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찬 지역 모임을 만나다

오전 8시 즈음 부산종합버스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곰팡맨 님이 오시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아서 히미끼 님과 둘이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딱히 땡기는 메뉴가 없어서 김밥과 어묵으로 선택. (오물오물) 시간을 보니 예정보다 일찍 도착할 것 같아서 드렁큰히로 님께 1시간 일찍 나와달라고 부탁을 드렸죠. (부산, 진주 사정을 아시는 분들은 이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상황인지 아실 겁니다. ㅎㅎ)

피곤에 쩔은 두 사람은 곰팡맨 님을 기다리며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참회의 기도 시간을... (기도하는~♬)

9시 반 즈음 되자 전날과 달리 매우 건강해 보이는, 꽃단장을 한 곰팡맨 님이 나타났습니다. 얼른 진주행 버스표를 끊고 버스에 올라 열심히 잠을 잤습니다.

원래 진주시외버스터미널 앞 롯데리아에서 정오에 만나기로 했는데, 저희의 예상보다 오래 걸리는 겁니다. (응?) 여수에서 부산까지 2시간 조금 더 걸렸으면 부산에서 진주까지는 1시간이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어림짐작했었는데요. 출발할 때에 저희 3명만 탔던, 전세버스인 줄 알았던 진주행 버스가 자고 일어나 보니 사람들로 가득 차 있던 겁니다. 그러니까 한 번에 진주로 가는 게 아니라 중간에 작은 정거장에서 사람들을 태우면서 가니까 오래 걸리고 있었던 거죠. 드렁큰히로 님에게 11시까지 나와달라고 했는데 시계를 보니 이미 11시 반... 진주시에 들어오긴 했는데 아직도 버스는 시내에서 뱅글뱅글 돌고 있었습니다. (어뜩해~ 어뜩해~ ㅠㅠ)


드디어 진주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 정오가 살짝 넘은 시각. 곰팡맨 님은 잠시 화장실로, 히미끼 님은 스모킹 타임. 셋이 다시 만나서 건너편 롯데리아로 들어갔는데! 찾아라 반바지 차림 + 모히칸 스타일 머리! 그러나... 그는 없었습니다. 서둘러서 전화 연결을 하고 밖으로 나가자 길 건너편에 반바지 차림에 "모자를 쓴" 남자 분이 한 손에 보드게임을 담을 것 같은 백을 들고 있었습니다. 횡단 신호가 떨어지자 네 사람은 만났고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드렁큰히로 님 계산에 부산에서 진주까지 1시간 대에 올 수 없는 거리인데 이상하다고 생각하셔서 11시 반 즈음에 나오셨다고... (반지 원정대가 텔레포트 시도할 뻔...;;;)

드렁큰히로 님은 우리를 택시에 태우고 미리 정해 놓으신 점심식사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제가 이번 일정을 잡을 때에 진주 모임을 놓고 고민이 많았습니다. 부산에서 포항이나 울산으로 가기 전에 하루가 비었는데 드렁큰히로 님이 덥썩 방문신청을 하셨거든요. 이게 여수-부산-진주라는 역주행 루트라서 교통비도 문제가 있어서 일정을 짜면서 정말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드렁큰히로 님이 방문하면 "퐁퐁특수통닭"을 대접해 주신다는 댓글을 보고 마음이 흔들려서 그만... (그 댓글에 퐁퐁은 들어 있지 않다는 유머도 있었던 것 같은데요... ㅋㅋ) 아무튼 택시로 이동하는 사이에 곰팡맨 님이 Black Stories 블랙 스토리즈 헬게이트를 열었습니다. (아... 안 돼... ㅠ) 드렁큰히로 님만 걸려들 줄 알았는데 운전 중이신 기사님도 함께 걸려든... (월척이로구나~!) 아쉽게도 정답을 맞추기 전에 퐁퐁특수통닭집에 도착해서 택시기사님은 하루 종일 궁금하셨을 듯. (안 알랴줌)



식당에 도착하자 드렁큰히로 님은 랩을 하시듯 속사포로 메뉴를 주문하셨습니다. ("아지매요~") 술이 없어 "히"무룩한 히미끼 님을 위해 인삼주도 추가. (급방긋) 식사겸 안주겸 닭찜과 혹시나 양이 부족할까 양념통닭까지. (삼계탕을 시키면 인삼주가 덤으로 나온다고 합니다.)



치느님을 남긴 원정대. (죄송합니다. 흑흑) 밥을 같이 먹었고 피로에 쩔어서 생각보다 많이는 못 먹었었던 같습니다. (양념통닭 싸갈 걸... ㅠ) 다시 택시를 타고 모임 장소로 떠났습니다.



진주 모임은 토요일도 있고 수요일도 있는데요. 드렁큰히로 님이 수요일만 휴무이셔서 수요일 모임만 담당하신다고 합니다. 운이 좋게도, 수요일에만 공연이 없는 공연 공간 전체를 빌려서 보드게임 모임용으로 사용하고 계시다고 하네요. 넓고 분위기 있어서 좋았습니다. 공간을 빌려주시는 분들이 아마도 음악이나 공연연출 쪽을 하시는 분들일 것 같은데, 이분들도 (카탄, 시타델 등의) 보드게임을 구입하면서 보드게임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하네요. (지역 보드게임 모임을 만들려고 하시거나 장소 문제 때문에 고민하시는 분들은 주변에 이런 공간이 있는지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 게임은 가볍게 몸을 푸는 의미로 협력 게임으로 선택하셨습니다. The Game: Spiel... so lange du kannst! 더 게임... (이름이 더 길지만 독일어라 읽지 못하겠습니다.) 최근에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카드 게임인데요. SDJ 후보까지 올라가서 관심이 더 뜨거웠던 것 같습니다. 저는 이날 처음 해봤습니다. (저는 보드게임 초보입니다.)

규칙은 간단했습니다. 카드를 네 줄 중에 한 곳에 놓고 카드를 다 놓으면 승리한다. 그러나 카드 운도 그렇고 손발이 잘 안 맞아서 두 게임 모두 실패하고 맙니다. 제 개인적인 평을 하자면 Hanabi 하나비를 처음 해봤을 때만큼 충격적인 카드 게임이었습니다. 느낌 좋네요. ^^



다음은 예전에 해본 게임인데, 새로운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나온 Welcome to the Dungeon 웰컴 투 더 던전입니다. (이전 제목이 Dungeon of Mandom 맨덤의 던전이었습니다.) 색감도 예뻐지고 다양한 직업이 추가되면서 훨씬 더 매력적인 게임이 되었습니다.



그 다음은 저를 진주로 소환시킨 이유. War of the Ring 반지의 전쟁 시간이었습니다. 드렁큰히로 님이 사전에 동영상 촬영을 부탁하셨는데 흔쾌히 수락했고요. 이날 동영상 룰북의 전문가이신 곰팡맨 님도 같이 있어서 세 명이서 콜라보레이션을 했습니다. 제가 설명, 곰팡맨 님이 촬영, 드렁큰히로 님이 업로드를 담당했습니다. 그 결과가 8월 7일 보드라이프에 올라온 다섯 편의 동영상입니다. (링크: 반지전쟁 동영상 룰) 주변에 반지의 전쟁을 룰을 알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그 동영상을 보여주시면 됩니다. 맨덤의 던전을 같이 한 (입문자로 보이는) 여자 분이 반지의 전쟁이 어렵냐면서 관심을 살짝 보이셨는데, 설명 들어가니까 다른 곳으로 가시더라고요. ^^;; 동영상 촬영 중에 뒤에서 악기 연주 연습하시던 분들이 계셔서 자연스럽게 음악이 깔렸습니다. (하핫)

약 한 시간 동안의 설명이 끝나고 드렁큰히로 님과 일대일 대결이 시작되었습니다. 히미끼 님은 이미 수면 상태였고, 전날 한 게임 해보신 곰팡맨 님이 자유민족을 맡은 드렁큰히로 님을 도와 드렸습니다. 곰팡맨 책사의 조언에 따라 부지런히 반지-운반자들을 진행시키신 드렁큰히로 님. 저는 꿋꿋하게 곤도르와 로한을 밀었지만 어느 새 모르도르에 도착한 원정대. 추적 풀에 빨간색 암흑군단 특별 추적 타일을 많이 추가한 덕분에 원정대가 모르도르 트랙에서 뒷걸음질을 여러 번 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어느 새 타락 점수도 꽤 높아져서 아슬아슬 한 타 싸움이 되었습니다. 확률상 이번 턴을 쉬고 다음 턴에 원정대를 움직이면 승리하실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추적 칸에 행동 주사위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드렁큰히로 님이 조금 무리를 해서 진행시켰는데, 빨간색 눈 타일이 뽑히면서 큰 추적 피해를 감당하지 못하고 반지-운반자들이 사우론에게 굴복하고 말았습니다. 주변에 기다리시는 분들이 많아서 드렁큰히로 님이 일부러 서둘러 진행하신 것 같더라고요.



다음은 이번 여정에서 의외의 수확이었던 주사위 게임입니다. 많은 분들이 BANG! 뱅!을 알고 계실 텐데요. 2013년에 Bang! The Dice Game 뱅! 주사위 게임이 나왔습니다만 외국 포럼에서는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었던 것에 반해 국내에서는 큰 인기를 얻지 못했습니다. 진주 모임에서 뱅! 주사위 게임을 직접 해볼 수 있었는데요. 정말 대박이었습니다! (우연치 않게도 얼마 전에 뱅! 주사위 게임의 한글판이 조용히 발매되었습니다.)

역할은 기존 카드 버전과 동일합니다만 진행이 플레이어의 턴에 주사위를 굴리고 그 결과에 따라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바뀌었고, 인물의 능력 역시 주사위 버전에 맞게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주사위 결과를 사용해서 특정 거리에 있는 다른 플레이어를 공격하거나 개틀링 기호 3개를 사용해서 전체 공격을 하는 식이죠. 가장 재미 있었던 것은 인디언 아메리카 원주민 화살이었습니다. 이 주사위 면이 나올 때마다 플레이어는 원주민들의 어그로를 끌어서 화살을 맞는데요. 화살 풀에 화살이 다 떨어지면 각자 가지고 있는 화살 수만큼의 피해를 받는 것입니다. 화살 개수를 잘못 관리하면 급사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서로 낄낄거리며 웃게 되었습니다. 운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하지만 카드 버전 때와 달리 게임이 늘어지지 않아서 굉장히 신났습니다. 아마도 돌아오는 추석에 뱅! 주사위 게임을 꺼내시면 가족, 친지들끼리 즐거운 시간을 보내실 것 같네요.




뱅! 주사위 게임을 마치고 미리 주문했던 버거와 감자 튀김이 도착했습니다. 엄마의 등짝 스매쉬처럼 엄마의 매운 터치, 맘스 터치;; 오물오물 먹고 있었는데 이미 다 드신 다른 분들이 가운데에 모아놓은 감자 튀김을 치우시는 게 아니겠습니까. ㅠㅠ (게임이 먼저다)



우리의 저녁식사를 밀고 들어오는 Ca$h 'n Guns (second edition) 캐쉬 앤 건즈 (2판). 아무에게나 총질을 할 수 있는 게임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일제히 외지인들에게 다구리를 놓는 게 어디있습니까요. (진주 인심이 이런 겁니까... 퐁퐁치킨은 미끼였어... ㅠㅠ) 히미끼 님은 연속 두 라운드 동안 반창고를 붙여야 했습니다. 반창고를 붙인 사람들은 쫄보가 되어 쑤구리가 되기 일쑤였죠. 꿋꿋하게 버틴 저는 2등을 했던 것 같습니다. (드렁큰히로 님이 1등이었던가...)




그 다음 게임은 진짜 오랜만에 해보는 Shadow Hunters 섀도우 헌터즈. 뱅!의 대안으로 선택되던 게임인데 조금 더 보드 게임 느낌이 납니다. 저는 생긴 것처럼 선량한 헌터로서 악의 무리를 때려잡는 데에 충실히 임했습니다. 검은색 아이템 때문에 초반에 난리났었는데요. 나중에 서로 뺏고 빼앗기며 많은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좀 지나자 서로 역할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서 쭈구리 중립 캐릭터들은 물러나고 헌터들과 섀도우들의 싸움이 되었습니다. 단합이 잘 된 헌터들의 승리. (정의구현)


저는 피곤해서 잠시 취침을 한 사이에 누가 저를 깨우더라고요. 벌써 갈 시간이라고. (헉) 이 장소가 오후 11시에 닫아야 해서 짐을 챙기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아쉬워하는 일부 회원님들과 갈곳 없는 불쌍한 반지 원정대는 대학 근처에 있는 24시간 커피전문점에서 몇 게임 더 하기로 했습니다.



탐앤탐스에 넓은 테이블이 있어서 이곳에서 몇 시간 놀기로 했습니다. 제가 이번 여정에서 확실하게 밀고 있는 게임이자 이 밤에 딱 어울릴 만한 게임, Betrayal at House on the Hill 언덕 위 집에서의 배신으로 선택했습니다. (제목에 "배신자"가 아니라 "배신"입니다. ㅠ betrayal [비트레이얼]은 배신이고, 배신자는 traitor [트레이터]에요. 비슷한데 잘 보시면 달라요. ㅎ)

간단한 설명을 마치고 시작했습니다. (일단 고고) 드렁큰히로 님은 시작 전부터 몰입을 하셨는지 스마트폰용 앱을 찾아서 본인 캐릭터의 스탯을 기록했습니다. (편리한 세상입니다. ㅎ) 빠르고 멍청한 캐릭터를 할까, 힘세고 멍청한 캐릭터를 할까 고민하시더라고요;;; (나중엔 결국 멍청한 게 문제가 됩니다. ㅎㅎ)


나중에 저의 소중한 초딩이 배신자임이 밝혀지고 나머지 분들은 유체이탈의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위 사진은 배신자여서 저 혼자 한쪽에서 제 시나리오를 읽는 동안에 나머지 분들이 영웅들의 시나리오를 읽으며 토론하는 모습을 담은 겁니다. 지지부진한 배신자의 친구 (?)와 영웅들의 혼들의 싸움 끝에 멍청한 그 놈이 해답임을 깨달은 배신자 팀은 그 멍청이 (?)를 공략하면서 게임이 너무나 쉽게 끝나 버렸습니다.


언.집.배를 끝으로 드렁큰히로 님과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 호주에서 휴가 차 한국에 들어오신 셰프 님이 저희 반지 원정대와 같이 천사다방으로 자리를 옮겨서 Tichu 티츄를 즐기시기로 했습니다. 정말 재미있어 하셔서 저희가 강하게 키워 드리기 위해 (?) 끌어들였는데요. 열심히 하시다가 왠지 리콜 당하셔야 할 분위기여서 빠르게 끝내고 댁으로 보내 드렸습니다.


우리 원정대 중에서 곰팡맨 님과의 마지막 밤. 해가 뜨면 서울로 보내 드려야 했는데요. 세 명이서 서너 시간 동안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얘기가 재미있으니까 잠도 안 오더라고요. (신기)


오전 5시 경. 택시를 타고 진주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곰팡맨 님은 서울로, 나머지 둘은 대구로 떠나야 했죠. 버스 차편이 서울 쪽이 더 많아서 대구로 갈 히미끼 님과 저는 조금 더 오래 기다려야 했는데요. 서로 좀 아쉬웠는지 아침식사를 하자고 권했습니다. 처음엔 김밥천국이었는데 그게 국밥이 되었다가 결국에 삼겹살로... (역시 아침엔 삼겹살이죠.) 히미끼 님 힘내시라고 에너지 드링크도 한 병. (센스)



서로 보내는 게 아쉬운 걸 아는지 불판도 천~천히 달궈졌습니다. 고기와 술을 마시면서 또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먹다 보니 어느 새 오전 7시. 버스를 탈 시각이 되자 서둘러 고기와 술을 입에 털어넣고 터미널로 이동했습니다. (바로 길 건너였어요.)

이젠 진짜로 헤어질 시간. 우연히도 서울행과 대구행 버스의 시간이 같더군요. 생판 모르던 사람인데도 3일 동안 함께 고생하니까 헤어지기 아쉽더라고요. 곰팡맨 님, 히미끼 님 그리고 저. 이 세 명의 반지 원정대 이야기는 여기까지였습니다.


모르도르로 간다.




다음 삼시세겜은 대구광역시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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