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있어서, 맵을 디자인 하는 것보다 목적지 카드에 점수를 배분하는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작업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것은 참가신청서를 영어로 작성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문서는 총 4쪽으로 되어 있는데 3쪽 정도는 이 컨테스트에 대한 설명이고 나머지 한 쪽이 참가자가 직접 적어내는 양식이었습니다.


이것은 크게 두 부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참가자의 개인정보를 적어내는 것과 출품작에 대한설명을 적는 것입니다. 해외 우편물을 많이 받아봤기 때문에 저의 개인정보를 영어로 적는 것은 무척 쉬웠습니다. 헷갈릴 수 있었던 것은 '생년월일'에서 맨 앞이 '월'인지 '일'인지 뿐이었습니다.

문제는 제가 저의 출품작을 다른 사람에게, 영어로, 요약을 해서 설명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저희 게임 모임에 자주 나오는 미국인 친구, 네이트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플레이테스트 날에 저와 같이 게임을 했습니다.)

이 참가신청서 양식에서 몇 가지 주의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정말 깨알처럼 작고 희미한 글씨로 설명이 써 있는데 그것을 잘 읽어야 했습니다.
  • 저작권 문제가 없는 제목을 사용할 것
  • 맵의 지역은 넓고 독특한 것을 사용할 것
  • 수백 수천 점의 출품작 사이에서 본인의 작품을 어필할 것
  • 새로운 규칙의 양은 가급적 줄일 것
  • 새로운 컴포넌트도 가급적 줄일 것
  • 추가 설명도 가급적 줄일 것
  • 첨부할 사진의 해상도가 떨어진다면 차라리 첨부하지 말 것
저는 이 가이드라인을 읽고 약간은 화가 났었습니다. 너무나 제약이 많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봤을 때 수백 수천 가지 중에서 옥석을 가린다면 그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면접자보다 면접관이 스트레스를 더 받을 수도 있는 것이죠.

저는 세세한 부분을 놓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네이트와 이것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제목은 남한과 북한을 모두 포함하기 위해서 '한국'보다 '한반도'를 선택했습니다. 맵의 독특한 특징을 설명하는 부분의 공간이 적기 때문에 설명하려는 내용을 압축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군사분계선'과 '일차 목적지 티켓', 급행열차' 세 가지만 다루고 나머지 내용은 생략하거나 추가 설명 부분에 넣었습니다. 추가 규칙에서 '군사분계선을 통과할 때 적용하는 페널티' 그리고 '급행열차로 루트 점수를 2배로 받는 것'만 설명하기로 하고, 추가 설명에서 '이 맵은 노르딕 맵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과 '제가 개발 과정을 이 블로그에 기록하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사진을 첨부하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네이트는 프로토타입 맵을 동봉하면 더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을 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제가 두 달 동안 노력한 결과물이 미국 캘리포니아 주로 날아갔습니다. 한국 맵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작은 꿈이 한국을 전세계에 알리게 되는 커다란 업적으로 실현되길 바라면서 '티켓 투 라이드 한반도 맵 디자인 이야기' 연재를 마칩니다. 5월에 프로토타입을 보내라는 퍼블리셔의 메일이 꼭 도착하길 바래 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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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프로토타입 이후에 맵을 조금 더 고쳤습니다. '경주-부산' 루트가 단선에서 복선으로 변경을 했습니다. 그 루트가 선점을 당하면 나중에 그 루트에 접근을 해야 하는 플레이어들에게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었습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제가 한반도 맵을 구상했을 때 실제 한국의 철도 노선을 최대한 반영을 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한반도 맵에서 실제 주요 철도 노선은 모두 복선으로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경주-부산' 루트만 단선으로 했었죠.

티켓 투 라이드: 한반도 프로토타입 마크 3.

위 이미지가 세 번째 버전입니다. 이 이후에 더 이상 변경을 주지 않았는데,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면 아마도 이 맵에 반영을 할 것입니다. 실제 게임판 크기로 출력을 했을 때에 커다란 여백에 그려넣은 한국적인 이미지가 있다면 꼭 그려넣고 싶습니다.

오늘 티켓 투 라이드의 퍼블리셔 '데이즈 오브 원더' 社에 참가 신청서를 보낼 예정입니다. 상금과 부상을 받는 기쁨뿐만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외국인들이 보기에) 작은 나라를 전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저에게 오길 바랍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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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플레이테스트 때부터 새 목적지 카드를 사용했습니다. 원래는 맵 그림이 없이 글자만 있는 카드였는데, 그것 때문에 테스터들이 지역을 찾는 데에 시간을 너무 많이 소비하게 했습니다. 게임에 대한 몰입감도 많이 떨어뜨리기도 했고요. 그래서 과감하게 새 목적지 카드를 만들어서 인쇄를 했습니다.

일차 목적지 카드

이차 목적지 카드

목적지 카드가 2종류라고 말씀 드린 적이 있습니다. 원래에는 '일차/이차' 목적지 카드로 구분하지 않고 '대도시/기타 도시' 목적지 카드라는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그런데 티켓 투 라이드: 1910이나 1912 확장에 있는 대도시 카드의 규칙과 혼동이 될 우려가 있어서 다른 이름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대도시는 파란색 점으로 작은 도시는 빨간색 점으로 구분해 왔고, 통일감을 주기 위해서 그 도시의 이름들도 각각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표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카드에도 군사분계선을 그려넣어서 어떤 도시가 남한에 있는지 북한에 있는지를 나타냈습니다.

처음에는 일차(대도시) 목적지 카드에 기와 지붕 그림을 그려넣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카드에 인쇄된 색깔로만 구분을 할 수 있었는데, 제가 흑백 인쇄를 해본 후에 어떤 그림이나 기호로 그 두 가지를 구분해야 하겠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것을 그려넣을지 계속 고민을 하다가 한국적인 기와 지붕을 떠올렸고, 일차 목적지 카드에 그 기와 지붕 그림을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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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6일 토요일은 두 번째 플레이 테스트 날이었습니다. 서울에 있는 몇몇 분들과 플레이테스트를 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서울로 향했습니다. 이 날에는 두 번째로 인쇄한 프로토타입을 준비해 갔습니다.

티켓 투 라이드: 한반도 프로토타입 마크 2

게임판에 두 부분을 고쳤는데, 하나는 군사분계선을 점선으로 그려넣었다는 것이었고, 나머지는 Korean Peninsula에서 빠뜨린 'n'자를 집어넣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의 미국인 친구, 네이트가 제가 빠뜨린 글자를 찾아내 주었습니다.

이 날에는 테스트를 두 번 했는데, 첫 번째 것에서 커다란 수확이 있었습니다. 테스터 중 한 분이 어떤 규칙에 대한 더 좋은 아이디어를 말씀해 주신 것이었습니다. 원래 군사분계선에 닿은 루트를 점유할 때 플레이어는 자신의 목적지 카드 1장만 보여주기로 했었는데, 가지고 있는 목적지 카드 중 반을 보여주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고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실제로 두 번째 테스트에서 그 규칙을 적용해서 했더니 플레이어들 사이의 긴장감이 더 팽팽해져서 게임이 더 완성도 있었습니다. 이 규칙 변화 하나만으로도 이 날 지출했던 버스삯과 커피 값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습니다. 테스트를 해주시고 또 좋은 아이디어를 주신 강남 보드게임 동호회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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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9일에 티켓 투 라이드: 한반도 맵의 첫 번째 플레이테스트가 있었습니다. 그 날에는 총 3번의 테스트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한반도 맵은 노르딕 맵을 기반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테스터들이 노르딕 맵, 최소한 유럽 맵에 대한 경험을 필요로 했는데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티켓 투 라이드에 대한 경험이 있으신 분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테스트를 시작하기 전에 테스터들에게 티켓 투 라이드 노르딕 규칙을 알려주었습니다.
노르딕은 최대 3명이 할 수 있는, 루트가 많지 않은 맵입니다. 그래서 플레이어들은 종전과 달리, 열차 피스 45개가 아닌 40개만 가지고 게임을 진행합니다. 이 맵은 페리와 터널 루트를 다수 포함하고 있습니다. 다른 맵에서는 조커 역할을 하는 기관차 카드의 자유도가 높았지만 노르딕에서는 기관차를 페리와 터널에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 대신에 플레이어는 자신의 턴에 첫 번째 카드로 디스플레이에 있는 기관차 카드를 가져오더라도 두 번째 카드를 가져올 수 있도록 룰이 바뀌었습니다.
한반도는 위 규칙에 다음 규칙들이 추가되었습니다. 첫 번째로, 한반도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군사분계선(Demarcation Line)입니다. 이것은 맵을 남쪽과 북쪽으로 나눌 뿐 아니라, 플레이어가 이 분계선에 닿아 있는 루트를 점유할 때마다 자신의 왼쪽 플레이어에게 목적지 카드 1장을 무작위로 보여줘야 하는 페널티를 줍니다. 게임의 시작 시에 플레이어들은 일차 목적지 카드 2장 중 1장을 선택하는데, 이 일차 목적지 카드는 남쪽과 북쪽 도시를 연결해야 하고 이것을 무시하기에는 주어진 점수가 큰 편이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이 반드시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도록 강요를 했습니다.

두 번째로, 플레이어들이 활용도가 낮아진 기관차 카드를 선택하도록 기관차에 대한 규칙 한지를 추가했습니다. 게임 중 한 번, 각 플레이어는 자신이 기관차 카드로만 페리나 터널 루트를 점유했을 때, 그 루트에 대한 점수를 2배로 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티켓 투 라이드에서는 플레이어들이 언제든지 자신의 점수를 계산해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이 게임판에 놓은 열차의수를 세면 그것을 해결할 수가 있는데, 이 두 번째 규칙 때문에 자신이 어느 루트에서 2배 점수를 획득했는지 잊어버릴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어떻게 표시해야할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해결책은 굉장히 쉬웠습니다. 2배 점수를 얻은 루트에 열차를 눕혀놓는 것으로요.
 
세 번째 규칙은 보너스 카드에 대한 것입니다. 티켓 투 라이드에서 보너스 카드는 총 2가지가 있습니다. 가장 긴게 연결된 루트와 가장 많이 완성한 목적지 카드 보너스입니다. 처음에는 전자의 보너스 카드가 등장했지만 점차 후자의 보너스 카드에 무게가 실렸습니다. 저는 3번째 보너스 카드를 생각했습니다. 한반도 맵 두 번째 규칙과 연관이 있는 카드였는데, 눕혀 놓은 열차가 가장 많은 플레이어(들)가 받는 10점짜리 고속열차 보너스 카드였습니다.

이 날 플레이테스트를 마치고 함께 했던 테스터들의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첫 번째로 바꿔야 할 것은 목적지 카드에 맵과 도시를 가리키는 점을 그려넣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인 테스터들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도시와 그 위치는 미국인 테스터들에게는 훨씬 더 어려웠습니다. 두 번째로, 맵에 군사분계선을 그려넣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인쇄하기 전에 맵에 군사분계선을 빠뜨렸는데, 결국엔 미국인들과 테스트를 할 때 군사분계선과 관련된 규칙을 완전히 빠뜨리고 진행을 해버렸습니다. 마지막으로 받은 피드백은 고속열차 보너스 카드를 빼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2배 점수 자체만으로도 얻는 점수가 꽤 크기 때문에 굳이 보너스 10점까지 줄 필요가 없었고, 상한선이 있기 때문에 한반도 맵에서 가장 긴 7칸짜리 루트를 점유하면 그 보너스를 무조건 받는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피드백을 토대로 조금 더 개선된 한반도 프로토타입 2번째 버전을 제작하고 인쇄를 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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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 디자인 컨테스트 참가를 준비하면서 제가 가장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은 맵을 그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래픽 작업뿐만이 아니라 도시와 루트를 선택하는 일이 무척이나 고될 것이라고 예상을 한 것이죠. 하지만 그것보다 조금 더 어려운 작업이 나타났습니다. 바로 목적지 카드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이 작업은 손이 많이 가거나 시간을 많이 요구해서 힘든 것이 아니라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힘이 들었습니다. 일단, 임의의 서로 다른 도시 두 곳씩 짝을 지어서 그 사이의 최단거리를 계산하는 것을 해야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 작업은 435(30 × 29 ÷ 2)가지의 경우의 수를 생각해야 했습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저에게 귀찮은 작업이었습니다. 시각적인 변화가 바로바로 일어나지도 않아서 재미도 없었습니다.

저는 약간 꾀를 부렸습니다. '한반도 맵 디자인 이야기 제6부'에서 이야기 했던, 대도시를 다른 도시들과 구분했던 것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남한의 대도시 한 곳과 북한의 대도시 한 곳씩 짝을 지어서 따로 표시를 했습니다. 그 중에서 가급적이면 멀리 떨어진 16개의 짝을 선택했는데, 이것들이 지금의 Primary Destination Ticket이 되었습니다. 16개만 고른 이유는 스위스나 노르딕에서 목적지 카드가 46장이라서, 한반도에서는 목적지 카드를 두 가지로 구분을 해서 각각 16장과 30장으로 나눌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Secondary Destination Ticket은 각 도시에 연결된 루트의 수를 반영해서 만들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연결된 루트가 많은 도시일수록 목적지 카드에 더 많이 등장을 해야 합니다. 한반도 맵에는 섬 세 곳이 나오는데, 이곳에 가기 위해서는 기관차 카드를 반드시 사용해야 하므로 그곳들은 가급적이면 목적지 카드에 등장하지 않게 했습니다. Primary Destination Ticket에는 서울이 없습니다. 서울은 한반도에서 거의 한 가운데에 있기 때문에 그곳과 관련된 목적지 카드는 너무 쉽게 완성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습니다. 그 대신에 서울은 Secondary Destination Ticket에 많이 등장하게 했습니다. 이로써 목적지 카드에 대한 디자인을 거의 다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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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셀 파일로 정리한 내용은 무척 유용했습니다. 전체적인 내용이 한눈에 보이기 때문에 수정해야 하는 부분이 생기더라도 그것들이 저에게 큰 스트레스로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티켓 투 라이드: 한반도 프로토타입 마크 1.



위에 있는 프로토타입 이미지는 제가 맨 처음 인쇄한 버전인데, '한반도 맵 디자인 이야기 제7부'에서 본 이미지를 몇 번 고쳐서 다시 만든 것입니다. 중국 영토를 갈색으로 칠했더니 맵이 전체적으로 어둡고 칙칙해서 중국 국기의 색깔을 상징하는 빨간색으로 바꾸었습니다. 러시아는 한반도에 닿는 면적이 아주 적기 때문에 회색으로 칠했고, 일본은 남은 색깔은 노란색으로 칠했습니다. 한반도를 어떤 색깔로 칠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남한과 북한으로 나누어서 각각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칠하는 생각도 했지만 이 두 가지 색깔이 섞인 보라색으로 결정을 했습니다. 그래야 중국과 바다와 쉽게 구분이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맵에 그라데이션 효과를 주지 않았는데, 스위스 맵 이미지를 계속 보다가 갑자기 그라데이션을 주면 맵의 분위기가 조금 더 부드러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 티켓 투 라이드 맵에 있는 루트 칸을 구하기 위해서 보드게임긱에서 여러 이미지를 찾아봤고, 다른 나라의 게이머들이 올린 이미지 중 하나를 다운로드 하고, 포토샵으로 그 이미지에 있는 칸을 하나하나 떼어냈습니다. 고생은 많이 했지만 결과는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한반도 맵이기 때문에 주변 국가의 이름과 국기를 뺐었는데,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던 도중 아시아 국가가 아닌 다른 나라 사람들은 한국에 대한 정보를 거의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한국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자신들 나라의 주변국이 아니면 모르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이웃 나라인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서 덜 알려져 있다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한반도는 중국과 러시아, 일본 사이에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이 세 나라를 맵에 그려넣었습니다. 원래는 반듯하게 그려넣었는데 맵 가운데를 향하도록 조금씩 돌리면 한반도가 좁아보이지 않을 것 같아서 그렇게 해보았습니다. 하나 남은 모서리에는 티켓 투 라이드의 퍼블리셔인 데이즈 오브 원더 社의 로고를 집어넣었더니 전체적으로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맵의 전체적인 느낌이 태극기와 비슷해졌습니다. 의도된 것이었다면 저는 천재 예술가였을 겁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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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맵 디자인 이야기 제5부'에서 그래프 이미지를 보여드리면서 게임의 균형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미국 맵뿐만 아니라 다른 맵에서도 각 루트 색깔마다 칸수의 합은 같다라는 원칙은 지켜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페리와 터널 구간까지도 그 원칙이 지켜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맵에 따라서 그 합이 서로 완전히 같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이것이 지켜지면 게임의 균형을 잡아준다는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저는 대표 스프레드시트인 엑셀을 열어서 하나씩 기록을 했습니다. 먼저 게임판에 찍힌 점, 두 점 사이의 루트를 한 줄로 나타냈습니다. 그리고 그 루트에 배정할 칸 수와 색깔도 함께 기록을 했습니다. 티켓 투 라이드의 각 맵마다 단선/복선 구간이 있는데 이것도 따로 구분해서 기록을 했습니다.

이것이 정리가 잘 되면 각 루트 색깔마다의 합을 쉽게 구할 수 있고, 각 점(도시)에 연결된 루트의 수도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이 파일 하나가 게임판과 목적지 카드의 모든 정보를 담고 있고, 더 나아가 게임의 균형을 잡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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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 투 라이드 맵에 루트는 크게 3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일반 루트, 다른 하나는 페리, 나머지는 터널입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바다를 통과해야 하는 곳에는 페리가, 산맥이 있는 곳에는 터널이 있어야 합니다. '한반도 맵 디자인 이야기 제3부'에 있는 한반도 지도를 다시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 주요 산맥 자리에는 터널이 들어가야 하고, 해안가 지역은 페리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하지만 산맥 지형이라고 하더라도 무조건 터널을 넣지는 않았습니다. 고개가 있기 때문이죠. 이러한 사실을 반영하여 맵을 만들었습니다.

 
아마 제가 인쇄한 프로토타입을 이미 보신 분들이라면 이 이미지가 굉장히 촌스럽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실제로 제가 생각한 모든 루트를 맵에 올려놓으면 어떤 모습일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제가 이 이미지를 처음 완성했을 때 '음, 생각했던 것보다 멋진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이 상태로도 꽤 훌륭했지만 저는 이 이미지를 과감히 버렸습니다. 도시 이름이 한반도 주위를 막고 있어서 굉장히 답답해 보였고 예쁘지도 않았습니다. 또 열차를 놓을 루트 칸이 티켓 투 라이드 실제 맵에서의 색깔과 달라서 이질감이 느껴졌습니다. 제 머리 속에는 조금 더 좋은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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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맵에 몇 개의 점을 찍어야 할지는 결정을 했습니다. 다음 문제는 '점을 정확히 어느 곳(도시)에 찍어야 하는가'였습니다. 저는 실제 철도 노선을 반영하면 더 멋진 작품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일단 우리나라 철도 노선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Korail 웹사이트에 접속을 했습니다. 그곳에서 남쪽의 철도 노선을 한 눈에 알 수 있었지만 문제는 북한의 노선이었습니다. 한국의 웹사이트 중 어떤 곳에서도 북한의 철도 노선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습니다. Google에서 해외 웹사이트 정보를 검색한 후에 북한의 철도 정보와 사진 등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한반도 맵 디자인 이야기 제4부'에 있던 한반도 지도가 그 자료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도시를 먼저 확실히 정하고 진행을 하면 문제가 발생을 합니다. 각 점 사이에 루트를 배분하면서 일부 점들은 위치를 약간씩 바꿔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실제 도시의 위치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게 됩니다. 사실 티켓 투 라이드: 유럽 맵에서도 그러한 문제는 발생했었습니다. 맵에서 스페인 도시 중 한 곳이 실제 위치와 많이 빗나간 곳에 찍혔기 때문에 일부 게이머들이 맵 디자이너에게 '지리학적 지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는 어떤 맵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을 합니다. 도시의 위치를 지키려면 루트를 포기해야 하고, 루트를 지키려면 도시의 위치를 포기해야 합니다. 저는 루트를 지키고 게임의 균형을 잡는 쪽에 더 무게를 두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지리학적 지식이 없다고 지적을 해도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한 것입니다.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 말이죠.



제가 맵에 점을 찍으면서 왜 대도시와 나머지 도시를 구분을 하려고 했는지 아직까지도 모르겠습니다. 티켓 투 라이드의 일부 확장 카드에서만 대도시를 따로 구분하기는 했지만 게임판에서 그것들을 구분한 적은 없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모든 대도시를 다른 도시들과 다르게표시를 해버렸는데 나중에는 이 행동의 결과가 매우 간결한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내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실수가 아니라 어쩌면 영감을 받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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