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죽이 문제다
201번째 게임부터 The Settlers of Catan 카탄의 아버지라 불리는 Klaus Teuber 클라우스 토이버 씨의 주요한 작품들 중 세 가지를 꼽아서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토이버 씨는 누구입니까?
1952년 독일에서 태어난 토이버 씨는 1988년 Barbarossa 바르바로사를 시작으로 자신의 상업적 보드 게임들을 세상에 선보였습니다. 특히, 1990년에 출시된 Adel Verpflichtet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1991년에 Avalon Hill 아발론 힐을 통해 출판되면서 그의 독일식 보드 게임이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그의 메가 히트작은 그의 별명처럼, 명실공히 카탄의 개척자인데요. 20년 전 작품이기 때문에 지금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에 섬세한 맛은 떨어지지만 누적판매량과 영향력 모두에서 보드게임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대단한 작품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그는 1999년에 원래 직업인 치과기공사에서 은퇴하고 전업 보드게임 디자이너가 되었습니다. 2007년에 캐나다로 이주해서 현재 아내와 두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고 합니다.
토이버 씨를 오마주한 Agricola 아그리콜라의 Dock Worker 부두 일꾼 카드
바르바로사는 어떤 게임입니까?
이탈리어어로 붉은 수염을 뜻하는 바르바로사는 토이버 씨가 "Die Schule der Rätselmeister/School of the Riddle Masters 수수께끼 달인들의 학교" 판타지 소설 삼부작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보드게임긱에서 찾아보니, 토이버 씨는 인터뷰에서 그는 점토의 모양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시험받고 자신의 창의성을 표현하도록 수수께끼를 내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고 말했답니다.
점토로 2개의 문제를 만드세요
플레이어들은 마법사가 되어 점토를 사용해서 2개의 형태를 만듭니다. 그 점토의 모양들은 다른 플레이어들이 맞출 문제인데요. 각각 한 단어로 나타낼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생각이 나지 않을 때를 대비해서 게임 안에 많은 단어가 적힌 문제지가 들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맞추기 어렵게 만들어야 할까요? 아니면 쉽게 만들어야 할까요? 디자이너인 토이버 씨가 이걸 게임 안에서 잘 조정해 놓았습니다. (계속 읽다 보면 아시게 될 겁니다.)
이제부터 게임을 시작하지!
게임 보드에는 여러 부분이 들어 있습니다. 가운데에는 플레이어들이 2개씩 만든 점토 덩어리를 전시하는 데에 쓰이고요. 그 밖의 트랙은 플레이어의 말이 주사위를 굴리거나 엘프석(石)을 지불해서 이동하는 여러 칸이 그려져 있습니다. 맨 바깥에는 두 개의 트랙이 있는데, 하나는 마법사 꼬깔 모자가 전진하는 경주 트랙이고, 나머지는 엘프석을 기록하는 트랙입니다.
가운데 트랙에 있는 여러 방은 상대에게 그가 만든 점토 모양에 대해 질문을 하거나 마법사 꼬깔 모자를 이동시키는 등 게임의 중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금덩어리 모양은 엘프석입니다. 이 방에 들어가면 즉시 엘프석 트랙에서 1칸 전진합니다. 이 엘프석은 가운데 트랙에서 주사위를 굴리지 않고 이동할 때에 지불할 수 있습니다. 이동한 방 수만큼 엘프석을 내리면 됩니다. 그뿐 아니라 이 동굴에는 함정이 있는 방도 있습니다. 드래곤이 있는 방에 들어가거나 유령이 있는 방에 들어가면 상대들의 꼬깔 모자가 전진하니 조심해야 합니다.
그리고 드워프가 있는 방은 상대에게 정답의 특정 위치의 글자를 물어볼 수 있는 칸입니다. 예를 들어서, "첫 번째 글자가 뭐에요?"라고요. (그런데 한국어에서는 글자가 자음과 모음으로 결합되어 있으니, 한국어로 진행할 때에는 "두 번째 글자의 초성이 뭐에요?"라는 식으로 바꾸는 게 좋을 겁니다.) 또한 물음표 모양의 꼬챙이가 그려진 방도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다른 사람을 지목해서 총 2번의 질문을 할 수 있는데요. 질문자는 반드시 답변자가 "네" 또는 "아니오"로 답할 수 있는 질문을 해야 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답변자가 "아니오"를 대답하기 전까지는 질문 기회가 계속 살아있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 질문 기회가 끝나면 두 번째 질문을 하거나 정답을 맞출 수 있습니다.
문제는 어렵지도 쉽지도 않게, 적당히!
플레이어들은 상대가 만든 점토의 답을 맞춰서 점수를 얻고 자신의 마법사 꼬깔 모자를 전진시킵니다. 그런데 문제가 너무 쉬우면 게임이 시시해지고, 반대로 너무 어려우면 게임이 너무 늘어지겠죠? 제가 왜 이 게임을 칭송하는지 이제 설명해 드릴 겁니다.
이 게임의 묘미는 점수계산에서 드러납니다. 정답을 맞추면 화살표 모양의 꼬챙이를 그 점토에 꽂습니다. (잔인해 보이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구분이 되지 않는다고요!) 어떤 점토에 첫 번째로 꼬챙이를 꽂으면 5점을 얻고, 두 번째로 꽂으면 3점을 얻습니다. 세 번째부터는 점수가 없으니 다른 점토의 문제를 맞추도록 해야겠죠?
그런데 문제를 낸 사람은 점수가 오묘합니다. 지금 꽂인 꼬챙이가 전체적으로 몇 번째였느냐에 따라 받는 점수가 달라지기 때문이죠. 너무 이르거나 너무 늦으면 감점을 당하고, 중간이면 득점합니다. 제가 왜 "적당히"를 강조하는지 이제 아시겠죠?
그리고 정답을 맞출 때에는 큰소리로 외치면 안 되고, 종이에 적어서 답변자에게 보여주는 식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사람이 정답을 알아버릴 테니까요.
누군가의 마법사 꼬깔 모자가 마지막 칸에 도착하면 그 플레이어가 승자입니다. 또는 13번째 꼬챙이가 꽂히면 게임이 끝나는데, 그때에는 꼬깔 모자가 가장 앞선 사람이 승리하고요.
문제 난이도의 중립성을 요구한 혁신적인 게임
토이버 씨가 바르바로사에서 보여준 방식들은 단어 게임의 재미를 끌어올렸습니다. 먼저, 문제를 점토를 통해 냄으로써 각 플레이어의 성격과 창의성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점토를 빚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문제를 잘 맞추는 게 더 중요할 수 있으니까요. 두 번째로, 단어 게임에서 중립성을 요구함으로써 게임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는 것입니다. 이 점수체계 덕분에 게임이 너무 빨리 끝나지도 너무 오래 걸리지도 않게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것은 Ostrakon 오스트라콘과 Dixit 딕싯 등 후배 작품들에도 큰 영향을 주었죠.
이러한 혁신적인 특징으로 인해 바르바로사는 1988년에 SDJ Spiel des Jahres 올해의 게임상을 수상했습니다. (토이버 씨는 상복이 많습니다.) 그리고 1997년에 KOSMOS 코스모스를 통해 재판되고, 이듬해인 1998년에 Rio Grande Games 리오 그란데 게임즈에서 영어판으로 그리고 2005년엔 Mayfair Games 메이페어 게임즈에서 다시 영어판으로 출판되었습니다. 또한 작년 2015년에는 주사위와 엘프석 트랙을 빼고, "dough 반죽"과 "doodle 낙서"를 합성한 Dohdles! 도들즈!라는 제목으로 개정되어 돌아왔다고 하네요.
바르바로사를 개정한 도들즈!
Drunter & Drüber 드룬터 운트 드뤼버를 만나보겠습니다.
참고 사이트:
Barbarossa @ boardgamegeek.com
http://boardgamegeek.com/boardgame/550/barbarossa
Kosmos
http://www.kosmos.de
Rio Grande Games
http://www.riograndegames.com
Mayfair Games
http://www.mayfairgames.com
Klaus Teuber @ wikipedia.org
https://en.wikipedia.org/wiki/Klaus_Teuber