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의 마지막 일요일이었습니다. 집에서 쉬고 싶은 마음도 크지만 아이들을 만나러 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날씨가 추웠는데도 아이들은 건물 밖에서 제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외쳤습니다.
"선생니~~임!!"
아이들에게 인사를 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죠.

재혁이와 예슬이, 한결이 이렇게 세 명만 있어서 저까지 네 명이서 주사위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카드 게임 버전에 비해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주사위처럼 정육면체 모양의 귀여운 상자가 마음에 드는 Keltis: Das Würfelspiel 켈티스 주사위 게임입니다. 규칙을 설명했는데, 게임 자체가 어렵지 않아서 아이들이 다 이해한 눈치입니다.

아이들은 뭔가 자신의 상상 속에서 만화 속 주인공처럼 주문을 외우고 던지면 주사위 결과가 더 잘 나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평범하게 굴리지 않고 각자 어떤 포즈나 커다란 외침을 하더라고요. 그 때문에 아이들이 손바닥 사이에서 계속 비비느라 주사위에 땀이 묻고, 땅바닥에 데굴데굴 굴러서 먼지도 많이 묻어서 집에 돌아온 후에 물티슈로 박박 닦았다는 건 비밀입니다.


첫 게임이 한창 진행 중인데 한결이 친구 진모가 왔습니다. 아이들이 게임을 하고 있는 걸 중단시키기 좀 그래서 계속 하고 끝나면 네 명이서 같이 하라고 했죠. 그런데 진모가 심심했는지 자기가 가져온 플라스틱 딱지 (?) 같은 걸 꺼내서 자랑을 하더군요. 신기한 게 뒷면에 QR 코드같은 게 있어서 따로 사용하는 용도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재혁이가 진모와 얘기나누는 걸 들어보니 스마트폰에서 그 QR코드를 스캔하면 스마트폰용 앱에서 그 딱지에 그려진 몬스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하네요. 신기했습니다. 아무튼 둘은 이야기가 잘 되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지 않은 진모가 딱지 몇 개를 스캔할 수 있게 해준다고 했죠.

첫 번째 게임이 끝나고 진모한테 게임을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나머지 아이들은 이 몇 분을 못 기다려서 방 안을 뛰어다니거나 한쪽에 있던 기타를 퉁기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꽤 소란스러웠는데 이때 아이들을 자제시켰어야 했나 싶더라고요. 아무튼 진모가 알아들었다고 해서 저를 빼고 아이들 네 명이서 게임을 하라고 시켰습니다. 진모가 먼저 시작했는데 그 특유의 표정으로 저를 뚫어져라 쳐다봤습니다.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는 뜻이죠. 한 게임을 먼저 해본 나머지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면서 친절하게 (?) 잘 알려주었습니다. 그래도 자기 스스로 규칙을 이해하지 못하면 다른 아이들이 가르쳐주는 대로 하는 것을 알아듣지 못해서 게임에 재미를 못 느낄 수 있습니다. 자기가 하는 게임이 아니라 남이 하라는 대로 하는 게임이 되어 버리니까요.

아무튼 진모는 게임을 하는 것보다 남하는 걸 방해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는지 재혁이 차례 때에 비매너 플레이를 했습니다. 재혁이가 주사위를 굴리려고 하자 옆에서
"망해라, 망해라..."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평소에 잘 웃는 재혁이도 도가 지나쳤다고 생각했는지 목소리를 낮추며
"야, 하지마라."
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재혁이 차례에도 진모는 그렇게 하고 보다 못해 제가
"다른 사람할 때에 방해하지 말아요."
라고 중재를 했습니다. 그런데 진모가 재혁이에게 주사위를 넘길 때에 신경질적으로 던져주더군요. 그러면서 둘 사이에 신경전이 더 심해졌습니다. 결국, 진모는
"딱지 안 줄 거야! 절대 안 줄 거야!"
라며 재혁이와의 약속을 깨버렸습니다. 반 분위기가 묘해졌죠.

진모는 한 발 더 나아가 게임을 하는 둥 마는 둥 했습니다. 저도 참던 게 폭발했죠.
"진모, 방에서 나가. 수업 제대로 안 할 거면 집으로 돌아가."
진모는 그 표정으로 저를 뚫어져라 쳐다 봤습니다.
"일이 있어서 수업에 늦게 오는 것까지는 내가 뭐라고 안 하는데, 다른 사람 방해하고, 게임 열심히 안 할 거면 그냥 집에 있는 게 나아. 그러니까 다음 시간부터 수업에 오지 마."

뭔가 제가 마카다미아 급 발언을 해버렸습니다. 아이들이 어리니까 게임을 이해하지 못 할 수도 있고, 어린 마음에 장난이 심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 날은 진모가 도가 지나쳤다고 생각했습니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 나머지 아이들은 게임을 끝냈고 저마다 제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먼저 집에 가도 되냐며 집으로 돌아간 진모를 제외하고요.


보드게이머 육성 프로젝트, 아이 잼 어른 잼 제15화에서 계속됩니다


Posted by 사용자 Mounted Clo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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