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 맥스: 분노의 게임



(부르릉! 부우~와~앙! 털털털턻)

My name is Max. 내 이름은 맥스.
난 한때 게이머였다. 도장깨기를 추구하는 로드 게이머. 내 머리 속으로 파고드는 목소리들.
"도와줘요, 맥스! 티츄 하기로 약속했잖아요! 어디 있어요, 맥스! 도망가지 마요!"

...

"우리는 여수의 겜보이!
"겜보이!!"
"잠을 안 자고 노는 겜보이!"
"겜보이!!"
"오늘 우리는 천사다방으로 간다!"
"천사다방!!"
"오늘 우리는 미니빌과 아발론을 수송한다!"
"미니빌!! 아발론!!"



"겜못한 님께 환호하라!"
"겜못한!!"

"물이 곧 나올 거예요..." 농사에 쓸 물, 이름하야 Agri-Cola. 아그리-콜라!!

...

"반역이야! 퓨리오사가 겜못한의 물건을 가져갔어."
"어떤 거?"
"그의 소중한... 스플렌더."



...



"겜못한! 겜못한!"
(힐끔)
"날 보셨어!" 날 쳐다보셨어!"
"네 손패 뒷면을 보신 거야."
"날 똑바로 보셨어!"
"카드 장수를 세신 거야."
"아냐, 난 1등으로 나가게 될 거야! 티~~이~~츄~~우~~!!"

...



작년에 벤더 님과 여수광양순천 모임 분들 덕분에 노예 23시간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그곳. (링크: 뜻밖의 방문 제2부 - 전라남도 여수편 (05/31-06/01)) 이른 아침에 광주버스터미널에서 여수로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에서 기절 (?) 중에 갑자기 잠에서 깨어났는데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더 자려다가 여수 EXPO까지 갈 것 같은 불안감에 깨어있기로 결심했습니다. 기사님께 여쭤보니 잘 모르겠으니 일단 터미널까지 가보라고... ㅠㅠ 어디로~ 가야 하죠~ 아저씨~ 조는 손님이~ 처음인가~요~♬
"제일병원, 내리세요~"
'앗, 저곳은 천사다방 근처 병원이닷!'
일년 전 기억을 불러오는 데에 성공한 저는 후다닥 내렸습니다. 사거리를 향해 걷자 맞은편에 불꺼진 천사다방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카페 불이 꺼져서 조금 불안했지만 카페가 이른 아침에 열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버스 타기 전에 가볍게 샌드위치를 먹었지만 눈치 없는 이놈의 배가 또 고파 오자 아침을 먹으러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이른 아침이어서 문을 연 곳이 얼마 없었고 게다가 휴가를 떠난 가게도 꽤 많아서 눈 앞에 보이는 분식집에 들어갔습니다.


왠지 이유없이 잔치국수와 매운고추김밥이 먹고 싶어서 이걸로 아침 해결. 아침을 먹고 나서 폐묘 님께 전화를 걸어 두 번만에 통화 성공! (주무시고 계셨다고... 아침 일찍 죄송했습니다. ^^;) 9시 즈음 문을 연 천사다방에 들어가서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시켜놓고... 테이블에 엎드려 잤습니다. ㅠ

30여 분이 지나자 Tzolk'in: The Mayan Calendar 촐킨: 마야의 달력Alchemists 알케미스츠를 가져오신 폐묘 님. 부모님의 눈을 피해 누님 집에 둔 이 게임들을 가져오시느라 늦으셨다는군요. (눈에 땀이... ㅠ) 아직 결혼 전이시라 여자친구 분과 게임을 하셔서 2인 되는 게임을 주로 하신다고 하셨던 것 같아요. 결혼 전에 게임을 많이 구입하시길...;;;

촐킨을 할 줄 아는 외지인을 만나서 기쁘셨는지 그 자리에서 밀봉인 그 게임을 바로 뜯으셨습니다. 보드를 보니 번들번들 1쇄 보드! 배송 중에 잘 찢어지기로 소문난 1쇄 보드가 멀쩡한... 것 같았는데 알고 보니 딱 한쪽 보드만 찢어진 상태. 퍼블리셔에 이메일을 보내면 2쇄용 무광 보드 1개를 보내준다는 말씀을 드렸지만 귀찮으시다는 말씀을... 아이고야~ ㅎㅎ 타일 펀칭하고 나니 왠지 촐킨을 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 (불과 며칠 전에 전주에서 촐킨으로 영혼을 탈곡당한 이후로 무서워짐.) 2인으로 세팅을 하고 설명을 하려더 참에 또 한 분이 오셔서 3인 게임으로 바꾸었습니다.

게임에 대한 욕구와 열정이 섞이면 무섭습니다. 이 분들 촐킨 처음하시는데 1쿼터만에 5가족을 만드는... ㅎㄷㄷ 제가 이틀 전에 전주 갓.촐.가 (a.k.a. 정신과 시간의 방)에서 훈련하고 와서 아슬아슬하게 승리를 했습니다. 기념물 2개가 아니었다면... 휴 =3



이날은 메인 게임은 War of the Ring 반지의 전쟁이었습니다. 폐묘 님이 촐킨 이외에 Alchemists 알케미스츠 (한국어판 제목: 연금술 아카데미)를 가져오셨으나 반지의 전쟁을 하자고 하셨습니다. 천출력 맵을 펼치고 피규어 박스에서 꺼낸 피규어들을 맵 위에 놓자 신세계를 본 두 분... (폐묘 님, 이거 2인용 됩니다! ㅎㅎㅎ) 세팅을 마치고 잠시 화장실에 가려고 1층 문으로 나가자 반가운 얼굴이! 작년 노예 23시간의 노예주인1 역을 하신 그 분. (이분은 억양이 강해서 딱 목소리만 들어도 기억이 납니다. ㅎㅎ)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같이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작년에 한 게임 해보신 노예주인1 님은 설명을 들으셔야 하는 두 분께 까불까불 자랑을 하시면서 흥을 돋우셨습니다. (요런 역할 참 좋아합니다. ㅎㅎ)

노예주인1 님이 자유민족을 하시고 남은 두 분이 암흑군단을 하시기로 하셨는데, 폐묘 님이 양보를 하시며 구경만 하셨습니다. 확실히 한 번이라도 더 해보신 분의 플레이가 더 세련됩니다. 반지-운반자들을 꾸역꾸역 모르도르를 향해 밀어넣는 한편, 기회가 되면 과감하게 모아서 돌파하는 센쑤! 노예주인1 님이 곤도르 병력을 돌리고~ 돌리고~♬ 잘 살려서 미나스 모르굴과 움바르를 점령하면서 자유민족의 군사적 승리로 게임이 끝났습니다.



두 번째 게임은 노예주인1 님께 일부러 암흑군단으로 해보시라고 권했습니다. 한쪽에서 오랜시간 구경만 한 폐묘 님과 짝을 이루어서 플레이를 해보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전 게임에서 암흑군단을 하신 분은 성향이 혼자 하는 걸 좋아하신 것 같았습니다.) 암흑군단의 빅 재미를 느끼신 노예주인1 님은 전화기에 불이 난 상황에서도 한 턴만 더를 계속 외치시다가 (이거 문명할 때 하는 말 아니었나요? ㅎㅎ) 결국 집으로 리콜을 당하셨습니다. 이제 혼자 암흑군단을 이끌어가야 하는 폐묘 님도 얼마 플레이하시다가 집으로 "리~~콜~~!!"을 당하셔서... (여수 아비터의 난) 결국 반지-운반자들이 거의 이긴 경기를 떠안게 되었습니다. ㅠㅠ 저는 평소보다 더 많은 행동 주사위를 추적 칸에 놓으면서 반지-운반자들을 늦췄습니다. 드디어 모르도르 트랙. 추적 칸에 행동 주사위를 최대한 꽉꽉 채우는 한편 어떻게 해서라도 원정대 타락 수치를 올리기 위해서 인물 사건 카드를 뽑았습니다. 운이 좋게도 마지막 칸에서 눈 타일이 뽑혔는데, 이때에 추적 칸에 주사위가 6개가 있어서 한 방에 6 데미지!! 반지-운반자의 타락으로 경기에서 승리했습니다. 노예주인1 님이 거의 망한 게임 (?)을 폐묘 님께 떠 넘기실 때에
"야, 이거 결과 꼭 알려줘!"
라고 말씀하시며 떠나셔서 이걸 도대체 어떻게 이기라는 건가 싶었는데 제가 뒤집었습니다!


기억해줘! 기억할게! 발할라!


두 분이 떠나고 둘만 덩그러니 남은 상황. 준비해 간 게임도 별로 없고, 새로 게임을 배우기도 애매한 상황이어서 결국
"반지나 한 게임 더 하시죠?"


했던 진영을 그대로 한 게임 더 했는데. 아주 빨리 모르도르로 달려간 반지-운반자들. 결국 65분 만에 반지를 파괴하며 승리하신 여수 분. (헐) 내가 사우론의 입까지 뽑았는데... ㅠㅠ



너무 빨리 끝났으니 한 게임 더;;; 진영을 바꿔서 제가 자유민족으로 했습니다. 초반에 병력이 좀 잘 모여서 반지 파괴보다 군사로 이기는 방법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곤도르 군대로 모란논을 점령하고 로한 군대로 돌 굴두르를 점령하면서 군사적으로 승리했던 것 같습니다. 이분은 반지의 전쟁을 처음 배운 날, 하루에 4게임을 한 대기록을... (여수도 범상치 않은 곳입니다. 허허)


이때가 아마 거의 12시가 다 된 시각이었는데, 차로 터미널에 그나마 가장 가까운 한 사우나까지 태워다 주셨습니다. (터미널에 더 가까웠던 곳은 문을 닫았더군요.)

여수순천광양 모임의 중심에 계신 벤더 님이 갑작스러운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날 나오시지 못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D모 보드게임 커뮤니티 중고장터에 가면 쉽게 뵐 수 있습...;;) 여수 모임 방문기를 마칩니다.




다음 삼시세겜은 부산광역시편입니다
Posted by Mounted Clo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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