며 저를 집중적으로 견제하라는 지시를 내리신 것이었습니다. (현수막은 잘 있나요? ㅎ)

그러나 어줍잖게 과학을 노리는 자들이 많으면 그 판은 군사력으로 이기거나 민간 건물을 쓸어담는 사람이 이깁니다. 위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파랑 건물들을 페인터 앞으로 몰아준 삼삼오오 분들... 페인터 님이 또 1등을 하시고, 거인의잠 님이 3등이셨던가? 제가 딱 중간 4등을 했습니다. 승리도 한쪽으로 쏠리는군요.



그 다음엔 두 팀으로 나눠서 한쪽은 마작을 제가 있는 3명은 The Staufer Dynasty 슈타우퍼 왕조를 했습니다. 좋은 게임이라는 소문을 들어서 꼭 해보고 싶었습니다. (며칠 전에 제가 자는 동안에 히미끼 님이 하셔서 1등을 하셨죠.)

설명을 들으니 영향력 게임인데, 뭔가 카드로 뻠삥을 해서 패시브 능력으로 좋게 좋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카드도 중요한 것 같고, 게임 시작 전에 받은 미션 카드도 중요한 것 같고, 영향력으로 점수 먹는 것도 중요한 것 같고. 뭔가 El Grande 엘 그란데에다가 할 것을 엄청나게 붙여놓은 느낌이었습니다.

게임이 끝나니 저랑 거인의잠 님은 점수가 거의 비슷했고, 페인터 님이 약 한 바퀴 차이로 승리...;;


마작보다 먼저 끝나서 페인터 님은 가져오신 Star Realms 스타 렐름즈를 꺼내셨는데, 제 생각엔 거인의잠 님이 배우실 때에 2인으로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저는 쉴 겸 한쪽으로 빠졌습니다. 여길 지켜보니 거인의잠 님이 뭔가 콤보 같은 게 걸려서 한 방 세게 쳐서 승리하셨습니다. (4연승을 막았다!)



마작이 끝나자 임요환상무 님은 방송 스케줄 알바 때문에 떠나시고 또 다른 한 분도 가셨습니다. 남은 5명은 Saint Petersburg (Second Edition) 상트 페테르부르크 (2판)을 선택했습니다. (좋아!) 호랑이 님과 페인터 님이 못 해봤다고 하셔서 거인의잠 님이 설명을 하셨습니다. 의외로 페인터 님이 모르신다고 해서 놀랐네요. (댁에 있는데 밀봉이라고;;;)

초반에 저는 상품 3개에 상위권에 걸쳐서 점수를 모았습니다. 중반부터 호랑이 님이 건물을 달리셨는데, 그게 계속 모이니까 점점 점수를 많이 얻으셨고 나머지 분들은 크게 신경이 쓰이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제가 따봉 (?) 단계에서 시작 플레인 행운까지 따랐으나 호랑이 님에 이어서 몇 점 차이로 2위에 머물렀습니다. 5명이서 하니까 역시 빡빡하네요.


식사 때가 되자 삼삼오오 벌통에서 3승을 쓸어담으신 페인터 님은 올 한해 양봉 농사에 흡족해 하시며 댁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시간 여유가 없으셔서 자주 못 오신다고 하셨지만 게임을 잘 하시니 삼삼오오 벌들이 페인터 님이 가져가실 승수를 다시 모아놓을 것 같아요...;; (이거슨 허니버터 승리)





저녁식사 시간이 되자 삼삼오오 분들은 스마트폰 앱으로 음식을 주문했습니다. (편리한 세상) 부산에서처럼 대구에서도 간짜장에 계란을 올려주는 센스.



남은 4명은 Orléans 오를레앙을 선택했습니다. 이 게임 평가가 좋아서 해보고 싶었는데 여기서 처음 해보게 됐습니다. 돌선생 님께서 열심히 설명해 주셨는데, 뭔가 설명을 듣고 나서
'룰이 이게 다야?!'
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간단했습니다. 도미니언처럼 풀을 만드는 건데, 오를레앙에서는 토큰들을 주머니에 넣고 뽑더군요. 책을 생산하는 건물 짓고, 열심히 이동하고 교역소 짓고를 반복했더니 돈이 꽤 잘 모였습니다.

점수 계산을 해보니 돌선생 님과 함께 공동 1위. (응? 왜죠? 왜 제가 이긴 거죠?) 아무튼 이겼으니 좋은 게임. ㅋㅋ 그런데 나중에 돌아와서 오를레앙을 몇 번 다시 해봤는데 설명에서 빠진 것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한 게임은 한글판이 나온지 얼마 안 되어서 아주 핫 했던 Alchemists 알케미스츠 (한국어판 제목: 연금술 아카데미)로 정했습니다. 저는 사실 추론 게임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뭔가 게임에 정답이 있고, 그걸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간다는 느낌이 싫거든요. 그런데 알케미스츠는 정답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짱 플레이로 틀린 논문 내서 점수 뽑아먹고 아티펙트 같은 걸로 능력 얻는 게 있어서 단조로운 느낌이 없어져서 좋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의 체력이 문제였습니다. 진행 중에 잠깐 졸았는지 뭔가를 놓치면서 정답 찾기에 큰 차질이 생기고 만 것이었습니다. 저는 스스로 미궁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게임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ㅠ

귀찮아서 제가 실험했던 것들을 별도의 종이에 쓰면서 로그를 남겼어야 했는데, 제 플레이어 보드가 흔들려서 토큰들이 일부 빠지자 멘붕이 와버렸어요. 다음부터는 꼭 적으면서 해야겠어요.


그리고 나서 대구 삼삼오오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습니다. 돌선생 님이 혼자 가시길래 후기 올릴 겸 PC방 있는 곳까지 데려다 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말씀하시는 것을 들어보니까 정말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신 것 같더라고요. ㅎㅎ 뭔가 국어나 사회 요쪽 같은데... ㅋ


PC방에서 꾸벅꾸벅 졸면서 올렸던 후기가 "남부지역 순회방문 시즌2 - 삼시세겜"의 세 번째 후기 (광주광역시편)"이었습니다.


이른 아침에 수원으로 올라오는 기차를 타기 위해 대구역으로 갔으나 표를 끊은 채로 졸다가 기차를 놓쳐서 표를 다시 끊었다는 슬픈 이야기... (제 체력이 정말 0%까지 내려갔던 것 같습니다.)




다음 마지막 삼시세겜은 에필로그편입니다


Posted by Mounted Clo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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