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 뒤의 더 큰 마술

 

 

마운티드 클라우드 주간 게임 리뷰 VI의 286번째는 Colosseum 콜로세움Shakespeare 셰익스피어에 이어서 Performance-themed games 공연-테마의 게임들을 소개합니다. 세 번째는 Trickerion: Legends of Illusion 트리케리언: 환상의 전설들입니다.


프레스티지를 아시나요?

제 개인적으로 트리케리언에 대해 안 좋은 기억이 있습니다. 적당한 진행 시간을 가진 전략 게임인 줄 알고 했다가 너무 오래 걸려서 끝까지 하지 못 하고 포기했던 경험이 있거든요. (하필 그 날 제 컨디션이 안 좋았고 다른 상황들도 좋지 않았던 것에 대한 영향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트리케리언의 디자이너들이 어떤 영화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것을 본 후로 이 게임에 대한 인상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만든 "The Prestige 프레스티지 (2006)"라는 작품인데요. 지금 엄청 유명해진 명배우들이 대거 출연합니다. 다크 나이트 시리즈의 크리스찬 베일과 마이클 케인, X-Men 시리즈에서 울버린 역을 한 휴 잭맨,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블랙 위도을 역을 하고 있는 스칼릿 조한슨, 골룸과 킹콩 모션 캡쳐 연기로 유명한 앤디 서키스, 여기에 음악인인 데이비드 보위까지. 영화에서 라이벌 관계에 있는 로버트 앤지어(휴 잭맨)과 알프레드 보든(크리스찬 베일)이 서로의 마술 트릭을 알아내거나 마술 쇼를 방해하기 위해서 오랜 시간에 걸쳐 공작합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마술사 자체보다도 마술 트릭을 위한 장치나 조력자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영화의 반전 때문입니다.)



마술 공연을 준비하자

위에서 영화 설명을 한 이유는 마술 쇼를 준비해 가는 "과정"으로 접근하면 이 게임이 더 잘 와닿기 때문입니다. 트리케리언은 총 6번의 라운드 동안 진행되는데요.
  1. 주사위를 굴립니다
  2. 턴 순서를 정합니다
  3. 임무 카드를 배정합니다
  4. 인물을 놓습니다
  5. 공연을 합니다
  6. 라운드를 종료합니다

라운드의 시작 시에 시작 플레이어는 도심 주사위들을 굴립니다. 이 주사위들의 결과는 그 라운드에 플레이어들이 배울 수 있는 마술 트릭, 고용할 수 있는 인물, 은행에서 받는 돈의 양을 결정해 줍니다. 턴 순서는 점수가 적은 플레이어가 먼저 하게 됩니다.

트리케리언은 Worker Placement 일꾼 놓기 메커니즘을 사용합니다. 플레이어들은 마술사 토큰 1개와 조수 토큰 1개를 가지고 시작하는데요. 다른 일꾼 놓기 게임에서처럼, 일꾼 토큰을 늘려서 라운드 동안에 할 수 있는 행동 수를 늘릴 수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토큰들은 저마다 숙련도가 달라서 조수보다 전문가가, 전문가보다 마술사가 더 많은 행동 포인트를 가지고 그 행동을 실행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같은 행동 칸이더라도 먼저 들어온 토큰이 더 많은 행동 포인트를 가집니다. 네, Action Point Allowance System 행동 포인트 비용 시스템이 섞여 있는 겁니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Henk Rolleman


프로그래밍은 무겁다? 아니, 무섭다!

일꾼 토큰들은 행동 칸에 놓여서 새로운 마술 트릭을 획득하거나 새로운 인물을 고용하거나 은행에서 돈을 벌어옵니다. 또한 시장에 가서 공연할 마술에 필요한 재료들을 구입해 옵니다. 공용 보드뿐만 아니라 개인 보드에도 행동 칸이 있는데요. 여기에서는 재료가 다 모인 마술을 준비시킬 수 있습니다. 공연장에서는 마술사와 뒤에서 도와줄 동료 1-2명으로 공연할 요일을 정하고 공연하면서 명예 (점수)와 돈을 모읍니다.

그런데 다른 일꾼 놓기 게임들에 비해 트리케리언이 훨씬 힘들게 느껴지는 이유는 프로그래밍 요소가 있기 때문입니다. 토큰을 어느 행동 칸에 보낼지를 4단계 동안에 그때 그때 정하는 게 아니라 각 플레이어들이 3단계에서 미리 동시에 정합니다. 이때에는 행동 칸을 가리키는 임무 카드들을 각 토큰에 비공개로 배정한 후에 플레이어들이 동시에 공개합니다. 서로 비공개로 행동 칸을 정하기 때문에 계획이 꼬이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게 되죠.



게임 속의 게임

공연을 하기 위해서 눈치 싸움이 치열합니다. 어느 요일에 공연할지가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공연은 목요일주터 일요일까지 4개의 줄에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테마적으로도, 관객들이 가장 많을 일요일에 공연하면 명예와 돈을 더 얻고, 목요일에는 덜 얻습니다. 하지만 목요일 줄에서는 더 많은 행동 포인트를 주고, 일요일 줄에서는 덜 주기 때문에 그 나름 균형이 있습니다. 일요일에 가까울수록 더 많은 동료들이 동원되어야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을 테니까요.

마술 쇼는 공연장 카드들 위에서 진행됩니다. (약간은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는데요.) 마술 공연은 토큰들로 패턴 만들기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토큰의 모서리에 아이콘이 있는데요. 공연장에 내 마술의 아이콘에 맞게 놓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공연장에 있는 다른 마술 토큰들과도 아이콘이 이어지면 "링크"라고 부르고 이걸 만들면 보너스 명예나 돈을 받습니다.

Image courtesy of boardgamegeek.com's Fabrizio


트리케리언은 킥스타터 모금을 통해 세상에 나온 전략 게임입니다. 큰 그림으로 봤을 때에는 그렇게 어려운 내용은 아닙니다. 마술 공연을 하기 위해서 준비를 하는데, 일꾼들을 내보내서 재료나 돈, 동료를 구해 오고 마술에 필요한 재료들이 다 갖춰지면 마술을 등록하고 공연장에서 요일을 예약하고 공연을 한다가 전부니까요. 이걸 일꾼 놓기와 행동 포인트 비용 시스템을 섞어서 구현한 겁니다.

그런데 트리케리언은 (게임의 복잡도나 난이도라 불리는) 긱웨이트가 5점 만점에 4점이 넘는 엄청 힘든 게임입니다. 이건 전적으로 프로그래밍 메커니즘 때문입니다. 다음 단계에 일어날 것을 미리 계산해서 일꾼들이 갈 장소를 정해야 하는데, 당연히 다른 플레이어들의 계획을 100% 예상할 수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래서 플랜 B, 플랜 C까지 생각해 내느라 머리는 터질 것 같고 시간도 많이 소비됩니다. 그런데 비공개로 놓인 임무 카드들이 공개된 후에도 내 행동의 순서를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트리케리언만의 매력임은 분명하지만 또한 정말 부담스러운 진입장벽이기도 합니다. 저의 취향 문제겠지만 프로그래밍 때문에 3-4시간 걸리는 트리케리언이 부담스러워서 프로그래밍 부분을 빼고 진행하면 어떨까 싶더군요. 초보자들을 위해서 말이죠.





참고 사이트:
Trickerion: Legends of Illusion @ boardgamegeek.com
https://boardgamegeek.com/boardgame/163068/trickerion-legends-illusion

Mindclash Games
http://mindclashgames.com

Posted by Mounted Clo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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