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_War

대구의 아침은 그다지 덥지 않았습니다. 저는 무심결에
"별로 안 더운데요?"
라고 말해 버렸습니다. 하지만 대구의 더위는 이미 우리에게 타락 점수를 주입하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터미널에서 역을 향해 가던 도중 히미끼 님이 갑자기 발길을 돌렸습니다.
"뭔가를 놓고 왔어요."
"뭔데요?"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히미끼 님의 맨머리가 보이고 있던 걸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뚜... 뚜껑을 버스에 놓고 내리셨던 것입니다. 비슷비슷한 버스들이 한데 모여 있는 와중에 우리가 타고 왔던 진주 버스를 찾아야 했습니다. 히미끼 님이 질문했습니다.
"어떤 버스인지 기억나세요?"
"그... 글쎄요..."
결국 히미끼 님은 그 버스를 찾아내서 모자를 다시 손에 넣으셨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대구 첫 일정은 이정도 선에서 액땜을 하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대구서부정류장 바로 앞에 있는 성당못 역 (뭔가 이름이 Spawning Pool 산란못스럽지만...)으로 들어갔습니다. 지하철표를 끊으려고 돈을 넣으니까...


가넷 (?) 한 개가 나왔습니다;;;


대구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당신은 도장깨기에 초대되었습니다.


지하철을 타러 들어가야 하는데 개표기에 이 가넷 (?)을 넣는 곳이 안 보이는 겁니다. ㅠㅠ 히미끼 님과 둘이 머리를 굴리다가 혹시... 가넷을 개표기에 들이대니까
(삐삣!)
"오~! 소~름! ㅋㅋㅋ"
이렇게 최첨단 도시인 대구에서 문화충격을 받고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또 히미끼 님의 탄식이.
"아...! 놓고 왔다..."
"네? 뭘요?"
"내 소중한..."
이미 게시판 상에서 미역패드 (?)라 불리던 그 녀석이 아까부터 안 보였던 것입니다. 일단 혼자 찾아보겠다며 개찰구 밖으로 나갔다가 몇 분만에 빈손으로 돌아오셨습니다. 상황이 심각해서 저도 개찰구밖으로 나가서 같이 찾기로 했죠. 기억을 더듬어 우리의 경로를 역추적하기로 했습니다. 터미널에서 히미끼 님이 화장실에 다녀오셨을 때에 분명히 손에 미역패드가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히미끼 님을 기다리는 동안에 제 오른편에 타포린 백을 놓고 의자에 앉아있다가 히미끼 님이 오시자 자리를 비켜 드리러 일어나면서 히미끼 님 손에 미역패드가 있던 것을 봤었거든요. 그렇다면 히미끼 님의 소중이는 분명히 이 역 안에 있는 겁니다. 히미끼 님이 갑자기 역내 안내소에 들어가는데 앗! 책상 한쪽에 주인을 반기듯 미역 줄기를 흔드는 물체가 보이는 겁니다.

(주인님이 오셨다) 쿠웨~~에~~엑!!

지하철 역무원이 이 신기한 물체를 발견하고 잘 보관해 주고 있었던 모양이었습니다. 히미끼 님은 간단한 분실물 회수 절차를 밟고 미역패드를 찾아오셨습니다.

다시 가넷 한 개를 받고 지하철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아까부터 이상했던 점은 지하인데... 엄청 더운 겁니다. 사람들은 손에 부채를 들고 열심히 부채질을 하고 있었고요. 왜 지하로 내려왔는데 더 더운 걸까요... 모르도르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몇 정거장을 지나서 명덕 역에 도착했습니다. 노선도에서 위치만 보고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와~ 삼삼오오 잘 나가네요. 대구 한가운데에 아지트를 얻고."
그러나 지하도 밖을 나오니 건물들만 뎅그러니 있고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시원한 커피를 마시고 싶었지만 주위에 커피전문점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일단 북쪽을 향해 이동했습니다. 학교, 미술학원, 미술학원, 악기상점, 악기상점, 다시 미술학원... 이곳 모르도르...가 아닌 대구의 기온은 이미 둘만 남은 원정대의 타락 점수를 충분히 올려 놓았습니다. 얼굴과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지쳐버린 저희는 식사 시간은 아직 아니지만 밥 먹을 곳이 있거나 씻을 곳이 있으면 들어갈 준비가 되어 있었죠. 걷다 보니 히미끼 님이 뭔가를 발견했습니다.
"저기 사우나 있네요!"
와~ 다다다다 걸어갔으나... 리모델링 중... (으아!) 추적 타일을 뽑았는데 빨강이 나온 것 같은 느낌...

조금 더 걸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헉헉) 몇 분 더 걷자 저 멀리 목욕탕 빨간 굴뚝이 보이는 겁니다. 유레카~~


그러나 불편해서 양해 안 하고 싶었습니다. ㅠㅠ 휴가시라니... 또 추적 타일 뽑기 실패...

다시 몇 분을 걸어간 끝에 사우나를 발견하고 일단 씻기로 했습니다. (타락 점수 1이 내려갔습니다.)

씻고 나니까 슬슬 졸음이 몰려왔습니다. 히미끼 님이 사우나에 들어가 계신 동안에 저는 피츠버그의 나훈아 씨를 보기 위해 텔레비전 앞에 있었습니다. 꾸벅꾸벅 졸면서 시청했습니다. 히미끼 님도 어느 새 제 옆으로 와서 시청하시는 듯은 아니고 드러 누워 주무셨습니다.

정오가 가까워 오자 슬슬 나가보기로 했습니다. 아... 저 불판 위 (?)를 걸어 다녀야 한단 말입니까... 이~영~차! 짐을 다시 메고 문 밖으로 나가자, 으어어어어어어어억! 너무 더워... ㅠㅠ 하지만 대구의 기온은 자비가 없었습니다. (명중 1회 이상 얻으면 추가 명중 1회를 얻겠죠.) 다시 명덕 역을 행해 걷고 또 걸었습니다. 괜시리 이 카드 제목이 떠올랐습니다. ㅠ




저희가 사우나에서 쉬는 동안에 히미끼 님이 받지 못한 전화가 있었습니다. 몇 번 만에 연결 성공. 연락이 안 되서 불안한 거인의잠 님이 직접 나오고 계셨던 것입니다. 명덕 역 바로 앞에서 드디어 거인의잠 님을 만났습니다. 저희 두 사람 모두 이 분과 인연이 있었는데요. 저는 거인의잠 님이 서울에 계셨을 때에 (서울 김포) 삼삼오오 모임에 놀러가서 War of the Ring 반지의 전쟁을 알려 드린 적이 있었고, 히미끼 님은 전주 모임을 만들 때에 웹 상에서 도움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히미끼 님은 거인의잠 님을 처음 뵙는 것이었다네요.) 셋은 일단 커피전문점에 들어가서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빨았습니다. 건물 안은 시원했습니다. 길거리에 사람이 적은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살려면 건물 안으로... ㅠ)

가넷 얘기를 꺼냈더니 외지인들이 신기해서 기념품으로 가져간다고. (왜 그 생각을 못했지?! ㅋ) 저는 농담으로 여러 개 사가서 게임할 때에 선 마커로 쓰는 게 어떻냐고. (대구지하철 관계자 여러분, 이거 다~ 농담인 거 아시죠~?) 그리고 명덕 역 위를 지나가는 모노레일. 이것은 대전 EXPO 때 봤을 법한 신기한 탈 것이 대구를 가로지르고 있었습니다. 거인의잠 님이 그 아래 지나갈 때에 그거 탄 사람들이 문 열고 침을 뱉는다면서 주의하라고... 저희는 "아..." 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거인의잠 님이 껄껄 웃으시며 저희가 농담도 진짜로 믿는다며. ㅎㅎㅎ (저희가 이렇게 순수합니다. 하하하하)


커피를 다 마신 후에 저희는 삼삼오오 아지트로 이동했습니다. 커피를 마시는 도중에 오신 다른 삼삼오오 분이 저희를 안내하며 점심을 어떻게 할지 물어보셨습니다. 뭐,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이라 일단 아지트 구경을 먼저 하기로 했죠.


도장깨기에 대비해서 현수막을 걸어놓은 삼삼오오. 우리는 찢길지언정 깨지지 않는다!

삼삼오오의 아지트는 역시 더웠습니다. (이 글의 제목이 The_War인 이유도 더워서 그랬습니다.) 에어컨이 있으나 월풍 님 작업실의 것처럼 청각적인 냉방 효과만... ㅠ 짐을 내려놓고 근처에 있는 롯데리아로 가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저희를 안내해주신 분이 사주신 대서... 쪼르르 롯데리아에 저렴한 3인용 세트가 있어서 그걸 시키고 추가로 음료 하나와 빙수까지 시켜서 먹었습니다.

음식을 기다리고 먹는 동안에 그 분께 삼삼오오의 이것저것을 캐물었으나 거인 형님께 물어보라면서 웃으며 피하시는. (교육이 잘 되어 있군요. ㅎ)



식사를 마치고 다시 더운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반지의 전쟁을 그 분께 알려 드렸습니다. 결과는 제가 졌...습니다. ㅠㅠ 반지-운반자들이 너무나 쉽게 모르도르에 도착했네요.


이분은 약속이 있다며 어딘론가 떠나시고. (오락실에서 보스를 깬 후 이름도 새기지 않고 뒤돌아가는 고수의 풍모...);


반지의 전쟁을 하는 동안에 삼삼오오 분들이 여럿 모이셨습니다. 어떤 분이 저녁식사 거리를 사오셔서 한데 모여 이것을 뜯어 먹었습니다 (?). 납작만두 (?)였던 것 같습니다. 사진으로 이상하게 나왔는데, 만두들이 에테르화되어 한데 뭉쳐서...;; (에테르만두說) 간장을 콕콕 찍어먹으면 더 맛있는 만두랍니다.


저는 식사 후에 한숨 잤습니다. 그 동안에 히미끼 님이 출전해서 처음 해보신 The Staufer Dynasty 슈타우퍼 왕조에서 한 바퀴 (대략 25점) 차이로 승리하셨다네요. 현수막이 반으로 찢길 것 같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저는 7 Wonders 7 원더스에 투입이 되었습니다. 제 주종목답게 가뿐하게 승리했습니다. 아래 사진은 증거를 없애기 위해 사람들이 제 카드 더미를 치운 후의 모습. ㅠ (위 사진 하고 맞춰보시면 이해되실 겁니다.) 삼삼오오 현수막은 이제 1/4만 남았습니다. ㅎㅎ




다음 종목은 Caverna: The Cave Farmers 카베르나: 동굴 농부들. 제가 Agricola 아그리콜라는 늦게 시작해서 자신이 없는데, 카베르나는 좀 빨리 시작한 편이라 자신 없지는 않았습니다. 거인의잠 님은 이미 해보셨고, 호랑이 님 (?)은 이날 처음 하신 거였는데요. 가이드 없이 스스로 운영하신 호랑이 님의 게임 센스가 놀라웠습니다. 제가 96점 나왔고, 거인의잠 님이 6X점, 호랑이 님이 56점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호랑이 님 일년 후에 만나면 무서운 상대가 되어 있으실 것 같더라고요. 아무튼 현수막은 1/8. ㅋ


게임이 모두 끝나자 시각이 자정이 넘었습니다. 쉬시고 계시던 히미끼 님을 달래기 위해 우리는 근처에 있는 뼈해장국집으로 이동했습니다. 소주 한 잔 걸치면서 모임장으로서 애로사항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금요일 새벽이어서 아침에 출근하셔야 하는 거인의잠 님과 호랑이 님은 떠나시고, 이제 히미끼 님과 둘만 남은 상황. 하루 묵을 곳을 찾아야 했습니다. 밤이라고 해도 대구의 더위를 뚫고 다시 사우나로 가기에 거리가 너무 멀었고요. 남은 선택지는 거인의잠 님이 추천한 근처 모텔;;; 왠지 여기서 이야기를 끊으면 이상할 것 같아서 여기서 끊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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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용자 Mounted Clo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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