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아름다운 구미 모임

그래서 모텔에 들어갔습니다;;; (글 서두부터 이상하다.) 히미끼 님은 씻으시러 가셨고, 저는 그동안 쌓인 피로에 항복하고 바닥에 쓰러진 채로 잠이 들었습니다.

자다가 후기 생각이 나서 잠에서 깼습니다. (한 세 시간 정도 잠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좀비처럼 흔들흔들 일어나 컴퓨터를 켰습니다. (엄지 발꼬락으로 콕.) 그리고 그 자리에서 3시간 넘게 후기를 썼습니다. 그게 "남부지역 순회방문 시즌2 - 삼시세겜"의 첫 번째 후기 (전주편 2일차)"였습니다. 그리고 드렁큰히로 님이 올리신 반지전쟁 동영상 룰도 바로 확인했습니다. 혹시나 틀리게 설명한 부분이 있을까 동영상을 재생해서 제 설명을 점검했습니다.

오전 10시가 넘어가는데 히미끼 님은 여전히 취침 중. 저는 근처에서 먹을 게 있는지 검색을 해봤습니다. 그러면서 전날 삼삼오오 분들이 말씀해 주신 "콩국"이 떠올랐습니다. 일단 씻고 오전 11시가 넘어가길래 히미끼 님을 깨웠습니다. 대충 정리하고 밖으로 고고. 8월 초에 대구에서 시원한 밤을 보낸 것에 대해 매우 신기하게 생각을 했습니다. 그동안에 날씨도 날씨거니와 약한 에어컨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는데, 모텔에 달린 에어컨은 매우 세서 새벽과 아침에 좀 추웠습니다. ㅎㄷㄷ (현대문물이란)



피로가 쌓여서 그런 건지 새벽에 추워서 그런 건지 (둘 다겠죠.) 히미끼 님의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일단 아점으로 콩국을 먹자고 말씀을 드렸고. 걸어서 10분 정도 되는 거리에 있는 유명한 콩국집으로 안내를 했습니다. 들어가서 많이 시키려고 했는데 히미끼 님이 조금만 먹겠다고 하셔서 토스트 1개와 콩국 2개를 시켰습니다.

콩국이 나왔는데. 세상에나. 뜨거운 겁니다. ㅠㅠ 이 더운 날씨에, 대구에서 뜨거운 콩국을 먹어야 할 줄이야... (뜨거운 음식인지도 몰랐어요.) 먹어보니 맛은 고소한 율무차 맛이었어요. 콩국에는 찹쌀 도너츠를 썰어놓은 것 같은 무언가가 떠 있는데 같이 먹으니까 맛있더라고요. 마음에 안 들었던 건 뜨거운 음식이었다는 것뿐.



그리고 지하철로 대구역에 내려서 구미로 가는 기차를 타기로 했습니다. 오후 1시 약간 넘어서 기차가 있었는데 입석이었어요. 다행히 구미까지 30여 분밖에 걸리지 않아서 그냥 그걸 타기로 했죠.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에 히미끼 님이 담배를 피러 가신 동안에 저는 마실 것을 알아봤습니다. 너무 더워서 역 안에 있는 배스킨라빈스에서 아이스 블라스트 두 잔을 샀는데. 세상에. 그날까지 행사 중이어서 원 플러스 원! 개이득!

히미끼 님과 기차 안에서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어느새 기차는 구미에 도착했습니다. 중간에 온 연락에 의하면 우리가 도착 시각만 얘기하면 누군가가 나와주신다고 해서 역 대합실에서 잠시만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30분이 지나고, 1시간이 지나고, 1시간 반이 지나고, 2시간이 지나자 손에 보드게임 백을 든 누군가가 나타났습니다. 히미끼 님과 저는 서로 눈을 마주치면서 저 남자가 그 남자임을 눈치채고 조용조용히 행동했습니다. 그 남자는 까똑을 보내며 우리의 위치를 찾고 있었지만 이 대합실에서 2시간 10분이나 기다린 우리는 슬슬 장난끼가 돌아서 순순히 알려주지 않기로 했습니다. 짐을 주섬주섬 챙겨서 그 남자에게로 슬쩍슬쩍 다가 갔습니다. 이 분은 ZombieCookie 님이셨는데요. 인사를 나누고 우리에게 택시를 탈지 버스를 탈지 결정하라고 얘기하셨습니다. (무슨 게임에 나오는 NPC 같은;;;) 저희는 택시를 선택했습니다. 그러자 그 NPC가 택시를 잡았습니다.

택시를 타고 가면서 구미 모임에 대해 물어보기도 했고, 어쩌다 보니 보드게임 저작권 얘기도 나왔던 것 같습니다. 얘기를 나누는 사이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도착하고 보니 택시비가 1만 원이 넘었더라고요. 꽤 이동했던 모양입니다.

모임 장소는 예쁘게 꾸며놓은 한 카페였습니다. 가게 안에는 일반 손님들이 꽤 있었고, 저희 셋은 한쪽 테이블 근처에 짐을 내려놓았습니다. 음료를 시킨 후에 자리에 앉아서 게임을 골랐습니다.



첫 번째 게임은 ZombieCookie 님이 가져오신 The Voyages of Marco Polo 마르코 폴로의 발자취라는 게임이었습니다. 최근에 나온 게임으로, 촐킨 작가로 유명한 체코인 두 명이 디자인한 것이었습니다. 주사위가 Alien Frontiers 에일리언 프론티어즈에서처럼 일꾼 역할을 하고, Bora Bora 보라 보라에서처럼 행동에 사용한 주사위 눈금이 그 행동을 제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일러스트레이션도 마음에 들었고 게임 자체도 재미있었습니다. 히미끼 님은 할까 말까 고민을 하시다가 하지 않으시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제가 이겼습니다;;; "이기게 되었다", "이겨졌다 (?)" 등으로 표현해야 더 정확할까요. ㅎㅎ



그 다음 게임은 또 ZombieCookie 님이 가져오신 요상한 것이었습니다. 퍼블리셔가 HABA 하바인 걸로 보아 유아용 게임인데. 제목은 Super Rhino! 수퍼 라이노! 영웅 놀이에 심취한 코뿔소 이야기인 것 같은데요. 게임은 플레이어들이 손에 있는 층 카드를 가장 먼저 다 털먼 이기는 일종의 Uno! 우노!였습니다. 재미있는 건, 층 카드를 놓고 그 위에 벽 카드를 올려서 고층건물을 만들어 가는데요. 자신의 차례에 건물을 쓰러 뜨리면 지는 Jenga 젠가였던 것입니다! (충격과 공포) 설명만 들으면 유치뽕 하지만 이게 은근히 사람을 불타게 했습니다. 게임은 구경만 한다던 히미끼 님이 뛰어들게 만들었으니 말 다 한 셈이죠. 히미끼 님이 쓰러뜨렸다고 합니다. ㅎㅎㅎ




게임을 마치고 구미 모임 회원 2분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근처에 맛있는 닭요리집이 있다고 해서 그곳으로 갔습니다. 닭탕 (?)과 닭볶음을 시켰습니다. 국물이 많은 게 닭탕이었던 것 같아요. 정말 맛나게 먹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카페로 돌아오자 카페 안에는 구미 보드게임 회원님들이 많았습니다. 벌써부터 Android: Netrunner 안드로이드: 넷러너를 여러 테이블에서 하고 계셨는데, 서울 낙성대 이외의 지역에서 이렇게 많은 분들이 넷러너를 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구미가 넷러너의 성지가 되겠는데요. ㅎ



시간이 좀 지나자 어르신들 (?)이 많은 테이블에 위치하게 됐습니다. 구미 모임의 매니저이신 deep 님과 커뮤니티에서 이름을 날리고 계신 득구찡 님, 그리고 대구 황금네거리 모임의 아이스버거 님과 앉아서 Dungeon Petz 던전 페츠를 알려 드렸습니다. 다른 테이블에서 Kingsburg 킹스버그를 알려주시던 ZombieCookie 님도 오셔서 네 분이서 게임을 하시고 저는 게임 진행만 도와드렸습니다. 3라운드 째였던가요? deep 님의 소중한 아이가 고통을 못 이겨 죽어버리면서 가난에 허덕이셨고, 아이스버거 님은 계속 게임이 이해 안 된다고 하시고. 묵묵히 플레이 하시던 득구찡 님이 승리하셨습니다.



자정이 가까워 올 무렵 카페 한 켠에서 모임 모습을 담아봤습니다.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30명 가까이 모이는 모임이 있을까 싶습니다. 아니, 요새에는 서울 쪽에도 이정도로 회원을 모으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카페의 정규 영업 시간이 끝나고 일반 손님들이 모두 나가자 남은 테이블을 붙여서 War of the Ring 반지의 전쟁을 세팅했습니다. 보는 눈이 많아서 빠르지만 엄숙하게 세팅을 했습니다. (5분 정도면 혼자서 끝낼 수 있습니다.)


반지의 전쟁을 할 사람들을 모으는 중에 deep 님이 사람들을 중앙으로 모으셨습니다. 이날이 구미 보드게임 동호회 100회 모임이었거든요. 축하하기 위한 케이크가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방문 날짜를 일부러 맞춘 건 아니었는데 이런 좋은 자리에 참석하게 되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잠깐의 축하 파티가 끝나고 다들 게임 테이블로 돌아갔습니다. 저는 한 시간 동안 반지의 전쟁을 설명했고, 뒤이어 히미끼 님이 진행을 도와 드리는 사이에 저는 잠이 들어서 기억이 없네요. ^^;; 원래는 새벽 3시에 모임을 끝내야 하는데, 반지의 전쟁에 빠지신 네 분이 4시 반 즈음에 끝나서 그때에 카페의 문을 닫고 나왔습니다. 늦은 시간에 deep 님이 대구까지 태워다 주셔서 편하게 왔습니다. (원래 아이스버거 님이 태워주신다고 하셨는데 일이 있으셔서 먼저 가셨습니다. 아이스버거 님은 다음 날에 또 뵙기로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다음 삼시세겜은 대구광역시편입니다
Posted by Mounted Clo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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